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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 (2010)

동방박사님 2023. 11. 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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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여전히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부르주아 경제학은 이 위기를 예측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자본주의 체제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부르주아 경제학이란, 고전학파, 한계효용학파, 케인스주의를 비롯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경제학 전반을 가리킨다.

이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서로 경쟁해 왔지만 위기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하는 데는 하나같이 무능했다. 저자는 부르주아 경제학이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역사적 연원과 전개 과정을 다룬다. 특히 최근 경제 위기 와중에 다시 부상하고 있는 케인스주의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데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목차

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
무너진 환상들
케인스 이전의 부르주아 경제학
한계효용 이론의 문제점
케인스와 세의 법칙
케인스와 임금 삭감
급진적 언사와 보수적 정책
개혁 대 혁명
케인스 : 실천에서의 실패
잘못된 처방들
케인스주의와 전후 호황
절충주의의 실패
전후의 종합
의견 일치의 붕괴
칼레츠키와 급진적 케인스주의
스라파와 한계효용 이론에 대한 비판
신고전학파에 대한 다른 비판들
‘새고전학파’와 ‘공급중시’ 반혁명
정설의 붕괴 : ‘오스트리아학파’
‘신케인스주의’와 복잡성 이론가들
결론
부록 : 스라파와 신리카도주의자들의 마르크스 비판


옮긴이 후기

참고 문헌
 

저자 소개 

저 : 크리스 하먼 (Chris Harman)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자 [소셜리스트 워커]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편집자였다. 전 세계가 들썩인 1968년 당시 영국 학생운동의 중심이던 런던대학교 정치경제대학에서 주도적 학생 활동가로 사회운동에 뛰어든 이래 40여 년간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이자 활동가로 활약했다. 2009년 카이로에서 이집트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최한 포럼에 연사로 참가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는 대표작...

역자 : 이정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이고, 계간지 『마르크스주의 연구』(한울)의 편집위원이다. 저서로는 『사회운동가들과 함께 세상읽기』(책벌레, 공저)가 있고, 옮긴 책에 『인티파다』(책갈피)가 있다..

책 속으로

한계효용학파의 문제점
한계효용 경제학자들은 실제로는 경제가 호황과 불황의 ‘경기순환’을 겪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한계효용 이론의 주장과 달리, 그런 순환에서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항상 균형을 유지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한계효용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건강한 체제를 일시적으로 왜곡시키는 외부적 요소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비난했다. 그래서 제번스는 ― 그가 보기에 ― 무역풍을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하는 태양의 흑점 때문에 경기순환이 발생한다고 썼으며, 발라는 가격이 수요·공급과 맞지 않아서 경제 위기라는 혼란이 일어난다고 보면서 그것은 마치 얕은 호수 위에 태풍이 지나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경제 위기를 일시적 일탈로 여기고, 효율적인 경제의 작동 방식을 규정하는 불가항력적 법칙 체계에 대한 신념을 고수했다.
한계효용학파의 논리는 현존 경제체제가 최상의 가능한 세계이며, ‘최적의’ 생산 조건을 제공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소 자원”을 “경쟁적 부문들” 사이에 배분할 수 있는 법칙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주류 경제학자 로빈스나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폰 미제스 같은 사람들에게 한계효용 이론은 경제적 의미에서 민주주의를 표현한 것과 다름없었다. 소비자들이 자기 돈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소비하는 것은 곧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원하는 생산 품목에 ‘투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현재의 부와 소득 불평등을 정당화할 수 있다.

부자의 소비가 가난한 자의 소비보다 비중이 더 큰 것은 그 자체로 ‘선거의 결과’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는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경우에만 획득되고 또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한 기업인의 부는 언제나 소비자가 투표한 결과가 된다.

모든 한계효용 경제학자들이 이처럼 반동적인 것은 아니다. 버나드 쇼는 제번스의 한계효용 이론을 바탕으로 페이비언 사회주의를 주장했다. 그리고 학계의 일부 한계효용 이론가들은 신고전학파 모델을 현실에 완전하게 적용하면 부와 소득의 사회주의적 재분배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좌파 한계효용 이론가들 역시 우파 이론가들만큼이나 자신들의 경제 이론이 시장의 효율성을 입증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불가항력적 경제법칙 체계를 발전시켰으며 시장의 작동에 개입하는 것이 좋은 결과보다는 나쁜 결과만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생각했다. 국가 개입이 필요한 때라도 그 개입은 이러한 경제‘법칙’을 어겨서는 안 되고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케인스주의와 전후 장기 호황
장기 호황이 끝나고 1974~1976년에 선진국 경제들이 경기후퇴로 접어들고 나서야 정부들은 필사적으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케인스주의 정책에 의존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이 효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만 부추기고 생산을 실질적으로 증대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자 그들은 케인스주의 정책을 내던져 버렸고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은 완전한 혼란에 빠졌다. 그렇다고 정부의 재정 적자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1990년대에 주요 서방 정부들은 모두 재정 적자를 안고 있었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대략 1.5퍼센트였고 이탈리아와 일본은 대략 7퍼센트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재정 적자가 없던 1950년대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완전고용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이런 증거를 보면 장기 호황이 케인스주의적 ‘적자재정’의 결과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적자재정이 아닌 다른 어떤 것 덕분에 장기 호황 동안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지지 않으면서 계속 확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 덕분에 자본가들은 미래 이윤을 ‘기대’하며 투자할 수 있었고, 그래서 다른 자본가들이 투자 성과를 낙관할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만들어 줬다.
장기 호황의 바탕이 됐고 양차 대전 사이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1970년대 중반 이후에도 나타나지 않은 이 ‘어떤 것’이 무엇일까? 장기 호황 동안 케인스의 협력자들이었던 조앤 로빈슨과 미하우 칼레츠키는 장기 호황의 뿌리가 흔히 말하는 정부 지출이 아니라 군비 지출이라는 특별한 형태의 지출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기 생산이 정부가 조직한 투자의 한 형태이고, 이것은 민간 자본도 받아들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가 장기간 거의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한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기 생산은 민간 자본에게 확실한 시장과 높은 이윤을 기대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촉진했다. 이렇게 자본주의 경제가 군비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칼레츠키가 자본주의를 반대한 한 가지 이유였다. 칼레츠키는 “전후 미국의 경험을 보며 군비 지출이 소모적이고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높은 수준의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형태의 지출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자본주의의 중대한 결함이라고 봤다.” 그런데 칼레츠키조차 미국의 재정 적자가 영구적일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만약 경제가 ‘케인스 혁명’의 영향으로 대량 실업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면 그것은 케인스 자신의 주장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이유들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경제가 197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위기의 시대에 들어섰을 때 케인스주의자들이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 당혹스러워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여전히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처럼 좀비 은행과 좀비 기업이 잇달아 출현했다. 자본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지만, 각국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에 의존해 근근이 버티고 있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지면서 부르주아 경제학도 함께 위기에 빠졌다. 옮긴이 이정구 교수가 후기에서 썼듯이 “부르주아 경제학의 주류인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갖가지 모델과 수학·통계 기법을 자랑하지만 이번 경제 위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정도로 무능하다. …… 이런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류 경제학은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성 체제와 기업들의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비주류 경제학과 정치경제학 분야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온갖 환상과 미신을 만들어 유포하고 있다. …… 좀비 은행들과 기업들이 등장한 것처럼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고 변호하는 부르주아 경제학도 이제 좀비 경제학이 됐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부르주아 경제학이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경제학 전반을 가리킨다. 경제학의 시초라 할 만한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의 고전학파, 멩거, 뵘바베르크, 제번스, 마셜, 발라, 파레토, 클라크가 이끈 신고전학파(한계효용학파), 신고전학파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등장한 케인스주의, 1970년대 케인스주의가 위기에 빠지면서 등장한 다양한 경쟁 학파들(프리드먼이 주창한 통화주의, 레이건 정부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한 공급중시경제학, 멩거와 뵘바베르크의 사상을 추종한 오스트리아학파, 맨큐와 로머, 스티글리츠의 신케인스주의, 스라파의 신리카도주의)이 그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서로 경쟁해 왔지만 위기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하는 데는 하나같이 무능했다.
크리스 하먼은 이 책에서 부르주아 경제학이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역사적 연원과 전개 과정을 다룬다. 특히 최근 경제 위기 와중에 다시 부상하고 있는 케인스주의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데도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이 책은 경제학의 역사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입문서이며, 이데올로기가 아닌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산뜻한 청량제가 될 것이다.

책갈피 문고|오늘날의 마르크스주의
01 『자본주의의 대안과 사회주의 가치 논쟁』(알렉스 캘리니코스?마이클 앨버트 지음, 이수현 옮김)
02 『좌파의 재구성과 변혁 전략』(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최일붕?이수현 옮김)
03 『한국 NGO의 사상과 실천 ― 마르크스주의적 분석』(김하영 지음)
04 『크리스 하먼의 새로운 제국주의론』(크리스 하먼 지음, 이수현 옮김)
05 『오바마의 아프팍 전쟁』(조너선 닐 외 지음, 차승일 옮김)
06 『1989년 동유럽 혁명과 국가자본주의 체제 붕괴』(크리스 하먼 지음, 조정환 옮김)
07 『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크리스 하먼 지음, 이정구 옮김)
계속 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