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음으로 생태계를 탐구해온 최재천 교수
삶을 위한 공부를 말하다
『최재천의 공부』는 동물과 인간을 깊이 관찰해온 최재천 교수가 10여 년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책으로,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공부에 관한 생각을 총망라한다. 인생 전반에 걸쳐 공부가 왜 중요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그동안 제대로 논의된 적 없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톺아보고 미래상을 그려보며 청사진을 제시한다. 하버드대학교 시절 몸소 체득한 경험, 서울대학교에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시절까지 있었던 강의,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섭적 시야 등이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수많은 청소년과 부모, 청년과 중년, 정부와 기업이 자연과학계의 대가인 최재천 교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나요?” “많은 일을 하면서 느긋하게 사는 비결이 있나요?” “아이를 잘 키우는 묘책이 있나요?”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떤 인재를 뽑고 길러야 할까요?” 인생의 길, 교육의 길, 정책의 길, 경영의 길, 각자가 찾고자 하는 길의 갈래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사는 길을 찾고 싶어서 배우고 싶다는 것.
“벽돌을 쌓듯 빈틈없이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1분 1초를 다투지 않고 마감 1주일에 앞서 해치웁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어야 합니다” “스승은 제자의 발을 밟지 말아야 합니다” “동물스러운 교육을 합시다”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줍시다” “토론으로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갑시다”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됩니다!” 이번 책에서 최재천 교수는 우리가 궁금했던 질문들에 때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때로는 단단한 직설화법으로 말을 건다. 생각의 창을 열어주고 배움의 방향을 넓혀주는 지도를 펼쳐보인다.
목차
1부. 공부의 뿌리: 누구나 꽃피울 잠재력이 있다
제대로 교육을 생각할 시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배움과 깨움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자
나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수학의 민낯을 보다
수포자에서 수학 천재로 거듭나다
시험과 평가가 달라지면 된다
2부. 공부의 시간: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간다
공부의 집을 짓는 기술
스스로 길을 내며 방향 찾기
일에 휘둘리지 않고 삶을 지키기까지
홀로 있을 때 생각은 자란다
1주일 앞서 한다
3부. 공부의 양분: 읽기 쓰기 말하기
친숙함을 낯설게 하는 전략
쓰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칸을 막는 ‘불통’과 삶을 나누는 ‘소통’
글쓰기가 키워내는 힘
공부의 한 축은 학습량
나의 생각이 자리 잡는 글쓰기
무엇을 어떻게 읽을까
독서는 빡세게 한다
까짓것 당당하게 말한다
겁먹지 않고 들이댄다
토론으로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간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오늘의 숙제
4부. 공부의 성장: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창의력은 경험에서 나온다
각자의 더듬이를 존중한다
마음이 가는 방향을 좇는다
스승은 제자의 발을 밟지 않는다
온몸으로 뇌를 깨운다
5부. 공부의 변화: 섞이면 건강하고 새로워진다
21세기 미래 지식 지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자
자연을 가까이하면 최소한 똑똑해진다
거름이 되고 꽃이 되고
우리는 왜 서로에게 배타적일까
승자독식 경쟁에서 공생으로
대학은 어떤 개혁을 준비해야 하는가
6부. 공부의 활력: 손잡아야 살아남는다
밥심은 우울의 처방전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
자존감을 높이는 기술
왕성한 활동의 비결
삶으로서의 배움
후주. 나의 공부 그리고 모두의 삶-안희경
찾아보기
책 속으로
--- p.39
시험을 치르지 않고 성적을 내는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들어요. 시험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죠. 제가 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험을 안 보는 방법을 택했을까요? 좋은 고등학교에 착실하게 다녔는데도 대학 입시에 두 번 떨어졌던 저의 현실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몇 년을 준비하고 재수까지 했는데, 왜 단 하루 만에 치른 시험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지어질까? 이 시험을 1년 내내 펼쳐서 하면 어떨까?’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이 ‘평가가 달라지면 된다’였습니다. 저는 긴 시간을 주고 평가하는 방식에서 제법 잘했어요. 우리는 여러 면을 평가할 수 있는데, 기준을 너무 한정시켜 평가합니다. 저는 한판 승부를 겨루는 시험을 없애고, 한 학생을 열몇 가지 부분으로 평가해요. 거의 매일 평가해야만 한 학기 전체 총괄 평가가 나옵니다. 교수 생활 내내 악착같이 했어요.
--- p.68
저는 ‘미리 한다’가 습관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1주일을 앞서 끝내고자 결심했는데, 처음엔 잘 안 되더라고요. ‘실제로 1주일이 있다’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연습하니까 자동 입력이 됐어요.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 일’은 ‘1주일이나 2주일 전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됐어요. 미리 다 해놓습니다. 남은 기간 저는 다른 일을 하다가 갑자기 30분 정도 여유가 생기면 그때 다시 그 일을 살펴봅니다.
--- p.102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100세 시대에 20대 초에 배운 지식으로 수십 년 우려먹기가 불가능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 p.146
제 연구실에서, 또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실수한 사람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실수한 사람을 꾸짖지 않는다’라는 철칙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요. 제 경영 십계명 중 하나입니다. (…)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내 실수를 별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실수하면 완전히 그 동네에서 매장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더라’가 제 결론이고요. ‘너무 겁먹지 말고 들이대라’가 제 조언입니다.
--- p.156
제가 통섭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래, 우리 사회에서 ‘소통 없이 한 우물만 파라’라는 말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겁니다. 이제는 대다수가 주변인과 융합해야 한다고 느끼죠. 저의 딴짓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생물학만 내내 공부했다면 저는 지극히 평범한 곤충학자, 어쩌면 신기한 작은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으로만 살아갔을지 모릅니다. 제가 오지랖이 넓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공은, 아무리 생각해도 딴짓밖에 없어요.
--- p.191
엄마 침팬지가 새끼가 실패하는 것을 모르지 않아요. 관찰해보면 계속된 실패를 보는 엄마 침팬지의 표정이 착잡합니다. 마치 ‘붙들고 가르쳐봐?’ 이런 고뇌를 하는 듯해요. 사실은 아니겠죠. 관찰하는 저의 감정이 이입됐을 텐데요. 엄마 침팬지는 실패하는 새끼 옆에서 자기 열매만 계속 깨 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새끼가 엄마 침팬지 걸 뺏어 먹어요. 뺏기면 할 수 없지만 ‘배고프지? 엄마가 까줄게’ 그러지는 않습니다. 새끼는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서 먹으려고 엄마 침팬지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겠죠. 마침내 자기가 혼자서 탁! 깨 먹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우리는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아닐까? 침팬지가 배우듯이 몸으로 익히면 긴 인생에 훨씬 더 강력한 학습이 될 텐데, 급하게 욱여넣으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 p.233
저는 기숙사 튜터를 하면서 들어주기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7년 동안 학생들을 보살폈다기보다는 제가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받았죠. 나중에 교수가 되어 큰 도움이 됐어요. 밥을 먹으면서 다짜고짜 ‘너 그러면 안 돼.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라고 했을 리는 없잖아요.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캐내려면 말을 잘 걸어야 하죠. 내가 말을 많이 해봐야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자연스럽게 듣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출판사 리뷰
우리를 살게 하는 앎이란 무엇인가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생명 사랑을 실천해온 연구자이자, 인류의 삶을 관통하는 통찰을 제시해온 교육자, 최재천 교수가 꼭 쓰고 싶었던 책 『최재천의 공부』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2016년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우리 들꽃 포토에세이 공모전’ 시상식 사진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에게 무릎을 꿇고 상장을 전달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훈훈한 울림을 주었다. 시상자는 바로 최재천 교수였다.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며 겸손을 실천해온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왜 지금 ‘공부’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대화를 거는 걸까?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 교육이 달라지지 않으면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 “다 죽을 것 같은 상황이 벌어져 겨우 서로의 안녕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늘 사회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023쪽)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담론의 장을 열어야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국영수에만 집중하다가 전염병에 걸려 죽는 세상에서 계속 살 수는 없다는 성찰도 있었다.
이 책은 놈 촘스키, 재레드 다이아몬드,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리베카 솔닛, 마사 누스바움, 이해인 수녀 등을 인터뷰한 안희경 저널리스트와 세계적인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1년 여에 걸쳐 나눈 대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간 우리 사회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온 최재천 교수의 옹골찬 육성이 생생하게 담겼다.
공부의 뿌리에서 변화까지 살펴야 할 때
한결같은 외길에서 벗어나 철석같은 내 길을 찾기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깊이 생각하다 보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까지 닿게 된다. 당장 손안에 돈을 쥐여주지는 않지만, 인생에 힘을 길러주는 책이 필요한 시대다. 최재천 교수는 입시 지옥에서 취업 지옥으로 이어지는 비참에서 벗어나는 궁극적 방법을 이제는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대안을 꺼내놓는다.
환경 교사를 일선 교육 현장에 배치해 “아이들에게 환경을 이해하고 관계 맺는 방식”(031쪽)을 알려주자. “일방 변론이 아니라 쌍방 숙론”(116쪽)이 주도하는 정치 플랫폼을 만들자.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대학을 일곱 번, 여덟 번 다녀야 한다.”(266쪽) 시험과 평가가 바뀌면 교육이 달라질 수 있고, 직선과 점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학교가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를 지키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사는 법이 있을까? 최재천 교수는 이것저것 찔러보며 끈덕지게 탐색하고, “뒤져보고 찔러보고, 강의도 들어보고, 책도 읽어보면서”(283쪽)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요것조것 파헤치다 보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걸 발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공부의 집을 짓는 기술을 넌지시 일러주는데, 인생 설계도를 완벽히 세우지 않아도 좋다고 설파한다. 인생은 직사각형 벽돌을 쌓듯 착착 쌓아가는 건축물이 아니라 모난 돌 둥근 돌 큰 돌 작은 돌이 균형을 잡으며 완성되는 유기물이기 때문이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팀목이 되어 제법 힘이 생깁니다.”(083쪽)
‘N잡러’ 시대, 정말 딴짓을 해도 되는 것일까? 최재천 교수는 “그래도 된다”라고 망설임 없이 답한다. 그의 말이 믿음직한 이유는 그 역시 젊은 시절 여러 번의 실패, 여러 번의 도전, 여러 번의 방황을 하면서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는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감해야 하기도 합니다. 한 시간 안에 모든 해법을 찾아야 하는 긴박한 삶을 평생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문제를 인식하고 숙고할 시간이 충분히”(064쪽) 있다면서 딴짓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기숙사 사감을 하며 배운 것
서울대학교에서 이화여자대학교까지 교수로 생활하며 겪고 느낀 것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학교에서의 생활은 최재천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스승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를 만났고, 공부의 비결이자 일 잘하는 비법을 터득했다. 바로 1주일 전에 해야 할 일을 미리 해치우는 것. 그는 1주일 전에 할 일을 미리 끝내고 틈날 때마다 여러 번 조금씩 고치는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런 습관 덕분에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지점인 토론하는 법도 하버드대학교에서 깨우쳤다.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식”(065쪽)의 토론이 아닌,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159쪽)가는 토론이 진정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풀어놓는다. 그런 그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는 시간만큼 홀로 있는 시간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함께 모여서 해야 할 일도 있지만 혼자서 생각하고 조사하고 읽는 시간”(095쪽)에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읽기, 쓰기, 말하기’의 힘이 중요한 건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그의 방법론은 색다르다. 그는 글을 쓸 때 1주일 전에 초고를 쓴 뒤 “한 50번”(112쪽) 퇴고하면서 숨쉬기 편한 문장을 만든다. “취미 독서”(146쪽)가 아닌 “기획 독서”(147쪽)를 빡세게 하자고 권한다. 무엇을 어떻게 쓰고 읽어야 할까에 관한 그의 날카로운 시각은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책 읽기에 대해 강연할 때 저는 코끼리가 똥 누는 사진을 화면에 띄웁니다. 코끼리 똥 실제로 보신 적 있으세요? 어마어마합니다. 들어간 게 있어야 나오지 않겠습니까? 어떤 분은 독서를 안 하는데도 글을 제법 쓴다고 말해요.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많이 읽은 사람들이 글을 잘 써요. 읽은 내용을 기억해서 베끼는 게 아니라, 읽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문장이 탄생합니다. 글을 읽지 않은 사람이 글을 잘 쓰는 사례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134쪽)
공부란 한 사람과 한 세상이 아름답게 살기 위한 노력
도발적 질문에서 통섭적 혜안까지 담긴 책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년간 최재천 교수는 승자독식 사회에 일침을 놓으며 “군림(君臨)이 아니라 군림(群臨)해야 한다”라는 지론을 펼쳐왔듯, 이 책 속에서 1인자가 독선으로 사로잡혔을 때의 폐단과 모두가 공생하는 삶의 중요성을 동물 세계에 빗대어 들려준다.
“침팬지 사회를 예로 들면, 동맹을 맺은 여러 수컷이 기존의 알파 자리에 있는 수컷을 두들겨 패 무너뜨리고, 바로 그 동맹관계에 있는 수컷 중에서 하나가 새로운 우두머리를 차지합니다. 우두머리 침팬지가 협력한 동료 침팬지에게 권력을 나눠주지 않으면, 동료 침팬지들이 다시 다른 침팬지들이랑 동맹을 맺고 호시탐탐 노리다가 우두머리 침팬지를 몰락시킵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는 거죠.”(258~259쪽)
코로나19 같은 대재앙이 일어나면서 나와 내 가족부터 살고자 하는 태도는 나와 내 가족조차 살리지 못하는 자세라는 걸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잘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질투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따돌리지요. 충분히 아는 사이에선 대개 그런 짓을 못 하잖아요.”(238쪽) “손을 잡은 자들이 미처 손도 잡지 않은 독불장군을 몰아내고 함께 사는 곳”(010쪽)이 자연이라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슬기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깨우치게 된다.
『최재천의 공부』는 다독임을 넘어 행동하게 만드는 인생 공부 책이다. 책에는 이런 메시지가 스며 있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들여다보며 바닥난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인간 사회 자연을 알아가려는 기꺼운 노력이며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기 위한 분투다.
이 책은 안희경 저널리스트의 밀도 높은 질문과 최재천 교수의 가감 없는 답변으로 이루어졌다. 책 속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두 저자의 질문과 답변이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독자는 서서히 책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자연계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온 그의 삶이 깃든 공부 이야기”(297쪽)가 당신의 일상에 “은근한 변화”(297쪽)를 일으키길 바란다.
'54.인문교양 (독서>책소개) > 1.인문교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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