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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수집이 미지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대한민국 1호 ‘역사 컬렉터’ 박건호의 색다른 역사와 수집 이야기
미스터리한 백두산 정계 지도 [임진목호정계시소모], 교훈비로 변신한 황국신민서사비, 스스로 자기를 노비로 파는 문서 속 소녀 순심의 손도장, 3·1운동 당시 일장기를 재활용한 태극기 등, 모두 글쓴이 박건호가 모은 역사 자료다.
박건호는 자료를 수집해 그 속에서 역사를 찾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대한민국 1호 ‘역사 컬렉터’다.
역사 컬렉터는 사전에 없는 낱말로 ‘골동품 수집가’가 불편해서 그가 새로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수집하는 물건을 골동품으로 정의하기가 적절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에서 거시적 관점의 통사 못지않게 역사 속 개개인의 삶을 살펴보는 미시 생활사도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30년 동안 역사 자료를 수집해 왔다.
수집품들은 수많은 역사를 담은 거대한 저수지다. 그는 집요함과 예리함, 그리고 따뜻한 시각으로 이 저수지에서 역사를 길어 올린다.
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은 역사가 묻고 수집이 답하는, 또는 수집이 묻고 역사가 답하는 둘의 아름다운 대화를 담았다.
이를 통해 역사와 수집이 얼마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역사 컬렉터와 수집
1.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모래사장에서 만난 신석기 시대
대지마 감자와 일본
애간장 타는 한여름의 가뭄
벽걸이 텔레비전 대신 그림 한 점
아내가 폭우를 맞으며 갤러리에 간 이유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하다
2. 생계형 컬렉터가 사는 법
수집의 즐거움이 궁핍함을 이긴다
컬렉터의 속내
박물관으로 떠나보낸 내 수집품
김소월이 사 준 밥, 김환기가 따라 준 술
딸아이를 반기문 장학생이라 하는 이유
3. 역사 컬렉터로 살다 보면
아내의 극비 프로젝트
안중근 대신 이완용이라니
이완용은 제주 가고 김부귀는 서울 오고
나의 민화 수복기
범죄인 명부에서 발굴한 독립유공자
4. 컬렉터의 필수 관문, 경매의 세계
경매, 그 오묘한 세계
내가 수집하지 않는 것
나는 무엇을 수집하는가
역사의 오류를 담고 있는 자료
수집품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5. 수집품이 들려주는 역사
일장기를 재활용한 태극기와 탄피 재떨이
송황순의 [추억록]과 해방 직후 연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인
“송종섭은 인민을 착취한 적이 없습니다.”
《음악주보》에서 우연히 만난 금수현
미스터리한 백두산 정계 지도 - [임진목호정계시소모](1)
세 장의 쌍둥이 지도 - [임진목호정계시소모](2)
6. 수집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쓸모없음의 쓸모
더욱 날카롭게, 더욱 정교하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와 내가 함께했을 때 인생은 온전해진다
경계를 벗어나야 그 너머가 보인다
하루하루가 곧 소중한 역사다
에필로그 수집이 미지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저자 소개
저 : 박건호
대학 1학년 때 답사를 가서 우연히 빗살무늬토기 파편을 주운 것을 계기로 30여 년간 역사자료를 모으며 컬렉터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 ‘수집’이란 최고의 즐거움이자 휴식이다. 그동안 모은 수집품의 양을 자신도 정확히 모를 만큼 방대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집품 하나하나에 담긴 깊고 오랜 이야기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1969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
책 속으로
역사 컬렉터로서 나는 옛 물건을 통해 그 시대를 만난다. 옛 자료는 몇백, 몇천 년 전 혹은 몇십 년 전에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과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 살아갈 사람들을 연결한다.
옛 자료 자체가 역사다.
그러므로 내가 수집하는 자료는 [독립선언서]나 [대한민국임시헌장]처럼 반드시 ‘큰(big)’ 문서일 필요는 없다.
평범한 시민의 메모 한 장, 월급 명세서, 한국전쟁 때 쓴 군인의 일기장 등 ‘작은(little)’ 문서에도 역사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별 자료가 그것을 생산한 시대의 역사 전체를 보여 준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것은 오만한 태도다. 전체 역사 속에서 자료들이 위치하는 맥락을 찾아야 하고, 자료를 생산한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나 처한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런 뒤에 자료 속에서 의미 있는 내용을 골라내 퍼즐 조각을 맞춰야 한다.
--- p.20~21
이런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진정한 컬렉터의 조건이 뭐냐는 질문에 공식적으로는 “곤궁함을 이길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늘 다른 답변을 되뇐다. ‘대출을 해서라도 수집해 본 경험을 한 번쯤은 가진 사람이죠.’
--- p.59
한국 경매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고 비싼 글씨는 누구의 것일까?
아마 많은 독자가 추사 김정희를 떠올릴 것이다. 추사의 글씨는 대략 1억 원 안팎에 거래된다.
안중근 의사의 글씨 가격은 추사를 훌쩍 뛰어넘는다.
기본이 수억 원이다. 한국의 서예 시장에서 특이한 점은 김정희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치인이나 유명 기업인의 작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예술성보다는 역사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 p.85
내가 수집한 자료 가운데 복식 변화를 담은 사진들이 있다.
오래전 여성들이 관광이나 계 모임에 갈 때 공식적 외출 복장은 한복이었다.
연례행사니만큼 한복은 최고의 예를 갖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복 사이에 양장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과도기를 지나면 한복은 거의 없어지고 양장으로 바뀐다.
내가 수집한 사진들에서는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가 과도기다.
이런 사진들을 통해 생활 속에서 한복이 밀려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하필 1960년대부터 그런 변화가 생겼는지 그 이유까지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 p.129
2017년도 달력의 마지막 장인 12월 달력의 ‘20일’에 빨간 표시가 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라고 적혀 있다.
대통령 선거 때문에 임시 공휴일로 정해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일, 즉 공휴일이 되지 못했다.
2016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항쟁’과 그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파면 때문이다.
실제 19대 대선 투표는 따뜻한 봄날인 이듬해 5월 9일 실시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저 달력 자체가 역사적 유물이 되고 말았다. 촛불항쟁과 대통령 탄핵·파면이라는 격동의 역사를 달력은 조용히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 p.143
이 문서 왼쪽의 “自賣 小女 順心(자매 소녀 순심)” 밑에 순심의 수장이 보인다.
실제 손을 대고 그린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로 소녀의 손 크기다.
이 문서에 순심의 아비는 등장하지 않는다. 부모의 강요나 주위의 부추김 때문인지 자신의 결단인지 알 수 없지만, 소녀 순심은 이렇게 가족의 생존을 위해 노비의 길을 선택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인이다.
--- p.171
이렇게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세 장의 지도 중 토문강을 정확히 표기한 컬렉터정계지도가 옥문이나 옥관으로 발전시킨 나머지 지도들보다 시기적으로 가장 이르고, 원본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사료적 가치 역시 가장 크다.
이것이 세 장의 비슷한 백두산 정계 지도를 검토·비교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자기 소장품이라고 자화자찬한다는 핀잔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그림과 글씨 수준 역시 컬렉터정계지도가 가장 뛰어나다.
컬렉터정계지도는 그림이나 글씨가 가장 세밀한 편으로, 백두산 천지 표현만 보더라도 먹으로 대충 칠한 다른 지도들과 달리 천지의 일렁이는 물결까지 표현하고 있다.
--- p.205
‘추억의 4학년’ 사진도 그렇다. 나는 사진 판매자가 부여에서 수집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래서 판매자가 설정한 부여 또는 충청권의 경계를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경계 너머에 있는 학교들을 살펴볼 생각을 못 했고, 끝까지 답을 못 찾았다.
그러나 내 친구는 진작에 다른 가능성을 생각했다.
어차피 일제강점기 중학교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 하나하나 다 찾아보는 길을 택했고, 얼마 뒤 해답을 발견했다.
한정된 틀 속에서만 사유하면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다. 해답을 찾으려면 때로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 틀을 넘어서야 한다. 그 경계를 과감히 벗어났을 때, 그때 비로소 ‘경북중학교’가 보인다.
--- p.251
출판사 리뷰
탄핵의 추억
“2017년도 달력의 마지막 장인 12월 달력의 ‘20일’에 빨간 표시가 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라고 적혀 있다. 대통령 선거 때문에 임시 공휴일로 정해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일, 즉 공휴일이 되지 못했다.
2016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항쟁’과 그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파면 때문이다.
실제 19대 대선 투표는 따뜻한 봄날인 이듬해 5월 9일 실시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저 달력 자체가 역사적 유물이 되고 말았다. 촛불항쟁과 대통령 탄핵·파면이라는 격동의 역사를 달력은 조용히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143쪽)
박근혜 대통령 탄핵·판면으로 ‘역사의 오류’를 담게 된 2017년도 달력, 미스터리한 백두산 정계 지도 [임진목호정계시소모], 고등학교의 교훈비로 변신한 황국신민서사비, 스스로 자기를 노비로 파는 문서 속 소녀 순심의 손도장, 3·1운동 당시 일장기를 재활용한 태극기 등, 모두 글쓴이 박건호가 모은 역사 자료다.
박건호는 자료를 수집해 그 속에서 역사를 찾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대한민국 1호 ‘역사 컬렉터’다.
역사 컬렉터는 사전에 없는 낱말로 ‘골동품 수집가’가 불편해서 그가 새로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수집하는 물건을 골동품으로 정의하기가 적절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에서 거시적 관점의 통사 못지않게 역사 속 개개인의 삶을 살펴보는 미시 생활사도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30년 동안 역사 자료를 수집해 왔다.
수집품들은 수많은 역사를 담은 거대한 저수지다.
그는 집요함과 예리함, 그리고 따뜻한 시각으로 이 저수지에서 역사를 길어 올린다.
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은 역사가 묻고 수집이 답하는, 또는 수집이 묻고 역사가 답하는 둘의 아름다운 대화를 담았다. 이를 통해 역사와 수집이 얼마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미스터리한 백두산 정계 지도
조선과 청은 1712년 국경 답사 후 세운 백두산정계비에 새긴 “西爲鴨綠 東爲土門(서위압록 동위토문)” 중 ‘토문(강)’의 해석을 둘러싸고 대립했다.
청은 중원을 차지한 뒤에도 본거지인 만주 지방을 그들의 발상지라 여겨 성역화했다.
그런데 조선인 일부가 두만강을 건너 인삼을 캐고 사냥을 하거나, 심지어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등 청과 종종 갈등했다.
청은 양국 국경을 명확히 하자고 제안했고, 숙종 38년인 1712년 조선 대표 박권(朴權)과 청 대표 목극등(穆克登)이 백두산 일대를 답사하고 정계비를 세운다.
그런데 정계비가 세워지고 한동안 별문제 없다가 170년 정도가 지난 1880년대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간도가 양국 간 분쟁 지역이 되었고, 그것을 규명하기 위해 백두산정계비가 소환되었다.
저자는 2016년 4월 하순 어느 경매에서 이와 관련한 지도 [임진목호정계시소모(壬辰穆胡定界時所模)](컬렉터정계지도)를 낙찰받는다. 진품일까?
이게 진품이라면 백두산 정계 당시 여정을 그린 지도 최초 발견이 된다. 그는 탐구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지도 2장을 더 찾아낸다.
하나는 1890년 프랑스 공사관 통역서기관으로 조선을 방문한 동양학자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이 당시 수집해 간 우리나라 고서 가운데 《천하제국도(天下諸國圖)》라는 지도책에 실려 있는 [임진목호정계시소모](모리스쿠랑정계지도)다. 다른 하나는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여지도(輿地圖)》라는 지도책 속에 있는 [임진목호정계시소모](규장각정계지도)다.
비슷하지만 이 지도들은 크기, 지명 표기, 묘사 등에 차이가 있다.
특히 진품 여부를 가를 ‘토문강’ 표기에서 결정적 차이를 보인다. 컬렉터정계지도가 토문강은 “??江”이라고 정확히 표기한 반면, 규장각정계지도는 “玉門(옥문)”, 모리스쿠랑지도는 “玉關(옥관)”으로 표기했다.
후대에 베껴 그리면서 ‘토’를 ‘옥’으로, ‘문’을 ‘관’으로 잘못 썼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지도들이 만들어진 순서는 컬렉터정계지도-규장각정계지도-모리스쿠랑정계지도가 될 것이다.
그림과 글씨 수준 역시 컬렉터정계지도가 가장 뛰어나다.
컬렉터정계지도는 그림이나 글씨가 가장 세밀한 편으로, 백두산 천지 표현만 보더라도 먹으로 대충 칠한 다른 지도들과 달리 천지의 일렁이는 물결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컬렉터정계지도는 1712년 백두산정계비를 세울 당시에 그려진 것이 맞을까?
저자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근에 발견된 역사 기록에 부합하지 않는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넘어지고 일어나고 또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한 어느 역사 컬렉터의 좌충우돌 기록이다.
저자는 이 좌충우돌의 역사 자료 수집기를 통해 모르는 역사를 새롭게 공부할 수 있었고, 인생의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태극기를 배경으로 술집에서 만세를 부르는 남자들
2015년 광복절을 약 두 달 앞둔 6월에 저자는 온라인 경매에 올라온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남자 십여 명이 태극기 두 장을 배경으로 술집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 사진인데, 해방의 기쁨을 표현한 것으로 보였다. 마치 “조선 독립 만세!”라고 외치는 것 같다.
저자는 확신을 가지고 경매에 참여해 5만 원에 낙찰받았다.
며칠 뒤 우편으로 도착한 사진을 확인하니, 국민복을 입은 남성이 여럿인 걸로 보아 태평양전쟁 이후, 즉 1940년대에 촬영한 게 분명했다.
남성들 중간중간에 있는 여성들은 복장으로 보아 일본 여성 같은데, 이 술집에서 일하는 접대 여성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뒤에 걸려 있는 태극기가 뭔가 이상했다.
아뿔싸! 분명 컴퓨터 화면으로 보았을 때는 태극기였는데, 실물을 보니 사진 위에 손으로 선 몇 개를 그어 그린 태극기였다. 즉, 사진 속 태극기가 아니라 사진 바깥에서 누군가가 가필해서 일장기를 태극기로 바꾼 것이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저렇게 그려 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로써 내가 했던 모든 추측은 다 뒤집혔다.
이게 원래 일장기라면, 1940년대 당시 전시 상황에서 이렇게 환하게 축하해야 할 일이 무엇이었을까?
누군가의 생일이나 승진을 축하하는 자리였을까? 그렇게 보기에는 표정이 너무 격하다.
일본군이 싱가포르나 필리핀을 함락했다는 뉴스를 듣고 환호하는 것은 아닐까?
단 몇 개의 선으로 사진이 담고 있는 역사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일장기일 때는 일본군의 승리를 상징하는 사진이 될 수 있고, 몇 개의 선을 쓱쓱 그려 넣어 태극기를 만들면 일본의 패망과 해방의 기쁨을 상징하는 사진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매의 눈으로 날카롭고 정교하게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
수집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안목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벼려야 하고, 늘 인내해야 하며, 기회가 왔을 때 주저없이 결단해야 한다. 이 책은 이 세 기둥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서 있는 한 역사 컬렉터의 고군분투기이기도 하다.
책 자체가 하나의 컬렉션
박건호의 전작 《컬렉터, 역사를 수집하다》(2020)와 《역사 컬렉터, 탐정이 되다》(2023)가 수집보다 역사에 중심을 두었다면 이 책은 거꾸로 역사보다 수집에 중심을 두었다.
강연이나 독자와의 만남에서 수집에 관한 질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가 모은 60여 점의 역사 자료가 컬러 사진으로 실려 있다. 책 자체가 하나의 컬렉션인 셈이다.
책에 실린 컬렉션을 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듯이 박건호가 모으는 자료는 색다르다.
오래되고 유서 깊은 서화와 각종 기물로서 희소적·미술적 가치를 지닌 물품인 ‘골동품’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무엇을 수집하는가?’라는 질문에 역사적 의미와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은 자료, 역사의 변화를 보여 주는 자료, 벼락같이 ‘발굴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자료, 프로파간다를 통해 사실을 가리고 왜곡하는 자료들을 수집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수집품에서 역사를 끝까지 추적해 들리지 않았던, 묻혀졌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끝내 수면 위로 끌어올린 힘은 여기에서 출발한다”(박찬희박물관연구소장).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9919738>
'54.인문교양 (독서>책소개) > 6.역사문화교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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