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정치의 이해 (독서>책소개)/9.정치외교학일반

제국 없는 제국주의 시대 (2025) - 다가온 탈제국의 조류, 한국호의 방향타는 어디로?

동방박사님 2025. 3. 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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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앵글로색슨제국의 통치술을 알아야 트럼프가 보인다
급변하는 국제질서의 소용돌이 속 한국의 ‘제국맹’은 위험하다

예견은 됐던 ‘거래주의’니 ‘관세 전쟁’이니 하는 걱정에서부터 그린란드?파나마운하에 대한 무력 불사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수 운운하는 놀라움에 이르기까지, 갓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가 연일 국제사회를 들썩여놓는 가운데 미국의 “제국주의 회귀”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트럼프 이전의 미국이 제국이 아니라는 판단을 전제하고 있다. 

한데 과연 그런가? 오늘의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이른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O)’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이런저런 명분의 포장 없이는 하기 어려웠던 행동을 이제는 솔직한(?) 트럼프가 등장해 초제국(Ultra-empire)의 민낯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미국의 모습에 대해 (제국 유지를 위해 감수했던 손실이나 비효율적 군사개입 등은 최대한 줄이고 대신 제국의 후퇴는 최대한 늦추는) 일종의 앵글로색슨제국 구조조정 현상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말하자면 세계의 경찰 노릇 그만하고 미국 우선주의로 살겠다는 트럼프의 선언은 탈제국의 흐름 위에 있다기보다는 초제국의 전략적 후퇴(필요에 의한 일시적 구조조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러면 당장 ‘미국이 어째서 제국이냐’는 반박부터 맞닥뜨리게 된다.

 저자가 책의 머리말에서부터 굳이 강조했어야 할 만큼, 한국 땅에서 ‘제국주의’를 말하기란 수많은 편견과 무지의 벽을 뚫어내야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제국/제국주의’란 그저 역사책에 나오는 옛이야기이거나 ‘미제(美帝)’ 운운하는 비정상국가 북한 정도나 입에 올리는 시대착오적 용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앵글로색슨제국의 운전석을 꿰차게 된 초제국 미국에게 한국은 호부호형도 못하는 홍길동인 셈이다. 

제국을 제국으로 부르지도 알아보지도 못하는 이런 ‘제국맹(盲)’이 국제질서의 격랑 속 한국호를 얼마나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지를, 나아가 어떤 조류에 올라타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를 밝혀보려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목차
머리말 / ‘제국주의’라는 연구 테마의 덫

제1장 국제질서 뒤집어보기

질문의 힘
지배받는 지배자?
패밀리 혹은 동업자?

제2장 제국주의는 살아 있다

꽃과 잡초
〈헝거게임〉의 통찰
식민지 없는 제국
잠들지 않는 제국

제3장 초-제국 미국의 탄생

앵글로색슨 연합제국
제국을 지배하는 제국
제국 프로젝트, LIO

제4장 제국의 통치술

초대받은 제국
불멸의 심리전
제국의 심장부
병영국가

제5장 탈제국 시대, 한국의 길은?

진단과 처방의 불일치
제국맹
평화 전략
‘돈키호테 한국’을 넘어서

저자 소개
저 : 김성해 
연세대학교를 나온 후, 동부증권에서 투자 업무를 했고, 그때 외환위기를 만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또 해외 언론과 소통을 잘못해서 그런 위기가 왔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첫번째 석사를 하면서 외신의 외환위기 보도를 분석했다. 

공부를 할수록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실은 누구도 몰랐다. 미국은 미국의 관점이 있었고 우리가 그걸 몰랐던 게 문제였다. 

국제정치에 관심을 뒀고 국제정치로 ...

출판사 리뷰
제국의 부재증명? 그리고 가추법

흔히들 식민지 없는 미국이 무슨 제국이냐고 하지만, 이는 착각일 뿐이다. 

과거 미국이 ‘근육질 동생’으로서 영국을 ‘든든한 형님’으로 모시던 시절에 이미 대영제국이 깨닫고 실천했던 자치령(Dominion)에 답이 있다. 

한계에 다다른 식민주의의 막바지에 얻은 간접통치 아이디어는 일본제국조차 종전하기 전 대동아공영권 구상에 반영하고 있었을 정도다. 

그보다 문제는 앵글로색슨 제국주의가 과연 실체가 있느냐라는 질문이다. 

저자는 대영제국이 세계대전을 거치며 불가피하게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는 타협책으로 ‘영원한 제국’의 꿈을 어떻게 연장시켰는지, 또 그것은 결코 존재해본 적이 없는 초제국으로 어떻게 진화해갔는지 그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이에 답한다. 

사실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과 미국은 대서양헌장(1941년)을 통해 제국 없는 세상을 약속했지만, 

이들은 전쟁 전부터 이미 ‘전쟁과 평화 연구’(1939~42년)라는 청사진을 그려 ‘제국 없는 제국주의’ 질서(바로 ‘LIO’의 모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연장선에서 당시 약체 소련은 거인으로 부풀려져 냉전의 대립이 탄생했고, 앵글로색슨제국은 연이어 무법국가-불량국가-악의축 하는 식으로 주적을 끊임없이 ‘개발’해냄으로써 지구상에 크고작은 전쟁들이 멈추지 않았다.

이는 으레 그러리라고 치부하기 쉬운 비판적 성향의 지식인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저자는 유럽과 미국 내 군ㆍ관료ㆍ기자 등 출신과 영역을 망라한 내부고발자들의 사례와 연구 결과들로 그것이 일부의 편견이 아님도 확인시켜준다. 

미 국무부에서 근무하다 베트남 침공을 지켜보게 된 걸 계기로 CIA의 흑역사와 칠레 쿠데타의 실체를 밝히는 데까지 나아가게 된 윌리엄 브룸이나,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을 적극 지지했던 반공주의자로서 12살 소녀 윤간 사건을 조사하러 오키나와를 방문하면서 방대한 미군기지의 존재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라는 문제제기를 하게 된 중국ㆍ일본 전문가 챌머스 존스 등등. 하지만 촘스키의 연구나 스노든의 폭로 정도는 좀 알려져 있을 뿐, 왜 이런 목소리들은 잘 들리지 않는 걸까? 

왜 그간 앵글로색슨 제국주의는 제대로 주목되지 못한 걸까? 전세계를 관리하는 초제국만이 가능한 통치술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오커스나 파이브 아이즈 같은 정보ㆍ군사동맹으로 연합세력을 구축하고 그 막대한 지식ㆍ정보 권력으로 미디어와 심리전을 통해 자발적 협력을 유도해내는 등 감시제국의 시스템이 그 실체를 제대로 인지하기가 어렵게 만든다. 

저자가 이를 증명하는 데 가추법(假推法, 맞춤한 가설로써 해당 명제의 타당성을 확인해가는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을 동원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신냉전이냐 탈제국이냐, 우리의 선택지는?

사실 제국 없는 제국주의 시대를 사는 가장 큰 희생자는 과거 식민지 국가들이다. 

세상은 바뀌었다지만, 식민 모국과 신생 독립국 사이의 부당한 종속관계는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 

이렇게 제국주의의 본질은 외양만 바뀐 채 그대로 이어지는 상황인데, 너무나 익숙해서 자연스러우며 합리적이고 타당하게만 보이는 LIO가 그런 부당한 현실을 가리거나 조장해왔다는 사실이 점차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 시작했다

. 브릭스 국가들을 비롯해 글로벌 사우스 등으로부터 LIO로 지탱되어온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다극체제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탈제국의 움직임이 힘을 받게 된 것이다.

이데올로기란 어느 입장에 서서 보느냐에 따라 그 실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늘의 국제사회의 본질을 미ㆍ중 갈등을 뼈대로 하는 ‘신냉전’의 관점에서 보느냐, 초제국 진영과 이를 깨려는 진영 간의 대립이라는 ‘탈제국’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미국은 ‘필수불가결한 강대국’으로도 ‘일방주의적 제국’으로도 보인다. 

그중 어느 계기판에 맞춰 한국호의 방향타를 조정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두 진영의 줄다리기 속에 한국은 양쪽 모두로부터 견인받고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국제사회가 탈제국이란 시대정신의 조류를 타고 나아가는데 한국은 제국맹에 빠져 앵글로색슨 제국의 호위무사가 되는 길로 잘못 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집필을 시작했고, 

그런 진단의 근거를 이 책 한 권에 담았다.(따라서 한미동맹만 고집하는 건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어리석음이 될 뿐이란 점에서 『벌거벗은 한미동맹』이란 책도 펴낸 바 있다.) 

국제 정세에 눈이 어두웠던 구한말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시점임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책이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2559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