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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은 영업사원,
30년 만에 ‘마침내’ 미술관을 열다.
매출 3,000억 원이 넘는 유니온약품의 회장이자 이 책의 저자 유병광은 과거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동네 의원에서 쪼그려 앉아 있던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는 결국 사직서를 들고 상사를 찾아갔지만, 자신을 믿어주며 한 번 더 기회를 준 상사의 든든한 신뢰를 등에 업고 이후 회사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영업사원으로 성장한다. 이처럼 성공한 제약회사의 회장이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적이 오를수록 심성이 메말라가는 자신을 경계하게 된 그는, 선배들의 권유로 한 달치 월급을 털어 금추 이남호 화백의 〈도석화〉를 산다. 그가 구입한 첫 미술작품이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돈을 단지 생활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다가 비로소 미래의 가치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 관점의 변화는 그의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미술 작품을 통해 마른 일상에서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위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그림은 마치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 작가의 철학,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만나는 여행과도 같았다.
그림을 연모하면서부터 그는 급기야 직접 미술관을 짓기로 결심한다. 모두가 말렸지만, 자신의 마른 일상을 비옥하게 적셔준 그림을 모두와 나누고 싶었다. 마침 경매로 나온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 석파정을 사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어우러져 문화를 나누는 우물과 같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2005년부터 꼬박 7년을 투자해 인왕산 자락에 석파정과 서울미술관을 함께 열게 되었다. 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으기 시작한 영업사원이 30년 만에 드디어 미술관을 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그를 이끈 미술 작품들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미술 작품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300여 점 이상을 거래하면서 축적한 저자의 미술품 수집의 노하우는 보너스다.
30년 만에 ‘마침내’ 미술관을 열다.
매출 3,000억 원이 넘는 유니온약품의 회장이자 이 책의 저자 유병광은 과거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동네 의원에서 쪼그려 앉아 있던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는 결국 사직서를 들고 상사를 찾아갔지만, 자신을 믿어주며 한 번 더 기회를 준 상사의 든든한 신뢰를 등에 업고 이후 회사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영업사원으로 성장한다. 이처럼 성공한 제약회사의 회장이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적이 오를수록 심성이 메말라가는 자신을 경계하게 된 그는, 선배들의 권유로 한 달치 월급을 털어 금추 이남호 화백의 〈도석화〉를 산다. 그가 구입한 첫 미술작품이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돈을 단지 생활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다가 비로소 미래의 가치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 관점의 변화는 그의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미술 작품을 통해 마른 일상에서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위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그림은 마치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 작가의 철학,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만나는 여행과도 같았다.
그림을 연모하면서부터 그는 급기야 직접 미술관을 짓기로 결심한다. 모두가 말렸지만, 자신의 마른 일상을 비옥하게 적셔준 그림을 모두와 나누고 싶었다. 마침 경매로 나온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 석파정을 사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어우러져 문화를 나누는 우물과 같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2005년부터 꼬박 7년을 투자해 인왕산 자락에 석파정과 서울미술관을 함께 열게 되었다. 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으기 시작한 영업사원이 30년 만에 드디어 미술관을 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그를 이끈 미술 작품들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미술 작품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300여 점 이상을 거래하면서 축적한 저자의 미술품 수집의 노하우는 보너스다.
목차
서문 : 토비아스의 우물, 서울미술관
돌의 시간 | 금추 이남호 <도석화>
수집의 本 하나 - 미술품이 아니라 미술가를 사라
함께 오는 기쁨과 슬픔 | 이쾌대 <군상Ⅳ>·피카소 <인물화>
수집의 本 둘 - 남의 말에 귀를 열고 나의 마음에 눈을 떠라
빛나는 존재 | 이중섭 <자화상>
수집의 本 셋 - 미술품의 품질보증서는 자료이다
인생은 점, 예술은 선 | 이중섭 <황소>
수집의 本 넷 - 수집의 기준은 내 안에 있다
위대한 유산, 자기안성 | 신사임당 <초충도>
영원한 아름다움 | 이대원 <사과나무>
수집의 本 다섯 -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라
바라봄과 떠남 사이의 풍경 | 나혜석 <풍경>
수집의 本 여섯 - 바빌론의 부호에게서 배우는 수집의 지혜
사랑의 환희 | 이중섭 <환희>
수집의 本 일곱 - 수집의 기준은 밖에 있다
진짜와 가짜 | 이중섭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
수집의 本 여덟 - 진짜, 가짜? 위작을 구별하는 법
내 그리운 어머니여 | 박수근 <젖 먹이는 여인>
석파정 가는 길 | 김기창 <예수의 생애>
수집의 本 아홉 - 개인의 만족에서 공공의 이익으로
멘토라는 별 | 이인성 <남산병원 수술실>
수집의 本 열 - 미술관을 꿈꾸라
몰임의 농도 | 오치균 <감>
청춘의 로망 | 임직순 <소녀>
부록 | 석파정 & 서울미술관 화보
돌의 시간 | 금추 이남호 <도석화>
수집의 本 하나 - 미술품이 아니라 미술가를 사라
함께 오는 기쁨과 슬픔 | 이쾌대 <군상Ⅳ>·피카소 <인물화>
수집의 本 둘 - 남의 말에 귀를 열고 나의 마음에 눈을 떠라
빛나는 존재 | 이중섭 <자화상>
수집의 本 셋 - 미술품의 품질보증서는 자료이다
인생은 점, 예술은 선 | 이중섭 <황소>
수집의 本 넷 - 수집의 기준은 내 안에 있다
위대한 유산, 자기안성 | 신사임당 <초충도>
영원한 아름다움 | 이대원 <사과나무>
수집의 本 다섯 -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라
바라봄과 떠남 사이의 풍경 | 나혜석 <풍경>
수집의 本 여섯 - 바빌론의 부호에게서 배우는 수집의 지혜
사랑의 환희 | 이중섭 <환희>
수집의 本 일곱 - 수집의 기준은 밖에 있다
진짜와 가짜 | 이중섭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
수집의 本 여덟 - 진짜, 가짜? 위작을 구별하는 법
내 그리운 어머니여 | 박수근 <젖 먹이는 여인>
석파정 가는 길 | 김기창 <예수의 생애>
수집의 本 아홉 - 개인의 만족에서 공공의 이익으로
멘토라는 별 | 이인성 <남산병원 수술실>
수집의 本 열 - 미술관을 꿈꾸라
몰임의 농도 | 오치균 <감>
청춘의 로망 | 임직순 <소녀>
부록 | 석파정 & 서울미술관 화보
책 속으로
중국의 공원이나 광장에 가면 마음을 끌어당기는 익숙한 풍경 하나가 있다. 해가 뉘엿한 오후, 큰 붓에 물을 묻혀 땅바닥에 글씨를 연습하는 어르신의 모습이다. 이것을 땅에 쓰는 서예라 하여 ‘지서(地書, 띠슈)’라고 한다. 금방 마를 바닥에 물로 글씨를 쓰는 어르신. 허나 ‘수필(水筆, 수이비)’을 든 어르신은 팔에 힘을 주어 한 자 한 자 집중해 써내려간다.
몇 글자를 쓰는 정도가 아니라 옛 문헌의 한 장을 모두 쓰는 이도 있다. 이들의 몸과 마음에는 한 번 쓴 글자를 고치거나 지울 수 없어, 틀리면 안 된다는 긴장이나 강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금방 말라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 글자는 이들에게 순간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대부분은 취미로 운동 삼아서 쓰는 거라지만 그 광경을 한참 보고 있노라면, 때로 예술가가 뿜어내는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다. 유한한 우리의 생이 한바탕 축제를 즐기고 사라지는 세계의 한 페이지라면, 오늘 나는 멋진 지서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리라.---p.24
가시밭길에서 내가 가진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순간순간, 나는 공중에서 줄타기를 하는 사람처럼 참으로 외로웠다. 나 하나의 생활을 책임지던 때와 달리, 많은 직원의 생계와 그 가정의 생활을 책임져야 했기에 말 못할 고민과 심적 고충으로 새벽마다 잠에서 깨어 바깥을 서성이는 날들이 이어졌다. 생각해 본다. 물론 예술가와 기업가가 당면하는 현실적 문제와 그 고뇌의 무게는 다를 테지만, 그들 역시 나처럼 외로운 밤을 홀로 깨어있지 않았을까. 예전만 못하겠지, 이제는 퇴물이 되었을 거야, 어디 한 번 잘하나 보자 하는 왜곡된 시선과 의심스러운 눈초리 앞에서 그들은 자신이 건재하고 있음을 처절하게 증명해 보여야 했다. 응원보다 야유를, 칭찬보다 비난을 쏟아내길 좋아하는 우리 같은 대중에게서 다시 한 번 예술가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했을 때, 그들은 예술가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에 처연한 비애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중섭의 <자화상>은 나에게 깨진 거울이다. 지난 나를 돌아보게 하고 앞날의 나를 동시에 바라보게 한다. 그러니 이중섭의 자화상은 나에게 끊임없는 자기 검열의 메아리로 말을 건넨다. 내가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온전히 살아 있음을 스스로 보여 주기 위한 존재의 증명, 그 자체이다. 우리가 모두 삶 속에서 슬픈 자화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우리, 내가 누군가에게 타인으로 존재할 때 더 따스해지자. 아낌없이 위안을 주자. 그가 누구건 더는 외롭게 하지 말자. 그가 나다. 바로 내가 그다.
몇 글자를 쓰는 정도가 아니라 옛 문헌의 한 장을 모두 쓰는 이도 있다. 이들의 몸과 마음에는 한 번 쓴 글자를 고치거나 지울 수 없어, 틀리면 안 된다는 긴장이나 강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금방 말라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 글자는 이들에게 순간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대부분은 취미로 운동 삼아서 쓰는 거라지만 그 광경을 한참 보고 있노라면, 때로 예술가가 뿜어내는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다. 유한한 우리의 생이 한바탕 축제를 즐기고 사라지는 세계의 한 페이지라면, 오늘 나는 멋진 지서를 위해 온 힘을 기울이리라.---p.24
가시밭길에서 내가 가진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순간순간, 나는 공중에서 줄타기를 하는 사람처럼 참으로 외로웠다. 나 하나의 생활을 책임지던 때와 달리, 많은 직원의 생계와 그 가정의 생활을 책임져야 했기에 말 못할 고민과 심적 고충으로 새벽마다 잠에서 깨어 바깥을 서성이는 날들이 이어졌다. 생각해 본다. 물론 예술가와 기업가가 당면하는 현실적 문제와 그 고뇌의 무게는 다를 테지만, 그들 역시 나처럼 외로운 밤을 홀로 깨어있지 않았을까. 예전만 못하겠지, 이제는 퇴물이 되었을 거야, 어디 한 번 잘하나 보자 하는 왜곡된 시선과 의심스러운 눈초리 앞에서 그들은 자신이 건재하고 있음을 처절하게 증명해 보여야 했다. 응원보다 야유를, 칭찬보다 비난을 쏟아내길 좋아하는 우리 같은 대중에게서 다시 한 번 예술가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했을 때, 그들은 예술가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에 처연한 비애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중섭의 <자화상>은 나에게 깨진 거울이다. 지난 나를 돌아보게 하고 앞날의 나를 동시에 바라보게 한다. 그러니 이중섭의 자화상은 나에게 끊임없는 자기 검열의 메아리로 말을 건넨다. 내가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온전히 살아 있음을 스스로 보여 주기 위한 존재의 증명, 그 자체이다. 우리가 모두 삶 속에서 슬픈 자화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우리, 내가 누군가에게 타인으로 존재할 때 더 따스해지자. 아낌없이 위안을 주자. 그가 누구건 더는 외롭게 하지 말자. 그가 나다. 바로 내가 그다.
---p.57
출판사 리뷰
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은 영업사원,
30년 만에 ‘마침내’ 미술관을 열다.
토비아스의 우물을 파다: 석파정과 서울미술관
그림을 연모하면서부터 그는 미술관을 짓고 싶어졌다. 모두가 말렸지만, 자신의 마른 일상을 비옥하게 적셔준 그림을 모두와 나누고 싶었다. 죄 지은 하인에게도 물은 공평히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 ‘토비아스의 우물’처럼 어느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
이런 꿈이 무르익을 즈음, 그는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 석파정이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도가 김흥근과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쓰였던 석파정이 주인을 잃고 빛이 바래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근현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우리 문화재를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석파정을 사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어우러져 문화를 나누는 우물과 같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2005년부터 꼬박 7년을 투자해 인왕산 자락에 석파정과 서울미술관을 함께 열게 된 것이다. 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으기 시작한 영업사원이 30년 만에 드디어 미술관을 열었다. 모두가 와서 목을 축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우물을 판 것이다.
내성적인 영업사원의 성공 신화
그는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동네 의원에서 쪼그려 앉아 있던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에게 영업은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는지 모른다. 보다 못한 의사가 그를 불러들여 타박하며 주문을 넣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얼마 후 사직서를 들고 상사를 찾아갔다.
“나는 자네를 호랑이 새끼로 봤네. 어려울수록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했는데, 내가 잘못 본 건가? 호랑이는 제 새끼를 언덕에 떨어뜨려 살아 올라오는 놈한테만 젖을 물리지 않나. 나는 자네가 힘을 내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네. 회사를 나가려거든 1등을 한 번 하고 나가게. 그때 나간다고 하면 잡지 않겠네.”
이후 그는 상사의 든든한 신뢰를 등에 업고 회사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영업사원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를 차리기 위해 그만둘 때까지 최고 영업사원의 자리를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는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을 만회하기 위해 작은 선물을 들고 고객을 자주 찾고, 어수룩하지만 진지한 자세로 영업에 임한 결과였다.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이 성공 신화는 현재 매출 3,000억 원이 넘는 유니온약품의 회장이자 이 책의 저자, 유병광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상사의 신뢰를 등에 업고 진지한 자세로 일한다고 해서 그이처럼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한 달치 월급과 바꾼 그림 한 장
그는 실적이 오르면 오를수록 심성이 메말라 가는 자신을 경계했다. 돈과 사람에 잠식당하는 정신을 보호하는 것도 영업의 일부라는 조언을 깊이 새긴 덕분이다. 그는 선배들의 권유로 한 달치 월급을 털어 금추 이남호 화백의 <도석화>를 산다. 이 일을 계기로 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같은 금액이라도 술을 마시는 돈과 그림 한 점을 사는 돈은 다르다. 돈을 생활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다가 다른 차원에서 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림을 사 모으면서 미래의 가치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눈을 뜬 것이다.
돈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그의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미술 작품을 통해, 물기 없이 바싹 마른 일상에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위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미술품 수집은 작품 속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 작가의 철학,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만나는 여행이었다. 그가 미술품을 대하면서 사람에 대한 사랑, 생명과 자연에 대한 존경, 창조에 대한 이해를 교육받지 않았다면, 아마 오늘날 그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그를 이끈 미술 작품들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미술 작품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300여 점 이상을 거래하면서 축적한 저자의 미술품 수집의 노하우는 보너스다.
30년 만에 ‘마침내’ 미술관을 열다.
토비아스의 우물을 파다: 석파정과 서울미술관
그림을 연모하면서부터 그는 미술관을 짓고 싶어졌다. 모두가 말렸지만, 자신의 마른 일상을 비옥하게 적셔준 그림을 모두와 나누고 싶었다. 죄 지은 하인에게도 물은 공평히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 ‘토비아스의 우물’처럼 어느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
이런 꿈이 무르익을 즈음, 그는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 석파정이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도가 김흥근과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쓰였던 석파정이 주인을 잃고 빛이 바래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근현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우리 문화재를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석파정을 사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어우러져 문화를 나누는 우물과 같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2005년부터 꼬박 7년을 투자해 인왕산 자락에 석파정과 서울미술관을 함께 열게 된 것이다. 마음 수양을 위해 그림을 한 점 한 점 사 모으기 시작한 영업사원이 30년 만에 드디어 미술관을 열었다. 모두가 와서 목을 축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우물을 판 것이다.
내성적인 영업사원의 성공 신화
그는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고 동네 의원에서 쪼그려 앉아 있던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에게 영업은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는지 모른다. 보다 못한 의사가 그를 불러들여 타박하며 주문을 넣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얼마 후 사직서를 들고 상사를 찾아갔다.
“나는 자네를 호랑이 새끼로 봤네. 어려울수록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했는데, 내가 잘못 본 건가? 호랑이는 제 새끼를 언덕에 떨어뜨려 살아 올라오는 놈한테만 젖을 물리지 않나. 나는 자네가 힘을 내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네. 회사를 나가려거든 1등을 한 번 하고 나가게. 그때 나간다고 하면 잡지 않겠네.”
이후 그는 상사의 든든한 신뢰를 등에 업고 회사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영업사원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를 차리기 위해 그만둘 때까지 최고 영업사원의 자리를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는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을 만회하기 위해 작은 선물을 들고 고객을 자주 찾고, 어수룩하지만 진지한 자세로 영업에 임한 결과였다.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이 성공 신화는 현재 매출 3,000억 원이 넘는 유니온약품의 회장이자 이 책의 저자, 유병광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상사의 신뢰를 등에 업고 진지한 자세로 일한다고 해서 그이처럼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한 달치 월급과 바꾼 그림 한 장
그는 실적이 오르면 오를수록 심성이 메말라 가는 자신을 경계했다. 돈과 사람에 잠식당하는 정신을 보호하는 것도 영업의 일부라는 조언을 깊이 새긴 덕분이다. 그는 선배들의 권유로 한 달치 월급을 털어 금추 이남호 화백의 <도석화>를 산다. 이 일을 계기로 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같은 금액이라도 술을 마시는 돈과 그림 한 점을 사는 돈은 다르다. 돈을 생활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다가 다른 차원에서 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림을 사 모으면서 미래의 가치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눈을 뜬 것이다.
돈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그의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미술 작품을 통해, 물기 없이 바싹 마른 일상에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주위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미술품 수집은 작품 속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길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 작가의 철학,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만나는 여행이었다. 그가 미술품을 대하면서 사람에 대한 사랑, 생명과 자연에 대한 존경, 창조에 대한 이해를 교육받지 않았다면, 아마 오늘날 그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그를 이끈 미술 작품들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미술 작품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300여 점 이상을 거래하면서 축적한 저자의 미술품 수집의 노하우는 보너스다.
추천평
미술 컬렉터가 직접 미술관을 지어 대중과 예술을 공유하겠다고 나섰다. 그런 안병광 회장의 실천력에 누구보다 크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왜 미술관을 짓고자 했는지, 안병광 회장의 뜻을 충분히 공감하여 읽을 수 있었다.
최불암 (탤런트)
최불암 (탤런트)
안병광 회장이 펴낸 이 책은 단순한 개인의 인생 회고록이 아니다. 기부와 후원을 아끼지 않는 그의 삶과 더불어 서울미술관을 통해 사람들의 감성을 어루만지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담겨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문화와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성찰이 담겨 있기에 그를 알든 모르든 이 책은 그 자체로 가치가 높다.
박영관 (부천 세종병원 회장)
박영관 (부천 세종병원 회장)
문화유산인 석파정을 복원하고 일반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든 것에 큰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진정한 미술 애호가로서 마침내 미술관을 연 안병광 회장님의 열정과 추진력에 놀랍고 그 과정을 이야기하듯 진솔하게 쓴 글이 정겹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정치나 행정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문화는 해결할 수 있다.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석파정을 복원하고 아울러 서울미술관을 개관한 안병광 회장이 문화 백년대계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꿈과 소망 그리고 목표의식의 메시지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도 전해지길 희망한다.
박준영 (을지대학교 총장)
박준영 (을지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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