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중국.동아시아 이해 (독서>책소개)/4.동양역사문화

동아시아 근대통사

동방박사님 2022. 7. 1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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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본의 진보적 석학 7인,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다

우리를 둘러싼 정세와 나아갈 방향을 통찰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현재까지도 동아시아는 여전히 갈등과 대립의 불씨가 남아 있다. 더욱이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긴장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 이 현실은 어떤 역사 흐름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인가? 동아시아는 전쟁과 폭력의 시대를 넘어 ‘화해와 협력의 미래’를 어떻게 구축해나갈 것인가? 이를 통찰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 아래, 19세기 이후 다양하고 복잡하게 전개되어왔던 동아시아 각국의 근현대사를 서로 관련시켜 총체적으로 들여다본다.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들이 지역사를 서술하면서도 동아시아사라는 큰 틀 속에서 상호 연관성을 강조하고, 나아가 미래를 향한 지역 통합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글

1장 동아시아의 근대: 19세기
머리말
1. 19세기 전반의 질서 변화
2. 불평등조약의 동시대적 의미
3. 개항장 네트워크의 형성
4.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식민지화
5. 19세기의 사회 변화: 이민, 종교, 군사화
6. 내륙 아시아의 변화
7. 근대국가와 만국공법
8. 일본의 대두와 동아시아
9. 청일전쟁과 동아시아
맺음말

2장 러일전쟁과 한국병합: 19세기 말∼1900년대
1. 청일전쟁 후의 동북아시아
2. 세기말의 제국주의적 아시아 분할
3. 의화단 사건과 러청전쟁
4. 영일동맹 체결에서 러일전쟁 개전으로
5. 러일전쟁과 동아시아
6. 포츠머스조약
7. 러일전쟁 후의 동아시아
8. 한국병합

3장 1차 세계대전과 개조: 1910년대
1. 일본의 대국화
2. 무단통치와 3.1운동
3. 다이쇼 데모크라시와 조선
4. 신해혁명과 그 영향
5. 5.4운동의 전개
6. 1차 세계대전과 인도
7. 1차 세계대전과 동남아시아

4장 사회주의와 내셔널리즘: 1920년대
1. 세계사 속의 1920년대
2. 동아시아의 1920년대
3. 윌슨의 14개조와 내셔널리즘
4. 국제.비국제 조직과 ‘문화’
5. 위임통치와 식민지
6. 베르사유.워싱턴체제와 동아시아
7. 코민테른과 ‘동방’
8. 소비에트연방 수립과 시베리아
9. 소비에트연방 수립과 중앙아시아
10. 만주를 둘러싼 환경
11. 일본제국과 식민지
12. 중국의 정권 교체
13. 동남아시아의 내셔널리즘
14. 1920년대 동남아시아 경제
15. 1930년대의 전망

5장 새로운 질서의 모색: 1930년대
1. 위기와 모색의 1930년대
2. 생활 개신운동과 농촌 질서의 재편
3. 식민지의 저항과 자치.독립 모색
4. 제국 일본의 전시체제화
5. 중일전쟁과 중국의 정치공간
6. 광역질서의 모색과 ‘경계를 넘나드는’ 인적 교류

6장 아시아태평양전쟁과 ‘대동아공영권’: 1935~1945년
1. 질풍노도 시대의 서막 1935~1937년
2. 중일전쟁 시기의 동아시아
3. 대동아공영권의 시대
맺음말

7장 아시아 전쟁의 시대: 1945~1960년
1. 전쟁 직후의 아시아와 일본
2. 탈식민지화 과정의 시동
3. 냉전의 도래
4. 새로운 지역질서의 모색
5. 신생 아시아 속의 일본
6. 냉전과 탈식민지화의 교착

8장 베트남 전쟁의 시대: 1960~1975년
머리말
1. 베트남전쟁으로 가는 길
2. 미국의 전쟁
3. 동아시아의 전환기
맺음말

9장 경제발전과 민주혁명: 1975~1990년
1. 베트남전쟁 종료 후의 아시아
2. 새로운 대립구도: 2개의 동맹
3. 3개의 국지전쟁
4. 경제발전
5. 신냉전의 움직임
6. 민주혁명
7. 페레스트로이카와 미소냉전의 종언
8. 걸프전쟁과 소련의 종언

10장 공동 토론 - 화해와 협력의 미래로: 1990년 이후
1. 세기전환기의 국제질서
2. 아시아에서의 민주화 조류와 역류
3. 전후처리와 역사인식 문제
4. 동아시아 세계의 행방

맺는 글
참고문헌
연표
옮긴이의 글
집필진 소개
 

저자 소개 

저 : 와다 하루키 (Haruki Wada,わだ はるき,和田 春樹)
 
1938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1960년 도쿄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1966년부터 도쿄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교수로 재직하면서 러시아사 및 남북한 현대사에 대해 연구했으며 1998년에 정년퇴직했다. 러시아사와 북한 현대사 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며 학자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1970년대부터 베트남전 반대 운동, 한국 민주화운동과의 연대 등을 주도해 일본을 대표하는 행동하는 진보 지식인으로 한국에 알려져 있다...

저 : 고토 겐이치 (後藤乾一)

 
1943년생.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명예교수. 동남아시아 근현대사, 일본-아시아 관계사 전공.
저 : 기바타 요이치 (木畑洋一)
 
1946년생. 도쿄대 및 세이조대학(成城大學) 명예 교수이다. 영국 현대사, 국제관계사를 전공했다.
 

 

책 속으로

들어가는 글(6, 9쪽)
역사 속에서 형성된 동아시아, 즉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지역세계는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북한 문제와 더불어 역사수정주의의 반동이 국가의 정치?외교를 혼미하게 만들며 대외적으로 강경해지고 있는 일본의 문제, 그리고 점차 거대한 힘으로 떠오르면서 미국과의 공동 지배를 목표로 삼는 한편 이웃나라와 충돌하고 내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중국의 문제, 동아시아에서 정치적?군사적 존재감을 유지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경제질서를 확대하려는 미국의 문제, 미?중?일 3국이 갈등을 빚고 있고 미군기지와 주민의 대립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오키나와 문제, 이러한 문제들의 접점에 위치하면서 민주주의 혁명을 이룬 국민이 기대하는 헤게모니를 발휘하지 못한 채 고민하고 있는 한국의 문제, 이 모두가 흔들리고 꼬이며 위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 영토 문제는 언제라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군사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대체 어떠한 상황인가? 이 현실은 어떤 역사 흐름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인가? 여기에서 어떻게 진행해나갈 것인가? 선택지는 무엇이고 어떤 선택이 바람직한가? 이러한 점들을 생각할 때,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좋은 역사의 방향성을 가지려면 동아시아의 역사상을 가지는 것, 스스로 자신의 역사상을 형성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
… 이 책의 저자들이 서술한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와 문답을 나누고, 여기에서 자신의 동아시아 역사상을 끄집어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역사상을 자신을 이끌어주는 끈으로 삼아 잃어버린 세월을 향해 돌파하기 바란다. 그럴 때 화해와 평화의 새로운 동아시아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맺는 글(522~523쪽)
이 강좌의 기획도 ‘화해와 협력의 미래’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미래가 봉쇄되는 것에 대한 염려와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1990년대 이후 분열과 통합 사이에서 삐걱거리는 아시아에서의 역사인식 문제는 아카데미즘만이 아니라 아시아 여러 국가의 정치와 여론이 개입된 국가 간의 대립과 배타적 내셔널리즘을 자극하는 불씨가 되었다. 이 강좌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협소한 자국사를 넘어서 역사적인 자료와 실증을 동반한 통사적 총서를 편찬함으로써 하나의 아카데믹 스탠더드를 확립하는 것이 동아시아의 현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도와 바람에서 기획되었다.

1장 동아시아의 근대: 19세기(발문, 15쪽)
동아시아의 19세기는 근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해당한다. 18세기에는 토지가 적고 인구는 많아 자본이 적게 드는 노동집약적인 발전 형태를 가진 동북아시아에 많은 은이 유입되면서 번영기를 맞았다. 인구가 적고 사회 유동성이 높았던 대륙의 동남아시아에서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새로운 국가가 형성된 동북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여러 국가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예컨대 청에서 아편이 유행했던 것처럼, 동아시아에서는 사회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 서양의 대표적인 공업국가였던 영국은 중국 시장을 목표로 삼으면서 해협식민지 등 동남아시아에 거점을 만들어나갔고, 1840년대 초에 청과 아편전쟁을 벌여 승리했다. 그리고 영국이 세계에 제공하고 있던 교통과 통신, 무역 관리, 역병 관리, 결제기능 등의 국제 공공재가 동아시아에도 제공되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서양 국가들이 식민지를 구축하여 영역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19세기 후반에는 일본과 시암(지금의 태국)이 서양식 근대국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하여 동아시아에서 최초의 식민지 보유국이 되었으며, 근대 모델을 동아시아에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교적인 요소를 비롯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지닌 기층사회의 자장(磁場)과,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이동 등으로 인해 동아시아의 공통체험으로서 근대는 각각의 기층사회에 스며들게 되었다.

2장 러일전쟁과 한국병합: 19세기 말~1900년대(발문, 69쪽)
청일전쟁으로 동아시아는 제국주의 시대를 맞이했다. 독일, 러시아, 영국 등 삼국은 간섭으로 일본의 힘을 억누르면서 청나라로부터 조차지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미국은 필리핀을 획득했다. 위기를 느낀 청 황제는 변법개혁에 나섰지만 좌절했다. 1900년 의화단 운동이 폭발하자, 열강의 군대는 베이징을 점령하고, 러시아군은 만주를 점령했다. 이때 일본은 조선을 장악하고 남만주 진출을 획책했다. 러시아는 만주를 제압하면서 중립국이 되기를 바라는 조선의 황제를 지지하려고 했다. 러?일 양국은 1903년 여름부터 교섭하기 시작했지만, 대립이 여실히 드러났을 뿐이었다.
1904년 2월, 일본은 영일동맹을 배후로 전쟁을 개시했다. 일본은 조선의 전시중립 선언을 무시하고, 우선 진해만과 서울을 점령했다. 일본은 뤼순(旅順)과 펑톈(奉天)전투에서 승리했고 동해 해전에서 완승했다. 포츠머스 강화회의에서 일본은 조선의 ‘보호국화’를 인정받음과 동시에 남만주를 손안에 넣었다. 러일전쟁을 축으로 가쓰라?태프트 협정과 영국?프랑스 협상이 맺어졌고, 전후 미국과 대립하는 가운데 러일?영러 협상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고종은 일본의 지배에 더욱 저항했고, 의병운동이 확대되었다. 마침내 일본은 고종을 퇴위시키고 1910년 8월 대한제국을 병탄했다. 이로써 동아시아의 제국주의적 분할이 완성되었다.

5장 새로운 질서의 모색: 1930년대(발문, 213쪽)
세계공황으로 막을 연 1930년대에는 만주사변(1931년 9월)과 루거우차오(盧構橋)사건(1937년 7월)이 일어났고, 독일의 폴란드 침공(1939년 9월)으로 유럽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 돌입하는 위기의 시대가 되었다. 이는 공황 타개책으로 추진한 블록경제권의 형성에 대해 ‘가지지 못한 나라’인 일본과 독일 등이 베르사유체제와 워싱턴체제를 타파하는 것을 ‘신질서’의 수립으로 정당화하여 국제질서의 재편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 세계공황의 타격을 받은 아시아 세계에서는 버마의 농민 반란과 인도의 ‘소금 행진’으로 상징되는 비폭력운동, 베트남의 응에띤 소비에트 수립, 필리핀의 삭달 봉기 등 다양한 형태의 저항운동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더욱이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일상생활의 ‘개신(改新)’으로부터 시작하여 국가개조, 동아시아 광역질서 구상, 국제정치?경제체제의 재편 등 다양한 차원에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한 시기이기도 했다.
또한 생활의 ‘개신’은 점차 총력전 수행을 향해 여성을 포함한 총동원체제의 편성으로 변화했고, 조선과 타이완의 황민화 운동에서는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보장의 정비를 추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중일전쟁이 전면화되는 가운데 항일을 둘러싼 경쟁과 국경의 인적 교류 사이에 새로운 정치 공간이 만들어졌다.

9장 경제발전과 민주혁명: 1975~1990년(발문, 403쪽)
1975년 베트남전쟁은 미국의 패배로 끝났다. 이것은 ‘아시아 전쟁의 시대’의 끝이기도 했다. 베트남의 승리는 전쟁에 가담하고 있던 나라들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한국에서는 민주화운동이 시작되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아세안을 강화하여 자립하려고 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승부에 만족하고 베트남에 대해 반발했다. 그 결과 1978년에는 중일 평화우호조약과 미중 국교수립에 의해 미국, 중국, 일본의 삼국동맹이 형성되고,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한 소련, 베트남, 아프가니스탄의 삼국동맹이 그것과 대항하는 구도가 생겼다. 다음 해에는 2개 동맹의 접점에서 캄보디아전쟁, 중월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이 일어났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는 전쟁과 함께 눈부신 경제성장이 진행되었다. 한국, 일본, 타이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이어 마지막으로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취해 경제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이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이 제3세계에서 사회주의 권위의 실추를 가져왔다. 소련에 대항하는 미국은 1983년부터 ‘신냉전’을 개시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전쟁에 개입하여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을 원조했다. 1986년과 1987년 필리핀과 한국에서는 민주혁명이 성공한다. 이들 모두 사회주의 이념과 관계없이 진행된 새로운 시민혁명이었다. 체제의 한계에 이른 소련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되어 한국, 미국, 중국과의 화해가 진행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이 철수하고, 캄보디아에서 베트남군이 철수했다. 세계사적으로 냉전이 끝나고, 1991년 소련은 국가사회주의 체제를 종식하게 된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반도가 당면한 현실을 타개하려면
시공간적 맥락을 통찰하는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


최근, 세계에서 긴장도가 가장 높은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일 것이다. 북한은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 등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이에 맞서 중국 역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 결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정세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전쟁 위험성도 고조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문제를 타개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려면, 우리의 현실과 주변을 살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현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결과인지, 각 이해당사국들은 이 문제를 어떤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지, 그리하여 각 선택지마다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국지전을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체를 한눈에 읽어내는 시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만 승리를 거두거나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넓은 차원의 역사인식을 갖는 것이 필수다. 어떤 시공간적 맥락으로 당면 현실이 형성되었는지를 읽어내야만 미래를 통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협소한 자국사와 흥밋거리 지식을 넘어, 보다 넓은 동아시아라는 지역의 차원에서 각국 간 관계 형성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정리한 것이 이 책 《동아시아 근현대통사》다.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고루 아우르는
진정한 ‘동아시아’ 역사서


지금까지 국내에는 동아시아 역사서가 여럿 나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거의가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다루어왔다. 한, 중, 일 3국을 중심으로 하여 미국, 러시아(소련), 대만 정도가 덧붙여지는 식이었다. 그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특히 국내서의 경우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첨예한 대립과 이슈가 존재해왔으며, 국내에 동남아시아사 연구자가 많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동아시아 근현대통사》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모두 아우르는 ‘진정한 동아시아 역사서’라 할 만하다. 동북아시아를 주요하게 다루면서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가입된 국가들과 인도, 몽골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전체를 고루 담았다. 그리고 시대마다 각국사를 서술하면서도 그 속에서 서로 간의 역사적 관계와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풀어낸다. 이는 역설적으로 저자들이 아시아 유일의 제국주의 국가였던 일본의 학자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루어지는 국가들 대부분이 ‘제국주의’와 ‘독립항쟁’이라는 세계 근현대사의 핵심 키워드로 일본과 직접 관계를 맺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내로라하는 석학들답게 짧은 지면 속에서도 각 시대의 함의와 주목할 점을 잘 드러내어, 역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이처럼 넓은 지역의 역사를 다루다 보니, 상대적으로 한국과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의 비중이 적어서 어쩌면 한국 독자가 낯설고 불편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주인공이 아닌 큰 지도의 일부로 다루어지는 체험은 분명 더 큰 역사인식과 넓은 시야를 얻기 위한 작은 충격일 것이다.

이와나미쇼텐과 일본의 진보적 석학 7인이 기획한
《이와나미 강좌 동아시아 근현대통사》 시리즈를 한 권으로 읽는다


이 책의 모태는 일본의 대표적인 인문 출판사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에서 2008년에 기획하여 2010 ~2011년에 전10권과 별권 1권으로 완결한 《이와나미 강좌 동아시아 근현대통사》다. 와다 하루키, 고토 겐이치, 기바타 요이치, 야마무로 신이치, 조경달, 나카노 사토시, 가와시마 신 등 일본의 저명하고 진보적인 역사학자 7인이 편집위원을 맡아 각자 1~2권씩을 전담하고, 각권 서두에 해당 시대를 개관하는 ‘통사’를 썼다. ‘통사’ 뒤에 있는 ‘통공간논제(通空間論題)’에는 각 시기의 중요한 주제를 다룬 논문이 세 편 담겨 있고, 그 뒤에 ‘개별사-지역사’ 세 개 영역에 각각 몇 편씩의 논문이 실려 입체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제10권에는 1990년대 이후의 동아시아 흐름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대담이 담겨 있다. 시리즈는 여러 사람이 썼음에도 일관성 있는 흐름을 가지는데, 이는 기획·집필 과정에서 집필위원들 사이에 오랜 시간 긴밀한 논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학자 김기협은 2011년 《프레시안》 연말 특집에서 이 시리즈를 ‘올해의 책’으로 꼽기도 했다.
시리즈 각권의 통사 부분과 제10권의 대담 내용을 간추려 이와나미쇼텐이 2014년에 출간한 것이 이번 책 《동아시아 근현대통사》다. 도서출판 책과함께는 향후 본편 시리즈 전집도 번역 소개할 계획이다.

대립과 갈등의 위기를 넘어
화해와 협력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하여


공저자 중 한 명인 나카노 사토시는 ‘맺는 글’에서, 본편 시리즈가 완결(2011)된 지 3년이 지났지만(2014), 동아시아는 저자들이 희망한 ‘화해와 협력의 미래’로 향하기보다는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었고 배타적 내셔널리즘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SNS와 미디어를 통해 유행·소비되는 각국에 대한 혐오 언행 현상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보았다.
하지만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점차 발전하고 있고, 오랜 식민지 및 전쟁 기간을 거친 후 긴밀히 협력해온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행보에서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대립과 갈등의 위기를 끝내고 화해에 기반한 평화적인 지역 협력의 구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무쪼록 독자들이 이 책의 동아시아 근현대사와 문답을 나누고, 여기에서 자신의 동아시아 역사상을 끄집어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역사상을 자신을 이끌어주는 끈으로 삼아 잃어버린 세월을 향해 돌파하기 바란다. 그럴 때 화해와 평화의 새로운 동아시아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