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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에드워드 6세, 레이디 제인 그레이, 메리 1세, 엘리자베스 1세의 뒤숭숭하고 복잡한 즉위 기간 동안 네 명의 잉글랜드 군주들이 겪은 삶에 대한 연대기이자, 그들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역사서이다. 이들의 개인사와 서로 간의 관계는 이후 잉글랜드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저자는 이들의 개인사를 파악하기 위해 당대의 수많은 개인 서신과 공문서, 국정 일정표, 외교 서신은 물론이거니와 에드워드 6세의 일기와 비자금 지출내역 등을 아우르는 당대 작가들이 쓴 기록과 연대기를 모두 섭렵하였다.
한 아버지의 자식이면서도, 각기 다른 어머니의 자식이었던 이들은 아버지의 애정이 누구에게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부침을 겪는다. 또한 16세기 영국에 만연했던 종교적 긴장감은 이들의 개인사와 얽혀 당시의 국내 정치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책은 헨리8세의 후예들의 성격과 그들의 관계, 성장 환경, 살아남기 위한 전략, 온갖 음모와 배신, 복잡한 관계, 격동의 상황 등을 통해 개인사가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한 아버지의 자식이면서도, 각기 다른 어머니의 자식이었던 이들은 아버지의 애정이 누구에게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부침을 겪는다. 또한 16세기 영국에 만연했던 종교적 긴장감은 이들의 개인사와 얽혀 당시의 국내 정치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책은 헨리8세의 후예들의 성격과 그들의 관계, 성장 환경, 살아남기 위한 전략, 온갖 음모와 배신, 복잡한 관계, 격동의 상황 등을 통해 개인사가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목차
막이 오르며
1막: 에드워드, 메리, 엘리자베스
1장 1547년 1월 28일
2장 큰 외숙부, 작은 외숙부
3장 의붓딸을 탐하다!
4장 세기의 스캔들, 간통
5장 난 왕국에서 최고로 위태로운 사람
6장 순교자로 살아가리니
7장 모든 것이 덧없도다!
2막: 제인과 메리
1장 등 떠밀려 여왕이 되다
2장 9일 여왕
3막: 메리와 엘리자베스
1장 여왕님, 우리 여왕님
2장 황태자의 결혼
3장 반역과 역모의 소용돌이 속에서
4장 엄청난 의심을 받는 나
5장 새신랑은 물 건너온 사람
6장 옛 종교, 되살아나다
7장 정녕 기적은 일어나는가?
8장 블러디 메리
9장 구세주의 품으로
4막: 오, 엘리자베스!
막이 내리며
참고문헌
1막: 에드워드, 메리, 엘리자베스
1장 1547년 1월 28일
2장 큰 외숙부, 작은 외숙부
3장 의붓딸을 탐하다!
4장 세기의 스캔들, 간통
5장 난 왕국에서 최고로 위태로운 사람
6장 순교자로 살아가리니
7장 모든 것이 덧없도다!
2막: 제인과 메리
1장 등 떠밀려 여왕이 되다
2장 9일 여왕
3막: 메리와 엘리자베스
1장 여왕님, 우리 여왕님
2장 황태자의 결혼
3장 반역과 역모의 소용돌이 속에서
4장 엄청난 의심을 받는 나
5장 새신랑은 물 건너온 사람
6장 옛 종교, 되살아나다
7장 정녕 기적은 일어나는가?
8장 블러디 메리
9장 구세주의 품으로
4막: 오, 엘리자베스!
막이 내리며
참고문헌
책 속으로
엘리자베스는 에드워드보다 나이가 네 살 위인지라 자연히 메리보다는 가깝게 지냈다. 그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들에는 누이에 대한 정이 철철 흘러넘쳤다..... 오누이가 이처럼 살갑게 지내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둘 다 잔혹한 운명에 휘말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었으며, 두 사람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한 아버지에게 대단한 경외심을 품고 있었다. --- p.38
에드워드는 숨이 넘어가면서도 사후의 일을 걱정했다. 메리가 여왕이 되면 신교왕국 건설이라는 대과업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리라.... 왕의 고민을 알아챈 더들리는 그 두려움을 교묘히 부추기면서 메리가 왕의 종교정책을 훼손시킬 거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왕은 쉽사리 꼬드김에 넘어가 후계자를 교체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고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죽음을 앞둔 왕이 왕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힘겹게 뒤척이고 있을 때 더들리는 아들 길퍼드와 제인 그레이를 결혼시키기 위한 계획을 마무리 지었다. 이때 제인은 작고한 서머싯 공작의 아들로서 하트퍼드 경이란 작위를 가진 열다섯 살의 에드워드 시모어와 정혼한 사이였다. 그녀의 부모는 약혼을 깰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당시 그녀를 만난 제노바 상인 바티스타 스피놀라는 그녀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야리야리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운 맵시를 지녔다. 오목조목한 얼굴에 오뚝한 콧날, 부드러운 입술선과 앵두 같은 입술을 가졌다. 눈동자는 초롱초롱하고 안색은 맑지만 주근깨가 촘촘히 박혀 있다. 작고 아담하고 매력적인 여성이다." --- pp.217-218
메리는 엘리자베스가 완강하게 무죄를 주장하는 데 놀라면서 사실대로 자백할 때까지 절대 풀어주지 않겠노라고 앙버텼다.... 사흘 뒤 그녀는 여왕으로부터 짧은 통지를 받았는데, 최고로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 펠리페를 만날 채비를 갖추라고 이르고 있었다. 사적인 만남이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몇 년 후 엘리자베스는 그가 자신에게 반했노라고, 그네들의 길고도 지난한 적대감이 마침내 사랑으로 바뀌었다고,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다시 친구가 되지 못할 까닭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16세기 후반 토머스 세실은 펠리페가 다음 말을 했다고 보고했다. “여왕을 묵묵히 견뎌낸 내게 엘리자베스는 그야말로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네. 비록 덕있고 선량한 여성과 혼인하긴 했지만 그녀에게선 일말의 감정도 느낄 수가 없어. 반면 미모의 엘리자베스에겐 금방 빠지고 말았지.”
에드워드는 숨이 넘어가면서도 사후의 일을 걱정했다. 메리가 여왕이 되면 신교왕국 건설이라는 대과업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리라.... 왕의 고민을 알아챈 더들리는 그 두려움을 교묘히 부추기면서 메리가 왕의 종교정책을 훼손시킬 거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왕은 쉽사리 꼬드김에 넘어가 후계자를 교체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고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죽음을 앞둔 왕이 왕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힘겹게 뒤척이고 있을 때 더들리는 아들 길퍼드와 제인 그레이를 결혼시키기 위한 계획을 마무리 지었다. 이때 제인은 작고한 서머싯 공작의 아들로서 하트퍼드 경이란 작위를 가진 열다섯 살의 에드워드 시모어와 정혼한 사이였다. 그녀의 부모는 약혼을 깰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당시 그녀를 만난 제노바 상인 바티스타 스피놀라는 그녀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야리야리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운 맵시를 지녔다. 오목조목한 얼굴에 오뚝한 콧날, 부드러운 입술선과 앵두 같은 입술을 가졌다. 눈동자는 초롱초롱하고 안색은 맑지만 주근깨가 촘촘히 박혀 있다. 작고 아담하고 매력적인 여성이다." --- pp.217-218
메리는 엘리자베스가 완강하게 무죄를 주장하는 데 놀라면서 사실대로 자백할 때까지 절대 풀어주지 않겠노라고 앙버텼다.... 사흘 뒤 그녀는 여왕으로부터 짧은 통지를 받았는데, 최고로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 펠리페를 만날 채비를 갖추라고 이르고 있었다. 사적인 만남이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몇 년 후 엘리자베스는 그가 자신에게 반했노라고, 그네들의 길고도 지난한 적대감이 마침내 사랑으로 바뀌었다고,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다시 친구가 되지 못할 까닭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16세기 후반 토머스 세실은 펠리페가 다음 말을 했다고 보고했다. “여왕을 묵묵히 견뎌낸 내게 엘리자베스는 그야말로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네. 비록 덕있고 선량한 여성과 혼인하긴 했지만 그녀에게선 일말의 감정도 느낄 수가 없어. 반면 미모의 엘리자베스에겐 금방 빠지고 말았지.”
--- pp. 443-444
출판사 리뷰
이 책은 에드워드 6세, 레이디 제인 그레이, 메리 1세, 엘리자베스 1세의 뒤숭숭하고 복잡한 즉위 기간 동안 네 명의 잉글랜드 군주들이 겪은 삶에 대한 연대기이자, 그들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역사서이다. 이 책은 지은이의 베스트셀러 전작 『헨리 8세와 여인들』이 끝나는 시점(1547년 헨리8세 사망)에서 시작해서 1558년에 엘리자베스가 여왕에 즉위하는 시점까지 아우른다. 지은이는 세 명의 왕손과 그들의 사촌 제인 그레이의 성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또한 그들이 정치·종교적 이슈에 영향 받아 서로 어떤 개인적 관계를 유지했는지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당대의 수많은 개인 서신과 공문서, 국정 일정표, 외교 서신은 물론이거니와 에드워드 6세의 일기와 비자금 지출내역 등을 아우르는 당대 작가들이 쓴 기록과 연대기를 모두 섭렵했다.
헨리 8세의 후손들 간의 관계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들 모두가 한 아버지(헨리 8세)를 닮았으면서도 각기 다른 어머니들(세 명의 왕비들)의 다양한 성격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각각의 왕손들은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매우 다른 환경에 처했다. 아버지의 애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삶은 즐겁거나 혹은 고통만이 뒤따랐다. 메리 공주의 어머니(카탈리나, 첫 번째 왕비)는 엘리자베스 공주의 어머니(앤 불린, 두 번째 왕비)에게 왕의 애정을 뺏겼고, 왕의 열정은 곧 에드워드의 어머니(제인 시모어, 세 번째 왕비)에게로 향했다. 뺏거나 얻은 왕의 애정은 아버지가 왕손들을 대하는 태도와 직결되었다. 왕의 딸들이 왕의 생전에 운명의 부침에 고통 받는 동안, 아들은 아버지의 애정과 보호를 독차지하며 안정된 삶을 누렸다.
왕손들의 개인사는 주로 16세기 잉글랜드에 횡행했던 강한 종교적 긴장감과도 뒤얽혔다. 즉, 가톨릭교도와 신교도 간의 대립이다. 에드워드는 광신에 가까운 개혁주의자였고, 메리는 일생일대의 업적을 로마 교회와의 화해라고 생각한 가톨릭교도였다. 메리의 종교적 신념은 결혼(에스파냐 왕 펠리페 2세)에서부터 국내 정치(개혁주의자와 이단자를 화형)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모든 행위를 지배했다. 종교 문제는 반란을 도모하던 분열된 왕족들마저 재통합시킬 정도로 중대사였다. 그런 연유로, 온갖 중상모략에서 살아남아 여왕이 된 온건한 엘리자베스에게도 종교는 항상 챙겨야 할 중요한 일이었다.
영미권에서는 후기 튜더 왕조에 대한 책들이 제법 출간됐지만 이들 4명의 개인적 삶과 관계를 모두 아우르는 책은 최초이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최초이다. 그들의 개인사와 서로 간의 관계는 이후 잉글랜드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기에 중요한 이야기다. 즉, 지금까지 출간됐던 책들이 각 왕과 여왕의 정치적인 공과를 주로 다루고, 그들의 개인사를 부수적으로 다뤘던 반면, 이 책은 개인사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헨리8세의 후예들의 성격과 그들의 관계, 성장 환경, 살아남기 위한 전략, 온갖 음모와 배신, 복잡한 관계, 격동의 상황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책을 읽노라면 마치 영국 궁정의 한 모퉁이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① ‘왕자와 거지’, 에드워드 6세: 에드워드는 병약했고, 어머니는 출산 후 12일 만에 사망한다. 늙은 헨리 8세는 아들을 걱정하여,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섭정위원회가 정사를 돌볼 것을 명하고 눈을 감았다. 에드워드가 즉위한 것은 고작 10세. 16세에 사망하기까지 권력은 외삼촌 서머싯 공작에서 존 더들리(노섬벌랜드 공작)에게 이어졌다. 하지만 에드워드 6세는 독실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성공회’를 선포했고, 대영제국의 기틀이 될 양모생산과 모직물 산업이 기간산업으로 뿌리내리도록 했다.
② ‘9일 여왕’, 제인 그레이: “내가 왜 죽어야 하느냐”고 흐느끼며 참수당한 제인 그레이. 16세에 사망한 에드워드 6세에겐 당연히 후손이 없었다. 왕위 서열 1, 2위였던 메리와 엘리자베스를 제치고 왕위에 오른 이가 바로 제인이었다. 헨리 7세의 증손녀인 고작 17세의 그녀가 즉위한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당시 권력자인 노섬벌랜드 공작의 야심 때문이었다. 메리가 가만있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 곧 제인 그레이와 노섬벌랜드 공작은 체포, 참수당했다.
③ ‘피의 메리’, 메리 1세: 헨리 8세의 첫 번째 왕비, 카탈리나의 딸. 아버지가 뒤이어 5명의 왕비를 맞았으니, 메리의 어린 시절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아버지의 정은 커녕 왕비가 된 앤 불린(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은 메리를 구박했다. 그런 연유로, 그녀가 ‘피의 메리’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왕위에 오른 메리 1세는 아버지와 에드워드가 만든 영국 기독교의 흐름을 가톨릭으로 돌려놓으려고 애썼다. 또 가톨릭에 반발하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자식도 없이, 1558년에 마음 깊이 미워했을 엘리자베스를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둔 채 눈을 감는다.
④ ‘나는 잉글랜드와 결혼했다’, 엘리자베스 1세: 1558년, 엘리자베스는 국민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화려한 대관식을 치렀다. 역사상 엘리자베스 1세만큼 뛰어난 정치력을 지녔던 이들은 많지 않다. 사랑받던 공주였다가 어미는 처형당하고 혼란스러운 왕실의 음모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45년간 왕위에 있었던 그녀. 왕위를 이을 아들을 얻기 위해 왕비 갈아치우기를 숱하게 저질렀던 아버지 헨리 8세의 튜더 왕조는 그녀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사형당한 어미의 딸로서 남편도, 자식도 없이 긴 생을 마감한 그녀지만,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이 주는 고귀한 어감은 그녀로부터 기인했을 것이다.
헨리 8세의 후손들 간의 관계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들 모두가 한 아버지(헨리 8세)를 닮았으면서도 각기 다른 어머니들(세 명의 왕비들)의 다양한 성격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각각의 왕손들은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매우 다른 환경에 처했다. 아버지의 애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삶은 즐겁거나 혹은 고통만이 뒤따랐다. 메리 공주의 어머니(카탈리나, 첫 번째 왕비)는 엘리자베스 공주의 어머니(앤 불린, 두 번째 왕비)에게 왕의 애정을 뺏겼고, 왕의 열정은 곧 에드워드의 어머니(제인 시모어, 세 번째 왕비)에게로 향했다. 뺏거나 얻은 왕의 애정은 아버지가 왕손들을 대하는 태도와 직결되었다. 왕의 딸들이 왕의 생전에 운명의 부침에 고통 받는 동안, 아들은 아버지의 애정과 보호를 독차지하며 안정된 삶을 누렸다.
왕손들의 개인사는 주로 16세기 잉글랜드에 횡행했던 강한 종교적 긴장감과도 뒤얽혔다. 즉, 가톨릭교도와 신교도 간의 대립이다. 에드워드는 광신에 가까운 개혁주의자였고, 메리는 일생일대의 업적을 로마 교회와의 화해라고 생각한 가톨릭교도였다. 메리의 종교적 신념은 결혼(에스파냐 왕 펠리페 2세)에서부터 국내 정치(개혁주의자와 이단자를 화형)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모든 행위를 지배했다. 종교 문제는 반란을 도모하던 분열된 왕족들마저 재통합시킬 정도로 중대사였다. 그런 연유로, 온갖 중상모략에서 살아남아 여왕이 된 온건한 엘리자베스에게도 종교는 항상 챙겨야 할 중요한 일이었다.
영미권에서는 후기 튜더 왕조에 대한 책들이 제법 출간됐지만 이들 4명의 개인적 삶과 관계를 모두 아우르는 책은 최초이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최초이다. 그들의 개인사와 서로 간의 관계는 이후 잉글랜드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기에 중요한 이야기다. 즉, 지금까지 출간됐던 책들이 각 왕과 여왕의 정치적인 공과를 주로 다루고, 그들의 개인사를 부수적으로 다뤘던 반면, 이 책은 개인사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헨리8세의 후예들의 성격과 그들의 관계, 성장 환경, 살아남기 위한 전략, 온갖 음모와 배신, 복잡한 관계, 격동의 상황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책을 읽노라면 마치 영국 궁정의 한 모퉁이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① ‘왕자와 거지’, 에드워드 6세: 에드워드는 병약했고, 어머니는 출산 후 12일 만에 사망한다. 늙은 헨리 8세는 아들을 걱정하여,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섭정위원회가 정사를 돌볼 것을 명하고 눈을 감았다. 에드워드가 즉위한 것은 고작 10세. 16세에 사망하기까지 권력은 외삼촌 서머싯 공작에서 존 더들리(노섬벌랜드 공작)에게 이어졌다. 하지만 에드워드 6세는 독실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성공회’를 선포했고, 대영제국의 기틀이 될 양모생산과 모직물 산업이 기간산업으로 뿌리내리도록 했다.
② ‘9일 여왕’, 제인 그레이: “내가 왜 죽어야 하느냐”고 흐느끼며 참수당한 제인 그레이. 16세에 사망한 에드워드 6세에겐 당연히 후손이 없었다. 왕위 서열 1, 2위였던 메리와 엘리자베스를 제치고 왕위에 오른 이가 바로 제인이었다. 헨리 7세의 증손녀인 고작 17세의 그녀가 즉위한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당시 권력자인 노섬벌랜드 공작의 야심 때문이었다. 메리가 가만있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 곧 제인 그레이와 노섬벌랜드 공작은 체포, 참수당했다.
③ ‘피의 메리’, 메리 1세: 헨리 8세의 첫 번째 왕비, 카탈리나의 딸. 아버지가 뒤이어 5명의 왕비를 맞았으니, 메리의 어린 시절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아버지의 정은 커녕 왕비가 된 앤 불린(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은 메리를 구박했다. 그런 연유로, 그녀가 ‘피의 메리’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왕위에 오른 메리 1세는 아버지와 에드워드가 만든 영국 기독교의 흐름을 가톨릭으로 돌려놓으려고 애썼다. 또 가톨릭에 반발하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자식도 없이, 1558년에 마음 깊이 미워했을 엘리자베스를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둔 채 눈을 감는다.
④ ‘나는 잉글랜드와 결혼했다’, 엘리자베스 1세: 1558년, 엘리자베스는 국민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화려한 대관식을 치렀다. 역사상 엘리자베스 1세만큼 뛰어난 정치력을 지녔던 이들은 많지 않다. 사랑받던 공주였다가 어미는 처형당하고 혼란스러운 왕실의 음모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45년간 왕위에 있었던 그녀. 왕위를 이을 아들을 얻기 위해 왕비 갈아치우기를 숱하게 저질렀던 아버지 헨리 8세의 튜더 왕조는 그녀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사형당한 어미의 딸로서 남편도, 자식도 없이 긴 생을 마감한 그녀지만,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이 주는 고귀한 어감은 그녀로부터 기인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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