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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엄지혜(작가), 김영선(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강력 추천!
NDR 올해의 논픽션 수상작
2023년 독일 논픽션상 파이널리스트
[슈피겔] 베스트셀러
도대체 왜 시간은 매번 부족하고 우리는 늘 쫓기는가?
오늘날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가 현대인의 시간 부족감의 원인을 파헤친다.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즉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의 시간은 항상 다른 사람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는 상호적인 것”이라는, 우리가 종종 잊지만 매우 중요한 시간의 특성에 주목하여 논지를 전개한다.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우리의 시간이 타인의 시간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시간 불평등이 어떻게 시간 부족감, 나아가 만성적인 시간 압박을 초래하는지, 양극화, 과로, 저출생, 기후 위기, 반민주주의 등 현대 사회의 산적한 문제가 어떻게 ‘시간 문제’로 수렴되는지를 노동, 돌봄, 자유, 미래, 정치 등 다섯 영역으로 나누어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시간을 둘러싼 논의의 판도를 뒤엎을 급진적 사유를 담은 이 책은, 시간에 관한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는 것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다시 생각하도록 이끌 것이다.
NDR 올해의 논픽션 수상작
2023년 독일 논픽션상 파이널리스트
[슈피겔] 베스트셀러
도대체 왜 시간은 매번 부족하고 우리는 늘 쫓기는가?
오늘날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가 현대인의 시간 부족감의 원인을 파헤친다.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즉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의 시간은 항상 다른 사람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는 상호적인 것”이라는, 우리가 종종 잊지만 매우 중요한 시간의 특성에 주목하여 논지를 전개한다.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우리의 시간이 타인의 시간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시간 불평등이 어떻게 시간 부족감, 나아가 만성적인 시간 압박을 초래하는지, 양극화, 과로, 저출생, 기후 위기, 반민주주의 등 현대 사회의 산적한 문제가 어떻게 ‘시간 문제’로 수렴되는지를 노동, 돌봄, 자유, 미래, 정치 등 다섯 영역으로 나누어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시간을 둘러싼 논의의 판도를 뒤엎을 급진적 사유를 담은 이 책은, 시간에 관한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는 것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다시 생각하도록 이끌 것이다.
목차
추천의 글
서문
1장 시간은 왜 늘 부족한가
시간 부족을 느끼다 / 시간 압박의 역설 / 빼곡히 채워진 일상 / 바쁨이 가치가 된 사회 / 바쁨과 권력
2장 노동 시간
일과 정체성 / 노동 시간과 자유 시간 / 노동 시간은 정말로 줄었을까? / 너무 많이 일하는 사람들 / 비정형적 유연 근로의 문제점 / 일과 건강 / 수명을 단축하는 일과 빈곤 / 일일 8시간 노동, 무엇이 문제인가 / 전일제 일자리는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굳히는가 / 일을 공정하게 분배하기 / 부모의 사라진 15시간 / 시간제 일자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3장 돌봄을 위한 시간
돌봄은 일인가? / 돌봄 시간의 특성 / 예정된 피로 / 너무나도 부족한 자녀를 위한 시간 / 시간 빈곤을 악화하는 가족 정책 / 돌봄 노동으로부터 휴식하기 / 남성은 돌봄 노동을 원하는가? / 평등을 가로막는 돌봄의 외주화 / 돌봄 소득 / 돌봄 직종 종사자를 위한 시간 / 모든 사람은 돌봄이 필요하다 / 돌봄 혁명
4장 자유 시간
자유 시간마저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 / 이분법적 시간 구분을 넘어 / 시간에 쫓긴다는 감각 / 시간 연구에서는 자유 시간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 시간 부스러기 / 자유 시간의 질 / 너무 지친 사람들 / 관계를 위한 시간 / 성인에게도 필요한 놀이 시간 / 진짜 자유 시간
5장 어린이의 시간, 미래의 시간
아이를 낳기에 적합한 시기 / 직업 세계의 일부로서 자녀 / 어린이에게 적합한 시간 문화 / 미래에 대한 동등한 권리 / 어린이의 시간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
6장 정치를 위한 시간
시간과 정치 참여의 상관관계 / 정치로부터 소외되는 사람들 / 시민사회 참여를 위한 시간 / 정치를 새롭게 바라보기 / 다양한 활동을 시도할 자유 / 더 큰 정치를 상상하며
마치며 유토피아로 나아가기
미래를 상상할 권리 / 더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하기 위하여 / 각본 없는 인생의 잠재력 / 근로 시간 단축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 취약한 시스템 / 더 많이 일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 / 무엇이 우리의 자유를 가로막는가 / 유토피아적으로 생각하고 느끼기
서문
1장 시간은 왜 늘 부족한가
시간 부족을 느끼다 / 시간 압박의 역설 / 빼곡히 채워진 일상 / 바쁨이 가치가 된 사회 / 바쁨과 권력
2장 노동 시간
일과 정체성 / 노동 시간과 자유 시간 / 노동 시간은 정말로 줄었을까? / 너무 많이 일하는 사람들 / 비정형적 유연 근로의 문제점 / 일과 건강 / 수명을 단축하는 일과 빈곤 / 일일 8시간 노동, 무엇이 문제인가 / 전일제 일자리는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굳히는가 / 일을 공정하게 분배하기 / 부모의 사라진 15시간 / 시간제 일자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3장 돌봄을 위한 시간
돌봄은 일인가? / 돌봄 시간의 특성 / 예정된 피로 / 너무나도 부족한 자녀를 위한 시간 / 시간 빈곤을 악화하는 가족 정책 / 돌봄 노동으로부터 휴식하기 / 남성은 돌봄 노동을 원하는가? / 평등을 가로막는 돌봄의 외주화 / 돌봄 소득 / 돌봄 직종 종사자를 위한 시간 / 모든 사람은 돌봄이 필요하다 / 돌봄 혁명
4장 자유 시간
자유 시간마저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 / 이분법적 시간 구분을 넘어 / 시간에 쫓긴다는 감각 / 시간 연구에서는 자유 시간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 시간 부스러기 / 자유 시간의 질 / 너무 지친 사람들 / 관계를 위한 시간 / 성인에게도 필요한 놀이 시간 / 진짜 자유 시간
5장 어린이의 시간, 미래의 시간
아이를 낳기에 적합한 시기 / 직업 세계의 일부로서 자녀 / 어린이에게 적합한 시간 문화 / 미래에 대한 동등한 권리 / 어린이의 시간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
6장 정치를 위한 시간
시간과 정치 참여의 상관관계 / 정치로부터 소외되는 사람들 / 시민사회 참여를 위한 시간 / 정치를 새롭게 바라보기 / 다양한 활동을 시도할 자유 / 더 큰 정치를 상상하며
마치며 유토피아로 나아가기
미래를 상상할 권리 / 더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공유하기 위하여 / 각본 없는 인생의 잠재력 / 근로 시간 단축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 취약한 시스템 / 더 많이 일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 / 무엇이 우리의 자유를 가로막는가 / 유토피아적으로 생각하고 느끼기
책 속으로
직업에서의 성공과 사회 진보가 그것에 투자하는 시간에 좌우되며 다른 대안은 없다는 믿음은 우리 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언가를 성취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 즉 충분히 오래 일하지 않는 사람은 성실하지 않다고 배워왔다. 바쁘다는 것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한, 시간 부족에 진지하게 맞서 싸우기는 어렵다.
--- p.45
정상 근무일 또는 정상 생애 경로와 같은 용어처럼 우리가 시간에 관해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언어를 성찰하고 확장해야 한다. ‘정상 근무일’은 하루에 8시간 근무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특정 집단과만 관련이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무급 돌봄 노동과 소득 활동을 병행하거나, 재정적인 이유로 훨씬 더 긴 시간을 일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근무일은 이 용어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5시간의 소득 활동과 5시간의 돌봄을 정상 근무일이라고 말하고 이를 새로운 표준으로 정립한다면 노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어떻게 달라질까?
--- p.60
돌봄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을 돌보는 활동으로만 생각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돌봄은 그 이상이다. 배우자, 친구, 동료, 이웃의 삶을 지원하는 건 사회적 책임을 지는 일이기도 하다. 돌봄을 위한 시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모든 사람이 돌봄을 필요로 하고, 모든 사람이 돌봄을 제공한다. 돌봄 노동을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하고,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돌봄을 일상의 당연한 한 자리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소득 활동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돌봄에 부여해야 한다.
--- p.163
이처럼 주관적으로, 또는 규범적으로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의무적인 일들을 분석하면 자유 시간을 가시화하고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왜 어떤 특정한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유롭게 그러한 결정을 하는지를 이해할 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 누가, 또는 무엇이 배후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이 일은 누구의 요구를 충족하고 있을까? 언뜻 보면 자기 자신의 시간인 것처럼 보이는 시간도 사실은 다른 사람의 시간인 경우가 많다.
--- p.205
더 일찍 일어나는 것도, 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것도, 주어진 시간에 만족하는 것도 시간 부족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시간 부족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다루지 않고, 문제의 근원을 캐는 포괄적인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 시간을 충분히 자기 주도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권리가 정치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 p.242
진정한 민주 사회라면 우리는 어린이를 완전한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권리를 정치적 사고와 행동에 포함시켜야 한다. 어른의 현재와 미래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의 현재와 미래에도 동일한 가치를 부여할 때, 비로소 시간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 p.281
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 참여 활동이 가능한 삶,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히 숨 쉴 수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우리가 오늘날 노동을 조직하는 체계에 맞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업 활동을 중심에 두는 시간 문화를 거부한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 이 아니라 새롭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겠다는 걸 의미한다. 공동체적 정치는 제도화된 정치에 앞서 일상에서 시작된다.
--- p.321
우리가 우리의 욕구를 미래로 미루거나 ‘삶의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만 허용한다면, 이는 우리를 현재의 삶으로부터 분리하는 셈이다. 우리가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 우리 사이에 시간이 생겨나지만, 혼자 보내면 시간이 계속 흘러가기만 한다. 우리의 시간, 우리가 시간을 인식하는 느낌은 언제나 지금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대부분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시간에 진정한 자유를 느껴야 한다. 자유는 삶의 한 단면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 p.45
정상 근무일 또는 정상 생애 경로와 같은 용어처럼 우리가 시간에 관해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언어를 성찰하고 확장해야 한다. ‘정상 근무일’은 하루에 8시간 근무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특정 집단과만 관련이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무급 돌봄 노동과 소득 활동을 병행하거나, 재정적인 이유로 훨씬 더 긴 시간을 일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근무일은 이 용어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5시간의 소득 활동과 5시간의 돌봄을 정상 근무일이라고 말하고 이를 새로운 표준으로 정립한다면 노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어떻게 달라질까?
--- p.60
돌봄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을 돌보는 활동으로만 생각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돌봄은 그 이상이다. 배우자, 친구, 동료, 이웃의 삶을 지원하는 건 사회적 책임을 지는 일이기도 하다. 돌봄을 위한 시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모든 사람이 돌봄을 필요로 하고, 모든 사람이 돌봄을 제공한다. 돌봄 노동을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하고,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돌봄을 일상의 당연한 한 자리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소득 활동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돌봄에 부여해야 한다.
--- p.163
이처럼 주관적으로, 또는 규범적으로 해야 한다고 느끼는 의무적인 일들을 분석하면 자유 시간을 가시화하고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왜 어떤 특정한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유롭게 그러한 결정을 하는지를 이해할 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 누가, 또는 무엇이 배후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이 일은 누구의 요구를 충족하고 있을까? 언뜻 보면 자기 자신의 시간인 것처럼 보이는 시간도 사실은 다른 사람의 시간인 경우가 많다.
--- p.205
더 일찍 일어나는 것도, 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것도, 주어진 시간에 만족하는 것도 시간 부족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시간 부족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다루지 않고, 문제의 근원을 캐는 포괄적인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 시간을 충분히 자기 주도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권리가 정치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 p.242
진정한 민주 사회라면 우리는 어린이를 완전한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권리를 정치적 사고와 행동에 포함시켜야 한다. 어른의 현재와 미래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의 현재와 미래에도 동일한 가치를 부여할 때, 비로소 시간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 p.281
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 참여 활동이 가능한 삶,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히 숨 쉴 수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우리가 오늘날 노동을 조직하는 체계에 맞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업 활동을 중심에 두는 시간 문화를 거부한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 이 아니라 새롭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겠다는 걸 의미한다. 공동체적 정치는 제도화된 정치에 앞서 일상에서 시작된다.
--- p.321
우리가 우리의 욕구를 미래로 미루거나 ‘삶의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만 허용한다면, 이는 우리를 현재의 삶으로부터 분리하는 셈이다. 우리가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 우리 사이에 시간이 생겨나지만, 혼자 보내면 시간이 계속 흘러가기만 한다. 우리의 시간, 우리가 시간을 인식하는 느낌은 언제나 지금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대부분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시간에 진정한 자유를 느껴야 한다. 자유는 삶의 한 단면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 p.346
출판사 리뷰
★ 엄지혜(작가), 김영선(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강력 추천!
★ 2023년 독일 논픽션상 파이널리스트
★ NDR(북독일 공영방송) 올해의 논픽션 결선 진출작
★ 〈슈피겔〉 베스트셀러
하루에 딱 1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루에 1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독서? 운동? 근사한 저녁 식사? 애인과의 데이트?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놀이? 아마 ‘일을 더 하겠다’라고 답하는 이는 극소수일 것이다.(잠을 더 자면 더 잤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들은 아마도 시간이 부족해 뒤로 미뤄 둔 활동일 테고.
여기에서 시간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 드러난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는 이러한 특성에 주목해 ‘시간’을 화두로 우리 사회에 긴요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왜 우리는 더 많이 일하는가? 부유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에게 돌봄을 떠넘기고 여유를 얻는 한편, 가난한 사람은 시간 빈곤에 빠지는 건 정당한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은 가능한가? 대체 왜 시간은 늘 부족하고 우리는 늘 쫓기는가? 그녀의 물음과 분석, 그리고 제안은 노동, 돌봄, 자유, 미래, 정치 등 우리 삶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양극화, 과로, 저출생, 기후 위기,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이 모든 건 결국 ‘시간’의 문제
회사 일이 바쁠 때 기꺼이 야근을 감수하고 주말 출근도 불사하는 A와 어린 자녀의 하원 시간에 맞추어 매일 오후 다섯 시에 퇴근해야 하는 B가 있다. 당신이 고용주라면 어떤 사람을 뽑겠는가? 둘 중 한 명을 승진시킨다면? 두 자녀의 엄마로서 일과 돌봄의 양립을 위해 힘쓰고 있는 저자는 성별, 소득, 돌봄 의무가 자유 시간의 현저한 차이를 불러옴은 물론이고 일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한다.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자기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 경쟁의 이점이 되고 심지어 일종의 자격으로 변질되기도”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돌봄에 시간을 빼앗겨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하는 사람은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낙오되지 않은, 직업 세계에서 인정받을 게 자명한 A의 삶은 어떨까? 오늘날 많은 직무가 주 40시간 안에 완료할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이로 인해 초과 근무가 일상화되고 대다수 직장인이 시간 부족을 넘어 시간에 쫓기는 감각, 즉 시간 압박을 경험하게 되었다. 여기에 긴 시간 일하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와 성과 중심의 문화가 더해져 휴식을 건너뛰는 사례도 늘었고, 그 결과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B와 같은 사람들, 즉 자녀를 돌볼 시간과 집안일을 할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를 위해 돌봄 인력을 확충하면 괜찮지 않을까? 최근 해법으로 제시되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같은 ‘돌봄의 외주화’는 자신의 자유를 위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며, “이러한 불공정한 분업은 저임금, 저숙련 서비스 직종에 지속적으로 머무르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존속될 수” 있는 ‘제국주의적 삶의 방식’일뿐더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런 대책으로는 A와 같은 사람들만 증가하리라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자녀를 낳는 것은 ‘선택’으로 간주되고 아이를 돌보는 행위는 손해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점점 더 아이 낳기를 기피하게 되고, 어린이와 청년이 줄어든 사회에서는 이들을 돌보는 시간을 경시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소위 ‘미래 세대’로 일컬어지는 어린이, 청소년, 청년층의 비중이 줄면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청년층 인구 감소는 유권자 수 감소를 의미하며, 정치권은 더더욱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기후 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현실은 이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아울러 직업 활동을 중단하고 선거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던져 보면 현대 정치의 또 다른 문제점이 곧바로 도출된다. 상대적으로 돈과 시간이 넉넉한 사람의 목소리는 과대 대표되고, 돈과 시간이 부족한 청년, 장애인, 한부모, 성 소수자의 목소리는 과소 대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자를 위한 정책은 사라지고, 이들의 시간은 다시금 밀려난다.
100여 년 전 어느 사회 개혁가의 외침,
“8시간의 노동, 8시간의 수면, 8시간의 자유”를 다시 생각하다
‘바쁨’이 가치가 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욱 분주히 살아간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트렌드모니터에서 한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시간 부족을 경험했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수(30.5%)보다 심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사람(63.3%)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앞서 살폈듯 사람들은 과로에 시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쉬는 시간마저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자유 시간까지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고 조직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하는 시간과 자유 시간의 균형을 재조정할 급진적인 제안을 던진다. 100여 년 전, 독일의 기업가이자 사회 개혁가인 에른스트 아베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8시간의 업무, 8시간의 수면, 8시간의 인간다움’을 주장했다. 아베의 3×8 공식은 기본적으로 일하는 시간 만큼 자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탄생했다. 그가 주장한 대로 모든 사람이 노동하는 데 들인 시간과 같은 양의 자유를 누린다면 어떨까? 여기에 더해 직장에서의 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돌봄과 집안일, 즉 재생산 활동 역시 ‘일’로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가 온전히 일하고, 쉬고, 사랑하기 위해
시간에 관한 새롭고 담대한 상상이 필요할 때!
다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는 시간의 근본 특성으로 돌아가자. 시간 주도권을 일에 저당 잡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밖에 없다. 저자가 사회 각 영역에서 ‘시간 불평등’을 조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시간은 항상 다른 사람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는 상호적인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거나 그들의 시간을 우리 시간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그들의 시간에 대해 아주 형편없는 보수를 지불한다면, 이 사람들은 우리보다 덜 자유롭다.”
이러한 시간 불평등을 끊어 내기 위해 저자는 8시간의 수면 시간을 제외한 16시간을 각각 유급 노동, 돌봄, 문화 활동, 정치 활동에 각각 4시간씩 할당하는 프리가 하우크의 ‘4-in-1 모델’과, 모든 사람에게 일종의 안식년처럼 활용할 수 있는 9년의 선택적 시간을 제공할 것을 주장한 카린 유르크지크와 울리히 뮈켄베르거의 ‘선택적 시간 모델’을 제시한다. 근로 시간 단축 논의에서 주로 제기되는 주 4일 노동을 넘어서는 이 주장들을 두고 누군가는 허무맹랑한 유토피아를 꿈꾼다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유토피아로 나아가기’라는 제목을 단 마지막 장에서 이 비판에 정면으로 맞선다. “직업 활동을 중심에 두는 시간 문화를 거부한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새롭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겠다는 걸 의미한다.”
여전히 저자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린다면 시간의 또 다른 특성, 가장 중요한 속성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 순간 우리 삶의 모든 시간은 저축할 수도 없고 나중을 위해 돈으로 바꿀 수도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바로 지금, 시간 주권을 바로 세우고 정의롭고 평등한 시간 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는 모든 사람을 위한 보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에 매몰된 우리 삶을 바꾸어야 한다. 주 20시간 노동과 돌봄 노동의 평등한 분배로 새롭게 생겨난 시간을 사회적 관계에 더 많이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한 개인의 목표가 아닌 ‘돌봄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 전체의 목표가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무엇보다 지금으로선 신기루에 불과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모하기 위해 가정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시간 문화와 정의로운 시간 정책에 대한 비전을 분명히 제시하는 이 책은, 단순히 시간 부족 현상을 다루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사회학적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우리 시대의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아우른다.
_2023 독일 올해의 논픽션상(Deutscher Sachbuchpreis 2023) 심사위원 서평
★ 2023년 독일 논픽션상 파이널리스트
★ NDR(북독일 공영방송) 올해의 논픽션 결선 진출작
★ 〈슈피겔〉 베스트셀러
하루에 딱 1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루에 1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독서? 운동? 근사한 저녁 식사? 애인과의 데이트?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놀이? 아마 ‘일을 더 하겠다’라고 답하는 이는 극소수일 것이다.(잠을 더 자면 더 잤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들은 아마도 시간이 부족해 뒤로 미뤄 둔 활동일 테고.
여기에서 시간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 드러난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이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는 이러한 특성에 주목해 ‘시간’을 화두로 우리 사회에 긴요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왜 우리는 더 많이 일하는가? 부유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에게 돌봄을 떠넘기고 여유를 얻는 한편, 가난한 사람은 시간 빈곤에 빠지는 건 정당한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은 가능한가? 대체 왜 시간은 늘 부족하고 우리는 늘 쫓기는가? 그녀의 물음과 분석, 그리고 제안은 노동, 돌봄, 자유, 미래, 정치 등 우리 삶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양극화, 과로, 저출생, 기후 위기,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이 모든 건 결국 ‘시간’의 문제
회사 일이 바쁠 때 기꺼이 야근을 감수하고 주말 출근도 불사하는 A와 어린 자녀의 하원 시간에 맞추어 매일 오후 다섯 시에 퇴근해야 하는 B가 있다. 당신이 고용주라면 어떤 사람을 뽑겠는가? 둘 중 한 명을 승진시킨다면? 두 자녀의 엄마로서 일과 돌봄의 양립을 위해 힘쓰고 있는 저자는 성별, 소득, 돌봄 의무가 자유 시간의 현저한 차이를 불러옴은 물론이고 일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한다.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자기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 경쟁의 이점이 되고 심지어 일종의 자격으로 변질되기도”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돌봄에 시간을 빼앗겨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하는 사람은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낙오되지 않은, 직업 세계에서 인정받을 게 자명한 A의 삶은 어떨까? 오늘날 많은 직무가 주 40시간 안에 완료할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이로 인해 초과 근무가 일상화되고 대다수 직장인이 시간 부족을 넘어 시간에 쫓기는 감각, 즉 시간 압박을 경험하게 되었다. 여기에 긴 시간 일하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와 성과 중심의 문화가 더해져 휴식을 건너뛰는 사례도 늘었고, 그 결과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B와 같은 사람들, 즉 자녀를 돌볼 시간과 집안일을 할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를 위해 돌봄 인력을 확충하면 괜찮지 않을까? 최근 해법으로 제시되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같은 ‘돌봄의 외주화’는 자신의 자유를 위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며, “이러한 불공정한 분업은 저임금, 저숙련 서비스 직종에 지속적으로 머무르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존속될 수” 있는 ‘제국주의적 삶의 방식’일뿐더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런 대책으로는 A와 같은 사람들만 증가하리라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자녀를 낳는 것은 ‘선택’으로 간주되고 아이를 돌보는 행위는 손해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점점 더 아이 낳기를 기피하게 되고, 어린이와 청년이 줄어든 사회에서는 이들을 돌보는 시간을 경시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소위 ‘미래 세대’로 일컬어지는 어린이, 청소년, 청년층의 비중이 줄면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청년층 인구 감소는 유권자 수 감소를 의미하며, 정치권은 더더욱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기후 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현실은 이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아울러 직업 활동을 중단하고 선거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던져 보면 현대 정치의 또 다른 문제점이 곧바로 도출된다. 상대적으로 돈과 시간이 넉넉한 사람의 목소리는 과대 대표되고, 돈과 시간이 부족한 청년, 장애인, 한부모, 성 소수자의 목소리는 과소 대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자를 위한 정책은 사라지고, 이들의 시간은 다시금 밀려난다.
100여 년 전 어느 사회 개혁가의 외침,
“8시간의 노동, 8시간의 수면, 8시간의 자유”를 다시 생각하다
‘바쁨’이 가치가 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욱 분주히 살아간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트렌드모니터에서 한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시간 부족을 경험했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수(30.5%)보다 심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사람(63.3%)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앞서 살폈듯 사람들은 과로에 시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쉬는 시간마저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자유 시간까지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고 조직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하는 시간과 자유 시간의 균형을 재조정할 급진적인 제안을 던진다. 100여 년 전, 독일의 기업가이자 사회 개혁가인 에른스트 아베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8시간의 업무, 8시간의 수면, 8시간의 인간다움’을 주장했다. 아베의 3×8 공식은 기본적으로 일하는 시간 만큼 자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탄생했다. 그가 주장한 대로 모든 사람이 노동하는 데 들인 시간과 같은 양의 자유를 누린다면 어떨까? 여기에 더해 직장에서의 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돌봄과 집안일, 즉 재생산 활동 역시 ‘일’로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가 온전히 일하고, 쉬고, 사랑하기 위해
시간에 관한 새롭고 담대한 상상이 필요할 때!
다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는 시간의 근본 특성으로 돌아가자. 시간 주도권을 일에 저당 잡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밖에 없다. 저자가 사회 각 영역에서 ‘시간 불평등’을 조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시간은 항상 다른 사람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는 상호적인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거나 그들의 시간을 우리 시간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그들의 시간에 대해 아주 형편없는 보수를 지불한다면, 이 사람들은 우리보다 덜 자유롭다.”
이러한 시간 불평등을 끊어 내기 위해 저자는 8시간의 수면 시간을 제외한 16시간을 각각 유급 노동, 돌봄, 문화 활동, 정치 활동에 각각 4시간씩 할당하는 프리가 하우크의 ‘4-in-1 모델’과, 모든 사람에게 일종의 안식년처럼 활용할 수 있는 9년의 선택적 시간을 제공할 것을 주장한 카린 유르크지크와 울리히 뮈켄베르거의 ‘선택적 시간 모델’을 제시한다. 근로 시간 단축 논의에서 주로 제기되는 주 4일 노동을 넘어서는 이 주장들을 두고 누군가는 허무맹랑한 유토피아를 꿈꾼다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유토피아로 나아가기’라는 제목을 단 마지막 장에서 이 비판에 정면으로 맞선다. “직업 활동을 중심에 두는 시간 문화를 거부한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새롭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겠다는 걸 의미한다.”
여전히 저자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린다면 시간의 또 다른 특성, 가장 중요한 속성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 순간 우리 삶의 모든 시간은 저축할 수도 없고 나중을 위해 돈으로 바꿀 수도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바로 지금, 시간 주권을 바로 세우고 정의롭고 평등한 시간 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는 모든 사람을 위한 보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에 매몰된 우리 삶을 바꾸어야 한다. 주 20시간 노동과 돌봄 노동의 평등한 분배로 새롭게 생겨난 시간을 사회적 관계에 더 많이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한 개인의 목표가 아닌 ‘돌봄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 전체의 목표가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무엇보다 지금으로선 신기루에 불과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모하기 위해 가정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시간 문화와 정의로운 시간 정책에 대한 비전을 분명히 제시하는 이 책은, 단순히 시간 부족 현상을 다루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사회학적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우리 시대의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아우른다.
_2023 독일 올해의 논픽션상(Deutscher Sachbuchpreis 2023) 심사위원 서평
추천평
최근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고 (자율적인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로 이직한 나에게 이 책은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매일 아침, 온갖 할 일들로 머리를 싸매는 돌봄 노동자 10년 차에게 ‘시간’이란 족쇄이며 돈이다. “돈을 좀 덜 가지고 갈 테니까, 근로 시간을 좀 줄여줘. 일은 고효율로 할게”는 나의 오랜 모토이며 요구인데, 사회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비슷하게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자니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간 문화를 꿈꿨다. 테레사 뷔커는 “새로운 시간 문화는 모든 연령층에 혜택을 가져다주며, 실제로 이 영향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간 정책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를 이해하고 조직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개인의 선택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렵기 때문에 ‘시간의 평등’은 제도적 접근이 갈급하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각종 돌봄 정책들을 살펴보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타임 푸어’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시간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분배하는 게 우리 삶에 얼마나 긴요한지 몸소 겪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목울대가 뜨거워질 정도로 깊이 공감했다. 저자가 한국에 와서 강연을 한다면 맨 앞 좌석에 앉아 눈 맞추고 싶을 만큼, 처절하게.
- 엄지혜 (작가 『태도의 말들』, 『돌봄과 작업』(공저) 저자)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의 평등’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간 문화를 꿈꿨다. 테레사 뷔커는 “새로운 시간 문화는 모든 연령층에 혜택을 가져다주며, 실제로 이 영향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간 정책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를 이해하고 조직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개인의 선택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렵기 때문에 ‘시간의 평등’은 제도적 접근이 갈급하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각종 돌봄 정책들을 살펴보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타임 푸어’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시간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분배하는 게 우리 삶에 얼마나 긴요한지 몸소 겪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목울대가 뜨거워질 정도로 깊이 공감했다. 저자가 한국에 와서 강연을 한다면 맨 앞 좌석에 앉아 눈 맞추고 싶을 만큼, 처절하게.
- 엄지혜 (작가 『태도의 말들』, 『돌봄과 작업』(공저) 저자)
기후 위기 시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은 더 커져만 간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 사회는 불평등을 개인의 능력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시간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시간에 쫓기며 허덕이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이 또한 개인이 시간을 잘 관리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기고 만다. 과연 그럴까? 독일의 촉망받는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는 시간 주권과 시간 빈곤의 정도는 경제적, 정치적 권력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시간 문제 해법의 방향은 모두를 위한 시간을 사회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 빈곤 및 시간 불평등 문제가 여느 사회보다 심각한 우리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시간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가?
우리에겐 새로운 시간 개념이 필요하다. 주변을 둘러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이를 위해 테레사 뷔커가 제안하는 사회적 돌봄으로서의 시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답은 시간 정의(time justice)다. 새로운 시간의 가능성은 서로 다른 힘을 가진 사람들이 강하게 연대할수록 더 커진다. 무엇보다 돌봄과 참여, 정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 일상 차원이나 사회적 차원뿐만 아니라 지구적 관점에서도!
-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존버씨의 죽음』 저자)
우리에겐 새로운 시간 개념이 필요하다. 주변을 둘러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이를 위해 테레사 뷔커가 제안하는 사회적 돌봄으로서의 시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답은 시간 정의(time justice)다. 새로운 시간의 가능성은 서로 다른 힘을 가진 사람들이 강하게 연대할수록 더 커진다. 무엇보다 돌봄과 참여, 정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 일상 차원이나 사회적 차원뿐만 아니라 지구적 관점에서도!
-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존버씨의 죽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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