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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 산업에 축적이라는 주요 키워드를 제시했던 서울대 이정동 교수가 총괄한 『공존과 지속: 기술과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권혁주, 김기현, 장대익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학교 이공대·인문사회대 23인의 석학이 합작한 ‘한국의 미래’ 프로젝트가 만 4년 만에 일구어 낸 집합 지성의 결실이다. 유전기술·에너지·인공지능·교육의 4대 핵심 분야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종합 리포트하며 신기술이 우리 사회에 연착륙하기 위한 ‘공존과 지속’이라는 방향을 제시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세계정세도, 우리를 둘러싼 생활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간다. 유전자 수준에서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놀라운 소식부터 강의실을 벗어나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갸우뚱한 이야기까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주는 실증적 이익에서 가치관을 흔드는 당위의 문제까지 신기술을 둘러싸고 좌충우돌하는 우리 사회에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한국의 미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전의 기술 혁신 관련 논의들이 이공계 위주로 펼쳐졌다면 2015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기술 혁신과 우리 사회의 접점을 논하며 이공계는 물론 인문사회계의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된 데 의의가 크다. 에너지시스템 분야를 맡은 이정동 교수를 비롯해 권혁주(행정대학원)·김기현(철학과)·장대익(자유전공학부) 교수 등이 교육미디어, 유전공학, 인공지능 분야의 좌장을 맡았다. 네 핵심 분야는 변화의 속도와 경제적 가치의 측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신기술이 인간의 삶에 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며 사회 인프라 전반의 거대한 변화를 수반하기에 선정되었다. 각 부의 서두에서 학자들 간의 대담이 큰 틀을 제시하고, 이어지는 각 교수들의 논고가 전문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서술한다. 특히 과학자와 법·사회제도·철학 연구자가 시각의 차이를 드러내면서 논의의 질적 전환을 보여 주는 대담이 책의 별미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세계정세도, 우리를 둘러싼 생활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간다. 유전자 수준에서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놀라운 소식부터 강의실을 벗어나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갸우뚱한 이야기까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주는 실증적 이익에서 가치관을 흔드는 당위의 문제까지 신기술을 둘러싸고 좌충우돌하는 우리 사회에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한국의 미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전의 기술 혁신 관련 논의들이 이공계 위주로 펼쳐졌다면 2015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기술 혁신과 우리 사회의 접점을 논하며 이공계는 물론 인문사회계의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된 데 의의가 크다. 에너지시스템 분야를 맡은 이정동 교수를 비롯해 권혁주(행정대학원)·김기현(철학과)·장대익(자유전공학부) 교수 등이 교육미디어, 유전공학, 인공지능 분야의 좌장을 맡았다. 네 핵심 분야는 변화의 속도와 경제적 가치의 측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신기술이 인간의 삶에 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며 사회 인프라 전반의 거대한 변화를 수반하기에 선정되었다. 각 부의 서두에서 학자들 간의 대담이 큰 틀을 제시하고, 이어지는 각 교수들의 논고가 전문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서술한다. 특히 과학자와 법·사회제도·철학 연구자가 시각의 차이를 드러내면서 논의의 질적 전환을 보여 주는 대담이 책의 별미다.
목차
들어가며 기술과 인간의 공존과 지속 가능성을 찾아서 / 이정동 7
1부 유전자 편집의 시대
대담 유전공학과 생명의 미래 15
유전자가위 기술의 진화사적 의미 / 장대익 / 자유전공학부 56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과 생명과학 혁명 / 김진수 / 화학부?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69
유전공학의 역사와 생명의 미래 / 이두갑 / 서양사학과?협동과정 과학사 및 과학철학 83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김홍기 / 치의학전문대학원 99
유전자 편집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생명윤리법 / 김현섭 / 철학과 110
2부 에너지시스템의 전환
대담 지속 가능한 신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 127
에너지시스템 혁신의 길 / 이정동 / 산업공학과?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167
새로운 시대를 이끌 태양광 에너지 / 이창희 / 전 전기정보공학부·현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180
지속과 공존을 위한 한국 전력망 / 문승일 / 전기정보공학부 196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부의 책무 / 홍종호 / 환경대학원 215
미래 에너지를 위한 법 제도 전환 / 이원우 / 법학전문대학원 227
닫힌 체계에서 열린 체계로 / 이재열 / 사회학과 246
3부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대담 인공지능과 인간은 함께 진화한다 271
인공지능, 우리는 어디쯤? / 문병로 / 컴퓨터공학부 305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위협인가 선물인가 / 최인철 / 심리학과 320
인공지능,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초보적인 철학적 성찰 / 이석재 / 철학과 330
인공지능과 미래 사회 / 이경민 / 의학과?협동과정 인지과학전공 340
로봇의 인간화, 인간의 로봇화 / 김기현 / 철학과 349
4부 교육미디어의 변화
대담 새로운 교육미디어, 배움의 본질을 묻다 365
미래 교육, 무엇이 변하고 있는가 / 권혁주 / 행정대학원 394
시공간을 초월한 강의, 무크 / 임철일 / 교육학과 407
블렌디드 러닝?교육 혁신의 시작 / 이상구 / 컴퓨터공학부 417
교육의 인터페이스는 어떠해야 할까?전통주의의 반격 / 박원호 / 정치외교학부 430
기술, 사회, 국가와 미래 교육?질문으로 쓰는 시나리오 / 최태현 / 행정대학원 442
기술과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 교육의 역할 / 홍석경 / 언론정보학과 459
정리 대담 공존과 지속의 미래로 473
미주 491
참여 교수 507
1부 유전자 편집의 시대
대담 유전공학과 생명의 미래 15
유전자가위 기술의 진화사적 의미 / 장대익 / 자유전공학부 56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과 생명과학 혁명 / 김진수 / 화학부?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69
유전공학의 역사와 생명의 미래 / 이두갑 / 서양사학과?협동과정 과학사 및 과학철학 83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김홍기 / 치의학전문대학원 99
유전자 편집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생명윤리법 / 김현섭 / 철학과 110
2부 에너지시스템의 전환
대담 지속 가능한 신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 127
에너지시스템 혁신의 길 / 이정동 / 산업공학과?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167
새로운 시대를 이끌 태양광 에너지 / 이창희 / 전 전기정보공학부·현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180
지속과 공존을 위한 한국 전력망 / 문승일 / 전기정보공학부 196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부의 책무 / 홍종호 / 환경대학원 215
미래 에너지를 위한 법 제도 전환 / 이원우 / 법학전문대학원 227
닫힌 체계에서 열린 체계로 / 이재열 / 사회학과 246
3부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대담 인공지능과 인간은 함께 진화한다 271
인공지능, 우리는 어디쯤? / 문병로 / 컴퓨터공학부 305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위협인가 선물인가 / 최인철 / 심리학과 320
인공지능,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초보적인 철학적 성찰 / 이석재 / 철학과 330
인공지능과 미래 사회 / 이경민 / 의학과?협동과정 인지과학전공 340
로봇의 인간화, 인간의 로봇화 / 김기현 / 철학과 349
4부 교육미디어의 변화
대담 새로운 교육미디어, 배움의 본질을 묻다 365
미래 교육, 무엇이 변하고 있는가 / 권혁주 / 행정대학원 394
시공간을 초월한 강의, 무크 / 임철일 / 교육학과 407
블렌디드 러닝?교육 혁신의 시작 / 이상구 / 컴퓨터공학부 417
교육의 인터페이스는 어떠해야 할까?전통주의의 반격 / 박원호 / 정치외교학부 430
기술, 사회, 국가와 미래 교육?질문으로 쓰는 시나리오 / 최태현 / 행정대학원 442
기술과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 교육의 역할 / 홍석경 / 언론정보학과 459
정리 대담 공존과 지속의 미래로 473
미주 491
참여 교수 507
책 속으로
인간과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한다. 그동안 인간이 한 걸음씩 지식을 쌓아 가면서 다음 단계의 기술을 만들어 가는 과정, 즉 인간이 기술의 발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비교적 잘 알려진 반면,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인식 지평과 사회 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었다. …… 기술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따져 묻다 보면 기존의 논의와 다른 인문학과 사회학적 통찰이 요구되고, 그렇게 변화된 인식의 경계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의 아이디어가 싹틀 수도 있다. 인간과 기술의 공진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기술 결정론과 기술 공포증 사이에서 균형추의 역할을 할 것이다.--- 「들어가며: 기술과 인간의 공존과 지속 가능성을 찾아서」 중에서
인간에게 새로운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를 통한 유전자가위 기술은 생태계에서 인간의 지위를 ‘유전자 기계(gene machine)’에서 ‘유전자 편집자(genome editor)’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 사피엔스는 지난 20만 년 동안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자연을 길들여 왔다. 특히 1만 년 전쯤부터 인위 선택(artificial selection)을 통해 동물을 길들이고 식물을 재배해 왔다. 하지만 이런 길들임에는 늘 한계선이 있었다. 육종이란 기본적으로 우리가 선호하는 유전적 조합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선택적 교배를 통해 우연히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가위 기술은 인공적 효소 가위를 통해 특정 염기 서열을 자르고 붙일 수 있는 기술로서 대상 생물의 유전체 내에서 새로운 유전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신기술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우리가 해독한 후 자연이 수많은 세월 동안 느릿느릿 해 왔던 일을 빠른 속도와 대용량으로 수행해 보는 응용 기술이다. --- 「1부 유전자가위 기술의 진화사적 의미」 중에서
“이재열(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기존의 사회학적인 연구에서는 권위적이고 중앙 집중적이면서 위계적인 발전이 국가 모델의 장점이라고 보아 왔습니다. 이미 성공했던 사례들을 살펴보아도 국가 주도의 개발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자유 무역을 외치지만 사실은 환율이나 관세 같은 장벽이 있기에 닫힌 시스템이고, 이에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트렌드는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되면서 권위적인 위계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노력은 분산시키면서 개방적이고 투명하기 때문에 사람과 아이디어들을 더 빠르게 연결합니다. 이를 이용하여 정치적으로는 과거 권위적인 시스템이 수평적인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기업 구조도 문화적인 감성이 더해지는 트렌드를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도 결국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열린 시스템으로 변화와 분산화를 이룰 것입니다.” --- 「2부 대담: 지속 가능한 신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 중에서
“최인철(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내 주변 사람들 각각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해도 괜찮은가에 대해 조사를 해 보니, 상사나 부하 직원 같은 아주 친밀하지는 않은 인간관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어도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가족 관계가 안 좋은 사람들은 가족도 인공지능이었으면 좋겠다는 비율이 높게 나왔거든요. 평소에 행복감이 낮은 사람이 가까운 사람들도 인공지능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이를 보면 인공지능이 어떤 직업군을 대체해도 되는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할 때에도 개인의 심리적인 특징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대담: 인공지능과 인간은 함께 진화한다」 중에서
“홍석경(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국의 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마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팀을 가지고 일하는 것처럼 제작 과정이 시스템화되어 있습니다. 쇼러너(showrunner)라고 불리는 제작 총책임자는 드라마의 모든 시즌을 관통하는 세계관을 비롯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작업을 한 후 드라마 안에 들어갈 새로운 세계를 만들 사람들을 모아 합숙하거나 협업의 다이내믹스를 만들어 드라마를 제작합니다. …… 드라마를 제작하는 팀 내에는 시나리오 작가가 아니라 만화가, 음악가, 시인, 소설가 등 다양한 연령과 분야의 사람들이 투입됩니다. 이들의 개별 능력들을 융합해 드라마에 부가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는 것이 쇼러너의 역할이고 이는 무엇과도 대체하기 힘듭니다. 인간이 기계와 협업할 때 기계가 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전문성이라면 적어도 인문 사회 과학 쪽에서는 쇼러너의 역할 같은 것이 전문성이 될 것입니다.
인간에게 새로운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를 통한 유전자가위 기술은 생태계에서 인간의 지위를 ‘유전자 기계(gene machine)’에서 ‘유전자 편집자(genome editor)’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 사피엔스는 지난 20만 년 동안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자연을 길들여 왔다. 특히 1만 년 전쯤부터 인위 선택(artificial selection)을 통해 동물을 길들이고 식물을 재배해 왔다. 하지만 이런 길들임에는 늘 한계선이 있었다. 육종이란 기본적으로 우리가 선호하는 유전적 조합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선택적 교배를 통해 우연히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가위 기술은 인공적 효소 가위를 통해 특정 염기 서열을 자르고 붙일 수 있는 기술로서 대상 생물의 유전체 내에서 새로운 유전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신기술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우리가 해독한 후 자연이 수많은 세월 동안 느릿느릿 해 왔던 일을 빠른 속도와 대용량으로 수행해 보는 응용 기술이다. --- 「1부 유전자가위 기술의 진화사적 의미」 중에서
“이재열(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기존의 사회학적인 연구에서는 권위적이고 중앙 집중적이면서 위계적인 발전이 국가 모델의 장점이라고 보아 왔습니다. 이미 성공했던 사례들을 살펴보아도 국가 주도의 개발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자유 무역을 외치지만 사실은 환율이나 관세 같은 장벽이 있기에 닫힌 시스템이고, 이에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트렌드는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되면서 권위적인 위계가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노력은 분산시키면서 개방적이고 투명하기 때문에 사람과 아이디어들을 더 빠르게 연결합니다. 이를 이용하여 정치적으로는 과거 권위적인 시스템이 수평적인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기업 구조도 문화적인 감성이 더해지는 트렌드를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도 결국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열린 시스템으로 변화와 분산화를 이룰 것입니다.” --- 「2부 대담: 지속 가능한 신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 중에서
“최인철(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내 주변 사람들 각각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해도 괜찮은가에 대해 조사를 해 보니, 상사나 부하 직원 같은 아주 친밀하지는 않은 인간관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어도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가족 관계가 안 좋은 사람들은 가족도 인공지능이었으면 좋겠다는 비율이 높게 나왔거든요. 평소에 행복감이 낮은 사람이 가까운 사람들도 인공지능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이를 보면 인공지능이 어떤 직업군을 대체해도 되는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할 때에도 개인의 심리적인 특징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대담: 인공지능과 인간은 함께 진화한다」 중에서
“홍석경(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국의 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마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팀을 가지고 일하는 것처럼 제작 과정이 시스템화되어 있습니다. 쇼러너(showrunner)라고 불리는 제작 총책임자는 드라마의 모든 시즌을 관통하는 세계관을 비롯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작업을 한 후 드라마 안에 들어갈 새로운 세계를 만들 사람들을 모아 합숙하거나 협업의 다이내믹스를 만들어 드라마를 제작합니다. …… 드라마를 제작하는 팀 내에는 시나리오 작가가 아니라 만화가, 음악가, 시인, 소설가 등 다양한 연령과 분야의 사람들이 투입됩니다. 이들의 개별 능력들을 융합해 드라마에 부가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는 것이 쇼러너의 역할이고 이는 무엇과도 대체하기 힘듭니다. 인간이 기계와 협업할 때 기계가 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전문성이라면 적어도 인문 사회 과학 쪽에서는 쇼러너의 역할 같은 것이 전문성이 될 것입니다.
--- 「4부 대담: 새로운 교육미디어, 배움의 본질을 묻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인간과 신기술이 함께 진화하는
한국의 미래를 포착하다
전 세계적으로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라 불리는 한국.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도입에 적극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기술 혁신과 관련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기술결정론을 넘어 방향을 찾고자 서울대 교수진 23명이 ‘한국의 미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유전공학,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새로운 교육미디어라는 네 가지 혁신 사례는 인간 존재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사회 인프라 전반의 거대한 변화를 수반한다. 이에 기술 전문가에서 인문사회과학 전공자까지 문·이과를 넘나드는 교수들이 터놓고 의견을 공유했다. 기하급수의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직면해 서로 다른 시각을 종합하자 하나의 전망이 떠오른다. 바로 인간과 기술, 과학과 사회가 함께 진화(共進化)해 나간다는 것이다.
서울대 이공대·인문사회대의 합작,
초협력 시대의 집합 지성 프로젝트
기술결정론 · 기술공포증을 넘어
테크놀로지와 한국 사회의 ‘공존과 지속’의 미래를 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세계정세도, 우리를 둘러싼 생활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간다. 유전자 수준에서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놀라운 소식부터 강의실을 벗어나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갸우뚱한 이야기까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주는 실증적 이익에서 가치관을 흔드는 당위의 문제까지 신기술을 둘러싸고 좌충우돌하는 우리 사회에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한국의 미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전의 기술 혁신 관련 논의들이 이공계 위주로 펼쳐졌다면 2015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기술 혁신과 우리 사회의 접점을 논하며 이공계는 물론 인문사회계의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된 데 의의가 크다. 에너지시스템 분야를 맡은 이정동 교수를 비롯해 권혁주(행정대학원)·김기현(철학과)·장대익(자유전공학부) 교수 등이 교육미디어, 유전공학, 인공지능 분야의 좌장을 맡았다. 네 핵심 분야는 변화의 속도와 경제적 가치의 측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신기술이 인간의 삶에 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며 사회 인프라 전반의 거대한 변화를 수반하기에 선정되었다. 각 부의 서두에서 학자들 간의 대담이 큰 틀을 제시하고, 이어지는 각 교수들의 논고가 전문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서술한다. 특히 과학자와 법·사회제도·철학 연구자가 시각의 차이를 드러내면서 논의의 질적 전환을 보여 주는 대담이 책의 별미다.
빛이 비치면 영롱하게 그 실체를 드러내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각각의 유리 조각이 뚜렷한 경계를 기준으로 한데 모여 비추는 조화로운 전체상이 드러난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만 4년의 시간을 거쳐 기술 일선에서 현장 전문가가 리포트하는 실제 데이터와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지적하는 이론적 쟁점들을 모은 결과, 프로젝트 전반을 아우르는 하나의 화두가 포착되었다. 인간과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한다는 전망이다.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시대
시공간을 초월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오늘
에너지시스템이 전환점에 다다른 바로 지금,
바둑의 정석을 함께 쓰는 AI와 바둑기사처럼
우리는 신기술을 활용해
공존의 미래를 설계할 것이다
중국에서 얼마 전 ‘유전자가위’ 기술로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에 내성이 있는 아기를 탄생시켰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인간의 삶을 향상하는 진보인가, 아니면 생명의 영역에 인간이 개입하는 위험한 시도인가? 이와 같은 문제를 둘러싼 과학적·철학적 쟁점이 책의 1부 ‘유전자 편집의 시대’에서 깊이 있게 다루어진다.
융합의 전문가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장대익 교수가 대담을 이끄는 가운데, 유전자가위를 개발하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클래리베이트(Clarivate))이자 “동아시아 10인의 스타 과학자”(《네이처》)로 선정된 김진수 교수가 유전자교정 기술을 직접 설명한다. 이어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을 연구하는 이두갑 교수가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고,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기초생물학을 연구하는 김홍기 교수가 유전자 편집의 사회적 효과로 논의를 확장하며, 판사직을 역임한 뒤 철학과로 옮겨 온 김현섭 교수가 생명공학의 법적·윤리적 함의를 짚는다. 유전자 편집이 건드리는 사회 영역들을 망라하여 가히 ‘어벤저스’를 떠올리는 구성이다.
독자는 이와 같은 종합적 접근을 에너지시스템, 인공지능, 교육미디어의 분석으로 이어지는 책 전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 체제의 경우, 현재 각광받는 태양광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정부 주도적인 대규모 설비 추진을 넘어 열린 체계와 분산형 시스템과 더불어서만 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다는 진단이 제시된다. AI 전문가가 철학과 교수들과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눈 인공지능 파트에서는 인간이 만든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해소된다. 컴퓨터공학부의 문병로 교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큰 차이점 중 하나인 ‘기호의 접지(symbol grounding)’를 들어, 기호와 의미를 연결하는 능력이 사람에게는 있지만 컴퓨터에게는 없다는 점에서 컴퓨터가 사람의 존재 가치 자체를 훼손할 가능성은 아주 먼 미래라고 말한다. 이어 철학과 김기현 교수가 로봇의 인간화보다 오히려 ‘인간의 로봇화’가 더 큰 위험이라고 지적해, 공감이 축소되어 가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삶의 질을 높일 공동체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온라인 개방형 강의 시스템인 무크(MOOC)의 실제 도입 사례를 사범대, 행정대학원, 컴퓨터공학부, 언론정보학과 교수들이 비교 분석한 파트에서는 대학 현장의 생생함이 드러난다. 무크나 테드(TED) 등의 강의를 통해 보다 많은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가 가능하다면, 지금까지 교육을 맡았던 다양한 기관들의 역할과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며 전달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교육 일선의 사례가 분석되며, 또 한편 온라인상에서 적대와 혐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이 역설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날카로운 의견이 제시된다.
“과학은 결국 인간이 만든다.” 양자역학의 창시자인 하이젠베르크는 그의 주저 『부분과 전체』의 서두를 이러한 명제로 열었다. 자명하지만 그만큼 잊히기 쉬운 이 명제는 지금 기술의 변화 속도가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라 사회 전반의 변화가 요구되는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시대에 공존과 지속이라는 거대한 공감의 비전을 제시하는 『공존과 지속』과 함께라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진화 과정을 설계하기 시작할 것이다.”(SF 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
한국의 미래를 포착하다
전 세계적으로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라 불리는 한국.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도입에 적극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기술 혁신과 관련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기술결정론을 넘어 방향을 찾고자 서울대 교수진 23명이 ‘한국의 미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유전공학,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새로운 교육미디어라는 네 가지 혁신 사례는 인간 존재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사회 인프라 전반의 거대한 변화를 수반한다. 이에 기술 전문가에서 인문사회과학 전공자까지 문·이과를 넘나드는 교수들이 터놓고 의견을 공유했다. 기하급수의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에 직면해 서로 다른 시각을 종합하자 하나의 전망이 떠오른다. 바로 인간과 기술, 과학과 사회가 함께 진화(共進化)해 나간다는 것이다.
서울대 이공대·인문사회대의 합작,
초협력 시대의 집합 지성 프로젝트
기술결정론 · 기술공포증을 넘어
테크놀로지와 한국 사회의 ‘공존과 지속’의 미래를 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세계정세도, 우리를 둘러싼 생활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간다. 유전자 수준에서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놀라운 소식부터 강의실을 벗어나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갸우뚱한 이야기까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주는 실증적 이익에서 가치관을 흔드는 당위의 문제까지 신기술을 둘러싸고 좌충우돌하는 우리 사회에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한국의 미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전의 기술 혁신 관련 논의들이 이공계 위주로 펼쳐졌다면 2015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기술 혁신과 우리 사회의 접점을 논하며 이공계는 물론 인문사회계의 분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된 데 의의가 크다. 에너지시스템 분야를 맡은 이정동 교수를 비롯해 권혁주(행정대학원)·김기현(철학과)·장대익(자유전공학부) 교수 등이 교육미디어, 유전공학, 인공지능 분야의 좌장을 맡았다. 네 핵심 분야는 변화의 속도와 경제적 가치의 측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신기술이 인간의 삶에 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며 사회 인프라 전반의 거대한 변화를 수반하기에 선정되었다. 각 부의 서두에서 학자들 간의 대담이 큰 틀을 제시하고, 이어지는 각 교수들의 논고가 전문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서술한다. 특히 과학자와 법·사회제도·철학 연구자가 시각의 차이를 드러내면서 논의의 질적 전환을 보여 주는 대담이 책의 별미다.
빛이 비치면 영롱하게 그 실체를 드러내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각각의 유리 조각이 뚜렷한 경계를 기준으로 한데 모여 비추는 조화로운 전체상이 드러난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만 4년의 시간을 거쳐 기술 일선에서 현장 전문가가 리포트하는 실제 데이터와 인문사회 연구자들이 지적하는 이론적 쟁점들을 모은 결과, 프로젝트 전반을 아우르는 하나의 화두가 포착되었다. 인간과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한다는 전망이다.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시대
시공간을 초월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오늘
에너지시스템이 전환점에 다다른 바로 지금,
바둑의 정석을 함께 쓰는 AI와 바둑기사처럼
우리는 신기술을 활용해
공존의 미래를 설계할 것이다
중국에서 얼마 전 ‘유전자가위’ 기술로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에 내성이 있는 아기를 탄생시켰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인간의 삶을 향상하는 진보인가, 아니면 생명의 영역에 인간이 개입하는 위험한 시도인가? 이와 같은 문제를 둘러싼 과학적·철학적 쟁점이 책의 1부 ‘유전자 편집의 시대’에서 깊이 있게 다루어진다.
융합의 전문가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장대익 교수가 대담을 이끄는 가운데, 유전자가위를 개발하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클래리베이트(Clarivate))이자 “동아시아 10인의 스타 과학자”(《네이처》)로 선정된 김진수 교수가 유전자교정 기술을 직접 설명한다. 이어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을 연구하는 이두갑 교수가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고,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기초생물학을 연구하는 김홍기 교수가 유전자 편집의 사회적 효과로 논의를 확장하며, 판사직을 역임한 뒤 철학과로 옮겨 온 김현섭 교수가 생명공학의 법적·윤리적 함의를 짚는다. 유전자 편집이 건드리는 사회 영역들을 망라하여 가히 ‘어벤저스’를 떠올리는 구성이다.
독자는 이와 같은 종합적 접근을 에너지시스템, 인공지능, 교육미디어의 분석으로 이어지는 책 전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 체제의 경우, 현재 각광받는 태양광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정부 주도적인 대규모 설비 추진을 넘어 열린 체계와 분산형 시스템과 더불어서만 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다는 진단이 제시된다. AI 전문가가 철학과 교수들과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눈 인공지능 파트에서는 인간이 만든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해소된다. 컴퓨터공학부의 문병로 교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큰 차이점 중 하나인 ‘기호의 접지(symbol grounding)’를 들어, 기호와 의미를 연결하는 능력이 사람에게는 있지만 컴퓨터에게는 없다는 점에서 컴퓨터가 사람의 존재 가치 자체를 훼손할 가능성은 아주 먼 미래라고 말한다. 이어 철학과 김기현 교수가 로봇의 인간화보다 오히려 ‘인간의 로봇화’가 더 큰 위험이라고 지적해, 공감이 축소되어 가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삶의 질을 높일 공동체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온라인 개방형 강의 시스템인 무크(MOOC)의 실제 도입 사례를 사범대, 행정대학원, 컴퓨터공학부, 언론정보학과 교수들이 비교 분석한 파트에서는 대학 현장의 생생함이 드러난다. 무크나 테드(TED) 등의 강의를 통해 보다 많은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가 가능하다면, 지금까지 교육을 맡았던 다양한 기관들의 역할과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며 전달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교육 일선의 사례가 분석되며, 또 한편 온라인상에서 적대와 혐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이 역설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날카로운 의견이 제시된다.
“과학은 결국 인간이 만든다.” 양자역학의 창시자인 하이젠베르크는 그의 주저 『부분과 전체』의 서두를 이러한 명제로 열었다. 자명하지만 그만큼 잊히기 쉬운 이 명제는 지금 기술의 변화 속도가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라 사회 전반의 변화가 요구되는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시대에 공존과 지속이라는 거대한 공감의 비전을 제시하는 『공존과 지속』과 함께라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진화 과정을 설계하기 시작할 것이다.”(SF 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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