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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전 기간 동안을 시대적 배경으로 30여명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갖가지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기자, 군인들, 지주, 의삭, 브로커, 양공주, 전쟁 고아, 건달 등이 각자 이 전쟁을 통해 벌인 지난한 투쟁 속에서 한국 전쟁은 영웅도 승자도 없고 오직 패자만이 있었던 비극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1977년에 전권이 출판되었던 작품인데, 그 때 상황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문제를 다루고, 오래된 문장을 다듬어 다시 펴냈다.
능선 위에는 사병들 대부분이 나무 그늘 속에 가로 세로 아무렇게나 누워 있다. 손소위에게 행군 계속을 명령했지만 사병들이 그의 명령에 따르지 않은 모양이다. 묘지 부근의 그 펑퍼진 공터에는 상수리나무 두 그루가 넓은 그늘을 던져주고 있다. 포성이 산골짝 남쪽으로부터 능선 위를 향해 우릉우릉 메아리를 울린다. 아침녘의 상쾌하고 싱그러운 산바람이 활엽수 나뭇잎들 사이를 우수수 흔들며 지나간다. 오대위는 김하사를 나무 그늘에 바로 눕힌 뒤 잠시 땀을 들이며 주위에 쓰러져 있는 지친 부하들을 둘러본다. 지금 막 비탈길을 올라온 그들은 호흡이 급한 탓인지 모두 입들을 벌리고 헐떡이듯 숨을 쉬고 있다. 어떤 병사는 잠깐 사이에 정신없이 잠이 들어 코까지 드렁드렁 골고 있다. 잠시 후 땀이 잦아들자 오대위가 전과는 달리 긴장된 표정으로 손소위를 향해 짤막하게 입을 연다.
"아이들 모두를 깨워주게"
"제가 방금 십 분 동안 휴식하라고 일렀는데요?"
"휴식은 그대로 취해도 좋다. 아이들에게 할말이 있으니 앉아서 듣도록 하란 말이다."
"아이들 모두를 깨워주게"
"제가 방금 십 분 동안 휴식하라고 일렀는데요?"
"휴식은 그대로 취해도 좋다. 아이들에게 할말이 있으니 앉아서 듣도록 하란 말이다."
--- p.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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