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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동아시아와 역사문제

동방박사님 2022. 8. 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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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열린 시각으로 사색과 대화의 장을 실험한다

이 책은 동아시아 지역사회에 통용되는 역사 인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된 연속 강의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동아시아는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하는 협의의 개념이 아니라 타이완과 동남아시아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강의는 2015~2016년 일본의 오사카 대학에서 진행되었고, 그 담당자로는 일본인 학자가 다수였지만,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타이완과 싱가포르 학자도 포함되어 있다.

21세기 동아시아가 협력과 상생을 추구하는 지역공동체로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역사 문제가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이 책은 출발했다. 21세기 동아시아의 주역이 될 대학생들이 역사 문제를 자국사의 틀 안에 갇혀 좁은 시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도 통용될 수 있는 열린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색과 대화의 장을 실험한 책이다.

동아시아에 통용되는 ‘역사 서사’는 반드시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의할 수는 없으나 이해할 수는 있다’에서와 같은 관용성과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목차

총론: 21세기 동아시아와 역사 문제

1부 20세기 중국 정치의 궤적

1장 중화민국사와 ‘역사 서사’
2장 중화민국의 ‘민주’를 둘러싼 ‘역사 서사’
3장 인민공화국의 성립과 ‘역사 서사’
4장 중국 외교의 ‘평화공존’과 ‘역사 서사’

2부 아시아를 ‘상상’하다

5장 제1차 세계대전 후 다롄 일본인 사회의 중국 인식: 종합 잡지 ≪만몽≫을 사례로
6장 원자폭탄 투하와 미국·일본의 역사 인식: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하여
7장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아시아주의: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아시아주의
8장 ‘월경 아시아’와 지역 거버넌스: 동아시아에서 역사, 정치경제 발전의 새로운 분석

3부 역사 문제에 대한 한국, 타이완, 중국의 인식

9장 자국사의 제국성을 묻는다: 한·중·일 3국의 동아시아 지역사 비교
10장 동아시아 공동 연구와 타이완의 역사 인식
11장 동아시아 공동 연구와 중국의 역사 인식

보론: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인식
보론 1 제국 일본의 해체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아시아
보론 2 역사 문제의 극복과 동아시아공동체로 가는 길: 한·중·일 3국 공동 역사 교재의 목표
연표
 

저자 소개

편 : 다나카 히토시 (田中仁)
 
일본 오사카 대학(大阪大學) 대학원 법학연구과 교수이다.
 
 

책 속으로

21세기 동아시아의 ‘역사 서사’는 ‘국가’의 경계(타이완 해협, 삼십팔도선을 포함) 및 ‘국가’ 내부의 여러 영역(정치, 논단, 미디어 등)에 의해 겹겹이 얽히고 갈라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술에 요구되는 바는 ‘안’과 ‘밖’ 각자의 경계에 가교를 놓아 동아시아에 통용되는 ‘역사 서사’를 구상하려는 사색과 대화밖에는 없다. 21세기 동아시아의 특징을 생각해볼 때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정부와 사회, 미디어와 인터넷 공간 등 각 영역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민간의 교류와 대화, 사색이 더욱 많아져야 하는 까닭이다. 동아시아에 통용되는 ‘역사 서사’는 반드시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의할 수는 없으나 이해할 수는 있다’에서와 같은 관용성과 포용력이 필요하다. --- p.32

1953년 12월 저우언라이는 티베트 지방의 통상과 교통을 둘러싸고 인도와 교섭을 벌이면서 처음으로 ‘평화공존 5원칙’을 제출했고, 이듬해 1954년 4월에는 인도의 요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합의 성명을 발표했다. …… 단, 여기서 말하는 ‘평화공존’에는 당시까지의 대외 관계 원칙이던 상호 영토·주권의 존중, 호혜평등, 상호 내정 불간섭, 평화공존 이외에 ‘상호 불가침’이라는 항목이 추가되었다. 세계, 특히 중국의 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이웃 나라, 그중에서도 아시아 신흥 독립국과의 평화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전쟁 참가에 의한 중국의 ‘호전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음이 틀림없다. 어쨌든 이른바 ‘평화공존 5원칙’은 이때 처음으로 형성되었다. 여기서 중국이 말하는 ‘평화공존’이란 사회체제가 서로 다른 국가가 공존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평화공존’ 외에도, 나머지 네 항목까지 포함되어 있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 p.104

소련의 참전으로 그 조건이 붕괴되어버렸기 때문에 주전파는 항복 그 자체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니시지마는 “원자폭탄 투하는 일본의 항복을 얻어내는 데 안 하느니만 못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원자폭탄에 의해 사망한 사람들은 결코 전쟁을 종식시켜 일본 국민에게 평화를 가져다주기 위한 고귀한 제물이 아니었다. 원자폭탄으로 죽은 사람들은 사실상 헛되이 소중한 목숨을 빼앗겨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 p.154

근대 중일 관계사에 대한 인식에서 여론과 민중의 인식은 여전히 견당사(遣唐使)의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 예전의 일본은 문화 면에서 중국의 제자이며 근대에 와서는 갚아야 할 은혜와 의리를 망각해 스승으로서의 중국을 괴롭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일전쟁과 일본군의 폭행에 관해서는, 항상 중일 외교의 필요에 따라 관련 보도가 많아지기도 하고 적어지기도 한다. 근래 일본 정치인들의 몇 번에 걸친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우발적인 반중(反中) 언론이 보이는 중국에 대한 강행적 자세로 인해 생겨난 과장과 자극 때문에, 중국 민중 사이에 일본은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싶어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중일전쟁사를 서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나쁜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다.--- p.247

역사의 발전은 직선적이지 않고, 진보와 발전이 있으면 반드시 반동과 반격도 있다. 이러한 역사 과정은 이 글에서 다룰 한·중·일 3국이 두 차례의 공동 역사 교재의 편찬과 간행 과정에 참여하면서 필자 스스로 하나의 역사 체험으로서 절실히 느꼈다. 역사 발전 과정은 나선형이면서, 진보·발전과 반동·역류·후퇴의 대립을 포함해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일본인에게 중요한 것은 중국, 타이완, 한국, 북한, 러시아, 몽골, 동남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발전 방향을 궁리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 p.292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비판·반성하는 역사 인식을 ‘도쿄 재판 사관’에 기반을 둔 것이라 하여 부정하고, 정권 차원에서 교과서 공격이나 언론 보도에 대한 간섭 등을 통해 수정하려고 시도해온 것이 바로 아베 자민당 정권이다. 이와 같은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에 반발하는 한편, 이를 역으로 이용한 대항적 민족주의를 불러일으켜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체제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체제가 등장함으로써, 한·중·일 3국 사이의 역사 인식을 둘러싼 역사대화와 상호 이해는 한층 곤란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한·중·일 3국 정부의 지도자들이 역사 인식의 대립을 국민 여론 통합에 이용하려는 충동을 지닌 시대 상황 속에서 강력히 요구되는 것은, 3국의 깨어 있는 시민들이 이러한 ‘역풍 현상’, ‘역류 현상’을 멈추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가는 커다란 움직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 p.319
 

출판사 리뷰

안팎의 경계를 낮추며 협력과 상생의 동아시아로
이웃 나라에도 통용되는 ‘역사 서사’를 향한 사색과 대화


현재의 일본은 과거 일본의 주체인 동시에 타자이기도 하다는 이 논리는 한국, 중국, 베트남에도 마찬가지이다. 국민 역시 시기와 사안에 따라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만큼 자국의 국가 폭력에 대한 자성 정도가 그 나라 미래의 행복과 불행으로 이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자성의 결핍으로 인한, 한 국가의 행복과 불행은 결코 그 나라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야말로 지역사의 출발점이다. 미래의 불행을 최소화하려면 침략과 가해의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 그것을 자국의 학생들에게 ‘역사로서 가르치는’ 용기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역사를 거울로 삼는 ‘이사위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일본의 역사 교육에서 근대사가 자만사관으로 인식되고 가르쳐지는 것이야말로 총리의 사죄 담화가 부정되는 것보다 더 우려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_9장 ‘자국사의 제국성을 묻다’ 중에서

심각한 갈등과 차이로 남은 19~20세기의 기억과 인식

19~20세기의 동아시아는 근대 국민국가를 향한 개혁 및 혁명과 수구 및 반동,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 공산주의와 반공산주의의 격렬한 대립을 거쳤다. 그 과정에 대한 인식과 기억은 한 나라 안에서뿐 아니라 국가 간에도 대립하는 양태를 보였고, 당시에 그랬지만 그 후에도 지속되어 역사 문제로 현실 속에 살아 있다. 그것은 국내외 정치 상황에 따라 잠시 억제되기도 하고 다시 증폭되기도 한다. 21세기의 동아시아는 앞에서 말한 세 가지 대립에서 기본적으로 벗어났음에도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19~20세기의 기억과 인식을 가슴에 품고 지낸다. 그중 특히 제국주의-반제국주의의 대립과 공산주의-반공산주의의 대립에 의거한 역사 인식은 국경을 넘는 순간 통용되기 어려운, 역사 인식의 심각한 차이와 갈등으로 남아 있다.

청산하지 못한 채 직면하는 또 다른 역사 문제

공산주의와 반공산주의 간의 대립으로 생긴 역사 인식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냉전기에 형성되었지만, 탈냉전기에 들어와서도 지속되고 있다. 남한과 북한 사이에, 타이완 해협의 양안 사이가 그러할 뿐 아니라, 남한 사회 안에서도 그러하다. 더구나 21세기 동아시아를 특징짓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대국화에 따라 중국공산당의 ‘혁명 사관’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기치 아래 국경을 넘어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하여 우리는 제국 일본의 팽창이 남긴 역사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 의해 형성된 또 다른 역사 문제와 직면하게 된 셈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3부로 나눠 구성했다. 1부 「20세기 중국 정치의 궤적」, 2부 「아시아를 ‘상상’하다」, 3부 「역사 문제에 대한 한국, 타이완, 중국의 인식」 등 3부로 구성했으며, 뒤에 보론으로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인식」을 덧붙였다.

이 책의 구성

1부에서는 중국공산당의 혁명사관에 의거한 역사 인식과 역사 서사의 편향을 네 가지 사례로 나누어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정통으로 전제하고 중화민국을 깎아내리는 혁명 사관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대국화하는 중국의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 학계의 우려를 잘 보여준다.

2부에서는 일본 제국의 팽창 과정에서 진행된 일본인의 식민과 현지 주민에 대한 우월감, 원자폭탄 투하를 둘러싼 일본과 미국의 인식 차이, 패전 후 아시아를 주체 형성의 방법으로 삼을 것을 역설한 다케우치 요시미(竹內好)의 사상 등 주로 일본인의 아시아에 대한 상상을 다루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싱가포르를 사고의 거점으로 삼아 동남아시아까지 포괄함으로써 아시아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월경 아시아(Trans-national Asia)’를 상상하는 글을 실어 시야를 확장했다.

3부에서는 동아시아 근대사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 중국, 타이완 학자들이 각기 다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했다. 주로 제국 일본에 의해 생겨난 역사 문제인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을 둘러싼 인식의 차이가 각 연구자가 속한 해당 사회의 맥락에 의거해 다루어졌다. 그 밖에 타이완에서의 본토화와 중국화의 엇갈림, 근대 중국의 서양 인식에 보이는 이중성 등도 함께 다루었다.

또한 일본 주오 대학에서 진행된 연속 강의 원고 두 편을 보론으로 추가해 제국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인들의 생각을 보충했다. 보론 1은 제국의 해체 과정에서 식민지에 두고 온 일본인의 재산이 피해자 의식을 낳았다는 글로, 원자폭탄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자기변호라고 할 수 있다. 보론 2는 공동 교재 편찬을 통해 제국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자기성찰의 시각에서 가해자 의식을 갖고 직시하려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