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펼치는 자유론
전쟁과 질병과 극우 정치가 횡행하는 시대
인간의 자유란 무엇이고, 어두운 시대에 어떻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리는 슬라보예 지젝의 이번 책 제목은 단 한 단어, 바로 'FREEDOM(자유)'이다.
그의 책이 한국에서 출간을 준비하는 동안 ‘자유’라는 단어는 한국 언론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얼마 전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과 언론을 분석한 기사를 보면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가 '자유'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였다고 한다.
대체 자유란 무엇일까. 앞에 어떤 단어가 붙는지에 따라 자유의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누군가는 인간의 자유, 사랑의 자유를 위해 평생을 바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편에 있는 이들은 권력의 자유, 자본의 자유를 외치며 사람들을 억압하고 선동한다.
그만큼 자유는 매혹적이고 숭고하면서도 때로는 위험한 개념이다.
지젝은 이번 책에서 프로이트와 구조 심리학, 근현대 철학을 망라한 이론으로 신神과 자유의지와 욕망의 문제를 분석하여 자유의 가치와 개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개인의 자각과 시민 공동체의 연대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가 생각하는 자유란 무엇일까? 인류는 언제나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의 참상 속에서 가장 큰 자유를 실행해 왔다. 상식과 제도와 자유(리버티)가 무너진 사회에서 우리는 자유의 최저치(프리덤)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총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이 각성하여 투표장에 들어서는 때는 이미 민주주의가 허물어진 뒤고, 그제야 우리는 투표를 통해 유의미한 자유를 실현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정말로 자율적이다.
혹은, 이미 결정된 사실을 알면서도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는 운명과 일치한다고 지젝은 말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 : 뷔리당의 당나귀를 움직여라
중국에 나타난 기적 | 선택받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다 | 자유의 가능성
자유를 생각하다
1 자유 그리고 그것의 한계
프리덤 vs. 리버티 | 위반을 규제하다 | 자유, 지식, 필연성 | ‘아니오’를 말할 자유
2 자유 의지는 있는가?
결정론과 변주 | 과거를 재구성하기 | 초월론을 넘어서 | 파스칼의 내기
3 지양될 수 없는 잔여, 그리고 죽음의 죽음
절대자의 관점 | 신의 죽음 | 정치 행위로서의 자살 | 실패로 돌아간 부정의 부정
더 깊은 사유
1 포테스타스와 초결정론
2 탈구로서의 지양
3 애나를 창조하고 매들린을 연기하라
4 비재현적 예술의 정치적 함의
인간의 자유
4 마르크스는 증상뿐 아니라 충동도 얻어냈다
대신에 | 진보와 무관심 | 변증법적 유물론? 하지만… | 마르크스는 어떻게 충동을 얻었는가
5 무정부적 봉건주의에 이르는 길
메타버스라는 파란 약 | 문화자본주의에서 암호화폐까지 | 야만적인 수직성과 통제 불가의 수평성
6 국가와 반혁명
사회적 관계가 붕괴될 때 | 자생적 질서의 한계 | 이곳에는 국가가 있다! | 공산주의적 욕망을 포기하지 말라
더 깊은 사유
5 보편화된 폐제? 고맙지만 사양할게!
6 뻔뻔한 부끄러움
7 영화 대신 혼돈
8 글로벌 시대에 조국을 사랑하는 법
마치는 말 : 묵시록의 네 기사
우크라이나와 코소보… 그리고 유럽에서 나치 제거하기 | 자연의 종말 | 자신에게 진실하지 말라 | 주인은 누구의 노예인가?
저자 소개
저 : 슬라보예 지젝 (Slavoj Zizek)
오늘날 가장 논쟁적인 철학자이자 ‘동유럽의 기적’이라 불리는 세계적 석학.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류블랴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파리8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컬럼비아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파리8대학교, 런던대학교 등 대서양을 넘나들며 세계 주요 대학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냐대학교 사회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 버크벡연구소 인류학 소장을 역임하고 있...
역 : 노윤기
건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공기업에서 국제관계와 기업 홍보 업무를 보았으나 좋은 책을 읽고 소개하는 번역가의 업에 매료되어 바른번역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번역가가 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군중의 망상』 『이 진리가 당신에게 닿기를』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옥스퍼드 튜토리얼』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남자의 미래』 『단순한 삶의 철학』 『커피의 모든 것』...
책 속으로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끼는 그 순간 기득권층이 우리를 어떻게 통제하는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마치 자유인 것처럼 누리는 비자유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이 괴테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자유롭다고 오해하는 사람보다 더 절망적으로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은 없다.” 오랜 사회 관습의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자유로운’ 포퓰리스트는 정말 자유로운가?
마오쩌둥은 1957년에 이런 글을 남겼다.
“백 송이의 꽃이 피도록 하고, 백 개의 학파가 논쟁하도록 하라.” 오늘날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수많은 첸지들이여, 철학을 공부하라.’ 오직 이것만이 우리 앞에 놓인 슬픈 고난을 돌파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예를 들어 내가 디저트를 먹고 싶을 때 어떤 것을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인다면, 나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낀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선택한다면, 거기에는 자유가 없다.
나는 단지 본능이(사회적으로 매개된) 나에게 말한 것을 따랐을 뿐이다. 이러한 자율성은 보편적인 것이 구체적인 것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은유적 대체metaphoric substi-tutions’의 공간을 열어준다.
2022년 3월경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영상이 있었다. 러시아 경찰이 두 단어가 적힌(러시아어로 ‘два слова’) 작은 종이를 든 여성을 체포하는 장면이었다.
두 단어의 뜻은 ‘두 단어’였고, 이는 전쟁 반대를 뜻하는 ‘нет войне’를 암시하는 말이었다.
그것은 러시아에서 금지된 표현이었다.
--- 「자유 그리고 그것의 한계」 중에서
오늘날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스스로를 신비로운 존재로 포장하며 은밀히 숨겨진 것을 가리키는 제스처를 취하지만, 뒤에서는 자신이 저지르는 (또는 정당화하는) 범죄를 은폐한다.
이것을 프로이트 용어로 진술한다면, 이데올로기는 자신을 증상으로 읽도록 촉구하지만 실제로는 페티시처럼 작동한다.
이와 같은 이중적인 신비화를 옹호하는 흔한 표현은 이것이다.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 「마르크스는 증상뿐 아니라 충동도 얻어냈다」 중에서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그 합병을 문명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트위터가 신뢰받는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남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 “제 강력한 직관으로 판단하건대, 최대한 신뢰 받고 폭넓게 포용하는 공적 플랫폼을 마련하는 일은 인류의 문명에 매우 중요합니다.
” 그는 트위터에서 표현의 자유가 부족했던 부분을 지적하며, 플랫폼이 언론 표현의 자유를 준수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기준은 간단하다고 말했다.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말을 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다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하는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이 세상에서는 주요 공유지 중 하나에 대한 사유재산(이 경우에는 단 한 사람의 사유재산)만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장한다. 쉽게 말해 신봉건주의가 자유를 지키는 수호자로 자신을 내세우는 형국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정의하는 기준이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싫어하는 것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즉 모든 의견이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인권이나 교육, 의료와 관련된 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무정부적 봉건주의에 이르는 길」 중에서
이러한 위기에 대응할 분명한 해법은 이것이다. 어떤 형태의 권위도 국민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국민 각자가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대중을 이야기하며 음침한 외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들이 지칭하는 ‘대중’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포퓰리즘이란 본질적으로 권력의 가면이다. 이 새로운 양상의 지배자들은 스스로를 ‘대중의 하인’으로 포장하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가상의 존재를 불러온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을 ‘대중의적’으로 매도할 수도 있게 된다.
포퓰리즘이 처음 등장한 것은 여러 세기 전이었고, 전통적인 권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왕이 스스로를 하인이라고 선언하며 권위를 공고히 한 것인데, 프리드리히 대제의 경우 자신을 “왕국의 첫 번째 하인”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주인들은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하인으로 포장했다.
--- 「마치는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전쟁, 질병, 혼란한 자본주의, 다양한 가치의 충돌…
붕괴의 시대, 철학으로 자유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
지젝은 언제나 그래왔듯 권력자들을 통렬히 비판한다.
독재자들은 강박 신경증 환자와도 같아서 자신이 하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발각되지 않도록, 혹은 중요한 질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사건과 구설수를 만든다.
그들은 무언가를 타파해야 한다며 ‘거세’를 자신의 공적 이미지로 활용하는데,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 뒤에 숨어 정말로 중요한 행정 절차들을 진행시킨다.
지젝은 또한 이 책에서 불평등의 문제도 지적한다. 돈이 많을수록 사회가 빈곤해지는 부의 역설이 생기는 이유는 인간이 더 많이 가질수록 더 큰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은 슈퍼에고의 역설과도 같아서, 사람들은 타인의 명령을 더 많이 따를수록 더 큰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부패 권력은 부를 확대하여 시민을 가난하게 하고, 명령의 범위를 넓혀서 시민을 죄인으로 만든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논쟁인 차별의 문제도 현대 심리학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과도한 쾌락이 그녀들을 앗아갈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지젝은 지적한다.
인종차별도 마찬가지로 타자의 즐거움에 대한 일종의 질투인데, 타자가 우리 삶의 일부 즐거움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철학과 사회학,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우리 사회의 현상들을 분석하는 지젝답게 영화 〈매트릭스〉를 이야기하며 묻는다. 당신은 매트릭스의 살아있는 배터리로 계속 머물 것인가?
그는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진정한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그러했듯 아이러니하게도 각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아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말초적인 욕망 대신 자유의 객관적인 도구가 되어야 한다.
혁명도 마찬가지다.
혁명을 주도하는 운명적인 주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각자가 스스로 혁명 주체이자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인문, 사회, 예술, 대중문화를 오가는 지식의 향연
자유는 때로 먼 길을 우회하기도 한다. 지젝은 러시아 군인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건네던 우크라이나 할머니를 예로 든다.
“이 씨앗을 받아서 주머니에 넣어둬. 네가 만일 우리 땅에 쓰러진다면 그 자리에 해바라기가 자랄 테니까.
” 그녀의 행위는 군인의 사후 구원을 위한 것이었다. 해바라기가 피어난다는 것은 군인이 자행한 폭력에 대한 속죄이자, 그 꽃이 지역 생태계로 받아들여지는 관용이다.
결국 자유란 이미 결정된 것을 알면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지젝은 파멸할 것을 알면서도 발할라 성으로 입성하는 바그너의 오페라 〈라인의 황금〉 속 신들의 모습에서 자유의 일면을 본다.
그것은 새로운 주인의 위치를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모습이다. 자유와 죽음, 멸망을 오가는 이 논리가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지젝의 문장은 칸트와 헤겔은 물론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해체주의 등의 토대 위에 얹혀있기 때문에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철학과 영화와 예술을 넘나들며 전개되는 지식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2072215>
'52.동양철학의 이해 (독서>책소개) > 8.쉬운철학사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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