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인문교양 (독서>책소개)/2.에세이

어떤 섬세함 (2023)

동방박사님 2023. 12. 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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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이렇게 타인이 내 마음에 지펴준 온기로
    나는 또 얼마간은 시린 마음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상 관찰자 이석원이 따뜻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포착한 인생의 단면들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솔직하고 담백한 자신만의 언어로 꾸준히 기록해 온 이석원의 새 에세이 『어떤 섬세함』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됐다. “생각의 중심을 자신으로 두려는 어떤 본능, 관성으로부터 벗어나 이 책에서 만큼은 내 꿈이 아니라 남의 꿈에 대해, 내 사정이 아니라 남의 사정에 대해, 내 고통만이 아니라 남의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서 작가의 시선은 끊임없이 외부로 향한다. 서로를 미워하기 바쁜 요즘이기에 타인을 함부로 규정하지 않고,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작가의 시선이 그대로 담긴 글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목차

들어가며 어느 노부부 이야기

1부 다 두려움의 덕이었다

5분
어떤 이의 꿈
풍경의 진실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아서
착한 사람
친구의 유산

2부 삶은 정말로 단순하지 않다

이해의 위력
어떤 섬세함
런던이 내게 준 것
아주 조심스럽지만 말할 수 있는 것
나의 언어
보낼 수 없는 편지
영원의 계산법

3부 이렇게 또 누군가와 엇갈리고 만 것이다

공포가 아닌 신뢰에 대한 이야기-워킹 데드
이별의 힘
믿음
작은 승리
작은 마음
상상과 추측

4부 누구나 자기만의 지침이 있다

말에 관한 소고
결과보다 중요한 준비
달고 시원한 거
삶의 지침
감동은 오래가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식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저자 소개 

저 : 이석원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른여덟이 되던 해 첫 책을 낸 이후로 지금까지 모두 다섯 권의 책을 냈다.
 

책 속으로

그분들이 손님들에게 약속한 내용이긴 했지만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유리 엄마’만 계셨더라도 오늘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손님 수가 항시 일정하질 않은 가게에서 추가 인력을 내내 배치해야 하는 상황이 가게 운영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를 -장사를 해본 사람으로서- 아는 나로서는 더 마음이 쓰일 수밖엔 없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자주 택하고,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다름 아닌 주방 깊은 곳까지 다 들리도록 큰소리로 잘 먹었다,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가게 문을 나서는 것.
---「5분」중에서

그런데, 이렇게 가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과 보내는 순간이 너무 벅찰 만큼 행복하고 내가 집에서 홀로 보낸 그 어떤 순간보다 감정의 파고가 진하다 느껴질 때면, 그래서 끝내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친구라는 존재는 역시 의심 없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슬프다. 친구란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친구의 유산」중에서

친구를 이해하게 되면서부터 우리 사이에 엉켰던 실타래는 조금씩 풀어졌고, 누군가를 이해하고 헤아리는 과정에서 나는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본래 누굴 미워하는 일을 중단하면 우선 내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라더니, 알면 알수록 살아가는 이치란 어쩜 이리 무릎을 탁 칠만큼 절묘하고도 얄궂은 구석이 있을까. 결국 누군가를 이해하다 보면 상대에 대해 보다 너그러워진 마음은 점점 더 큰 이해를 불러오고, 이해를 하는 만큼 원망은 계속 줄어드니,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할까?
---「이해의 위력」중에서

가령 세상에는, 다른 사람에게 ‘나 당신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꺼내 불편한 상황을 만드느니 차라리 힘들어도 그냥 참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는 상대를 보지 않거나 연락을 피하는 일 역시 엄연한 의사표시라서, 어느 쪽이든 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내 마음이 이토록 힘든데도 그 사실을 상대에게 털어놓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세상에는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이렇게 나의 친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혼자 속앓이를 하다 애꿎은 친구들 앞에서 눈물을 쏟고, 취하도록 술도 마시고, 그러고도 모자라 집으로 돌아가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면서 난리를 치는 것 아니겠는가.
---「보낼 수 없는 편지」중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이 오가는 대화를 사랑하고, 또한 글을 써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언어의 이런 모호함과 불완전성은 언제나 나를 곤란하게 한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래서 나는 마치 불가능한 꿈을 꾸는 사람처럼, 보다 정확한 말을 구사하기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사는지도 모른다. 마치, 세상이 아무리 진보하지 않는 듯해도 인류는 진보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말에 관한 소고」중에서

이를테면 나는 누굴 더 이상 만날 거다 안 만날 거다, 다시는 연애를 하겠다 하지 않겠다 아무리 혼자서 결심을 해본들, 미래는 내가 예측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기에. 결심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 삶이 그렇게 복잡하고 모호하며 예측 불가한 것이기에, 나는 더더욱 나만의 원칙을 가지고 그 원칙이 적용 가능한 것에 한해서라도 삶의 중심을 잡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삶의 원칙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가. 누구나 자기만의 삶의 지침이 있다. 그리고 그 지침에 따라 우리는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간다.
---「삶의 지침」중에서
 

출판사 리뷰

“어딘가에 분명 내가 잘 살기 바라는 누군가가 있으니까.”
지키고 싶고 지켜야만 하는 일상과 여러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하루하루 어른으로 살아가기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각자 지켜야만 하는 소중한 것들이 존재하기에, 그에 따르는 불안이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작은 침범에도 매일 쌓아온 소중한 일상이 사실은 얇은 유리처럼 깨지기 쉽다는 것을 주변에서, 때론 뉴스로 접하며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살아가면서 타인과 접촉을 아예 하지 않을 도리는 없기에, ‘남’들을 이해하고 나 역시 이해받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 갈 수 없다고 이석원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이해라는 그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해내는 데 있어서 섬세함이란 덕목을 이야기한다. 그는 섬세함이야말로 타인과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의라고 말하며, 살아오면서 만난 수많은 이들로부터 섬세함에 대해 배웠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남의 하소연을 함부로 징징댐으로 치부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 남들과 대화할 때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는 것. 누군가 아파 쓰러지면 무작정 일으켜 세울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상태를 봐가면서 그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 다시 말해서 주인공은 도움을 주는 내가 아니라 도움을 받는 상대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따라서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고 받고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섬세함’이라고 정의 내리는 작가의 태도가 다양한 소재를 펼쳐낸 글들의 곳곳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끊임없이 세상에 상처입고 화해하면서 얻어낸 시선이 따뜻하게 빛난다.

“이 책을 다 마칠 때까지는 모두 불안 없이 평안하시길.”
개성 넘치는 문체와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적어낸 일상 산문집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같이 먹고, 시간을 내어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가고, 사회인으로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게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인데, 사실 행복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이석원 작가는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왜 그리 작은 침범에도 무너지고 마는 허약한 사람들이 된 것인지, 왜 지금의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누리기가 그토록 어려우며 왜 자주 그리 불안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하여 진정으로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모쪼록, 저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과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우리 삶에 내재되어 있는 어떤 불안과 공포에 대해, 또한 지키고 싶고 지켜야만 하는 우리 일상과 여러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우리의 삶이 예전처럼 단순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그러니 적어도 이 책을 다 마칠 때까지는 모두 불안 없이 평안하시길….”

이 책에서는 이석원 작가가 마주친 일상의 단면들이 각각 한 편의 단편영화처럼 전개되며,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진다. 또한 작가가 직접 찍은, 아름다운 풍경들과 소소한 순간들이 담긴 사진을 글과 함께 담아내 평범하지만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 같은 책으로 완성했다. 덕분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내 꿈이 아니라 남의 꿈에 대해, 내 사정이 아니라 남의 사정에 대해, 내 고통만이 아니라 남의 고통에 대해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타인을 함부로 규정하지 않고, 세상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작가의 다정한 시선이 독자의 마음에 섬세하게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