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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IS에 합류하는 이들은 어째서 점점 늘어만 가는가?
그들이 총성과 피로 얼룩진 땅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IS는 그들을 어떻게 유혹하는가?
프랑스 여기자의 목숨을 건 IS 잠입 르포!
여기 스카이프로 채팅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남자고 한 명은 여자다. 한 명은 37살이고 한 명은 20살이다. 한 명은 시리아에 있고 한 명은 프랑스에 있다. 한 명은 지하디스트고 한 명은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둘은 사랑에 빠졌다. 여자의 이름은 멜로디, 그녀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또 자신이 사랑에 빠진 남자 가까이로 가기 위해 시리아에 가려고 한다. 총성과 피로 얼룩진 땅,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땅으로.
실은 여기 한 사람이 더 있다. 멜로디와 마찬가지로 여자고, 프랑스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멜로디처럼 어리지 않다.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았다.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에렐, 기자다.
아니, 여기에 있는 사람은 두 명뿐이다. 안나는 늘 궁금했다. 어째서 사람들이, 특히 채 성년도 맞지 않은 아이들이 시리아로 향하는 걸까? 어째서 IS에 합류하기 위해 부모의 신용카드를 훔쳐서 비행기 티켓을 끊는 걸까? 그곳이 어떤 곳인지, 거기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정말 모르는 걸까? 만약 안다면, 아는데도 불구하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하여 안나는 페이스북에 ‘멜로디’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의 계정을 만든다. 지하디스트의 계정을 관찰하고, 그에게 접근하며, 히잡을 뒤집어쓰고, 아랍어를 공부한다. 이 모든 것은 비밀스럽고 위험천만한 취재를 위해서다.
그들이 총성과 피로 얼룩진 땅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IS는 그들을 어떻게 유혹하는가?
프랑스 여기자의 목숨을 건 IS 잠입 르포!
여기 스카이프로 채팅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남자고 한 명은 여자다. 한 명은 37살이고 한 명은 20살이다. 한 명은 시리아에 있고 한 명은 프랑스에 있다. 한 명은 지하디스트고 한 명은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둘은 사랑에 빠졌다. 여자의 이름은 멜로디, 그녀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또 자신이 사랑에 빠진 남자 가까이로 가기 위해 시리아에 가려고 한다. 총성과 피로 얼룩진 땅,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땅으로.
실은 여기 한 사람이 더 있다. 멜로디와 마찬가지로 여자고, 프랑스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멜로디처럼 어리지 않다.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았다.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에렐, 기자다.
아니, 여기에 있는 사람은 두 명뿐이다. 안나는 늘 궁금했다. 어째서 사람들이, 특히 채 성년도 맞지 않은 아이들이 시리아로 향하는 걸까? 어째서 IS에 합류하기 위해 부모의 신용카드를 훔쳐서 비행기 티켓을 끊는 걸까? 그곳이 어떤 곳인지, 거기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정말 모르는 걸까? 만약 안다면, 아는데도 불구하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하여 안나는 페이스북에 ‘멜로디’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의 계정을 만든다. 지하디스트의 계정을 관찰하고, 그에게 접근하며, 히잡을 뒤집어쓰고, 아랍어를 공부한다. 이 모든 것은 비밀스럽고 위험천만한 취재를 위해서다.
출판사 리뷰
IS에 합류하는 이들은 어째서 점점 늘어만 가는가?
그들이 총성과 피로 얼룩진 땅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IS는 그들을 어떻게 유혹하는가?
프랑스 여기자의 목숨을 건 IS 잠입 르포!
우리를 찾지 마라, 우리는 알라를 섬기고 그를 위해 죽을 것이다
뉴스에는 매주 IS에 관한 기사가 오르내리고 있다. 주로 시리아로 향하는 도중에 제지당한 이들에 관한 기사다. 많은 경우 그들은 청소년이었고, 부모들은 자식의 IS행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바로 몇 달 전 IS에 합류한 사실이 확인된 김 군처럼. 그의 부모는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고, 김 군이 단지 7박 8일간 ‘여행’을 간다고만 생각했다. 김 군은 출국하기 전날까지도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책상 위에 ‘joint IS’라는 쪽지를 남겨놓았을 뿐이다.
왜였을까? 김 군이 IS에 가담한 이유를 추측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 군은 중학교를 자퇴했고, 게임에 빠져 있었으며, 집안에서도 부모와 쪽지로 대화하는 등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를 통해 IS 가담 의사를 밝힐 당시 김 군은 “페미니스트가 싫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쉽고 간단한 설명을 늘어놓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 군은 소위 말하는 ‘사회부적응자’였고 지극히 가부장적이었으며 가족 관계나 교우 관계도 희미했으니 별 망설임 없이 한국을 떠나 IS로 건너갔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쉽게 결론 내릴 때 도무지 해결하기 힘든 질문들이 제기된다. 그는 어째서 새로운 삶을 굳이 IS에서 찾으려 했을까? 그 멀고, 낯설고, 언어조차 친숙하지 않은 곳, 더욱이 언제 어디서 총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곳에서 말이다. 김 군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영국에서, 독일에서,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에서 수백 명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여자아이들은 IS에 합류해 지하드 전사와 결혼하고 그의 아이를 낳기 위해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10대 소녀 두 명이 IS에 합류했다. 그들은 IS의 본거지인 북부 라카에 머물고 있으며, 그중 한 명은 IS 전사와 결혼해 임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두 소녀는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그들은 부모에게 간신히 연락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들 자신이 말했듯, 그들에게 “이 원치 않는 새로운 삶에서 벗어날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이유는 이렇다. IS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몹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혹 어떻게든 빠져나온다 하더라도 그들은 부모 품에 안기기도 전에 구속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이 테러 행위를 벌이기 위해 돌아온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증명 가능하다면 말이다.
우리는 이들을 단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할 수 있는 걸까? 과연 이 전 세계적인 현상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개개인의 문제로 돌릴 수 있는 걸까?
어서 시리아로 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자, 그리고 여기 스카이프로 채팅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남자고 한 명은 여자다. 한 명은 37살이고 한 명은 20살이다. 한 명은 시리아에 있고 한 명은 프랑스에 있다. 한 명은 지하디스트고 한 명은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둘은 사랑에 빠졌다. 여자의 이름은 멜로디, 그녀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또 자신이 사랑에 빠진 남자 가까이로 가기 위해 시리아에 가려고 한다. 총성과 피로 얼룩진 땅,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땅으로.
실은 여기 한 사람이 더 있다. 멜로디와 마찬가지로 여자고, 프랑스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멜로디처럼 어리지 않다.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았다.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에렐, 기자다.
아니, 여기에 있는 사람은 두 명뿐이다. 안나는 늘 궁금했다. 어째서 사람들이, 특히 채 성년도 맞지 않은 아이들이 시리아로 향하는 걸까? 어째서 IS에 합류하기 위해 부모의 신용카드를 훔쳐서 비행기 티켓을 끊는 걸까? 그곳이 어떤 곳인지, 거기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정말 모르는 걸까? 만약 안다면, 아는데도 불구하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하여 안나는 페이스북에 ‘멜로디’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의 계정을 만든다. 지하디스트의 계정을 관찰하고, 그에게 접근하며, 히잡을 뒤집어쓰고, 아랍어를 공부한다. 이 모든 것은 비밀스럽고 위험천만한 취재를 위해서다.
여기는 천국이야
“내 말 들어봐! 나는 그 누구보다도 너를 사랑해. 나를 만나면 너는 천국을 보게 될 거야. 여기서 나와 내 친구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천국 말이야. 이곳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지. 우리는 모두 한가족처럼 지내. 네가 여기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나의 사랑 멜로디! 빨리 와! 기다릴게.”
스카이프를 통해 만난 지 48시간 만에 사랑을 털어놓는 이 남자의 이름은 아부 빌렐, 현재 IS 지도자로 알려진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측근이자 프랑스 담당 모집책이다. 그는 멜로디에게 매일같이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며 어서 시리아로 오라고 꼬드긴다. 뿐만 아니라 늘 칭찬을 건넨다. “훌륭한걸. 대견스럽다. 용기 있는 행동이야. 넌 아름다운 영혼을 갖고 있어. 그리고 참 예쁘기도 하고…….”
감언이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너(멜로디)는 몸만 오면 된다고, 나머지는 자신이 다 책임지겠다고, 이미 아파트도 마련해놓았으며 프랑스에서보다 시리아에서 더 풍족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는 참 아름다운 곳이야. 볼 것도 많아. 바다도 끝내주고 산세도 매혹적이야. 친구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거야. 여자들끼리 몰려다니면서 함께 이것저것 할 수 있고 말이야. (빌렐은 웃는다.) 이게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이지…….”
이것은 사실일까?
어쩌면, 아주 적은 확률로나마 그럴지도 모른다. 멜로디는 시리아로 건너가자마자 공주님이나 여왕님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빌렐은 바그다디의 측근이었고 또 지위가 상당히 높았으니까. 그렇지만 빌렐에게는 이미 세 명의 아내가 있었다. 그가 따르는 율법은 여성에게‘만’ 지극히 엄격했다. 그는 멜로디에게 ‘시타르’를 입길 요구하는데, 이는 몸 전체를 이중으로 가리는 천을 가리키는 은어로, 입으면 눈조차 보이지 않는 옷이다.
지난 해 9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로 떠난 젊은 여성은 (각국 정보당국이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만) 프랑스 63명, 영국 50명, 독일 40명, 오스트리아 14명 등이다. 그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김 군이 “페미니스트가 싫어서” IS로 건너갔고, 이미 임신까지 한 소녀가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IS는 세계에서 가장 가부장적인 곳 중 하나다. IS 스스로도 자신의 가부장적인 면모를 잘 알고 있었고, 두 소녀의 SNS 계정을 넘겨받아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고 웃음 짓는 사진 등을 올렸다. 즉 두 소녀를 ‘포스터 걸’로 이용해 다른 소녀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알 리 없는 ‘멜로디’는 시리아행을 결심한다. 빌렐과 멜로디는 이미 온라인상으로 결혼까지 했고, 그녀가 시리아 땅을 밟는 순간부터 결혼은 ‘완전히’ 성립된다. 그녀는 프랑스에서의 불행한 삶으로부터 벗어나 시리아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료된다. 빌렐은 그녀에게 먼저 독일이나 네덜란드, 둘 중 한 곳으로 가서 원래 쓰던 휴대전화를 버리고 새 선불 휴대전화를 사야 한다고 말한다. 집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고, 아무에게도 시리아행을 털어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엄마에게도 편지 한 장 남겨서는 안 된다.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인 듯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취재
물론 그녀는 시리아까지 가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이 책은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빌렐의 말에 따라 암스테르담으로, 암스테르담에서 다시 이스탄불까지 가지만 그 이상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파리로 되돌아온다(자세한 취재 과정은 책을 보시라). 그렇지만 저자 소개에서도 이미 언급됐듯이, 안나는 취재 결과물을 기사화했으며 그 이후 ‘파트와’(흔히 이슬람 수니파가 어떤 특정한 인물이나 여러 사람에게 복수하는 것을 뜻한다)의 표적이 되었다. 안나는 이름을 바꾸고(‘안나’ 역시 가명이다) 수차례에 걸쳐 이사를 해야 했으며 휴대전화 번호 역시 바꿔야 했다. 어떤 면에서는 그녀가 이미 시리아에 갔다 왔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가진 것을 전부 버려야 했고, 이제 그녀는 인터뷰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언제 살해 위협이 사라질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야 하니까. 실제로 그녀는 프랑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는데, 카메라를 등지거나 가림막 뒤에 앉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인터뷰 했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엔 한층 심해진 듯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우리는 ‘멜로디’의 시리아행을 단지 특이하고 희귀한 소수의 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세계 전역에서 IS 가담을 차단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도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무얼까? 이제 IS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제2의 김 군을 끌어들이려는 IS 트위터 계정만 해도 전 세계에 최소 4만6000개에 달한다. 트위터가 직접 2000여 개의 계정을 폐쇄했지만 여전히 김 군과 같은 지하드 전사와 IS에 시집가는 지하드 신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이들이 지하드로 떠나는 루트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물론 이 책은 사회과학서가 아니라 르포다. 사건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IS에 대한 어떤 대답을 내놓으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안나가 스카이프를 통해 빌렐을 바라보았듯이 똑같이 IS를 응시하는 것이다. 김 군은 (적어도 우리가 아는 한) IS에 가담한 첫 번째 한국인이다. 두 번째, 세 번째가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김 군의 경우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우리가 이슬람 총서를 꾸준히 내놓고 있는 이유, 이 책을 이슬람 총서 4권으로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총성과 피로 얼룩진 땅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IS는 그들을 어떻게 유혹하는가?
프랑스 여기자의 목숨을 건 IS 잠입 르포!
우리를 찾지 마라, 우리는 알라를 섬기고 그를 위해 죽을 것이다
뉴스에는 매주 IS에 관한 기사가 오르내리고 있다. 주로 시리아로 향하는 도중에 제지당한 이들에 관한 기사다. 많은 경우 그들은 청소년이었고, 부모들은 자식의 IS행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바로 몇 달 전 IS에 합류한 사실이 확인된 김 군처럼. 그의 부모는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고, 김 군이 단지 7박 8일간 ‘여행’을 간다고만 생각했다. 김 군은 출국하기 전날까지도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책상 위에 ‘joint IS’라는 쪽지를 남겨놓았을 뿐이다.
왜였을까? 김 군이 IS에 가담한 이유를 추측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 군은 중학교를 자퇴했고, 게임에 빠져 있었으며, 집안에서도 부모와 쪽지로 대화하는 등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를 통해 IS 가담 의사를 밝힐 당시 김 군은 “페미니스트가 싫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쉽고 간단한 설명을 늘어놓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 군은 소위 말하는 ‘사회부적응자’였고 지극히 가부장적이었으며 가족 관계나 교우 관계도 희미했으니 별 망설임 없이 한국을 떠나 IS로 건너갔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쉽게 결론 내릴 때 도무지 해결하기 힘든 질문들이 제기된다. 그는 어째서 새로운 삶을 굳이 IS에서 찾으려 했을까? 그 멀고, 낯설고, 언어조차 친숙하지 않은 곳, 더욱이 언제 어디서 총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곳에서 말이다. 김 군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영국에서, 독일에서,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에서 수백 명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여자아이들은 IS에 합류해 지하드 전사와 결혼하고 그의 아이를 낳기 위해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의 10대 소녀 두 명이 IS에 합류했다. 그들은 IS의 본거지인 북부 라카에 머물고 있으며, 그중 한 명은 IS 전사와 결혼해 임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두 소녀는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그들은 부모에게 간신히 연락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들 자신이 말했듯, 그들에게 “이 원치 않는 새로운 삶에서 벗어날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이유는 이렇다. IS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몹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혹 어떻게든 빠져나온다 하더라도 그들은 부모 품에 안기기도 전에 구속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이 테러 행위를 벌이기 위해 돌아온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증명 가능하다면 말이다.
우리는 이들을 단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할 수 있는 걸까? 과연 이 전 세계적인 현상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개개인의 문제로 돌릴 수 있는 걸까?
어서 시리아로 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자, 그리고 여기 스카이프로 채팅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남자고 한 명은 여자다. 한 명은 37살이고 한 명은 20살이다. 한 명은 시리아에 있고 한 명은 프랑스에 있다. 한 명은 지하디스트고 한 명은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둘은 사랑에 빠졌다. 여자의 이름은 멜로디, 그녀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또 자신이 사랑에 빠진 남자 가까이로 가기 위해 시리아에 가려고 한다. 총성과 피로 얼룩진 땅,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땅으로.
실은 여기 한 사람이 더 있다. 멜로디와 마찬가지로 여자고, 프랑스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멜로디처럼 어리지 않다.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았다.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에렐, 기자다.
아니, 여기에 있는 사람은 두 명뿐이다. 안나는 늘 궁금했다. 어째서 사람들이, 특히 채 성년도 맞지 않은 아이들이 시리아로 향하는 걸까? 어째서 IS에 합류하기 위해 부모의 신용카드를 훔쳐서 비행기 티켓을 끊는 걸까? 그곳이 어떤 곳인지, 거기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정말 모르는 걸까? 만약 안다면, 아는데도 불구하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하여 안나는 페이스북에 ‘멜로디’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의 계정을 만든다. 지하디스트의 계정을 관찰하고, 그에게 접근하며, 히잡을 뒤집어쓰고, 아랍어를 공부한다. 이 모든 것은 비밀스럽고 위험천만한 취재를 위해서다.
여기는 천국이야
“내 말 들어봐! 나는 그 누구보다도 너를 사랑해. 나를 만나면 너는 천국을 보게 될 거야. 여기서 나와 내 친구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천국 말이야. 이곳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지. 우리는 모두 한가족처럼 지내. 네가 여기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나의 사랑 멜로디! 빨리 와! 기다릴게.”
스카이프를 통해 만난 지 48시간 만에 사랑을 털어놓는 이 남자의 이름은 아부 빌렐, 현재 IS 지도자로 알려진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측근이자 프랑스 담당 모집책이다. 그는 멜로디에게 매일같이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며 어서 시리아로 오라고 꼬드긴다. 뿐만 아니라 늘 칭찬을 건넨다. “훌륭한걸. 대견스럽다. 용기 있는 행동이야. 넌 아름다운 영혼을 갖고 있어. 그리고 참 예쁘기도 하고…….”
감언이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너(멜로디)는 몸만 오면 된다고, 나머지는 자신이 다 책임지겠다고, 이미 아파트도 마련해놓았으며 프랑스에서보다 시리아에서 더 풍족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는 참 아름다운 곳이야. 볼 것도 많아. 바다도 끝내주고 산세도 매혹적이야. 친구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거야. 여자들끼리 몰려다니면서 함께 이것저것 할 수 있고 말이야. (빌렐은 웃는다.) 이게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이지…….”
이것은 사실일까?
어쩌면, 아주 적은 확률로나마 그럴지도 모른다. 멜로디는 시리아로 건너가자마자 공주님이나 여왕님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빌렐은 바그다디의 측근이었고 또 지위가 상당히 높았으니까. 그렇지만 빌렐에게는 이미 세 명의 아내가 있었다. 그가 따르는 율법은 여성에게‘만’ 지극히 엄격했다. 그는 멜로디에게 ‘시타르’를 입길 요구하는데, 이는 몸 전체를 이중으로 가리는 천을 가리키는 은어로, 입으면 눈조차 보이지 않는 옷이다.
지난 해 9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로 떠난 젊은 여성은 (각국 정보당국이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만) 프랑스 63명, 영국 50명, 독일 40명, 오스트리아 14명 등이다. 그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김 군이 “페미니스트가 싫어서” IS로 건너갔고, 이미 임신까지 한 소녀가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IS는 세계에서 가장 가부장적인 곳 중 하나다. IS 스스로도 자신의 가부장적인 면모를 잘 알고 있었고, 두 소녀의 SNS 계정을 넘겨받아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고 웃음 짓는 사진 등을 올렸다. 즉 두 소녀를 ‘포스터 걸’로 이용해 다른 소녀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알 리 없는 ‘멜로디’는 시리아행을 결심한다. 빌렐과 멜로디는 이미 온라인상으로 결혼까지 했고, 그녀가 시리아 땅을 밟는 순간부터 결혼은 ‘완전히’ 성립된다. 그녀는 프랑스에서의 불행한 삶으로부터 벗어나 시리아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료된다. 빌렐은 그녀에게 먼저 독일이나 네덜란드, 둘 중 한 곳으로 가서 원래 쓰던 휴대전화를 버리고 새 선불 휴대전화를 사야 한다고 말한다. 집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고, 아무에게도 시리아행을 털어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엄마에게도 편지 한 장 남겨서는 안 된다.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인 듯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취재
물론 그녀는 시리아까지 가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이 책은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빌렐의 말에 따라 암스테르담으로, 암스테르담에서 다시 이스탄불까지 가지만 그 이상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파리로 되돌아온다(자세한 취재 과정은 책을 보시라). 그렇지만 저자 소개에서도 이미 언급됐듯이, 안나는 취재 결과물을 기사화했으며 그 이후 ‘파트와’(흔히 이슬람 수니파가 어떤 특정한 인물이나 여러 사람에게 복수하는 것을 뜻한다)의 표적이 되었다. 안나는 이름을 바꾸고(‘안나’ 역시 가명이다) 수차례에 걸쳐 이사를 해야 했으며 휴대전화 번호 역시 바꿔야 했다. 어떤 면에서는 그녀가 이미 시리아에 갔다 왔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가진 것을 전부 버려야 했고, 이제 그녀는 인터뷰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언제 살해 위협이 사라질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야 하니까. 실제로 그녀는 프랑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는데, 카메라를 등지거나 가림막 뒤에 앉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인터뷰 했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엔 한층 심해진 듯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우리는 ‘멜로디’의 시리아행을 단지 특이하고 희귀한 소수의 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세계 전역에서 IS 가담을 차단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도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무얼까? 이제 IS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제2의 김 군을 끌어들이려는 IS 트위터 계정만 해도 전 세계에 최소 4만6000개에 달한다. 트위터가 직접 2000여 개의 계정을 폐쇄했지만 여전히 김 군과 같은 지하드 전사와 IS에 시집가는 지하드 신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이들이 지하드로 떠나는 루트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물론 이 책은 사회과학서가 아니라 르포다. 사건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IS에 대한 어떤 대답을 내놓으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안나가 스카이프를 통해 빌렐을 바라보았듯이 똑같이 IS를 응시하는 것이다. 김 군은 (적어도 우리가 아는 한) IS에 가담한 첫 번째 한국인이다. 두 번째, 세 번째가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김 군의 경우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우리가 이슬람 총서를 꾸준히 내놓고 있는 이유, 이 책을 이슬람 총서 4권으로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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