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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근혜, 영원한 공주에서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갑자기 등장한 독재자의 딸, 자기 목소리 없는 수첩공주, 비운의 전 퍼스트레이디…. 별 볼일 없고 연약해 보이던 이 여인이 어떻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정치적, 사회적, 시대적 현상 속에서 "박근혜"를 파헤쳐 보는 책이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이 책은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듯 보인다. 중도좌파와 급진좌파, 학자인 사람들이 모여 말하는 박근혜에 관한 이 해명서는 대중이 그녀에게 갖고 있던 이해를 오해로, 오해를 다시 이해로 풀어낸다. 또 한 여자로서 존재하는 박근혜의 옆에 항상 누군가 없었다는 사실을 조명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대중들에게 이미지화 되고 있는지도 밝혀내고 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시대라고 불리는 시점에서 "박근혜 현상"이라는 말 자체에 복고적 느낌이 강하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그 원인을 개혁진영의 거물 후보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며 이 신드롬은 결국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던 논자들과 달리 진정성의 정치학을 갖고 현대정치의 핵심적 작동방식의 측면에서 바라본 한 정치인에 관해 썼다고 말한다. 박근혜가 그저 복고적이거나 텅 빈 이미지 정치에 불과하다는 관습적 견해와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진정성의 정치란 제도권 정치 내의 정치공학이나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가치와 의미를 진심으로 추구하는 정치 스타일을 말한다. 정치학이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한 정치인의 내면세계에 대한 측정이 아니라 시민들이 어떠한 개념으로 인지하는 가에 더 가깝다.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허항된 거품이나 대세를 거짓으로 이동시키려는 술수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책은 집필되었다. 필자는 과연 과거 박근혜 현상을 폄하한 전략가들이 정확히 무엇을 보지 못한 것이며, 그들은 어떠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박근혜를 평가했느냐 하는 점 등을 물어 살펴보았다. 또 진정성의 정치가 정치의 발전인지 아니면 이미지의 정치에서 끝나는 문제인지도 고민하고 있다. 거대한 역사적 뿌리를 안고 점차 가속도를 붙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박근혜의 정치적 행보는 어디까지이며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예측해 볼 수 있게 한다.
갑자기 등장한 독재자의 딸, 자기 목소리 없는 수첩공주, 비운의 전 퍼스트레이디…. 별 볼일 없고 연약해 보이던 이 여인이 어떻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정치적, 사회적, 시대적 현상 속에서 "박근혜"를 파헤쳐 보는 책이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이 책은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듯 보인다. 중도좌파와 급진좌파, 학자인 사람들이 모여 말하는 박근혜에 관한 이 해명서는 대중이 그녀에게 갖고 있던 이해를 오해로, 오해를 다시 이해로 풀어낸다. 또 한 여자로서 존재하는 박근혜의 옆에 항상 누군가 없었다는 사실을 조명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대중들에게 이미지화 되고 있는지도 밝혀내고 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시대라고 불리는 시점에서 "박근혜 현상"이라는 말 자체에 복고적 느낌이 강하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그 원인을 개혁진영의 거물 후보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며 이 신드롬은 결국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던 논자들과 달리 진정성의 정치학을 갖고 현대정치의 핵심적 작동방식의 측면에서 바라본 한 정치인에 관해 썼다고 말한다. 박근혜가 그저 복고적이거나 텅 빈 이미지 정치에 불과하다는 관습적 견해와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진정성의 정치란 제도권 정치 내의 정치공학이나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가치와 의미를 진심으로 추구하는 정치 스타일을 말한다. 정치학이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한 정치인의 내면세계에 대한 측정이 아니라 시민들이 어떠한 개념으로 인지하는 가에 더 가깝다.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허항된 거품이나 대세를 거짓으로 이동시키려는 술수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책은 집필되었다. 필자는 과연 과거 박근혜 현상을 폄하한 전략가들이 정확히 무엇을 보지 못한 것이며, 그들은 어떠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박근혜를 평가했느냐 하는 점 등을 물어 살펴보았다. 또 진정성의 정치가 정치의 발전인지 아니면 이미지의 정치에서 끝나는 문제인지도 고민하고 있다. 거대한 역사적 뿌리를 안고 점차 가속도를 붙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박근혜의 정치적 행보는 어디까지이며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예측해 볼 수 있게 한다.
목차
서문_현실 속의 현상 ‘박근혜’ 을 해명하다
1장 박근혜의 힘을 낳는 정치구도와 전략
‘박근혜 파워’ 의 원천은 무엇인가|박근혜의 힘을 낳는 구도Ⅰ: 정치|박근혜의 힘을 낳는 구도Ⅱ: 정책과 지역|박근혜의 힘을 낳는 구도Ⅲ: 역사적 흐름이 낳은 인식perception| 2007년 경선 대선전략: 박근혜의 원칙 리더십|2012 대선전략: 서민주의적 중도 스탠스| 박근혜 대세론, 2012 최후의 승자는
2장 포스트모던 시대, 박근혜 정치의 작동방식
문제제기: ‘진짜배기real thing들’ 의 등장|개념적 프리즘: 진정성 정치의 문법|시간대의 다양성: 고대적이거나 포스트모던한 진정성 정치| 진정성 정치의 두 가지 버전: 진보와 보수| 독재자의 딸과 박근혜표 진정성 정치|진정성의 화법: 귀족적 포퓰리스트| 진정성 정치를 향한 박근혜의 도전
3장 박근혜 현상을 보는 또 다른 눈
관람자의 시선으로: ‘박근혜 현상’ 에 박근혜는 있는가|박근혜의 캐릭터는 ‘신비’ |팝콘과 콜라를 들고 보는 ‘박근혜’ 편|만남 이전의 만남: 대통령의 딸|신화적 구조분석: ‘공주의 신화’ |매스미디어가 재현한 이미지:‘그녀는 성녀’ |대중담론의 모순성: 낮은 데로 임하는 자에 대한 영접|박근혜 가치의 클론들: 산업화 세대|트라우마: 절망과 싸우는 박근혜|박근혜 담론: 좌냐 우냐|박근혜의 이름으로|자기보존의 욕망과 대중의 선택
4장 여론을 통해 본 박근혜의 강점과 딜레마
대통령급 정치인 박근혜| 박근혜 현상의 형성과정| 박근혜의 정치자산Ⅰ: 안정적이지만 결빙된 지지기반| 박근혜의 정치자산Ⅱ: 신뢰감, 리더십, 보수노선|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의 경쟁: 여당 속의 야당, 박근혜| MB정부 차기 대권구도: 박근혜의 독주체제|여론으로 본 박근혜 딜레마| 보수지도자 박근혜와 2012 대선 드라마
5장 냉전과 탈냉전의 회색 아우라, 박근혜
현실적 외교정책과 박근혜 리더십|냉전적 아비투스habitus와 현실적 구조의 충돌|냉전보수적 지지기반과 탈냉전 한반도 주변정세와의 충돌| 보수적 경직성과 현실적 유연성이 충돌하는 회색의 아우라| 3단계 통일론 VS 보수적 리더십의 갈등| 소용돌이치는 한반도, 그리고 2012년의 역동성| 제1기 레이건과 제2기 레이건 사이, 그 언저리 어딘가에| 경직된 이념주의인가 실사구시 현실정책인가
좌담_ 왜 박근혜 현상에 주목해야 하는가
1장 박근혜의 힘을 낳는 정치구도와 전략
‘박근혜 파워’ 의 원천은 무엇인가|박근혜의 힘을 낳는 구도Ⅰ: 정치|박근혜의 힘을 낳는 구도Ⅱ: 정책과 지역|박근혜의 힘을 낳는 구도Ⅲ: 역사적 흐름이 낳은 인식perception| 2007년 경선 대선전략: 박근혜의 원칙 리더십|2012 대선전략: 서민주의적 중도 스탠스| 박근혜 대세론, 2012 최후의 승자는
2장 포스트모던 시대, 박근혜 정치의 작동방식
문제제기: ‘진짜배기real thing들’ 의 등장|개념적 프리즘: 진정성 정치의 문법|시간대의 다양성: 고대적이거나 포스트모던한 진정성 정치| 진정성 정치의 두 가지 버전: 진보와 보수| 독재자의 딸과 박근혜표 진정성 정치|진정성의 화법: 귀족적 포퓰리스트| 진정성 정치를 향한 박근혜의 도전
3장 박근혜 현상을 보는 또 다른 눈
관람자의 시선으로: ‘박근혜 현상’ 에 박근혜는 있는가|박근혜의 캐릭터는 ‘신비’ |팝콘과 콜라를 들고 보는 ‘박근혜’ 편|만남 이전의 만남: 대통령의 딸|신화적 구조분석: ‘공주의 신화’ |매스미디어가 재현한 이미지:‘그녀는 성녀’ |대중담론의 모순성: 낮은 데로 임하는 자에 대한 영접|박근혜 가치의 클론들: 산업화 세대|트라우마: 절망과 싸우는 박근혜|박근혜 담론: 좌냐 우냐|박근혜의 이름으로|자기보존의 욕망과 대중의 선택
4장 여론을 통해 본 박근혜의 강점과 딜레마
대통령급 정치인 박근혜| 박근혜 현상의 형성과정| 박근혜의 정치자산Ⅰ: 안정적이지만 결빙된 지지기반| 박근혜의 정치자산Ⅱ: 신뢰감, 리더십, 보수노선|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의 경쟁: 여당 속의 야당, 박근혜| MB정부 차기 대권구도: 박근혜의 독주체제|여론으로 본 박근혜 딜레마| 보수지도자 박근혜와 2012 대선 드라마
5장 냉전과 탈냉전의 회색 아우라, 박근혜
현실적 외교정책과 박근혜 리더십|냉전적 아비투스habitus와 현실적 구조의 충돌|냉전보수적 지지기반과 탈냉전 한반도 주변정세와의 충돌| 보수적 경직성과 현실적 유연성이 충돌하는 회색의 아우라| 3단계 통일론 VS 보수적 리더십의 갈등| 소용돌이치는 한반도, 그리고 2012년의 역동성| 제1기 레이건과 제2기 레이건 사이, 그 언저리 어딘가에| 경직된 이념주의인가 실사구시 현실정책인가
좌담_ 왜 박근혜 현상에 주목해야 하는가
출판사 리뷰
박근혜는 왜 좌파조차 끌어안으려 하는가!
정치, 사회, 여론, 정책, 외교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박근혜 해명서
진보논객, 정치적·사회적·시대적 현상 ‘박근혜’ 를 파헤치다
2012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선거 정국까지 앞으로 1년, 19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예비후보들 간의 물밑 전쟁이 예상된다. 대권후보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정치인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근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가 대중으로부터 받고 있는 신뢰와 지지는 주목해야 할 현실이다. 박근혜는 과거 3김과 달리 어느 날 갑자기 등장했다. 별다른 고난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과 대적할 만큼 정치적으로 성장했으며, 주요 정책의 당락을 결정할 만큼 강해졌다. ‘근대 경제신화를 이룩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이라는 후광효과라고만 단정하기엔 ‘근혜 파워’ 가 너무나 막강하다. 그렇다면 ‘왜’ , 그리고 박근혜의 ‘무엇’ 이 대중을 끌어당기는가
정치, 사회, 여론, 정책, 외교 등 국내 진보 및 중도 성향의 정치전문가들이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조교수, 김헌태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 김종욱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등 5명은 ‘신드롬’ 에 비유될 수 있는 이러한 현실을 ‘박근혜 현상’ 으로 정의하고, 객관적인 자료와 여론을 바탕으로 정치적·사회적·시대적 관점에서 분석·해명했다. 더불어 2012년 대선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구조와 여론, 남북관계, 한미관계의 향방을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 책은 단순히 ‘박근혜’ 라는 정치인 한 사람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해 온 정치현실과 시대현상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치사회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박근혜의 측근이나 친박 성향 인사가 아닌 비판적 진보 및 중도 성향의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근혜의 힘을 낳는 정치구도와 전략_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는 대선게임에서 부동의 상수 박근혜의 이러한 위상은 구도효과가 만들어낸 것이다. 세종시 수정 논란에서 보았듯이 박근혜가 반대하면 그 어떤 법안도 통과되기 힘들다. 18대 총선 결과 한나라당의 의석은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넘겼고, 한나라당의 마음먹기에 따라선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가 그 법에 동의하는 것이 전제다. 친박그룹, 즉 당내에서 박근혜를 따르는 의원이 70∼80명에 이르기 때문에 박근혜가 반대하면 법은 통과될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구도효과는 박근혜가 약자라는 사실이다. 박근혜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그리고 대선 후 한나라당 내에서 핍박받는 ‘콩쥐’ 신세가 됐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친박 인사들은 대거 낙천했다. ‘박근혜 죽이기’ 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승자 독식·약자 핍박’ 이라는 구도는 박근혜에게 여론이 쏠리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6·2지방선거 전까지 친박세력은 제1 야당의 위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구도효과는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존재를 미미하게 만들었다. 박근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이 여권에서 이탈하지 않고 머물러 있도록 하는 유수지 역할을 했다.
이른바 반MB 정서가 깊어질수록 박근혜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졌다. 물론 2009년 후반기에 들어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실용으로 국정기조를 전환하면서 박근혜가 누려온 대립구도 효과가 점점 줄어들었다. 중도 공략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보수 지지가 약화되는 것은 박근혜에겐 최악이었다. 결국 박근혜는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화해하는 구도로 선회했고, 2010년 8월에 들어서면서 화합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근혜 파워’ 의 또 다른 구도효과는 박정희 모델이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산업화 세력이 쫓겨나고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민주화 세력은 양극화의 심화 등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데 실패했다. 대중 속에서 과거의 성공 사례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났다. 보수층과 나이 든 세대를 중심으로 박정희 모델을 호명하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박정희 모델이 부각되면서 박근혜의 위상은 덩달아 올라갔다. 민주화 세력이 ‘무능’ 으로 상징되는 인식perception 구도는 박근혜에게 튼튼한 가치기반이 되었다.
지역과 이념 역시 구도효과로 작용했다. 박근혜의 정치적 근거지는 영남이다. 보수 대표성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박근혜의 전략도 보수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물론 2009년 5월 스탠퍼드대 연설을 기점으로 전략이 바뀌었지만, 박근혜는 중도 전략의 명분을 박정희 모델에서 찾았다. , 서민주의를 부각시킨 것이다. 후하게 보면 중도전략, 박하게 보면 개혁적 보수로 터닝한 것이다. 당내 구도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는 대세다. 유력한 경쟁자의 부상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 내 대권게임은 ‘박근혜’ 라는 상수놓고 그로 갈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 하는 찬반 구도다. 야권 후보와의 대결에서 이기는 지지율 구도를 유지한다면 박근혜의 당내 위상은 요지부동일 것이다. 하지만 야당 후보 또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에 대한 경쟁력이 하락한다면, 박근혜가 누려온 위상은 급격하게 흔들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 라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 박근혜 정치의 작동방식_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조교수
최근 박근혜를 바라보는 진보 논객들의 시각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이제 누구도 ‘독재자의 딸’ 이나 ‘수첩 공주’ 론을 언급하지 않는다. 일부 진보 전략가들은 이명박 보수진영에 대립되는 하나의 축으로, 박근혜 진영과 개혁 진영의 연합을 거론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현재의 정치지형으로는 2012년 대선에서 누구도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는 비관론과 차라리 보수 정치인의 집권으로 한반도 해빙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는 희망적 사고가 깔려 있다. 개혁진영 내에 등장한 이 같은 ‘현상’ 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현상의 핵심에는 박근혜를 국가와 국민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탈정치적인 정치가로 간주한다는 유권자들의 사고가 전제되어 있다.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구체적인 정책의 상 모호하고 신비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박근혜’ 를 의아하게 바라본다. 이는 정치를 단지 정책의 조합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이 박근혜를 통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본다면 해답은 명확해진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진정성을 가진 정치가에 대한 염원을 ‘진짜배기real thing’ 라고 표현한다. 이는 진보와 보수 모두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좌표는 보수적 진정성 정치에 속한다. 한국 사회에 진정성 정치를 다시 부활시킨 것은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와 비교되면서 진정성을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진보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진정성 정치의 부활은 진보 정치인들이 아니라 박근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어찌 보면 노무현의 진정성 정치 시대에서 박근혜의 진정성 정치 시대가 된 것이다.
박근혜는 진정성 정치와 포퓰리즘이 잘 융합되어 있다. 그는 정치공학이 아닌 가치와 진정성을 강조한다. 흥미롭게도 이는 포퓰리스트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아 있으면서도 스타일 면에서는 전혀 다르다. 박근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화려한 수식어와 친근감보다는 절제된 단순함과 단아함, 무게감을 표출한다. 마치 일본의 단시 ‘하이쿠’ 를 보는 듯하다. 박근혜의 이런 스타일은 보수인사들에게 강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박근혜는 귀족주의적 상원의원의 느낌을 준다. 멀리 보면 로마시대 보수공화주의 귀족인 키케로와 유사하고, 오늘날로 보면 미국의 엘리자베스 돌,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이자 포퓰리스트인 에비타와 비교될 수 있다. 이러한 귀족주의적 품위를 가진 포퓰리즘은 일종의 거리감aloofness을 만든다. 이는 동경을 유발할 수 있지만, 경쟁 정치가들의 공감 정치가 강화되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04년 탄핵정국에서 강경한 보수 정체성을 내세웠던 박근혜는 2009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설 이후 신자유주의 비판의 선봉에 섰다. 이는 치열한 정책 검증과정을 거친 박근혜의 진정성 정치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논객은 박근혜의 정책적 모순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대선전이 본격화되면 당내 경선에서 명확한 정책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고, 이는 박근혜의 진정성 정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근혜가 모든 난관을 헤치고 진정성의 정치를 통해 집권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쨌든 분명한 점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시대에 보수의 진정성 정치가 본격적으로 실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현상을 보는 또 다른 눈_김헌태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
박근혜 현상을 이해하려면 대중이 박근혜를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박근혜의 첫 번째 경력은 ‘1974∼1979년 퍼스트레이디 대리’ 다. 이는 박근혜의 정치적 자산이지만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즉, 전직 대통령들이 보여준 굵직한 캐릭터에 비하면 박근혜는 ‘여리고, 안쓰러운, 비운의, 지켜주고 싶은’ 대통령의 딸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국과 결혼했다’ 고 당당히 말하는 독신이기에 ‘고결’ 해 보이고, 그래서 혼자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의 ‘고결함’ 은 옆에 있는 남성 정치인들을 구태의연쿇고, 음모적이라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박근혜는 대중과의 ‘동질화’ 과정, 특히 ‘서민을 위한 정치’ 를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박근혜가 실제로 어떤 인격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통령의 딸로서, 퍼스트레이디 대리로서 서민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재현’ 돼왔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서민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은 미소로 서민의 손을 잡고, 그들을 위로하는 모습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박근혜에게 있어 ‘박정희 대통령’ 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담론이다. ‘박정희 담론’ 은 확장과 수축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박정희 가치를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대중은 갈수록 줄어든다. 더욱더 위협적인 것은 ‘박정희 가치’ 를 복제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이다.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잘 살아보자던 시대에 대한 향수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에 이르러 해소와 소멸의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박근혜는 언제나 이슈의 중심에 서 있지만, 정책에 대한 가치나 비전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나마 박근혜의 정치적 담론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 2009년 5월 스탠퍼드대 초청연설이다. 한미동맹, 모미 보은주의 등이 눈에 띄는 대목으로, 미국에 대한 강력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담론이 형성되어 있다. 즉, 박근혜는 전통적 보수 또는 한국의 이념지형 내에서 ‘극우’ 에 가까운 위치 선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포괄적 해결 및 상설 협의체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다만 북핵과 관련해서는 전통적 보수 논리와 차이를 보인다. 즉, 김정일 독재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북 주민의 인권문제 등 보수진영의 전형적인 대북 비판 논리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대북 담론은 온건보수 또는 중도적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의 정책적 정체성은 큰 틀에서 보면, 강력한 한미친선주의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보수진영 또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노선보다는 대체로 왼편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근혜는 최근 자신의 정책지향을 ‘복지’ 로 내세우고 있다.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는 박근혜의 말은 아버지의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전이’ 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일 수도 있지만, 그가 여전히 ‘아버지의 이름’ 안에서 정치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강점과 딜레마_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박근혜는 언제나 정국의 핵심에 서 있다. 박근혜에게 집중된 사회적 관심과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면 이미 대통령급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는 예비 대권주자 중 필적할 대상 없이 독주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박근혜 아니냐는 암묵적 대세론도 확산되고 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현상은 거품으로 끝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거품론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론에 근거를 둔다. 2012년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자신만의 리더십과 정치력이 필요한데, 박근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선거 국면에 다가갈수록 박근혜 지지율은 답보하고, 야권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군이 등장한다면 박근혜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최근 수많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는 차기 예비주자로서 20∼30%의 지지율을 얻고 있으며, 특히 영남 및 보수층, 저소득 서민층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다. 반면, 중도층과 고학력층의 지지 벽은 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어떻게 영남과 보수층의 안정적인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중도층이나 고학력층까지 지지층이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박근혜의 정치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정치·역사적 근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현상의 형성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즉, 2000년 한나라당 부총재 경선에 당선된 이후 당내 비주류로서 주류와 대립하다 2002년 대선 당시 탈당해 ‘제3의 후보’ 가능성을 모색하던 시기, 2004∼2007년 탄핵 이후 당대표로서 한나라당을 이끌며 한국의 대표 보수정치인으로 변신한 시기, 2008년∼현재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예비 대선주자로 독주체제를 형성한 시기다.
박근혜의 고정 지지층 형성은 2004년 탄핵 열풍으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고, 4·15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내면서 당대표로서 리더십을 보여준 성과로 보인다. 물론 탄핵 이후 구여권이 추진한 국가보안법, 과거사 청산 등 4대 법안 개폐에 상생 대신 사수를 내걸고 전면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보수지도자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졌고, 그 결과 대중적 인기와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이때 형성된 정치적 기반으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도전할 수 있었고, 이명박과 접전을 펼쳤다. 비록 대선후보 자격은 넘겨줬지만 정치적 신뢰라는 자산을 쌓았다. 박근혜는 현재 2012년 대선까지 넘어야 할 딜레마에 봉착했. 첫째, 세종시 이후 대통령과 해빙 무드에 접어들었지만 다시 냉각될 개연성이 존재하며, ?럴 경우 지지층의 이탈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층 흡수를 통한 외연 확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강한 보수 이미지와 차기 대선에서 부상하는 진보 친화적 아젠다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이념적 포지션 이동이 불가피하지만, 기존 지지층 유지와 지지층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가 간단치 않다. 셋째, 도덕성에 대한 높은 신뢰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불신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12년 대선은 공격과 수비가 바뀌어 실시하는 선거다. 즉, 2007년 정권심판론으로 공격에 섰던 한나라당과 현 여권이 방어주자로 나서야 하는 선거인 것이다. 현재 상당한 지지기반을 갖춘 야당 후보군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이 신뢰 회복에 성공하면 박근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지율 정체에 대한 우려가 크기에, 상대 후보의 작은 상승세에도 쉽게 회의론에 휘말릴 수 있다. 다만, 박근혜는 ‘정치적 신뢰’ 라는 자산이 있다. 지지율은 단기간에 변동이 가능하지만, 정치적 신뢰는 견고하여 쉽게 와해되지 않는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는 정치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할 듯하다.
냉전과 탈냉전의 회색 아우라, 박근혜_김종욱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아비투스’ 는 성향체계, 습속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역사는 인간 안에 체화되어 지속적인 성향을 이루고, 이는 인간의 충동과 욕구에 대한 충족을 끊임없이 억제한다. 이것이 아비투스 개념이다. 이와 함께 인간은 사회자본(특정 집단 구성원과의 네트워크), 문화자본(가정환경과 교육 등), 정치자본, 상징자본(사회·문화자본 등을 통해 부여되는 권위) 등 관계자본을 형성해 세력을 확대, 유지하며 영향력을 확장한다. 6·25전쟁 직후 태어난 세대는 반공을 국가의 유일한 정체성으로 규정한 시대에 살았다. 반공은 국가 이념이며 북한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게 상식이었다. 이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였다. 박근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성장했고, 1970년대에는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했다. 의도와 무관하게 냉전적 아비투스가 체현된 것이다. 사회적 관계망도 부모의 그늘 아래서 인연을 맺은 사람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박근혜가 2002년 김정일을 만난 것처럼, 정치현실과 구조에 따라 상이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냉전적 아비투스와 현실적 구조 사이의 갈등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충돌의 강도가 박근혜 리더십에 위협요인이 될 수도, 반대로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의 정치를 실현하는 데 친박계는 중요한 정치자본이다. 친이계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것도 정치자본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 정치는 대선 승리 가능성에 따른 통계 싸움이고, 이 싸움에서 앞서면 정치자본은 탄탄해질 수 있다. 물론 통계 싸움의 핵심은 국민 여론이다. 전통적으로 박근혜는 영남과 충청권 보수 유권자를 주축으로 수도권 보수 유권자와 일부 중도 유권자가 결합되어 있다. 향후 탈냉전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탈냉전에 입각한 정책적 입장에 서면 전통 보수 지지층과의 갈등을 겪게 될 수 있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려면 입장을 서서히 선회하는 중도주의 전략이 필요하다. 입장을 갑자기 바꾸면 지지층의 이탈 속도는 빠르게 진행된다. 보수적 지지기반과 한반도 주변환경의 충돌이라는 함수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또 하나의 퍼즐이다.
상징자본의 중심에는 ‘박정희 신드롬’ 이 자리 잡고 있다. 박근혜 지지층은 경제 발전과 보수의 상징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로 형성된 정치자산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와 대외정책을 결정할 상황에서는 제약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참여정부 정책과 충돌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실사구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박근혜가 상징자본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박근혜의 리더십은 ‘회색의 아우라Aura’ 다. 즉, 부드러운 이미지와 단호하고 원칙 있는 이미지가 결합되어 나타난다. 외교안보 영역에서도 보수적 경직성과 현실적 유연성이 동시에 표출된다. 이는 어느 진영으로부터도 지지받지 못하거나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리더십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2002년 방북 이후 박근혜는 대북정책을 국내 정치와 분리한 초당적 협력 필요성을 제시했다. 현실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선 보수적 경직성이 돌출됐다. “북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해서 평화가 찾아온다고 착각하지 마라”고 한 것이다. 지지층의 입장을 무시하며 현실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대선까지의 정치 일정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실적 유연성보다 보수적 경직성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박근? 통일론은 박세일 한반도선진귈재단 이사장이 주창한 ‘3단계 통일론’ 으로 볼 수 있다. 평화정착(북핵 제거)-경제통일-정치통일이다. 이런 과정이 대체로 설득력이 있지만 개별 사안에서 보수적 경직성을 현실적 유연성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박근혜 통일론은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가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레이건 2기 방식의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냉전을 종식한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소련의 해체를 목표로 군비 경쟁을 통한 경제적 압박, 동구 반체제 운동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펼쳤다. 현재 이명박 정부와 유사한 모습이다. 하지만 레이건 임기 말(집권 2기) 강경정책은 바뀌었다. 미국 국민의 반감 확산, 이란-콘트라 추문으로 인한 인기 추락 등으로 소련과의 대화 모색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근혜는 북한 최고지도자와 만나 협상을 전개한 ‘신뢰 자본’ 을 가지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에 있어 기초공사를 해놓았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축적된 기억과 실천은 바꾸기 쉽지 않다. 그래서 외롭고 힘든 결정을 해야 한다. 원칙은 지키되 대화를 중단하지 않는 실사구시의 방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치, 사회, 여론, 정책, 외교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박근혜 해명서
진보논객, 정치적·사회적·시대적 현상 ‘박근혜’ 를 파헤치다
2012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선거 정국까지 앞으로 1년, 19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예비후보들 간의 물밑 전쟁이 예상된다. 대권후보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정치인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근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가 대중으로부터 받고 있는 신뢰와 지지는 주목해야 할 현실이다. 박근혜는 과거 3김과 달리 어느 날 갑자기 등장했다. 별다른 고난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과 대적할 만큼 정치적으로 성장했으며, 주요 정책의 당락을 결정할 만큼 강해졌다. ‘근대 경제신화를 이룩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이라는 후광효과라고만 단정하기엔 ‘근혜 파워’ 가 너무나 막강하다. 그렇다면 ‘왜’ , 그리고 박근혜의 ‘무엇’ 이 대중을 끌어당기는가
정치, 사회, 여론, 정책, 외교 등 국내 진보 및 중도 성향의 정치전문가들이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조교수, 김헌태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 김종욱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등 5명은 ‘신드롬’ 에 비유될 수 있는 이러한 현실을 ‘박근혜 현상’ 으로 정의하고, 객관적인 자료와 여론을 바탕으로 정치적·사회적·시대적 관점에서 분석·해명했다. 더불어 2012년 대선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구조와 여론, 남북관계, 한미관계의 향방을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 책은 단순히 ‘박근혜’ 라는 정치인 한 사람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해 온 정치현실과 시대현상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치사회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박근혜의 측근이나 친박 성향 인사가 아닌 비판적 진보 및 중도 성향의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근혜의 힘을 낳는 정치구도와 전략_이철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는 대선게임에서 부동의 상수 박근혜의 이러한 위상은 구도효과가 만들어낸 것이다. 세종시 수정 논란에서 보았듯이 박근혜가 반대하면 그 어떤 법안도 통과되기 힘들다. 18대 총선 결과 한나라당의 의석은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넘겼고, 한나라당의 마음먹기에 따라선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가 그 법에 동의하는 것이 전제다. 친박그룹, 즉 당내에서 박근혜를 따르는 의원이 70∼80명에 이르기 때문에 박근혜가 반대하면 법은 통과될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구도효과는 박근혜가 약자라는 사실이다. 박근혜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그리고 대선 후 한나라당 내에서 핍박받는 ‘콩쥐’ 신세가 됐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친박 인사들은 대거 낙천했다. ‘박근혜 죽이기’ 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승자 독식·약자 핍박’ 이라는 구도는 박근혜에게 여론이 쏠리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6·2지방선거 전까지 친박세력은 제1 야당의 위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구도효과는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존재를 미미하게 만들었다. 박근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이 여권에서 이탈하지 않고 머물러 있도록 하는 유수지 역할을 했다.
이른바 반MB 정서가 깊어질수록 박근혜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졌다. 물론 2009년 후반기에 들어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실용으로 국정기조를 전환하면서 박근혜가 누려온 대립구도 효과가 점점 줄어들었다. 중도 공략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보수 지지가 약화되는 것은 박근혜에겐 최악이었다. 결국 박근혜는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화해하는 구도로 선회했고, 2010년 8월에 들어서면서 화합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근혜 파워’ 의 또 다른 구도효과는 박정희 모델이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산업화 세력이 쫓겨나고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민주화 세력은 양극화의 심화 등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데 실패했다. 대중 속에서 과거의 성공 사례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났다. 보수층과 나이 든 세대를 중심으로 박정희 모델을 호명하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박정희 모델이 부각되면서 박근혜의 위상은 덩달아 올라갔다. 민주화 세력이 ‘무능’ 으로 상징되는 인식perception 구도는 박근혜에게 튼튼한 가치기반이 되었다.
지역과 이념 역시 구도효과로 작용했다. 박근혜의 정치적 근거지는 영남이다. 보수 대표성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박근혜의 전략도 보수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물론 2009년 5월 스탠퍼드대 연설을 기점으로 전략이 바뀌었지만, 박근혜는 중도 전략의 명분을 박정희 모델에서 찾았다. , 서민주의를 부각시킨 것이다. 후하게 보면 중도전략, 박하게 보면 개혁적 보수로 터닝한 것이다. 당내 구도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는 대세다. 유력한 경쟁자의 부상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 내 대권게임은 ‘박근혜’ 라는 상수놓고 그로 갈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 하는 찬반 구도다. 야권 후보와의 대결에서 이기는 지지율 구도를 유지한다면 박근혜의 당내 위상은 요지부동일 것이다. 하지만 야당 후보 또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에 대한 경쟁력이 하락한다면, 박근혜가 누려온 위상은 급격하게 흔들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 라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 박근혜 정치의 작동방식_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조교수
최근 박근혜를 바라보는 진보 논객들의 시각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이제 누구도 ‘독재자의 딸’ 이나 ‘수첩 공주’ 론을 언급하지 않는다. 일부 진보 전략가들은 이명박 보수진영에 대립되는 하나의 축으로, 박근혜 진영과 개혁 진영의 연합을 거론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현재의 정치지형으로는 2012년 대선에서 누구도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는 비관론과 차라리 보수 정치인의 집권으로 한반도 해빙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는 희망적 사고가 깔려 있다. 개혁진영 내에 등장한 이 같은 ‘현상’ 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현상의 핵심에는 박근혜를 국가와 국민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탈정치적인 정치가로 간주한다는 유권자들의 사고가 전제되어 있다.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구체적인 정책의 상 모호하고 신비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박근혜’ 를 의아하게 바라본다. 이는 정치를 단지 정책의 조합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이 박근혜를 통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본다면 해답은 명확해진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진정성을 가진 정치가에 대한 염원을 ‘진짜배기real thing’ 라고 표현한다. 이는 진보와 보수 모두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좌표는 보수적 진정성 정치에 속한다. 한국 사회에 진정성 정치를 다시 부활시킨 것은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와 비교되면서 진정성을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진보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진정성 정치의 부활은 진보 정치인들이 아니라 박근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어찌 보면 노무현의 진정성 정치 시대에서 박근혜의 진정성 정치 시대가 된 것이다.
박근혜는 진정성 정치와 포퓰리즘이 잘 융합되어 있다. 그는 정치공학이 아닌 가치와 진정성을 강조한다. 흥미롭게도 이는 포퓰리스트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아 있으면서도 스타일 면에서는 전혀 다르다. 박근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화려한 수식어와 친근감보다는 절제된 단순함과 단아함, 무게감을 표출한다. 마치 일본의 단시 ‘하이쿠’ 를 보는 듯하다. 박근혜의 이런 스타일은 보수인사들에게 강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박근혜는 귀족주의적 상원의원의 느낌을 준다. 멀리 보면 로마시대 보수공화주의 귀족인 키케로와 유사하고, 오늘날로 보면 미국의 엘리자베스 돌,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이자 포퓰리스트인 에비타와 비교될 수 있다. 이러한 귀족주의적 품위를 가진 포퓰리즘은 일종의 거리감aloofness을 만든다. 이는 동경을 유발할 수 있지만, 경쟁 정치가들의 공감 정치가 강화되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04년 탄핵정국에서 강경한 보수 정체성을 내세웠던 박근혜는 2009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설 이후 신자유주의 비판의 선봉에 섰다. 이는 치열한 정책 검증과정을 거친 박근혜의 진정성 정치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논객은 박근혜의 정책적 모순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대선전이 본격화되면 당내 경선에서 명확한 정책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고, 이는 박근혜의 진정성 정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근혜가 모든 난관을 헤치고 진정성의 정치를 통해 집권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쨌든 분명한 점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시대에 보수의 진정성 정치가 본격적으로 실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현상을 보는 또 다른 눈_김헌태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
박근혜 현상을 이해하려면 대중이 박근혜를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박근혜의 첫 번째 경력은 ‘1974∼1979년 퍼스트레이디 대리’ 다. 이는 박근혜의 정치적 자산이지만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즉, 전직 대통령들이 보여준 굵직한 캐릭터에 비하면 박근혜는 ‘여리고, 안쓰러운, 비운의, 지켜주고 싶은’ 대통령의 딸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국과 결혼했다’ 고 당당히 말하는 독신이기에 ‘고결’ 해 보이고, 그래서 혼자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의 ‘고결함’ 은 옆에 있는 남성 정치인들을 구태의연쿇고, 음모적이라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박근혜는 대중과의 ‘동질화’ 과정, 특히 ‘서민을 위한 정치’ 를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박근혜가 실제로 어떤 인격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통령의 딸로서, 퍼스트레이디 대리로서 서민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재현’ 돼왔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서민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은 미소로 서민의 손을 잡고, 그들을 위로하는 모습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박근혜에게 있어 ‘박정희 대통령’ 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담론이다. ‘박정희 담론’ 은 확장과 수축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박정희 가치를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대중은 갈수록 줄어든다. 더욱더 위협적인 것은 ‘박정희 가치’ 를 복제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이다.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잘 살아보자던 시대에 대한 향수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에 이르러 해소와 소멸의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박근혜는 언제나 이슈의 중심에 서 있지만, 정책에 대한 가치나 비전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나마 박근혜의 정치적 담론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 2009년 5월 스탠퍼드대 초청연설이다. 한미동맹, 모미 보은주의 등이 눈에 띄는 대목으로, 미국에 대한 강력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담론이 형성되어 있다. 즉, 박근혜는 전통적 보수 또는 한국의 이념지형 내에서 ‘극우’ 에 가까운 위치 선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포괄적 해결 및 상설 협의체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다만 북핵과 관련해서는 전통적 보수 논리와 차이를 보인다. 즉, 김정일 독재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북 주민의 인권문제 등 보수진영의 전형적인 대북 비판 논리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대북 담론은 온건보수 또는 중도적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의 정책적 정체성은 큰 틀에서 보면, 강력한 한미친선주의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보수진영 또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노선보다는 대체로 왼편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근혜는 최근 자신의 정책지향을 ‘복지’ 로 내세우고 있다.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는 박근혜의 말은 아버지의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전이’ 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일 수도 있지만, 그가 여전히 ‘아버지의 이름’ 안에서 정치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강점과 딜레마_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박근혜는 언제나 정국의 핵심에 서 있다. 박근혜에게 집중된 사회적 관심과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면 이미 대통령급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는 예비 대권주자 중 필적할 대상 없이 독주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박근혜 아니냐는 암묵적 대세론도 확산되고 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현상은 거품으로 끝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거품론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론에 근거를 둔다. 2012년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자신만의 리더십과 정치력이 필요한데, 박근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선거 국면에 다가갈수록 박근혜 지지율은 답보하고, 야권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군이 등장한다면 박근혜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최근 수많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는 차기 예비주자로서 20∼30%의 지지율을 얻고 있으며, 특히 영남 및 보수층, 저소득 서민층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다. 반면, 중도층과 고학력층의 지지 벽은 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어떻게 영남과 보수층의 안정적인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중도층이나 고학력층까지 지지층이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박근혜의 정치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정치·역사적 근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현상의 형성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즉, 2000년 한나라당 부총재 경선에 당선된 이후 당내 비주류로서 주류와 대립하다 2002년 대선 당시 탈당해 ‘제3의 후보’ 가능성을 모색하던 시기, 2004∼2007년 탄핵 이후 당대표로서 한나라당을 이끌며 한국의 대표 보수정치인으로 변신한 시기, 2008년∼현재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예비 대선주자로 독주체제를 형성한 시기다.
박근혜의 고정 지지층 형성은 2004년 탄핵 열풍으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고, 4·15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내면서 당대표로서 리더십을 보여준 성과로 보인다. 물론 탄핵 이후 구여권이 추진한 국가보안법, 과거사 청산 등 4대 법안 개폐에 상생 대신 사수를 내걸고 전면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보수지도자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졌고, 그 결과 대중적 인기와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이때 형성된 정치적 기반으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도전할 수 있었고, 이명박과 접전을 펼쳤다. 비록 대선후보 자격은 넘겨줬지만 정치적 신뢰라는 자산을 쌓았다. 박근혜는 현재 2012년 대선까지 넘어야 할 딜레마에 봉착했. 첫째, 세종시 이후 대통령과 해빙 무드에 접어들었지만 다시 냉각될 개연성이 존재하며, ?럴 경우 지지층의 이탈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층 흡수를 통한 외연 확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강한 보수 이미지와 차기 대선에서 부상하는 진보 친화적 아젠다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이념적 포지션 이동이 불가피하지만, 기존 지지층 유지와 지지층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가 간단치 않다. 셋째, 도덕성에 대한 높은 신뢰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불신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12년 대선은 공격과 수비가 바뀌어 실시하는 선거다. 즉, 2007년 정권심판론으로 공격에 섰던 한나라당과 현 여권이 방어주자로 나서야 하는 선거인 것이다. 현재 상당한 지지기반을 갖춘 야당 후보군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이 신뢰 회복에 성공하면 박근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지율 정체에 대한 우려가 크기에, 상대 후보의 작은 상승세에도 쉽게 회의론에 휘말릴 수 있다. 다만, 박근혜는 ‘정치적 신뢰’ 라는 자산이 있다. 지지율은 단기간에 변동이 가능하지만, 정치적 신뢰는 견고하여 쉽게 와해되지 않는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는 정치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할 듯하다.
냉전과 탈냉전의 회색 아우라, 박근혜_김종욱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아비투스’ 는 성향체계, 습속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역사는 인간 안에 체화되어 지속적인 성향을 이루고, 이는 인간의 충동과 욕구에 대한 충족을 끊임없이 억제한다. 이것이 아비투스 개념이다. 이와 함께 인간은 사회자본(특정 집단 구성원과의 네트워크), 문화자본(가정환경과 교육 등), 정치자본, 상징자본(사회·문화자본 등을 통해 부여되는 권위) 등 관계자본을 형성해 세력을 확대, 유지하며 영향력을 확장한다. 6·25전쟁 직후 태어난 세대는 반공을 국가의 유일한 정체성으로 규정한 시대에 살았다. 반공은 국가 이념이며 북한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게 상식이었다. 이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였다. 박근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성장했고, 1970년대에는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했다. 의도와 무관하게 냉전적 아비투스가 체현된 것이다. 사회적 관계망도 부모의 그늘 아래서 인연을 맺은 사람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박근혜가 2002년 김정일을 만난 것처럼, 정치현실과 구조에 따라 상이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냉전적 아비투스와 현실적 구조 사이의 갈등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충돌의 강도가 박근혜 리더십에 위협요인이 될 수도, 반대로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의 정치를 실현하는 데 친박계는 중요한 정치자본이다. 친이계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것도 정치자본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 정치는 대선 승리 가능성에 따른 통계 싸움이고, 이 싸움에서 앞서면 정치자본은 탄탄해질 수 있다. 물론 통계 싸움의 핵심은 국민 여론이다. 전통적으로 박근혜는 영남과 충청권 보수 유권자를 주축으로 수도권 보수 유권자와 일부 중도 유권자가 결합되어 있다. 향후 탈냉전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탈냉전에 입각한 정책적 입장에 서면 전통 보수 지지층과의 갈등을 겪게 될 수 있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려면 입장을 서서히 선회하는 중도주의 전략이 필요하다. 입장을 갑자기 바꾸면 지지층의 이탈 속도는 빠르게 진행된다. 보수적 지지기반과 한반도 주변환경의 충돌이라는 함수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또 하나의 퍼즐이다.
상징자본의 중심에는 ‘박정희 신드롬’ 이 자리 잡고 있다. 박근혜 지지층은 경제 발전과 보수의 상징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로 형성된 정치자산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와 대외정책을 결정할 상황에서는 제약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참여정부 정책과 충돌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실사구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박근혜가 상징자본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박근혜의 리더십은 ‘회색의 아우라Aura’ 다. 즉, 부드러운 이미지와 단호하고 원칙 있는 이미지가 결합되어 나타난다. 외교안보 영역에서도 보수적 경직성과 현실적 유연성이 동시에 표출된다. 이는 어느 진영으로부터도 지지받지 못하거나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리더십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2002년 방북 이후 박근혜는 대북정책을 국내 정치와 분리한 초당적 협력 필요성을 제시했다. 현실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선 보수적 경직성이 돌출됐다. “북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해서 평화가 찾아온다고 착각하지 마라”고 한 것이다. 지지층의 입장을 무시하며 현실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대선까지의 정치 일정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실적 유연성보다 보수적 경직성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박근? 통일론은 박세일 한반도선진귈재단 이사장이 주창한 ‘3단계 통일론’ 으로 볼 수 있다. 평화정착(북핵 제거)-경제통일-정치통일이다. 이런 과정이 대체로 설득력이 있지만 개별 사안에서 보수적 경직성을 현실적 유연성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박근혜 통일론은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가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레이건 2기 방식의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냉전을 종식한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소련의 해체를 목표로 군비 경쟁을 통한 경제적 압박, 동구 반체제 운동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펼쳤다. 현재 이명박 정부와 유사한 모습이다. 하지만 레이건 임기 말(집권 2기) 강경정책은 바뀌었다. 미국 국민의 반감 확산, 이란-콘트라 추문으로 인한 인기 추락 등으로 소련과의 대화 모색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근혜는 북한 최고지도자와 만나 협상을 전개한 ‘신뢰 자본’ 을 가지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에 있어 기초공사를 해놓았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축적된 기억과 실천은 바꾸기 쉽지 않다. 그래서 외롭고 힘든 결정을 해야 한다. 원칙은 지키되 대화를 중단하지 않는 실사구시의 방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추천평
오랜만에 본격에 맞는 정치분석서를 읽었다. 현장에서 뛰는 40대 중반의 실력 있는 정치평론가, 정치기획가, 선거전략가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박근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박근혜가 이미 우리 사회의 정치현상이고, 문화현상이며, 시대현상이라는 필자들의 관점에 동의한다. 진영 논리로 따지면 박근혜의 옆이 아니라 맞은편에 서 있는 이들의 진단이기에 더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특히 박근혜 편에 서 있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프레시안' 기획위원)
고성국 (정치평론가, '프레시안' 기획위원)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 박근혜에게 2012년은 기회의 시대가 될 것인가? 이 책은 박근혜에 대한 기대를 가진 이들에게는 과연 박근혜의 답이 ‘통’할지 자문하는 ‘지기 ?떋??기회를 줄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여전히 ‘변변치 못한’ 오늘, 그래도 내일의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나 같은 이들에게는 2012년 대선에서 한국사회와 국민들이 무엇을 선택할지, 대중들과 ‘통’하는 길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상대편의 정치적 모색은 무엇이며 우리들의 ‘진짜’ 경쟁력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지피지기’의 기회가 될 듯싶다. 이 책이 기대하는 것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을 때, 독자들이 달빛을 따라 길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박선숙(국회의원, 민주당)
박선숙(국회의원, 민주당)
박근혜는 현직 대통령과 대적할 만큼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며, 주요 정책의 당락을 결정할 만큼 강해졌다. 근대 경제신화를 이룩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효과로만 단정 짓기엔 ‘박근혜 파워’가 너무나 막강하다. 그렇다면 왜, 도대체 무엇이 대중의 마음을 끌어당기는가? 필자들은 이를 박근혜 현상으로 규정한다. 이 책은 단순히 ‘박근혜’라는 정치인 개인에 관한 글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해온 정치현실과 시대정신을 파헤친 일종의 지적 해부라 할 수 있다. 정치현상을 객관적으로 해명해보려는 이런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박승희 ('중앙일보' 기자)
박승희 ('중앙일보' 기자)
2012년 대선을 향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대중을 이해하고 대중과 호흡하는 ‘소통과 공감’ 없이는 정치권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 책은 ‘박근혜’라는 정치인 개인보다는 이 시대, 그리고 한국사회의 정치적 소통현상에 대한 연구에 가깝다. ‘별것 없을 수도 있는’ 한 여성 정치인이 그토록 많은 대중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를 국민의 이해와 요구, 여론, 이미지 관리의 기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해명하고자 했다. 정치인과 대중 사이의 소통방식을 보기 드물게 문화주의적 패러다임에 적용해 연구했다는 점에서, 지적 의의가 크다.
박창식 (언론학 박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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