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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관념 속 역사 (2024)

동방박사님 2024. 5. 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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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고대 로마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고 다루기 힘든 형태의
조직적인 인간 침략을 추적하는
매우 독창적인 역사

내전Civil War을 정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의 역사는 무척 길고, 다양한 목적과 양상을 띠고 나타났으며, 스스로 발전하는 괴물처럼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아미티지는 이 책에서 공화정 로마에서 시작된 내전의 기원에서부터 근대 유럽과 20세기의 개념 탐구,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전의 정의에 대한 생각은 오랜 논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한다. 무엇이 전쟁을 ‘내전’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생각은 종종 내전 당사자들이 통치자인지 반군인지, 승리자인지 패배자인지, 피해자인지 외부인인지에 따라 달라졌고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로 변전되어 왔다. 만약 한 나라에서 발생한 분쟁을 내전이라고 부르는 순간 외부 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생기게 되고, 국제법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는다. 민주주의 정치가 더욱 격렬해지면서 내전의 언어도 급증했다. 내전의 뿌리와 역학 관계, 분쟁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내전이 형성하는 힘에 대한 이 책의 독특한 관점은 끝이 없어 보이는 이 문제 해결의 연구에 가장 기초적인 필독 자료를 제공한다.

1945년 이래로 유럽과 북아메리카, 호주나 일본처럼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권의 국가들은 ‘긴 평화Long Peace’라고 일컫는 시기를 누려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지나간 흔적 위로 찾아온, 국가 간 전쟁이 부재했던 이 시기는 이제 근현대사에서 가장 오래 평화가 지속된 시기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 시대는 결코 한가로이 평화를 이야기할 시기는 아니다. 세계는 여전히 폭력이 난무하는 장소다. 2016년의 경우 아프가니스탄에서부터 예멘에 이르기까지 50차례 전후의 무력 분쟁이 진행되었다. 이는 테러리즘이나 반란insurgency, 그리고 다른 ‘비대칭’ 전투 유형처럼 비국가 세력이 국가나 주민을 공격한 경우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목차

서론: 내전에 맞서기

1부 로마로부터 이어져온 길

1장 내전 창안하기: 로마 전통
2장 내전 기억하기: 로마적 상상

2부 근대 초기 교차로

3장 야만적인 내전: 17세기
4장 혁명 시대에 벌어진 내전: 18세기

3부 현재까지의 경로

5장 내전 문명화하기: 19세기
6장 내전으로 점철된 세계들: 20세기

결론: 말들의 내전

저자 소개 

저 : 데이비드 아미티지 (David Armitage)
 
컬럼비아 대학 역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하버드 대학 역사학과 지성사 및 국제관계사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 대학 정치학과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세인트 캐서린스 칼리지 명예연구원이자 시드니 대학 역사학과 명예교수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2001년 롱맨/히스토리 투데이(Longman/History Today)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The Idelogical Origins ...

역 : 김지훈

출판사 리뷰

내전을 둘러싼 ‘놀라운’ 통계 수치들

내전은 점차 인간이 행하는 조직화된 폭력 중 가장 광범위한 장소에서 벌어지고, 가장 파괴적이며, 가장 특징적인 형태가 되었다. 냉전 이후 수십 년 동안 내전 발생 빈도는 심각할 정도로 급증했다. 1989년 이래 어느 시기를 보나 평균 20차례의 국가 내부 전쟁intrastate war이 진행 중이다. 이는 1816년부터 1989년 사이 전 세계 내전 발발 연평균 건수보다 약 10배나 많은 수치다. 1945년 이후 국가 내부 전쟁으로 발생한 “전체 전몰자”는 약 2500만 명인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 사상자 수의 거의 절반에 맞먹는다. 심지어 이 계산에는 질병이나 영양실조에 시달렸던 이들과 부상자, 난민, 민간인 사망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물질적 비용이나 경제적 비용 또한 이에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현실적으로 냉철하게 세계 발전을 다루는 분석가들은 전쟁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 인명 손실과 그에 따른 생산성 저하, 낭비된 자원의 가치, 군비 지출, 범죄와 질병의 확산, 인접국의 경제 붕괴 등을 고려해 계산했다. 계산 결과는 어땠을까? 내전에 매겨진 연간 지불 대가는 약 123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북반구 선진국이 남반구 개발도상국에 매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에 맞먹는 금액이다. 따라서 내전이 “역행하는 개발”이라고 냉담하게 그려지는 데에는 이유가 없지 않다.

국가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국가 간 전쟁보다 더 오랜 기간, 약 4배 이상 더 길게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또 이러한 분쟁은 다른 분쟁 형태에 비해 훨씬 더 재발하기 쉽다. “가장 가능성 높은 내전의 유산은 직후에 추가적으로 벌어지는 내전”이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일어났던 거의 모든 내전은 이전 내전이 재개된 결과였다.

내전 연구의 현주소와 이 책의 성격

내전은 아직까지도 이론적 논의가 부족하고 일반화되기 어려운 상태로 남아 있다. 내전론이라는 제목을 붙인 그 어떤 저서도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의 『전쟁론On War』이나 한나 아렌트의 『혁명론On Revolution』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위대한 저서로 군림하지 못한다. 이후에 살펴보겠지만, 실제로 클라우제비츠가 내전을 거의 논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렌트도 내전을 전쟁 자체와 더불어, 원시로 돌아가게 하는 반근대적인 일이라고 일축했다. 전후 독일 시인이자 정치 평론가였던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는 1993년에 “내전을 다루는 유용한 이론이 없다”고 논평했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정치 이론가인 조르조 아감벤도 “오늘날 ‘전쟁학polemology’이라 불리는 전쟁 이론과 ‘평화학irenology’이라 일컫는 평화 이론은 모두 존재하지만, ‘내전학stasiology’이라 칭할 수 있는 내전 이론은 부재하다”고 언급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내전을 논하는 지배적인 이론을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은 없다고 밝힌다. 또한 비어 있는 학설을 제공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역사학자로서 우리가 현재 느끼는 불만이 무엇에서 기인하는지 밝히고, 왜 우리는 여전히 내전과 마주하며 혼란스러워하는지, 왜 이를 직시하기를 거부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모든 비열한 것을 표면화하며 치유되지 않는 상처

르네상스 시대 수필가였던 몽테뉴는 위그노 전쟁French Wars of Religion 시기 독자들에게 “사실 대외 전쟁은 내전이라는 병폐에 비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전은 위험하며 도덕적 타락을 가져오기도 한 전쟁이다. 1922년 아일랜드 내전Irish Civil War이 발발하기 직전에 고령의 한 사제는 “외국인과 벌이는 전쟁은 국가 내 가장 훌륭하고 고귀한 모든 것이 주목받도록 한다. 반면 내전은 비천하고 비열한 모든 것을 표면화한다”고 한탄했다. 그리고 내전은 전투가 중단되더라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다는 점 역시 내전이 인류가 벌이는 모든 종류의 분쟁 가운데 가장 파괴적이고 가장 파급력 있는 분쟁이라는 평판을 양산했다. 여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기원전 1세기 로마 내전이 한창일 때, 17세에서 46세 사이의 남성 시민 중 약 25퍼센트가 무장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1700년 뒤인 1640년대에 벌어진 잉글랜드 내전의 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은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비율보다 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 내전 당시 발생한 사망자 수는 인구수에 비례했을 때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발생한 미국인 사상자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 미국 남부와 북부의 사망자 수를 합친 추정치는 약 75만 명이었는데, 이는 오늘날 미국 인구 중 약 750만 명이 사망한 것과 맞먹는다. 이 정도 규모로 벌어진 대량 학살은 가족을 갈라놓고, 공동체를 산산조각내며, 국가를 변형시킨다. 또한 이후 다가올 세기에 대한 상상력에 상흔을 남긴다.

너무나 역설적인 내전의 ‘생산성’

내전은 그 파괴성에도 불구하고, 개념적 차원에서 내전은 역사 내내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성해왔다. 내전이 제기한 도전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민주주의, 정치, 권위, 혁명, 국제법, 세계시민주의, 인도주의, 지구화 등 단지 몇몇 개념만 보아도 그 의미가 상당히 달라졌거나 심지어 부실해졌을 것이다. 또한 내전을 경험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해하며, 내전 상황을 나아지게 하고, 나아가 내전을 예방하고자 했던 노력으로 인해 공동체, 권위, 주권 관념이 형성되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우리 관념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 내전은 국가 내부의 골이 깊고 극심했던 분열로부터 발생하지만, 역으로 상호 유사성과 공통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떤 전쟁을 ‘내전’이라 칭한다는 것은 상대하는 적이 같은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친근한 대상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외국인이 아닌 동료 시민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내전에는 그 자체로 몸서리쳐지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독일 법사상가인 카를 슈미트는 논평했다. “내전은 형제간 전쟁이다. 그 전쟁이 공동의 정치 단위체 내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 그리고 전쟁 중인 양측이 이 공동 단위체를 전적으로 긍정하는 한편 동시에 극도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내전을 마주할 때 느끼는 공포의 근원이다. 따라서 내전이 불러오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구성과 결론

제1부는 ‘로마로부터 이어져온 길’로, 여기서는 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후 5세기까지 600여 년 동안 변화한 내전의 이해를 연대순으로 기술한다. 나는 이 기간에 로마인들이 벌였던 논쟁이 내전 인식이 형성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이 시기에 내전이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고, 어떻게 규범적으로 정의되었는지는 물론이고, 어떻게 외연으로 드러나는 징후를 인지할지, 그리고 재연再燃될 공산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모든 길이 로마로부터 시작되었고, 그 길은 그보다 더 멀리 아테네나 투키디데스가 그린 세계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 이전 세계에서 벌어졌던 공동체 내 분쟁은 상당히 달리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로마가 남긴 유산 자체에는 내전을 설명하는 많은 방식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통해 로마사에서 내전이 차지하는 위상을 두고 경쟁하는 다양한 서사가 전해졌다.

제2부 ‘근대 초기 교차로’에서는 16세기부터 18세기 사이 유럽을 다루며, 로마로부터 유래된 설명과 서사가 유럽 사상가들이 각자 내전에 대한 이해를 도출해내는 데 레퍼토리가 되어주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계몽주의 이후에는 내전과 혁명을 두고 형성된 두 개념 군이 서로 멀어졌고, 의도적으로 대립하는 위치에까지 놓여, 서로 확연히 구별되는 도덕적·정치적 함의를 지니게 되었다. 내전은 회고적이고, 파괴적이며, 퇴보하는 의미로 여겨졌고, 혁명에는 미래 지향적이고, 결실을 가져오는 진보적인 의미가 함축되었다.

따라서 성공을 거둔 내전은 혁명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동시에 혁명가들은 자신들이 내전에 참여해왔음을 부정했다. 하지만 사정은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두 범주는 20세기까지 줄곧 서로 겹치며 각자의 영역에 침투하기를 지속했다.

이 책의 제3부인 ‘현재까지의 경로’에서는 미국 내전 시대부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기까지 내전이 남긴 개념적 유산이 무엇인지를 추적한다. 이 역사 형성에 19세기가 가장 크게 이바지했던 것은 내전을 법이 미치는 영역 하에 위치시켜 내전에서 드러나는 격렬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시도했던 점이었다. 내전을 문명화시키는civilizing 일은 국제 법률공동체가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였고 여전히 우리 시대까지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 국제 법률공동체가 우
려하는 문제의 근원과 더불어 오늘날 국제 인도주의 법이라 불리는 영역 안에서 내전이 야기했던 긴장이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주제다. 해당 장에서는 20세기를 지나오면서 내전이 전 세계 무대로 나서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이 시기에 ‘내전’에 시달리는 공동체의 국경은 국가와 제국이란 물리적 경계 너머로 확장되어 전 세계를 아우르게 되었다. 그러한 확장을 가져온 원인으로 다양한 종류의 세계시민주의적 사고방식을 추적해볼 수 있다. 세계시민주의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쟁은 내전이라는 주장을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 충동은 20세기에 이뤄진 또 다른 노력과 대립한다. 바로 사회과학자들이 냉전 시기부터 시작해 내전 연구에서 개념적 명확성을 높이고자 들였던 노력인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기획이다.

결론 ‘말들의 내전’에서는 과거에 형성된 내전 정의와 이해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어 국제기구, 언론, 학계 논의를 구성하는 지적 DNA에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무엇이 내전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두고 우리가 느끼는 혼란도 상당 부분 이 과거에 기인함을 논한다. 로마 공화국 시기부터 누적되어온 개념사는 현대 법학과 사회과학 언어가 새롭게 쌓아 올린 층으로 인해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혼란만 초래하게 되었다. 결론에서는 내전을 두고 논쟁을 벌였던 과거로 인해 계속해서 복합적인 미래가 양산될 것임을 환기하려 한다. 그러한 미래를 마주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역사 지식을 갖추는지에 따라 전 세계 수만 명, 아니 심지어 수백만 명에게 미치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는 흔히 가장 취약한 이들과 가장 비참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포함된다.

왜 그런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2000년이 넘는 시간을 거슬러가서, 공화국 로마에서 내전이 어떻게 창안되었는지를 살펴봐야만 한다.

추천평

“아미티지의 분석은 간결하고, 놀랍도록 명료하며, 대단히 명철하다.”
- 린다 콜리 (뉴욕리뷰오브북스)
“이 책은 2000년이 넘는 기간 내전과 관련된 역사학, 법학, 철학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도, 그것이 가장 최근에 있었던 충격인 것처럼 시급하게 느껴지게 하고 내일의 소식처럼 새롭게 다가오도록 한다.”
- 리처드 크레이트너 (더네이션)
“통찰로 가득한 책. 내전이라 불리는 조직화된 폭력 유형을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궁금한 이는 누구든 아미티지의 정통한 역사 연구로부터 유익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존 그레이 (리터러리리뷰)
“짧으면서도 도발적인 책. 앞으로 남은 이번 세기 내내 우리와 공존하게 될 전쟁의 한 유형에 관한 가장 현실적인 해석일 것이다.”
- 테일러 다우닝 (월간 『전사戰史』)
“정통하면서도, 힘 있고, 멋들어지게 쓰였다. 뛰어난 방식으로 우리에게 ‘관념 속 역사’를 전해주는 데 성공했다. 그 관념은 과거에도 문제시되었고, 계속해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 앤서니 파그덴 (『계몽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