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회학 연구 (독서)/4.빈곤문제

미국이 만든 가난 (2023) - 가장 부유한 국가에 존재하는 빈곤의 진실

동방박사님 2024. 3. 2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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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동안 우리가 알던 가난은 진실이 아니다!
사람을 섬기는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빈곤층을 착취하는 미국 부유층의 민낯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난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통찰
퓰리처상 수상 사회학자가 밝히는 빈곤의 해결책


프린스턴대학교 사회학 교수이자 문화인류학자인 매슈 데즈먼드는 도시빈민가의 주거 문제를 다룬 『쫓겨난 사람들』을 통해 [워싱턴포스트] 등 매체 20여 곳에서 2016년 최고의 작가로 극찬받으며, ‘지난 100년간의 최고 논픽션’ ‘역대 최고의 사회정책 도서’라는 수식어로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가난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가난한 사람들 너머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전작의 문제의식을 이으며, “어째서 이 풍요한 나라에 그토록 많은 가난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빈곤 문제를 사회 전반으로 넓혀 예리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명쾌하게 제시한 『미국이 만든 가난』이 드디어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25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사회학 분야 1위를 석권했으며, [이코노미스트][가디언][타임][네이션][뉴요커] 등 유수 매체의 추천을 받았다. “빈곤이 꽤 쉽게 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하고, 그 방법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놀랍도록 현명하게 제시한다! 매우 어려운[사실상 회피해 온] 질문을 던지나, 진보·보수적 정치 지향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 그 해답을 충분히 새겨들어야 한다”라는 극찬을 얻었다.

해제를 붙인 인류학자이자 빈곤 전문가 조문영에 따르면, 저자 데즈먼드는 전작 『쫓겨난 사람들』의 “연구 스케일”에서 보다 더 확장해 사회 전반을 정조준하고, “연구 방법” 또한 기존의 특정 도시를 중심으로 가난한 가족들의 삶을 따라가는 문화기술지(ethnography) 접근 대신, 그간에 축적된 현장연구 자료(사례), 각종 보고서(통계수치) 등 사회과학 연구를 결합해 개괄적 설명을 시도한다. 주장의 근거로서 연구 자료를 주석에 소개함으로써 ‘학술서’로서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는 한편, 저자의 통렬한 도덕적 고발은 가난 종식을 위한 ‘선언문’으로도 역할하며 [폴리티코(Politico)]가 선정했듯 정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빈곤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계속 있었음에도 왜 여전히 답보 상태인가?” “무엇이 가난한 사람들의 불리한 환경을 지속시키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명징하게 응답하며, 특유의 솔직함으로 빈곤 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빈곤의 사회학적 해석(계급 전쟁의 측면)에서 나아가 가난을 겪는 이의 신체적·심리적 상처, 부유한 사람들의 가식에 대한 문제 제기, 실질적 행동을 촉구하는 빈곤의 해결책까지. “분노를 자아냄과 동시에 희망 또한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록산 게이, 앤 패칫도 평했듯 필치 또한 우아하고 섬세하다.

목차

해제 조문영
프롤로그

1 가난이라는 문제의 성격
2 우리는 왜 더 많이 진보하지 못했는가
3 우리는 어떻게 노동자를 싸게 부려 먹는가
4 우리는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비용을 치르도록 강요하는가
5 우리는 복지에 어떤 식으로 의지하는가
6 우리는 어떻게 기회를 구입하는가
7 가난 종식에 투자하라
8 빈민에게 권력을
9 담장을 허물자

저자 소개

저 : 매슈 데즈먼드 (Matthew Desmond)
사회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로, 문화기술지 접근과 현장연구를 통해 심층적인 연구·독창적인 발표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프린스턴대학교의 사회학 교수이자 학내 퇴거연구소(The Eviction Lab) 소장이다. 주로 빈곤 문제, 도시빈민가의 주거 문제, 인종 불평등 문제와 이에 관련된 공공정책 등을 연구하고, 《뉴욕타임스》 등 여러 유수의 매체에 다수 글을 기고했다. 2002년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201...
 
해제 :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이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빈곤을 연구해 왔다. 『빈곤 과정』 『“인민”의 유령(The Spector of “the People”)』을 썼다. 엮은 책으로 『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헬조선 인 앤 아웃』 『민간중국』 『문턱의 청년들』이 있고, 옮긴 책으로 『분배정치의 시대』가 있다.

역 : 황성원 (성원)

대학에서 영문학과 지리학을 공부했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업이 되었다. 노동, 도시, 환경, 여성 등을 주제로 한 여러 학술서와 대중서를 번역해 왔다. 옮긴 책으로 『쫓겨난 사람들』『백래시』『여성, 인종, 계급』『가족을 폐지하라』『캘리번과 마녀』『혁명의 영점』『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 등이 있다. 『공기 전쟁』으로 한국과학기술도서 우수번역상을 수상했다.

책 속으로

가난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가난한 사람들 너머를 들여다봐야 한다. 특권과 풍요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안정되고 보장된 삶을 사는 사람들, 집이 있고 대학을 나온 사람들, 보호받고 운이 좋은 사람들―가 이 모든 불필요한 시련에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이 “우리”를 중심에 놓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는 나의 시도다.
--- p.39~40

가난은 물질적 결핍과, 만성통증과, 투옥과, 우울증과, 중독 등등이 겹겹이 누적된 형태일 때가 많다. 가난은 직선이 아니다. 사회적 병폐들이 단단하게 엉킨 매듭이다. 가난은 범죄, 건강, 교육, 주택 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모든 사회문제와 관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가난이 끈질기게 이어진다는 것은 수백만 가정이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안전과 안정, 품위를 거부당한다는 뜻이다.
--- p.62

오늘날의 기업들은 이제 독립적인 계약자에게 업무를 외주화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바닥 청소를 하거나, 셰러턴에서 침구를 세탁하거나, 아마존을 위해 배달 일을 하는 노동자는 보통 마이크로소프트나 셰러턴이나 아마존의 직원이 아니다. 구글에서 소프트웨어엔지니어들은 구글 직원이지만, 채용 담당자, 제품검사원, 행정 직원 들은 구글에 고용된 계약 업체 소속이다. 구글은 전일제 직원보다는 임시직과 계약직 노동자에게 더 많이 의지한다. 전 세계에서 애플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데 기여하는 약 75만 노동자 가운데 애플에 직접 고용된 사람은 약 6만 3000명 정도뿐이다.
--- p.105~106

소비자 역시 노동자 착취의 혜택을 누린다. 이제 우리는 클릭 몇 번만 하면 차량과 식료품과 배달 음식과 심부름꾼을 부를 수 있다. 모두 특가로. 우리는 이제 익명화된 저임금 노동력이 부자들의 분부를 따르는 새로운 하인 경제(servant economy)의 주인이 됐다. 이제 “우버”는 동사다. 미국인들은 아마존을 미국에서 가장 믿을 만한 기관 중 하나로 꼽는다. 그보다 상위는 군대밖에 없다. 이런 회사들이 계속 승승장구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내가 떠올리는 어떤 물건이든 24시간이면 문 앞까지 오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아직 적응이 잘 안 된다. 이건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마법에 가장 가깝다.
--- p.114

미국에서 뇌에 여유 공간이 있고 목소리가 큰 일부 대중은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당사자들이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더 좋은 일자리를 얻어라. 아이를 그만 낳아라. 돈 문제에 대해 더 똑똑한 결정을 내려라. 하지만 실은 그와 정반대다. 더 나은 선택의 발판은 경제적 안정이다.
--- p.118

어째서 가난한 동네의 임대주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걸까? 이들의 고정비(특히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세)는 잘사는 동네에 비해 상당히 적은 반면 이들에게 들어오는 임대료는 아주 조금 적을 뿐이기 때문이다. 주택 비용이 평균 또는 그 이하인 많은 도시―보스턴보다는 버펄로 같은―에서 극빈층 동네의 임대료는 중간층 동네에 비해 아주 파격적으로 싸지 않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인디애나폴리스 대도시 지역의 침실 두 개짜리 아파트의 중위 월세는 991달러였던 반면, 빈곤율이 40퍼센트 이상인 동네는 그보다 겨우 17퍼센트 적은 816달러였다.
--- p.126

빈곤은 단순히 충분한 돈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다. 충분한 선택지가 없고, 그 때문에 이용당하는 상태다. 사람들이 빈곤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도록 착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간과할 때 우리는 기껏해야 부실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정책을 설계하게 된다. 주거 위기는 해결하지 않고 입법을 통해 밑바닥층의 소득을 증대할 경우―가령 아동 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함으로써―결국에는 그 입법이 도움을 주고자 했던 가족이 아니라 집주인에게만 좋은 일일 때가 많다.
--- p.142

오늘날 연방보조금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수혜자는 부유한 가정이다. 고용주가 지원하는 의료보험의 혜택을 누리려면 좋은 직업, 보통은 대학 학위가 필요한 직업이 있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감면의 혜택을 누리려면 집을 구매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가장 큰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가장 큰 규모의 감면을 받는다. 529플랜의 혜택을 누리려면 자녀의 대학 학자금으로 현금을 따로 모아 둘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축액이 많을수록 세금 감면 혜택이 커지는데, 이 보조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전적으로 부유층인 건 이 때문이다.
--- p.164

오늘날 우리는 가난한 미국인들을 어떤 식으로 가난에 빠뜨리고 있을까? 최소한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우리는 그들을 착취한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임금을 끌어내려 놓고 주택, 그리고 현금과 신용에 접근할 때는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금융시장에서 그들의 선택과 권력을 제한한다. 가난하지 않은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이득을 본다. 기업들은 노동자 착취를 통해 당연히 이득을 얻지만, 노동 빈곤층이 생산한 저렴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역시, 그리고 주택시장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우리 역시 이득을 본다. 주거 착취에서 이득을 얻는 건 임대주만이 아니다. 주택을 아무나 살 수 없는 값비싼 물건으로 만들기 위한 집단의 노력 때문에 자신의 집값이 떨어질 일 없어진 많은 주택 소유주 역시 이득을 본다. 금융업과 소액 대출업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착취에서 이득을 얻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나 웰스파고에 무료 계좌를 가진 우리도 이득을 본다. 이런 계좌는 초과 인출 수수료로 들어온 수십억 달러 덕에 무료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204~205

소비자운동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안겨 주었다. 그리고 다시 소비자운동을 통해 이 흐름을 역전시켜 빈곤을 양산하는 기업들을 엄단하고 우리가 더 이상 그들의 착취적인 방식을 용인하지 않으리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착취는 수익에 도움이 되므로 이런 행동은 우리 포트폴리오의 주식 수익률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빈민과의 연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금융 활동과 구매 활동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더 많은 돈을 내게 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비용들을 인정함으로써 우리가 공모자였음을 인정한다. 우리가 서로를 등쳐 먹고 강탈할 때 우리 자신의 일부 역시 빼앗긴다. 바른 일을 하는 것은 종종 대단히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심지어는 돈도 많이 드는 과정이다. 나는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한다. 하지만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그 정도의 대가는 치러도 되지 않을까.
--- p.260~261

출판사 리뷰

“어떻게 하면 가난을 뿌리 뽑을 수 있는가”
퓰리처상 수상 사회학자, 매슈 데즈먼드의 걸작!

노동자 착취, 소비자 착취, 주거 착취, 금융 착취
착취에 맞서는, 이 시대의 교양서!
가난 종식을 위한 선언문!


우리가 더 많은 부와 값싼 물건을 즐기려고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허락하지 않을 때 노동자들은 무엇을 거부당하는가? 행복, 건강, 생명 그 자체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자본주의인가? 우리에게는 이 정도의 자본주의밖에 허락되지 않는가? -본문에서(118쪽)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은 왜 다른 선진 민주주의국가보다 빈곤율이 더 높을까? 왜 미국인 중에는 기초 필수품도 없이 생활하는 사람이 그토록 많으며, 왜 그들을 빈곤의 고난에 살도록 계속 내버려두는 것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풍요의 나라 미국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이 고의로든(그들을 “착취”함으로써) 혹은 무의식적으로든(우리가 받는 “혜택을 외면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신랄하게 보여 준다.

그의 주장은 간결하고 명료하며 각종 데이터에 기반한다. 가난한 사람들 삶 속에 들어가 얻은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과학 연구들을 결합해 빈곤 문제의 민낯을 직시한다. 노동, 주택(주거), 금융, 복지 분야를 축으로 빈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를 입히는지, 부유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익을 안기는지, 이 두 갈래로 나뉜 시스템은 어떻게 공고히 발전되어 왔는지”를 정밀하게 탐사한다.

이 책이 학계, 정계뿐만 아니라 대중에까지 호응을 얻고 있는 데는 저자가 겨냥하는 가난의 원인이 정부 정책의 실패 혹은 악덕 기업 횡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데 있다. 저자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지목한다. 빈곤 문제를 고칠 수 없는 문제인 척하는 우리의 가식에 분노하고, 이기심의 뿌리를 파헤치고, 기만을 폭로한다.
저자는 말한다. “빈곤은 의회와 기업이 취하는 조치의 결과이기만 한 게 아니라 우리가 각자의 일을 할 때 매일 내리는 결정들 수백만 가지가 누적된 결과”라고. 이에 조문영 해제자도 다음의 말을 덧붙였다. “가난을 만들고 온존하는 책임이 우리 모두한테 있다면, 가난을 종식할 해법의 가짓수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데즈먼드가 내놓는 해결책은 세세하고 다양하다.”

가난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지금의 정부 원조는 ‘제로섬’이다” “사회복지 시스템은 ‘새는 바가지’이다”


훌리오의 삶은 일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둘 중 하나인 듯했다. 그 중간은 아무것도 없이. 한번은 당시 여덟 살인 동생 알렉산더가 훌리오에게 자기가 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형의 시간을 한 시간 사고 싶어.” 알렉산더는 형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랑 한 시간 놀아 주는 데 얼마야?” 훌리오는 동생을 바라보다 울음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식료품점 복도에서 탈진해서 쓰러졌다. 그는 24세였다. 훌리오가 들것 신세를 지게 된 것은 그의 고용주들이 돈을 너무 적게 주었기 때문이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이 직접적인 질문을 경제학계의 좀 더 건조한 표현으로 바꿔 보면 이런 식이 된다. 우리가 가난한 노동자의 임금을 올릴 경우 실직이 증가할까? -본문에서(95쪽)

문화기술지 연구자로서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서 빈곤을 살핀다. 생활보조금 자격을 잃고 생계를 위해 매춘에 뛰어든 크리스털, 한쪽 다리를 잃고 변호사를 고용해 생활보조금을 신청하는 친구 킴벌, 가구도 없는 방 한 개짜리 주거지 임대료를 내기 위해 일주일에 7일 하루 16시간씩 일해야 하는 훌리오, 가난한 흑인 동네에 대출을 해 주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950달러 월세를 내고 살아가는 라키아 등의 이야기에서 빈곤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가난은 단순히 물질적 결핍만이 아니다. 가난은 육체적 고통이자 트라우마이며, 불안정인 동시에 자유의 상실이고, 때론 당혹감과 수치심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의료보험이 전혀 없는 미국인은 3000만 명에 이르러 가난한 집 어린이 네 명 중 한 명이 충치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기초생활의 최저선인 하루 4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미국인이 530만 명이며, 2020년 기준 미국 18인 중 한 명꼴로 “지독한 빈곤(deep poverty, 빈곤선 절반 이하 수준)”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이들은 가정폭력과 마약에 쉽게 노출되고, 주거지를 보장받지 못해 길거리나 육교 밑으로 떠밀려 살아간다. 또한 정부는 이들 수백만 명을 구치소와 교도소에 밀어 넣어 빈곤인 공식 통계에서도 사라지게 만든다. 이처럼 빈곤은 여러 사회적 병폐들이 단단히 엉킨 매듭으로 존재한다.

미국의 빈곤율은 지난 50년간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동안 빈곤은 왜 줄지 않았을까?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보수주의자들의 복지정책 때문일까? 아니다. 저자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정부 원조가 그들에게 가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예로 미시시피주 정부는 빈민 구호금인 빈곤가정일시부조로 집회나 교회 콘서트 비용, 전직 레슬러의 연설 및 이벤트 비용에 수백만 달러를 사용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보조금이나 사회보장장애보험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변호사(대리 신청인)를 고용해야 하는데, 이에 들어간 비용이 2019년에만 총 12억 달러였다. 즉, 사회복지 시스템 자체가 “새는 바가지”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부 원조가 “제로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최대 규모의 정부 보조금은 가난에서 헤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가족들에게 가는 게 아니라, “잘사는 가족들을 계속 잘살게 만드는 쪽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자원은 적어진다. 저자는 “그것이 우리의 설계이고 우리의 사회계약이라면 최소한 그렇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가난한 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당신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건 거짓말이니까”라며 분노한다.

가난이 이토록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가난에서 온갖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다”


착취는 숱한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 노동자는 자신이 생산한 것의 가치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을 때 노동착취를 경험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구입하는 것의 가치에 비해 많은 돈을 지불할 때 소비자 착취를 경험한다. 우리에게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원이 없을 때 우리의 경제적 자유가 제한된다. 우리에게 재산이나 신용이 없을 때는 그게 있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러면 착취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된다. 다른 사람의 불운은 나의 행운이므로. -본문에서(121쪽)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요인을 크게 세 가지, 노동, 주택, 금융 부문으로 나눠 지적한다.

첫째, 노동자를 싸게 부려 먹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짚는다. 질 낮은 일자리, 업무 외주화, 기술 진보에 따른 착취, 법인세율과 최저임금 인상안을 반대하는 기업 로비 세력이 노동자들을 빈곤의 악순환에 빠뜨린다. 미등록 노동자 삼 분의 일 이상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약 85퍼센트가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한다. 우버 운전사와 여타 임시직·계약직 노동자들은 병가, 초과근무수당, 휴가, 노동자 보상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저자에 따르면, 1950~1960년대에는 노동조합이 이러한 노동착취를 막았으나, 연방정부가 노조 설립을 법적으로 어렵게 만들어 놓았고, 현재 미국의 민간 부문 노동자 중 94퍼센트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둘째, 미국의 주택시장과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치르도록 강요한다. 저자는 슬럼을 착취해 온 미국의 역사를 환기하며, 임대주택 시장의 모순을 지적한다. 고정비를 제외한 임대주들의 수입을 조사한 결과, 가난한 동네 임대주들이 세대당 매달 약 300달러를 벌고, 중간층 동네의 임대주들은 225달러, 부유한 동네의 임대주들이 약 250달러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사람들(특히 흑인 가족들)에게 주거의 선택지는 많지 않으며, 백인이 아니거나 아이가 있는 사람은 임대주에게 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또한 가난한 세입자들은 주택 장만에서도 배제된다. 연방정부가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보증을 서 주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가난한 흑인 동네에 금융 착취가 일상화되었음을 지적한다. 2019년 미국 은행들이 초과 인출 수수료로 긁어모은 돈은 116억 8000만 달러였다. 이 수수료를 지불한 84퍼센트가 평균잔고가 350달러 이하인 고객들이었다. 즉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돈을 더 내야 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계좌 없는 미국인들을 위해 생긴 ‘수표 현금 교환소’와 ‘고금리 소액 대출 점포’도 있다. 매년 미국에서 초과 인출 수수료로 10억 달러 이상, 수표 현금화 수수료로 16억 달러, 고금리 소액 대출 수수료로 최대 98억 달러가 징수된다. 저자는 “빈곤은 단순히 충분한 돈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다. 충분한 선택지가 없고, 그 때문에 이용당하는 상태”임을 지적한다.

이 많은 가난을 어떻게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우리가 빈곤 폐지론자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 입을 쩝쩝 다시며 “근데 우리가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하지?” 하고 묻는다. 우리가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하냐고? 이 얼마나 죄받을 질문인가. 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정직하지 못한 질문인가. 마치 그 답이 우리 앞에 뻔히 놓여 있다는 걸 모른다는 듯이. -본문에서(206쪽)

조문영 해제자는 “이 책의 백미는 풍요의 땅에 가난을 심는 주범으로 ‘우리’를 정면으로 지목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난의 주범을 찾을 때 “우리”는 예외일까? 신자유주의 복지정책, 기업의 횡포, 정부 정책의 실패만이 가난을 지속시키는 이유인가?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빈곤은 “우리가 각자의 일을 할 때 매일 내리는 결정들 수백만 가지가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2015년 월마트가 압력에 못 이겨 최저 시급 인상안을 발표했을 때 주식을 팔아 치운 사람들, 클릭 몇 번으로 차량과 배달 음식을 부르는 플랫폼 경제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다. 조문영 해제자가 언급한 한국 사례도 볼까? 쿠팡 노동자의 새벽 배송에 환호하는 사람들, 공사 중인 건물이 무너져 노동자들이 사망했는데도 건설사 주식의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는 투자자, 침수 주택으로 보이면 건물값이 하락할까 봐 정부가 차수판(물막이판)을 설치해 주겠다는데도 거절하는 소유주 들이 바로 우리다.

저자의 지적은 통렬하다. “우리가 이렇게 잘사는데도 불구하고 이 땅에 그 많은 가난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잘살기 때문에 바로 가난이 사라지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아니다. 우리다.”

저자는 빈곤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손쉬운 방법으로 저소득층이 기존의 수급 자격이 있는 원조를 더욱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가난을 종식시키기 위한 재원으로 불량 납세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사회안전망의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다. 가난을 종식시키기 위해 부자들이 회피한 세금을 걷고, 이를 사회복지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저자는 요구한다. 더불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노동착취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노동자들이 노조 활동을 손쉽게 펼칠 수 있는 계약을 새롭게 맺어야 한다고 일갈한다.
가장 필요한 조치는 “담장”을 허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에 적정가격 주택단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현대판 인종 분리주의자”를 막을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배타적인 용도지역 정책을 포용적인 조례로 바꿔서 담장을 허물고 그 잔해들로 다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돈을 주는 것은 아름다운 행동이지만, 그래도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다. 담장 너머로 돈을 던지는 대신 그 담장을 허물어뜨리자. 증거는 확실하고 분명하다. 우리는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키지 않고도, 학교의 질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부유한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어울려 사는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다.”

조문영 해제자가 짚었듯 “젊은 여성이 실업급여로 샤넬 선글라스를 샀다고 담당 공무원이 걱정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아동이 감히 돈가스를 사 먹었다고 손님이 민원을 넣고, 언론이 외국인의 ‘건강보험쇼핑’ 기사를 쏟아 내는 사회에서는 ‘내 세금을 뺏겼다’는 피해의식만 들끓는” 현 한국 사회에도 저자의 통렬한 주장은 매우 효과적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확대하는 건 사회주의와 독재로 이어지는 파멸 행위”인가? 이런 선동이 계속 되풀이되는 것은 설득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의 삶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서로 맞물려 있다는 뼈아픈 진실을 외면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데즈먼드의 지적은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부와 빈곤에 관한 논쟁 또한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너머를 봐야 빈곤이 보인다
- 조문영(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한 사람의 가난은 다른 누군가의 이윤”이라는 저자의 통렬한 지적에서 평범한 한국인들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어떤 물건이든 24시간이면 문 앞까지 배달되는 게 적응 안 된다는 저자가 쿠팡 노동자의 새벽 배송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공사 중인 건물이 무너져 노동자들이 사망했는데도 건설사 주식의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는 투자자, 침수 주택으로 보이면 건물값이 하락할까 봐 정부가 차수판(물막이판)을 설치해 주겠다는데도 거절하는 소유주는 완벽한 타인일까? 진보적 백인 엘리트는 담을 두른 저택에 살면서 공공주택 정책을 지지하고, 방치된 공공주택 단지에서 가난한 사람들끼리 멱살잡이를 하는 풍경이 우리에게 마냥 낯설기만 할까?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모두가 분리주의자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일침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 빈곤을 제 안전의 위협으로 취급하는 “우리가 배우고 익혀 온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웃의 궁핍에서 이익을 얻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가난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신체적, 재정적, 정신적으로 어떻게 해를 입히는지, 부유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익을 안기는지, 이 두 갈래로 나뉜 시스템은 어떻게 공고히 발전되어 왔는지 정밀하게 탐사한다. ― 아마존 분야 ★ 1위

이 책은 학술서라기보다 일종의 ‘선언문’에 가깝다. 가난에 대한 우리 공동의 책임에 대한 정의가 불편함을 야기할 것이라는 것을 저자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저자의 목적은 거창한 추상화가 아닌 우리 앞에 놓인 분명한 것, 즉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착취에 반대하는 것’에 주의를 온전히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오웰의 이 말처럼. “우리는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말을 조금 적게 하고 도둑과 도둑맞은 사람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 《뉴욕타임스》

지속적인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 저자는 빈곤의 심리적 상처에 대해 감동적으로 저술한다. 그의 글은 산뜻하고 우아하며 슬프기까지 하다.
― 《이코노미스트》

데즈먼드의 주장은 미국의 부에 관한 논쟁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잠재력이 있다. 이 책의 탁월함은 정부와 사회의 정책이 계급 전쟁의 측면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한 묘사가 빈곤이 삶의 방식이 되어 가는 현실을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 《가디언》

심층적인 연구와 독창적인 발표로 호평받는 사회학자인 저자는 미국의 부를 확산시키고 모든 사람이 더욱 잘살게 하는 데 도움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 《타임》

이 책은 미국에 어째서 그렇게 많은 가난이 있는지, 또 왜 그를 용납하는지에 대한 통렬한 ‘도덕적 고발’이다. 더불어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 《네이션》

잘난 척하는, 혹은 간편한 추상화가 아닌 ‘솔직한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회 비평 작품을 읽는 것은 통쾌하다. 그 도덕적 힘은 직감적이다.
― 《뉴요커》

다른 사람들에게는 살아갈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한편으로는 이해관계에 따라 부를 영속시키려는 사람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한 ‘데이터 기반의 선언문’이다.
― 《보스턴글로브》

이 책은 간결하고 명민하며 긴장감이 넘친다. 이 긴장감은 데즈먼드의 대담하고 신중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분노에서 비롯된다.
― 《롤링스톤》

도발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폭넓은 사례와 통계수치를 제시하는데, 이는 사람들의 두뇌를 살짝 흔들어 전체 프레임을 바꾸는 효과를 가져온다.
― 《NPR》

저자는 수십 년간 증가해 온 ‘개인 소비’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업의 탐욕’에 잠식당한 미국의 상황에 긴급하고도 양심적으로 호소한다.
― 《하퍼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국가인 미국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데즈먼드의 신랄한 비판은 빈곤이라는 문제를 미국이 고칠 수 없는 게 아닌데도, ‘이기적’이고 ‘부정직’하고 ‘부도덕’하게 고칠 수 없는 문제인 척하는 가식을 폭로한다.
― 《프로스펙트》

추천평

주요한 논쟁거리인 미국 빈곤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고 심화되는 경험. 데즈먼드는 특유의 신선한 솔직함으로 빈곤 문제에 접근하며, 그의 분노를 정당한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 록산 게이 (작가)
이 책의 주장은 본질적이고도 교훈적이다. 희망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분노를 자아낸다.
- 앤 패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