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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비정상적 국정 운영 이전에 비정상적 언어가 존재했다
우리는 또다시 정치인의 언어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박근혜의 말에는 박근혜가 감추려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대통령은 도대체 왜 그렇게 말할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문제를 추적한 책이다. 문법에 맞지 않는 어법, 유체이탈과 주술적 언어, 불필요한 지시사의 남발 등 온 국민을 갑갑하게 만든 대통령의 말 속에는 비정상적 언어 사회화 과정과 박정희 일가의 비극 그리고 우리 정치사의 흑역사가 담겨 있다.『박근혜의 말』은 이른바 ‘근혜체’를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런 어법이 나오게 된 이유를 파헤친다. 박근혜가 감추려던 모든 것이 그 말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말에 현혹되지 않고 정치인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다음 선거에서 좋은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도 꼭 보아야 할 책이다.
목차
머리말
1장. 박근혜가 언어로 지은 집
부끄러운 대통령 역사
20년간 주소지가 청와대였던 특수한 개인
주어가 없는 언어
주어가 생략되는 이유│불통을 넘어선 군왕적 어법│자연인 박근혜와 정치인 박근혜
정치판을 동물원에 비유한다면
2장. 불완전한 언어 습득의 배경
비정상적 사회화 과정이 낳은 난맥상
‘좋은’과 ‘좋지는 않은’만 존재하는 언어│삼 남매에게 공통적인 비정상 어법│근혜, 근령, 지만의 사회화 과정│[넬]과 박근혜
고맙고 진실한 사람 최태민
배신의 연대기│육영수의 죽음과 역사의 나비효과│개인적이며 절대적인 배신의 기준│넬과 소통한 최태민
육영수가 박근혜에게 당부한 것
3장. 대통령은 왜 그렇게 말할까
근혜체의 여섯 가지 유형
1) 오발탄 어법 -웃어넘기기엔 씁쓸한 블랙코미디
2) 영매 어법 -국사당 원무당의 재림인가
3) 불통 군왕의 어법 -혹은 장기판 공주 어법
4) 피노키오 공주 어법 -대중을 속인 언어 성형 정치
5) 유체이탈 어법 -사과할 줄 모르는 대통령의 마음속
6) 전화통 싸움닭 어법 -고상한 정치인의 속물성
실전 근혜체 고급 활용법
사고장애에서 오는 지리멸렬과 우원증│일단 늘이고 보는 불필요한 수식들│우리말 파괴의 현장
박근혜식 유머가 썰렁한 이유
4장. 콤플렉스와 박근혜의 언어
성격의 토양
정치가 타입과 거리가 먼 심리 유형│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이중적 심리│박근혜의 불통 리더십
부성 콤플렉스, 신화와 그늘
올드 보이들이 편한 공주│지킬 의사도 없었던 공약들│딸에 의해 허물어지는 박정희 신화
5장. 칩거의 언어와 시선공포증
수첩공주의 무대공포증
외교 무대에서 나타나는 잦은 실수│원고와 수첩이 구세주
눈 맞추기가 두려운 대통령
기초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연극배우
청와대와 백악관
6장. 정치인의 말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박근혜 현상’의 적폐
역대 대통령의 말
말은 결국 정치요, 그 사람이다
부록 1. ‘대통령’이라는 말의 뿌리
부록 2. 박근혜 및 주변 인물들의 종합 연보
1장. 박근혜가 언어로 지은 집
부끄러운 대통령 역사
20년간 주소지가 청와대였던 특수한 개인
주어가 없는 언어
주어가 생략되는 이유│불통을 넘어선 군왕적 어법│자연인 박근혜와 정치인 박근혜
정치판을 동물원에 비유한다면
2장. 불완전한 언어 습득의 배경
비정상적 사회화 과정이 낳은 난맥상
‘좋은’과 ‘좋지는 않은’만 존재하는 언어│삼 남매에게 공통적인 비정상 어법│근혜, 근령, 지만의 사회화 과정│[넬]과 박근혜
고맙고 진실한 사람 최태민
배신의 연대기│육영수의 죽음과 역사의 나비효과│개인적이며 절대적인 배신의 기준│넬과 소통한 최태민
육영수가 박근혜에게 당부한 것
3장. 대통령은 왜 그렇게 말할까
근혜체의 여섯 가지 유형
1) 오발탄 어법 -웃어넘기기엔 씁쓸한 블랙코미디
2) 영매 어법 -국사당 원무당의 재림인가
3) 불통 군왕의 어법 -혹은 장기판 공주 어법
4) 피노키오 공주 어법 -대중을 속인 언어 성형 정치
5) 유체이탈 어법 -사과할 줄 모르는 대통령의 마음속
6) 전화통 싸움닭 어법 -고상한 정치인의 속물성
실전 근혜체 고급 활용법
사고장애에서 오는 지리멸렬과 우원증│일단 늘이고 보는 불필요한 수식들│우리말 파괴의 현장
박근혜식 유머가 썰렁한 이유
4장. 콤플렉스와 박근혜의 언어
성격의 토양
정치가 타입과 거리가 먼 심리 유형│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이중적 심리│박근혜의 불통 리더십
부성 콤플렉스, 신화와 그늘
올드 보이들이 편한 공주│지킬 의사도 없었던 공약들│딸에 의해 허물어지는 박정희 신화
5장. 칩거의 언어와 시선공포증
수첩공주의 무대공포증
외교 무대에서 나타나는 잦은 실수│원고와 수첩이 구세주
눈 맞추기가 두려운 대통령
기초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연극배우
청와대와 백악관
6장. 정치인의 말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박근혜 현상’의 적폐
역대 대통령의 말
말은 결국 정치요, 그 사람이다
부록 1. ‘대통령’이라는 말의 뿌리
부록 2. 박근혜 및 주변 인물들의 종합 연보
책 속으로
정치 행위 또한 언어에 크게 의존하지만, 박근혜는 정치인 시절 내내 언어 성형 정치를 해 왔다. 언어 뒤에 숨어서 본 모습을 가리고, 진실을 은폐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성형해 왔다. 국민은 그런 모습에 속아서 표를 줬다. --- p.7
대통령이라는 특수직에 오른 박근혜는 한 인간으로서도 아주 특수한 사람이다. 20여 년 넘게 청와대를 주민등록지로 하고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그가 유일하다. 개인사를 보면 한편으론 눈물겨운데, 한편으론 의아해진다. 부모 모두를 총탄으로 잃어 친동기간들과 각별할 법도 한데, 유일한 남동생이 감옥살이하고 있을 때 면회 한 번 가지 않았고, 나이 50을 넘긴 여동생이 재혼하는 자리에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 --- p.20
박근혜는 달변의 정치인이 아니다.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고 어법도 괴상하다. 어쩔 수 없이 극도로 말을 줄이고 아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오히려 대중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 p.25
박근혜는 38세이던 1989년 최태민과 함께 근화봉사단을 조직하는 등 스스로 일기에 적은 대로 ‘인생 최고의 해’를 보냈다. 다음 해인 1990년에는 최태민의 집과 지척인 삼성동으로 이사하면서 동생들과 더욱 완벽하게 단절함으로써 동생들의 배신을 확실하게 응징했다. 근령과 지만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누나와 최태민을 격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이 무렵의 일이다. --- p.65
오발탄 어법에는 ‘솔선을 수범해서’와 같이 손쉬운 조사나 어미 따위를 임의로 생략하거나 덧붙여서 도리어 뜻이 통하지 않거나 어지럽게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근혜체에서 자주 보이는 단문형 어법 이탈 내지는 오용 사례가 이에 속한다. --- p.85
이런 초급 수준의 단어를 헷갈리는 것은 그 어휘를 자주 접하지 않거나 거의 사용할 일이 없어 입에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나 ‘기후변화협약’ 등의 시사용어라면 모르지만 이산화탄소, 산소 같은 기본 어휘는 사고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입에 붙어 나오는 법이다. --- p.87
박근혜에게 활성화란 말은 무조건 좋은 말이다. 그 앞의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행한 공개 발언--- p.기사화되거나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 기준) 중에서, 가장 많이 애용한 형태소가 ‘활성화’다. 그중에서도 ‘경제 활성화’란 말은 박 대통령의 언어에서 한 낱말로 묶어서 도장처럼 새겨 놓은, 일종의 단축키와도 같다. --- p.89
이 독대 기피 습관은 박 대통령의 열등한 사회화 과정이 초래한 여러 부작용 중 하나이다. 청소년기, 청년기의 성장 과정에서 정상적인 또래 문화를 겪지 못한 탓에, 박근혜는 화법(speech)의 기본에 속하는 논리적 토론(debate)이나 수평적 토의(discussion) 훈련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 사람과 마주하고 면전에서 논리적 화법을 구사하거나,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지 못하는 것이다. 또 전문적인 정책 내용을 가지고 장관이나 관련 담당자들과 논의할 수준이 아니다 보니 더더욱 대면 보고를 기피하고 서면 보고에 의존한다. 그리고 이는 뒤에 다룰 대인기피증과도 이어진다. --- p.159
이들 쿨 미디어는 박근혜의 언어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들 매체에서 쓰이는 언어는 정치적이거나 공식적 무대에 어울리는 것들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 언어는 속어와 단편적 감정의 발산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박근혜가 즐겨본 드라마는 속성상 보편적인 서민들의 일상과 삶에 대한 통찰보다는 자극적이고 대결적인 스토리 전개가 우위를 차지한다. 차분함이나 논리정연함, 맥락과 구조의 이해라는 면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 p.166
이러한 MBTI 구분법에 따르면 박근혜는 내향성+감각형+감정형+판단형, 곧 ‘내향적 감정형(ISFJ)’ 타입이다. 이 ISFJ형의 특질은 ‘임금 뒤편의 권력형’(‘뒷방 시어미’형)이라 요약된다. 이와 정반대되는 타입은 외향성+직관형+사고형+판단형, 곧 ‘외향적 사고형(ENTJ)이다. 정치가들의 일반적 유형은 박근혜와는 정반대 타입인 ENTJ형이다. 다시 말해서, 심리 유형으로 보자면 박근혜는 정치와는 영 맞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는 정치인이면서도 정치인들과 기질적으로 맞지 않고 자연히 그들과의 만남도 즐기지 않는다. --- p.192
평범하지 않았던 가족사와 어린 시절의 충격적 체험이 남긴 트라우마는 계속해서 박근혜의 마음을 할퀴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깎아내린다. 심각한 자아 분열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체 수단 즉 자신을 지탱해 줄 목표와 존재 이유가 필요하다. 내면의 갈등에서 나온 이러한 요구를 박근혜는 일기장 여러 곳에서 되풀이해서 썼듯이 ‘소명’과 ‘하늘이 내린 뜻’이라고 이해했다. 박근혜의 이러한 마음의 행로, 심리 작동 기제를 가장 정확히 간파하고 부추기고 이용한 사람이 최태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 p.207
박근혜의 뿌리 깊은 부성 콤플렉스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측면으로는 남성의 눈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남성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으려는 의존적 심리를 들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모습으로 표출되는데, 우선 하나는 ‘올드 보이 의존증’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원로 자문 그룹 7인회(강창희, 김기춘, 김용갑, 김용환, 안병훈, 최병렬, 현경대) 멤버들은 실제로 나이가 많은 올드 보이들이자 ‘박정희 키드’들이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들과 일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는 아버지 세대 의존증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 당선 후 임명한 비서실장들(허태열, 김기춘, 이병기, 이원종)도 하나같이 자신보다 훨씬 연상이었다. 경호실장 역시 연상인 전직 육군 참모총장 박흥열을 발탁한 데에서 이러한 심리의 일관된 흐름이 파악된다. --- p.209
무대공포증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시선 처리 문제가 있다. 위에서 박근혜의 무대공포증이 엄밀하게는 시선공포증에 가깝다고 한 것과 관련된다.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나 국무회의 등을 주재할 때 박 대통령의 시선을 유심히 살펴보라. 어떤 특정 사안을 언급할 때도 해당 비서나 장관들에게 직선으로 눈길을 주지 못하고 초점의 방향이 모호하거나 몽롱하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인형들을 앞에 두고 혼자서 말하는 듯하다. 그래야만 시선 부담에서 벗어나 말의 일탈이 덜 벌어지기 때문이다. --- p.224
실체 없이 구호부터 남발하고 보는 것, 그것은 그 자신이 먼저 언어에 솔깃해하기 때문이다. 언어에 그 자신이 현혹되어, 번드르르 한 말만 앞세우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포퓰리스트적 언어 성형 정치가 박근혜식 정치의 근간이다. 이유도 단순하다. 인기몰이용의 그 같은 말들이 유권자들에게 내내 잘 통해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유권자를 길들였고 유권자들이 박근혜를 그렇게 길들였다.
대통령이라는 특수직에 오른 박근혜는 한 인간으로서도 아주 특수한 사람이다. 20여 년 넘게 청와대를 주민등록지로 하고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그가 유일하다. 개인사를 보면 한편으론 눈물겨운데, 한편으론 의아해진다. 부모 모두를 총탄으로 잃어 친동기간들과 각별할 법도 한데, 유일한 남동생이 감옥살이하고 있을 때 면회 한 번 가지 않았고, 나이 50을 넘긴 여동생이 재혼하는 자리에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 --- p.20
박근혜는 달변의 정치인이 아니다.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고 어법도 괴상하다. 어쩔 수 없이 극도로 말을 줄이고 아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오히려 대중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 p.25
박근혜는 38세이던 1989년 최태민과 함께 근화봉사단을 조직하는 등 스스로 일기에 적은 대로 ‘인생 최고의 해’를 보냈다. 다음 해인 1990년에는 최태민의 집과 지척인 삼성동으로 이사하면서 동생들과 더욱 완벽하게 단절함으로써 동생들의 배신을 확실하게 응징했다. 근령과 지만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누나와 최태민을 격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이 무렵의 일이다. --- p.65
오발탄 어법에는 ‘솔선을 수범해서’와 같이 손쉬운 조사나 어미 따위를 임의로 생략하거나 덧붙여서 도리어 뜻이 통하지 않거나 어지럽게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근혜체에서 자주 보이는 단문형 어법 이탈 내지는 오용 사례가 이에 속한다. --- p.85
이런 초급 수준의 단어를 헷갈리는 것은 그 어휘를 자주 접하지 않거나 거의 사용할 일이 없어 입에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나 ‘기후변화협약’ 등의 시사용어라면 모르지만 이산화탄소, 산소 같은 기본 어휘는 사고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입에 붙어 나오는 법이다. --- p.87
박근혜에게 활성화란 말은 무조건 좋은 말이다. 그 앞의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행한 공개 발언--- p.기사화되거나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 기준) 중에서, 가장 많이 애용한 형태소가 ‘활성화’다. 그중에서도 ‘경제 활성화’란 말은 박 대통령의 언어에서 한 낱말로 묶어서 도장처럼 새겨 놓은, 일종의 단축키와도 같다. --- p.89
이 독대 기피 습관은 박 대통령의 열등한 사회화 과정이 초래한 여러 부작용 중 하나이다. 청소년기, 청년기의 성장 과정에서 정상적인 또래 문화를 겪지 못한 탓에, 박근혜는 화법(speech)의 기본에 속하는 논리적 토론(debate)이나 수평적 토의(discussion) 훈련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 사람과 마주하고 면전에서 논리적 화법을 구사하거나,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지 못하는 것이다. 또 전문적인 정책 내용을 가지고 장관이나 관련 담당자들과 논의할 수준이 아니다 보니 더더욱 대면 보고를 기피하고 서면 보고에 의존한다. 그리고 이는 뒤에 다룰 대인기피증과도 이어진다. --- p.159
이들 쿨 미디어는 박근혜의 언어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들 매체에서 쓰이는 언어는 정치적이거나 공식적 무대에 어울리는 것들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 언어는 속어와 단편적 감정의 발산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박근혜가 즐겨본 드라마는 속성상 보편적인 서민들의 일상과 삶에 대한 통찰보다는 자극적이고 대결적인 스토리 전개가 우위를 차지한다. 차분함이나 논리정연함, 맥락과 구조의 이해라는 면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 p.166
이러한 MBTI 구분법에 따르면 박근혜는 내향성+감각형+감정형+판단형, 곧 ‘내향적 감정형(ISFJ)’ 타입이다. 이 ISFJ형의 특질은 ‘임금 뒤편의 권력형’(‘뒷방 시어미’형)이라 요약된다. 이와 정반대되는 타입은 외향성+직관형+사고형+판단형, 곧 ‘외향적 사고형(ENTJ)이다. 정치가들의 일반적 유형은 박근혜와는 정반대 타입인 ENTJ형이다. 다시 말해서, 심리 유형으로 보자면 박근혜는 정치와는 영 맞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는 정치인이면서도 정치인들과 기질적으로 맞지 않고 자연히 그들과의 만남도 즐기지 않는다. --- p.192
평범하지 않았던 가족사와 어린 시절의 충격적 체험이 남긴 트라우마는 계속해서 박근혜의 마음을 할퀴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깎아내린다. 심각한 자아 분열에 빠지지 않으려면 대체 수단 즉 자신을 지탱해 줄 목표와 존재 이유가 필요하다. 내면의 갈등에서 나온 이러한 요구를 박근혜는 일기장 여러 곳에서 되풀이해서 썼듯이 ‘소명’과 ‘하늘이 내린 뜻’이라고 이해했다. 박근혜의 이러한 마음의 행로, 심리 작동 기제를 가장 정확히 간파하고 부추기고 이용한 사람이 최태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 p.207
박근혜의 뿌리 깊은 부성 콤플렉스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측면으로는 남성의 눈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남성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으려는 의존적 심리를 들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모습으로 표출되는데, 우선 하나는 ‘올드 보이 의존증’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원로 자문 그룹 7인회(강창희, 김기춘, 김용갑, 김용환, 안병훈, 최병렬, 현경대) 멤버들은 실제로 나이가 많은 올드 보이들이자 ‘박정희 키드’들이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들과 일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는 아버지 세대 의존증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 당선 후 임명한 비서실장들(허태열, 김기춘, 이병기, 이원종)도 하나같이 자신보다 훨씬 연상이었다. 경호실장 역시 연상인 전직 육군 참모총장 박흥열을 발탁한 데에서 이러한 심리의 일관된 흐름이 파악된다. --- p.209
무대공포증의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시선 처리 문제가 있다. 위에서 박근혜의 무대공포증이 엄밀하게는 시선공포증에 가깝다고 한 것과 관련된다.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나 국무회의 등을 주재할 때 박 대통령의 시선을 유심히 살펴보라. 어떤 특정 사안을 언급할 때도 해당 비서나 장관들에게 직선으로 눈길을 주지 못하고 초점의 방향이 모호하거나 몽롱하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인형들을 앞에 두고 혼자서 말하는 듯하다. 그래야만 시선 부담에서 벗어나 말의 일탈이 덜 벌어지기 때문이다. --- p.224
실체 없이 구호부터 남발하고 보는 것, 그것은 그 자신이 먼저 언어에 솔깃해하기 때문이다. 언어에 그 자신이 현혹되어, 번드르르 한 말만 앞세우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포퓰리스트적 언어 성형 정치가 박근혜식 정치의 근간이다. 이유도 단순하다. 인기몰이용의 그 같은 말들이 유권자들에게 내내 잘 통해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유권자를 길들였고 유권자들이 박근혜를 그렇게 길들였다.
--- p.245
출판사 리뷰
우리는 어떻게 속은 것인가?
다음 대통령을 뽑으려면 정치인의 말을 어떻게 제대로 들여다볼 것인가?
대전은요? 한마디에 한나라당 지지율이 치솟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피습당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병상에서 “대전은요” 하고 물었다는 보도는 박근혜와 한나라당에 대한 동정 여론을 급속도로 퍼뜨리고 전국적으로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 짧은 문장은 신뢰와 헌신, 선거 여왕 등의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다시한번 각인시켰다.
우리는 여전히 정치인의 말과 그 사람의 실체를 구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언론과 전문가들도 경각심을 갖고 정치인의 말을 관찰하고 검증하지 않는다. 박근혜 이후, 우리는 또다시 정치인의 말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박근혜의 말』은 진지한 접근으로는 사실상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 정치인의 말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 세계를 분석한 인문학적 사회정치서이다. 언어와 심리라는 도구를 동원해서 문제적 정치인 박근혜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박근혜 삼남매는 어법도 똑같다
베이비 토크에 가까운 단어 수준의 문장이 아닌 경우 박근혜의 말은 대체로 만연체이다. 만연체를 자주 쓰는 사람은 대체로 과시적, 권위적, 보수적 성향을 보이며, 행동보다는 사고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의사결정이 모호하거나 느린 편이다. 여기에 문장이 중문 복문으로 섞이면 주술관계는 틀어지고 말뜻을 종잡기 어려워진다. 많은 언론과 국민들을 혼란케 한 ‘근혜체’가 탄생하는 기본 배경이다.
말은 그 사람의 언어 사회화 과정의 총체적 결과이다. 비슷한 성장 과정과 언어 사회화 과정을 거친 박근혜 삼남매는 사실 어법도 매우 비슷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달변이 아님에도 왜 말을 그렇게 길게 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다음 단계로 생각이 빨리빨리 건너가지 못하는 것이다. 일단 말은 시작했고 다음 말로 건너가야 하는데 얼른 생각이 안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생각이 날 때까지 앞말을 붙잡고 늘이는 것이 대처법이다. 연상지체에 따라붙는 달갑잖은 부산물이 ‘늘이기’이다. 근혜체에서는 항상 한 어절의 말이 두 어절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생각하고’가 아니라 ‘생각을 하고’가 되고 때로는 ‘생각을 해 갖고는’으로 더 늘어나기도 한다. (본문 179쪽)
‘이런, 이렇게, 어떤, 그런, 이, 그’와 같은 습관적인 관형어와 지시어를 불필요하게 끼워 넣는 것 또한 이 ‘말 늘이기’의 일환이다. 결국 언어 사회화 과정의 왜곡과 정신적 사고 장애가 박 대통령의 이상한 어법의 근간을 이룬다.
이른바 근혜체의 여섯 가지 유형
국민들을 속 터지게 만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투, 이른바 ‘근혜체’를 저자는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그 각각이 발현되는 이유와 거기에 담긴 박 대통령의 사고 체계와 실체적 진심을 분석한다.
1. 오발탄 어법
“솔선을 수범해서”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고”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이산화가스, 산소가스…”
2. 영매 어법
“근본을 깨닫고 그 근본을 쥐면 저 세상 끝까지 꿰뚫을 수가 있는 것이다”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3. 불통 군왕 어법
“맨날 앉아서 립 서비스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자기 할 일은 하지 않는다”
“손 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 습관만 잘만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4. 피노키오 공주 어법
“내가 누구에게 조종을 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다”
“5.16 같은 경우는 … 그것이 어떤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5. 유체이탈 어법
“그래서 대통령 될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제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
6. 전화통 싸움닭 어법
“한국말 못 알아들으세요?” “선배 알기를 개떡만도 못하게 생각하고”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최태민의 흔적
‘언어와 심리 분석’이라고 해서 이 책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자연인 시절부터 정치인 시절 그리고 대통령 당선 이후의 박근혜의 말을 더듬어 가는 이 책은 필연적으로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드라마틱했던 우리나라 정치사를 함께 고찰한다.
때문에 박근혜의 비정상적 언어에는 박근혜가 감추고 싶은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존경과 미움의 양면 콤플렉스, 배신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의 장막을 치고 주변인들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성향, 오랜 칩거 기간 동안 잃어버린 사회성, 정치인으로서 준비되지 않은 짧은 지식과 빈곤한 사상 등이 박근혜의 발언 사이사이로 어쩔 수 없이 터져나온다. 이를테면 박근혜가 한사코 외부 노출을 꺼리고 축소시키려 애쓰는 최태민과의 관계 역시 그러하다.
실제로 요즘 박 대통령의 영매 어법에 쓰이는 말들은 거의 40여 년 전에, 최태민과 함께 활동할 때 쓰던 말들과 한 뿌리이다.
“하늘의 뜻이 우리와 함께 하시도록 하려면, 또한 그 뜻을 우리 마음 안에 모시려고 한다면, 우선 마음을 깨끗이 청소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모실 준비를 해야 한다.”
?1978년 6월 19일, 새마음갖기 부산시민궐기대회 격려사 (본문 105쪽)
최태민을 처음 만난 1975년 3월 이후 퍼스트레이디 박근혜의 외부 행사의 절반 이상은 최태민이 주관한 행사였다. 박근혜는 최태민과 동행하거나 그의 행사에 참여해 연설하고 최태민이 만든 모든 조직의 명예총재와 이사장 등 간판 역할을 맡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1978년에는 최태민과의 동행 행사가 연간 23회였고 10.26이 발발한 1979년에도 17회의 행사를 함께 치렀다.
모친 사망 당시 23세, 청춘기가 완성되어야 할 시기에 정신적 충격은 컸고 그 자리를 메우고 들어온 최태민의 언어는 박근혜의 언어, 정신은 물론 행동에까지 깊이 침투하고 감염되었다.
병적으로 TV와 드라마에 매달리다
저자가 『박근혜 일기』 등 박근혜의 저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의 독서는 한마디로 매우 가난하다. 40여 년을 기록한 일기에서 책을 읽고 난 감상 등은 한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TV와 인터넷 등은 지나치게 일상적이었다.
주 시청 TV 프로그램은 드라마, 교육방송(외국어 회화), 동물 다큐멘터리, 어린이 프로그램 등으로 보인다. 동물 다큐멘터리와 어린이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는 사실에서는 심리적 퇴행성도 느껴진다. 뉴스도 대부분 TV 시청을 통해 접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TV 낮방송이 허용(2005년)되기 전까지 어린이 프로그램과 동물 다큐멘터리는 대개 저녁 6시 전후에 편성되고 일일드라마가 8시 대, 뉴스 9시, 미니시리즈나 대하드라마 등이 10시 대 이후 심야에 편성되었다. 여기에 외국어 회화 방송까지, 이렇게 보면 박근혜는 저녁 방송 시작해서 방송을 마치는 애국가 화면이 나올 때까지 TV를 끼고 살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본문 161쪽)
한국 정치의 흑역사 우리말의 잔혹사
국정 능력과는 별도로,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정갈함을 가장 심하게 파괴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피할 길이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에 근혜체가 있다면 미국에는 부시즘(Bushism)이 있다. 미국 제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황당한 말실수와 어법을 비꼬는 신조어인데 미국의 아마존 서점에는 부시즘을 다룬 책이 수십 종에 이른다. 그만큼 미국 사회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허투루 넘기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이나 학자, 정치인들은 그동안 대통령의 말에 대해 너무나도 관용적이었다.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격언이 있다. 한국 정치의 흑역사, 우리말의 잔혹사를 돌아보는 것은 촛불로 애써 쟁취한 결실을 또다시 말로 현혹하는 정치인에게 값싸게 넘기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일 것이다.
다음 대통령을 뽑으려면 정치인의 말을 어떻게 제대로 들여다볼 것인가?
대전은요? 한마디에 한나라당 지지율이 치솟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피습당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병상에서 “대전은요” 하고 물었다는 보도는 박근혜와 한나라당에 대한 동정 여론을 급속도로 퍼뜨리고 전국적으로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 짧은 문장은 신뢰와 헌신, 선거 여왕 등의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다시한번 각인시켰다.
우리는 여전히 정치인의 말과 그 사람의 실체를 구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언론과 전문가들도 경각심을 갖고 정치인의 말을 관찰하고 검증하지 않는다. 박근혜 이후, 우리는 또다시 정치인의 말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박근혜의 말』은 진지한 접근으로는 사실상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 정치인의 말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 세계를 분석한 인문학적 사회정치서이다. 언어와 심리라는 도구를 동원해서 문제적 정치인 박근혜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박근혜 삼남매는 어법도 똑같다
베이비 토크에 가까운 단어 수준의 문장이 아닌 경우 박근혜의 말은 대체로 만연체이다. 만연체를 자주 쓰는 사람은 대체로 과시적, 권위적, 보수적 성향을 보이며, 행동보다는 사고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의사결정이 모호하거나 느린 편이다. 여기에 문장이 중문 복문으로 섞이면 주술관계는 틀어지고 말뜻을 종잡기 어려워진다. 많은 언론과 국민들을 혼란케 한 ‘근혜체’가 탄생하는 기본 배경이다.
말은 그 사람의 언어 사회화 과정의 총체적 결과이다. 비슷한 성장 과정과 언어 사회화 과정을 거친 박근혜 삼남매는 사실 어법도 매우 비슷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달변이 아님에도 왜 말을 그렇게 길게 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다음 단계로 생각이 빨리빨리 건너가지 못하는 것이다. 일단 말은 시작했고 다음 말로 건너가야 하는데 얼른 생각이 안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생각이 날 때까지 앞말을 붙잡고 늘이는 것이 대처법이다. 연상지체에 따라붙는 달갑잖은 부산물이 ‘늘이기’이다. 근혜체에서는 항상 한 어절의 말이 두 어절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생각하고’가 아니라 ‘생각을 하고’가 되고 때로는 ‘생각을 해 갖고는’으로 더 늘어나기도 한다. (본문 179쪽)
‘이런, 이렇게, 어떤, 그런, 이, 그’와 같은 습관적인 관형어와 지시어를 불필요하게 끼워 넣는 것 또한 이 ‘말 늘이기’의 일환이다. 결국 언어 사회화 과정의 왜곡과 정신적 사고 장애가 박 대통령의 이상한 어법의 근간을 이룬다.
이른바 근혜체의 여섯 가지 유형
국민들을 속 터지게 만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투, 이른바 ‘근혜체’를 저자는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그 각각이 발현되는 이유와 거기에 담긴 박 대통령의 사고 체계와 실체적 진심을 분석한다.
1. 오발탄 어법
“솔선을 수범해서”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고”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이산화가스, 산소가스…”
2. 영매 어법
“근본을 깨닫고 그 근본을 쥐면 저 세상 끝까지 꿰뚫을 수가 있는 것이다”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3. 불통 군왕 어법
“맨날 앉아서 립 서비스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자기 할 일은 하지 않는다”
“손 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 습관만 잘만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4. 피노키오 공주 어법
“내가 누구에게 조종을 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다”
“5.16 같은 경우는 … 그것이 어떤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5. 유체이탈 어법
“그래서 대통령 될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제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
6. 전화통 싸움닭 어법
“한국말 못 알아들으세요?” “선배 알기를 개떡만도 못하게 생각하고”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최태민의 흔적
‘언어와 심리 분석’이라고 해서 이 책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자연인 시절부터 정치인 시절 그리고 대통령 당선 이후의 박근혜의 말을 더듬어 가는 이 책은 필연적으로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드라마틱했던 우리나라 정치사를 함께 고찰한다.
때문에 박근혜의 비정상적 언어에는 박근혜가 감추고 싶은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존경과 미움의 양면 콤플렉스, 배신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의 장막을 치고 주변인들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성향, 오랜 칩거 기간 동안 잃어버린 사회성, 정치인으로서 준비되지 않은 짧은 지식과 빈곤한 사상 등이 박근혜의 발언 사이사이로 어쩔 수 없이 터져나온다. 이를테면 박근혜가 한사코 외부 노출을 꺼리고 축소시키려 애쓰는 최태민과의 관계 역시 그러하다.
실제로 요즘 박 대통령의 영매 어법에 쓰이는 말들은 거의 40여 년 전에, 최태민과 함께 활동할 때 쓰던 말들과 한 뿌리이다.
“하늘의 뜻이 우리와 함께 하시도록 하려면, 또한 그 뜻을 우리 마음 안에 모시려고 한다면, 우선 마음을 깨끗이 청소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모실 준비를 해야 한다.”
?1978년 6월 19일, 새마음갖기 부산시민궐기대회 격려사 (본문 105쪽)
최태민을 처음 만난 1975년 3월 이후 퍼스트레이디 박근혜의 외부 행사의 절반 이상은 최태민이 주관한 행사였다. 박근혜는 최태민과 동행하거나 그의 행사에 참여해 연설하고 최태민이 만든 모든 조직의 명예총재와 이사장 등 간판 역할을 맡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1978년에는 최태민과의 동행 행사가 연간 23회였고 10.26이 발발한 1979년에도 17회의 행사를 함께 치렀다.
모친 사망 당시 23세, 청춘기가 완성되어야 할 시기에 정신적 충격은 컸고 그 자리를 메우고 들어온 최태민의 언어는 박근혜의 언어, 정신은 물론 행동에까지 깊이 침투하고 감염되었다.
병적으로 TV와 드라마에 매달리다
저자가 『박근혜 일기』 등 박근혜의 저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의 독서는 한마디로 매우 가난하다. 40여 년을 기록한 일기에서 책을 읽고 난 감상 등은 한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TV와 인터넷 등은 지나치게 일상적이었다.
주 시청 TV 프로그램은 드라마, 교육방송(외국어 회화), 동물 다큐멘터리, 어린이 프로그램 등으로 보인다. 동물 다큐멘터리와 어린이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는 사실에서는 심리적 퇴행성도 느껴진다. 뉴스도 대부분 TV 시청을 통해 접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TV 낮방송이 허용(2005년)되기 전까지 어린이 프로그램과 동물 다큐멘터리는 대개 저녁 6시 전후에 편성되고 일일드라마가 8시 대, 뉴스 9시, 미니시리즈나 대하드라마 등이 10시 대 이후 심야에 편성되었다. 여기에 외국어 회화 방송까지, 이렇게 보면 박근혜는 저녁 방송 시작해서 방송을 마치는 애국가 화면이 나올 때까지 TV를 끼고 살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본문 161쪽)
한국 정치의 흑역사 우리말의 잔혹사
국정 능력과는 별도로,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정갈함을 가장 심하게 파괴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피할 길이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에 근혜체가 있다면 미국에는 부시즘(Bushism)이 있다. 미국 제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황당한 말실수와 어법을 비꼬는 신조어인데 미국의 아마존 서점에는 부시즘을 다룬 책이 수십 종에 이른다. 그만큼 미국 사회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허투루 넘기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이나 학자, 정치인들은 그동안 대통령의 말에 대해 너무나도 관용적이었다.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격언이 있다. 한국 정치의 흑역사, 우리말의 잔혹사를 돌아보는 것은 촛불로 애써 쟁취한 결실을 또다시 말로 현혹하는 정치인에게 값싸게 넘기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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