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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 (2015)

동방박사님 2024. 5. 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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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위대한 철학자 키케로, 노년을 말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노년에 대해 막연하게 느끼는 두려움과 잘못된 인식들을 바로잡고, 노년기의 수많은 장점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인간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현대에 인생의 또 다른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지혜를 고전에서 찾았다. 고대 철학자 키케로가 저술한 이 책은 노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비단 노년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인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처세술도 함께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을 맞이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 미래의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돈 주고도 못 사는 것이 젊음이기에 젊은이들에게 부러운 시선을 보내게 되지만,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일은 격정적이고 짜릿한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젊은 시절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노년이 되고 나서도 행복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평생의 시간을 투자해 노력해야 한다. 이에 대해 키케로는 인간이 노년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찾아온다는 점, 건강을 잃기 쉽다는 점, 육체적인 쾌락을 누리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죽음이 코앞에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이 이유들은 자신이 어떻게 마음먹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며, 노년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편견인지를 명쾌하게 반증한다.

키케로
기원전 106년 로마 남부 라티움의 아르피늄에서 태어난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문인이자 철학자이고, 정치가이자 웅변가다. 그는 내란을 피해 로마에 온 철학자 필론을 만나 아카데미아 학파의 비판적 사고방식을 습득했지만, 어느 학파에도 치우치지 않고 모든 학파를 적절히 조율한 철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고전 라틴어는 키케로에 의해 그 틀이 잡혔으며 그의 라틴어 문체는 곧 고전 라틴어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고, 5년 후에 안찰관이 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 법무관에 선출되었고, 3년 후에는 로마 최고의 관직인 집정관에 오르면서 정치적으로도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만년에 정치적인 좌절을 맛보기도 하지만 이를 계기로 집중적으로 집필 활동을 시작했고, 기원전 43년에 카이에타에서 암살된다. 저서로는 『브루투스』『웅변가』『최고 선과 최고 악』『운명에 대하여』『우정에 대하여』 『예언에 대하여』『의무에 대하여』 등이 있다.

정영훈
현재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상담과 심리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 줄곧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어왔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기획하고 만들고 있으며,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윤희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세종대학교, 부산대학교, 중앙대학교, 부천대학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동서울대학교, EBS에서 번역학, 영문학, 영상번역 등을 강의하고 있다. OnStyle, MGM, 하나TV 등 공중파 및 케이블 채널과 부산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활동했으며 소니, 디즈니, 20세기 폭스, CJ 엔터테인먼트 등 개봉관 영화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현재 엔터스코리아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등이 있다.

목차

지은이의 말 _ 노년이라는 짐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자
엮은이의 말 _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의 미학

1장 어리석은 자는 노년을 짐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다
1 — 노년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2 — 왜 노년에 접어들면 온갖 불만을 토로하는가?
3 — 자연의 법칙을 담담히 받아들이자
4 —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의 노년은 평온하고 자유롭다
5 — 어리석은 자의 노년은 힘들기 마련이다
6 — 노년에 맞서는 최고의 무기는 무엇인가?
7 — 노인이 되었지만 전혀 불만스럽지 않았던 이들
8 — 노년기가 불만스러운 네 가지 이유

2장 활동이 부자유스러워 노년이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9 — 노인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은 하나도 없을까?
10 — 노년의 나이에도 제대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
11 — 판단력은 노년이 되면 더욱 높은 수준에 도달한다
12 — 국가는 노인들의 힘으로 제자리를 찾고 지탱된다
13 —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분별력을 갖추게 마련이다
14 — 오히려 노인들이 세부사항을 잘 기억한다
15 — 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지적인 능력은 건재하다
16 — 고령의 나이에도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17 — 노년에 접어들었다고 학업에 대한 열정이 식을까?
18 — 다음 세대를 이롭게 하고자 나무를 심고 있다
19 —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20 — 나이가 들수록 좋은 광경들을 볼 수 있다
21 — 노인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즐거운 일이다
22 —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하루하루 늙어간다

3장 체력이 쇠약해져 노년이 비참하다는 사람들에게
23 — 젊을 때의 체력이 전혀 부럽지 않다
24 — 진짜 쓸모없어진 것은 당신의 늙은 몸이 아니다
25 — 나이 든 사람의 침착한 연설은 호감을 얻는다
26 — 젊은 친구들을 가르치는 일은 숭고하다
27 — 나이가 들어서 기력이 쇠하는 것이 아니다
28 — 인생의 끝자락에 이른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일
29 —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을 받은 적이 없다
30 — 잠시 노인이 되고 마는 것을 택하겠다
31 — 힘이 조금 부족하다고 아쉬워할 일은 없다
32 — 노년이 되어서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지 말자
33 — 노년기의 원숙은 자연의 섭리다
34 — 노년기의 약점을 근면함으로 이겨내야 한다
35 — 인간의 정신력은 단련할수록 가벼워진다
36 — 모든 노인이 아닌 경솔한 노인들이 문제다
37 — 늙어서도 젊게 살면 정신적으로 늙지 않는다
38 — 중요한 것은 강인한 정신력이지 강인한 체력은 아니다
39 — 인생이란 나도 모르게 흘러 어느새 노년기에 이른다

4장 쾌락에서 멀어져 노년이 싫다는 사람들에게
40 — 쾌락에서 멀어지는 것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41 — 쾌락이 너무 강력하면 정신적인 광채는 꺼져버린다
42 — 불필요한 욕망을 차단해버리는 노년기는 축복이다
43 — 쾌락의 후유증에 시달릴 걱정이 없는 노년
44 — 나이가 들면 서서히 여흥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45 — 노년에는 쾌락 자체를 강렬히 원하지 않는다
46 —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니 그로 인한 결핍도 못 느낀다
47 — 노인들도 어느 정도의 즐거움은 느끼고 있다
48 — 학문과 연구를 통해서 제대로 영양분을 섭취한다
49 — 정신적인 쾌락보다 더 큰 쾌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50 — 노년기에 노리는 명망이야말로 최고의 영광이다
51 — 온갖 육체적 쾌락보다 더욱 값진 권위를 가진다
52 — 주름살이 늘어났다고 해서 그의 권위를 빼앗을 수는 없다
53 — 권위를 지닌다는 것은 노년에게는 명예를 의미한다
54 —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서투른 배우처럼 쓰러지지 말자
55 — 세월이 지나도 시큼해지지 않는 와인 같은 노인이 되자
56 — 남은 날도 많지 않은데 노잣돈 몇 푼에 기를 쓰지 말자

5장 죽음이 목전이라 노년이 고통스럽다는 사람들에게
57 — 죽음을 코앞에 두고 고통스러워하지 말자
58 — 인간에게 죽음 따위는 두려워할 것이 되지 못한다
59 — 죽음의 문제는 노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60 — 노인은 이미 오랜 세월을 버텨온 사람들이다
61 — 죽음 후에 남는 것은 생전에 행한 미덕과 행동이다
62 — 수명이 짧거나 혹은 길다고 슬퍼할 필요가 없다
63 —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조화로운 일은 없다
64 — 노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원숙함이다
65 —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충만해진다
66 —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더 자신감 있게 사는 이유
67 — 남은 세월에 집착하거나 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68 — 육신이 식어버린 후에는 느낌이 없거나 홀가분하다
69 —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념을 젊을 때부터 가지자
70 — 거듭된 세워을 살아내고 농익은 후에야 죽는다
71 — 최고로 만족스러운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자
72 — 태어난 것이 헛되지 않게 열심히 살았다면 충분하다
73 — 삶이란 영원히 머무를 수 있는 집이 아니다
74 — 신성한 영혼들이 모여 있는 하늘로 떠나는 그날
75 — 노년이란 큰 짐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운 과정이다
76 — 세상만물이 그렇듯 인간의 삶에도 한계가 있다
77 — 인생이라는 거대한 연극의 마지막 장이 노년이다
 
저자 소개 
저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Marcus Tullius Cicero, (기원전 106~43))
 
기원전 106년 로마 남부 라티움의 아르피늄에서 태어났다. 문인이자 철학자이자 정치가이자 웅변가로 어느 학파에도 치우치지 않고 모든 학파에 거리를 유지하며 적절히 조율한 철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고, 5년 후에는 안찰관이 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 법무관에 선출되었고, 3년 후에 로마 최고의 관직인 집정관에 오르면서 정치적으로도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원로원 중심의 공...

편자 : 정영훈

현재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상담과 심리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 줄곧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어왔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기획하고 만들고 있으며,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역자 : 정윤희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세종대학교, 부산대학교, 중앙대학교, 부천대학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동서울대학교, EBS에서 번역학, 영문학, 영상번역 등을 강의하고 있다. OnStyle, MGM, 하나TV 등 공중파 및 케이블 채널과 부산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활동했으며 소니, 디즈니, 20세기 폭스, CJ 엔터테인먼트 등 개봉관 영화 번역가로도 ...

책 속으로

누구나 노년까지 살기를 바라지만 일단 노년에 접어들면 온갖 불만을 토로하게 마련이다. 이 얼마나 변덕스럽고 이치에 어긋나는 어리석은 짓이란 말인가! 보통은 쥐도 새도 모르게 노년기에 접어든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궁금한 점은 첫째, 누가 그런 헛된 망상을 가지라고 강요했는가? 둘째, 유년기에서 청년기에 접어드는 것보다 청년기에서 노년기로 향하는 것이 더욱 빠르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럼 80세가 아니라 8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노년기를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제 아무리 오랜 세월을 산다고 해도 일단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리면 어리석은 노인에게는 아무 위안도 될 수 없으리라. --- p.22

평온하고 순수하며 교양 넘치는 삶을 통해서 차분하고 풍요로운 노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81세가 되던 해에 책상에 앉아서 저술 활동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플라톤의 경우가 바로 그러했다. 소크라테스는 94세라는 나이에 『판아테나이코스』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한 바 있으며 그 후로도 5년을 더 살았다. 그의 스승 레온티니 고르기아스는 뜨거운 학구열을 불태우며 107세까지 집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그렇게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고르기아스는 “노인이 되었지만 나는 전혀 불만스러운 부분이 없다.”라고 대답했다. 학자로서 그의 명성에 걸맞은 훌륭한 대답이다! --- p.29

물론 노년이 되면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처럼 움직이지는 않지만, 키를 조종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힘든 법이다. 진정 위대한 작업은 육체적인 힘이나 행동력, 혹은 민첩성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판단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게다가 이러한 능력들은 노년에 접어든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높은 수준에 도달한다. 나 역시 수많은 전투에서 병사로, 연대장으로 장군으로 또 사령관으로 싸운 바 있으나, 현재는 활동하지 않으니 한가하게 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원로원에게 어떻게 전투를 치러야 할지 조언을 전하고 있다. 오랫동안 온갖 음모를 꾸미고 있는 카르타고를 향해 이미 선전포고까지 해둔 바 있으며, 카르타고가 완전히 파멸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작정이다. --- p.40

카이킬리우스의 다음과 같은 시구는 더욱 의문스러움을 안겨준다. ‘또한 노년기에 접어든다는 것이 가장 끔찍한 이유는 바로 젊은이들이 노인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즐거운 일이다! 지혜로운 노인들이 뛰어난 자질을 타고난 젊은이들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듯이, 젊은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음으로써 더욱 풍요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듯이, 젊은이들도 지혜를 나누어주고 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노인들의 가르침을 감사히 생각한다. --- p.54

나 역시 더 나이가 들면 웅변가로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을까봐 두렵다. 웅변가의 능력은 뛰어난 학식뿐만 아니라 허파와 체력에 따라서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에 무한한 울림 같은 것이 깃드는 것 같다. 알다시피 나도 꽤 나이가 든 편이지만, 아직도 발성을 할 때만큼은 제대로 된 울림을 잃지 않았다. 또한 나이가 들면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연설을 하는 쪽이 더욱 적합하다. 나이 든 사람이 침착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연설을 하면 그 자체로도 청중의 호감을 얻는 법이다. --- p.64

인생은 정해져 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단 한 번 정해진 길을 가야만 한다. 그리고 인생의 매 단계마다 정해진 특성이 있게 마련이다. 유년기에는 나약하고, 청년기에는 활기가 넘치며, 중년기에 접어들면 위엄을 갖추고, 노년기에는 원숙해진다. 이러한 특성들은 마치 제철이 되어야만 그 열매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연의 섭리와도 같다. --- p.74

노년기란 오히려 존경받아야 할 시기다.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를 방어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고,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으며,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본인의 영역을 사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노인의 기질을 가진 젊은이들도 좋아하고 반대로 젊은이의 기질을 가진 노인들도 좋아하는 편이다. 만약 늙어서도 젊게 살고자 한다면 비록 육체는 노쇠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79

쾌락 때문에 조국을 배신하고 한 나라가 전복되며, 적군과 은밀히 내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쾌락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본능적 욕망 때문에 인간은 온갖 범죄나 악행을 저지른다. 실제로 납치와 강간 같은 온갖 범죄들은 쾌락을 추구하고 싶은 유혹을 이기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다. 자연 혹은 전지전능한 신은 인간에게 정신보다 더욱 숭고한 것은 주지 않았다. 그 숭고한 선물인 정신에 가장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이 바로 이 쾌락이라는 녀석이다. 일단 욕망의 지배를 받으면 자제심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쾌락의 영역에서는 절대로 미덕이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서 가장 짜릿한 쾌락에 심취해 있는 한 사람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라도 쾌락에 빠져 있을 때는 이성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그 어떤 작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쾌락보다 더욱 추악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쾌락이 너무 강력하고 오랜 시간 지속될 경우 정신적인 광채는 완전히 꺼져버리고 말 것이다. --- p.88~89

물론 먹고 마시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은 노인이 된다고 해서 그런 감각이 완전히 무뎌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저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연회의 장(長)으로서의 위치, 그리고 관습에 따라서 상석에 앉은 사람부터 술잔을 채운 뒤에 이어지는 대화, 그리고 크세노폰의 『연회』에 나오는 작은 잔으로 목을 축이는 것을 즐길 뿐이다. 또한 여름에는 시원한 것을 즐기고 겨울에는 따스한 햇살과 온기를 즐긴다. 이는 사비니 족의 땅에서도 지인들과의 모임을 통해 계속 이어가고 있다. 날마다 이웃들과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저녁 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노인이 되면 쾌락이 주는 그 간질간질한 느낌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노년에는 쾌락 자체를 강렬히 원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은 나에게 고통을 주지 못하는 법이다.--- p.96~97

노년에도 나이에 구애 없이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농사를 짓는 것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로마의 정치가이자 장군이었던 마르쿠스 발레리우스 코르비누스는 노년에 접어들어서야 시골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해 100세까지 농부로 살았다고 한다. 그는 처음 집정관으로 취임하고 46년 만에 여섯 번째로 다시 집정관 직에 올랐다. 이를테면 노년이 되기 전까지 평생을 관직에서 보낸 셈이다. 게다가 수고는 줄고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중년보다 오히려 말년을 더욱 행복하게 보냈다. 노년기에 누리는 명망이야말로 최고의 영광이다. --- p.105

노년기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토록 기나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죽음 따위는 두려워할 것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면 오히려 가련할 따름이다. 죽음이 인간의 영혼을 완전히 없애버린대도 반대로 인간의 영혼을 영생의 길로 인도한다고 해도 그저 모른 척해버리면 될 일이다. 그 이외의 가능성은 절대로 있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세상을 떠난 후에 비참해지지 않거나 혹은 행복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이 두려울까? 제 아무리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라고 해도, 오늘 저녁까지도 멀쩡할 거라고 확신할 정도로 어리석은 자가 어디 있을까? 오히려 노인들보다 젊을수록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높은 법이다. --- p.120

연극배우가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 위해서 새로운 막이 시작될 때마다 무대에 등장할 필요는 없다. 어느 막에 등장하건 연기가 끝나고 박수갈채를 받으면 그뿐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현인도 연극이 끝나고, 누군가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낼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킬 필요는 없다. 아무리 짧은 수명을 타고난다고 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명예롭고 훌륭하게 살기에는 충분히 긴 법이다. 반대로 수명이 길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다. 따스한 봄날이 가고 여름과 가을이 왔다고 농부가 슬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봄은 젊음의 계절이고 앞으로 결실의 시기가 다가올 것을 약속하지만, 이어지는 여름과 가을은 그동안 맺은 결실을 수확하기에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 p.126

노년에는 그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고 죽음을 개의치 않을 수 있다면, 노년이 되어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더욱 자신감 있고 용감하게 사는 것이다. 솔론이 폭군 페이시스트라토스에게 말했던 것이 바로 이런 의미일 것이다. 대체 무엇을 믿고 자신에게 이리 당당하게 맞서느냐는 폭군의 물음에 솔론은 “그만큼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오.”라고 답했다고 한다. --- p.131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자신이 추구하던 일에 관심을 잃으면 인생 자체도 무료해지는 법이다. 소년기에는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청년기가 되면 어릴 적 꿈이 그리울까? 청년이 되면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긴다. 그렇게 중년이 되면 어떠한가? 중년에 접어들면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기게 마련이다. 노년기가 되면 이전의 것들에는 관심이 없어진다. 노인들에게는 또 나름대로의 관심사가 생기는 법이다. 그렇게 세월을 살아가면서 지난 시절의 목표들이 사라지듯, 노년기의 관심 또한 사라진다. 이처럼 인간은 거듭된 세월을 살아내고 농익은 후에야 죽음을 맞이한다. --- p.137

이 세상을 떠날 때는 편안한 집이 아니라 잠시 기거하던 거처를 떠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삶이란 영원히 머무를 수 있는 집이 아니라 그저 잠시 쉬었다가 가는 거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p.141

출판사 리뷰

충만하고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는 지혜!
이 책은 노년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반박하는 내용에 따라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어리석은 자는 노년을 짐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다’에서는 노년에 느끼는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노년을 두려워하는 네 가지 이유를 언급하며, 이후에는 그에 대해 반박한다. 2장 ‘활동이 부자연스러워 노년이 힘들다는 사람들에게’에서는 학문 수양의 중요성을 밝히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고 조언한다. 3장 ‘체력이 쇠약해져 노년이 비참하다는 사람들에게’에서는 근면성실하게 체력을 단련하고, 원숙함과 강인한 정신력을 무기 삼아 후손들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말한다. 4장 ‘쾌락에서 멀어져 노년이 싫다는 사람들에게’에서는 쾌락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은 축복이라며, 충동적인 육체적 쾌락보다는 명예로운 정신적 쾌락을 좇으라고 권유한다. 5장 ‘죽음이 목전이라 노년이 고통스럽다는 사람들에게’에서는 죽음은 결국 모두가 겪는 일이기에, 죽음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인 키케로는 문인이자 철학자이고, 정치가이자 웅변가로, 기원전 106년 로마 남부 라티움의 아르피늄에서 태어났다. 그는 철학자 필론을 만나 아카데미아 학파의 비판적 사고방식을 습득했지만, 모든 학파를 적절히 조율한 철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또한 그는 고전 라틴어의 틀을 잡았으며, 그의 라틴어 문체는 고전 라틴어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31세에 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고, 이후 로마 최고의 관직인 집정관에 오르면서 정치적으로도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만년에 정치적인 좌절을 맛보지만 이를 계기로 집필 활동에 집중했다. 저술 당시에 84세였던 그는 자신을 비롯해 노년을 맞이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훌륭하고 명예로운 노년을 보낼 수 있는지 설명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모두 똑같기에 인간이 출현한 이래로 현재까지도 그 고민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이야기된 선인의 지혜를 읽으며 자신의 인생을 보다 값지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