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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프란츠 보아스부터 루스 베네딕트와 마거릿 미드까지
인종주의와 성차별의 통념을 해체한 이단적 사상가들의 지적 모험
한 세기 전에 인종, 민족, 성별은 운명이었다.
태어나기 전부터 개인의 지능과 성격, 계급,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모두가 믿었다.
따라서 흑인은 백인보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했다.
불변의 진리이자 상식이었다.
그러나 미국 인류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란츠 보아스와 그의 제자들은 얼어붙은 북극의 이누이트 마을부터 뉴욕 맨해튼의 거리, 남태평양의 사모아섬, 좀비가 나타나는 아이티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수행한 현지 조사와 경험적 연구를 통해 이 당연한 상식이 틀렸다고 판단했다.
보아스와 제자들은 자신들을 ‘문화인류학자’라 부르고 자신들의 이론을 ‘문화 상대주의’라 불렀다.
그들은 피부색, 성별, 능력, 관습에 상관없이 인류는 모두 인간이라는 단일한 종에 속하며 인종(race) 개념은 생물학적 허구라는 것, 문화 간에는 우열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기존의 위계질서를 전복하는 급진적 사상 때문에 보아스 학파의 학자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FBI의 감시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에게 인류학은 편견과 차별이 만연한 암울한 시대에 길을 밝혀주는 공감과 희망의 과학이었다.
이 책은 우리 시대 가장 치열한 도덕 전쟁의 최전선에 섰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까지 미국과 유럽을 지배한 과학적 인종주의와 사회진화론에 맞선 끈질긴 투쟁의 연대기이자 문화적 상대성이라는 진보적 개념의 역사이며,
문화인류학을 이끈 지적 거인들의 삶과 사상을 하나로 엮은 집단 전기다.
저자는 보아스와 제자들이 남긴 저서, 기고문, 편지, 현장 연구 노트, 주변 인물들의 증언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20세기 미국 진보의 역사를 이끈 선구자들의 삶을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되살려냈다.
이 대담하고 용감했던 투사들이 ‘인간에 대한 과학’(인류학)을 무기로 삼아 인종 차별, 여성 억압, 제노사이드 같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 소설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목차
머리말
1장 문화 상대주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2장 북극으로 떠난 탐험가 (1858~1885)
3장 “문명은 상대적이다” (1886~1888)
4장 인종 이론에 맞서다 (1889~1899)
5장 두개골 수집가들 (1900~1911)
6장 “나의 최고의 제자들은 전부 여성이었다” (1911~1924)
7장 마거릿 미드, 폴리네시아로 떠나다 (1924~1926)
8장 우생학에 빠진 미국 (1926~1929)
9장 “나는 바너드칼리지의 신성한 검은 소였다” (1925~1929)
10장 최초의 원주민 인류학자 (1914~1941)
11장 광기에 휩싸인 세 인류학자 (1931~1935)
12장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좀비 (1935~1942)
13장 인종주의의 쌍생아, 독일과 미국 (1933~1946)
14장 문화 상대주의의 승리
저자 소개
저 : 찰스 킹
미국의 작가, 국제학 전문가.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조지타운대학에서 국제관계학 교수로 있다.
대표작 《문화의 수수께끼를 풀다》는 문화인류학의 창시자인 프란츠 보아스와 네 명의 여성 제자 마거릿 미드, 루스 베네딕트, 엘라 캐러 델로리아, 조라 닐 허스턴의 삶과 사상을 한 편의 전기처럼 엮어, 20세기 미국에서 ‘문화인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탄생하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려낸 책이다....
역 : 문희경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문학은 물론 심리학과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유혹하는 심리학』, 『신뢰 이동』, 『우아한 관찰주의자』, 『인생의 발견』,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 『타인의 영향력』,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알고 있다는 착각』, 『이야기의 탄생』 등이 있다.
책 속으로
(프란츠 보아스와 그의 제자들은) 실제 증거를 토대로 분석하면 근대성의 가장 뿌리 깊은 관념 중 하나, 곧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더 똑똑하고, 유능하고, 정직하고, 지배력이 뛰어나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는 관념이 뒤집힐 거라고 보았다. …
인종이나 성별처럼 우리가 흔히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사회적 범주는 알고 보면 인위적이다.
이런 범주는 사실 어떤 사회의 정신 체계와 무의식적 관습에 배어 있는 인위적 책략의 결과라는 뜻이다.
보아스 학파는 인간은 문화적 동물이며 스스로 만든 규칙에 얽매여 산다고 보았다.
그리고 규칙을 만든 사회 안에서는 규칙이 보이지 않거나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보았다.
--- p.19
그들은 다른 인간을 이해하는 과제를 사랑한 과학자이자 사상가였다.
그들은 인간에 관한 가장 심오한 과학은 인간 본성의 뿌리 깊고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오히려 그 과학은 인간 사회의 폭넓은 다양성, 곧 예의범절, 관습, 도덕, 정의의 방대하고 다채로운 변이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
보아스와 제자들은 진리가 존재할 가능성과 현실을 이해하는 인간의 능력을 의심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과학적 방법(우리의 결론이 잠정적이고 언제든 새로 발견된 자료에 의해 반박될 수 있다는 가정)이야말로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보았다.
그리고 과학이 자연에 대한 이해를 변화시킨 것처럼 사회에 대한 관념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 p.24~25
보아스는 자기 사회의 가장 뿌리 깊은 편견이 도덕적 주장이 아니라 과학적 주장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당대 어느 누구보다도 정확히 이해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지적으로 열등하다고 밝혀졌다.
” “여성이 사회에서 요직에 오를 수 없는 이유는 여성의 약점과 특이한 성향이 연구로 입증돼서다.
” “이민자들이 질병부터 범죄, 사회 무질서에 이르기까지 미개한 본국의 병폐를 함께 들여왔다.
” … 인류가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서로 갈라져 있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듯 보이는 과학은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입증하는 과학으로 반박됐다.
보아스와 제자들은 특히 미국인들이 그들 자신을 낯설게 보게 만들어 다른 세계를 조금 더 친숙하게 보게 해주는 데 크게 공헌했다.
--- p.26~27
보아스는 무심하게 독설을 내뱉지만 의외로 온화한 구석이 있었다.
그는 10년 넘게 성별 제한이 없는 대학원 프로그램에 여학생을 더 많이 받으려고 애썼다.
그는 활용할 수 있는 자료의 절반(남성의 관습, 이야기, 의례)만 이용하는 과학은 과학이라 말할 수 없다고 보았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루스 베네딕트는 인류학과의 대대적인 인구 구성 변화의 한복판에 섰다.
보아스는 한 동료에게 다음과 같이 썼다. “지난 몇 년 사이 대학원 과정에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어.
나의 최고의 제자들은 전부 여성이라네.”
--- p.174~175
미국인들이 발명한 것보다 더 ‘진정한’ 십 대가 되는 방법이 존재할까?
사회적 혼란을 피하면서 청소년기의 생물학적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로드 맵이 존재할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드가 속한 사회(엄격한 성 역할을 강요하고 성적 좌절감을 주는 사회, 바너드칼리지에서 일어나는 ‘충돌 사고’를 비밀로 유지해야 하는 사회)가 미드와 같은 사람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과연 ‘문화’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 p.206~207
허스턴은 마이어와 바너드칼리지의 버지니아 길더슬리브 총장(제1차 세계대전 중 노골적으로 반전 의사를 밝힌 보아스를 브로드웨이 건너편의 이 대학으로 불러들여 피난처를 제공한 인물)의 축복을 받으며
곧바로 누구나 아는 유명 인물이 됐다.
젊은 여자들이 앞다투어 점심 식사를 제안했다.
허스턴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진보적 감수성을 벼리는 숫돌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았고, 백인 후원자가 그녀의 발전에 관심을 보일 때마다 같은 역할을 되풀이했다.
훗날 허스턴은 “나는 바너드의 신성한 검은 소가 됐다”라고 썼다.
--- p.280
델로리아는 맨해튼보다 서부 평원에 더 자주 머물렀지만, 인류학과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보아스에게 현지 조사 지침을 구했고, 그의 유능한 보좌관인 베네딕트에게는 편집을 위한 단서와 조언을 자주 구했다. …
델로리아는 뉴욕에 머물 때 강연에 참석하거나 연구를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보아스식 조언을 받아 적었다.
한번은 이렇게 적었다. “먼저 편견이 사라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도 적었다. “문화는 많아도 인간은 하나다. 보아스.”
--- p.347
보아스는 미드의 『사모아의 청소년』과 허스턴의 『노새와 인간』을 비롯해 제자들의 첫 번째 저서에 서문을 써주곤 했다.
하지만 델로리아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를 주었다. 델로리아는 책이 출판된 이듬해에 보아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사람들이 우리의 문법에 대해 묻습니다.
교수님의 공저자가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사실 보아스의 경력에서 아주 드물게, 처음으로 저자 이름 옆에 공저자의 이름을 올렸던 것이다.
--- p.354
1934년에 휴스턴 미플린 출판사에서 나온 베네딕트의 저서 『문화의 패턴』은 … 인류학의 거대 이론을 담은 책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고 가장 많이 교재로 쓰였을 뿐 아니라,
당시 앨프리드 크로버의 말처럼 “인류학적 태도에 대한 선전”이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의 평론가는 베네딕트가 이 책을 통해 “문화적 상대성의 교리”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했다고 평하면서 전국 단위 일간지에서 최초로 ‘문화적 상대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베네딕트는 그 교리의 핵심이 사회 전체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기본 윤리라고 믿었다.
베네딕트가 어린 시절부터 제정신이 아닌 어머니의 비명과 여성 교수라는 2등 신분, 미드를 향한 이름 붙일 수 없는 사랑을 경험하며 어떤 식으로든 말하고자 분투해 온 것은 바로 ‘결함 있는 인간이란 없다’는 것이었다.
--- p.386~387
현지 조사로 세계가 파괴됐다. 결혼이 실패로 끝났고, 오랜 관계가 깨졌다.
청춘의 야망은 고리타분해 보였다. 인류학을 제대로 하려면 익숙한 모든 것에서 멀어져야 했다.
자신에게 상식으로 통하던 것을 버리고 다른 장소로 가서 그곳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인류학은 이처럼 그 자체로 지적 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얻는 것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특별함을 걷어내고 그 사회를 인류가 사회적 세계를 구성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로 보는 자유롭고 독창적인 관점이었다.
--- p.387~388
허스턴은 아이티에서 좀비 이야기가 “이 나라에 찬 기류처럼 스며들었다”고 회상했다. 포르토프랭스에서 아카이예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마다 좀비 전설을 들었다.
사람들은 좀비에 대해 말할 때면 약간 목소리를 낮추기는 했지만 날씨 얘기를 하거나 곧 있을 결혼식 얘기를 하듯이 말했다.
허스턴이 만난 모든 사람이 좀비를 본 적이 있거나 좀비를 본 누군가를 알았다.
그러나 모두 말뿐이었다. 어떤 말도 조만간 허스턴이 그 존재와 직접 마주할 상황에 대비하게 해주지는 못했다.
--- p.412
1936년에 보아스가 공식적으로 교수직에서 은퇴할 때 베네딕트는 그의 역할을 넘겨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동문들이 대부분의 다른 주요 대학 교수진에 포진해 있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컬럼비아대학 인류학과를 이끌 적임자로 베네딕트만 한 인물이 없었다.
베네딕트는 보아스의 지도를 받으며 처음에는 강의 조교로 일했고, 이어서 교수로 경력을 쌓았다. …
하지만 장애물이 하나 있다고 썼다.
“컬럼비아에서 공식적인 자리를 얻는 데 내가 여자인 게 큰 걸림돌이 돼.” 컬럼비아대학 당국은 결국 새 학과장을 결정했고, 그 자리는 외부 학자인 랠프 린턴에게 돌아갔다.
--- p.436
보아스가 보기에 편협성의 물결은 히틀러의 독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당시 올바르게 사고하는 여느 미국인도 나치의 상징만 달지 않았을 뿐이지,
나치가 지지하는 많은 기본 사상을 자연스럽고 입증된 진실로 받아들였다.
사실 독일인들은 1930년대에 인종에 집착하는 국가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런 국가를 따라잡는 데 몰두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과거 남부 연맹에 속했던 지역만이 아니라 대부분 지역의 학교와 관공서, 극장, 수영장, 공동묘지, 대중교통 시설에서 인종 분리 정책을 시행했다.
인종 간 결혼이 금지되거나 혼혈 부부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 강제 불임 수술을 우생학적 개선을 위한 도구나 수감자에 대한 처벌로 사용했다.
--- p.440
미드와 베네딕트와 보아스가 살아 있었다면 마침내 그들이 승리했다는 소식에 놀랐을 것이다.
그들은 평생 투쟁하며 살아왔다. 그들은 같은 철학적 주장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데 익숙했다.
해마다 구태의연하게 확실성을 퍼트리는 사람들과의 싸움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전선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 전선은 차이를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시험해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오늘날 도덕적으로 거대한 악이라고 인식하는 것들, 즉 과학적 인종주의, 여성의 예속, 대량 학살을 가져온 파시즘, 동성애자를 고의적으로 정신 이상자로 취급하는 시대와 직면했다.
--- p.490~491
출판사 리뷰
나치 독일과 미국, 인종주의의 쌍생아
― 히틀러에게 영감을 준 미국의 우생학에 맞선 투쟁
미국에서 벌어진 인종적 편견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히는 프란츠 보아스는 독일계 유대인으로 20대 후반에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였다.
보아스는 유럽에서 겪은 민족주의적 갈등을 인종의 용광로인 미국에선 겪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기대는 곧 무너졌다.
이 책에는 문화의 다양성과 상대성을 주장한 보아스 학파와 함께, 그 반대편에서 지독한 편견을 향해 치달았던 매디슨 그랜트와 윌리엄 리플리 같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등장한다.
그랜트의 저서 『위대한 인종의 종말』은 히틀러에게 반유대주의의 영감을 주며 “나의 성경”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보아스의 책은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뒤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레닌의 저서와 함께 독일에서 가장 먼저 불태워졌다.
“나의 최고의 제자들은 전부 여성이라네”
― 아웃사이더들의 인류학, 인종과 젠더를 재발명하다
보아스의 제자들은 스승과 마찬가지로 고집 세고 반항적인 인물이 많았다.
이민 제한, 인종 분리, 우생학이 지배하던 시대에 보아스가 이끄는 컬럼비아대학 인류학과에 입학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보아스의 제자들 중 특히 네 명의 여성 인류학자에게 주목한다.
보아스의 가장 중요한 조력자였으며 문화적 상대성의 개념을 널리 알린 『문화의 패턴』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부터,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은 자연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문화적 창조물임을 밝힌 마거릿 미드, 북미 원주민 출신으로서 사라져 가는 원주민 전통을 보존하는 데 힘썼으며 보아스의 제자 중 유일하게 공동 저자가 된 엘라 캐러 델로리아, 미국 남부와 아이티 등에서 수행한 현지 조사를 토대로 하여 인류학적 소설과 민속학 저서를 남긴 흑인 페미니스트 작가 조라 닐 허스턴까지.
이들은 모두 여성이면서 유색 인종이거나 성 소수자이거나 신체장애가 있거나 하는 이유로 당대 미국 사회의 정상성과 지배 규범을 벗어난 이탈자, 아웃사이더로 여겨졌다.
인류학자로 활동하는 동안 내내 미국의 위대함을 부정하는 공산주의자, “성질 더러운” “성적으로 방탕한” “미친 여자”로 폄하되곤 했다. 그리하여 이들에게 인류학은 자신의 정체성을 둘러싼 장벽을 돌파할 해방의 사상이기도 했다.
문화인류학과 문화 상대주의의 탄생
― 과학적 인종주의와 사회진화론을 무너뜨린 인류학자들
“문화 상대주의란 한 사회의 문화를 그 사회가 처한 특수한 환경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평가하려는 태도를 말합니다. …
각 사회의 문화는 그 나름의 고유한 특성과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문화 간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교육부 블로그에서 인용)
오늘날 ‘문화 상대주의’, ‘문화적 상대성’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우리 사회에서도 상식적인 개념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문화 상대주의는 “부도덕을 정당화하거나 문명의 근간을 훼손하려 한다”고 비난받곤 한다.
이슬람 문화권의 명예살인이나 여성 할례 같은 반인권적 관습도 문화의 다양성으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가 판단하려는 모든 대상에 대해 시대와 장소와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옳고 그름을 판가름할 수 있겠는가?
문화 상대주의가 인권, 자유, 생명 같은 보편적 가치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은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남짓 전에 문화적 상대성을 처음 주장한 사람들, 스스로 ‘문화인류학자’라 불렀던 이들에겐 황당한 말일 것이다.
(미국에서 탄생한 문화인류학은 주로 문화의 다양성을 연구하는 데 관심을 두는 인류학의 한 분파이다.)
그들은, 서구 문명과 백인을 정점에 놓고 모든 인간을 인종, 민족, 국적, 성별 같은 범주에 따라 위계화하고 차별하는 일이 당연하던 시대를 살면서 그러한 지배 이념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 책은 바로 그들, 문화인류학의 창시자인 프란츠 보아스와 그의 제자 루스 베네딕트, 마거릿 미드, 엘라 캐러 델로리아, 조라 닐 허스턴의 다채로운 삶과 지적 여정을 다룬 집단 전기다.
“민족주의와 사회 분열의 시대에 세계주의자로 살다 간 사람들, 오늘날 우리가 현대적이고 개방적이라고 부르는 관점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급진적이고 선구적인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인류학의 역사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루이스 헨리 모건의 『고대 사회』,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프란츠 보아스의 『원시인의 정신』, 루스 베네딕트의 『문화의 패턴』과 『국화와 칼』, 마거릿 미드의 『사모아의 청소년』 등 인류학의 고전들을 만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미국 인류학은 오롯이 프란츠 보아스로부터 탄생했다”
_ 클로드 레비스트로스(프랑스 인류학자, 철학자)
이 책은 여러 인물을 다루지만 전체 서사의 중심에는 프란츠 보아스가 있다.
“20세기 전반 미국 인류학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평가받는 보아스는 1858년에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1880년대 후반에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였다.
그는 1897년에 컬럼비아대학 인류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미국 인류학의 학문적 방향을 잡았고,
앨프리드 크로버, 멜빌 허스코비츠, 에드워드 사피어, 루스 베네딕트, 마거릿 미드를 비롯해 인류학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수많은 걸출한 인류학자를 길러냈다.
하지만 그의 삶이 마냥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와 제국주의적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늘 반대자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이 책에선 특히 보아스의 문화적 상대성 개념, 우생학과 인종주의에 맞선 평생의 싸움, 그리고 당시로선 드물게 여성 연구자들을 다수 발탁해 인류학자의 길로 이끈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추천평
“찰스 킹은 대담한 인류학자들이 문화와 인간에 관한 심오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 잊지 못할 여정으로 우리를 이끈다.”
- 데이비드 E. 호프먼 (《데드핸드》 저자)
“우아한 문체로 생각을 자극하는 최고의 지적 모험담.”
- 사라 베이크웰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저자 )
“20세기 초 (문화인류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의 탄생을 추적하는 흥미진진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 데이바 소벨 (《경도 이야기》 저자)
“어느 시대에든 학문적 걸작으로 인정받을 책이다. 문화인류학의 창시자 프란츠 보아스와 제자들이 그들의 시대와 지금 우리 시대에 끼친 영향을 뛰어나게 서술한 통찰력 넘치는 이야기.”
- 데이비스 오신스키 (뉴욕대 역사학 교수)
“사려 깊고 매우 지적이며 엄청나게 잘 읽히는 책.”
- The Atlantic
“근대 서구 사상의 기원이나 (문화의) 다양성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서구 역사에서 간과되기 쉬운 한 시대에 관한 생생한 통찰을 전해준다.”
- Guardian
“찰스 킹은 포괄적 기록 연구를 통해 지적 거인들을 조명하며 … 우리 시대와 보아스의 시대를 연결한다. …
인간을 유형으로 축소하는 것, 즉 열등하거나 위협적인 유형, 사회에서 배제하거나 추방해야 할 유형으로 고정관념화하는 것은 보아스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에도 현존하는 분명한 위험이다.
(보아스 학파가 보여준) 평등의 인류학은 모든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만큼 온전한 인간이며 이해와 공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 NPR
“이 책은 우리 정치에 다시 등장한 인종 차별의 추악한 유령을 매우 적절히 묘사할 수 있게 해준다. …
다른 집단의 문화는 그 자체로 유효하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문화 상대주의적 인식은 전후 수십 년 동안 보편적 인권의 기반을 닦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
(정치권에서도 배타적 세계관을 조장하는 차별의 언어가 난무하는 지금)
우리는 보아스와 동료들이 어떻게 인류에 대한 대안적 전망을 발전시켰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 질리언 테트 (Financial Times(인류학자, 《알고 있다는 착각》 저자))
“괴팍하고 훌륭한 사상가들에 대한 다층적인 집단 전기. …
찰스 킹은 인류학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인데도 오랫동안 잊히고 과소평가된 프란츠 보아스의 이야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인류학 분야와 우리 모두에게 선물을 주었다.”
- History of Anthropology Review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0129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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