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문학의 이해 (독서>책소개)/5.역사대하소설

노량 최후의 10일 (2023)

동방박사님 2024. 2. 1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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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최후의 전투, 노량해전

노량해전은 이순신에게 마지막 명을 받은 전쟁이 되었다. 소설에서도 ‘옹졸’하게 묘사되는 선조의 빗나간 질투심이 이순신의 정신력을 흔들어 놓았다고 서술한다. 이순신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전쟁에 승리하고도 삭탈관직과 고문을 받고 백의종군했다. 하지만 그는 영웅이 되려 하기보다는 백성을 사랑하는 충정으로 전쟁의 누란에서 조선을 구하고자 했다.

이순신의 장렬한 전사 후 수백 년이 지났지만, 그와 같은 장군은 없었다. 그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웅이자 충절의 상징이다. 이순신의 충절처럼 그의 죽음 뒤 전쟁도 막을 내리고 평화가 도래했다.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를 개봉으로 이순신 3부작 영화도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된다. 영화가 그 시대를 온전히 구현할 수는 없지만 [명량]이 관객 수 1,700만 명을 동원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 10일간의 기록이다. 그가 어떻게 전쟁을 준비했고, 전쟁에 임했는지, 또한 그의 내면 기록이자 인간적인 고민의 흔적을 담았다. 물론 픽션이지만, 그만큼 그의 영웅담이 아닌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노량』은 현시대, 이기적이며 갈라치기를 일삼는 우리에게 한마음으로 이어지는 충절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되묻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목차

전사(前史)

1. 동짓달 여드레(11월 8일): 쫓는 자, 갇힌 자, 꾸민 자
2. 동짓달 아흐레(11월 9일): 2차 출정
3. 동짓달 열흘(11월 10일): 폐허가 된 전라좌수영 터
4. 동짓달 열하루(11월 11일): 다시 찾은 묘도
5. 동짓달 열이틀(11월 12일): 필사적인 고니시
6. 동짓달 열사흘(11월 13일): 치명적 실책
7. 동짓달 열나흘(11월 14일): 접선
8. 동짓달 보름(11월 15일): 불길한 조짐
9. 동짓달 열엿새(11월 16일): 대충돌
10. 동짓달 열이레(11월 17일): 천명
11. 전야(戰野)의 전야(前夜)
12. 최후의 날

그날 이후

저자 소개

저 : 박성종
 
한국과 캐나다에서 영상 제작과 시나리오를 공부했다.
2004년 《절귀》로 미장센 단편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 2013년 《팡팡 뉴스펫》으로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기획안 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과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역발상(역사에서 발견하는 상상) 창작단’ 작가로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노량》이 있고, 근간으로 《조선인 대항해왕》등이 있다.

책 속으로

그래서 선택된 인물이 바로 후미노리 쥬베에였다. 임진년에 일본군에 붙잡힌 조선인이지만 그동안 워낙 순왜로서 충성을 다했기에 믿음이 갔다. 이렇게 해서 고니시와 소는 후미노리를 이문욱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한 후, 조선 조정에 귀순을 타진하도록 시켰던 것이다. 이게 작년 4월에서 6월 사이의 일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 직후 칠천량에서 조선 수군이 거의 전멸하는 대박이 터져 버렸다. 이 바람에 후미노리를 조선 조정에 침투시킬 필요가 크게 없어졌다. 그냥 정공법으로 살짝만 때려도 조선은 조만간 멸망할 테니 말이다. 그 이후의 전개는 알다시피 전라도와 충청도를 순식간에 휩쓸어 버린 것.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로 조선을 정복할 줄 알았다. 승리에 도취한 이 시기, 고니시는 후미노리를 그냥 남해현감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아뿔싸! 직산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나 싶더니, 명량에서 결정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일본 수군이 그 빌어먹을 이순신에게 대파당한 것이었다!
---「1. 동짓달 여드레(11월 8일): 쫓는 자, 갇힌 자, 꾸민 자」중에서

이순신 장군은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아끼던 정운도, 이억기도, 경멸했던 원균도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휴전기(1593~1596) 때 수많은 조선 수군이 역병과 기아로 죽어 나갔다. 나라 전체로 보면 2백만의 백성이 죽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 종일 듣는 소리가 ‘윗동네 누가 죽었네’ ‘아랫동네 누가 죽었네’가 되어 버렸다. 죽음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었다. 자신도 언제 그들처럼 하루아침에 죽을지 모른다. 그 ‘죽음’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언제나 옆에 찰싹 달라붙어 혐오스러운 귓속말로 속삭였다.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그 공포감. 이건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편안하게 방구석에서 ‘죽음이 두렵지 않다’라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누구나 죽는 건 두렵다. 그러나 그 두려움에 굴복할 순 없었다. 장군은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매 순간 기도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죽으면 죽을 뿐이다’라거나, ‘내 목숨은 나라의 것’이라면서 말이다.
---「3. 동짓달 열흘(11월 10일): 폐허가 된 전라좌수영 터」중에서

첸린은 이 손문욱이란 자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이 자는 원래 대마도주인 소 요시토시 밑에 있다가 조선에 귀부했단다. 그래서 지금 소가 있는 남해 섬의 사정을 잘 안다고. 자기주장으론 조선 피로인 출신이라고 했는데, 워낙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이름도 저번에는 이문욱이랬다가 지금은 손문욱이란다. 임금으로부터 손 씨 성을 하사받았다고 한다. 보아하니 접반사 이덕형의 신임은 많이 받는 모양으로 예전에도 자신과 이순신에게 남해 공략의 필요성을 역설했더랬다.
“원래 네 주군이었던 종이쮜(소 요시토시)가 샤오시의 사위렸다. 그 샤오시를 구하기 위해 우릴 일부러 남해로 꾀려는 건 아니냐?”
첸린의 날카로운 질문에 손문욱이 찔끔 놀랐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꾸했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대인, 저는 다만 원래 조선 사람이라 저 왜놈들을 쫓아내려는 것뿐입니다.”
“하하하, 그 뜻이 가상하구나.”
첸린은 머리를 젖히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런 자신을 유심히 살피는 손문욱의 눈빛이 언뜻 스쳤다. 첸린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가서 기다려라. 내 최대한 힘써 보겠다.”
---「8. 동짓달 보름(11월 15일): 불길한 조짐」중에서

이순신 장군의 순국 이후에도 전투는 계속되었다. 정오까지 계속된 전투에서 조선 수군은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다. 성과는 대단했다. 관음포 내의 왜선들 대부분을 파괴하거나 나포한 것이다. 100척 완파에 200척 포획. 획득한 수급만 500에, 생포한 포로는 180명. 살상한 왜적은 그 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조선 장병들 또한 순국했다. 이영남, 방덕룡, 고득장, 송섭 외에도 나주목사 남유, 경상우후 이의득, 거제현령 김사종 등의 장수와 이름 없는 수많은 병졸들이 전사했다. 한편, 전투 이후에야 이순신 장군의 서거를 안 첸린은 다음과 같이 통곡했다고 한다. 아아, 이야… 목숨 바쳐 나를 구해주셨구려! 육군 대장 류팅은 고니시의 약조대로 순천왜성을 접수한 뒤, 수급 2천을 챙겼다고 한다. 슬프게도 그 머리는 대부분 조선인들의 것이었다. 또한 이순신 장군의 서거를 알게 된 조선의 백성들은 몇 날 며칠에 걸쳐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지난 7년간 조선을 처참하게 유린했던 왜란은 끝이 났다.
---「12. 최후의 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