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동양철학의 이해 (독서>책소개)/2.한국철학사상

최시형의 철학 : 표현과 개벽

동방박사님 2021. 12. 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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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최시형의 사상을 이해하고 그 역사적 의미를 논하고자 한다. 그리고 최시형의 사상이 갖는 현대적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최시형 사상의 특징을 이돈화의 철학적 해설과 그 이후의 동학 연구와 관련시켜 알아보고 있다. 2부에서는 최시형의 가르침을 모아놓은 ‘해월신사법설’ 37편 전문을 실었다. 지금까지 동학사상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철학을 전공하는 연구자와 학생들, 우리 사상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해준다.

목차

시리즈를 펴내며
머리말

1 최시형의 '표현'과 '개벽'의 세계상
1. 시대와 사상의 특징
2. 두 가지 방법과 능동적 신비주의
3. 경험과 표현(表顯)
4. 세계 불안과 자기 인식[自己知]
5. 개방성과 연대성
6. 때(詩)와 개벽(開闢)
7. 심령의 윤리와 영적 코뮤니즘
8. 표현의 정치학

2 해월신사법설(海月神師法說)
一. 천지이기(天地理氣)
二. 천지부모(天地父母)
三. 도결(道訣)
四. 천지인ㆍ귀신ㆍ음양(天地人ㆍ鬼神ㆍ陰陽)
五. 허(虛)와 실(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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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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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十三 포덕(布德)
三十四 오도지운(吾道之運)
三十五 강서(降書)
三十六 강시(降詩)
三十七 기타(其他)

연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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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이규성
1971년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여 동양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에서 1989년까지 영남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그 후 현재까지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내재의 철학: 황종희』(1994),『생성의 철학: 왕선산』(2001), 논문으로는「朱子의 한계를 통해 본 戴震의 비판적 철학」(1982),「李大釗의 형이상학과 정치의식」(1990),「康有爲의 세계의식과 이상사회」(...
 

출판사 리뷰

근현대 백년간 한국 현대철학의 끊어진 맥을 잇다!

이제까지 한국에서의 철학 연구는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어 주로 강대국(중국ㆍ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의 사상들 가운데 주류로 알려진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한국에서 동양과 서양을 분명하게 분리하는 태도는 20세기 초 일본의 동양통합론에 의해 더욱 확산되고 습관화되었다. 이 때문에 전 인류의 지혜를 참조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보편적이면서도 주체적인 연구 태도는 희석되고, 전공별로 나누어진 좁은 테두리 안에 갇히게 되었다. 서양철학의 연구는 본국에서 제기된 문제와 해답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거나 모방하여 한국의 현실에 적용하는 수동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러한 실정에서 서양철학 문헌들에 대한 사상적 연구는, 번역과 개괄적 소개 논문의 수는 증가하였으나, 그 창의성에서는 해방 전후의 수준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철학 교육의 차원에서도 연구 대상에 대한 주체적이고도 비평적인 설명과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시적 유행 사조로서 혹은 임의적으로 선택된 전공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교육의 현장에서 교육되어 왔다.

동양철학으로 분류되어 왔던 동아시아 사상도 철학과마다 한두 명의 연구자를 두고는 있지만 근대 이전의 전통 사상에 대한 연구와 소개에 머물러 있다. 아시아 철학의 연구 또한 전통의 권위에 기대는 수동적 연구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일본과 중국의 선행 연구 방법에 거의 의존하는 예속적 여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현대의 상황이 던지는 문제에 대응하거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고 피력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했다. 이 빈 공간은 현대 서양철학이 자신의 전제에 대한 깊은 음미 없이 자신을 선전할 수 있는 무대가 되었다.

한국 사상계의 이러한 타성적 관행은 최근의 관제화되고 수량화된 시장주의적 강제에 의해 인식조차 되지 못했다. 대학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양성하고, 학술보다는 기업 이윤에 한눈 팔 때, 한국의 청년들의 영혼은 머리 둘 곳이 없다. 또한 창조적 문제 제기와 문제 자체에 대한 분석 및 자발적 해결의 의지에 기초하지 못하는 연구 풍토는 자유로운 연구자 간의 의사소통의 부재로 더욱 촉진되었다. 연구 공간의 시장화와 이에 따른 인간관계의 외면화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연구자들 자신이 속한 역사적이고도 현실적인 조건에 대한 학술적이고도 사상적인 반성과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이 시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근 백년간의 한국의 현대사상사적 흐름에 대한 주체적 관심의 결여로 철학은 자신들이 어떤 문제를 역사적으로 부여받고 있는지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무자각적 철학은 단지 자신들의 철학을 진공 상태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것처럼 무반성적으로 외우며 가르치는 철학 청부업일 따름인 것이다.

그동안 비주류이자 비체계적인 가치관으로 치부되어 왔던 근 백년간의 한국 사상사를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하여 발간하는 것은 한국 사상계의 난국을 타개하는 데에 하나의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출발은 근현대 한국 철학에 대한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하여 지금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발전시키고 타당성이 의문시되는 관념들은 유보하거나 비판함으로써 재사유와 반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먼저 일차적으로 간단한 자료집을 해설 논문을 첨부하여 발간하고자 한다. 그리고 차후로 한국 현대철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논문과 연구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씨알학회, 근현대 한국사상사 연구모임 일동

동학사상은 조선 후기, 대외적으로는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탈의 위험에 포위되고, 대내적으로는 정치 경제적 혼란으로 사회적 위기감이 극도에 달하던 시기에 경주 사람 최제우에 의해 창도되었다. 새로운 정치제도와 새로운 세계관이 절실하게 요구되던 역사적 상황에서 수운 최제우는 백성의 생활을 구제하는 구세의식(救世意識)을 자신의 책임으로 각성하게 되고, 수년간의 명상 수련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東學]인 무극대도를 깨닫는다. 무극대도는 우주의 존재와 생성을 가능하게 하고, 우주에 내재하는 신성한 생명의 원리를 말하는 것으로 모든 개체들은 이 원리에 의해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조화와 평등한 연대 속에서 존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최제우의 대각의 시점은 우주와 인간이 화해하고 인간과 인간의 원한이 종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후천개벽’의 역사적 시점인 것이다. 최시형은 최제우의 무극대도를 생의 근거로 인식하고 새로운 미래를 살게 하는 회복의 원천, 즉 신성한 생명 원리로 받아들인다. 1864년 수운 최제우가 ‘사도난정(邪道亂政)’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이후, 최시형은 조선이 멸망으로 가는 시기와 동학의 후천개벽이 출발하는 바로 그 시기에 동학을 조직적으로 포교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결국 민중 반란의 흐름을 만나 동학의 조직은 혁명조직으로 전환되고, 최시형은 그 주모자가 되어 처형당한다. 그의 사상은 그 시대 상황 속에서 화해와 공경을 근본으로 하는 만유와의 우주적 연대 정신을 파괴하는 봉건세력과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항거의 원리로 자연스럽게 전환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최시형의 사상을 이해하고 그 역사적 의미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시형의 사상이 갖는 현대적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최시형 사상의 특징을 이돈화의 철학적 해설과 그 이후의 동학 연구와 관련시켜 알아보고 있다. 2부에서는 최시형의 가르침을 모아놓은 ‘해월신사법설’ 37편 전문을 실었다. 지금까지 동학사상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철학을 전공하는 연구자와 학생들, 우리 사상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