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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장에서 군인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의 실체를 파헤친 전율의 문제작!
국가와 사회에서 극악한 범죄 행위로 심판받는 행위가 전장에 나선 순간 합법적인 것으로 변모하고, 국가와 사회가 그것을 요구하고 격려할 때 젊은이들은 정말 아무런 심리적 갈등 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될까? 그리고 사회로 돌아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게 될까? 군사 심리학의 고전이 된 『살인의 심리학』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목차
차례
감사의 글
서문
1부 살해와 거부감의 존재_성행위를 연구하는 처녀들의 세계
1 싸우거나 도주하거나, 혹은 대치하거나 복종하거나
2 사격을 거부한 역사 속의 군인
3 왜 죽이지 못하는가
4 거부감의 본질과 원천
2부 살해와 전투 트라우마_살해가 정신적 사상자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
1 정신적 사상자의 본질
2 두려움의 지배
3 피로의 무게
4 죄책감과 공포의 진창
5 증오의 바람
6 의지의 우물
7 살해의 짐
8 장님들과 코끼리
3부 살해와 물리적 거리_당신도 멀리서는 친구로 보이지 않는다
1 거리
2 장거리 및 최장거리에서의 살해
3 중거리 및 수류탄 투척 거리에서의 살해
4 근거리에서의 살해
5 날무기를 사용한 살해
6 맨손을 이용한 살해
7 성적 거리의 살해
4부 살해의 해부_고려 대상이 되는 모든 요인들
1 권위자의 명령
2 집단 면죄
3 정서적 거리
4 피해자의 특성
5 살해자의 공격적 성향
6 고려 대상이 되는 모든 요인들
5부 살해와 잔학 행위_“그곳에는 영예도, 미덕도 없었다”
1 잔학 행위의 전반적 스펙트럼
2 잔학 행위의 어두운 힘
3 잔학 행위의 함정
4 잔학 행위의 사례 연구
5 거대한 덫
6부 살해 반응 단계_살해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가?
1 살해 반응 단계
2 모델의 적용
7부 베트남에서의 살해_우리는 군인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1 베트남에서의 둔감화와 조건 형성
2 우리는 군인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3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베트남에서 살해한 대가
4 인내심의 한계와 베트남의 교훈
8부 미국에서의 살해_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1 폭력 바이러스
2 영화를 통한 둔감화와 파블로프의 개
3 스키너의 쥐와 오락실의 조작적 조건 형성
4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학습과 역할 모델들
5 감성의 회복을 위하여
감사의 글
서문
1부 살해와 거부감의 존재_성행위를 연구하는 처녀들의 세계
1 싸우거나 도주하거나, 혹은 대치하거나 복종하거나
2 사격을 거부한 역사 속의 군인
3 왜 죽이지 못하는가
4 거부감의 본질과 원천
2부 살해와 전투 트라우마_살해가 정신적 사상자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
1 정신적 사상자의 본질
2 두려움의 지배
3 피로의 무게
4 죄책감과 공포의 진창
5 증오의 바람
6 의지의 우물
7 살해의 짐
8 장님들과 코끼리
3부 살해와 물리적 거리_당신도 멀리서는 친구로 보이지 않는다
1 거리
2 장거리 및 최장거리에서의 살해
3 중거리 및 수류탄 투척 거리에서의 살해
4 근거리에서의 살해
5 날무기를 사용한 살해
6 맨손을 이용한 살해
7 성적 거리의 살해
4부 살해의 해부_고려 대상이 되는 모든 요인들
1 권위자의 명령
2 집단 면죄
3 정서적 거리
4 피해자의 특성
5 살해자의 공격적 성향
6 고려 대상이 되는 모든 요인들
5부 살해와 잔학 행위_“그곳에는 영예도, 미덕도 없었다”
1 잔학 행위의 전반적 스펙트럼
2 잔학 행위의 어두운 힘
3 잔학 행위의 함정
4 잔학 행위의 사례 연구
5 거대한 덫
6부 살해 반응 단계_살해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가?
1 살해 반응 단계
2 모델의 적용
7부 베트남에서의 살해_우리는 군인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1 베트남에서의 둔감화와 조건 형성
2 우리는 군인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3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베트남에서 살해한 대가
4 인내심의 한계와 베트남의 교훈
8부 미국에서의 살해_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1 폭력 바이러스
2 영화를 통한 둔감화와 파블로프의 개
3 스키너의 쥐와 오락실의 조작적 조건 형성
4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학습과 역할 모델들
5 감성의 회복을 위하여
합법적인 전투에서 살해한 자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나는 살해하지 않기로 선택한 군인들 역시 심판하고 싶지 않다. 그러한 군인들은 많다. 실제로 나는 많은 역사적 상황 속에서 사선에 선 병사들 가운데 다수가 총을 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할 것이다. 그들과 같은 처지에 놓인 군인으로서, 나는 그들이 대의와 조국, 동료 전우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또한 그들의 어깨를 짓누른 짐의 무게와 그들이 치러야 했던 희생을 상당 부분 공명하는 인간으로서, 나는 우리 종을 대표할 만한 그들의 고귀한 성품에 대해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 p. 29-30
살해를 해본 적이 없는 자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전투 장면과 할리우드가 이해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문화적 신화를 바탕으로 살해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포르노그래피 영화를 보면서 성적 관계에서 느껴지는 친밀감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것처럼 무익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 p.35
죽은 군인은 죽음과 동시에 고통을 끝내지만, 그를 죽인 병사는 영원히 그와 같이 살다 죽어야 한다. 교훈은 점차 선명해진다. 살해는 전쟁의 전부이고, 전투 중 살해는 본질적으로 고통과 죄책감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전쟁의 언어는 우리가 전쟁의 실체를 부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전쟁을 보다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만든다.
--- p.156
현대의 군대는 변인을 조작함으로써 살해라는 수도꼬지의 물을 틀고 잠그면서 폭력이라는 물결의 방향을 조정한다. 그러나 이는 섬세함이 요구되는 위험한 과정이다. 너무 많이 틀면, 미라이 학살극이 벌어지고 전쟁 수행에 들인 노력은 평가절하된다. 너무 적게 틀면, 보다 공격적인 태도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 패배와 죽임을 당하게 된다.
--- p.279-280
권위자가 내린 명령이나 적군의 위협이 군인이 살해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 낼 만큼 아주 강렬한 경우에만, 그는 자신이 만족감을 느꼈다는 사실에 대해 수긍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목표물을 맞혔고, 친구들을 구했으며, 자기 목숨 또한 구했다. 그는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그는 이겼다. 그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의 상당 부분은 이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도취 감정에 충격을 받고 일어나는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군인들은 이것이 전투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매우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반응이라는 점, 그리고 살해에 대한 만족감은 전투에서 비교적 흔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측면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358
베트남에서 사격 비율을 네 배 이상 끌어 올린 것과 동일한 도구들이 이제 민간인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군인들은 자신들이 그들 스스로와 휘하 병사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었는지를 이제 막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전투원들의 생존과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러한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지게 된 마당에, 우리의 아이들에게 동일한 과정들을 무분별하게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 어찌 우려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p. 29-30
살해를 해본 적이 없는 자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전투 장면과 할리우드가 이해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문화적 신화를 바탕으로 살해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포르노그래피 영화를 보면서 성적 관계에서 느껴지는 친밀감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것처럼 무익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 p.35
죽은 군인은 죽음과 동시에 고통을 끝내지만, 그를 죽인 병사는 영원히 그와 같이 살다 죽어야 한다. 교훈은 점차 선명해진다. 살해는 전쟁의 전부이고, 전투 중 살해는 본질적으로 고통과 죄책감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전쟁의 언어는 우리가 전쟁의 실체를 부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전쟁을 보다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만든다.
--- p.156
현대의 군대는 변인을 조작함으로써 살해라는 수도꼬지의 물을 틀고 잠그면서 폭력이라는 물결의 방향을 조정한다. 그러나 이는 섬세함이 요구되는 위험한 과정이다. 너무 많이 틀면, 미라이 학살극이 벌어지고 전쟁 수행에 들인 노력은 평가절하된다. 너무 적게 틀면, 보다 공격적인 태도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 패배와 죽임을 당하게 된다.
--- p.279-280
권위자가 내린 명령이나 적군의 위협이 군인이 살해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 낼 만큼 아주 강렬한 경우에만, 그는 자신이 만족감을 느꼈다는 사실에 대해 수긍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목표물을 맞혔고, 친구들을 구했으며, 자기 목숨 또한 구했다. 그는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그는 이겼다. 그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의 상당 부분은 이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도취 감정에 충격을 받고 일어나는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군인들은 이것이 전투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매우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반응이라는 점, 그리고 살해에 대한 만족감은 전투에서 비교적 흔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측면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358
베트남에서 사격 비율을 네 배 이상 끌어 올린 것과 동일한 도구들이 이제 민간인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군인들은 자신들이 그들 스스로와 휘하 병사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었는지를 이제 막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전투원들의 생존과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러한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지게 된 마당에, 우리의 아이들에게 동일한 과정들을 무분별하게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 어찌 우려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p.441
출판사 리뷰
왜 살인을 연구하는가?
심리학자이자 예비역 중령인 데이브 그로스먼의 말에 따르면, 왜 살인을 연구하느냐고 묻는 것은 〈왜 성을 연구하는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 살인은 혐오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편한 주제다. 하지만 한 세기 전에는 성도 그랬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탁자의 다리까지 천으로 덮어 가릴 정도로 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조차 터부시했다. 하지만 프로이트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저자는 이제 살해에 드리워진 장막 또한 걷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성이 그러했듯이,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죽음과 살해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기를 거부하고 이를 은폐하고 부인하려고만 할 때, 사회는 뒤틀리고 왜곡된 방식으로 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로 사람들은 죽음과 살해의 장면을 늘 가까이에서 목격해 왔다. 일용한 양식을 만들기 위해 가정주부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야 했다. 아이들에게 그 일을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축장과 냉장고의 등장으로 우리는 음식으로 쓰기 위해 동물을 직접 죽일 필요가 없게 되었고, 양로원과 병원, 장례식장 등은 우리의 시야에서 죽음과 살해의 현장을 치워 버렸다. 하지만 사회가 살해를 위생적으로 방부 처리하는 사이, 이와 반대로 살해를 묘사하고 체험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강박적으로 커지고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연쇄살인마는 영화의 단골 주제가 되었다. 얼마나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잔인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가 흥행의 관건으로 보일 지경으로 말이다. 살인에 대한 억압과 강박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브 그로스먼의 『살인의 심리학』은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병리학적 징후를 보이며 터부시되어 있는 〈살해〉라는 주제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가 탐구하는 살해의 영역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살인 행위도, 범죄 심리학도 아니다. 그로스먼은 건강한 정신을 가진 평범한 보통 사람, 즉 군인의 살인 행위를 다룬다.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고 전장에 나가 싸우는 이 젊은이들은 바로 당신의 아들이자 친구이고 동료 시민이다. 전장에서 적을 죽이는 행위는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받는 행위일 뿐 아니라 칭송의 대상이 되는 행위다. 싸워 이긴 자는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전쟁은 불가피한 일이고, 그 와중에 저질러지는 살인은 합법적이고 나아가 바람직하기까지 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일까? 국가와 사회에서 극악한 범죄 행위로 심판받는 행위가 전장에 나선 순간 합법적인 것으로 변모하고, 국가와 사회가 그것을 요구하고 격려할 때, 젊은이들은 정말 아무런 심리적 갈등 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될까? 그리고 사회로 돌아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게 될까? 그로스먼의 논의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살인, 죽음보다 더한 두려움
우리는 할리우드가 묘사하는 전투 장면에 익숙해져 있다. 첨단 기술로 재현해 내는 전투 장면은 놀라울 정도로 박진감 넘치고 생생해서 마치 실제 전투 현장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로스먼은 할리우드가 묘사하고 있는 전투 장면 대부분은 거짓말이라고 단언한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제임스 본드, 람보, 인디애나 존스 등 할리우드의 영웅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묘사가 살해의 본질에 대해 알려 주는 바는 아무것도 없다. 실상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로스먼의 논의는 인간의 내면에는 동료 인간을 죽이는 것에 대한 깊은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당연히 살인은 어려운 일이고 자신은 사람을 죽이는 일 따위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로스먼은 적절한 환경에서 적절한 훈련을 받게 되면 누구라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자신을 죽이려고 덤비는 자와 맞닥뜨리게 되면 그 누구라도 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로스먼은 역사적으로 전장에 나갔던 병사들 대다수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적을 죽일 생각을 하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많은 증거를 제시한다. 살해에 대한 거부감은 병사가 이를 극복하기도 전에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강력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80만 이상의 군인에게 정신적인 이유로 군복무에 부적합한 것으로 분류되는 F-4 등급을 내리고 이들을 전투에 투입하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50개 사단에 맞먹는 50만 이상의 병사가 정신 질환을 이유로 후송되는 사태를 맞이해야 했다. 왜 전쟁 중에 이토록 많은 정신적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는 걸까? 많은 연구자가 이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그들은 여러 이유들을 제시하며 정신적 손상의 주된 원인은 자신이 죽거나 다칠지 모른다는 병사들의 두려움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스먼은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며, 살해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실제 살해에 뒤따르는 죄책감이 병사들이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로스먼은 실제 살해 행위 시 일어나는 심리적 과정을 상세히 분석한다. 먼저 물리적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살인 행위의 심리적 부담의 강도를 소상히 다룬 다음, 권위자의 명령, 집단 면죄, 정서적 거리(문화적 거리, 도덕적 거리, 사회적 거리, 기계적 거리), 피해자의 특성, 살해자의 공격적 성향 등 군인으로 하여금 살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여러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심리학자이자 예비역 중령인 데이브 그로스먼의 말에 따르면, 왜 살인을 연구하느냐고 묻는 것은 〈왜 성을 연구하는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 살인은 혐오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편한 주제다. 하지만 한 세기 전에는 성도 그랬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탁자의 다리까지 천으로 덮어 가릴 정도로 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조차 터부시했다. 하지만 프로이트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저자는 이제 살해에 드리워진 장막 또한 걷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성이 그러했듯이,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죽음과 살해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기를 거부하고 이를 은폐하고 부인하려고만 할 때, 사회는 뒤틀리고 왜곡된 방식으로 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로 사람들은 죽음과 살해의 장면을 늘 가까이에서 목격해 왔다. 일용한 양식을 만들기 위해 가정주부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야 했다. 아이들에게 그 일을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축장과 냉장고의 등장으로 우리는 음식으로 쓰기 위해 동물을 직접 죽일 필요가 없게 되었고, 양로원과 병원, 장례식장 등은 우리의 시야에서 죽음과 살해의 현장을 치워 버렸다. 하지만 사회가 살해를 위생적으로 방부 처리하는 사이, 이와 반대로 살해를 묘사하고 체험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강박적으로 커지고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연쇄살인마는 영화의 단골 주제가 되었다. 얼마나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잔인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가 흥행의 관건으로 보일 지경으로 말이다. 살인에 대한 억압과 강박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브 그로스먼의 『살인의 심리학』은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병리학적 징후를 보이며 터부시되어 있는 〈살해〉라는 주제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가 탐구하는 살해의 영역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살인 행위도, 범죄 심리학도 아니다. 그로스먼은 건강한 정신을 가진 평범한 보통 사람, 즉 군인의 살인 행위를 다룬다.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고 전장에 나가 싸우는 이 젊은이들은 바로 당신의 아들이자 친구이고 동료 시민이다. 전장에서 적을 죽이는 행위는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받는 행위일 뿐 아니라 칭송의 대상이 되는 행위다. 싸워 이긴 자는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전쟁은 불가피한 일이고, 그 와중에 저질러지는 살인은 합법적이고 나아가 바람직하기까지 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일까? 국가와 사회에서 극악한 범죄 행위로 심판받는 행위가 전장에 나선 순간 합법적인 것으로 변모하고, 국가와 사회가 그것을 요구하고 격려할 때, 젊은이들은 정말 아무런 심리적 갈등 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될까? 그리고 사회로 돌아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게 될까? 그로스먼의 논의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살인, 죽음보다 더한 두려움
우리는 할리우드가 묘사하는 전투 장면에 익숙해져 있다. 첨단 기술로 재현해 내는 전투 장면은 놀라울 정도로 박진감 넘치고 생생해서 마치 실제 전투 현장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로스먼은 할리우드가 묘사하고 있는 전투 장면 대부분은 거짓말이라고 단언한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제임스 본드, 람보, 인디애나 존스 등 할리우드의 영웅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묘사가 살해의 본질에 대해 알려 주는 바는 아무것도 없다. 실상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로스먼의 논의는 인간의 내면에는 동료 인간을 죽이는 것에 대한 깊은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당연히 살인은 어려운 일이고 자신은 사람을 죽이는 일 따위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로스먼은 적절한 환경에서 적절한 훈련을 받게 되면 누구라도 살인을 저지를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자신을 죽이려고 덤비는 자와 맞닥뜨리게 되면 그 누구라도 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로스먼은 역사적으로 전장에 나갔던 병사들 대다수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적을 죽일 생각을 하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많은 증거를 제시한다. 살해에 대한 거부감은 병사가 이를 극복하기도 전에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강력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80만 이상의 군인에게 정신적인 이유로 군복무에 부적합한 것으로 분류되는 F-4 등급을 내리고 이들을 전투에 투입하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50개 사단에 맞먹는 50만 이상의 병사가 정신 질환을 이유로 후송되는 사태를 맞이해야 했다. 왜 전쟁 중에 이토록 많은 정신적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는 걸까? 많은 연구자가 이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그들은 여러 이유들을 제시하며 정신적 손상의 주된 원인은 자신이 죽거나 다칠지 모른다는 병사들의 두려움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스먼은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며, 살해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실제 살해에 뒤따르는 죄책감이 병사들이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로스먼은 실제 살해 행위 시 일어나는 심리적 과정을 상세히 분석한다. 먼저 물리적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살인 행위의 심리적 부담의 강도를 소상히 다룬 다음, 권위자의 명령, 집단 면죄, 정서적 거리(문화적 거리, 도덕적 거리, 사회적 거리, 기계적 거리), 피해자의 특성, 살해자의 공격적 성향 등 군인으로 하여금 살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여러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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