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한국역사의 이해 (독서>책소개)/2.한국사일반

한국사는 없다 (2024) -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

동방박사님 2024. 7. 26. 07:27
728x90

책소개

‘아는 역사’를 넘어 ‘써먹는 역사’의
영역을 개척한 한국사의 걸작!
동아시아와 한반도 역사의 변곡점을 만든 14가지 결정적 사건들
그리고 역사의 현재성을 담보하는 필연의 법칙들

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주요 인물의 과거 행적을 알고자 하는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과거 이력에는 한 사람에 관한 수많은 정보가 축적되어 있어서 그의 언행과 현재의 처지, 능력 등의 진위를 가늠하는 판단 기준이 된다. 역사를 탐구하는 이유 역시 이와 비슷하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을 들여다봄으로써 이 세계가 처한 현실과 갖가지 현상들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 이것이 역사라는 학문이 지닌 참된 역할이다. 하지만 사건과 인물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역사 공부가 아니다. 역사 연표를 달달 외는 형태의 교육과 학습은 지식 자랑에는 도움이 되지만, 과거를 현재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역사책이 주요 왕과 위인의 업적에 주목하고 사건의 표면만 다루며 지루할 만큼 엇비슷한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이는 대다수의 저자들이 역사를 움직인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채 역사의 틀 안에서 역사를 기술하기 때문이다.

『한국사는 없다』는 역사를 움직인 원동력을 국가와 민족 간의 충돌이나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의 정치적 의도에 국한하지 않는다. 왕을 비롯한 몇몇 리더의 결정과, 그에 수반된 전쟁과 새로운 시도는 역사를 움직인 여러 수레바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리더 집단이 그러한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사건이 일어난 배경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렇게 사건의 원인과 과정, 결과, 가까운 미래에 끼친 영향까지 총체적으로 살펴야 역사라는 과거는 현재성을 획득한다. 나아가 역사의 흐름 속에 내재된 필연적인 법칙과 방향성을 파악하여 이를 현재와 미래에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은 기후학, 지리학, 사회학 등의 역사 외적인 요소와 당대의 세계정세, 시대의 변화라는 폭 넓은 시각에서 한국사를 해석한다. 환웅과 단군으로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는 오천 년 우리 역사를 통사적으로 훑어 내려오다가 한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 사건에 이르러 깊이 파고들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단순히 그 사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조건들을 먼저 살펴서 원인과 배경을 제시하고, 사건이 후대에 끼친 영향까지 밝힌다. 이렇게 세계사의 관점, 전 지구적인 시각에서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한국사의 틀 안에서는 결코 해결되지 않던 지점들이 풀린다. 그리고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고 깊어진다. 이 책을 펼친 독자들은 역사가 현실의 유용한 도구가 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목차

추천사 1 제대로 된 한국사를 만났다! (김용석)
추천사 2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그리고 세계 시민을 위한 한국사 (한영준)
추천사 3 이보다 선명하게 과거를 재현한 역사책은 아직 없었다! (박준홍)

저자의 말 한국사를 벗어나 한국사를 바라보다

1장 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은 곰이 아니라 호랑이가 되었는가?
: 단군 설화가 말해주는 역사적 사실들

단군 설화의 진짜 주인공은 환웅?│4.2ka 이벤트가 고대 세계를 붕괴시키다│선진 농경 지식을 갖춘 환웅 세력이 가져온 변화│단군 설화는 한반도 지배 세력의 변화를 보여준다│그래서 왜 호랑이가 우리 민족의 상징이 되었나?

2장 고대 한반도의 중국, 낙랑군에 얽힌 역사의 진실
: 한사군이 우리 역사에 남긴 유산

한(漢), 고조선을 치고 한사군을 설치하다│한 무제는 왜 고조선을 쳤나 1 : 디커플링│한 무제는 왜 고조선을 쳤나 2 : 흉노를 고립시켜라│한사군은 어디에 있었나?│고대 동아시아의 코스모폴리스, 낙랑│낙랑군의 유산│낙랑군은 우리 민족의 부끄러운 역사일까?

3장 변방의 약소국 신라가 급부상한 결정적 사건
: 한반도의 트로이 전쟁, 포상팔국의 난

삼국 시대의 ‘1번 국도’ 서남해 연안해로│낙랑군 소멸로 막혀버린 무역로│동아시아의 보석, 금관가야│동아시아의 트로이 전쟁, 포상팔국의 난│뒤바뀐 신라와 금관가야의 지위

4장 장수왕은 왜 광활한 만주를 포기하고 남쪽으로 향했는가?
: 군사 강국 고구려의 외교력

‘노잼’ 장수왕의 시대│Go South│한랭기와 고구려의 남하│고구려를 봉쇄하라 : 백제판 ‘쿼드’│고구려의 ‘쿼드’ 무력화│개로왕의 과감한 도박│장수왕, 움직이다│수나라의 통일, 고구려의 위기│고구려 외교의 마지막 불꽃│아프라시압 벽화가 말해주는 것

5장 우리 땅에 남은 일본식 무덤과 중국의 풍습에 숨겨진 고대의 미스터리
: 우리 땅에 새겨진 불편한 흔적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막장 드라마 같은 무령왕의 출생 설화│왜(倭)는 약한 후진국이었나?│수수께끼의 고분│J-무덤에 꽂힌 전남?│지일파 국왕의 시대│경주에서 발견된 시신들│신라에 온 진(秦)나라 사람들

6장 한반도의 합스부르크 왕가, 고려 왕실의 지배 전략
: 장사꾼의 마인드로 국제 정세를 살피다

무역상 집안│왕건은 왜 나주로 갔을까?│고려식 합스부르크 전략│고려는 자유 무역 국가였나?│고려를 만든 다극 체제의 국제 환경

7장 팍스 몽골리카가 고려와 조선에 남긴 유산
: 몽골 간섭기는 치욕의 역사인가?

몽골을 상대로 한 왕전의 도박│성공한 도박이 고려를 구하다│쿠빌라이 칸의 선물│고려의 대몽 항쟁 포기와 일본 침공│무쿠리와 고쿠리의 전설│고려의 대몽 항쟁 포기는 굴욕일까?│몽골의 정치 개입은 모두 나빴을까?│팍스 몽골리카의 혜택

8장 조선 건국이라는 필연적인 상황을 만든 세계정세와 기후 변화
: 한반도의 중세 역사를 뒤흔든 기후 이야기

14세기 한랭기에 휩싸인 팍스 몽골리카│한랭기의 결핍이 토지 활용법에 혁신을 일으키다│정도전의 토지 개혁│몽골보다 위협적이었던 왜구│자유 무역 시스템의 종말

9장 애민 군주 세종 대왕이 노비 억제 정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
: 유독 고려 말과 조선 사회에서 노비 제도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인가?

16세기의 글로벌 노예 마켓│유대계 포르투갈 상인의 조선인 노예│조선 인구의 40퍼센트는 노비│왜 고려 말에 노비가 급격하게 늘어났을까?│대농장의 시대│조선 건국 세력의 집중과 선택│양천교혼으로 노비를 늘린 퇴계 이황│노비를 줄이려는 왕과 늘리려는 사대부

10장 대항해 시대, 조선과 일본의 위치가 뒤바뀐 결정적 사건
: 팍스 몽골리카 이후 세계정세의 급격한 변화

명나라의 폐쇄적 무역 시스템│조공 외교의 이면│이와미 은광│임진왜란은 경제 전쟁?│중국은 왜 바다에서 철수했나?│“납 한 근으로 은 두 돈을 불릴 수 있습니다”│일본에서 넘어온 막대한 은│연은분리법, 일본에서 꽃을 피우다│인삼은 누구의 특산품인가?│중국 대신 일본으로

11장 기후 재앙을 이겨낸 한국사의 숨은 영웅
: 소빙기가 연출한 병자호란과 대동법

임진왜란은 예고편이었다│소빙기가 연출한 병자호란│굶주린 여진족, 조선을 노리다│후금의 후방 보급 기지가 된 조선│온돌의 확산과 함께 사라진 숲│마지막 위기│대동법의 등장│소빙기가 대동법을 살리다│최선을 다했던 현종

12장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은 왜 귀국하지 않았는가?
: 조선 통신사의 눈에 비친 일본의 변화

조선 도공들은 왜 규슈로 갔을까?│나베시마냐, 시마즈냐, 엇갈린 도공들의 운명│나에시로가와, 일본 속 작은 조선│메이지 유신과 나에시로가와의 해체│도공에서 외무대신까지, 박평의 가문의 여정│도공들은 왜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나?│국교 재개가 필요했던 조선과 일본│"귀국에는 만국전도가 없습니까?"│계미 통신사와 가메이 난메이의 만남│일본은 ‘이단의 나라’│통신사의 끝

13장 in 서울을 선호하는 정서는 언제 시작되었는가?
: 한양 독점 시대와 서울 집중화 현상의 기원

TK 전성시대에서 한양 전성시대로│서울 독주 시대의 개막│최한기를 붙잡은 서울의 매력, 소프트파워│유만주는 왜 마포에 가서 돈을 빌렸나?│이스트엔드와 마포│급등하는 서울의 집값

14장 근대 열강들이 주목한 한반도의 가치와 조선의 운명
: 거대한 제국주의의 파도 앞에서 조선과 일본이 선택한 갈림길

거문도 섬 주민과 영국 해군의 기묘한 동거│대양에 진출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저지하려는 영국의 대결│열강이 주목한 거문도의 가치│조선의 의도치 않은 '도박' : 인아거청│일본과 조선이 열강을 대하는 자세│일본의 대러 공포증과 을미사변│일본에 날개를 달아준 영일 동맹
 

저자 소개

저 : 유성운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다. 「동아일보」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정치부-사회부를 거쳐 현재는 다시 정치부에 재직중이며, 지면과 온라인에 ‘유성운의 역사정치’, ‘역歷발상’, ‘역지사지’ 등 역사 관련 칼럼을 연재했다.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후와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학원에서는 기후환경학을 공부했다. 기후와 역사의 연결 고리를 이어나가는 데 관심이 많...

책 속으로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장수왕의 남하 정책도, 5호 16국 시대의 개막도, 로마 제국의 멸망(476년)도 기후가 연출한 역사의 한 장면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역사는 기후, 환경, 세계정세 등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어느 개인이나 정치 세력의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좁다. 따라서 자국의 역사만 주목해서 바라보면 이러한 고리들을 놓치게 된다.
---「저자의 말 : 한국사를 벗어나 한국사를 바라보다」중에서

인구가 늘어나면서 식량 압박이 시작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선택한 것이 바로 농경이다. 농경은 제한된 면적에서 식량 생산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늘어난 인구를 부양할 수 있게 해주었다. 20세기 후반 튀르키예에서 발굴된 차탈회위크 유적은 인류의 이런 과정을 잘 보여준다. 고고학자들은 이곳에 모여 살던 주민들이 처음에는 수렵과 채집, 목축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식량 문제에 맞닥뜨리자 원시 농업으로 식량을 보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학교에서는 ‘농업 시작→정착 생활’이라는 패턴으로 가르치고 있지만, 차탈회위크 유적을 발굴함으로써 고고학자들은 ‘정착 생활→농업 시작’이라는 새로운 주장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은 곰이 아니라 호랑이가 되었는가?」중에서

수렵과 채집은 짧은 시간에 식량 문제를 해결해준다. 반면에 농경은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제거하는 노동력과, 곡물이 성장하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수렵 채집민이 농민으로 전환하는 일은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만으로 연명하는 것만큼이나 힘겨운 과정이었을 것이다. 결국 호랑이로 상징되는 부족은 이 고된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리고 남은 곰 부족은 환웅 세력과 연대해 국가(고조선)를 건설했다.
---「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은 곰이 아니라 호랑이가 되었는가?」중에서

카이사르가 정복한 이후 영국은 400여 년간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어찌 보면 굴욕의 시간이었고 영국사의 암흑기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영국인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듯했다. 이곳을 주요 관광지로 잘 보존하며 알리고 있을뿐 아니라 심지어 내가 찾아간 2022년은 영국 헤리티지 재단이 지정한 하드리아누스 성벽 방문의 해였으니 말이다.
---「고대 한반도의 중국, 낙랑군에 얽힌 역사적 진실」중에서

수나라와 당나라가 엄청난 국력 소모를 감수하면서 수차례 고구려를 침공한 배경도 이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대개 이런 과정이다. ①대륙에 통일 국가가 세워지고, ②내부 혼란을 정비하고 나면 ③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한반도로 향했다. 한반도가 중국 중심의 중화 체제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는다면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이 한 무제 이래 이어진 중국의 대한반도 인식이었다. 시진핑 시대가 공고해지면서 한중 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고대 한반도의 중국, 낙랑군에 얽힌 역사적 진실」중에서

낙랑군 400년 역사가 한반도에 남긴 영향은 컸다. 고조선은 8조법으로 다스렸다고 알려져 있는데, 낙랑군 시기에는 법 조항이 무려 60조목으로 늘어났다. 한나라의 행정 체계에 편입되면서 화폐 경제를 도입하는 등 사회 구조가 한층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 시기 낙랑군은 한반도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가장 문명이 앞선 지역이었다. 그래서 낙랑군은 한반도 각국에 선진 문명을 보급하는 전달자 역할을 했다.
---「고대 한반도의 중국, 낙랑군에 얽힌 역사적 진실」중에서

교과서에서는 국가의 흥성을 주로 중앙 집권화의 성공, 귀족 등 기득권 세력 억제, 종교를 통한 국론 통일 등으로 설명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정치적 시각에서만 역사를 바라보는 것 아닐까? 사실 이 조건대로라면 지금 세계에서 가장 흥성해야 할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몇몇 이슬람 국가들일지도 모른다.
---「변방의 약소국 신라가 급부상한 결정적 사건」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국사의 틀 안에서는 결코 한국사를 제대로 볼 수 없다!”

고구려 장수왕, 중국 유목 민족, 북유럽 게르만족이 비슷한 시기에 남하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학생 시절에 필수 과목이었던 ‘국사’를 공부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한국사와 담을 쌓았다 하더라도 몇몇 사건은 기억할 것이다. 그 가운데 ‘그때 그랬다면…’이라는 아쉬움을 자아내는 장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장면 가운데 하나가 고구려 장수왕의 남하 정책이 아닐까?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정복 군주였던 아버지 광개토 대왕이 만주 북부까지 넓혀놓은 광활한 영토를 포기하고 한반도의 한강 지역으로 기수를 돌린 장수왕의 선택은 협소한 한반도에서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현대 한국인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장수왕이 만주를 포기하고 한강으로 향하던 시기에 중국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아는가? 중국에서는 북쪽의 초원 지대에 살던 다섯 유목 민족이 남쪽의 중원으로 쳐들어가 중국 왕조를 밀어내고 5호 16국 시대를 열었다. 유럽에서는 북유럽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게르만족이 대거 남하하여 로마 제국을 뒤흔들었다. 학교에서 ‘게르만족의 대이동’이라고 배웠던 사건이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와 중국, 유럽의 북쪽 세력을 남쪽으로 이동하게 만든 원인이 뭘까? 답은 기후다. 4~5세기경 지구 전체에 평균 기온이 낮아지는 한랭기가 닥치면서 북쪽 지역의 곡물 생산이 어려워지자 고구려의 장수왕과 중국 북쪽의 유목 민족들, 북유럽의 게르만족은 따뜻한 남쪽으로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기존 질서에 균열을 가하는 역사적 변혁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처럼 ‘기후’라는 변수를 대입하지 않으면 이 시기에 일어난 역사의 흐름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는 이미 기후학과 지리학, 사회학 등을 적용하여 역사를 해석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역사 연구는 여전히 한국사 내부의 연구 결과만을 자료로 활용하기에 특정 집단의 정치적 결정이나 영토 분쟁을 가장 주요한 잣대로 삼는다. 하지만 이처럼 협소한 시각에서 바라보면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조선의 근대화가 일본보다 늦었던 이유를 전적으로 흥선 대원군의 쇄국 정책 탓으로 돌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사실은 고려 말기부터 시작되어 조선에 이르러 강화되고 확장된 노비 제도로 인해 국가의 주요 노동력이 상공인과 도시 노동자로 편입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이유였음에도 말이다.

“한국사를 명징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14가지 사건을 심층 분석하다!”

한국사를 세계사로 확장하는 동시에 현대인의 일상으로 소환하다

이 책은 고조선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는 오천 년 역사를 통사적으로 다룬다. 그러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14군데의 급소를 찌른다. 이 14가지 역사적 사건들은 한국사의 물줄기를 바꾼 변곡점이자 동시에 그동안 한국사를 공부하면서도 쉽게 풀리지 않았던 의문을 해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선진 농경 지식을 갖춘 환웅 세력과 결합하여 고조선의 일원이 된 곰 부족은 왜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을까? 고조선 멸망 이후 우리 땅에 들어선 한사군(낙랑군)은 한반도의 우리 민족 국가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삼국 시대의 세 나라 가운데 가장 뒤처졌던 신라가 통일의 주역이 된 까닭은 무엇인가? 숱한 침략을 당하면서도 한반도가 중국이나 일본의 영토가 되지 않은 이유는? 부동산에 목을 매는 우리 국민의 정서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유럽에서 시작된 대항해 시대와 임진왜란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은 왜 귀국하지 않았는가? 유력 가문들의 아지트였던 TK(대구/경북) 지역이 저물고 한양(서울) 전성시대가 열린 까닭은? 근대 열강들이 탐했던 조선의 지정학적 가치는 무엇인가?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은 14가지 주제를 심도 깊게 다루면서도 ‘고조선-한반도의 고대 국가-삼국 시대-통일 신라-후삼국 시대-고려-조선-일제 강점기’로 이어지는 통사적 구성을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구성은 한국사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각 사건들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한국사 초급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앞서 밝혔듯, 이 책은 기후학, 지리학, 사회학, 세계정세, 시대 변화, 집단 심리 등의 다양한 요소를 적용하여 우리 역사를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이제껏 한국사를 다룬 어떤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책만의 장점이다. 그렇다고 역사를 해설하는 새로운 시도 그 자체가 미덕일 수는 없다. 이 책의 참된 미덕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역사적 사건의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진짜 사실’을 발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발굴한 사실들은 단 몇 줄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간단하지는 않지만, 그 저변에는 변화하는 시대를 돌파하거나 적응하여 생존해내고자 했던 당대인들의 고뇌가 깔려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와 같은 삶의 고민과 노력은 공간과 인종을 가리지 않기에 한국사의 주요한 사건들은 어쩔 수 없이 세계사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사는 없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은 한국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와 환경을 극복하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이 쌓아온 시간과 사건이 한국사라는 틀에 가둘 수만은 없는, 세계 역사를 이룬 중요한 흐름이었음을 드러내기 위한 것임을 밝힌다.
 
추천평
유성운은 글을 잘 쓴다. 그의 글은 호객(?)에 강점이 있다. 읽는 이를 잘 끌어들이고 탄탄한 사실 관계를 유연하게 풀어내면서도 여운이 짙게 남는 이슈를 던진다. 이 책 한사군漢四郡 부분을 꼭 보라. 먼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경계에 세운 고대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성벽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웬 로마? 그런데 한반도의 낙랑군으로 매끈하게 이어진다. 평양 장백동 무덤의 발굴 성과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한사군 위치 논쟁과 낙랑군의 의미 등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묻는다. 영국은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인 정복왕 윌리엄을 왕실 족보의 맨 위에 올려놓는데, 우리는 왜 실체가 명백한 낙랑군을 외면하려 하는가? 이러한 은폐와 왜곡이 우리의 인식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이 책은 하나의 작은 사건이 역사의 변곡점이 되는 순간을 추적한 역작이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한국사의 잃어버린 퍼즐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연표식 전개, 사건과 흥미 위주의 해설에서 벗어나 기후와 세계정세 변화 등을 적용해 입체적으로 조명한 제대로 된 한국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 김용석 (전 서울역사박물관장, 현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최근 한국인의 관심사가 일상과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이웃들로 확장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는 데 속도가 붙는 듯하다. 이젠 세계적인 시각과 지구적인 관점에서 한국사를 바라볼 때가되었다. 한국사를 국사國史라 부르며, 우리 역사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인식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만의 역사란 존재할 수 없다. 인류는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한국사 역시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빚어졌으며, 그것은 전 세계적이고 전 지구적인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은 한국사를 이야기하면서도 생각의 폭을 세계와 지구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홀로세의 기후 변동과 단군 설화, 14세기 유라시아 대륙의 자연 환경과 조선의 건국을 연결하는 대목 등은 전 지구적인 시각에서 한국사를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사는 없다’는 도발적인 제목과 달리, 책에는 한국의 역사를 향한 저자의 애정이 가득하다. 역사의 큰 흐름을 따라가다가 어느새 지금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색다른 한국사의 여정으로 함께 떠나보자.
- 한영준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저자, 유튜브 〈두선생의 역사공장〉 운영자)
우리는 인류 역사라는 흐름 속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하며, 미래에도 존재해낼 것이다. 존재란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 흐름에 무지하다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면, 흘러갈 뿐 존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한국사는 없다』는 단순히 지금껏 우리가 배워온 한국사가 틀렸다거나 미처 몰랐던 사실을 전달해주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한 맥을 짚어준다. 저자는 역사에 대한 시각은 물론 현재 우리가 당면한 역사 문제의 갈등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그 진실과 핵심을 그려낸다. 저자가 전하는 과거의 이야기들은, 안개가 걷힌 새로운 한반도의 모습을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 전혀 다른 시각의 현재를 선물할 것이다.
- 박준홍 (유튜브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운영자이자 동명의 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