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장 용감하고 강직하고 날카로운 이스라엘 역사학자” 일란 파페의 대표작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가 최근에 쓴 한국어판 서문을 새로 붙이고 재출간됐다. 이 책은 2017년 열린책들에서 ‘팔레스타인 비극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국내에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파페는 자국의 만행을 감추려는 이스라엘의 주류 역사관에 반대하며 198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이스라엘의 대표적 역사학자 중 한 명으로,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고 모국의 역사 왜곡을 지속적으로 고발해 왔다. 이 때문에 파페는 일부 시민들의 무자비한 협박과 동료 교수들의 배척을 받았고 재직중이던 자국의 대학을 떠나 영국으로 자리를 옮겨야했다. (파페는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의 엄청난 사건의 연유에는 영국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파페의 연구는 초심과 열정을 잃지 않고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노엄 촘스키는 그를 “현존하는 이스라엘 지식인 가운데 가장 양심적인 사람”으로, 故 에드워드 사이드는 “가장 뛰어나고 도발적인 학자”로 평가했다.
이 책은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을 ‘종족 청소’라는 시각으로 파헤친 역사서다. 파페에 따르면 1948년 3월부터 이스라엘 건국 세력인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만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주로 기존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본격적으로 추방했다. 추방이 일단락되었을 때 팔레스타인 난민은 80만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러한 사실을 왜곡한다.
이스라엘 건국을 ‘비어 있는 땅에 정착해서 사막에 꽃을 피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미화하는 한편,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강제 추방에 관해서는, 이미 건국된 이스라엘을 침략하는 아랍군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자발적으로 고향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강제 추방은 없었고, 아랍의 침략에 맞선 이스라엘의 ‘독립 전쟁’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1. ‘추정되는’ 종족 청소?
종족 청소의 정의
범죄로서의 종족 청소
종족 청소의 재구성
2. 배타적인 유대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운동
시온주의의 이데올로기적 동기
군사적 준비 태세
마을 파일
영국인들에 대항하다: 1945~1947
다비드 벤구리온: 설계자
3. 분할과 파괴: 유엔 결의안 제181호와 그 여파
팔레스타인의 인구
유엔의 분할안
아랍과 팔레스타인의 입장
유대인들의 반응
협의체가 업무를 개시하다
4. 마스터플랜을 완성하다
청소 방법론
변화하는 협의체의 분위기: 보복에서 위협으로
1947년 12월: 초기의 행동
1948년 1월: 보복이여 안녕
긴 세미나: 12월 31일~1월 2일
1948년 2월: 충격과 공포
3월: 청사진 마무리
5. 종족 청소를 위한 청사진: 플랜 달렛
나흐손 작전: 플랜 달렛의 첫번째 작전
팔레스타인 도시 파괴
계속되는 청소
우월한 힘에 굴복하다
아랍의 대응
‘진짜 전쟁’을 향하여
6. 가짜 전쟁과 진짜 전쟁: 1948년 5월
티후르의 나날
탄투라 학살
여단들이 남긴 핏자국
보복전
7. 청소 작전 확대: 1948년 6월~9월
1차 정전
야자수 작전
두 정전 사이
존재하지 않았던 정전
8. 임무 완수: 1948년 10월~1949년 1월
히람 작전
이스라엘의 귀국 금지 정책
형성 중인 소제국
남부와 동부의 최종 청소
다웨이메흐의 학살
9. 점령의 추한 얼굴
비인도적 투옥
점령 아래 벌어진 학대
전리품 나누기
성지 모독
점령의 확립
10. 나크바의 기억 학살
팔레스타인의 재발명
사실상의 식민주의와 유대 민족 기금
이스라엘의 유대 민족 기금 휴양 공원
11. 나크바 부정과 ‘평화 협상 과정’
평화를 향한 첫번째 시도
평화 협상 과정에서 배제된 1948년
귀환권
12. 요새 이스라엘
‘인구 문제’
에필로그 | 감사의 말
연표 | 지도와 표 | 참고문헌 | 주
개정판 옮긴이의 말 | 초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 : 일란 파페 (Ilan Pappe)
1954년 하이파 출생으로, 부모는 나치의 억압을 피해 독일에서 이스라엘로 건너 온 유대인이었다. 예루살렘의 헤브루 대학을 졸업했으며, 저명한 아랍 역사학자 앨버트 후라니와 로저 오웬의 지도로 옥스포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부터 2007년까지 하이파 대학 정치학과 교수로 있었다. 이스라엘 학자로서 시온주의와 이스라엘의 공식 역사에 도전하는 대표적인 학자로 평가 받고 있다. 유대인 학자 ...
역 :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쏟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The LEFT』, 『노동계급 세계사』,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 『불안한 승리』, 『21세기를 살아가는 반자본주의자를 위한 안내서』, 『E. H. 카 러시아 혁명』, 『핀란드 역으로』, 『미국민중사』 등이 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로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책 속으로
나는 고발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에서 비난하는 그 사회의 일원이다. 나는 이 역사에 책임을 느끼는 동시에 나 자신이 그 역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 주는 것처럼, 내가 속한 사회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우리 모두 즉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둘 다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고자 한다면, 과거로 떠나는 이런 고통스러운 여정이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은 바로 이 길을 열고자 하는 시도이다.
--- p.28
그다지 오래지 않은 과거에 당신이 잘 아는 어떤 나라에서 전체 인구의 절반이 1년 만에 강제로 추방되고, 마을과 도시의 절반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건물 잔해와 돌멩이만 남았다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이 재앙이 무시되지는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역사책에 전혀 실리지 않고, 이 나라에서 터져 나온 갈등을 해결하려는 모든 외교적 노력이 철저하게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해 보라.
--- p.43
1967년 이후 미국이 관여한 뒤 팔레스타인의 평화 중재 역사에서 툭하면 이런 양상이 되풀이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의 평화 정착’은 언제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배타적으로 작성한 구상을 따르는 것을 의미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배려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과 진지하게 협의하는 일도 없었다.
--- p.79
시온주의 지도부는 처음에 군사 행동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승인받지 않은 선도 공격이 진행될 때마다 하나하나 사후에 승인하면서 계획의 일부로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간헐적인 보복 행동이 공세적인 점령과 추방 계획으로 체계적으로 통합된 예루살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 p.135
팔레스타인인과 아랍인 전체를 나치스로 묘사하려는 시도는 의도적인 홍보 책략이었다. 그래야만 홀로코스트를 경험하고 3년 뒤에 유대 군인들이 다른 인간을 청소하고, 죽이고, 파괴하라는 명령을 받을 때 자신감을 잃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 p.142~143
야파가 함락되면서 유대 점령군은 팔레스타인의 주요 도시와 소읍을 전부 비우고 주민을 추방했다. 절대 다수의 주민들?온갖 계급, 교파, 직업의 사람들?은 다시는 자기가 살던 도시를 보지 못했다. 한편 그들 가운데 정치의식을 갖게 된 이들은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라는 형태로 팔레스타인 민족 운동이 재등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귀환권, 즉 자기 고향에 돌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이었다.
--- p.190
그렇게 많은 마을 사람들?유엔의 분할 결의안에 따라 이제 막 영국 신탁 통치령 시민에서 유엔이 지정한 아랍 국가나 유대 국가의 시민이 된 이들이었다?이 추방되는데도 유엔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결국 영국이 철수하는 극적인 장면과 팔레스타인에 군대를 보낸 아랍 세계가 제지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종족 청소 사업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계속되었다.
--- p.251
1948년 말에 이르러 종족 청소 작전의 주요 활동은 이제 이스라엘의 귀국 금지 정책을 두 가지 차원에서 실행하는 데 집중되었다. 첫번째는 국가적인 차원으로 1948년 8월 이스라엘 정부는 주민들이 추방된 마을을 전부 파괴하고 새로운 유대인 정착촌이나 ‘자연’ 삼림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두번째는 외교적인 차원으로 난민들의 귀환을 허용하라는 국제 사회의 점증하는 압력을 피하기 위한 끈질긴 시도가 이루어졌다. 두 차원은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난민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문제에 관한 논의를 아예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려는 구체적인 목표에 따라 파괴 속도를 일부러 높였다.
--- p.318
잠시 동안이나마 미국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나타낸 이례적인 시기가 있었다. 여느 때와 달리 국무부 관리들이 난민 문제에 관한 정책을 지배한 반면, 백악관은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이스라엘의 기본적인 입장에 대한 불만이 점차 높아졌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난민들이 귀환하는 것 말고는 다른 법적 대안을 찾지 못했고, 이스라엘이 귀환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조차 거부하자 분개했다.
--- p.385
기나긴 고난의 시기 동안 이스라엘 안팎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유대인들이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손잡고 만들어 온 긴밀한 사회적 관계를 볼 때, 이런 변신은 가능하다. 이스라엘 유대인 사회에서 시온주의 사회 공학이 아니라 인간적 고려를 밑바탕으로 삼아 자신을 형성하는 집단들을 들여다보면, 찢겨진 팔레스타인 땅에서 분쟁을 종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해진다.
--- p.423
출판사 리뷰
한 종족을 참혹하게 쓸고 갔던 칼,
칼이 지나온, 피로 얼룩진 길을 미화한 왜곡된 역사,
그리고 자민족의 금기를 열어젖힌 한 역사학자의 펜.
이스라엘 건국사에서 은폐된 참혹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들춰낸 유대인 역사가 일란 파페의 대표작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역사에 관한 한 최고의 고전 중 하나
1948년의 유령들이 여전히 떠도는 한 중동에 평화가 지속되리라는 희망은 없다. _〈인디펜던트〉
잘 숨겨진 이스라엘의 비밀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 이스라엘의 가장 저명한 새로운 역사학자 중 한 명이 다룬 금기된 주제에 대한 역사학의 고전이다_가다 카르미(엑시터대학 아랍 및 이슬람 연구소)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둘 다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고자 한다면, 과거로 떠나는 이런 고통스러운 여정이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은 바로 이 길을 열고자 하는 시도이다.” _「서문」에서
* 이 책은 『팔레스타인 비극사』(열린책들, 2017)를 재출간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일어난 암흑의 진실
지금 세계 곳곳에 화염이 솟구치고 시민들이 죽고 있다. 그중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중동의 정세가 매우 불안하다. 피로 얼룩진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팔레스타인을 추방하고 그 자리에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의 문제이다. 왜 오늘까지 이러한 비극은 어디서 시작되어 전개되고 있는가. 유대인 역사학자 일란 파페에게 그 답을 들을 수 있다.
“가장 용감하고 강직하고 날카로운 이스라엘 역사학자” 일란 파페의 대표작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가 최근에 쓴 한국어판 서문을 새로 붙이고 재출간됐다. 이 책은 2017년 열린책들에서 ‘팔레스타인 비극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국내에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파페는 자국의 만행을 감추려는 이스라엘의 주류 역사관에 반대하며 198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이스라엘의 대표적 역사학자 중 한 명으로,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고 모국의 역사 왜곡을 지속적으로 고발해 왔다. 이 때문에 파페는 일부 시민들의 무자비한 협박과 동료 교수들의 배척을 받았고 재직중이던 자국의 대학을 떠나 영국으로 자리를 옮겨야했다. (파페는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의 엄청난 사건의 연유에는 영국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파페의 연구는 초심과 열정을 잃지 않고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노엄 촘스키는 그를 “현존하는 이스라엘 지식인 가운데 가장 양심적인 사람”으로, 故 에드워드 사이드는 “가장 뛰어나고 도발적인 학자”로 평가했다.
이 책은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을 ‘종족 청소’라는 시각으로 파헤친 역사서다. 파페에 따르면 1948년 3월부터 이스라엘 건국 세력인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만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주로 기존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본격적으로 추방했다. 추방이 일단락되었을 때 팔레스타인 난민은 80만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러한 사실을 왜곡한다. 이스라엘 건국을 ‘비어 있는 땅에 정착해서 사막에 꽃을 피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미화하는 한편,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강제 추방에 관해서는, 이미 건국된 이스라엘을 침략하는 아랍군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자발적으로 고향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강제 추방은 없었고, 아랍의 침략에 맞선 이스라엘의 ‘독립 전쟁’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파페는 이스라엘의 이러한 기만적인 태도를 역사적 근거를 들어 정면으로 비판한다. 이스라엘 핵심 인사들의 일기, 군사 기록, 구술사 자료 등을 토대로 학살, 파괴, 겁탈 등 이스라엘 건국 세력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얼마나 잔인한 일을 계획적으로 저질렀는지 폭로하고, 이를 종족 청소라는 비윤리적 전쟁 범죄로 정의한다. 그러고는 이스라엘을 향해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 그것만이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한다.
종족 청소,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지역의 역사를 지워 버리는 것
무시무시한 단어, ‘종족 청소’란 무엇인가? 파페는 ‘1990년대의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계기로 생겨난’ 이 개념을 ‘특정한 지역이나 영토에서 종족이 뒤섞인 인구를 균일화하기 위해’ 특정 인구를 ‘강제로 쫓아내는 것’으로 정의한다. 나아가 주택을 파괴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지역의 역사를 지워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의 건국은 ‘종족 청소’ 개념이 생겨나기 40여 년 전에 일어났지만, 파페는 당시에 이스라엘 건국 세력이 벌인 행동을 명백한 종족 청소의 사례로 규정한다. 한편으로는 아랍인, 유대인이 섞여 살던 팔레스타인 땅에서 유대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도록 아랍인을 강제로 쫓아내려 했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 건국 세력이 ‘플랜 달렛’이라는 종족 청소 계획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군대를 지휘해 주택, 재산, 물건 등을 방화하고, 사람들을 추방했으며, 쫓겨난 주민들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잔해에 지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가장 악명 높은 종족 청소는 ‘데이르야신’이라는 마을에서 일어났다. 파페에 따르면, 유대 군인들은 마을에 쳐들어가면서 집마다 기관총을 난사해서 주민을 죽였고, 그들의 시체를 훼손했다. 여성을 강간했으며 아이들을 벽에 세워 놓고 그들에게 ‘재미 삼아’ 총을 쐈다. 군인들은 남아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집을 포기하고 도망치지 않으면 비슷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러한 끔찍한 이야기들은 이스라엘의 공식적, 대중적 역사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1948년의 상황에 대해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에 이어 아랍에 의한 ‘제2의 홀로코스트’가 임박했던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군사적 수단을 정당화했고, 이스라엘 교과서는 ‘유대 쪽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그냥 남으라고 설득했다’는 거짓 역사를 서술했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1948년 3월에 위협받은 쪽이 자신들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때 잠시 팔레스타인인들을 도우려고 주변 아랍 국가에서 파견한 군대가 유대쪽 군대에 피해를 줬지만, 파페에 따르면 유대인 공동체는 전투에서 패배하거나 항복해야 하는 사태를 걱정할 일이 전혀 없었고 이스라엘은 별 어려움 없이 팔레스타인 청소를 수월하게 진행해 나갔다고 보았다. 그 결과 1948년 팔레스타인인의 85%가 난민이 되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은 왜 이스라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을까? 팔레스타인 내부에는 시온주의 세력에 저항할 지도부가 거의 없었고 전투 조직들도 자취를 감춘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조직들은 모두 ‘유대 민족의 고국을 팔레스타인에 세워주겠다’고 약속한 영국의 친유대적 기조에 반발해 일으킨 1936년 반란에서 영국군에 의해 망명길에 오르거나 해산되었다. 팔레스타인은 당시에 영국의 위임 통치령이었다.
전 세계가 조장한 참사
파페는 팔레스타인을 도와주려는 효과적인 외부 지원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팔레스타인의 지도자들과 전투 조직을 무너뜨린 영국은 ‘플랫 달렛’이라는 청소 계획이 완성된 이후에 더이상 법질서를 책임지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유대와 아랍 사이에서 완충 지대 역할을 하던 군대를 서둘러 철수시켰다. 상황을 완연히 유대 쪽에 유리하게 조성해 준 것이다. 파페는 팔레스타인을 내팽개친 이런 행동을, ‘영국의 많은 정치인들이 인정한 것처럼’, 영국이 중동 지역에서 보인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이라고 설명한다. 영국은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면서 유대와 팔레스타인 토착민 사이의 갈등 해결을 유엔에 이관했다. 파페에 따르면, 유엔은 분쟁 해결 경험도 없고 팔레스타인 역사도 모르는 이들로 ‘팔레스타인 특별위원회’를 조직했고, 그 위원회는 시온주의에게 팔레스타인 땅 절반을 분할해 주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파페는 이 결과를 두고 ‘불법적인 동시에 부도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 토착민들은 아메리카, 유럽 등지의 다른 모든 원주민과 마찬가지로 정착민 공동체, 즉 유대인 공동체와 ‘땅을 나눠 갖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당시 유대 쪽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는 팔레스타인 전체 면적의 6%에 불과했고, 인구 분포에서는 유대인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만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대 쪽에 영토의 절반을 할양한다는 이 결과는 1947년 11월 유엔 총회 ‘결의안 제181호’로 채택되었고, 수면 아래에서 터지기 일보 직전의 종족 청소에 불을 붙인 결과를 낳았다.
결의안 제181호가 채택되는 것을 보면서도 이집트, 레바논 등의 이웃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급하게 생각지도 않았고 여기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파페에 따르면, 각국의 외무장관들은 논의를 최대한 끌면서 군사 개입을 연기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팔레스타인에 지원군을 파견하게 됐지만, 각국은 팔레스타인이 패배했다는 사실과 자국들의 군대가 유대 군대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가장 강력한 군대를 소유했던 트랜스 요르단은 시온주의 세력들과 팔레스타인 땅을 나눠 갖기 위해 군사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의 태도는 조금 다른 듯했다. 파페에 따르면, 미국은 결의안 제181호에 반대하고 이스라엘에 제재 위협을 가하면서 강제 추방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 난민의 무조건적인 본국 송환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 내의 유대인 로비 집단이 의회와 백악관에 영향력을 휘두르면서 그 주장은 좌절됐고, 이후에는 오히려 이스라엘의 입장에 맞춰 분쟁을 해결하려는 모습조차 보여 주었다.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비극
종족 청소는 1949년 1월에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지만, 완벽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한 이스라엘의 핍박은 계속되었다. 파페의 분석을 보면, 이스라엘은 전투가 잦아들자 자연스럽게 자기 집으로 돌아온 피란민들을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포로수용소에 가두었고, 노동 수용소에 갇히게 된 일부 포로들은 ‘아침에 감자 한 알, 정오에 말린 생선 반쪽’을 먹어 가면서 강제 노역을 해야 했다.
수용소 바깥의 상황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비극적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130만 팔레스타인인에게서 총 1억 파운드를 몰수하고, 그들을 팔레스타인 영토의 3%밖에 안 되는 지역에 살게 하는 등 체계적이고 공식적으로 약탈을 감행했다. 여자들을 겁탈했으며,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빈민가로 강제 이주시키고, 이슬람 성지를 레스토랑이나 상점으로 바꿈으로써 종교에서 위안을 얻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신을 욕보였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지워 나가는 일에도 몰두했다. 아랍어였던 마을의 이름을 히브리어로 바꾸고 토착민이 살던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했다. 특히, ‘유대 민족 기금’이라는 조직은 철거된 팔레스타인 마을에 국립공원을 만들었다. 나무를 심어 팔레스타인인들의 흔적을 파묻어 버렸고 종족 청소라는 재앙이 일어난 장소를 녹색 생태 휴양지로 치환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살기를 원한다. 반면, 파페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난민 문제나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 요구를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기고 기각해 버린다. 귀환을 허용한다는 것은 이스라엘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결국 역사적으로 비난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건국의 도덕적 정당성에 근본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에게는 ‘종족 청소를 부정하는 강력한 메커니즘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줄곧 자신들이 팔레스타인 위임 통치령 지역에서 독립적인 민족 국가를 세웠던 과정을 ‘사막에 꽃을 피웠다’는 신화로 포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 1948년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이다. 파페는 ‘그때 저질러진 악행을 바로잡아야만 이 지역의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믿음이 바로 이 책을 통해 파페가 1948년에 자행된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이유다. 허구적 이야기에 근거한 이스라엘의 자기기만을 전 세계에 고발하고 역사를 바로 세워 평화로운 미래를 향해 가려는 것이다.
파페는 서문에서 이 책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혀 놓았다.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둘 다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고자 한다면, 과거로 떠나는 이런 고통스러운 여정이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은 바로 이 길을 열고자 하는 시도이다.” 모국 이스라엘이 벌인 역사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진실을 추구하는 강직한 역사학자 일란 파페의 노력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꼭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추천평
나오자마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 마침내 우리는 오늘날의 세계를 형성하는 데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권위 있는 설명을 얻었다. 파페는 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역사가이며, 사실과 우아한 서술과 공감 능력을 거장답게 주무르면서 이 과제를 해냈다. 이 책의 출간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 카르나 나불시 (옥스퍼드대 너필드칼리지 연구원)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심대한 의미를 갖는 비범한 책을 썼다. 이 두 민족을 위한 평화와 정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용감하고 정직하고 계몽적인 책을 읽고 성찰해야 한다. 1948년 이스라엘 국가 창설 과정과 그 이후에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행된 범죄를 낱낱이 폭로하는 책이다.
- 리처드 포크 (프린스턴대 교수)
간결하고 명쾌하며 때로 구체적인 개인들을 묘사하면서 읽는 이의 감정을 압도하는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는 유대 국가가 팔레스타인 사회와 문화 지리를 파괴한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최고의 증언으로 손꼽을 수 있다.
- 팔레스타인 크로니클
계속될 것이며 계속되어야 할 논쟁에 중요한 개입. 1948년의 유령들이 여전히 떠도는 한 중동에 평화가 지속되리라는 희망은 없다.
- 인디펜던트
일란 파페는 고(故)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팔레스타인 역사를 가장 설득력 있게 서술하는 작가이다.
- 뉴 스테이츠맨
파페는 팔레스타인 난민이라는 광범위하고 중대한 주제에 대한 새로운 탐구의 길을 개척했다. 그의 책은 다른 면에서도 가치가 있다. 때로는 팔레스타인 아랍인의 잃어버리고 지워져버린 삶을 회상하며, 팔레스타인이 더 나은 땅이 될 수 있었다고 상상하거나 아쉬워하는 우수적이고 감상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 더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용감하고, 원칙적이며, 가장 예리한 역사가이다.
- 존 필거 (저널리스트, 작가, 영화제작자)
파페의 책은 중동의 정치와 역사를 이해하려는 모든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 프론트라인 매거진
이스라엘의 저명한 역사가 일란 파페는 현재의 해답을 찾기 위해 자국의 피로 얼룩진 과거를 탐구한다.
- 모닝 스타
저자는 이스라엘 사회의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 일어나서 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용감한 인물들 중 하나이다. 파페의 책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탄생하는 동안 자행된 끔찍하고 잔혹했던 행위에 대해 통렬하게 서술하고 있다.
- 모닝 스타
이스라엘 건국 초기 아랍인들의 숙청에 대한 대담한 폭로. 겉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배경을 파악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한다. 저자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야 한다.
- 모닝스타
파페는 ‘중동 연구’와 ‘정치’라는 두 세계에 수류탄을 던질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있는 학자이다. 그의 책은 학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부끄럽게 만들 것이다.
- 아랍 뱅커
저자의 윤리적 명확성과 인도적 비전은 『팔레스타인의 종족 청소』에 스며들어 있다. (…) 이 책에 구현된 면밀한 연구와 강력한 도덕적 의무를 감안할 때, 시오니즘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 레이스 & 클래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한 처우에 맹렬한 비난을 제기한다.
- 메트로
이 책은 새로운 역사학자들의 학문에 중요하게 기여한다. 파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체계적이고 잔인하게 고국에서 추방되었다는 의심을 시원하게 해소한다.
- 어게인스트 더 커런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어떻게, 왜 고향에서 쫓겨났는지에 대한 뛰어난 서술이다. 파페는 이 범죄가 인정되고 시정될 때까지 평화가 있을 수 없다는 이유를 설명한다.
- 스코티시 리뷰
이 책의 구성은 거의 모든 면에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이 완벽하다. 열두 개의 섹션은 표면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난민 문제와 1984년 사건에 대한 이스라엘의 담론에 상당히 실질적으로 도전하고 이스라엘의 주장을 현저히 약화시킨다.
- 계간 아랍 연구
충격적이고, 의미심장하며, 계몽적이다.
- 에멜
잘 숨겨진 이스라엘의 비밀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 이스라엘의 가장 저명한 새로운 역사학자 중 한 명이 다룬 금기된 주제에 대한 역사학의 고전이다
- 가다 카르미 (엑시터대학 아랍 및 이슬람 연구소)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9638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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