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책소개
경제학이 아니라 경제 문제를 이해하고 싶은
일반 시민을 위한 경제 공부 길잡이
누적 1000만부 이상 팔린 경제학 책들을 저술한 로버트 하일브로너와 ‘미래를 이끌어 갈 200인의 지도자’로 꼽혔던 레스터 서로가 저술한 쉽지만 깊이 있는 경제 공부 입문서다.
일반적인 경제학 입문서와 달리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기업, 가계, 정부를 소개하며 경제의 큰 그림을 먼저 그린다. 그 후에 시장이 어떤 식으로 자원을 배분하는지 설명하고 다양한 경제 현안들을 다룬다. 이런 독특한 구성 덕분에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최소한의 전문 용어로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논쟁이 소모적인 이데올로기 싸움이 되지 않도록 정확히 어떤 문제들이 관건이고 각 진영의 설득력 있는 논리들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또 경제학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그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한다. 그 목적은 넓고 깊다. 저자들은 우리 앞에 닥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그런 문제 해결의 원동력인 비전을 품은 경제학으로 이끈다.
일반 시민을 위한 경제 공부 길잡이
누적 1000만부 이상 팔린 경제학 책들을 저술한 로버트 하일브로너와 ‘미래를 이끌어 갈 200인의 지도자’로 꼽혔던 레스터 서로가 저술한 쉽지만 깊이 있는 경제 공부 입문서다.
일반적인 경제학 입문서와 달리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기업, 가계, 정부를 소개하며 경제의 큰 그림을 먼저 그린다. 그 후에 시장이 어떤 식으로 자원을 배분하는지 설명하고 다양한 경제 현안들을 다룬다. 이런 독특한 구성 덕분에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최소한의 전문 용어로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논쟁이 소모적인 이데올로기 싸움이 되지 않도록 정확히 어떤 문제들이 관건이고 각 진영의 설득력 있는 논리들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또 경제학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그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한다. 그 목적은 넓고 깊다. 저자들은 우리 앞에 닥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그런 문제 해결의 원동력인 비전을 품은 경제학으로 이끈다.
목차
머리말 5
1부 경제학의 기초 / 경제학, 경제 주체, 경제의 흐름
1. 자본주의의 출현과 시장의 탄생 15
/시장 체제의 등장 19 /생산 기술의 발전 25 | 박스-기술이 바뀌면 결과가 달라진다 | /산업 혁명의 도래 30 /정치적 조류의 변화 34
2. 경제학의 창시자, 혁명가, 구원 투수 38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 39 | 박스-깜빡깜빡 잘하는 교수의 초상 | /급진적 경제학자, 카를 마르크스 49 | 박스-혁명가의 옆모습 | /자본주의의 구원 투수, 존 메이너드 케인스 59 | 박스-다재다능한 영국인의 초상 |
3. 가계와 기업 그리고 정부 66
/중소기업과 대기업 66 | 박스-기업들의 퍼레이드 | /가계와 소득 그리고 계층 72 | 박스-빈곤 | 박스-소득의 퍼레이드 |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 80
4. 지금까지의 경제 흐름 83
/경제 성장과 생산성 향상 84 /기업 규모의 거대화 89 | 박스-바늘 공장에서 조립 공정으로 |
/계속되는 기업 합병 열기 93 /드러나는 거대 기업의 한계 94 /노동 조직의 확대와 축소 95 /거대 정부의 출현 97
2부 거시 경제 / 경제 성장과 경기 침체의 분석
5. GDP는 무엇을 말해 주나/ 107
/GDP의 구성 요인 109 /GDP는 무엇을 말해 주나/ 115
6. 저축과 투자의 작용 원리 121
/가계는 저축, 기업은 투자 122 /저축과 투자의 상호 연관성 126 /저축과 투자에서 정부의 역할 130
7. 소비의 수동성과 투자의 적극성 135
/수동적 결과로서 소비 136 /적극적 추진력으로서의 투자 139 | 박스-주식 시장과 투자 |
/평균적인 성장과 변혁을 통한 성장 148
8. 공공 부문의 경제학 152
/정부 지출의 적정 수준 153 /경제 활동의 한 부분으로서의 정부 157 /재정 적자의 타당성 159 /민간 채무와 공공 채무 163 /정부의 통화 발행 권한 167 /재정 적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168
9.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 172
/수요 관리와 경제 성장 177 /정부 역할 무용론 181
10. 통화란 무엇인가/ 186
/통화의 두 종류, 현금과 수표 187 /연방준비제도와 지급준비율 190 /통화 발행을 둘러싼 환상과 실제 193
11. 통화는 어떻게 운용되나/ 198
/중앙은행의 구조와 역할 199 /통화주의의 등장 206
3부 미시 경제 / 시장 체제의 해부
12.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나/ 213
/가격 제도 214 /공급과 수요의 균형 217 /분배 기능으로서 시장 221
13. 시장의 실패와 정부 개입 228
/합리성과 정보의 부재 229 /순수 공공재의 존재 232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갈리는 또 다른 이유 233 /외부 효과의 존재 235 /장기 투자의 경우 241 /공공 지출과 민영화 243 /시장 체제의 재검토 246
14. 독과점 시장과 기업 문제 248
/불완전 경쟁의 비용 250 /대기업의 등장과 경쟁의 약화 254 /작은 것이 아름답다/ 257 /새로운 사회 계약/ 259
4부 현대 경제학의 고민 / 세계화, 양극화 그리고 강박증
15.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박관념 267
/인플레이션의 원인 268 /인플레이션이라는 망령의 재출현 277
16. 소득 불균형의 확대와 재생산 282
/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의 소득 격차 283 /소득 불균형의 요인들 288 /그렇지만 상층부에서는… 290 /민족성 또는 국민성과의 연관성 293
17. 세계화로 인한 문제의 복잡화 296
/세계 시장의 출현 297 /다국적 기업의 출현 300 /초국가 기업으로서의 다국적 기업 303 / 문제의 본질은 국가 주권 307
18. 세계화 시대의 경제 정책 311
/달러 가치의 산정 312 /경상 거래 시장 314 /자본 거래 시장 317 /달러 가치의 적정 수준 320 /달러 가치의 방어 321 /하나가 아닌 세 가지 문제 326
19. 자본주의라는 미완의 혁명 331
/자본주의라는 혁명 332 /자본주의의 역동성 335 /생산에서 투기로 337 /외환 시장과 외환 투기 340 /가능성 344 /자본주의 변혁의 재조명 346 /마지막 한 마디 347
찾아보기 349
1부 경제학의 기초 / 경제학, 경제 주체, 경제의 흐름
1. 자본주의의 출현과 시장의 탄생 15
/시장 체제의 등장 19 /생산 기술의 발전 25 | 박스-기술이 바뀌면 결과가 달라진다 | /산업 혁명의 도래 30 /정치적 조류의 변화 34
2. 경제학의 창시자, 혁명가, 구원 투수 38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 39 | 박스-깜빡깜빡 잘하는 교수의 초상 | /급진적 경제학자, 카를 마르크스 49 | 박스-혁명가의 옆모습 | /자본주의의 구원 투수, 존 메이너드 케인스 59 | 박스-다재다능한 영국인의 초상 |
3. 가계와 기업 그리고 정부 66
/중소기업과 대기업 66 | 박스-기업들의 퍼레이드 | /가계와 소득 그리고 계층 72 | 박스-빈곤 | 박스-소득의 퍼레이드 |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 80
4. 지금까지의 경제 흐름 83
/경제 성장과 생산성 향상 84 /기업 규모의 거대화 89 | 박스-바늘 공장에서 조립 공정으로 |
/계속되는 기업 합병 열기 93 /드러나는 거대 기업의 한계 94 /노동 조직의 확대와 축소 95 /거대 정부의 출현 97
2부 거시 경제 / 경제 성장과 경기 침체의 분석
5. GDP는 무엇을 말해 주나/ 107
/GDP의 구성 요인 109 /GDP는 무엇을 말해 주나/ 115
6. 저축과 투자의 작용 원리 121
/가계는 저축, 기업은 투자 122 /저축과 투자의 상호 연관성 126 /저축과 투자에서 정부의 역할 130
7. 소비의 수동성과 투자의 적극성 135
/수동적 결과로서 소비 136 /적극적 추진력으로서의 투자 139 | 박스-주식 시장과 투자 |
/평균적인 성장과 변혁을 통한 성장 148
8. 공공 부문의 경제학 152
/정부 지출의 적정 수준 153 /경제 활동의 한 부분으로서의 정부 157 /재정 적자의 타당성 159 /민간 채무와 공공 채무 163 /정부의 통화 발행 권한 167 /재정 적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168
9.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 172
/수요 관리와 경제 성장 177 /정부 역할 무용론 181
10. 통화란 무엇인가/ 186
/통화의 두 종류, 현금과 수표 187 /연방준비제도와 지급준비율 190 /통화 발행을 둘러싼 환상과 실제 193
11. 통화는 어떻게 운용되나/ 198
/중앙은행의 구조와 역할 199 /통화주의의 등장 206
3부 미시 경제 / 시장 체제의 해부
12.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나/ 213
/가격 제도 214 /공급과 수요의 균형 217 /분배 기능으로서 시장 221
13. 시장의 실패와 정부 개입 228
/합리성과 정보의 부재 229 /순수 공공재의 존재 232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갈리는 또 다른 이유 233 /외부 효과의 존재 235 /장기 투자의 경우 241 /공공 지출과 민영화 243 /시장 체제의 재검토 246
14. 독과점 시장과 기업 문제 248
/불완전 경쟁의 비용 250 /대기업의 등장과 경쟁의 약화 254 /작은 것이 아름답다/ 257 /새로운 사회 계약/ 259
4부 현대 경제학의 고민 / 세계화, 양극화 그리고 강박증
15.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박관념 267
/인플레이션의 원인 268 /인플레이션이라는 망령의 재출현 277
16. 소득 불균형의 확대와 재생산 282
/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의 소득 격차 283 /소득 불균형의 요인들 288 /그렇지만 상층부에서는… 290 /민족성 또는 국민성과의 연관성 293
17. 세계화로 인한 문제의 복잡화 296
/세계 시장의 출현 297 /다국적 기업의 출현 300 /초국가 기업으로서의 다국적 기업 303 / 문제의 본질은 국가 주권 307
18. 세계화 시대의 경제 정책 311
/달러 가치의 산정 312 /경상 거래 시장 314 /자본 거래 시장 317 /달러 가치의 적정 수준 320 /달러 가치의 방어 321 /하나가 아닌 세 가지 문제 326
19. 자본주의라는 미완의 혁명 331
/자본주의라는 혁명 332 /자본주의의 역동성 335 /생산에서 투기로 337 /외환 시장과 외환 투기 340 /가능성 344 /자본주의 변혁의 재조명 346 /마지막 한 마디 347
찾아보기 349
책 속으로
이 책에는 논란에 휩싸일 게 뻔한 의견이 적지 않게 실렸다. 하지만 논란에 휩싸일 만한 의견은 그럴 여지가 있다고 분명히 밝혀서 마치 경제학적 진리인양 슬그머니 넘어가지는 않았다. 이전 판본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 책은 경제 이론을 주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당면한 도전에 대응할 방안을 알고 있다고 독자를 설득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보다는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도전에 여러분이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 머리말, --- p.7
모든 가계의 4분의 1이 사실상 재산이 전혀 없다. 가장 하위 계층인 5분의 1(‘빈곤계층’)과 우리가 노동 계층이라고 정의한 그룹 중 하위에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 위의 30퍼센트는 주로 주택자동차저축예금 등의 순 자산으로 구성된 재산을 조금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중산층 문턱까지 이른 노동 계층이 속한다. 여기서 자산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최상위 10퍼센트 단계에 이를 정도가 된 가계의 경우 대개 자산의 순 가치가 25만 달러에 이르러 상당히 큰 규모의 집보험 및 기타 저축 등을 소유하게 된다. 여기서는 주식과 채권이 자산의 일부가 되는데미국인의 20퍼센트가 이런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 1부 3장 가계기업 그리고 정부, --- p.77
경제를 거시적 측면에서 내려다보는 목적은 경제 활동의 핵심 과정을 미시적 측면에서 볼 때보다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경제의 거시적 측면은 전국적인 규모로 생산 활동이 계속되면서 부의 생산 및 재생산이 끊이지 않고 거듭되는 과정이다. 그 속에서 국가는 물질적 생활을 보충하고 새롭게 하고 확대해 가는데이와 같은 거대한 흐름을 국내총생산이라고 하고 GDP로 약칭한다. 따라서 텔레비전 아나운서가 GDP가 상승했다거나 하락했다고 할 경우 이는 생산의 흐름이 더 넓어졌다거나 좁아졌다는 것즉 우리가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생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시 경제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이와 같은 생산량 변동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 2부 5장 GDP는 무엇을 말해주나?, --- p.109
그러나 가계 부문과 기업 부문 간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기업 부문은 가계 부문처럼 수입의 일정 부분을 저축하지 않고역으로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보다 더 많이 지출한다는 점이다. 이런 경향은 대단히 중요하므로 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정상적이고규칙적이며건전하고심지어 필수적이기까지 한 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운영 방식은 제품을 판매해 벌어들인 총액보다 더 많은 돈을 급여원자재와 반제품토지와 자본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 2부 6장 저축과 투자의 작용 원리, --- p.124~125
욕구나 욕망 자체만으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만으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풍족하게 지내는 호경기보다 가난하게 지내는 불경기 때 사람들의 수요가 더 많아져야 한다. 소비자가 더 많이 구매함으로써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공허한 것도 이 때문이다. …
결국 소비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소비는 본질적으로 경제 활동을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없다. 소비를 경제학의 한 부문으로 간주하는 이상 이는 분명하다. 소비는 분명 경제의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반영하지만 소비가 경제의 장기적 성과를 좌우하지는 못한다.
? 2부 7장 소비의 수동성과 투자의 적극성, --- p.139
많은 정치인이 우리 후손들이 짊어져야 할 부채 부담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채무를 청산해야 할 날이 닥쳤고은행에 들른 우리 후손들이 이 채무를 자신들이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자. 우리 후손들은 급히 집으로 달려가 금고를 열어 보니 그 안에서 1인당 1만 3000달러에 달하는 정부 채무를 발견할 것이다. 물론 정부 채무가 으레 그렇듯이 정부 채권의 형태로 말이다. 그때 우리 후손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1만 3000달러라는 채무를 걸머지게 된 자신의 운명을 한탄할까아니면 1만 3000달러짜리 채권이 생긴 것을 기뻐할까?
? 2부 8장 공공 부문의 경제학, --- p.166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책이 성공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를 포함한) 많은 사회적 선택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은 문화적 영향 및 비전의 공유 여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의 비판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경제가 사회 시스템에서 부동의 기반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는 사회 시스템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는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들고 이어 오고 있는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미래조차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치와 신념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 2부 9장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 --- p.185
이렇듯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사람 외에는 누구도 사회의 생산물에 대해 분배를 요구할 수 없다는 시장의 맹점으로 인해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벌어진다. 이것은 결국 상당한 재산이나 소득을 물려받은 사람은 그 스스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았더라도 생산물의 상당 몫을 누릴 자격이 부여되는 데 비해재산도 없고 일도 구하지 못하여 생산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경제 메커니즘에서 생산물을 얻을 방법이 없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장 체제의 분배 방식을 따르려면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도 모른 척해야 할 판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아무리 시장 체제를 유지하는 사회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가격에 의한 분배 결과에 간섭할 수밖에 없다. ‘경제 문제’가‘사회 문제’로 비화될 때에는 특히 그렇다.
? 3부 12장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나?, --- p.227
일자리를 창출한 것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월마트HP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이제는 대기업화된 예전의 중소기업들이다. 단일 기업으로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맥도널드는 종종 수천 개의 소규모 개인 회사로 여겨지기도 하지만사실은 거대한 규모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업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임금도 더 높고 복지 혜택도 더 많은보다 나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늘 그렇듯이 기업이 더 클수록 보다 바람직한 고용주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간 차원의 연구 개발의 산실이 바로 대기업이라는 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대기업이 분할되면 기술과 연구 부문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 3부 14장 독과점 시장과 기업 문제, --- p.259
소득 불균형 문제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이와 같은 전례 없는 소득 격차를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다고심지어 정당하다고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미국 건국 당시만 해도 소득 격차가 백 배나 난다고 하면 윤리적 규범이 총체적으로 무너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경제생활의 영역에 차이가 나고 개인의 특성이 부각되면서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기만 했다면 경제적 성공에 높은 보상이 따르는 것을 갈수록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이고심지어 부러움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격동의 20세기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확산되어 제약 자체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이의마저 제기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생각이 이제 우리 시대에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다.
? 4부 16장 소득 불균형의 확대와 재생산, --- p.292
역사는 확실히 확장하고자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에너지가 빚어 낸 사건들로 가득하다. 완강하게 저항하는 무산 계급을 창출해 낸 산업 혁명기업 간의 트러스트를 심화시킨 대량 생산1930년대까지 영향을 미친 대공황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무수히 골칫거리를 양산하고 있는 세계화 등이 모두 자본주의 자체의 역동성에서 기인한다. ...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했던가? 산업 혁명으로 말미암아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대한 정부 규제가 생겨났다. 또 기업 간 트러스트에 반(反)트러스트 법으로 대처했고대공황에는 뉴딜 정책으로 대응했다. 이제 세계화와 생태계 파괴에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상냥한 외계인으로부터 그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21세기의 지배적인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즉 자본주의 안에서 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 4부 19장 자본주의라는 미완의 혁명,
? 머리말, --- p.7
모든 가계의 4분의 1이 사실상 재산이 전혀 없다. 가장 하위 계층인 5분의 1(‘빈곤계층’)과 우리가 노동 계층이라고 정의한 그룹 중 하위에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 위의 30퍼센트는 주로 주택자동차저축예금 등의 순 자산으로 구성된 재산을 조금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중산층 문턱까지 이른 노동 계층이 속한다. 여기서 자산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최상위 10퍼센트 단계에 이를 정도가 된 가계의 경우 대개 자산의 순 가치가 25만 달러에 이르러 상당히 큰 규모의 집보험 및 기타 저축 등을 소유하게 된다. 여기서는 주식과 채권이 자산의 일부가 되는데미국인의 20퍼센트가 이런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 1부 3장 가계기업 그리고 정부, --- p.77
경제를 거시적 측면에서 내려다보는 목적은 경제 활동의 핵심 과정을 미시적 측면에서 볼 때보다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경제의 거시적 측면은 전국적인 규모로 생산 활동이 계속되면서 부의 생산 및 재생산이 끊이지 않고 거듭되는 과정이다. 그 속에서 국가는 물질적 생활을 보충하고 새롭게 하고 확대해 가는데이와 같은 거대한 흐름을 국내총생산이라고 하고 GDP로 약칭한다. 따라서 텔레비전 아나운서가 GDP가 상승했다거나 하락했다고 할 경우 이는 생산의 흐름이 더 넓어졌다거나 좁아졌다는 것즉 우리가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생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시 경제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이와 같은 생산량 변동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 2부 5장 GDP는 무엇을 말해주나?, --- p.109
그러나 가계 부문과 기업 부문 간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기업 부문은 가계 부문처럼 수입의 일정 부분을 저축하지 않고역으로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보다 더 많이 지출한다는 점이다. 이런 경향은 대단히 중요하므로 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정상적이고규칙적이며건전하고심지어 필수적이기까지 한 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운영 방식은 제품을 판매해 벌어들인 총액보다 더 많은 돈을 급여원자재와 반제품토지와 자본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 2부 6장 저축과 투자의 작용 원리, --- p.124~125
욕구나 욕망 자체만으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만으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풍족하게 지내는 호경기보다 가난하게 지내는 불경기 때 사람들의 수요가 더 많아져야 한다. 소비자가 더 많이 구매함으로써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공허한 것도 이 때문이다. …
결국 소비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소비는 본질적으로 경제 활동을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없다. 소비를 경제학의 한 부문으로 간주하는 이상 이는 분명하다. 소비는 분명 경제의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반영하지만 소비가 경제의 장기적 성과를 좌우하지는 못한다.
? 2부 7장 소비의 수동성과 투자의 적극성, --- p.139
많은 정치인이 우리 후손들이 짊어져야 할 부채 부담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채무를 청산해야 할 날이 닥쳤고은행에 들른 우리 후손들이 이 채무를 자신들이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자. 우리 후손들은 급히 집으로 달려가 금고를 열어 보니 그 안에서 1인당 1만 3000달러에 달하는 정부 채무를 발견할 것이다. 물론 정부 채무가 으레 그렇듯이 정부 채권의 형태로 말이다. 그때 우리 후손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1만 3000달러라는 채무를 걸머지게 된 자신의 운명을 한탄할까아니면 1만 3000달러짜리 채권이 생긴 것을 기뻐할까?
? 2부 8장 공공 부문의 경제학, --- p.166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책이 성공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를 포함한) 많은 사회적 선택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은 문화적 영향 및 비전의 공유 여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의 비판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경제가 사회 시스템에서 부동의 기반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는 사회 시스템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는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들고 이어 오고 있는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미래조차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치와 신념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 2부 9장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 --- p.185
이렇듯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사람 외에는 누구도 사회의 생산물에 대해 분배를 요구할 수 없다는 시장의 맹점으로 인해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벌어진다. 이것은 결국 상당한 재산이나 소득을 물려받은 사람은 그 스스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았더라도 생산물의 상당 몫을 누릴 자격이 부여되는 데 비해재산도 없고 일도 구하지 못하여 생산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경제 메커니즘에서 생산물을 얻을 방법이 없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장 체제의 분배 방식을 따르려면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도 모른 척해야 할 판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아무리 시장 체제를 유지하는 사회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가격에 의한 분배 결과에 간섭할 수밖에 없다. ‘경제 문제’가‘사회 문제’로 비화될 때에는 특히 그렇다.
? 3부 12장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나?, --- p.227
일자리를 창출한 것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월마트HP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이제는 대기업화된 예전의 중소기업들이다. 단일 기업으로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맥도널드는 종종 수천 개의 소규모 개인 회사로 여겨지기도 하지만사실은 거대한 규모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업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임금도 더 높고 복지 혜택도 더 많은보다 나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늘 그렇듯이 기업이 더 클수록 보다 바람직한 고용주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간 차원의 연구 개발의 산실이 바로 대기업이라는 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대기업이 분할되면 기술과 연구 부문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 3부 14장 독과점 시장과 기업 문제, --- p.259
소득 불균형 문제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이와 같은 전례 없는 소득 격차를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다고심지어 정당하다고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미국 건국 당시만 해도 소득 격차가 백 배나 난다고 하면 윤리적 규범이 총체적으로 무너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경제생활의 영역에 차이가 나고 개인의 특성이 부각되면서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기만 했다면 경제적 성공에 높은 보상이 따르는 것을 갈수록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이고심지어 부러움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격동의 20세기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확산되어 제약 자체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이의마저 제기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생각이 이제 우리 시대에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다.
? 4부 16장 소득 불균형의 확대와 재생산, --- p.292
역사는 확실히 확장하고자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에너지가 빚어 낸 사건들로 가득하다. 완강하게 저항하는 무산 계급을 창출해 낸 산업 혁명기업 간의 트러스트를 심화시킨 대량 생산1930년대까지 영향을 미친 대공황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무수히 골칫거리를 양산하고 있는 세계화 등이 모두 자본주의 자체의 역동성에서 기인한다. ...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했던가? 산업 혁명으로 말미암아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대한 정부 규제가 생겨났다. 또 기업 간 트러스트에 반(反)트러스트 법으로 대처했고대공황에는 뉴딜 정책으로 대응했다. 이제 세계화와 생태계 파괴에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상냥한 외계인으로부터 그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21세기의 지배적인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즉 자본주의 안에서 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 4부 19장 자본주의라는 미완의 혁명,
--- pp.346~347
출판사 리뷰
교과서보다는 쉽고, 교양서보다는 깊은
두 대가의 마지막 경제 공부 강의
경제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보통 두 가지 난감함에 부딪힌다. 《맨큐의 경제학》과 같은 교과서를 집어 들면 ‘한계 효용’이니 ‘순손실’이니 하는 낯설고 어려운 용어와 수식들이 초반부터 등장해서 벽이 생긴다. 이는 대체로 독자를 경제학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교과서들은 경제학이 ‘선택’에 관한 학문이라고 주장하며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의 사고방식 전체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개념과 모델들을 차곡차곡 익히게끔 한다. 개인의 선택을 설명하기 위해서 ‘효용’ ‘한계비용’ ‘선호’ ‘기회비용’ 같은 개념부터 설명하는 식이다.
낯선 개념과 사고방식을 익히느라 지치기 쉽다는 문제점 때문에 오늘날 여러 경제 교양서들은 재미난 필치로 경제학 개념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거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례와 사고 실험으로 지적 만족감을 주에 경제학에 대한 거부감을 덜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경제 뉴스는 여전히 따라가기 힘들고, 쟁점들에 대해 입장을 세우기 힘든 경우들이 많다. 상식을 많이 쌓는다고 해서 거시적인 경제 문제를 이해하는 힘이 길러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와 서로는 “이 책은 독자들을 경제학자로 만들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실질적인 목적이 있다. 바로 일반 독자들이 경제 문제를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331쪽)”라며 기존의 경제학 입문서들과 선을 긋는다. 그렇다고 얕거나 가볍지 않다. 꼭 필요한 개념들을 명료하게 설명하여 그것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경제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 번은 경제 공부》는 이렇게 경제학 입문서가 가지기 쉬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 미국에서 호평을 받은 보물 같은 책이다.
경제 공부는 나무가 아니라 숲에서부터
그렇다면 대체 저자들이 택한 방식은 무엇인가? 서로 연결되어있는 두 가지 방식을 취한다. 우선 미시적인 개념이 아니라 거시적인 흐름과 상황을 조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꼭 필요하지 않다면 되도록 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와 수식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책은 개인의 선택에서 시작하여 시장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경제학 교과서의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아주 간단하게 자본주의의 역사와 중요한 경제 사상가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없이는 자본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의사가 환자의 병력을 파악한 후에야 환자를 잘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본문 15~16쪽).
자본주의의 역사는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기본 특징이 무엇이며 어떤 요소들이 중요한지 알게 해준다. 이를테면 과거를 알아야 현재의 시장 경제 체제가 ‘발전과 기회, 성취의 발판’이면서 동시에 ‘불안과 동요,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 분명해지고(19~25쪽), 기술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새삼 곱씹을 수 있다(25~34쪽). 굵직한 경제학자들이 씨름했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개관하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기본 목표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며,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논쟁과 갈등의 기본 바탕을 한결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38~39쪽).
이런 거대한 흐름을 짚고 난 뒤에도 저자들은 경제학의 핵심 개념으로 꼽히는 수요와 공급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경제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조망하며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들을 개관한다. “경제를 거시적 측면에서 내려다보는 목적은 경제 활동의 핵심 과정을 미시적 측면에서 볼 때보다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168쪽).”
저자들이 소개하는 큰 그림은 이렇다. 경제의 기본 뼈대는 기업, 가계, 정부다. 그 셋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것이 경제 성장이고, 그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도구가 GDP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생산을 하고 가계는 소비를 통해 생산된 것을 사고 저축을 통해 투자에 사용될 여윳돈을 쌓는다. 정부는 통화를 통해 가계와 기업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고, 가계와 기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처리한다. 많은 경제 논쟁이 정부가 경제에서 해야 하는 역할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숲을 그려주는 저자들의 친절한 설명 속에서 어디에 무엇이 있고, 경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개념은 최소한으로, 설명은 구체적으로
숲을 그려주며 경제의 세계로 안내해 가는 저자들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 경제학을 부담스럽게 느끼게 했던 각종 개념과 수식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수요다. 이 수요를 설명할 때 거의 반드시 등장하게 되는 것이 ‘무차별곡선’과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여러 그래프가 따라 나오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무차별곡선은 다루지 않고,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은 각주로 처리되어 소개된다. 대신 경제학에서 왜 가격이 오르면 상품을 적게 사고 내리면 많이 산다고 믿는지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정리한다.
첫째, 가격이 떨어지면 소득이 늘어난 것과 다를 바 없는 만큼 더 많이 살 수 있다. 둘째, 가격이 떨어지면 그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유리한 만큼 더 많이 사려고 한다(215쪽).
경제학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경제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나라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서 ‘선호’가 무엇이고, ‘한계 효용’이 무엇인지 반드시 알 필요가 있을까? 경제를 수식과 그래프로 정리해서 ‘순손실’을 계산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저자들은 경제학의 많은 내용들이 상식적인 설명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믿기에 과감하게 전문용어나 수식들을 줄인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상식에 호소하며 경제 현상들을 단순화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 독자들이 경제 문제에 접근할 때 오해하기 쉬운 것들은 자세하게 해설한다. 우리는 ‘적자’ ‘채무’라고 하면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빚을 많이 지는 것은 나쁜 것이고 방만한 행태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가계와 정부의 적자가 어떻게 다른지 재치 있게 설명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기업의) ‘초과’ 지출에 대해서 그 어느 기업도 적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AT&T나 엑슨이 새 공장을 짓고 신형 설비를 도립하려고 자금을 빌렸다고 하자. 이 경우 자본 설비에 그만큼의 지출이 추가되고, 그 결과 지출 총액이 판매 총액보다 많아졌다 해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차 보고에는 손실로 기록되지 않는다. … 초과 지출분을 적자 대신 투자라고 부르면서 말이다(160쪽).
경제의 한 부문을 구성하는 정부가 적자를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공공 부문의 소득이 조세로부터 나오며, 조세는 그 나라의 일반적인 소득 수준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지출하는 모든 돈은 일단 GDP 흐름 속으로 흘러들어 가게 되고, 이 GDP 흐름 속에서 조세 부과를 통해 다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164쪽).
이런 설명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경제 문제에서 무엇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지 분별력이 생긴다. 정부의 재정 적자는 한편으로는 ‘투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세금을 통해 충분히 메울 수 있는 것임을 이해하면, 적자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국가 경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되었는지를 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저자들은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경제학 입문서보다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동시에 관련 쟁점에 대해서 생각하는 올바른 방법으로까지 이끈다.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당연히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강점 중 하나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과 이론들에 대한 설명이 현실 경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소비가 중요한지 투자가 중요한지,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재정 적자는 좋은지 나쁜지, 독점과 대기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세계화는 이익인지 손해인지 등이 다루어진다.
어떤 경우는 경제학 이론과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하나의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는다. 이를테면 소비보다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명확히 한다.
욕구나 욕망 자체만으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만으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풍족하게 지내는 호경기보다 가난하게 지내는 불경기 때 사람들의 수요가 더 많아져야 한다. 소비자가 더 많이 구매함으로써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공허한 것도 이 때문이다(139쪽).
정부의 지출과 같이 논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핵심 쟁점이 무엇이고 각 쟁점 별로 어떤 세부 사항들이 중요한지 짚는다. 어느 쪽이 옳은지도 중요하지만 논쟁이 지나치게 이데올로기화되는 것을 저자들은 더 경계한다.
(보수주의자들은) 돈이 지출되는 사업의 목적에 따라 인플레이션 유발을 이유로 반대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뉴욕시가 지하철 망을 개수하기 위해서 돈을 빌리는 것이 뉴욕의 에너지 기업 콘에디슨이 발전소를 개수하기 위해서 돈을 빌리는 것보다 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보는 것일까?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 논쟁은 연방 정부가 재무부 유가 증권을 연방준비은행에 판매하는 형태로,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돈을 직접 차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채무의 통화화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은행의 대출 능력을 높이는 효과와 더불어, 다음 장에서 검토하겠지만 통화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176쪽).
이렇게 저자들이 경제 문제에 대해서 묻고 답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 현상을 놓고 합리적으로 따져볼 수 있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경제학으로는 대답하기 힘든 경제 문제들도 있다는 것, 즉 경제학의 한계가 무엇인지도 다루어진다. 대체로 그런 문제들은 가치 판단의 기준 자체가 다를 때, 경제적인 기준으로만 문제를 판단하기 힘들 때 발생하는데, 어디서부터 경제학 이외의 다른 공부가 필요한지 알려준다. 이런 식이다.
다국적 기업의 등장과 경제의 세계화로 인해 빚어진 새로운 문제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국가 경제 간의 갈등이 아니다. 그 저변에 깔린 문제는 국가의 주권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데 따른 갈등이다. 다국적 기업과 경제의 세계화가 야기한 실질적인 고민은 경제 지도가 정치 지도와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국가의 주권이 금융이나 생산이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심화된 지점까지 미쳐야 하는지 아닌지 질문이 제기되는 것도 그래서다(309~310쪽).
자본주의 안에서 답을 찾기 위하여
하일브로너와 서로라는 당대의 대가들이 왜 굳이 경제 공부 입문서를 썼을까? 경제학을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쉽게 이해하여 경제 관련된 논의의 질 자체가 높아지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목적이 있다.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소개하는 일은 독자들이 숲을 보며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금융 위기와 같은 거대한 경제 문제와 부딪쳤을 때, 세계화의 흐름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 우리는 절망하기 쉽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역사를 안다면 그리고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역사는 확실히 확장하고자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에너지가 빚어 낸 사건들로 가득하다. 완강하게 저항하는 무산 계급을 창출해 낸 산업 혁명, 기업 간의 트러스트를 심화시킨 대량 생산, 1930년대까지 영향을 미친 대공황,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무수히 골칫거리를 양산하고 있는 세계화 등이 모두 자본주의 자체의 역동성에서 기인한다. ...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했던가? 산업 혁명으로 말미암아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대한 정부 규제가 생겨났다. 또 기업 간 트러스트에 반(反)트러스트 법으로 대처했고, 대공황에는 뉴딜 정책으로 대응했다. 이제 세계화와 생태계 파괴에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상냥한 외계인으로부터 그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21세기의 지배적인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 즉 자본주의 안에서 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346~347쪽).
결국 저자들이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와는 사뭇 다른 형식으로 경제학 입문서를 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 문제에 인간은 대처해 왔으며 우리도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기 위함이다. 쟁점들을 이해하고 그 쟁점들에 대한 성숙하고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기를 바라는 것도 모두 이러한 희망과 관련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경제는 사회 시스템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는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들고 이어 오고 있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래조차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치와 신념, 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185쪽).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미래조차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치와 신념’을 다른 말로 하면 ‘비전’이다.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도록 하는 원동력은 비전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시민들도 경제학자들도 비전을 품어야 한다. 이 부분이 사실 저자들이 현대 경제학에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하일브로너는 이 책을 쓰고 13년이 지난 후 《비전을 상실한 경제학》이라는 비판서를 썼다. 《한 번은 경제 공부》는 비전을 품은 경제학이 다시금 싹트기를 바라는 두 대가의 노력인 셈이다.
두 대가의 마지막 경제 공부 강의
경제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보통 두 가지 난감함에 부딪힌다. 《맨큐의 경제학》과 같은 교과서를 집어 들면 ‘한계 효용’이니 ‘순손실’이니 하는 낯설고 어려운 용어와 수식들이 초반부터 등장해서 벽이 생긴다. 이는 대체로 독자를 경제학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교과서들은 경제학이 ‘선택’에 관한 학문이라고 주장하며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의 사고방식 전체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개념과 모델들을 차곡차곡 익히게끔 한다. 개인의 선택을 설명하기 위해서 ‘효용’ ‘한계비용’ ‘선호’ ‘기회비용’ 같은 개념부터 설명하는 식이다.
낯선 개념과 사고방식을 익히느라 지치기 쉽다는 문제점 때문에 오늘날 여러 경제 교양서들은 재미난 필치로 경제학 개념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거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례와 사고 실험으로 지적 만족감을 주에 경제학에 대한 거부감을 덜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경제 뉴스는 여전히 따라가기 힘들고, 쟁점들에 대해 입장을 세우기 힘든 경우들이 많다. 상식을 많이 쌓는다고 해서 거시적인 경제 문제를 이해하는 힘이 길러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와 서로는 “이 책은 독자들을 경제학자로 만들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실질적인 목적이 있다. 바로 일반 독자들이 경제 문제를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331쪽)”라며 기존의 경제학 입문서들과 선을 긋는다. 그렇다고 얕거나 가볍지 않다. 꼭 필요한 개념들을 명료하게 설명하여 그것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경제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 번은 경제 공부》는 이렇게 경제학 입문서가 가지기 쉬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 미국에서 호평을 받은 보물 같은 책이다.
경제 공부는 나무가 아니라 숲에서부터
그렇다면 대체 저자들이 택한 방식은 무엇인가? 서로 연결되어있는 두 가지 방식을 취한다. 우선 미시적인 개념이 아니라 거시적인 흐름과 상황을 조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꼭 필요하지 않다면 되도록 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와 수식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책은 개인의 선택에서 시작하여 시장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경제학 교과서의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아주 간단하게 자본주의의 역사와 중요한 경제 사상가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기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없이는 자본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의사가 환자의 병력을 파악한 후에야 환자를 잘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본문 15~16쪽).
자본주의의 역사는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기본 특징이 무엇이며 어떤 요소들이 중요한지 알게 해준다. 이를테면 과거를 알아야 현재의 시장 경제 체제가 ‘발전과 기회, 성취의 발판’이면서 동시에 ‘불안과 동요, 고통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 분명해지고(19~25쪽), 기술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새삼 곱씹을 수 있다(25~34쪽). 굵직한 경제학자들이 씨름했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개관하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기본 목표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며,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논쟁과 갈등의 기본 바탕을 한결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38~39쪽).
이런 거대한 흐름을 짚고 난 뒤에도 저자들은 경제학의 핵심 개념으로 꼽히는 수요와 공급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경제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조망하며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들을 개관한다. “경제를 거시적 측면에서 내려다보는 목적은 경제 활동의 핵심 과정을 미시적 측면에서 볼 때보다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168쪽).”
저자들이 소개하는 큰 그림은 이렇다. 경제의 기본 뼈대는 기업, 가계, 정부다. 그 셋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것이 경제 성장이고, 그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도구가 GDP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생산을 하고 가계는 소비를 통해 생산된 것을 사고 저축을 통해 투자에 사용될 여윳돈을 쌓는다. 정부는 통화를 통해 가계와 기업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고, 가계와 기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처리한다. 많은 경제 논쟁이 정부가 경제에서 해야 하는 역할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숲을 그려주는 저자들의 친절한 설명 속에서 어디에 무엇이 있고, 경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개념은 최소한으로, 설명은 구체적으로
숲을 그려주며 경제의 세계로 안내해 가는 저자들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 경제학을 부담스럽게 느끼게 했던 각종 개념과 수식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수요다. 이 수요를 설명할 때 거의 반드시 등장하게 되는 것이 ‘무차별곡선’과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여러 그래프가 따라 나오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무차별곡선은 다루지 않고,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은 각주로 처리되어 소개된다. 대신 경제학에서 왜 가격이 오르면 상품을 적게 사고 내리면 많이 산다고 믿는지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정리한다.
첫째, 가격이 떨어지면 소득이 늘어난 것과 다를 바 없는 만큼 더 많이 살 수 있다. 둘째, 가격이 떨어지면 그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유리한 만큼 더 많이 사려고 한다(215쪽).
경제학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경제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나라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서 ‘선호’가 무엇이고, ‘한계 효용’이 무엇인지 반드시 알 필요가 있을까? 경제를 수식과 그래프로 정리해서 ‘순손실’을 계산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저자들은 경제학의 많은 내용들이 상식적인 설명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믿기에 과감하게 전문용어나 수식들을 줄인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상식에 호소하며 경제 현상들을 단순화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 독자들이 경제 문제에 접근할 때 오해하기 쉬운 것들은 자세하게 해설한다. 우리는 ‘적자’ ‘채무’라고 하면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빚을 많이 지는 것은 나쁜 것이고 방만한 행태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가계와 정부의 적자가 어떻게 다른지 재치 있게 설명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기업의) ‘초과’ 지출에 대해서 그 어느 기업도 적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AT&T나 엑슨이 새 공장을 짓고 신형 설비를 도립하려고 자금을 빌렸다고 하자. 이 경우 자본 설비에 그만큼의 지출이 추가되고, 그 결과 지출 총액이 판매 총액보다 많아졌다 해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차 보고에는 손실로 기록되지 않는다. … 초과 지출분을 적자 대신 투자라고 부르면서 말이다(160쪽).
경제의 한 부문을 구성하는 정부가 적자를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공공 부문의 소득이 조세로부터 나오며, 조세는 그 나라의 일반적인 소득 수준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지출하는 모든 돈은 일단 GDP 흐름 속으로 흘러들어 가게 되고, 이 GDP 흐름 속에서 조세 부과를 통해 다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164쪽).
이런 설명을 통해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경제 문제에서 무엇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지 분별력이 생긴다. 정부의 재정 적자는 한편으로는 ‘투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세금을 통해 충분히 메울 수 있는 것임을 이해하면, 적자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국가 경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되었는지를 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저자들은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경제학 입문서보다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동시에 관련 쟁점에 대해서 생각하는 올바른 방법으로까지 이끈다.
경제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없는가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당연히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강점 중 하나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과 이론들에 대한 설명이 현실 경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소비가 중요한지 투자가 중요한지,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재정 적자는 좋은지 나쁜지, 독점과 대기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세계화는 이익인지 손해인지 등이 다루어진다.
어떤 경우는 경제학 이론과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하나의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는다. 이를테면 소비보다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명확히 한다.
욕구나 욕망 자체만으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만으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풍족하게 지내는 호경기보다 가난하게 지내는 불경기 때 사람들의 수요가 더 많아져야 한다. 소비자가 더 많이 구매함으로써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공허한 것도 이 때문이다(139쪽).
정부의 지출과 같이 논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핵심 쟁점이 무엇이고 각 쟁점 별로 어떤 세부 사항들이 중요한지 짚는다. 어느 쪽이 옳은지도 중요하지만 논쟁이 지나치게 이데올로기화되는 것을 저자들은 더 경계한다.
(보수주의자들은) 돈이 지출되는 사업의 목적에 따라 인플레이션 유발을 이유로 반대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뉴욕시가 지하철 망을 개수하기 위해서 돈을 빌리는 것이 뉴욕의 에너지 기업 콘에디슨이 발전소를 개수하기 위해서 돈을 빌리는 것보다 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보는 것일까?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 논쟁은 연방 정부가 재무부 유가 증권을 연방준비은행에 판매하는 형태로,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돈을 직접 차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채무의 통화화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은행의 대출 능력을 높이는 효과와 더불어, 다음 장에서 검토하겠지만 통화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176쪽).
이렇게 저자들이 경제 문제에 대해서 묻고 답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 현상을 놓고 합리적으로 따져볼 수 있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경제학으로는 대답하기 힘든 경제 문제들도 있다는 것, 즉 경제학의 한계가 무엇인지도 다루어진다. 대체로 그런 문제들은 가치 판단의 기준 자체가 다를 때, 경제적인 기준으로만 문제를 판단하기 힘들 때 발생하는데, 어디서부터 경제학 이외의 다른 공부가 필요한지 알려준다. 이런 식이다.
다국적 기업의 등장과 경제의 세계화로 인해 빚어진 새로운 문제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국가 경제 간의 갈등이 아니다. 그 저변에 깔린 문제는 국가의 주권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데 따른 갈등이다. 다국적 기업과 경제의 세계화가 야기한 실질적인 고민은 경제 지도가 정치 지도와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국가의 주권이 금융이나 생산이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심화된 지점까지 미쳐야 하는지 아닌지 질문이 제기되는 것도 그래서다(309~310쪽).
자본주의 안에서 답을 찾기 위하여
하일브로너와 서로라는 당대의 대가들이 왜 굳이 경제 공부 입문서를 썼을까? 경제학을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쉽게 이해하여 경제 관련된 논의의 질 자체가 높아지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목적이 있다.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소개하는 일은 독자들이 숲을 보며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금융 위기와 같은 거대한 경제 문제와 부딪쳤을 때, 세계화의 흐름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 우리는 절망하기 쉽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역사를 안다면 그리고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역사는 확실히 확장하고자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에너지가 빚어 낸 사건들로 가득하다. 완강하게 저항하는 무산 계급을 창출해 낸 산업 혁명, 기업 간의 트러스트를 심화시킨 대량 생산, 1930년대까지 영향을 미친 대공황,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무수히 골칫거리를 양산하고 있는 세계화 등이 모두 자본주의 자체의 역동성에서 기인한다. ...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했던가? 산업 혁명으로 말미암아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대한 정부 규제가 생겨났다. 또 기업 간 트러스트에 반(反)트러스트 법으로 대처했고, 대공황에는 뉴딜 정책으로 대응했다. 이제 세계화와 생태계 파괴에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상냥한 외계인으로부터 그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21세기의 지배적인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 즉 자본주의 안에서 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346~347쪽).
결국 저자들이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와는 사뭇 다른 형식으로 경제학 입문서를 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 문제에 인간은 대처해 왔으며 우리도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기 위함이다. 쟁점들을 이해하고 그 쟁점들에 대한 성숙하고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기를 바라는 것도 모두 이러한 희망과 관련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경제는 사회 시스템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는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들고 이어 오고 있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래조차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치와 신념, 그리고 사회 시스템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185쪽).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미래조차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가치와 신념’을 다른 말로 하면 ‘비전’이다.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도록 하는 원동력은 비전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시민들도 경제학자들도 비전을 품어야 한다. 이 부분이 사실 저자들이 현대 경제학에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하일브로너는 이 책을 쓰고 13년이 지난 후 《비전을 상실한 경제학》이라는 비판서를 썼다. 《한 번은 경제 공부》는 비전을 품은 경제학이 다시금 싹트기를 바라는 두 대가의 노력인 셈이다.
추천평
매혹적인 경제학 입문서다. 로버트 하일브로너와 레스터 서로는 겹겹이 쌓이 경제 이론을 들추며 그 밑에 숨어 있는 정치적 사회적 결정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준다.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 대학교 교수, 전 미국 노동부 장관)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 대학교 교수, 전 미국 노동부 장관)
'30.자본.경제.기업. (독서>책소개) > 3.자본주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0) | 2022.01.18 |
---|---|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0) | 2022.01.18 |
자본주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0) | 2022.01.18 |
왜 일하는가? (0) | 2022.01.05 |
자본주의 :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 (0) | 2022.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