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대한민국 현대사 (독서>책소개)/2.정부수립이후

진격의 10년, 1960년대 (2022 김경집) -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동방박사님 2023. 1. 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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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반지성’의 시대에 필요한 깨어 있는 지성
인문학자 김경집의 통찰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현대사

현대사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1960년대가 지닌 독특한 매력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진격의 10년, 1960년대』는 1960년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현대사적 사건들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며 그 매력의 이유를 찾아낸다. 인류는 최대의 비극이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참혹한 세계를 재건하며 이전과는 다른 체제와 질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까지 득세했던 전체주의는 점차 힘을 잃었고, 자유로운 개인과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으며, 두 차례 전쟁을 통해 획득한 기술력과 미국의 자본을 토대로 경제적 풍요가 시동을 걸었다. 1960년대는 잠재해 있던 변화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하는 시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정치체제와 국제질서가 재정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유와 경제라는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시점이었고, 그 가속도는 폭발적이었으며, 연쇄적이었기에 한달음에 2020년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진격의 10년, 1960년대』는 급격한 변동으로 몸살을 앓던 1960년대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변화의 움직임을 포착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집중한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한 4·19혁명을 시작으로 1960년대를 가로지른 17개의 주제를 꺼내 든다. 구체제의 억압을 물리친 식민지들의 투쟁과 해방, 전후 일본의 회복과 청년 세대의 투쟁, 마오쩌둥의 부활과 문화대혁명, 체 게바라의 쿠바 혁명을 마주한 미국의 반응과 풍운아 케네디의 등장, 소련의 개혁의 물꼬를 연 흐루쇼프의 개혁, 미국에게 악몽을 선사했던 베트남 민중의 치열했던 항쟁,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에 대한 인식 변화와 투쟁, 프랑스의 68혁명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불었던 자유의 바람, 새로운 대중문화의 문을 연 비틀스의 예술성, 궁극의 해방을 외쳤던 히피들, 우드스톡에서 폭발한 청년의 에너지, 인류사의 한 획을 그은 인류의 달 착륙 등 1960년대를 대표하는 굵직한 이야기들을 무대 위에 올리며, 시대가 전환하는 변곡점이었으며, 현대 세계를 가름하는 기준점이었던 1960년대를 소개한다.

3부로 구성된 『진격의 10년, 1960년대』은 1960년대를 가로질렀던 굵직한 사건들을 17개의 주제로 엮어냈다. 1부에서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부터 60년대 초반까지 발생했던 사건들을 17개 주제로 엮어 맥락을 잡아준다. 2부에서는 1960년대의 세계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설명한다. 17개의 주제는 1부와 2부에 걸쳐 세 차례 언급된다. 3부에서는 저자의 개인사에서 출발해 1960년대 이후의 역사를 조망한다.

생생한 역사 현장에 있는 듯 생동감 넘치는 서술이 장점인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주석’이다. 6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참고도서와 작가의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이 만나 주석의 매력을 한껏 높였다. 흥미를 돋우는 풍부한 이야기로 구성된 주석은, 독서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음 내용을 기대하게 만든다.

저자는 1960년대를 가리켜, 자유와 저항, 혁명과 열정이 충만했던, 사랑과 청년의 시대였다고 말하며, 2020년대의 시대정신을 발견하기 위해 1960년대의 시대정신을 돌아보라고 제안한다. 60년이 지난 현재에 1960년대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마주한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기후변화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닥뜨린 현실, 그리고 시스템을 뛰어넘는 악당과 영웅의 등장으로 새로운 질서를 경험하고 있는 2020년대 역시 1960년대 못지않은 역사적 변곡점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인간이 가장 인간다웠던 시대였던 1960년대를 기억하며, 2020년대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발견하기를 바라고 있다.

 

목차

Overture

제1부 혁명의 전주곡
1945년 이후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의 세계


Prelude

김주열과 4·19혁명: 소년의 죽음, 대한민국의 1960년을 열다
비틀스: 네 명의 소년, 음악 혁명의 예언자가 되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우주에 선 청년, 푸른 지구를 보다
미일 신안보조약과 안보투쟁: 패전 15년, 도약과 우경화의 길에 다시 서다
베를린회담과 아프리카의 해: 청년 아프리카, 독립과 자유의 초원에 서다
요한 23세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보수적인 가톨릭교회, 청년 정신으로 대개혁 앞에 서다
캐서린 존슨과 로자 파크스: 흑인 여성’이라는 차별의 이름 앞에 실력으로 맞서다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 실패: 새로운 중국의 싹을 틔운 거목의 몰락
베트남의 독립과 분단: 해방 베트남, 마지막 고통을 준비하다
폴란드 저항과 헝가리혁명: 동유럽 위성국가, 자유의 바람을 품다
쿠바혁명 : 쿠바혁명, 미국의 턱밑을 위협하다
알제리전쟁: 제국주의 프랑스, 아프리카 지중해의 요충지를 잃다
백호주의와 애버리지니: 오스트레일리아, 고립주의 함정에 갇히다
OPEC과 다국적 석유회사: 에너지 전쟁의 서막이 열리다
뉴 레프트와 비트 문화: 젊은 좌파 뉴 레프트, 혁명의 시동을 걸다
드골과 프랑스 청년들: 위대한 프랑스 대신 진정한 자유를 달라
마거릿 생어와 경구피임약: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투쟁
미나마타병과 침묵의 봄: 환경재앙의 경고등이 켜지다

제2부 불멸의 환상곡
1960년대를 가로지르며


Interlude

장면 정부와 5·16군사쿠데타: 혁명 이후 분열, 쿠데타의 빌미를 주다
매카시와 케네디, 그리고 쿠바 사태: 케네디, 미국 격변의 중심에 서다
박정희와 케네디: 두 정상의 위험한 거래, 국민은 없었다
미국 청년문화와 비틀스: 네 명의 청년, 대중음악의 역사가 되다
마오쩌둥과 정적들: 개혁에 실패한 중국,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스탈린 사후 흐루쇼프의 약진: 기회와 위기 사이에 선 흐루쇼프
베트남 응오딘지엠의 몰락: 미국도 포기한 베트남의 첫 스텝
요한 23세의 개혁 드라이브: 시대정신의 바다에 몸을 던진 보수 가톨릭교회
해방 아프리카, 그리고 알제리와 콩고: 검은 피로 쟁취한 아프리카의 해방
드골과 ‘위대한’ 프랑스: 프랑스 전쟁 영웅, 절대 권력을 휘두르다
이집트와 중동전쟁: 이집트와 이스라엘, 세계 화약고에 불을 당기다
일본의 고도성장과 그림자: 진보의 몰락을 불러온 일본의 고도성장
흑인민권운동: 인종차별 철폐를 향한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베티 프리던과 여성해방운동: 여성, 신화를 깨고 평등의 전선에 서다
레이첼 카슨과 국가환경정책법: 침묵의 봄, 세상을 깨우다
케네디 그리고 쿠바 사태와 통킹만: 케네디의 선택, 위기와 진보의 이중주
개혁가 흐루쇼프의 퇴장: 소련의 개혁 행진, 일단멈춤
킨제이보고서와 PLAYBOY: 누구나 궁금한 섹스를 묻기 시작하다
홍위병과 해서파관: 마오쩌둥의 권력을 향한 혈血의 장정長征
한일수교: 민족사에 한 번 더 상처를 낸 어설픈 화해
흑인민권운동의 수난: 폭력의 폭풍에도 사위지 않는 검은 불꽃
바오로 6세와 교회혁명의 완수: 통찰에서 반성으로, 논쟁을 넘어 스스로 완성한 혁명
반문화와 히피, 그리고 사랑의 여름: 절망을 노래하라, 저항하라, 그리고 사랑하라
제3차 중동전쟁 ‘6일전쟁’: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을 탐하다
세상을 뒤흔든 68혁명: 세상의 모든 금지를 금지하라
미라이학살과 반전운동: 미국의 베트남전쟁, 반인륜의 범죄가 되다
둡체크와 프라하의 봄: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프라하의 봄
올림픽과 검정장갑: 금메달보다 값진 저항의 검정장갑
1·21사태와 동백림사건: 남북 긴장이 도운 독재자의 장기집권 음모
메데인 남미주교회의와 해방신학: 하늘의 영광을 위해 땅 위의 평화를 외치다
일본좌파 전공투, 신좌익, 적군파: 폭력만을 내세운 혁명, 좌파의 몰락을 가져오다
문화대혁명: 마오의 노욕, 혁명의 이름으로 퇴행하다
아파르트헤이트와 넬슨 만델라,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인종차별의 시대착오, 마침내 대가를 치르다
자유의 축제 우드스톡페스티벌: 사랑, 평화, 반전의 선율을 자유의 축제 위에 싣고
아폴로11호와 달착륙: 인간, 드디어 달에 착륙하다
1960대의 마지막 이름, 전태일 열사: 스물한 살 마지막 날의 일기

제3부 미완성 카덴차
1960년대 이후 나의 현대사


Postlude
나의 현대사

부록
소연표
참고도서
인명
주요 용어
 

저자 소개

저 : 김경집 (전 가톨릭대학교 교수)
 
서강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예술철학과 현대사회철학을 공부하면서 스물다섯 해를 배웠다. 서강대학교 교양학부와 철학과에서 가르치다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으로 옮겨 스물다섯 해 가르치는 걸 채우고 학교를 떠나 세 번째 스물다섯 해를 글 쓰고 책 읽으며 살기로 했다. 강연도 하고 칼럼도 연재하면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의 기획과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지식과 체제에 순치되...
 

책 속으로

과거의 역사에서 너무 많은 교훈을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상황과 조건 그리고 인과관계를 배제한 채 사건의 결과인 기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위험하고 어리석다. 역사를 외면하는 시민과 지도자는 위험하지만, 역사책만 들여다보는 시민과 지도자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 p.7

체 게바라는 권력에 집착하지 않아서 불멸의 명예를 얻었다. 막강한 군대도 아닌 고작 몇십 명의 게릴라와 함께 ‘남의 나라’에 가서 투쟁한 것은, 제국주의적 속성을 직시하고 그 탐욕이 빚어낸 불의와 타락에 맞서 싸우려는 ‘인류의 전사’의 삶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혁명이 성공한 뒤 잠깐 권력의 한 축을 맡았지만 또 다른 혁명의 땅 볼리비아로, 그것도 최악의 상황에 기꺼이 뛰어들어 끝내 목숨을 잃은 체 게바라의 삶은 영원한 자유인의 모습 그 자체였기에 지금도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1960년대는 마오쩌둥 같은 권력의 화신도 있었지만, 체 게바라 같은 자유로운 혁명가가 있었기에 다채로울 수 있었다.
--- p.105

68혁명은 실패했지만 나비효과처럼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호응됐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68혁명은 반권위주의적인 가치혁명이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촉발한 문화대혁명이었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사건이었다. 그것은 “나는 반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슬로건에 그대로 드러났다. 68혁명은 ‘상상력이 빚은 저항과 혁명의 역사’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68혁명은 비록 짧은 시기에 일어난 질풍노도였지만, 1960년대의 모든 문제들이 압축된 상징이었다.

“Il est Interdit D'interdire(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Cela Nous Concerne Tous(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섹시한 혁명 구호를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 p.471

언론의 편협함과 선동은 오히려 시대정신을 읽어내지 못하는 언론이 얼마나 추악하고 위험한 것인지 새삼 보여줬을 뿐이다. 멕시코올림픽에서 누가 메달을 많이 땄고 어느 나라가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했는지 기억하는 이들은 별로 없고 의미도 없다. 그러나 흑백차별에 대한 세 사람의 용기 있는 항의와 그 메시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토미 스미스와 존 칼로스의 용기가 바로 1960년대 정신이며, 피터 노먼 등의 연대와 동료의식이 진정한 올림픽정신이었다. 부당한 차별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 그 현실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 그리고 그 부끄러운 사슬을 끊어내는 것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의무이고 용기이다. 1960년대의 가치와 행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 p.497

반전 시위를 진압하러 온 병사들의 총구에 꽃을 꽂았을 때 이미 청년이 옳았고, 청년이 이겼다. 평화가 전쟁을 이기고 젊음이 낡음을 이기며 자유가 억압에 승리하고 폭력과 차별을 이겨내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평화는 평온함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끄럽고 무질서하며 질풍노도 같은 폭풍의 질주도 평화로울 수 있다. 우드스톡페스티벌은 진정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보여주었다. 이 사진 한 장이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얼핏 난민촌 같은 이 무질서와 열악함을 오히려 자연과의 교합으로 여기고,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노래하고 춤추며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는 전복의 장면이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 p.561
 

출판사 리뷰

최초의 히피와 마지막 히어로

『진격의 10년, 1960년대』는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진취적인 82세의 원로 정치인 버니 샌더스를 언급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현존하는 정치인 중 빌런이 아닌 유일한 ‘히어로’로 샌더스를 손꼽았다. 청년시절 순수하고 진보적이었지만 돈과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 변절하고야 마는 여느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그가 히어로로 남을 수 있었던 건, 20대 청춘의 열정으로 1960년대를 건너며 그 시대가 하사한 열정과 진정성의 세례를 온몸으로 받았기 때문이며, 1960년대를 직접 이끌었던 청춘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켜온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963년 마틴 루서 킹의 워싱턴행진에 동참한 뜨거운 청년이었으며, 뉴 레프트에 시동을 건 동지들 중 하나였으며, 2010년 오바마 정부의 부자감세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8시간 37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을 정도로 강건한, 1960년대의 ‘젊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은, 비록 여든 가까이에 1960년대를 맞이했지만, 그 누구보다 1960년대의 정열로 살았던, 어쩌면 최초의 히피, 스콧 니어링이다. 그는 정치권에 발을 들인 적 없었지만, 삶은 온전히 정치적이었다. 그는 두 번이나 대학에서 쫓겨났고, 국가로부터 위험인물로 분류됐으며, 심지어 스파이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했지만, 그는 끝까지 선구자의 면모를 잃지 않고 시대정신을 읽어냈다. 저자는 그의 논문과 저서를 언급하며 1910년대부터 이미 1960년대의 미래를 내다본 그의 선견지명에 경탄한다. 그의 저서와 연관된 주제를 다루는 몇몇 원고 첫 부분에 니어링의 예언자적 면모를 부표나 비컨처럼 보여준다. 마흔다섯의 나이에 세속의 욕망 대신 자발적 가난과 영혼의 자유로움을 선택한 니어링은, 동반자 헬렌 니어링과 버몬트주의 어느 숲속으로 귀농해 단풍사탕시럽 생산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소박한 삶을 이어가던 1954년 『조화로운 삶』을 출판하며 1960년대의 히피 정신을 예견했다.

저자가 1960년대를 말하면서 20세기를 수놓은 수많은 히어로를 놔두고 샌더스와 니어링을 소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의 변화를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겪어내는 열정과 미래를 내다보며 시대정신을 발견하는 선연함, 그리고 끝까지 신념을 이어가는 순수함과 선명성, 끝으로 자유로운 인간의 진정성을 마지막까지 신뢰하는 인류애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1960년대, 시대정신의 탄생

1960년대를 특정해 ‘진격의 10년’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바로 본격적인 의미의 시대정신이 탄생한 시기라는 점 때문이다. 어느 시대라고 시대정신이 없었겠느냐 물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2020년대의 시선으로 시대정신을 특정할 수 있는 시기라고 대답한다면 어떨까? 현재의 시선으로 1960년대를 돌아보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인류사에 끼친 비극적 고통을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였으며, 정치적으로 과거 체제가 흔들리고 재편되는 역동적인 시기였고, 이념적으로 전체주의와 국가주의에서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로 주도권이 이행하는 시기였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된, 비로소 현대성이 발현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1960년대는 근대와 현대를 가르는 변곡점이었고, 현대사회가 만들어진 시작점이었다.

시대정신이라는 건 뛰어난 어떤 선각자 한두 사람이 주장한다고 세워지는 게 아니다. 어젠다를 나열한다고 시대정신이 되는 게 아니다. 어젠다 아래로 흐르는 동시대인들의 공통된 인식이 시대정신의 본류다. 그 흐름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역사적 상황과 시대적 현상을 꿰뚫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외친 체코슬로바키아 둡체크의 시대정신은 68혁명의 동지들이 공유했던 시대정신과 다르지 않으며, 바다 건너 미국의 샌더스와 그의 동지들이 지녔던, 나아가 우드스톡페스티벌에 모인 히피들이 느꼈던 시대정신과 같은 것이다. 동시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그려지는 어떤 가치와 신념으로서의 시대정신이라야 비로소 시대전환을 이룰 수 있다. 1960년대는 시대정신의 시대였다. 세계화의 시작을 알린 시대였으며, 어젠다 아래로 흐르는 인식이 공유되기 시작한 시대였다.

‘진격’의 10년, 멈추지 않고 확산하는 에너지

2020년대에 1960년대를 지금 다시 이야기하는 이유는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깨어있고자 노력하는 동시대인들이 공유해야 할 오늘날 시대정신의 방향성 때문이다. 1960년대의 시대정신 속에 지금 우리가 읽어내야 할 방향성이 깃들어 있다. 둡체크와 샌더스, 니어링이 공유했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바로 자유로운 개인의 개성과 휴머니즘이다. 1960년대 이전 시대의 전체주의적 폭압을 뚫고 일어섰던 자유로운 개인과 인간성을 상실했던 두 번의 큰 전쟁의 참혹함을 뚫고 피워냈던 휴머니즘이다. 1960년대는 그 어느 시대보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웠던 시기였다.

저자는 1960년대의 특징을 자유와 저항, 그리고 혁명과 사랑이라 말한다. 자유와 저항, 혁명과 사랑은 한 마디로 ‘청년’의 속성이다. 1960년대는 자유로운 상상과 열정의 심장을 지닌 청년시대였다. 순수함을 순수함 그대로 빈정댐 없이 칭송했던, 자유의 봄이었고 사랑의 여름이었던, 혁명조차 낭만적이었던 청년의 시절이었다. 『진격의 10년, 1960년대』는 그 시절 영웅이든 악당이든 그 시대를 거닐었던 ‘불세출의 청년’들을 호명한다. 케네디, 비틀스, 흐루쇼프, 만델라, 호찌민, 드골, 체 게바라, 마틴 루서 킹, 요한23세… 이 ‘불세출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청년의 열정으로 역사의 무대 위에 올라섰으며,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

이와 같은 ‘휴머니즘’과 ‘청년’의 속성에서 기반한 역동성이야말로 저자가 1960년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이유다. 1960년대를 ‘진격’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전개되었던 1960년대, 아직까지 한국은 세계의 변방이었고, 미처 연결되어 있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사회가 1960년대의 조류가 만들어낸 흐름에서 낙오되었는가? 물론 아니다. 비틀스가, 체 게바라가, 만델라가 일으킨 흐름은 세계의 변두리까지 닿아 현대 사회를 만들었다. 이 역동성과 변화 또한 1960년대의 시대정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인종차별, 전쟁과 폭력, 여성주의, 자유와 평화…, 현대사회의 기준점이 되는 수많은 어젠다가 1960년대에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당연히 그 흐름은 아직까지도 요동치고 있다. 우리가 1960년대를 돌아보는 이유는 그 “낭만적이었던 시대”를 추억하고, 기념하고, 박제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헤아릴 수 없이 폭발적이었던 에너지가 여전히 시대를 추동하는 힘으로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을 읽고 더 나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추천평

세계는 복잡다단해서 우리를 혼란시킨다. 다가올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워 두렵다. 이 복잡함과 불확실성은 현대 세계의 근본적 특성이 한꺼번에 터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기준점이 되는 1960년대를 조망하는 것은 이 불안을 해소할 성찰과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역사를 탐구하는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인문학자 김경집의 안내로 이 시기를 체험함으로써, 지금의 세계를 만든 당대의 시대적 고민과 문제 해결의 전개 과정을 알게 되고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난제 해결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는 사회문제는 은폐하고 진영 간 이념 대립을 고착화하는 냉전 체제로 나아갔다. 1960년대는 그 정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 부조리와 억압 및 차별에 항거하면서 인간의 보편가치와 공정질서를 구현하려는 열기를 분출해. 현대 사회와 국제질서를 태동시킨 시대다.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시대를 잉태한 1960년대 세계 각 지역과 사회의 고민과 투쟁의 역정을 살펴보면서 현대 세계의 시대정신과 질서를 명확히 이해하고 삶의 좌표를 설정한다면, 불확실한 미래를 우리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키는 터전으로 정겹게 맞을 수 있을 것이다.
-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21세기는 극심한 혼란의 시대이다. 우리는 과연 어디로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 인문학자 김경집이 현대의 출발점을 1960년대에서 발견한 것은 타당하면서도 의외로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대목이다. 그는 일상이 혁명으로 점철되었던 그 시대에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현대 세계의 본질을 촘촘한 서사의 그물망으로 건져 올린다. 통찰이 깃든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따라가노라면, 우리는 지금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되고, 현대 세계가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전존재적으로’ 혁신하고, 새 가치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의제를 갖게 된다.
- 백승종 (역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