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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처음 만날 때는 열예닐곱 살의 청소년이었던 이들이
지금은 서른 즈음의 청년이 되었다.”
10년간 정성스럽게 기록된 가난과 성장의 시간들
25년 경력의 교사이자 청소년 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빈곤가정에서 자란 여덟 명의 아이들과 10여 년간 만남을 지속하면서 가난한 청소년이 청년이 되면서 처하게 되는 문제, 우리 사회의 교육?노동?복지가 맞물리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탐사한다. 이 책은 가난을 둘러싼 겹겹의 현실에 대한 철저한 해부이자 날카로운 정책 제안인 동시에,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발견해내는지에 대한 가슴 시린 성장담이다. 은유 작가와 장일호 기자가 사려 깊은 추천글을 보탰다.
지금은 서른 즈음의 청년이 되었다.”
10년간 정성스럽게 기록된 가난과 성장의 시간들
25년 경력의 교사이자 청소년 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빈곤가정에서 자란 여덟 명의 아이들과 10여 년간 만남을 지속하면서 가난한 청소년이 청년이 되면서 처하게 되는 문제, 우리 사회의 교육?노동?복지가 맞물리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탐사한다. 이 책은 가난을 둘러싼 겹겹의 현실에 대한 철저한 해부이자 날카로운 정책 제안인 동시에,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발견해내는지에 대한 가슴 시린 성장담이다. 은유 작가와 장일호 기자가 사려 깊은 추천글을 보탰다.
목차
들어가며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어두워요”
우울을 견디는 삶, 소희
[소희 뒷이야기] 가난한 가족은 왜 우울한가?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바르고 성실한 청년, 영성
[영성 뒷이야기] 가족에 대한 애틋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제 경험을 활용하는 게 제 강점이에요”
슈퍼 긍정의 에너지, 지현
[지현 뒷이야기] 가난을 극복하는 힘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나중에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우울한 청춘의 그늘, 연우
[연우 뒷이야기] 자신에게 잘 맞는 길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 밀리면 끝이에요”
빈곤의 늪, 수정
[수정 뒷이야기] 취업 이후에도 왜 빈곤 대물림은 끊이지 않는가?
“오토바이를 타면 답답한 기분이 풀려요”
말 그대로 질풍노도, 현석
[현석 뒷이야기]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은 누구인가?
“돈이 없으면 불안해요”
미래 사업가, 우빈
[우빈 뒷이야기] 일하는 청소년들은 어떤 삶을 꿈꾸고 있나?
“사람들 시선이 싫어요”
눈에 띄지만 시선이 무서운, 혜주
[혜주 뒷이야기] 학교 밖 세상의 시선이 왜 두려웠을까?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어두워요”
우울을 견디는 삶, 소희
[소희 뒷이야기] 가난한 가족은 왜 우울한가?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바르고 성실한 청년, 영성
[영성 뒷이야기] 가족에 대한 애틋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제 경험을 활용하는 게 제 강점이에요”
슈퍼 긍정의 에너지, 지현
[지현 뒷이야기] 가난을 극복하는 힘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나중에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우울한 청춘의 그늘, 연우
[연우 뒷이야기] 자신에게 잘 맞는 길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 밀리면 끝이에요”
빈곤의 늪, 수정
[수정 뒷이야기] 취업 이후에도 왜 빈곤 대물림은 끊이지 않는가?
“오토바이를 타면 답답한 기분이 풀려요”
말 그대로 질풍노도, 현석
[현석 뒷이야기]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은 누구인가?
“돈이 없으면 불안해요”
미래 사업가, 우빈
[우빈 뒷이야기] 일하는 청소년들은 어떤 삶을 꿈꾸고 있나?
“사람들 시선이 싫어요”
눈에 띄지만 시선이 무서운, 혜주
[혜주 뒷이야기] 학교 밖 세상의 시선이 왜 두려웠을까?
책 속으로
나는 성장하고 싶은 어린 생명이 가난이란 굴레와 가족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굴절되고 다시 일어서는지 그들의 목소리로 기록하고 싶었다. 그 안에는 세상에서 흔히 통용되는 가난에 대한 인식이나 이미지와 다른,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가 있었다. 나는 청소년들이 삶에서 얻어낸 그 통찰과 지혜를 학문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 p.7
처음 만날 때는 열예닐곱 살의 청소년이었던 이들이 지금은 서른 즈음의 청년이 되었다. 세월과 함께 이들의 변화와 삶의 굴곡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때로는 애처롭고 가엾다가 어떨 때는 존경스럽고 대견하다는 느낌이 무수히 교차했다. 이들은 자신이 힘들 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듯이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했고, 다른 인터뷰 참여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한 다른 청(소)년들을 위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내 책을 응원해주고 기다려주었다.
--- p.8
나는 소희가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에 입학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 똘똘하고 당찬 소희가 역시 세상에 보란 듯이 그 일을 다 헤쳐나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생활을 하는 소희를 다시 만났을 때 여전히 10대 때처럼 우울하고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 힘들면 아직도 과하게 술을 마시고 사귀는 사람들도 예전 친구들의 범위에서 별로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 그를 오랫동안 보아왔던 사회복지사도 역시 이 부분을 설명하지 못했다. 왜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가 세대를 이어 반복되는가 하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 p.34
나는 영성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영성은 가족이 자신에게 꼭 도움이 되기만 했던 것은 아닌데도 왜 가족을 위해 여러 가지 결정을 할까? 영성네 가족은 어려움을 겪고 헤어지는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엔 다시 결합하였고 지금은 화목한 예전 관계를 되찾았다. 영성의 성장기에 부모가 보여준 이런 과정은 삶에서 하나의 롤모델이 된 것 같았다.
--- p.55
글을 쓰는 것도 그래요. 장학금을 받으려면 제 사정에 대한 글을 써야 되잖아요. 그렇게 글을 많이 쓰다 보니까 또 글쓰기도 느는 거예요.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냐면서 대학교에서 A를 받았어요. 그게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웃음).
--- p.81
원래는 제가 중2 때, 공부를 아예 놓고 있다가 다시 시작해서 인문계 쪽으로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가 결사반대를 했어요. 기술이나 배우라고. 인문 쪽으로 나가면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적인 직업을 얻잖아요. 기술 쪽은 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가 쉽다고. 중학교 때는 꿈이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 전공이 인테리어 디자인이에요. 원래는 친구 따라 들어갔는데, 가서 보니까 재미도 있고 잘하는 것 같고….
--- p.110~111
저만 봤을 때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니까 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진 것 같은데, 집안 전체를 봤을 때는 더 부족해진 느낌이고 더 힘들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뭔가가 없고 그냥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 같은 느낌? 한없이 꿈을 접어야 할 것 같은 느낌? 꿈이 현실과 부딪친다고 하잖아요. 그 말이 이해가 돼요. 처음에는 꿈만 생각했는데, 현실을 보면서 꿈을 실현하는 게 안 되는구나 싶어요. 그럼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잖아요.
--- p.146
집이 답답하고요. 그냥 집에 있는 게 답답했어요. 맨날 누나랑 싸우고 나가고 싶어했어요. (…) 거의 제가 사고 친 것 때문에 싸우고요. 돈 갖고도 싸우고요. 누나가 돈을 빌려줬는데 제가 안 갚았거든요. 집안 살림에 대해서 저한테 말한 적은 없어요. 저는 집에서 밥을 잘 안 먹고요. (…) 그냥 제가 집을 자주 안 들어갔어요.
--- p.171
다른 걸 하자니 이것만큼 자신 있는 게 없어요. 이런 일은 인맥이 많이 늘더라고요. 지금 이 나이인데도 벌써 주류회사 사람들, 유통업체, 식자재 이런 계열은 웬만하면 알고 지내니까요. 막상 이걸 떠나 다른 걸 하기에는 인맥도 없고 잘할 자신도 없어요. 대학 가도 잘할 자신이 없고…. (…) 이 업종 사람들 보면 저같이 가난하게 산 사람들인데 다 성공했잖아요. 인생 사신 얘길 다 들어보면 저보다 심하신 분들도 있더라고요. 다 도와준대요. 같이 해보자는 사람도 있어요.
--- p.207
나는 10여 년에 걸쳐 봐온 혜주의 변화 과정을 생각해보았다. 10대에 혜주는 거리를 헤매며 사람들의 시선에
당혹해하는 아이였고, 20대 초반의 혜주는 빈손으로 집을 나와 어찌할 줄 모르는 청년이었다. 가족들은 그녀를 구제불능에 집안의 골칫거리로 여겼다. 본인도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시기를 거치고 나서 서서히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제 역할을 해나가는 모습이 내게 대견해 보였다.
혜주는 “이제 늙어서 뭐 어쩌겠어요. 그냥 해봐야죠”란 말을 많이 했다. 아이들은 좌충우돌하며 성장하고 어느덧 자신의 두 발로 서게 된다. 아이들이 충분히 ‘늙을 때까지’ 우리는 지지해주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줘야 하는지도 모른다.
--- p.7
처음 만날 때는 열예닐곱 살의 청소년이었던 이들이 지금은 서른 즈음의 청년이 되었다. 세월과 함께 이들의 변화와 삶의 굴곡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때로는 애처롭고 가엾다가 어떨 때는 존경스럽고 대견하다는 느낌이 무수히 교차했다. 이들은 자신이 힘들 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듯이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했고, 다른 인터뷰 참여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한 다른 청(소)년들을 위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내 책을 응원해주고 기다려주었다.
--- p.8
나는 소희가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에 입학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 똘똘하고 당찬 소희가 역시 세상에 보란 듯이 그 일을 다 헤쳐나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생활을 하는 소희를 다시 만났을 때 여전히 10대 때처럼 우울하고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 힘들면 아직도 과하게 술을 마시고 사귀는 사람들도 예전 친구들의 범위에서 별로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 그를 오랫동안 보아왔던 사회복지사도 역시 이 부분을 설명하지 못했다. 왜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가 세대를 이어 반복되는가 하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 p.34
나는 영성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영성은 가족이 자신에게 꼭 도움이 되기만 했던 것은 아닌데도 왜 가족을 위해 여러 가지 결정을 할까? 영성네 가족은 어려움을 겪고 헤어지는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엔 다시 결합하였고 지금은 화목한 예전 관계를 되찾았다. 영성의 성장기에 부모가 보여준 이런 과정은 삶에서 하나의 롤모델이 된 것 같았다.
--- p.55
글을 쓰는 것도 그래요. 장학금을 받으려면 제 사정에 대한 글을 써야 되잖아요. 그렇게 글을 많이 쓰다 보니까 또 글쓰기도 느는 거예요.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냐면서 대학교에서 A를 받았어요. 그게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웃음).
--- p.81
원래는 제가 중2 때, 공부를 아예 놓고 있다가 다시 시작해서 인문계 쪽으로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가 결사반대를 했어요. 기술이나 배우라고. 인문 쪽으로 나가면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적인 직업을 얻잖아요. 기술 쪽은 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가 쉽다고. 중학교 때는 꿈이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 전공이 인테리어 디자인이에요. 원래는 친구 따라 들어갔는데, 가서 보니까 재미도 있고 잘하는 것 같고….
--- p.110~111
저만 봤을 때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니까 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진 것 같은데, 집안 전체를 봤을 때는 더 부족해진 느낌이고 더 힘들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뭔가가 없고 그냥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 같은 느낌? 한없이 꿈을 접어야 할 것 같은 느낌? 꿈이 현실과 부딪친다고 하잖아요. 그 말이 이해가 돼요. 처음에는 꿈만 생각했는데, 현실을 보면서 꿈을 실현하는 게 안 되는구나 싶어요. 그럼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잖아요.
--- p.146
집이 답답하고요. 그냥 집에 있는 게 답답했어요. 맨날 누나랑 싸우고 나가고 싶어했어요. (…) 거의 제가 사고 친 것 때문에 싸우고요. 돈 갖고도 싸우고요. 누나가 돈을 빌려줬는데 제가 안 갚았거든요. 집안 살림에 대해서 저한테 말한 적은 없어요. 저는 집에서 밥을 잘 안 먹고요. (…) 그냥 제가 집을 자주 안 들어갔어요.
--- p.171
다른 걸 하자니 이것만큼 자신 있는 게 없어요. 이런 일은 인맥이 많이 늘더라고요. 지금 이 나이인데도 벌써 주류회사 사람들, 유통업체, 식자재 이런 계열은 웬만하면 알고 지내니까요. 막상 이걸 떠나 다른 걸 하기에는 인맥도 없고 잘할 자신도 없어요. 대학 가도 잘할 자신이 없고…. (…) 이 업종 사람들 보면 저같이 가난하게 산 사람들인데 다 성공했잖아요. 인생 사신 얘길 다 들어보면 저보다 심하신 분들도 있더라고요. 다 도와준대요. 같이 해보자는 사람도 있어요.
--- p.207
나는 10여 년에 걸쳐 봐온 혜주의 변화 과정을 생각해보았다. 10대에 혜주는 거리를 헤매며 사람들의 시선에
당혹해하는 아이였고, 20대 초반의 혜주는 빈손으로 집을 나와 어찌할 줄 모르는 청년이었다. 가족들은 그녀를 구제불능에 집안의 골칫거리로 여겼다. 본인도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시기를 거치고 나서 서서히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제 역할을 해나가는 모습이 내게 대견해 보였다.
혜주는 “이제 늙어서 뭐 어쩌겠어요. 그냥 해봐야죠”란 말을 많이 했다. 아이들은 좌충우돌하며 성장하고 어느덧 자신의 두 발로 서게 된다. 아이들이 충분히 ‘늙을 때까지’ 우리는 지지해주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줘야 하는지도 모른다.
--- p.247
출판사 리뷰
◆ 이 책의 저자 인세와 출판사 수입의 일부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을 위해 사회단체에 기부됩니다. ◆
흙수저/금수저의 시대, 가난한 아이들의 말들
지난 10여 년간, ‘가난 혐오’, ‘흙수저’, ‘빈곤 대물림’, ‘청년빈곤’ 같은 말들이 우리 사회의 가난 담론을 지배했다. ‘가난’은 은폐되어야 할 상황이거나 모욕의 대상이었다. 또는 불행의 상징이거나 출생과 함께 벗어날 수 없는 신분 같은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가난은 실질적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교육을 통한 계급 이동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노동의 가치가 하락한 시대, ‘대치동 키즈’, ‘금수저’, ‘부모 찬스’ 같은 말들과 거리가 먼 청(소)년들은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을 꿈꾸어왔을까?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가난과 불평등에 대해 치밀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기일 것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은 빈곤 대물림을 겪은 가정의 청소년들에 대한 저자의 박사학위논문(『빈곤대물림 가족 청소년의 대응기제』)에서 시작되었다. 20년 넘게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초임 교사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제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과 무력함을 느껴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이 책은 2016년 완성된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바탕으로 이 청소년들이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을 계속 따라가며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가난을 둘러싼 겹겹의 현실을 철저히 “증언”하고 “폭로”한다. 가족 문제와 진로 고민, 우울증, 탈학교?가출과 범죄, 그리고 사회 진출과 성인으로서의 자립, 청(소)년의 노동 경험 등의 심층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하며, 마지막에는 교육?노동?복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제안으로 나아간다.
가난의 틈새에서 자라난 성장의 말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지금 한국사회의 빈곤에 대한 해부인 동시에,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좌충우돌하면서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발견해내는지에 대한 가슴 시린 성장담이다. 또한 기존 청(소)년 담론에서 지워진 사람들, 즉, 특성화고나 2, 3년제 대학 졸업생, 학교 밖 청소년, 불안정 노동자들의 이야기이자, 1990년대에 태어나 201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2020년대에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모두 여덟 명의 청(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부모부터 대를 이어 내려온 우울증과 중독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희, 성실하게 생활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으리라고 믿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모범생 영성,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말 원하는 일을 위해 자신의 선택을 밀고나가는 지현, 가족의 무관심과 방임 속에서도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찾은 연우, 어머니의 병과 빚 때문에 꿈을 포기하다가 독립하게 된 수정, 전과자라는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바꾸고 채워나가려는 현석, ‘돈 좀 만지는 사장님’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전념하는 우빈, 학교 밖 청소년으로 자존감이 많이 낮았지만 이제 자기 자리를 찾은 혜주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저마다 성격도, 삶에서 추구하는 일도, 구체적으로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삶에 여러 제약이 많다는 뜻이고, 정신적으로 취약해지기 쉽다는 뜻이며, ‘가족’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자,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짐을 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우한 가정에서 성장한 청소년이 가난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대학에 합격하는 것도, 졸업 후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직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빈곤은 단순히 낮은 소득이 아니라 기본적 역량의 박탈”이며 역량은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146쪽)를 의미한다는 아마티아 센의 이야기를 따른다. 그렇기에 가난을 벗어난다는 것은 역량을 되찾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가난, 가족,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장하고 자기 자신을 고유한 욕망을 지닌 독립된 개인으로서 이해하게 될 때 아이들은 부쩍 성장한다. 이러한 가난 이야기가 성장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이 여덟 명의 청(소)년들은 친구, 가족, 학교,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관, 일터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이들이 “자신이 힘들 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듯이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했”(8쪽)다고 쓴다.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주고자 하는 마음, 자신의 이야기가 공동체의 자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들의 “진정성과 용기”는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이다.
정책 연구자가 된 교사가 전하는 사랑의 말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여덟 명의 청(소)년이 경험한 지난 10년간의 기록인 동시에, 20년 넘게 지속되어온 저자의 고민이 맺은 결실로서, 제자들 앞에서 결코 무력해지지 않으려는 한 교사의 책임감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강지나는 경기도 소재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온 교사이자, 사회복지 정책(청소년)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정책과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쓴 연구자다. 초임 교사 시절, 가난한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이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는 그러한 상황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대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법을 모색했다. 교사는 학교사회복지사, 이후엔 정책 연구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동안의 진심 어린 시간들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가난한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함께, 저자가 교육 현장과 복지 현장에서 끄집어낸 생생한 증언과 통찰들이 여기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감정적인 접근은 최소화한다. 저자는 “세월과 함께 이들의 변화와 삶의 굴곡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때로는 애처롭고 가엾다가 어떨 때는 존경스럽고 대견하다는 느낌이 무수히 교차했다”(8쪽)고 쓰지만, 그러한 마음은 보이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다. 이 책의 각 장은 여덟 명의 청(소)년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서는 전반부,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이끌어낸 핵심 주제 또는 의제를 논의하는 후반부로 구성된다. 전반부는 저자와 인터뷰 참여자들이 10년 넘게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따뜻하고 긴밀한 대화에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며, 여덟 명 각각의 개성과 말투, 감정이 매우 생생하게 살아 있다. 반면, 후반부는 이들 개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좀 더 일반화된 문제를 분석한다. 인터뷰 참여자 개인에 대한 애정,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냉정함과 차분함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교차되며, 이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들은 가난한 청(소)년들의 생애, 마음풍경, 가난의 사회적 구조를 입체적으로 조명해낸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한 교사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전하는, 또는 오랫동안 보내려고 애쓴 끝에 결국은 도착하게 된 소중한 편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흙수저/금수저의 시대, 가난한 아이들의 말들
지난 10여 년간, ‘가난 혐오’, ‘흙수저’, ‘빈곤 대물림’, ‘청년빈곤’ 같은 말들이 우리 사회의 가난 담론을 지배했다. ‘가난’은 은폐되어야 할 상황이거나 모욕의 대상이었다. 또는 불행의 상징이거나 출생과 함께 벗어날 수 없는 신분 같은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가난은 실질적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교육을 통한 계급 이동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노동의 가치가 하락한 시대, ‘대치동 키즈’, ‘금수저’, ‘부모 찬스’ 같은 말들과 거리가 먼 청(소)년들은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을 꿈꾸어왔을까?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가난과 불평등에 대해 치밀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기일 것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은 빈곤 대물림을 겪은 가정의 청소년들에 대한 저자의 박사학위논문(『빈곤대물림 가족 청소년의 대응기제』)에서 시작되었다. 20년 넘게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초임 교사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제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과 무력함을 느껴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이 책은 2016년 완성된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바탕으로 이 청소년들이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을 계속 따라가며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가난을 둘러싼 겹겹의 현실을 철저히 “증언”하고 “폭로”한다. 가족 문제와 진로 고민, 우울증, 탈학교?가출과 범죄, 그리고 사회 진출과 성인으로서의 자립, 청(소)년의 노동 경험 등의 심층적인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하며, 마지막에는 교육?노동?복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제안으로 나아간다.
가난의 틈새에서 자라난 성장의 말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지금 한국사회의 빈곤에 대한 해부인 동시에,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좌충우돌하면서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발견해내는지에 대한 가슴 시린 성장담이다. 또한 기존 청(소)년 담론에서 지워진 사람들, 즉, 특성화고나 2, 3년제 대학 졸업생, 학교 밖 청소년, 불안정 노동자들의 이야기이자, 1990년대에 태어나 201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2020년대에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모두 여덟 명의 청(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부모부터 대를 이어 내려온 우울증과 중독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희, 성실하게 생활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으리라고 믿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모범생 영성,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말 원하는 일을 위해 자신의 선택을 밀고나가는 지현, 가족의 무관심과 방임 속에서도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찾은 연우, 어머니의 병과 빚 때문에 꿈을 포기하다가 독립하게 된 수정, 전과자라는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바꾸고 채워나가려는 현석, ‘돈 좀 만지는 사장님’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전념하는 우빈, 학교 밖 청소년으로 자존감이 많이 낮았지만 이제 자기 자리를 찾은 혜주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저마다 성격도, 삶에서 추구하는 일도, 구체적으로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삶에 여러 제약이 많다는 뜻이고, 정신적으로 취약해지기 쉽다는 뜻이며, ‘가족’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자,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짐을 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우한 가정에서 성장한 청소년이 가난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대학에 합격하는 것도, 졸업 후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직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빈곤은 단순히 낮은 소득이 아니라 기본적 역량의 박탈”이며 역량은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146쪽)를 의미한다는 아마티아 센의 이야기를 따른다. 그렇기에 가난을 벗어난다는 것은 역량을 되찾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가난, 가족,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장하고 자기 자신을 고유한 욕망을 지닌 독립된 개인으로서 이해하게 될 때 아이들은 부쩍 성장한다. 이러한 가난 이야기가 성장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이 여덟 명의 청(소)년들은 친구, 가족, 학교,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관, 일터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이들이 “자신이 힘들 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듯이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했”(8쪽)다고 쓴다.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주고자 하는 마음, 자신의 이야기가 공동체의 자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들의 “진정성과 용기”는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이다.
정책 연구자가 된 교사가 전하는 사랑의 말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여덟 명의 청(소)년이 경험한 지난 10년간의 기록인 동시에, 20년 넘게 지속되어온 저자의 고민이 맺은 결실로서, 제자들 앞에서 결코 무력해지지 않으려는 한 교사의 책임감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강지나는 경기도 소재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온 교사이자, 사회복지 정책(청소년)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정책과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쓴 연구자다. 초임 교사 시절, 가난한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이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는 그러한 상황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대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법을 모색했다. 교사는 학교사회복지사, 이후엔 정책 연구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동안의 진심 어린 시간들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가난한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함께, 저자가 교육 현장과 복지 현장에서 끄집어낸 생생한 증언과 통찰들이 여기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감정적인 접근은 최소화한다. 저자는 “세월과 함께 이들의 변화와 삶의 굴곡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때로는 애처롭고 가엾다가 어떨 때는 존경스럽고 대견하다는 느낌이 무수히 교차했다”(8쪽)고 쓰지만, 그러한 마음은 보이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다. 이 책의 각 장은 여덟 명의 청(소)년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서는 전반부,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이끌어낸 핵심 주제 또는 의제를 논의하는 후반부로 구성된다. 전반부는 저자와 인터뷰 참여자들이 10년 넘게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따뜻하고 긴밀한 대화에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며, 여덟 명 각각의 개성과 말투, 감정이 매우 생생하게 살아 있다. 반면, 후반부는 이들 개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좀 더 일반화된 문제를 분석한다. 인터뷰 참여자 개인에 대한 애정,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냉정함과 차분함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교차되며, 이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들은 가난한 청(소)년들의 생애, 마음풍경, 가난의 사회적 구조를 입체적으로 조명해낸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한 교사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전하는, 또는 오랫동안 보내려고 애쓴 끝에 결국은 도착하게 된 소중한 편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여러 번 발음해보게 되는 말이다. 마음이 슬퍼지다가 부끄러워진다. 이 책은 애써 감은 눈을 뜨게 한다. 장기적 빈곤층에서 성장한 여덟 명의 목소리는 가난 서사의 게으른 접근인 ‘대견함’과 ‘불쌍함’ 너머를 환하게 비춘다. 사람들이 섣부르게 재단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생활의 요소와 맥락이 얽힌 상태가 가난임을 드러낸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느끼게 된다. 가난하지 않은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한 사람이 성장하는 동안 자연스레 취하는 것, 자기 몫으로 누린 것, 눈감은 것, 선 그은 것이 얼마나 세세하고 많은지를 말이다. 제목이 곧 메시지다.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던져야 할 단 하나의 물음이 담긴 책이다.
- 은유 (르포 작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저자)
- 은유 (르포 작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저자)
가난이 주인공 자리를 꿰찬 삶은 피로하다. 아이들은 성장의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조로한다. ‘다음’을 계획하기 어려운 삶에서 체념은 생존 전략이자 지혜가 된다. 저자는 그들의 말과 말 사이를 방황하며 깨닫는다. 이들의 이야기가 공동체를 위한 중요한 증언이자 폭로임을. 누군가에게는 선진국일 한국사회가 짜놓은 교육·노동·복지의 그물이 얼마나 성기고 낡았는지를. 숫자나 통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름과 목소리가 주는 통증을 성실하게 기록했다.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안다면 외면해서는 안 될 목소리가 도착했다.
- 장일호 (『시사IN』 기자, 『슬픔의 방문』 저자)
- 장일호 (『시사IN』 기자, 『슬픔의 방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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