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문학의 이해 (독서>책소개)/4.한국고전문학

옥루몽 1 (2022)

동방박사님 2023. 6. 2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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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지기로 맺은 인연,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남녀 호걸의 파란만장한 삶


옥황상제가 계시는 하늘나라에서 문창성군과 다섯 선녀가 만나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노닐다가 잠깐 잠든 사이 인간계로 내려온다. 명나라에서 각기 양창곡과 윤소저, 황소저, 강남홍, 벽성선, 일지련으로 태어나 파란만장한 만남과 시련, 당쟁과 전란을 겪어나가는데…… 인간 세상에서 이들의 인연은 어떻게 이어질까?

『옥루몽』은 19세기 초 시골의 한미한 선비로 살다간 남영로가 쓴 장편소설이다. 가족 이야기부터, 당쟁·세도정치·과거제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갈등이 지속되는 정치사회 현실까지 담아냈다. 하늘나라 백옥루에서 문창성군과 다섯 선녀가 인간 세계로 내려와 각기 양창곡과 윤소저, 황소저, 강남홍, 벽성선, 일지련으로 태어나 파란만장한 만남과 시련, 당쟁과 전란을 겪어나가는데, 영웅적인 면모가 강하게 드러나는 인물과 풍부한 군담(軍談)이 흥미를 한껏 고조시킨다. 『옥루몽』에는 여성에게 주어진 제약과, 신분의 한계를 극복한 인물들이 나온다. 기녀 출신 여성이 한 가문뿐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서자가 과거에 급제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영웅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옥루몽』에는 19세기 혼란한 현실을 개혁하고자 한 남영로의 진지한 모색이 담겨 있다.

목차

머리말
일러두기
주요 등장인물

옥루몽 1

제1회 문창성군이 상제의 명을 받들어 달을 구경하고 관음보살이 부처의 힘에 의지해 꽃을 흩더라
제2회 허부인이 옥련봉에서 꿈을 꾸고 양공자가 압강정에서 시전을 던지더라
제3회 노파가 항주에서 청루에 대해 말하고 수재가 객관에서 홍랑을 만나더라
제4회 원앙 베개 위에서 운우의 정을 꿈꾸고 연로정 앞에서 버들가지를 꺾더라
제5회 경도희에서 탕자가 풍파를 일으키고 전당호에서 여러 기생이 떨어진 꽃을 슬퍼하더라
제6회 강남홍이 백운동에 몸을 의탁하고 양창곡이 자신전에서 책문을 올리더라
제7회 윤상서가 동상에서 좋은 사위를 맞이하고 양한림이 강주에서 선랑을 만나더라
제8회 벽성선이 오경에 옥피리를 불고 청루에서 십 년 지킨 붉은 점에 놀라더라
제9회 천자가 중매하여 황소저와 정혼하고 남만을 정벌하러 양원수가 출전하더라
제10회 흉악한 음모로 여종이 별당을 시끄럽게 하고 요사스러운 계교로 노파가 단약을 팔더라
제11회 양원수가 흑풍산에서 크게 승리하고 와룡선생이 반사곡에 나타나더라
제12회 골짜기를 잃은 나탁은 구원병을 요청하고 도사를 천거한 운룡은 산으로 돌아가더라

원문 옥루몽 1

 

저자 소개

저 : 남영로
 
호는 담초(潭樵), 자는 임종(林宗)으로 경기도 용인 화곡에서 출생했다.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의 5대손으로, 그림에 능하여 『전고대방』(典故大方)이라는 조선 후기 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가 있다. 젊은 시절 여러 차례 과거에 응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남영로는 부패한 과거제도에 환멸을 느껴 벼슬길을 단념하고, 화곡에 은거하여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를 깊이 공부하며 청빈한 삶으로 평생을...

출판사 리뷰

지기로 맺은 인연,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남녀 호걸의 파란만장한 삶
방대한 서사, 섬세한 묘사, 개성적 인물이 돋보이는 고전소설의 백미!


『옥루몽』은 19세기 초 시골의 한미한 선비로 살다간 남영로가 쓴 장편소설이다. 가족 이야기부터, 당쟁·세도정치·과거제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갈등이 지속되는 정치사회 현실까지 담아냈다. 하늘나라 백옥루에서 문창성군과 다섯 선녀가 인간 세계로 내려와 각기 양창곡과 윤소저, 황소저, 강남홍, 벽성선, 일지련으로 태어나 파란만장한 만남과 시련, 당쟁과 전란을 겪어나가는데, 영웅적인 면모가 강하게 드러나는 인물과 풍부한 군담(軍談)이 흥미를 한껏 고조시킨다. 『옥루몽』에는 여성에게 주어진 제약과, 신분의 한계를 극복한 인물들이 나온다. 기녀 출신 여성이 한 가문뿐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서자가 과거에 급제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영웅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옥루몽』에는 19세기 혼란한 현실을 개혁하고자 한 남영로의 진지한 모색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학자가 10년을 공들여 번역한 대작
문학동네가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한 장효현 교수의 번역으로 『옥루몽』을 선보인다. 장효현 교수는 『옥루몽』의 원작이 한문본이라는 증거를 제시한 논문을 썼으며 이후 이 사실이 학계에 널리 받아들여졌다. 장효현 교수는 『옥루몽』의 여러 이본을 비교해 원전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에게 꼭 맞는 현대어로 옮겼다. 가장 많은 독자가 읽은 한문현토 활자본인 적문서관본(1924년 간행)을 대본으로 하여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면서, 최초의 『옥루몽』 활자본이자 『옥루몽』 원본에 가장 가까운 형태인 한글본 신문관본(1912년 간행)을 참조하여 정확한 교감을 수행하고 옛 한국어의 말맛을 살렸다. 장효현 교수는 2010년부터 이어져온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의 시작부터 기획과 감수를 맡아온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장편소설 『옥루몽』의 방대한 분량만큼 번역에 들인 공도 컸다. 장장 10년이 걸릴 정도로 꼼꼼하고 섬세한 번역 작업을 거쳤으며, 각주와 해설, 일러두기와 주요 등장인물 소개를 통해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수험 준비를 하는 학생에게도, 고전소설에 흥미를 가진 독자에게도 『옥루몽』 출간은 뜻깊은 소식이다.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고전소설, 재미가 검증된 이야기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는 현대판 속담처럼 『옥루몽』에는 다양한 테마와 장르가 뒤섞인 이야기가 알차게 들어 있다. 과거 길에 오른 서생 양창곡과 빼어난 미인 강남홍의 애정이 소주 자사 황여옥에게 가로막히는 서사는 여느 주말드라마만큼 흥미진진하다. 남장을 한 강남홍이 일지련과 함께 전쟁터에서 활약하는 대목에 다다르면 『삼국지』도 능가할 판타지 무협소설을 읽는 듯하다.

오랜 세월 동안 『옥루몽』이 사랑받았다는 것은 대중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한, 재미가 보장된 이야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만중의 『구운몽』이나 중국의 『홍루몽』은 알아도 남영로의 『옥루몽』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사실 『옥루몽』은 한국 고전 중에서도 인기 장편소설로 손꼽힌다. 『옥루몽』의 인기는 조선시대를 지나 근대에 들어서도 식지 않았다. 『옥루몽』은 20세기 초 『춘향전』 『심청전』 등과 함께 상업적으로 출판되었으며 개별 인물의 이야기에 중점을 둔 『강남홍전』 『벽성선전』 등으로 개작되기도 했다.

성별과 신분의 제약을 뛰어넘다
『옥루몽』에서는 여성 주인공과 남성 주인공 사이에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다섯 여인은 모두 정당한 인격체로 대우받으며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주인공들은 성별과 상관없이 시종일관 서로의 속마음을 잘 알아주는 지기의 인연을 맺어 두터운 신뢰와 애정을 나눈다. 양창곡과 벽성선은 한 달이 넘도록 산속에서 지내며 옥피리를 불고 달빛이 비치는 경치를 즐기는데, 벽성선이 잠자리만큼은 사양한다. 양창곡은 의아해하지만 그의 뜻을 끝까지 존중해주며 벽성선과 매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시름을 잊을 정도로 즐겁게 논다.

『옥루몽』의 또다른 특별한 가치로, 여성에게 주어진 제약과, 신분의 한계에 대한 남영로의 진전된 의식이 주목된다. 20여 편에 이르는 조선 후기 여성영웅소설에서 여주인공은 대부분 사대부 가문의 딸로 설정되어 있는데, 여기서 벗어나는 작품은 『옥루몽』과 『옥루몽』의 영향으로 후대에 지어진 『화옥쌍기』가 있을 뿐이다. 기녀 출신의 두 여주인공 강남홍과 벽성선은 여러 면에서 빼어난 능력을 갖춘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야기는 줄곧 이 두 여인과 얽혀 전개되는데, 강남홍은 매력적이고 활달한 영웅으로, 벽성선은 청순가련하면서 지혜로운 요조숙녀로 그려진다. 특히 강남홍은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신분 문제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며, 한 가문을 넘어서서 국가를 수호하는 탁월한 영웅으로 부각된다. 훗날 강남홍의 아들 양장성은 가문에서 적장자(嫡長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과거 시험에서 문과와 무과에 동시에 장원급제한 뒤 영웅으로 활약하여 진왕에 봉해진다. 서자에게 벼슬길이 허용되지 않았던 조선시대 현실을 감안하면 『옥루몽』의 이러한 구성은 파격적이다.

다양한 인간의 현실적인 모습
몽자류 소설(꿈에서 새로운 인물로 환생하여 체험한 것을 서술한 소설)의 일종이기는 하나 『옥루몽』은 인간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현실적이고도 생생하게 그려낸다. 황소저는 질투심을 품고 벽성선을 해치려 하나 실패하고 후에 개과천선하여 벽성선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이렇게 두 여인이 그려내는 애증의 이야기를 통해 가부장제 처첩제도 속에서 당대 여성들이 가진 불안과 이상적으로 여긴 여성상을 읽어낼 수 있다. 윤소저는 재상 집안 사람으로, 기생 출신인 강남홍을 잠깐 무시했으나 이내 서로 진심을 알아보고 신의를 지키는 우정을 나눈다. 일지련은 전쟁터에서 강남홍(홍사마)의 맞수로 등장하여 정정당당히 싸워 끝내 패배하나 강남홍과 지기의 인연을 맺는다.

이 밖에도 저자는 오랑캐 왕, 한량, 기생, 유모, 하인 등 변방에 위치한 여러 조연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며 이야기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윤소저의 유모 설파는 거짓말을 못하는 성정이어서 양창곡의 어머니 허부인의 의중을 떠보는 데 실패하는 등 웃음을 주는 인물이다. 오랑캐 왕 나탁과 축융이 한때 강남홍과 맞붙어 결투를 벌였음에도 강남홍의 용기와 총명함을 찬탄하고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는 절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벽성선의 아들인 풍류남자 기성과 인연이 닿는 두 기녀 설중매와 빙빙의 이야기도 매력적이다.

“군자의 사귐은 그 맑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그 달기가 꿀과 같다 하니, 제가 평생의 지기에게 몸을 허락하기를 원하고 평범한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기를 즐겨하지 않는데, 지금 상공께서는 제 지기라. 어찌 감히 청루의 천한 기생의 음란한 풍정으로 사귀리오? 저와 상공의 부부의 인연은 군자께서 저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훗날이 무궁하리니, 오늘 만남의 자리에서는 다만 뜻과 기상을 논하여 벗으로 알아주소서.” (『옥루몽 1』 167쪽)

홍사마가 진영으로 돌아오자마자 일지련의 손을 잡으며,
“내가 오늘 그대를 사로잡음은 검술의 승리가 아니라. 지기의 만남을 하늘이 도우심인가 하노라.”
일지련이 사례해,
“저는 패배한 장수라. 어찌 지기라 말씀하시나이까? 장군께서 이 천한 몸을 가련히 여겨주신다면, 마땅히 휘하의 천한 병졸이 되어 정성을 다하리이다.”
홍사마가 웃으며,
“내가 비록 영민하지는 못하나, 그대가 나를 멀리하지 않는다면 벗으로서 정을 맺을까 하노라.” (『옥루몽 2』 82쪽)

남영로는 인생에 보람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을 모두 ‘유희(遊戱)’라는 단어로 설명하면서 자신의 유희는 곧 문장이라 했다. 그가 마음을 쏟고 힘을 다해 후세에 남기고 싶었던 무궁한 대업이 곧 그의 필생의 문장인 『옥루몽』이었던 셈이다.

남영로가 살았던 19세기 전반은 정치사회적 모순이 매우 심각했다. 1801년 정조가 세상을 떠난 직후 신유박해가 일어나 많은 선비가 유배를 가거나 죽임을 당했고, 그뒤로 60년에 걸쳐 행해진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로 수많은 사대부가 권력에서 소외되었고 민중의 고통은 가중됐다. 이 시기에 지은 『옥루몽』에는 남영로의 문학적 역량이 드러날 뿐 아니라 그가 평소 생각해온,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경륜과 사회에 필요한 규범 등이 곳곳에 제시되어 있다. (『옥루몽 5』 4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