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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회진화론으로 19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으나 20세기에 가장 폄하된 사상가. 영국 사회학의 창시자 허버트 스펜서는 ‘종합철학 체계’를 세우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국가 의무의 한계』는 바로 스펜서가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말년의 저작인 『윤리학 원리』에서 ‘국가’에 대해 논한 부분(2권 4부 제23~29장)을 번역한 것이다. 국가의 성질, 국가의 정체, 국가의 의무와 그 한계를 범위로 해서 정부의 기능, 개인의 자유, 제도 개혁, 사회 개선 등 다양한 논의를 펼친다.
스펜서는 국가가 호전형(militant) 사회에서 산업형(industrial) 사회로 전환되는 시대에는 신분 체계보다 계약 체계가, 강제성보다 자발성이, 협업보다 분업이, 정부 주도보다 비정부 주도가 발달하므로, ‘전문화’와 그 결과로 생기는 ‘제한’은 사회 구조에 이롭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이 책에서 행정의 전문화를 통해 정부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한된 국가’(limited state)를 주장한다. 말 그대로 정부 활동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정부의 기관들은 무기력하거나 부주의하거나 느리고’, ‘관료주의의 악습은 모든 종류의 공공 조직에 두루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펜서에 따르면 문명의 가장 위대한 진보는 정부 활동의 산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진화의 산물이다. 진보는 입법이나 강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자발적인 협동에서 생겨난다. 부록의 「자발적 개혁」은 그의 국가 철학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스펜서는 국가가 호전형(militant) 사회에서 산업형(industrial) 사회로 전환되는 시대에는 신분 체계보다 계약 체계가, 강제성보다 자발성이, 협업보다 분업이, 정부 주도보다 비정부 주도가 발달하므로, ‘전문화’와 그 결과로 생기는 ‘제한’은 사회 구조에 이롭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이 책에서 행정의 전문화를 통해 정부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한된 국가’(limited state)를 주장한다. 말 그대로 정부 활동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정부의 기관들은 무기력하거나 부주의하거나 느리고’, ‘관료주의의 악습은 모든 종류의 공공 조직에 두루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펜서에 따르면 문명의 가장 위대한 진보는 정부 활동의 산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진화의 산물이다. 진보는 입법이나 강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자발적인 협동에서 생겨난다. 부록의 「자발적 개혁」은 그의 국가 철학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목차
옮긴이의 말
제1장 국가의 성질
제2장 국가의 정체
제3장 국가의 의무
제4장 국가 의무의 한계 ①
제5장 국가 의무의 한계 ②
제6장 국가 의무의 한계 ③
제7장 국가 의무의 한계 ④
부록 자발적 개혁 153
제1장 국가의 성질
제2장 국가의 정체
제3장 국가의 의무
제4장 국가 의무의 한계 ①
제5장 국가 의무의 한계 ②
제6장 국가 의무의 한계 ③
제7장 국가 의무의 한계 ④
부록 자발적 개혁 153
책 속으로
사회는 개인의 감각성을 어떻게 돕는가? 첫째, 개인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다.
---p.27
국가는 어느 경우에나 똑같은 성질을 지녔다고 가정하며 시작하는 정치적 성찰은 심히 잘못된 결론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p.28
우리가 본 것처럼 권리를 존중한다는 것은 각자가 자기 행동의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p.42
모든 시민은 국가가 필수 기능을 경제적으로 수행하기를 바라되 불필요한 기능을 맡는 것은 반대할 것이다.
---p.49
지금은 정부 기관이 그 권위에 복종하는 자들을 먹여 살리지 못한다. 그 권위에 복종하는 자들이 정부 기관을 먹여 살린다.
---p.77
인간의 자유는 그래도 역시 침해받는다. 그를 강제하는 자들은 그에게 이익이 되리라 믿고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p.90
의회 절차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전적인 무모함과 터무니없는 신중함의 양극단이다.
---p.104
우리가 부실하게 수행되는 기능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고 싶든 또는 본질적인 기능이 더 잘 수행되게 하고 싶든 간에, 필요한 것은 똑같다: 제한limitation.
---p.109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어리석다.
---p.114
철학을 비웃으면서 자기 앞에 있는 사실들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입법자의 판단은 일자리를 준다는 이유로 동료들과 함께 어떤 공공사업을 큰 소리로 옹호하는 노동자의 판단보다 더 존중받을 만한 것이 아니다.
---p.127
모든 나라의 역사는 단지 ‘사건의 시비곡직’에 따른 입법만으로는 엄청난 해악이 생겨났다는 것을 한결같이 보여주었다.
---p.133
국가의 간섭을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그의 계획의 본질적인 의미를 심사숙고하게 한다면, 그는 자신의 무모함을 깨닫고는 얼어붙을 것이다.
---p.27
국가는 어느 경우에나 똑같은 성질을 지녔다고 가정하며 시작하는 정치적 성찰은 심히 잘못된 결론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p.28
우리가 본 것처럼 권리를 존중한다는 것은 각자가 자기 행동의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p.42
모든 시민은 국가가 필수 기능을 경제적으로 수행하기를 바라되 불필요한 기능을 맡는 것은 반대할 것이다.
---p.49
지금은 정부 기관이 그 권위에 복종하는 자들을 먹여 살리지 못한다. 그 권위에 복종하는 자들이 정부 기관을 먹여 살린다.
---p.77
인간의 자유는 그래도 역시 침해받는다. 그를 강제하는 자들은 그에게 이익이 되리라 믿고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p.90
의회 절차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전적인 무모함과 터무니없는 신중함의 양극단이다.
---p.104
우리가 부실하게 수행되는 기능이 늘어나는 것을 피하고 싶든 또는 본질적인 기능이 더 잘 수행되게 하고 싶든 간에, 필요한 것은 똑같다: 제한limitation.
---p.109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어리석다.
---p.114
철학을 비웃으면서 자기 앞에 있는 사실들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는 입법자의 판단은 일자리를 준다는 이유로 동료들과 함께 어떤 공공사업을 큰 소리로 옹호하는 노동자의 판단보다 더 존중받을 만한 것이 아니다.
---p.127
모든 나라의 역사는 단지 ‘사건의 시비곡직’에 따른 입법만으로는 엄청난 해악이 생겨났다는 것을 한결같이 보여주었다.
---p.133
국가의 간섭을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그의 계획의 본질적인 의미를 심사숙고하게 한다면, 그는 자신의 무모함을 깨닫고는 얼어붙을 것이다.
---pp.149,150
출판사 리뷰
정부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한’이다
21세기에 재평가되는 스펜서의 선구적인 국가 개혁론
“입법도 아니고 단호한 제지도 아니고 강제도 아니다.
변화는 다른 사회적 개선과 함께 자연적인 원인에서 서서히 일어났다.”
폄하된 사상가 허버트 스펜서를 다시 읽는다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는 영국 사회학의 창시자로 당대 세계적인 사상가였다. 고전 사회학 이전 시대에 콩트와 함께 가장 중요한 학자였으며, 사회적 정치적 현안에 대해 저널에 많은 글을 기고한 논객이었다. 그는 20세기 내내 홀대받은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의 적자생존 개념과 사회진화론(사회유기체론)이 제국주의, 인종주의, 집단주의, 우생학의 근거 이론으로 남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사상의 퇴보, 신자유주의의 발흥, 세계화의 진전 등으로 21세기에 재평가되고 있다. 사회진화론자라는 화석화된 고정관념은 조금씩 깨지고 있다. 한편, 스펜서에 대한 부당한 폄하는 그의 원전을 제대로 읽지 않은 데서 비롯된 면도 크다. 광범위한 주제, 방대한 분량의 저술은 그의 글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선명한 주제 아래 관련 글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구성하는 기획은 그를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펜서의 선구적인 국가 개혁론: 왜 국가는 ‘제한’이 필요한가
스펜서는 인간의 모든 영역에서 ‘종합철학 체계’를 세우고자 했다. 그 결과는, 『제일원리』 『생물학 원리』 『심리학 원리』 『사회학 원리』 『윤리학 원리』로 이어진 36년간에 걸친 저술이다. 『국가 의무의 한계』는 바로 스펜서가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말년의 저작인 『윤리학 원리』에서 ‘국가’에 대해 논한 부분(2권 4부 제23~29장)을 묶은 것이다. 그 이론과 사상적인 연속성 속에 있는 「자발적 개혁」을 부록으로 실었다. 이 책은 국가의 성질, 국가의 정체, 국가의 의무와 그 한계를 범위로 해서 정부의 기능, 개인의 자유, 제도 개혁, 사회 개선 등 다양한 논의를 펼친다. 그는 ‘제한된 국가’(limited state)를 개진하고 있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정부 활동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늘날 작은 정부의 실현, 공기업의 민영화, 규제 완화 등 제도적인 문제와도 닿는다.
호전형 사회의 ‘강제성’에서 산업형 사회의 ‘자발성’으로
왜 ‘제한’인가. 스펜서는 강제력에 의지하는 국가를 더 큰 악을 막기 위한 일종의 필요악으로 규정하며, 과도한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 국가가 많은 역할을 도맡다 보면 운영에서 비효율적이 될 뿐만 아니라 그 본연의 역할마저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국가 기능은 낮은 유형의 사회이고, 높은 사회 유형으로의 진보는 기능의 포기로 특징지어진다”고 생각했다. 국가가 호전형(militant) 사회에서 산업형(industrial) 사회로 전환되는 시기에는 신분 체계보다 계약 체계가, 강제성보다 자발성이, 협업보다 분업이, 정부 주도보다 비정부 주도가 발달하므로, ‘전문화’와 그 결과로 생기는 ‘제한’이 사회 구조에 이익이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는 ‘최소 국가’를 지지한 자유방임주의자가 아니다
스펜서는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방과 외교, 치안 등의 질서 유지만 맡는 ‘최소 국가’(minimal state)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는 행정의 전문화를 통해 정부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한된 국가’를 주장했다. 이는 스펜서를 흔히 자유방임주의자라고 단정해온 그동안의 평가와 다른 면이다. 스펜서는 1867년 8월 9일 존 스튜어트 밀에게 보낸 편지에서 입장을 밝혔다. “나의 논지를 올바르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나에게는 국가 기능의 제한이 문제 중의 문제이며, 이에 비하면 다른 모든 정치 문제는 사소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 1871년 발표한 글(「전문화된 행정」)에서 정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것과 소극적으로 규제하는 것, 즉 자극하고 지도하는 활동과 단순히 억제하는 활동으로 구분하면서 자신은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 말이 보통 시사하는 의미에서의 자유방임주의 정책을 주장하기는커녕, 나는 소극적인 규제로 구분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보다 적극적인 통제를 주장하였다. 내가 국가 활동을 다른 영역들에서 배제하라고 역설한 이유 중의 하나는 국가 활동이 그 고유의 영역에서 보다 더 효과가 있기 위한 것이다.”
개인의 무력화는 역사의 퇴보
스펜서는 정부의 기능을 제한해야 할 이유가 효율성의 증대 이외에도 또 있다고 보았다. “정부의 활동 범위를 제한해야 할 많은 이유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정치인이 다른 모든 목적보다 더 고귀하다고 염두에 두어야 할 목적은 성격의 형성이다. 그리고 형성되어야 할 성격에 대해서 또 그런 성격을 만들어낼 수단에 대해서 올바른 견해를 갖는다면, 그 속에는 국가 기관을 늘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미가 반드시 들어 있다”(135쪽). 정부의 간섭이 늘어나면 개인들은 자율성을 잃어버리며, 결국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과 자립심도 없어지게 된다. 개인들은 수동적이 되어 각자가 바라는 것을 자유로운 계약이나 자발적인 협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부 기관을 통해 얻으려고 한다. 즉 원하는 목적을 정부의 강압적인 힘을 통해 달성하려는 성향이 생겨난다. 이러한 성향이 강해지고 사회에 만연하면서 야기되는 개인의 무력화(無力化)를 그는 역사의 퇴보로 보았다.
진보는 자발적인 협동에서 생겨난다
스펜서에 따르면 문명의 가장 위대한 진보는 정부 활동의 산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진화의 산물이다. 진보는 입법이나 강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이익이나 생계유지 욕구에 부추겨진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동에서 생겨난다. 따라서 그는 사회는 ‘만들어지는 것’(manufacture)이 아니라 ‘자라는 것’(growth)으로 보고 인위적인 형성보다 자연적인 형성을 강조했다. 스펜서는 특히 이 책에서 근시안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잉 입법의 폐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모든 우발적인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법 조항을 개정하고 또 개정한다. 법령은 통과되어도 이전에 제정된 엄청나게 많은 법 속에 파묻히며 혼란을 악화시킬 뿐이다.” “의회 절차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전적인 무모함과 터무니없는 신중함의 양극단이다.”
21세기에 재평가되는 스펜서의 선구적인 국가 개혁론
“입법도 아니고 단호한 제지도 아니고 강제도 아니다.
변화는 다른 사회적 개선과 함께 자연적인 원인에서 서서히 일어났다.”
폄하된 사상가 허버트 스펜서를 다시 읽는다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는 영국 사회학의 창시자로 당대 세계적인 사상가였다. 고전 사회학 이전 시대에 콩트와 함께 가장 중요한 학자였으며, 사회적 정치적 현안에 대해 저널에 많은 글을 기고한 논객이었다. 그는 20세기 내내 홀대받은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의 적자생존 개념과 사회진화론(사회유기체론)이 제국주의, 인종주의, 집단주의, 우생학의 근거 이론으로 남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사상의 퇴보, 신자유주의의 발흥, 세계화의 진전 등으로 21세기에 재평가되고 있다. 사회진화론자라는 화석화된 고정관념은 조금씩 깨지고 있다. 한편, 스펜서에 대한 부당한 폄하는 그의 원전을 제대로 읽지 않은 데서 비롯된 면도 크다. 광범위한 주제, 방대한 분량의 저술은 그의 글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선명한 주제 아래 관련 글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구성하는 기획은 그를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펜서의 선구적인 국가 개혁론: 왜 국가는 ‘제한’이 필요한가
스펜서는 인간의 모든 영역에서 ‘종합철학 체계’를 세우고자 했다. 그 결과는, 『제일원리』 『생물학 원리』 『심리학 원리』 『사회학 원리』 『윤리학 원리』로 이어진 36년간에 걸친 저술이다. 『국가 의무의 한계』는 바로 스펜서가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말년의 저작인 『윤리학 원리』에서 ‘국가’에 대해 논한 부분(2권 4부 제23~29장)을 묶은 것이다. 그 이론과 사상적인 연속성 속에 있는 「자발적 개혁」을 부록으로 실었다. 이 책은 국가의 성질, 국가의 정체, 국가의 의무와 그 한계를 범위로 해서 정부의 기능, 개인의 자유, 제도 개혁, 사회 개선 등 다양한 논의를 펼친다. 그는 ‘제한된 국가’(limited state)를 개진하고 있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정부 활동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늘날 작은 정부의 실현, 공기업의 민영화, 규제 완화 등 제도적인 문제와도 닿는다.
호전형 사회의 ‘강제성’에서 산업형 사회의 ‘자발성’으로
왜 ‘제한’인가. 스펜서는 강제력에 의지하는 국가를 더 큰 악을 막기 위한 일종의 필요악으로 규정하며, 과도한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 국가가 많은 역할을 도맡다 보면 운영에서 비효율적이 될 뿐만 아니라 그 본연의 역할마저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국가 기능은 낮은 유형의 사회이고, 높은 사회 유형으로의 진보는 기능의 포기로 특징지어진다”고 생각했다. 국가가 호전형(militant) 사회에서 산업형(industrial) 사회로 전환되는 시기에는 신분 체계보다 계약 체계가, 강제성보다 자발성이, 협업보다 분업이, 정부 주도보다 비정부 주도가 발달하므로, ‘전문화’와 그 결과로 생기는 ‘제한’이 사회 구조에 이익이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는 ‘최소 국가’를 지지한 자유방임주의자가 아니다
스펜서는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방과 외교, 치안 등의 질서 유지만 맡는 ‘최소 국가’(minimal state)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는 행정의 전문화를 통해 정부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한된 국가’를 주장했다. 이는 스펜서를 흔히 자유방임주의자라고 단정해온 그동안의 평가와 다른 면이다. 스펜서는 1867년 8월 9일 존 스튜어트 밀에게 보낸 편지에서 입장을 밝혔다. “나의 논지를 올바르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나에게는 국가 기능의 제한이 문제 중의 문제이며, 이에 비하면 다른 모든 정치 문제는 사소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 1871년 발표한 글(「전문화된 행정」)에서 정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것과 소극적으로 규제하는 것, 즉 자극하고 지도하는 활동과 단순히 억제하는 활동으로 구분하면서 자신은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 말이 보통 시사하는 의미에서의 자유방임주의 정책을 주장하기는커녕, 나는 소극적인 규제로 구분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보다 적극적인 통제를 주장하였다. 내가 국가 활동을 다른 영역들에서 배제하라고 역설한 이유 중의 하나는 국가 활동이 그 고유의 영역에서 보다 더 효과가 있기 위한 것이다.”
개인의 무력화는 역사의 퇴보
스펜서는 정부의 기능을 제한해야 할 이유가 효율성의 증대 이외에도 또 있다고 보았다. “정부의 활동 범위를 제한해야 할 많은 이유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정치인이 다른 모든 목적보다 더 고귀하다고 염두에 두어야 할 목적은 성격의 형성이다. 그리고 형성되어야 할 성격에 대해서 또 그런 성격을 만들어낼 수단에 대해서 올바른 견해를 갖는다면, 그 속에는 국가 기관을 늘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미가 반드시 들어 있다”(135쪽). 정부의 간섭이 늘어나면 개인들은 자율성을 잃어버리며, 결국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과 자립심도 없어지게 된다. 개인들은 수동적이 되어 각자가 바라는 것을 자유로운 계약이나 자발적인 협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부 기관을 통해 얻으려고 한다. 즉 원하는 목적을 정부의 강압적인 힘을 통해 달성하려는 성향이 생겨난다. 이러한 성향이 강해지고 사회에 만연하면서 야기되는 개인의 무력화(無力化)를 그는 역사의 퇴보로 보았다.
진보는 자발적인 협동에서 생겨난다
스펜서에 따르면 문명의 가장 위대한 진보는 정부 활동의 산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진화의 산물이다. 진보는 입법이나 강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이익이나 생계유지 욕구에 부추겨진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동에서 생겨난다. 따라서 그는 사회는 ‘만들어지는 것’(manufacture)이 아니라 ‘자라는 것’(growth)으로 보고 인위적인 형성보다 자연적인 형성을 강조했다. 스펜서는 특히 이 책에서 근시안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잉 입법의 폐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모든 우발적인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법 조항을 개정하고 또 개정한다. 법령은 통과되어도 이전에 제정된 엄청나게 많은 법 속에 파묻히며 혼란을 악화시킬 뿐이다.” “의회 절차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전적인 무모함과 터무니없는 신중함의 양극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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