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한반도평화 연구 (박사전공>책소개)/2.북한탐구

인민의 얼굴 : 북한 사람들의 마음과 삶

동방박사님 2022. 8. 1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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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 살아 있는 인민을 만나다!
북한 사람들의 생활과 감정을 이해하는 21장의 키워드

북한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는가. 그들은 어떻게 살고 무엇을 욕망하는가. 북한 사람들에 대한 실재적이고 현재적인 탐구서인 이 책은 분단과 냉전 체제를 살아온 인민의 생활과 그 구조를 살펴본다. 이들에게 냉전이라는 정치적 현상은 어떤 생활세계의 변화로 이어졌는지, 인민들의 일상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또한 북한 체제의 공식 의제 아래에서 작동하는 비공식 담론의 형태와 그 속마음은 어떤지 엿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남한 사람들에게 피상과 선입견의 영역인 ‘다른 나라’ 북한 인민의 삶과 마음, 그 얼굴을 마주하고자 한다.

 

목차

책머리에: 인민이 온다

1부 흔들리는 인민

1장 최고 지도자의 사망: 애도와 상실감
김일성의 죽음과 장례 / 인민들의 눈물 / 애도의 시간, 추모의 경쟁
2장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3대 세습
애통함이 거리에 넘쳐 날 때 / 왜 권력이 세습되었을까
3장 고난의 행군을 넘다: 선군정치의 등장
‘래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 / 궁핍한 생활과 정치적 책임
4장 장마당으로 간 사람들: 사적 욕망의 확대
아래로부터의 시장화 / 평양에 문을 연 ‘비즈니스 스쿨’
5장 성분사회: 출신성분과 사회성분
64개의 성분 분류 / 핵심계층, 기본계층, 적대계층 / 성분은 삶을 결정한다
6장 상호 감시와 간접 화법: 속마음을 들키지 마라
‘말조심해라, 말조심해라’ / 이중사고, 두 가지 상반된 마음

2부 인민의 일상생활

7장 사회주의 인간형: 노동당과 모범 인민
노동당, 인민들의 생활을 조직하다 / 모든 인민의 모범, 노동당원 / ‘숨은 영웅들의 모범을
따라 배우는 운동’
8장 집단주의 사회생활: 협동농장과 집단 관습
집단 영농의 생활화와 농업 협동화 / 집합체 사회의 조직과 질서 / ‘조합을 떠나선 자신을 생
각할 수 없다’
9장 ‘10대 원칙’과 생활총화: 당 생활의 기본 형식
사상 투쟁과 맹목적인 비판 / 생활을 규율하는 최고의 지침
10장 선전 선동과 일상생활: 구호와 슬로건의 메아리
선전 선동, ‘공산주의’의 존재 방식 / 선전 선동만으로는 내키지 않는 마음
11장 다시 남성 중심으로: 가족과 남녀 권리 관계의 변화
“여성이 북한을 먹여 살린다”? / 여성의 권리에 대한 비공식 담론
12장 함께 살고 함께 죽는 운명 공동체: 전장의 편지들
조국이 필요로 하고 조국이 원하는 인민 / 집과 가족, 농사와 식량 걱정
13장 폭격의 공포: 전장의 내면세계
밤낮없는 비행기와 쏟아지는 폭격 / 국가에 대한 충성과 죽음의 두려움
14장 전쟁사회: 군인과 인민이 일치된 사회
평시와 전시의 구분이 없는 사회 / ‘군대가 망하면 국가도 망한다’

3부 인민의 내면세계

15장 전쟁의 정치적 감정: 신천학살의 기억
피의 교훈, ‘환상을 가지지 말라’ / 기념물과 공동체의 정치적 감정
16장 인민에게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가해자와 사건의 본질
신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과 미국
17장 반미 감정과 그 이면: 적대와 정상화
애국주의와 반미정치의 결속 / 미국을 상대하는 원칙, 적대와 정상화
18장 혁명후속세대의 교육: 만들어진 전통
지식보다는 사상교양 먼저 / 체제 수호의 무기, 반미교양
19장 핵무기와 인민: ‘발밑에 깔고 사는 핵’과 ‘머리에 이고 사는 핵’
‘언제든 사용 가능한 미국의 핵’ / 핵무기, 지속디는 한국전쟁
20장 분단사회의 이주민: 북쪽에서 남쪽으로 온 사람들
북한을 벗어난 다른 이유들 / 인민에서 국민으로 사는 것
21장 인민과 국민 사이: 왜 ‘인민’을 두려워하는가
‘인민’에 담긴 냉전과 분단의 개념사 / 남한에서 인민을 사유할 수 있을까 / 국민·인민, 시민·
공민 사이에서

나가며: 인민을 만나다


참고문헌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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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한성훈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 아주대, 한성대, 가톨릭대,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했고 연세대학교에서 최우수강사로 선정되어 총장상을 수상한 적이 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민간인 학살 사건의 조사팀장으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전쟁과 인민: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과 인민의...
 

출판사 리뷰

‘인민’의 얼굴을 마주보기 -북한 사회와 사람들의 의지와 내면을 들여다보다

“북한 연구에서 만큼 특수성이 날뛰고 있다. 엉뚱한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체제가 붕괴할 것인지, 전쟁이 일어날 것인지, 내부에서 저항이 있을 것인지 묻고 답하는 것은 연구나 담론이라고 할 수 없는 한낱 지레짐작에 불과하다. 국내외의 다양한 인과 관계를 가진 변수들의 조합과 이 변수들의 상호 작용 그리고 그 영향을 무시하고, 무엇보다 북쪽에 살고 있는 인민들의 의지나 내면을 전혀 들여다보지 못한 예상일뿐이다. 학문은 예언을 하는 것이 아니다.” --- 본문 중에서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진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종전의 도래와 평화 무드의 확산이 논의되고 있다. 초기의 놀라울 정도의 파격과 속도는 정체를 빚으며 이해득실을 재는 셈법 국면에 처해 있다. 당장 남북미 관계의 앞날은 시계가 흐리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의 정체와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접촉의 면적은 넓어지고 있다. 그간 ‘사람이 살고 있었네’ 류의 방북기나 북한 정권의 폐쇄성을 고발하는 이탈자들의 증언록이 다수였던 북한 관련 정보와 출판 콘텐츠가 2018년부터 폭증하여, ‘핸드폰을 사용하는 평양 시민의 일상’을 전하는 취재기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북한 여행, 북한 비즈니스를 다룬 책들까지 선보이고 있다. 다만 몇 차례의 평양 방북 취재와 스냅 사진, 외국인들의 시각으로 북한을 해명하기란 용의치 않다. 체재를 넘어 그곳을 살아가는 ‘인민’들의 생활세계와 감정구조를 탐구해 북한에 대해 좀 더 내밀한 이해를 시도해 볼 수는 없을까? 통일학 전공자가 아닌 비판사회학자 한성훈(연세대 국학연구원)의 오랜 질적 연구의 결실인 『인민의 얼굴』은 현재 북한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삶, 그 지층과 무늬를 입체적으로 관찰한 책이다. 이로써 ‘분단사회’ 이후를 준비하는 데, 북한에 대한 심층의 이해와 대화가 우리 인문학의 중요한 역할과 주제가 되었음을 예시하고자 한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남북미를 둘러싼 해빙 분위기 속에서 오늘날 남한이 접하는 북한과 인민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의 환기를 제기한다. 특수하고 이질적인 북한 체제와 사회를 연구하는 방법론으로서 ‘인민’과 그들의 공통감각에 주목하고자 한다. 본문에서는 오늘의 북한을 특징짓는 21개의 구체적인 사건과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민의 생활세계, 그 내적 감정과 신념으로부터 인민에 대한 오해와 이해의 지평을 넓혀간다. 1부 ‘흔들리는 인민’은 김일성, 김정일 사망 이후 애도하는 인민의 눈물로부터 냉전과 고난의 행군을 지나온 인민들의 동요하는 마음을 탐문한다. 혁명후속세대(새세대)에 대한 반미 교양과 최고지도자의 사망 이면에 작동하는 인민의 내적 균열로부터 북한의 공식 선전과 남한의 주류 담론과는 다른 인민들의 심성을 살펴본다. 특히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의 확산 속에서도 작동하고 있는 성분과 감시 사회에서 속마음을 관리하는 인민의 이중사고에 주목한다.

2부 ‘인민의 일상생활’은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195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사회변동 과정에서 일어난 아래로부터의 인민들의 일상생활의 변화를 담고 있다. 이는 오늘날까지 북한 인민의 생활세계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전쟁과 그 후 분단의 무력 갈등 속에서 북한 인민 개인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내면 세계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도 살펴본다.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집단주의 관습과 철저한 생활의 규율은 전쟁의 공포와 운명 공동체라는 내면의 정치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3부 ‘인민의 내면세계’에서는 북한 인민들의 입장에서 북미 관계를 해명하고, ‘신천학살’의 기억으로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만들어진 전통’으로서 반미 의식을 분석한다. 선군정치와 핵무기가 인민에게 갖는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이어 북한에서 정치 주체로 상정된 인민의 실재를 비판하고 남한의 정치 주체인 국민과 인민을 비교한다. 여기에 북한의 인민에서 남한의 시민으로 존재 이전한 이주민(탈북자)의 의미를 질문한다. 이를 통해 인민에 대한 사유의 가능성과 대화의 지평을 모색한다.

저자가 연구에 활용한 자료는 실로 방대하고 다양하다. 북한과 남한에서 출간된 많은 논문 및 간행물, 노획 문서 및 영상자료, 해외 자료는 물론 국내외의 많은 인사들을 인터뷰하고 구술을 채록하였다. 그렇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살아가는 사람을 추적한 이 책의 표지에는 하나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집합체로서 인민의 상, 그 안에 인민이 살고 있다. 그들은 우리와 멀리 있지 않다.

인민을 어떻게 만날까 -흔들리지 않는 국가 북한에는 ‘인민’들이 살고 있다

“이북에서 사회의 기본 구성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집합체로서 인민 또는 인민 대중이다. 이 책은 북한 체재를 규정지으려는 결정주의 시각보다는 인민들의 삶과 정치적 감정을 연결 지어 사회의 제도적 이행을 해명하고자 한다. 가능한대로 그들의 생각, 느낌, 감정과 같은 내면의 세계를 들춰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들은 정치 체제의 위계를 감당하면서 자신들의 의지를 북돋는 경향이 뚜렷한 사람들이다. 서구는, 남한도 예외는 아니다, 자기 형상대로 빚은 세계에서 평양을 바라보고 있다. 변화하는 평양을 염두에 두면서 이 책이 현재 시제라는 것을 잊지 말자.” --- 본문 중에서

2015년 10월 10일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인민을 90회 이상 언급했다. 인민을 지극히 중시하며 인민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정 운영을 강하게 주장한 김정은은 전체 노동당원에게 “위대한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해 나아갑시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당의 존재 방식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며, 당의 정통성의 원천은 인민의 지지에 달려 있다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위대한 인민’은 누구인가. 인민은 어떤 주체인가. 인민은 개인인가.

지구화 시대에 가장 고립된 국가, 북한. 특수한 체제, 보편적이지 않은 사회. 못사는 ‘종교적 숭배 사회’. 이는 북한 사회와 그 구성원의 질서를 창조해 온 역사와 정치의 내적 논리를 들여다보지 않은 체 남한에서 ‘상식’으로 통용된다. 또한 남쪽 사람들은 통제와 감시가 심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인민들이 무지할 것이라 여긴다. 해방 공간에서 역동적으로 쓰였던 ‘인민’은 현재 남한에서 이데올로기 용어로 덧씌워져 있다. 북한의 정치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개념어로서 ‘인민’은 남한에서 터부시되어 왔다. 학계에서 북한을 연구할 때에도 ‘주민’이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한다.

북한에서 사회의 기본 구성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법적 의무와 권리를 가진 공민의 존재 또한 헌법에 명시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집합체로서 인민 또는 인민 대중이다. ‘인민’을 이해하지 않고 북한을 이해할 수는 없다. 북한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한반도의 미래를 사고할 수 없다. 이 책은 인민에 초점을 두면서 노동당의 정책을 역사적으로 추적하고 정치적으로 구조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동시에 가능한대로 그들의 생각과 느낌, 감정과 의지 같은 내면의 세계를 들춰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인민들의 ‘일상생활과 감정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이 감정은 개인감정도 있겠지만 정치화된 감정을 말한다. 인민 대중의 사고와 행위로부터 북한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이 무엇이었는지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의 입론은 분단사회론을 배경으로 한다. 이는 북한 사회의 고유한 독자성을 받아들이면서 남한 사회가 북한을 인식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때 분단은 서로 다른 체제와 동의어로 쓰인다. 통일을 말하기 전에 수행해야 할 담론의 시작이다.

1부에서는 인민의 첫 모습을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망 이후 나타난 애도와 상실감의 현장에서 담는다. 체제 붕괴를 예측한 외부 세계의 시각부터 인민들의 눈물이 조작된 것이라는 둥 온갖 설이 난무했지만 3대 세습과 함께 체제는 안정을 되찾았다. 저자는 정치권력의 세습에 대한 불가피한 선택과 인민들의 감정 구조를 연결짓는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이듬해부터 3년간의 ‘고난의 행군’은 오늘의 북한 사회를 틀지었다. 자연재해와 식량난, 경제 위기로 확대된 ‘고난의 행군’을 극복하는 과정을 장마당의 형성과 거래, 시장을 찾아 나선 인민들의 경제 활동에서 찾아본다.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경제 활동은 인민들에게 시장에서 좀 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이 공간은 사적 영역의 부분적 확대로 이어졌다. 중앙계획경제와 자본주의 경영 요소를 결합한 인민경제의 생산 양식 변화는 가속화 되었다.

북한의 독특한 신분 제도는 계급 계층을 포괄하는 출신과 사회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계급 관계를 기초로 하면서 전 인민을 핵심계층, 기본계층, 적대계층 3개 계층으로 나누고, 64개 세부 부류를 정해 인민들의 신분에 차등을 두었다. 성분 제도는 구성원의 통합보다는 노동당원을 핵심으로 출신과 개인 능력에 따라 사회성분이 결정되는 위계의 방식으로 구조화되었다. 소수의 예외가 있지만 성분에 따른 차별은 출신이나 개인 능력으로 극복할 수 없을 만큼 관료화되어 있다. 인민들은 나름대로 이와 같은 규범 속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 장마당이나 평양 거리에서 만나는 이 개체는 집합체의 구성 인자이지 민주 사회의 정치적 개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부에서는 ‘사회주의 인간형’에 따른 인민관의 정립과 생활양식의 정형화를 집중 분석한다. 북한에서 생활의 변화는 해방 이후부터 근대적 사회로 이행하면서 바뀌기 시작해 1960년대 말에 이르러 완결되고, 주체의 사회주의 인간형 역시 동시에 진행되어 왔다. 1967년에 등장한 유일사상체계에 뒤이어 1974년에 발표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은 인민들의 생활양식의 표준 규범이 되었다. 최고 지도자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10대 원칙이고,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의 생활총화가 따른다. 인민들의 일상생활 변화는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사회적 근대성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 변화는 협동농장 추진과 노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 생활, 집단적인 단체 활동에서 알 수 있다. 한 국가의 모범이 되는 인간형을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지, 인민의 형성과 모범 인민의 창출을 제시하고 따라 배우기 운동과 북한식 사회주의 인간형의 조직과 교육 과정을 살펴본다.

그로부터 저자는 오늘날 인민들의 사고와 생활방식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인민들이 각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풍부한 인적 자원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한다. 북한에서 오래 사업을 한 스위스인 펠릭스 아브트의 말처럼 “북한 사람들이 ‘친애하는 지도자’의 독재에 무조건 따르는 로봇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들도 전 세계 다른 국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슬픔과 행복을 경험하며, 희망과 열정을 품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인민의 얼굴일지도 모른다.

3부에서 저자는 그러한 인민들의 내면과 감정구조를 세 가지 현상으로 설명한다. 첫째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망에서 보듯이 개인과 집단 감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두 사람의 사망은 곧 최고 지도자와 인민의 관계에 대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과 이로부터 파생하는 인민의 내면 의식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사건이다. 인민들의 심성은 강한 신념도 있지만 다양한 감정도 포함하고 있다. 인민들 내면에 잠복해 있는 집단 감정이 어떤 것인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벌어진 장례와 일련의 국상 기간에 나타난 현상을 돌아보며 설명한다.

둘째, 반미 정서는 경험과 정치의 이중 과정에 안착된 인민들의 대표적인 집단 감정이다. 한국전쟁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 감정과 반미정치는 70여 년 가까이 지속된 미국의 체제 위협에 따른 반작용으로 존재해 왔다. 김정일이 밝히는 대미외교의 실체와 인민들에게 반미 정치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신천박물관에서 정치적 감정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 신천학살의 가해자 문제와 미국을 비난하는 평양의 진의, 그 속마음을 들춰본다. 반미 정신은 여전히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현재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원천이자 자신들의 존재를 지탱해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노동당은 인민들의 마음속에 ‘미국’을 ‘원쑤’로 만들었지만 외교 관계를 정상화해야 하는 세계 최강국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한국전쟁이라는 매우 특별한 시공간에서 쓰인 인민들의 편지 속에는 인민의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개정감정이 녹아 있다. 군인과 인민이 일치된 사회에서 전쟁을 상시 준비하는 체제를 설명하는 데 한국전쟁과 핵무기는 ‘필수적’이다. 핵무기를 갖추고 국가 안보를 지키려는 대외 정책은 오래된 북미 관계의 산물이다. 그 연원은 한국전쟁 때 겪은 공중 폭격과 원자폭탄 위협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일성과 인민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국가가 원자폭탄으로 이 땅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였다. 그들에게 생존의 위기는 항상 미국으로부터 받는 침략 위협에 있다. 전장의 체험은 이것을 겪지 않은 혁명후속세대, ‘새세대’에게도 교육으로 전승되어 경험으로 남는다. 그들에게 핵무기는 ‘지속되고 있는 한국전쟁’이기도 하다. 핵 무력을 갖추고서야 노동당은 2018년 평창으로 내려왔다.

권력을 견제하고 저항하는 ‘시민’과 같은 인민 대중의 등장은 북한에서는 불가능하다. 국가 정책은 김정은과 노동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될 뿐 인민들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는 거의 없다. 그러나 북한 인민들의 공동체 정서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형성되어 온 인민의 집단정신은 체제에 순응하고 최고 지도자의 영도에 따르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공동체 관계를 이루어 왔다. 유대감으로 형성되어 온 공동체 의식은 남다르다. 인민들에게는 ‘공화국’은 감옥이 아니라 요새일 것이다. 그들은 국내외의 변화 속에서도 동질성을 잃지 않는 집단정신으로 무장해 있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영광을 가질 수 없는 존재들이다. 북한은 이제 김정은을 최고 지도자로 해서 정상국가의 모습을 갖추려고 한다. 고립에서 탈출하려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자유 없는 평등으로 평등 없는 자유보다 안정적인 사회 유형을 창출한 사회주의 국가 북한. 노동당 지배의 흔들리지 않는 국가 북한에는 살아 있는 인민들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