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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물리치기 힘든 인간의 본성, 중독
현명한 회복의 길을 인류 역사에 묻다
심각한 알코올, 약물 중독자였던 저자는 정신과 교수 겸 의사로서 힘겨운 회복의 과정을 몸소 겪었다. 생명 윤리학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이 겪은 중독과 회복의 생생한 경험, 그리고 환자들의 사례를 들려주면서, 인류가 오랫동안 제대로 다루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중독]이라는 현상의 역사를 다채롭게 추적한다. 의학, 과학, 문학, 예술, 종교, 철학, 사회학, 공공 정책을 아우르는 이 책은 우리가 중독의 역사를 파고들어 그 성공과 실패를 되짚어 보아야만, 중독으로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이고 희망적인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목차
들어가기 전에
머리말
제1부. 이름을 찾는 과정
1. 토대: [중독] 이전
2. 유행병
3. 의지의 질병
제2부. 무절제의 시대
4. 씌움
5. 미국의 첫 번째 아편 유행
6. 마약 상습자
제3부. 현대 중독의 뿌리
7. 현대 금주 운동
8. 좋은 약물과 나쁜 약물
제4부. 법정으로 간 중독
9. 재활
10. 무관용
11. 중독의 이해
맺음말: 회복
머리말
제1부. 이름을 찾는 과정
1. 토대: [중독] 이전
2. 유행병
3. 의지의 질병
제2부. 무절제의 시대
4. 씌움
5. 미국의 첫 번째 아편 유행
6. 마약 상습자
제3부. 현대 중독의 뿌리
7. 현대 금주 운동
8. 좋은 약물과 나쁜 약물
제4부. 법정으로 간 중독
9. 재활
10. 무관용
11. 중독의 이해
맺음말: 회복
책 속으로
그 소동이 일어났을 때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 방 문 바로 앞에서, 새로 온 남자가 루이스의 얼굴에 주먹을 한 방 먹이고 있었다. 문 밖에는 전화기가 있었다. 마치 거리에서 가져다 놓은 것처럼 보이는 튼튼한 철제 공중전화였다. 루이스는 그저 가족과 통화하려고 했을 뿐이다. 루이스는 몇 번인지 모를 정도로 거듭되는 재발과 입원으로 생긴 의기소침함 때문에 어깨가 구부정해진 점잖은 노인이었다. 그러나 몇 시간 전에 새로 온 사내는 미친 사람처럼 이리저리 오락가락했고, 안 된다는 말은 절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정신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 신출내기 의사였던 내가 어떻게 이 도시의 악명 높은 공공 병원인 벨뷰 병원의 정신과 환자가 되었는지 이해하려는 중이다. 벨뷰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은 곧 의사들이 다루기 가장 힘든 만성적인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 p. 14
나는 해답을 구하면서 이 분야에 몰두하여 중독 심리학과 중독 신경 과학을 연구했다. 올바른 정의를, 즉 중독을 설명해 줄 정확하고 정연한 의학 이론을 찾고 싶었다. 그렇지만 곧 힘에 부쳤다. 그 분야는 혼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중략) 어떤 이들은 중독이 기본적으로 뇌 질환이라고 역설했다. 다른 이들은 그러한 두뇌 중심적 견해 때문에 트라우마와 억압적 제도를 포함하는 심리적, 문화적, 사회적 차원을 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다른 의학 분야도 이처럼 문화적 편견과 이데올로기에 강력히 지배당하지는 않는다. --- p. 17
오늘날의 중독을 이해하려면 과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중독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중략) 수백 년 동안 정책과 낙인찍기와 인종주의가, 작금에 우리가 중독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또는 치료에 실패하는 방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알아냈다. 우리는 오랫동안 중독 개념을 일종의 무기로 휘둘렀다. 〈약물〉에 대한 전쟁뿐만 아니라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전쟁에도 쓴 것이다. (중략) 중독이 단지 의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애착을 비롯해 정체성과 권력, 상업, 공포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 p. 19
〈중독〉이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채택되었지만, 중독이라는 개념은 폭넓게 정의하면 일종의 질병이라는 관념부터 의지와 자제력의 포괄적인 철학적 표현까지 많은 것을 포함한다. 현대의 중독 개념이 구체화하기 훨씬 전에, 사상가들은 그러한 관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골몰했다. 사실상 그들이 우리의 중독 관념의 토대를 형성했다. --- p. 32
오늘날에는 모든 정신 질환은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존재하는 것 같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물질 사용 문제는 선명하게 구분되는 스펙트럼 위에 있지만 경증과 중증 사이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지 보여 주는 자료상의 명백한 변이 단계는 없다. --- p. 42
회복은 개인적인 여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경험이다. (중략) 역사가 내내 우리에게 알려 주려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중독은 몹시 평범하다. 삶의 즐거움과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법이고,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인간 운명의 한 가지 표현일 뿐이다. 중독이 인간의 속성이라면, 그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중독을 끝내지 못할 것이다. 중독과 함께 지낼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격렬하게. 그러나 전쟁을 치르듯이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본성에 맞서 싸우는 전쟁은 부질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정신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 신출내기 의사였던 내가 어떻게 이 도시의 악명 높은 공공 병원인 벨뷰 병원의 정신과 환자가 되었는지 이해하려는 중이다. 벨뷰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은 곧 의사들이 다루기 가장 힘든 만성적인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 p. 14
나는 해답을 구하면서 이 분야에 몰두하여 중독 심리학과 중독 신경 과학을 연구했다. 올바른 정의를, 즉 중독을 설명해 줄 정확하고 정연한 의학 이론을 찾고 싶었다. 그렇지만 곧 힘에 부쳤다. 그 분야는 혼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중략) 어떤 이들은 중독이 기본적으로 뇌 질환이라고 역설했다. 다른 이들은 그러한 두뇌 중심적 견해 때문에 트라우마와 억압적 제도를 포함하는 심리적, 문화적, 사회적 차원을 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다른 의학 분야도 이처럼 문화적 편견과 이데올로기에 강력히 지배당하지는 않는다. --- p. 17
오늘날의 중독을 이해하려면 과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중독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중략) 수백 년 동안 정책과 낙인찍기와 인종주의가, 작금에 우리가 중독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또는 치료에 실패하는 방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알아냈다. 우리는 오랫동안 중독 개념을 일종의 무기로 휘둘렀다. 〈약물〉에 대한 전쟁뿐만 아니라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전쟁에도 쓴 것이다. (중략) 중독이 단지 의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애착을 비롯해 정체성과 권력, 상업, 공포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 p. 19
〈중독〉이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채택되었지만, 중독이라는 개념은 폭넓게 정의하면 일종의 질병이라는 관념부터 의지와 자제력의 포괄적인 철학적 표현까지 많은 것을 포함한다. 현대의 중독 개념이 구체화하기 훨씬 전에, 사상가들은 그러한 관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골몰했다. 사실상 그들이 우리의 중독 관념의 토대를 형성했다. --- p. 32
오늘날에는 모든 정신 질환은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존재하는 것 같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물질 사용 문제는 선명하게 구분되는 스펙트럼 위에 있지만 경증과 중증 사이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지 보여 주는 자료상의 명백한 변이 단계는 없다. --- p. 42
회복은 개인적인 여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경험이다. (중략) 역사가 내내 우리에게 알려 주려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중독은 몹시 평범하다. 삶의 즐거움과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법이고,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인간 운명의 한 가지 표현일 뿐이다. 중독이 인간의 속성이라면, 그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중독을 끝내지 못할 것이다. 중독과 함께 지낼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격렬하게. 그러나 전쟁을 치르듯이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본성에 맞서 싸우는 전쟁은 부질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 p. 385
출판사 리뷰
중독과 회복의 스펙트럼 속,
인류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정신 의학과 교수이자 중독 전문 의사, 칼 에릭 피셔. 겉으로 봐서는 전형적인 엘리트일 것 같지만, 그의 또 다른 정체성은 바로 [회복 중인 중독자]라는 점이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이자 약물 중독자였던 그는 환자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힘겨운 회복의 과정을 몸소 겪었다. 생명 윤리학자이기도 한 그는 이 책 『중독의 역사: 우리는 왜 빠져들고, 어떻게 회복해 왔을까』에서 자신이 겪은 중독과 회복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면서, 인류가 여러 세기 동안 제대로 다루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중독]이라는 현상의 역사를 다채롭게 추적한다. 의학, 과학, 문학, 예술, 종교, 철학, 사회학, 공공 정책까지 아우르는 이 책은, 우리가 중독의 역사를 파고들어 그 성공과 실패를 되짚어 보아야만, 중독의 위험성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현실적이고 희망적인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독과 씨름해 온 인류의 역사
술 담배 커피 같은 일상 기호품, 한번 시작하면 손 놓기 힘든 게임과 도박, 정신을 어지럽히는 각종 약물, 그리고 현대 생활의 필수품 SNS와 스마트폰까지……. 중독은 다양한 형태로 인류와 함께하며 쾌락 또는 고통을 안겨 왔다. 미국 사회는 50만 명을 죽음으로 이끈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문제에 이어, 최근엔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 문제로 혼란에 빠졌고, 한국도 청소년층을 비롯해 전 세대로 퍼지는 신종 약물 문제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런 가운데, 중독의 본질은 대체 무엇인지, 그 적절한 대처법은 무엇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저자는 중독의 본질과 적절한 대처의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중독과 씨름해 온 인류의 역사를 차근차근 짚어 간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 인도, 그리고 유럽의 중세와 근대를 거치며 중독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추적하고, 이후 물질 사용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개념이 어떻게 변했는지, 어떤 대응책이 나왔는지 알아본다. 특히 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관념, 각종 중독에 대응하기 위한 운동 등이 주로 근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기에, 근현대의 이야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책은 역사의 과정을 거치며 중독에 대한 대응이 대략 네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고 정리한다. 처벌과 강제로써 억제해야 한다는 금지론적 접근법, 강박 충동에 의한 것이므로 의학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치료적 접근법, 두뇌의 기능 이상에서 비롯하므로 생물학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환원론적 접근법, 그리고 치료보다는 연대를 통한 정신력의 고양으로써 극복해야 한다는 서로 돕기 접근법이 그것이다.
중독은 물리치기 힘든 인간의 본성……
전쟁 말고, 현명한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들에는 각기 문제와 한계가 있었다. 금지론적 접근법과 환원론적 접근법은 인종주의와 계급적 편견의 양상을 띠어 열등한 하층 계급, 부도덕한 자들이라는 낙인을 찍거나 특정 인종과 젠더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 치료적 접근법은 약물 치료를 확산시켜 제약 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낳고, 좋은 치료약과 중독을 일으키는 나쁜 약이라는 이분법이 생겨 오히려 중독 문제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런 혼란과 조정을 거쳐, 근래에는 중독을 확연한 질병이라기보다 인간 정신의 보편적인 특징으로 보기에 이르렀다. 모든 정신 질환은 일종의 스펙트럼 위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하고, 중독 역시 그렇다는 얘기다. 저자는 중독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것을 인간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야, 물질 사용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실효적으로 도울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중독과의 현명한 공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해로운 물질은 적절히 규제하고,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단속하고 처벌해야 하지만, 중독에 대한 정책이 금지 일변도라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물리적, 개인적, 사회적 자원이 두루 어우러지는 회복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아울러 중독 문제를 둘러싼 여러 차별과 불평등의 요소를 줄여 나감으로써, 회복이 개인의 여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경험으로 쌓여 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정신과 의사이자 회복 중인 중독자인 저자는, 책 중간중간 자신이 겪은 심각한 중독의 증상과 회복을 향한 고투를 들려준다. 집안의 오랜 내력인 중독증을 피하지 못하고 대를 이어 알코올과 약물 중독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던 칼 에릭 피셔. 정신과 의사이면서 정신과 병동에 갇히는 아이러니한 좌충우돌의 시절을 견뎌 내고 이제 자신의 경험을 주변과 나누게 된 그의 인생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이다. 중독의 본질에 대한 깊고 넓은 인문적 탐구, 그리고 솔직하고 절절한 에세이가 함께하는 『중독의 역사』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인류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정신 의학과 교수이자 중독 전문 의사, 칼 에릭 피셔. 겉으로 봐서는 전형적인 엘리트일 것 같지만, 그의 또 다른 정체성은 바로 [회복 중인 중독자]라는 점이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이자 약물 중독자였던 그는 환자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힘겨운 회복의 과정을 몸소 겪었다. 생명 윤리학자이기도 한 그는 이 책 『중독의 역사: 우리는 왜 빠져들고, 어떻게 회복해 왔을까』에서 자신이 겪은 중독과 회복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주면서, 인류가 여러 세기 동안 제대로 다루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중독]이라는 현상의 역사를 다채롭게 추적한다. 의학, 과학, 문학, 예술, 종교, 철학, 사회학, 공공 정책까지 아우르는 이 책은, 우리가 중독의 역사를 파고들어 그 성공과 실패를 되짚어 보아야만, 중독의 위험성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현실적이고 희망적인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중독과 씨름해 온 인류의 역사
술 담배 커피 같은 일상 기호품, 한번 시작하면 손 놓기 힘든 게임과 도박, 정신을 어지럽히는 각종 약물, 그리고 현대 생활의 필수품 SNS와 스마트폰까지……. 중독은 다양한 형태로 인류와 함께하며 쾌락 또는 고통을 안겨 왔다. 미국 사회는 50만 명을 죽음으로 이끈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문제에 이어, 최근엔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 문제로 혼란에 빠졌고, 한국도 청소년층을 비롯해 전 세대로 퍼지는 신종 약물 문제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런 가운데, 중독의 본질은 대체 무엇인지, 그 적절한 대처법은 무엇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저자는 중독의 본질과 적절한 대처의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중독과 씨름해 온 인류의 역사를 차근차근 짚어 간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 인도, 그리고 유럽의 중세와 근대를 거치며 중독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추적하고, 이후 물질 사용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개념이 어떻게 변했는지, 어떤 대응책이 나왔는지 알아본다. 특히 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관념, 각종 중독에 대응하기 위한 운동 등이 주로 근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기에, 근현대의 이야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책은 역사의 과정을 거치며 중독에 대한 대응이 대략 네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고 정리한다. 처벌과 강제로써 억제해야 한다는 금지론적 접근법, 강박 충동에 의한 것이므로 의학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치료적 접근법, 두뇌의 기능 이상에서 비롯하므로 생물학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환원론적 접근법, 그리고 치료보다는 연대를 통한 정신력의 고양으로써 극복해야 한다는 서로 돕기 접근법이 그것이다.
중독은 물리치기 힘든 인간의 본성……
전쟁 말고, 현명한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들에는 각기 문제와 한계가 있었다. 금지론적 접근법과 환원론적 접근법은 인종주의와 계급적 편견의 양상을 띠어 열등한 하층 계급, 부도덕한 자들이라는 낙인을 찍거나 특정 인종과 젠더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 치료적 접근법은 약물 치료를 확산시켜 제약 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낳고, 좋은 치료약과 중독을 일으키는 나쁜 약이라는 이분법이 생겨 오히려 중독 문제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런 혼란과 조정을 거쳐, 근래에는 중독을 확연한 질병이라기보다 인간 정신의 보편적인 특징으로 보기에 이르렀다. 모든 정신 질환은 일종의 스펙트럼 위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하고, 중독 역시 그렇다는 얘기다. 저자는 중독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것을 인간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야, 물질 사용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실효적으로 도울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중독과의 현명한 공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해로운 물질은 적절히 규제하고,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단속하고 처벌해야 하지만, 중독에 대한 정책이 금지 일변도라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물리적, 개인적, 사회적 자원이 두루 어우러지는 회복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아울러 중독 문제를 둘러싼 여러 차별과 불평등의 요소를 줄여 나감으로써, 회복이 개인의 여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경험으로 쌓여 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정신과 의사이자 회복 중인 중독자인 저자는, 책 중간중간 자신이 겪은 심각한 중독의 증상과 회복을 향한 고투를 들려준다. 집안의 오랜 내력인 중독증을 피하지 못하고 대를 이어 알코올과 약물 중독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던 칼 에릭 피셔. 정신과 의사이면서 정신과 병동에 갇히는 아이러니한 좌충우돌의 시절을 견뎌 내고 이제 자신의 경험을 주변과 나누게 된 그의 인생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이다. 중독의 본질에 대한 깊고 넓은 인문적 탐구, 그리고 솔직하고 절절한 에세이가 함께하는 『중독의 역사』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추천평
사려 깊고 현명하며 철저한 연구. 더 깊고 진실한 대화를 요구하는 위기인 [중독]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저자)
- 요한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저자)
이 대담하고 긴급한 책은 중독의 역사에 대해 들려주면서, 술과 각성제에 빠져 좌충우돌한 저자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그가 임상의로서 고심해 온 중독자들의 분투를 담아냈다.
- 앤드루 솔로몬 (작가,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 앤드루 솔로몬 (작가,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설득력 있는 역사. 중독을 다루는 의사이자 중독에서 회복 중인 저자는 환자들의 일화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독에 수반되는 [무서운 이성의 붕괴]를 설명한다.
- 뉴요커
- 뉴요커
끈질긴 연구와 공감으로 구축된 이 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이 질병을 조사하기 위해 여러 겹의 장막을 한꺼번에 열어젖힌다. 날카로운 시선과 의사로서의 돌봄을 통해 풍성한 연구와 통찰을 담아냈다.
- 보스턴 글로브
- 보스턴 글로브
매혹적이다. 저자는 자신의 중독과 치료 경험, 그리고 과학, 의학, 문학 등 수천 년에 걸친 생생한 역사를 직조하여 독자에게 선사한다.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글이어서 더욱 강렬하고 가슴 절절하다.
- 가디언
- 가디언
저자는 중독의 문화사와 자신의 회복 이야기를 능숙하게 결합하며 인상적으로 데뷔했다. 그 속에서 그는 중독과 싸운 자신의 이야기, 과학자와 설교자, 중독의 최전선에 있는 환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 퍼블리셔스 위클리
저자는 [모든 사람이 중독 스펙트럼의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인 어떤 요인이 역할을 하는 걸까? 우리를 좌절케 하고 종종 엄청나게 파괴적인 중독 문제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선보인다.
- 북리스트
- 북리스트
'54.인문교양 (독서>책소개) > 6.역사문화교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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