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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이면 항쟁이다 (2023) 제주 4·3항쟁의 오래된 오늘을 말한다 [한국장편소설]

동방박사님 2024. 5. 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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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해방 이후 격동기 한반도의 축소판, 제주도
‘탄압이면 항쟁이다’를 외쳤던 제주4·3항쟁의 진실

소설은 제주4·3을 72년 전 과거에서 현재로 불러온다. 해방 이후 격동의 한반도, 그 축소판이었던 제주도의 역사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현세의 인물과 역사적 인물의 깊은 대화가 제주4·3항쟁을 새롭게 깨닫고 통찰하게 한다.

이야기는 ‘저승에서 온 네 명의 노인들’과의 대화라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전개된다. 네 명 노인은 제주4·3 당시 9연대 연대장이었던 김익렬, 유격대 대장이자 김달삼으로 더 잘 알려진 이승진, 김익렬의 후임으로 박진경을 암살했던 문상길 중위, 서북청년단 출신 오정호다. 이 중 김익렬, 이승진, 문상길은 제주4·3에 관여했던 실제 인물이다. 이 극적 장치 덕에 제주4·3을 밝히는 과정은 단순히 과거의 추적에 머무르지 않고 제주4·3의 재현으로 이어진다. 등장인물들은 제주4·3 주요 사건이 펼쳐졌던 장소를 거치면서 역사 현장에 동화되고, 그들의 육성을 통해 제주4·3의 진실에 접근한다.

목차

시작하며

초대
회담
굴방
항쟁과 폭동
저승의 법도
암살
간첩
악몽
탄압이면 항쟁이다
작별

저자 소개

저 : 주철희 (朱哲希)
세상을 바라보는 틀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다양성 가운데 우리의 삶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고, 또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그래서 역사는 우리 삶의 흔적이자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사를 해석하는 역사가의 길을 걷고 있다. 국가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역사 서술 체계를 시도하면서 연구와 글쓰기,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

책 속으로

승진은 민정이 들고 오는 음식을 보고 상념에 잠겼다. 피죽도 못 먹던 그때에는 그저 한 끼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아침저녁 굴뚝에 연기가 오른 집은 그나마 있는 집이었다. 아이들은 먹을 게 없어 주린 배를 움켜쥐고 한라산으로 올랐다. 아카시아꽃, 쑥, 칡뿌리, 진달래꽃은 허기진 배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었다.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어른들도 배고픔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친일했던 인간들은 삼시 세끼마다 윤기가 자르르한 흰 쌀밥이 밥상에 올랐다. 그 가난했던 시절, 승진은 아이들에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 착한 사람들이 하루에 한 끼도 먹지 못하고, 주린 배를 움켜쥐는데도 말이다.
그런 세상은 올바른 세상이 아니었다. 부당함에 불의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어 항쟁의 횃불을 들었다. 그 횃불은 삽시간에 제주도 전역으로 활활 타올랐다.
--- p.90

화면에 노인들이 서청의 무참한 학살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여성들도 치를 떨며 서청이 저지른 악행을 말한다. 해설자는 제주4·3항쟁에 아픈 역사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이야기한다. 증언했던 사람들이 화면에 나타난다. 할머니의 웃는 모습이 오랫동안 화면에서 머무르고 처음 흘렀던 남자의 노래가 굴방을 가득 채운다.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죽은 어미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아이를 그린 그림이 화면을 채우고, 눈 덮인 한라산이, 바람에 흔들리는 유채꽃이, 제주도 앞바다 파도가 일렁이면서 화면이 점점 어두워진다. 엔딩 크레딧이 위로 올라가고 “감독 정민전”을 끝으로 “악몽(惡夢)”이란 큰 글자가 화면에서 움직이지 않고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 p.226

“세 사람이 우리를 초대한 것은 우리 때보다 더 치열하게 민족을 사랑하고 조국의 앞날을 걱정해서라고 생각되어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문제는 자기가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제주4·3항쟁의 진실도, 자주통일국가 건설도 결과적으로 우리의 문제이니,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해줬으면 합니다. 내가 오랫동안 군에 있었던 선배로서 국군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국군이 군의 위엄이나 조직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결코 역사를 배반하거나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국가가 아니라 권력자에게 충성하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반문해야 합니다. 국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길 바랍니다. 이것은 국군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 조직에 임하는 사람에게 해당합니다. 정치적 도구가 아닌 국가 주축으로서 군인이 되어주기를 소망합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어주십시오. 그것이 군인의 명예입니다. 마지막으로 초청해준 세 분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면서, 역사로서 제주4·3항쟁이 제대로 규명되기를 소망합니다.”
--- p.288

출판사 리뷰

‘탄압이면 항쟁이다’를 외쳤던 제주4·3항쟁의 진실

해방과 함께 찾아온 민족 염원의 자주통일국가 건설과 제주4·3항쟁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초현실적 배경 속에서 제주4.3항쟁의 진실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다.


1945년 8월 15일 해방도 잠시, 한반도는 남쪽의 미군정 실시와 북쪽의 소련군 진주로 혼돈에 빠졌다. 신탁통치를 두고 반대하는 세력과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정을 따르자는 세력으로 갈라져 조선반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제주도민은 당시 민족의 염원인 자주통일국가 건설을 위해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하고 제주 공동체 살상을 거부하며 궐기했다. 마침내 1948년 5월 남한만의 단독선거가 결정됐다. 이후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는 공권력으로부터 철저히 유린당했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제주민의 상처로 남아 있다.

해방 이후 격동기 한반도의 축소판, 제주도

소설은 제주4·3을 72년 전 과거에서 현재로 불러온다. 해방 이후 격동의 한반도, 그 축소판이었던 제주도의 역사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현세의 인물과 역사적 인물의 깊은 대화가 제주4·3항쟁을 새롭게 깨닫고 통찰하게 한다.

이야기는 ‘저승에서 온 네 명의 노인들’과의 대화라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전개된다. 네 명 노인은 제주4·3 당시 9연대 연대장이었던 김익렬, 유격대 대장이자 김달삼으로 더 잘 알려진 이승진, 김익렬의 후임으로 박진경을 암살했던 문상길 중위, 서북청년단 출신 오정호다. 이 중 김익렬, 이승진, 문상길은 제주4·3에 관여했던 실제 인물이다.

이 극적 장치 덕에 제주4·3을 밝히는 과정은 단순히 과거의 추적에 머무르지 않고 제주4·3의 재현으로 이어진다. 등장인물들은 제주4·3 주요 사건이 펼쳐졌던 장소를 거치면서 역사 현장에 동화되고, 그들의 육성을 통해 제주4·3의 진실에 접근한다.

제주4·3은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다. 해방 이후 이 땅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 안에서 맞물려 돌아가던 여러 톱니바퀴 중 하나다. 소설은 1947년 3·1 경찰 발포사건, 제주4·3항쟁의 원인, 4·28평화협상, 오라리 방화사건, 박진경 연대장 피살, 초토화작전 등의 사건들을 퍼즐 맞추듯 끌어들인다.

노인들의 증언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된 제주의 당시 상황이 영상을 보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소설은 교차하는 증거와 자료들을 통해 시대적 흐름 속 인물들이 어떤 길을 선택했는지 그들의 생각을 가늠할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주저하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도 제주4·3은 완결되거나 낱낱이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국가주의에 의해 자행된 제주4·3을 민중의 입장에서 파헤치려는 의지와, 민주주의의 최고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저항’의 관점에서 제주4·3을 재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역사의 주인이 누구이며 역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