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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자본주의와 분단체제의 일대 전환을 위해
촛불혁명과 개벽사상의 주인들이 걸어갈 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신간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1990년대 이후 20여년간 천착해온 ‘이중과제론’을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단독저서다. 사회비평서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펴낸 『2013년체제 만들기』 이후로 9년 만인데, 『2013년체제 만들기』가 선거를 앞두고 현실정치를 직접 거론하는 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반도 현실과 분단체제에 대한 큰 틀의 문제의식에 바탕을 둔 사회담론서로는 10여년 만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사이 우리 사회는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박근혜정부의 탄생과 몰락, 그 몰락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세월호참사와 촛불대항쟁,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정부의 등장과 전에 없던 남?북?미 대화의 실현, 코로나 팬데믹 등이 지난 10년을 빼곡히 채웠다. 그중에서도 2016~17년의 촛불대항쟁은 그 모든 변혁의 소원들이 분출한 현장이자 이후의 변화를 이끌어간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촛불대항쟁 이후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새로운 차원에 달했으며, 특히 그전까지 사회를 움직이고 때론 멈춰 세웠던 힘들은 변화와 퇴장의 압력을 받고 있다.
저자 백낙청 선생은 근대 문명을 성찰하는 ‘이중과제론’과 한반도 현실을 분석하는 ‘분단체제론’의 관점에서 촛불대항쟁 전후 우리 사회를 바라본다. 아울러 촛불대항쟁이 일회성 항쟁이 아니고 세상과 나라를 크게 바꾸는 촛불혁명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낸다.
촛불혁명과 개벽사상의 주인들이 걸어갈 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신간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1990년대 이후 20여년간 천착해온 ‘이중과제론’을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단독저서다. 사회비평서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펴낸 『2013년체제 만들기』 이후로 9년 만인데, 『2013년체제 만들기』가 선거를 앞두고 현실정치를 직접 거론하는 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반도 현실과 분단체제에 대한 큰 틀의 문제의식에 바탕을 둔 사회담론서로는 10여년 만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사이 우리 사회는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박근혜정부의 탄생과 몰락, 그 몰락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세월호참사와 촛불대항쟁,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정부의 등장과 전에 없던 남?북?미 대화의 실현, 코로나 팬데믹 등이 지난 10년을 빼곡히 채웠다. 그중에서도 2016~17년의 촛불대항쟁은 그 모든 변혁의 소원들이 분출한 현장이자 이후의 변화를 이끌어간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촛불대항쟁 이후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새로운 차원에 달했으며, 특히 그전까지 사회를 움직이고 때론 멈춰 세웠던 힘들은 변화와 퇴장의 압력을 받고 있다.
저자 백낙청 선생은 근대 문명을 성찰하는 ‘이중과제론’과 한반도 현실을 분석하는 ‘분단체제론’의 관점에서 촛불대항쟁 전후 우리 사회를 바라본다. 아울러 촛불대항쟁이 일회성 항쟁이 아니고 세상과 나라를 크게 바꾸는 촛불혁명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낸다.
목차
책머리에
서장 촛불혁명과 개벽세상의 주인노릇을 위해
제1부
1장 근대, 적응과 극복의 이중과제
2장 3.1과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제2부
3장 한반도에서의 식민성 문제와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
4장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와 녹색담론: ‘이중과제론’에 대한 김종철씨의 비판을 읽고
5장 고(故) 김종철과 나
6장 동아시아공동체 구상과 한반도: 일본의 한국병탄 100주년을 맞아
7장 국가주의 극복과 한반도에서의 국가개조 작업: 동아시아 담론의 현실성과 보편성을 높이기 위해
8장 2013년체제와 변혁적 중도주의
제3부
9장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 2013년체제론 이후
10장 ‘촛불’의 새세상 만들기와 남북관계
11장 시민참여형 통일운동과 한반도 평화
12장 어떤 남북연합을 만들 것인가: 촛불혁명 시대의 한반도
13장 기후위기와 근대의 이중과제 대화 「기후위기와 체제전환」을 읽고
제4부 단평 모둠
1. 온전한 나라 만드는 중
2. 거버넌스에 관하여
3. 6.15시대는 계속됩니다
4. 2010년의 시련을 딛고 상식과 교양의 회복을
5. ‘김정일 이후’와 2013년체제
6. ‘희망2013’을 찾아서
7. 사회통합,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8. 광복 70주년, 다시 해방의 꿈을
9. 신종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면
10. 편안한 마음으로 투표합시다
11. ‘내란’을 당하고도 국민은 담대하고 슬기로운데
12. 새해에도 가만있지 맙시다
13. ‘촛불’이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낼까
14. 촛불혁명과 촛불정부
15. 하늘을 본 뒤에 무엇을 할까
16. 촛불혁명이라는 화두
17. 다산학과 ‘근대’ 담론
18. 세상의 민낯을 본 뒤에 무엇을 할까
찾아보기
수록문 출처
서장 촛불혁명과 개벽세상의 주인노릇을 위해
제1부
1장 근대, 적응과 극복의 이중과제
2장 3.1과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제2부
3장 한반도에서의 식민성 문제와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
4장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와 녹색담론: ‘이중과제론’에 대한 김종철씨의 비판을 읽고
5장 고(故) 김종철과 나
6장 동아시아공동체 구상과 한반도: 일본의 한국병탄 100주년을 맞아
7장 국가주의 극복과 한반도에서의 국가개조 작업: 동아시아 담론의 현실성과 보편성을 높이기 위해
8장 2013년체제와 변혁적 중도주의
제3부
9장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 2013년체제론 이후
10장 ‘촛불’의 새세상 만들기와 남북관계
11장 시민참여형 통일운동과 한반도 평화
12장 어떤 남북연합을 만들 것인가: 촛불혁명 시대의 한반도
13장 기후위기와 근대의 이중과제 대화 「기후위기와 체제전환」을 읽고
제4부 단평 모둠
1. 온전한 나라 만드는 중
2. 거버넌스에 관하여
3. 6.15시대는 계속됩니다
4. 2010년의 시련을 딛고 상식과 교양의 회복을
5. ‘김정일 이후’와 2013년체제
6. ‘희망2013’을 찾아서
7. 사회통합,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8. 광복 70주년, 다시 해방의 꿈을
9. 신종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면
10. 편안한 마음으로 투표합시다
11. ‘내란’을 당하고도 국민은 담대하고 슬기로운데
12. 새해에도 가만있지 맙시다
13. ‘촛불’이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낼까
14. 촛불혁명과 촛불정부
15. 하늘을 본 뒤에 무엇을 할까
16. 촛불혁명이라는 화두
17. 다산학과 ‘근대’ 담론
18. 세상의 민낯을 본 뒤에 무엇을 할까
찾아보기
수록문 출처
출판사 리뷰
적응하는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근대의 이중과제
1부에는 책의 제목을 이루는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를 개괄하는 글 두편이 실렸다. 1장 「근대, 적응과 극복의 이중과제」에서 저자는 근대에 성취함직한 특성뿐 아니라 식민지 수탈, 노동착취, 환경파괴 등 바람직하지 않은 특성들도 있음에 주목하고 ‘성취’ 일변도를 지양하는 ‘적응’의 필요성을 말한다. 또한 이러한 적응 노력은 극복의 노력과 일치함으로써만 실효를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근대의 적응과 극복이 두가지 과제의 병행이 아니라 ‘이중적인 단일 기획’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2장 「3·1과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에서는 동학운동과 농민전쟁을 거쳤기에 3·1의 대규모 민중운동이 가능했고, 동학의 개벽사상이 있었기에 민주공화주의로의 전환과 새로운 인류문명에 대한 구상이 한결 수월했음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개항 이전부터 준비해온 한반도의 이중과제 수행이 3·1에서 드디어 본격화되었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3·1의 염원이던 ‘대한독립’, 곧 단일형 국민국가(unitary nation-state)의 수립은 분단체제가 성립된 이후에는 그대로 실현하기 어려워졌는데, 촛불혁명이 꿈꾸는 새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낡은 관념일 수 있음을 지적하며 한반도 통일에 대해 새로운 상상력의 필요성을 말한다.
2부는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를 주제로 묶은 글들의 시간상 전반부에 해당한다. 2부에 ‘2013년체제론’으로 현실 정치 참여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시도한 이중과제론적 탐색을 실었다면, 후반부인 3부에는 세월호참사와 촛불혁명으로 한국사회가 격동했던 기간에 ‘가만있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벌인 담론적 고투를 담고 있다.
3장 「한반도에서의 식민성 문제와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에 따르면 분단체제 개념은 ‘근대성의 이면’으로서 식민성의 문제를 전혀 다른 견지에서 보게 한다. 분단체제는 식민성 특유의 인종/종족차별주의를 동일민족 사이에서 재생산함으로써 상대방 사람들을 단순한 대항자나 적을 넘어 악마적 존재로 만드는데, 이는 분단체제하에서 민주주의라든가 외세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성취하는 데 원천적인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드러내준다.
4장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와 녹색담론」은 이중과제론에 대한 김종철(金鍾哲)의 비판에 대한 답변 성격의 글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틀에 ‘적응’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한 ‘적당한 경제성장’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 특정 상황에서 특정 주체가 ‘극복을 위한 생존 내지 적응’을 위해 도모하는 ‘방어적인 경쟁력 노선’이 과연 그 목적에 비추어 적당한지는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판단할 일이라고 답한다. 이어지는 5장 「고(故) 김종철과 나」에서는 김종철의 사상적 궤적을 일별하고 그의 논지를 소개하는 한편 세상을 떠난 그를 추모한다.
6장 「동아시아공동체 구상과 한반도」는 국경선과 일치하지 않으면서 유동적인 경계를 갖는 동아시아 고유의 지역연대 형성과 한반도 국가연합 구상을 연결 짓는다. 7장 「국가주의 극복과 한반도에서의 국가개조 작업」에서는 항구적인 분단도 아니고 조속한 통일도 아닌 점진적 국가개조 방안에 대한 원칙적 합의로서 6·15공동선언과 ‘낮은 단계의 연합’ 실현 전망을 논한다. 2012년 총선 이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쓴 8장 「2013년체제와 변혁적 중도주의」는 사회 변화를 이끌 기준으로 ‘변혁적 중도주의’를 제시하며, 우리가 속한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는 삼독심(탐貪·진瞋·치癡)이 체제운영의 원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통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촛불 이후, 우리는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사건의 최대 교훈은 제때에 전환을 이루지 못할 경우 나라가 어떤 혼란과 난경에 빠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9장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에서 저자는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가 시대가 요구받는 큰 전환을 이룩하기 위해 어떻게 적공(積功)할지를 검토한다. 특히 우리의 적공·전환 과정에서 분단체제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 작업이 핵심적이며, 지금 이곳의 우리에게 주어진 복잡다기한 과제를 시간대와 공간규모에 따라 식별하면서도 결합하는 작업이 오히려 순리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10장 「‘촛불’의 새세상 만들기와 남북관계」에서는 촛불이 요구하는 새세상에 걸맞은 경제·사회 패러다임을 만드는 작업은 독재정치와 경제성장을 결합한 박정희식 개발이 여전히 위력을 지닌 87년체제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촛불혁명을 “헌법이 안 지켜지던 나라를 헌법이 지켜지는 나라로 바꾸는 한층 본질적인 혁명”으로 볼 때, 대한민국에는 공포된 성문헌법 이외에 일종의 이면(裏面)헌법이 존재해왔음을, 즉 성문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온갖 권리들도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제약되어왔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27판문점선언과 6·12싱가포르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은 거의 불가역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보는 저자는 11장 「시민참여형 통일운동과 한반도 평화」에서 시민참여형 통일의 제1단계로서의 남북연합을 강조한다. 촛불혁명은 최근의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관계 전환의 물꼬를 튼 동력이기도 하지만, 한반도의 점진적·단계적·창의적 재통합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는 혁명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지는
12장 「어떤 남북연합을 만들 것인가」에서는 ‘사실상의 남북연합’이 건설 중이지만, 남북 당국은 물론 ‘제3의 당사자’인 남한의 시민사회조차 아직껏 ‘1단계 통일’로서의 남북연합이 갖는 현실적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13장 「기후위기와 근대의 이중과제」에서는 기존에 제시되었던 ‘적당한 성장’ 내지 ‘방어적·수세적 성장’ 개념이 탈성장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전략임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경제성장 문제를 반체제운동 전략 차원으로 바꾸는 ‘경제에 대한 관념의 전환’을 이룩하려는 일에 다름아니라고 역설한다.
제4부 ‘단평 모둠’은 저자가 해마다 써온 ‘신년칼럼’을 위주로 그동안 책으로 엮지 않은 시국 평을 주로 모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저지한 2004년의 촛불시위 이래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드러내는 일정한 서사를 이루고 있는데다 비교적 부담없이 읽히는 짧은 글들이라 1~3부의 시대적 배경을 일별하고 출발하고 싶은 독자의 ‘미리보기’로 이용될 수도 있고, 본론을 접한 뒤에 일종의 복습용으로 삼아도 좋은 글들이다.
촛불대항쟁 5년을 맞는 지금, 항쟁은 ‘혁명’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지금 시점에 제기되는 이런 의문에 대한 저자 백낙청의 답이기도 하다. 저자는 촛불혁명이 단지 ‘민주당정부’나 ‘민주정부’의 수립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것, 오로지 촛불혁명과 개벽세상의 주인들이 할 법한 공부와 실천을 통해 부단히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혁명을 이어가야 함을 힘주어 말한다. 거기엔 세상의 모든 혁명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명한 판단뿐 아니라, 지난 150년간 면면이 이어온 한반도 변혁의 바람(願)들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믿음 역시 담겨 있다. 다시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새로운 ‘촛불정부’를 만드는 일에 고심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읽기를 제안한다.
1부에는 책의 제목을 이루는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를 개괄하는 글 두편이 실렸다. 1장 「근대, 적응과 극복의 이중과제」에서 저자는 근대에 성취함직한 특성뿐 아니라 식민지 수탈, 노동착취, 환경파괴 등 바람직하지 않은 특성들도 있음에 주목하고 ‘성취’ 일변도를 지양하는 ‘적응’의 필요성을 말한다. 또한 이러한 적응 노력은 극복의 노력과 일치함으로써만 실효를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근대의 적응과 극복이 두가지 과제의 병행이 아니라 ‘이중적인 단일 기획’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2장 「3·1과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에서는 동학운동과 농민전쟁을 거쳤기에 3·1의 대규모 민중운동이 가능했고, 동학의 개벽사상이 있었기에 민주공화주의로의 전환과 새로운 인류문명에 대한 구상이 한결 수월했음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개항 이전부터 준비해온 한반도의 이중과제 수행이 3·1에서 드디어 본격화되었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3·1의 염원이던 ‘대한독립’, 곧 단일형 국민국가(unitary nation-state)의 수립은 분단체제가 성립된 이후에는 그대로 실현하기 어려워졌는데, 촛불혁명이 꿈꾸는 새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낡은 관념일 수 있음을 지적하며 한반도 통일에 대해 새로운 상상력의 필요성을 말한다.
2부는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를 주제로 묶은 글들의 시간상 전반부에 해당한다. 2부에 ‘2013년체제론’으로 현실 정치 참여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시도한 이중과제론적 탐색을 실었다면, 후반부인 3부에는 세월호참사와 촛불혁명으로 한국사회가 격동했던 기간에 ‘가만있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벌인 담론적 고투를 담고 있다.
3장 「한반도에서의 식민성 문제와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에 따르면 분단체제 개념은 ‘근대성의 이면’으로서 식민성의 문제를 전혀 다른 견지에서 보게 한다. 분단체제는 식민성 특유의 인종/종족차별주의를 동일민족 사이에서 재생산함으로써 상대방 사람들을 단순한 대항자나 적을 넘어 악마적 존재로 만드는데, 이는 분단체제하에서 민주주의라든가 외세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성취하는 데 원천적인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드러내준다.
4장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와 녹색담론」은 이중과제론에 대한 김종철(金鍾哲)의 비판에 대한 답변 성격의 글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틀에 ‘적응’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한 ‘적당한 경제성장’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 특정 상황에서 특정 주체가 ‘극복을 위한 생존 내지 적응’을 위해 도모하는 ‘방어적인 경쟁력 노선’이 과연 그 목적에 비추어 적당한지는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판단할 일이라고 답한다. 이어지는 5장 「고(故) 김종철과 나」에서는 김종철의 사상적 궤적을 일별하고 그의 논지를 소개하는 한편 세상을 떠난 그를 추모한다.
6장 「동아시아공동체 구상과 한반도」는 국경선과 일치하지 않으면서 유동적인 경계를 갖는 동아시아 고유의 지역연대 형성과 한반도 국가연합 구상을 연결 짓는다. 7장 「국가주의 극복과 한반도에서의 국가개조 작업」에서는 항구적인 분단도 아니고 조속한 통일도 아닌 점진적 국가개조 방안에 대한 원칙적 합의로서 6·15공동선언과 ‘낮은 단계의 연합’ 실현 전망을 논한다. 2012년 총선 이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쓴 8장 「2013년체제와 변혁적 중도주의」는 사회 변화를 이끌 기준으로 ‘변혁적 중도주의’를 제시하며, 우리가 속한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는 삼독심(탐貪·진瞋·치癡)이 체제운영의 원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통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촛불 이후, 우리는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사건의 최대 교훈은 제때에 전환을 이루지 못할 경우 나라가 어떤 혼란과 난경에 빠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9장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에서 저자는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가 시대가 요구받는 큰 전환을 이룩하기 위해 어떻게 적공(積功)할지를 검토한다. 특히 우리의 적공·전환 과정에서 분단체제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 작업이 핵심적이며, 지금 이곳의 우리에게 주어진 복잡다기한 과제를 시간대와 공간규모에 따라 식별하면서도 결합하는 작업이 오히려 순리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10장 「‘촛불’의 새세상 만들기와 남북관계」에서는 촛불이 요구하는 새세상에 걸맞은 경제·사회 패러다임을 만드는 작업은 독재정치와 경제성장을 결합한 박정희식 개발이 여전히 위력을 지닌 87년체제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촛불혁명을 “헌법이 안 지켜지던 나라를 헌법이 지켜지는 나라로 바꾸는 한층 본질적인 혁명”으로 볼 때, 대한민국에는 공포된 성문헌법 이외에 일종의 이면(裏面)헌법이 존재해왔음을, 즉 성문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온갖 권리들도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제약되어왔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27판문점선언과 6·12싱가포르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은 거의 불가역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보는 저자는 11장 「시민참여형 통일운동과 한반도 평화」에서 시민참여형 통일의 제1단계로서의 남북연합을 강조한다. 촛불혁명은 최근의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관계 전환의 물꼬를 튼 동력이기도 하지만, 한반도의 점진적·단계적·창의적 재통합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는 혁명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지는
12장 「어떤 남북연합을 만들 것인가」에서는 ‘사실상의 남북연합’이 건설 중이지만, 남북 당국은 물론 ‘제3의 당사자’인 남한의 시민사회조차 아직껏 ‘1단계 통일’로서의 남북연합이 갖는 현실적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13장 「기후위기와 근대의 이중과제」에서는 기존에 제시되었던 ‘적당한 성장’ 내지 ‘방어적·수세적 성장’ 개념이 탈성장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전략임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경제성장 문제를 반체제운동 전략 차원으로 바꾸는 ‘경제에 대한 관념의 전환’을 이룩하려는 일에 다름아니라고 역설한다.
제4부 ‘단평 모둠’은 저자가 해마다 써온 ‘신년칼럼’을 위주로 그동안 책으로 엮지 않은 시국 평을 주로 모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저지한 2004년의 촛불시위 이래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드러내는 일정한 서사를 이루고 있는데다 비교적 부담없이 읽히는 짧은 글들이라 1~3부의 시대적 배경을 일별하고 출발하고 싶은 독자의 ‘미리보기’로 이용될 수도 있고, 본론을 접한 뒤에 일종의 복습용으로 삼아도 좋은 글들이다.
촛불대항쟁 5년을 맞는 지금, 항쟁은 ‘혁명’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지금 시점에 제기되는 이런 의문에 대한 저자 백낙청의 답이기도 하다. 저자는 촛불혁명이 단지 ‘민주당정부’나 ‘민주정부’의 수립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것, 오로지 촛불혁명과 개벽세상의 주인들이 할 법한 공부와 실천을 통해 부단히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혁명을 이어가야 함을 힘주어 말한다. 거기엔 세상의 모든 혁명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명한 판단뿐 아니라, 지난 150년간 면면이 이어온 한반도 변혁의 바람(願)들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믿음 역시 담겨 있다. 다시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새로운 ‘촛불정부’를 만드는 일에 고심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읽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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