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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도시 메데진 (2023 / 중앙일보 / 사회학) - 마약의 수도는 어떻게 전 세계 도시의 롤모델이 되었나?

동방박사님 2023. 2. 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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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람이 행복한 도시와 메데진 모델―
『꿈의 도시 꾸리찌바』 이후 20년,
도시를 바꿔 지구를 살리는 ‘도시혁명 프로젝트’ 대장정의 완결!


『꿈의 도시 꾸리찌바』(2002)와 『도시의 로빈후드』(2014)를 통해 사람 중심 도시, 지속가능한 세상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도시학자 박용남의 신작. ‘도시 디자인’을 엘리트가 주도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대중 공동체 운동으로 바꿔온 ‘도시혁명 프로젝트’ 3부작의 완결편이다. 미드 〈나르코스〉의 무대로 유명한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진. 1990년대 초반까지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의 근거지이자 하루 평균 16명씩 살해당하는 폭력의 수도, 가장 가난하고 가장 불평등하며 ‘국가가 포기한 도시’로까지 불리던 메데진은 30여 년간 이어진 도시재생 사업 끝에 뉴욕과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도시들 롤모델, 이른바 ‘셀럽시티’로 되살아났다. 2020년대 메데진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혁신 도시, 교양의 도시로 통한다. 이런 상전벽해는 어떻게 일어났을까?

지구 반대편 1만4000km를 날아가 현지를 찾은 저자는 메데진의 사람과 공간을 인터뷰하고, 상처로 가득한 도시의 역사와 영혼을 대면했다. 이를 통해 메데진의 부활과 성공에는 혁신적 리더십(정치인과 도시계획가)과 비전(도시침술과 사회적 도시계획), 도시 내 연결성과 이동 편의성을 모두 아우른 생태 친화적 교통 시스템, 시민들의 주거·문화·교육적 요구를 훌륭하게 담아낸 건축이 있음을 발견했다. ‘사람이 행복한 도시’를 꿈꿔온 지 50년,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도시학자의 무르익은 안목과 통찰에 힘입어, 이 책 『기적의 도시 메데진』은 우리가 갈 수 있고, 어쩌면 가야 마땅한 ‘다른 길’을 다정하게 안내한다.

 

목차

● 머리말
● 프롤로그: 도시들의 도시, 셀럽시티 메데진

1 도시가 마약과 작별하는 법

○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메데진 카르텔 ○ 마약 산업과 대중문화 ○ 〈나르코스〉와 도시폭력 ○ 마약 유산의 관광화와 블랙 투어리즘 ○ 희생자 관점의 마약 유산 여행

2 도시를 바꾼 사람들, 혁신을 이끈 생각들

세르히오 파하르도와 알레한드로 에체베리 ○ 사회적 도시계획 및 도시침술 ○ 후임 시장들의 정치적 담론 ○ 새로운 변화의 시대

3 연결하고 이동하다: 생태교통으로 하나 된 도시

교통정책의 기조 ○ 메트로, 트란비아, 메트로플러스 ○ 메트로케이블 ○ 공공자전거 엔시클라 ○ 산하비에르 에스컬레이터 ○ 피코 이 플라카 ○ 전략적 목표 및 향후 개발계획 ○ 교훈과 과제

4 죽은 도시 되살리기Ⅰ: 주거, 교육, 공원

산토도밍고사비오와 에스파냐 도서관 공원 ○ 도서관 공원과 교육 공원 ○ 생명의 꽃이 핀 모라비아 ○ 후안 보보 개울의 주거지 재생 ○ 맨발의 공원 ○ 모든 시민을 포용하는 다양한 도시공원 ○ 아르비 생태공원과 식물원 ○ 통합도시 프로젝트 PUI ○ 알푸하라 및 북부지역 활성화 ○ 연결형 생활공원 '우바' ○ 빈민을 위한 은행 ‘방쿠아라’

5 죽은 도시 되살리기Ⅱ: 문화, 지식, 테크놀로지

마약, 폭력, 살인과 창의적으로 싸우기 ○ 그래피티를 통한 문화 재생 ○ 안티오키아 박물관과 보테로 광장 ○ 음악과 춤으로 폭력을 극복하다 ○ 〈나르코스〉 유산 지우기 ○ 파이사 문화의 상징, 꽃 축제 ○ 시詩가 도시를 되살리다 ○ 조정적 스마트시티 ○ 메데진 혁신지구 ○ 루타 에네와 4차산업혁명센터 ○ 웨스턴 유니버시티 시타델과 소프트웨어 밸리 센터

6 감염병과 기후위기에 맞서는 법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전환 ○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 ○ 도시 회복력과 그린벨트 ○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도시 ○ 녹색회복을 위한 생태도시 전략 ○ 파리협약에 호응하기 위한 기후행동계획

7 시클로비아: 건강도시 보고타, 메데진과 세계를 잇다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전환 ○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 ○ 도시 회복력과 그린벨트 ○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도시 ○ 녹색회복을 위한 생태도시 전략 ○ 파리협약에 호응하기 위한 기후행동계획

● 에필로그: 메데진의 그늘과 과제
● 주
●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 : 박용남
 
도시학자.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한밭레츠’와 ‘역사경관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상임대표를 맡아 한국 사회에 지역화폐,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와 같은 대안 운동을 도입·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해왔다. 대전광역시 시정연구단과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의 수석연구위원·교통정책자문관으로 간선급행버스(Bus Rapid Transit) 및 공공자전거 시스템 도입에 힘을 보탰고,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책 속으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돈 아니면 총알(Plata, o plomo)”이라는 전략을 구사한 인물이다. 그는 정치인, 공무원, 경찰과 판·검사에게 “내게 협조해 부자가 되거나 아니면 내게 적대하면서 죽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 1989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였던 세사르 가비리아를 살해하기 위해 아비앙카 항공 203편에 대한 항공기 테러를 감행해 애꿎은 승객 110여 명이 죽은 일도 있었다. (…) 이 항공기 테러는 에스코바르에게 맞서는 자의 말로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1970년대 초부터 20여 년간 메데진시민들은 이렇듯 죽음의 공포에 떨며 살아야 했다. 그것이 도시에 어떻게 각인되었는지, 또 시민들의 마음에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남겼는지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 p.26

메데진은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그의 왕국 메데진 카르텔의 본부가 있던 곳으로, 이 도시에서는 한동안 ‘원치 않았던 블랙 투어리즘’이 인기를 끌었다. 많은 관광객이 에스코바르의 테러 통치 흔적과 그의 궤적에 깊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 p.167

메데진 기념공원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시에 미래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성격을 담은 기억의 공간이다.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살던 곳을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재탄생시키며 메데진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작지 않은 울림을 던져준다.
--- pp.169~170

“슬프게도 우리, 우리 아이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은 이마에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니셜이 새겨진 흉터를 갖게 될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이 우리의 과거를 지울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요.”
--- p.39

건축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위해 가장 아름다운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불평등에 대해 희망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우리는 도시의 가장 초라한 동네에서 결코 꿈꾸지 못했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새로운 공간에는 더 큰 의미에서 교육 및 지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 교육의 질은 공간의 질에서 시작해야 하므로 도시의 가장 가난한 아이는 도시의 가장 부유한 아이만큼 좋은 학교에 가야 합니다.
--- p.45

우리는 어떤 공공장소에 대해 생각하고 있나요? 공원 및 도서관, 학교, 문화 센터, 과학 공원, 식물원, 독서 및 음악 센터, 이 모든 것은 유형의 것, 넓은 의미로 이해되는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가 한 일은 강력한 사회적 표현으로서 건축을 중심으로 사회적 동원이 일어날 수 있는 새로운 상징, 새로운 공간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그건 시멘트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 p.47

에체베리는 “도시의 변화에는 많은 요소가 있으며, 특히 중요한 것은 물리적 요소”라고 말했다. “(물리적 요소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공동체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만남의 장소(places of encounter)를 창출하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 존엄성과 자부심의 문제는 개입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도시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 최고의 품질을 지닌 건축물을 세우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문제죠.”
--- p.51

모든 도시정책, 특히 교통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걷기에 두며, 그다음은 자전거, 대중교통, 택시, 자가용 순이라는 원칙이다. 모든 기관, 모든 전문가가 브리핑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메데진의 교통정책 기조다.
--- p.64

메데진은 메트로케이블, 즉 케이블카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도시다.
--- p.67

보편적 기본소득UBI은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오랫동안 논의되어왔지만, 고용을 직접적으로 촉진하는 해결책이 있다. 바로 사람들을 일자리에 데려다주는 보편적 기본교통(UBM: universal basic mobility)이다. 출퇴근 시간이 긴 지역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다. 교통 사정이 좋지 않은 지역은 실업률이 높고 소득이 낮다. 이동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모든 나라의 헌법보다 우선하며, 세계 인권 선언문에도 명시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인권이 아니라 건강한 경제의 기초이다.
--- p.83

인데펜덴시아 바리오는 이제 메데진의 나머지 지역에 개방되어 사람들이 계곡에서 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점차 안전하게 바뀐 바리오는 갱과 마약 밀매업자에게 썩 매력적이지 않은 공간이 되었다. 산하비에르의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없었다면 적십자를 비롯한 지역사회 단체와 정부 기관 사람들이 이곳으로 출근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제 이런 기관들이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사회 프로그램을 조직하고 조정할 수 있게 되는 등 이 지역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 pp.88~89

‘도서관library’이라는 단어의 어원인 ‘liber’는 ‘책’과 ‘자유’라는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시민 각자가 원자화되고 불평등이 만연한 시대에도 시민사회의 기반이 되어주는 공공기관을 수호해야만 하며, 이런 공공기관의 상징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다양한 배경과 열정, 관심사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생동감 넘치는 민주주의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이런 장소에서라면 공공, 민간, 자선 부문이 협업하여 수익 창출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

통합 대중교통 시스템은 평균 이동시간을 90분에서 30분으로 단축했다. (…) 지난 10여 년간 시민들은 주당 30시간의 이동시간을 절약했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빈곤층 90% 이상이 계층1~3 출신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 p.96

사회적 인프라는 사회적 자본이 발달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짓는 물리적 환경을 지칭한다. 튼튼한 사회적 인프라는 친구나 이웃들이 서로 만나고 지지하며 협력하는 활동을 촉진하는 반면, 낙후한 사회적 인프라는 사회 활동을 저해하고 가족이나 개개인이 자기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든다. 사회적 인프라의 역할은 가히 결정적이라 할 만큼 중요하다.
--- p.110

한 지역 주민은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공원을 가리키며 “이 동네에는 폭력이 너무 많았고, 죽음도 많았죠. (…) 그곳은 위험한 구멍이었습니다”라고 했다. “만약 이 공원이 직접 말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끔찍한 이야기를 많이 할걸요.
--- p.114

후안 보보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국제사회에서도 성공 사례로 알려져 있다. 주택의 양과 질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주택 보유율을 6%에서 85%로 늘렸으며, 모든 사람이 수도, 전기 및 하수 처리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전에는 거주민의 절반만이 수도를 합법적으로 사용했고, 전기는 주민 중 3분의 1만 이용했으며, 하수 처리 서비스는 아무도 받지 못하던 곳이었다.
--- p.120

시정부에서는 도시의 가장 소외된 지역에 짧은 기간에 건물을 지었다. 개입은 두 가지 중요한 문제, 즉 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도시의 ‘사회적 부채’인 사회적 불평등, ② 모든 사회 계층에 뿌리박힌 ‘폭력’을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국가에서 지난 60년 동안 이 지역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매우 중요했다.
--- p.132

한 도시가 유머 감각을 갖고 있다면, 그 대표적인 사례는 메데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도심 한복판에 있는 보테로 광장 주변을 산책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이곳은 뚱뚱하고 풍만한 여성, 몸이 비대한 우스꽝스러운 남성과 동물을 형상화한 조각품이 23개나 널려 있는 야외 미술관이다. 이 작품들은 “예술은 고단한 삶의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말을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 p.160

도로는 자동차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걷거나 뛰는 사람들, 그리고 놀이를 하는 사람들과 나눠 쓰는 공유 공간이다. 이런 사실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 어떻게 인간친화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시클로비아처럼 도로를 비우는 공격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우리가 도시에서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까.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 pp.243~244
 

출판사 리뷰

시민이 행복한 도시와 메데진 모델―
『꿈의 도시 꾸리찌바』이후 20년,
도시를 바꿔 지구를 살리는 ‘도시혁명 프로젝트’ 대장정의 완결!


『꿈의 도시 꾸리찌바』(2002)와 『도시의 로빈후드』(2014)를 통해 사람 중심 도시, 지속가능한 세상의 가능성을 모색해온 도시학자 박용남의 신작. ‘도시 디자인’을 엘리트가 주도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대중 공동체 운동으로 바꿔온 ‘도시혁명 프로젝트’ 3부작의 완결편이다. 미드 〈나르코스〉의 무대로 유명한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진. 1990년대 초반까지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의 근거지이자 하루 평균 16명씩 살해당하는 폭력의 수도, 가장 가난하고 가장 불평등하며 ‘국가가 포기한 도시’로까지 불리던 메데진은 30여 년간 이어진 도시재생 사업 끝에 뉴욕과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도시들 롤모델, 이른바 ‘셀럽시티’로 되살아났다. 2020년대 메데진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혁신 도시, 교양의 도시로 통한다. 이런 상전벽해는 어떻게 일어났을까?

지구 반대편 1만4000km를 날아가 현지를 찾은 저자는 메데진의 사람과 공간을 인터뷰하고, 상처로 가득한 도시의 역사와 영혼을 대면했다. 이를 통해 메데진의 부활과 성공에는 혁신적 리더십(정치인과 도시계획가)과 비전(도시침술과 사회적 도시계획), 도시 내 연결성과 이동 편의성을 모두 아우른 생태 친화적 교통 시스템, 시민들의 주거·문화·교육적 요구를 훌륭하게 담아낸 건축이 있음을 발견했다. ‘사람이 행복한 도시’를 꿈꿔온 지 50년,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도시학자의 무르익은 안목과 통찰에 힘입어, 이 책 『기적의 도시 메데진』은 우리가 갈 수 있고, 어쩌면 가야 마땅한 ‘다른 길’을 다정하게 안내한다.

“가장 가난한 지역에 가장 근사한 건축물을”
정치 리더십과 시민사회의 시너지


마약과 폭력으로 악명 높던 ‘죽은 도시’ 메데진을 되살린 일등공신은 세르히오 파하르도를 비롯한 메데진 시장들의 리더십이다. 특히 영국 『가디언』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시장’으로 선정한 파하르도는 그 자신이 훌륭한 도시계획가로서 도시침술(특정 지역에 자극을 줌으로써 주변지역까지 되살리는 도시재생 방법)과 사회적 도시계획이라는 독창적 비전을 제시했고, 저마다 엘리트주의로 무장한 정치인-도시계획가-건축가-예술가 집단을 훌륭히 조율해내며 도시재생 사업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도시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 가장 탁월한 건축물(페르난도 보테로 도서관 공원, 산하비에르 에스컬레이터 등)이 들어설 수 있었고, 이는 메데진 시민들에게 빈부와 계층에 상관없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긍지와 일체감을 안겼다.

물론 이런 공로는 적임자를 찾아내고 선출한 시민사회의 것이기도 하다. 메데진 시민사회는 훌륭한 리더를 뽑은 데서 그치지 않고, 참여예산제 등을 통해 도시계획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또한 저자는 도시 최대의 수입원 중 하나인 ‘마약 유산 관광’이 단순한 돈벌이에 그치지 않도록 ‘어두운 역사를 되새기는 희생자 관점의 여행 상품’을 꾸리는 등 도시가 마약과 온전히 작별하기까지 메데진 시민사회가 보여준 희생과 노력을 특별히 평가한다.

“교통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걷기”
지역을 잇고, 실업을 끊어낸 생태교통 시스템


과거의 메데진은 사분오열된 도시였다. 농업→제조업으로의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인구가 급격히 유입되었고, 이는 난개발과 슬럼화를 불렀다. 도심과 단절된 빈곤한 지역은 무법천지로 변해갔다. 이런 ‘지리적 불평등’은 실업 및 극심한 빈부격차와 함께 메데진이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는 증거였다. 파하르도 시장 이후 메데진의 교통 정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를 위해 도입된 방안들이 하나같이 생태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메트로(전철), 트란비아(노면전차), 메트로케이블(케이블카), 메트로플러스(간선급행버스), 엔시클라(공공자전거)로 이름 붙은 메데진의 새로운 교통수단은 끊어진 지역을 잇고 일자리 접근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상품이 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메데진은 교통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걷기’를 강조하며 시클로비아 등 ‘자동차 없는 거리’를 추진하는 등 생태교통 시스템을 지향하는 전 세계 대도시의 롤모델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최빈곤 지역이자 산중턱에 위치해 도심으로의 이동권이 원천 차단된 산하비에르 지역에 건립된 384m의 에스컬레이터는 메데진의 명물이자 랜드마크로 손꼽히며 해마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모두 소외 지역과 약자를 먼저 배려하는 하후상박 정책의 쾌거라고 할 만하다.

“관광객은 현지 주민이 즐겁게 사는 도시에 찾아온다”
‘보여주기’가 아닌 시민을 위한 인프라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곧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 즐거워야 먼 곳에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라고 했다. 저자의 눈에 메데진은 2500년 전 동양 현자의 통찰을 현실로 구현한 공간이다. 메데진은 불평등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시가 진 사회적 부채’로 인식하고, 전 계층에 뿌리 깊게 스며든 폭력과 함께 도시의 최대 현안으로 삼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동한 것이 통합도시 프로젝트(PUI)였다.

거주 환경 개선과 사회적 자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하는 교통 환경 개선, 교육과 기술산업 및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골자로 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메데진은 기존의 ‘범죄도시’ 이미지를 씻고 세계적 ‘혁신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 비즈니스 혁신센터 루타 에네(RUTA N)를 비롯한 스타트업 기업 인큐베이터, 도서관 및 교육기관과 융합된 아름다운 생활형 공원들이 도시 곳곳에 들어섰다. 우범지대거나 감옥으로 쓰이던 공간들까지 도시의 혁신을 상징하는 명소가 되어 관광객과 도시 연구자들의 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프로젝트가 시민의 참여를 전제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약자 우선 배려, 자동차 없는 거리 등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까지도 시정부에 대한 신뢰 속에서 무리 없이 추진될 수 있었다.

격차와 불평등에 대한 시각, 교통 정책의 기조, 폭력과 범죄에 대처하는 태도 등 많은 부분에서 메데진은 다른 도시, 특히 한국의 대도시와 사뭇 다르다. 독특한 역사와 문화에서 만들어진 ‘특수한’ 문화인 만큼 이를 롤모델로 삼는 건 무리라는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반세기에 걸쳐 지속가능한 세상을 탐색해온 저자는 조심스럽게 메데진 모델의 ‘보편화’를 전망한다. 가장 낙후한 지역,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내치지 않고 재생에 성공한 메데진 모델이야말로 보편과 특수의 맞부딪히며 빚어낸 도시 디자인의 한 절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