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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평화적 전환과 한반도 (2020) - 비교평화연구의 이론과 실제

동방박사님 2024. 4. 2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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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비교는 모든 분과 학문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연구방법이지만, 유독 한반도 평화연구에서는 비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비교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령, 김정일 정권과 김정은 정권의 통치이념 비교, 혹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비교와 같이 한반도 문제 내의 소주제별 비교는 이어져왔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타 지역의 평화 문제를 비교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그런 연구가 한국국제정치학계에서도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었을까? 연구집단 안팎의 원인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고, 그 중 대부분은 좋지 않은 관행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작은 연구집단 규모에서 학술연구와 정책연구가 분화되어 각기의 방식으로 연구하다가 필요시 협업하는 연구 여건과 관행이 정착되지 못한 탓도 크다. 그러나 비교 없이 학문 발전은 한계가 크고, 특히 평화연구에서는 그 의의가 더욱 크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그러나 더 뚜렷하게 평화연구는 규범적 차원과 분석적 차원을 함께 갖고 있다. 여기서 비교가 생략되면 평화연구는 규범과 분석이 연결되지 못하고 편중된 도덕과 건조한 관찰 중 어느 한쪽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비교는 평화연구에서 연구자가 뽐낼 기교가 아니라 필수적으로 밟아야 할 연구방법이다. 우리에게 시급한 한반도 평화문제조차 비교를 건너뛰면 그 연구의 타당성이 낮고 그 결과가 정책에 기여할 바도 작을 수밖에 없다. 비교평화연구회가 창립한 이유, 여기에 뜻을 같이한 20여 명의 동료 연구자들이 만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차

서론 연구의 목적과 범위 / 서보혁

1부 비교평화연구의 이론과 방법
01 평화로 가는 두 길: 위로부터의 평화와 아래로부터의 평화 / 차승주
02 분쟁의 평화적 전환 이론과 그 적용: 북아일랜드 평화 프로세스를 사례로 / 조우현

2부 내전 이후 평화구축
03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광기의 전쟁과 강요된 평화 / 황수환·허창배
04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화해 과정과 평화: ‘진실화해위원회’와 민주주의 공고화 / 조원빈
05 르완다: 비극의 언덕에 싹튼 평화 / 권영승
06 콜롬비아 평화 프로세스: 화해와 평화로 가는 긴 여정 / 홍석훈
07 사이프러스의 장기분단과 통일 협상 / 서보혁

3부 국제전 이후 평화구축
08 인도-파키스탄: 카슈미르 분할과 장기분쟁 / 조원득
09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의 평화구축 과정 평가 / 김동석
10 중국-베트남 분쟁과 국교정상화: 평화협정의 한계 / 이상숙

결론 분쟁의 평화적 전환 사례들과 한반도 / 권영승·서보혁
 
저자 소개 
저 : 서보혁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주장하는 국제사회와 남한의 노력이 과연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새로운 대안과 정책 수립을 위해 이 책은 ‘북한 인권 정책의 과잉’과 ‘북한 인권 개선의 빈곤’ 사이의 간극을 면밀히 살핀다. 저자는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인권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는 것보다 어떻게 해야 북한 인권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라고 강조한다. ...

저 : 차승주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논문 “북한 조선소년단에 관한 연구: 사회통합기제로서의 역할을 중심으로”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북한교육과 함께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서울교육대학교, 공주교육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 출강했으며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성공회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청년분과 상임...
 
저 : 조우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동국대학교 분단/탈분단연구센터와 SK경영경제연구소에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하였다. 한반도 분단체제, 국가폭력과 전환기 정의 등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저서 및 논문으로 『분단의 행위자-네트워크와 수행성』(2015,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제: 한국의 역할을 중심으로”(2018, 공저) 등이 있다.
잠시 2017년 후반 이후 한반도 정세를 더듬어보자. 2018년 1월 북한 김정은 정권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다고 밝혔을 때, 우리 국민들은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7년 북한은 6차 핵실험(9.3)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11.29)를 감행하며 미 본토까지 핵공격할 능력을 시위하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결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평창 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일련의 남북, 북중, 그리고 최초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며 평화구축에 나서는 듯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을 뿐 아니라,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을 붕락시키고 동창리 미사일 시험발사대를 폐쇄하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했으니, 2018년만해도 평화 프로세스가 개시됐다고 말하는 것이 틀리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2019년 2월 말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영변 핵시설 해체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소위 스몰 딜(small deal)을 거부하고 빅 딜(big deal)을 추구하자, 회담은 결국 노 딜(no deal)로 끝나버렸다. 그 후 북한은 남한은 물론 미국과 협상의 문을 닫고 핵억지력에 기반해 고립적 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는 지난 8월 김정은 정권은 그간의 경제발전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내년 1월에 8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한치 앞을 보기 어렵고, 패턴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패턴에 직면하여 한반도 평화를 전망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한반도 평화를 연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의 행동을 집중 관찰하고 관련국들의 정책도 분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전문가들은 학술연구, 정책연구를 막론하고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살아 움직이는 이해당사자들의 행동과 그 의도, 전망, 나아가 정책대안을 생각한다. 이때 ‘살아 움직이는’ 이란 말은 역동적이란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관찰과 분석으로 부적절한 대상을 말한다. 종결된 사건이나 굳어져버린 행위자를 연구할 때의 객관성이 이들 살아 움직이는 당사자들에 대한 연구에서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데 연구 범위를 한반도로 한정하는 것은 지루하고 역동적이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가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무관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데, 한반도 연구를 한반도에 국한시켜 연구하는 것을 시급성의 문제로 정당화 할 수 있는지도 회의가 든다. 이렇게 비교평화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국제 평화연구계에서는 적어도 냉전이 해체되는 시기에 들어서면서 지역과 이슈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비교평화연구를 전개해왔다. 분쟁 데이터를 축적하며 양적 비교연구를 하거나, 분쟁종식 직후 평화정착의 양태와 그에 대한 평가 작업을 하거나, 평화구축의 성공?실패에 관한 요인분석을 하거나, 특정 주제에 관한 비교분석을 하거나, 페미니즘(feminism)과 생태주의 등에 기반한 비판적 논의에 초점을 두거나 등등.

사실 비교는 모든 분과 학문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연구방법이지만, 유독 한반도 평화연구에서는 비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비교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령, 김정일 정권과 김정은 정권의 통치이념 비교, 혹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비교와 같이 한반도 문제 내의 소주제별 비교는 이어져왔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타 지역의 평화 문제를 비교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그런 연구가 한국국제정치학계에서도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었을까? 연구집단 안팎의 원인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고, 그 중 대부분은 좋지 않은 관행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작은 연구집단 규모에서 학술연구와 정책연구가 분화되어 각기의 방식으로 연구하다가 필요시 협업하는 연구 여건과 관행이 정착되지 못한 탓도 크다. 그러나 비교 없이 학문 발전은 한계가 크고, 특히 평화연구에서는 그 의의가 더욱 크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그러나 더 뚜렷하게 평화연구는 규범적 차원과 분석적 차원을 함께 갖고 있다. 여기서 비교가 생략되면 평화연구는 규범과 분석이 연결되지 못하고 편중된 도덕과 건조한 관찰 중 어느 한쪽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비교는 평화연구에서 연구자가 뽐낼 기교가 아니라 필수적으로 밟아야 할 연구방법이다. 우리에게 시급한 한반도 평화문제조차 비교를 건너뛰면 그 연구의 타당성이 낮고 그 결과가 정책에 기여할 바도 작을 수밖에 없다. 비교평화연구회가 창립한 이유, 여기에 뜻을 같이한 20여 명의 동료 연구자들이 만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교평화연구회가 창립한 지 2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 사이 연구 동아리 수준에서 시작해서 이 책을 발간할 정도로 걸어왔다. 약간 명의 평화활동가과 교육학 전공자가 있지만 대부분 정치학자들이다. 물론 정치학자들의 전공은 비교정치, 국제정치에서부터 북한연구를 포함해 지역연구자들도 있어 단조롭지는 않다. 그런 다양성으로 인해 이 책을 다채롭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평화연구는 정치학, 나아가 사회과학만으로 확립하기 어려운 존재론적 특성을 갖는다. 평화는 모든 인류의 소망이고,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므로 그에 기여하는 학문도 사회과학은 물론 인문학과 자연과학도 함께 할 때 완성에 이를 수 있다. 이는 (비교)평화연구의 운명이고 방향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유엔과 바티칸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분쟁 중단을 호소하고 코로나 극복을 위한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의 세계평화를 비교하고 그 함의를 찾는 일도 평화학도가 할 일이다. 미증유의 국면으로 들어서는 인류의 발걸음이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평화와 협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출간하는데 필자들뿐만 아니라 비교평화연구회의 다른 모든 회원들이 함께 해주었다. 필자들은 자기 연구와 업무가 있는 가운데 원고를 쓰고 고치고 편집에 동참해주어서 특별한 고마움을 전해드리고 싶다. 연구회의 다른 동료들은 초고 발표시 유익한 토론을 해주며 출간에 동참하였다. 코로나19와 한여름이 겹쳐 출판계 사정이 극도로 곤란한 가운데 출간을 결정해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과 편집을 맡아주신 한두희 선생님에게도 감사드린다. 이 책이 학계는 물론 평화정책 및 운동계에 비교평화연구의 필요성과 의의를 공유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2020년 10월
비교평화연구회 회장 서보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