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사회학 연구 (독서>책소개)/1.사회학일반

오버타임 :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시대, 더 적게 일하는 것이 바꿀 미래

동방박사님 2022. 1. 3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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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만약 한 주에 4일만 일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만약 한 주에 4일만 일한다면,
혹은 하루에 한두 시간 일찍 퇴근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해보라, 지금보다 적게 일한다면
우리 삶이, 사회가,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윌 스트런지와 카일 루이스는 이 탁월한 책에서 더 큰 지속가능성과 평등, 자유를 향한 길로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놀랍도록 명확하고 매우 설득력 있는 사례를 제시한다.”
_케이시 윅스,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저자

“‘삶의 질’ 높이려다 ‘삶의 터전’ 잃습니다.”
“주 5일제 하려다가 나라 살림 거덜난다.”

2004년 주 5일제가 도입될 당시 기사 표제들이다. 한 주에 5일만 일하면 월요병이 더 심해지는 등 생산성이 떨어져 결국 나라 경제가 망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나 20대 대선을 앞둔 지금, 화두는 주 4일제다. 심상정 후보가 “대한민국은 시간빈곤 사회”라고 말하며 주 4일제 공약을 발표했고, 이재명 후보 역시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 4일 근무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며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각계각층에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한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볼 수는 없을까. 어째서 시간은 이토록 커다란 갈등과 협상과 논쟁의 영역인 걸까?

‘시간은 금이다.’ 시간이 귀중함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이 오래된 격언은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도 오늘날에야말로 더없이 적절하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은 그야말로 금이기 때문에. 시간은 노동자에게도 금이지만(시간은 시급, 일급, 월급, 연봉이 된다) 고용주에게도 금이다(이윤을 창출하는 한, 공장이든 창고든 식당이든 24시간 동안 굴러가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진정 금인 것은, 그것이 자유를 얻기 위한 귀중한 자원이라는 데에 있다. 우리에게는 일을 마친 뒤에 휴식을 취할 시간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상사가 아닌 우리 자신이 택한 일을 할 시간이, 다시 말해 자유로운 시간이 필요하다.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래 시간을 둘러싼 갈등과 긴장과 투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 노동시간은 오랜 화두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라는 직접적인 요구에서부터 ‘저녁이 있는 삶’이나 ‘워라밸’에 이르기까지 표현은 다를지언정 우리가 한 주에 며칠을,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할 것인가는 줄곧 논쟁거리였다. 많은 이들이 월요일이면 다시금 한 주가 시작된 것을 한탄하고 금요일이면 날아갈 듯이 퇴근하지만, 이는 사실 그렇게 일반적인 풍경도, 오래된 풍경도 아니다. OECD 국가 중 많이 일하기로 늘 1, 2위를 다투는 한국에 주 5일제가 도입된 것은 겨우 17년 전이며, 이마저도 모든 사업장에서 시행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주말에 쉬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어떤 이들은 여전히 일주일에 6일을(혹은 7일 내내) 일한다. 다시 한 번 질문.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일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어쩌면 누군가는 낡디낡은 주제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반응에도 모종의 진실이 있기는 하다. 노동시간은 오랜 화두였음에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는 것. 우리는 다른 선택지를 상상해볼 겨를도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왔다는 것. 팬데믹이 울린 경종은 바로 여기서도 울려 퍼진다. 전 세계적으로 번진 전염병은 우리가 일하는 형태를 좋은 식으로든 나쁜 식으로든 빠르게 바꿔놓았다.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원격근무를 계속하겠다는 기업들의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러한 원격근무로 대표되는 새로운 노동세계는 우리 삶이 바뀐 만큼이나 노동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가 더 이상 특정한 시간, 특정한 장소에 매여 일하지 않아도 된다면, 이제껏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주 5일제 역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오버타임』은 바로 이 지점, 즉 노동시간 단축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를 다룬 책이다. 적게 일하는 것은 단지 노동에 대한 개입이기만 한 게 아니다. 그것은 평등하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사안이며, 또 한편으로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정책이기도 하다. 기후위기가 코앞에 닥친 지금, 경제성장만을 우선순위에 둘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인들이 깨달은 지금, 우리는 좀 더 적게 일하는 것이 우리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목차

서론: 자본주의 그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싸움

1장 노동중독 사회에서 살아가기
2장 테크놀로지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
3장 여성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간다
4장 환경을 위한 시간
5장 주당 노동시간 단축 투쟁

 

저자 소개

저 : 카일 루이스 (Kyle Lewis)
 
카일 루이스는 웨스트잉글랜드 대학 보건 및 사회과학과 강사이며, 오토노미싱크탱크 공동 설립자이자 연구원이다. 주당 노동시간 단축을 연구한다.
저 : 윌 스트런지 (Will Stronge)
 
윌 스트런지는 오토노미싱크탱크 연구소장이자 브라이튼 대학 정치철학과 연구원으로, 헬렌 헤스터와 함께 《포스트 워크》를 집필 중이다.
역 : 성원
 
학부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지리학을 공부했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업이 되었다. 환경, 여성, 노동, 도시 등을 주제로 한 여러 학술서와 대중서를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자본의 17가지 모순』, 『백래시』, 『캘리번과 마녀』, 『혼자 살아가기』, 『저항주식회사』, 『쫓겨난 사람들』, 『칼을 든 여자』, 『염소가 된 인간』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이 책 전반에서 우리는 주당 노동시간 단축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다채로운 이익을 가져오게 될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주당 노동시간 단축은 단지 노동에 대한 개입이 아니다. 지불노동과 부불노동, 주로 여성화된 가정 내 노동 분배를 평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사안이기도 하며, 친환경 정책이기도 하다. 적게 일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급격한 탈탄소화를 위한 기둥 하나를 마련할 수 있고, 이는 다른 숱한 영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p.19

그렇지만 노동시간, 그리고 우리와 노동시간의 관계라는 문제는 전혀 새롭지 않고, 우리의 경제와 노동시장이 조직되는 방식과 무관하지도 않다. 우리를 기나긴 노동시간과 압박감 큰 일터에 묶어놓고, 빡빡한 경영 프로토콜과 극대화된 업무 부하에 시달리게 만드는 경제 시스템을 가장 먼저, 가장 날카롭게 비판한 사람 중 한 명이 마르크스였다. 노동시간은 19세기에 그랬듯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삶의 핵심부를 관통한다. 시간은 돈이지만, 자유를 얻기 위한 귀중한 자원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고용자를 위한 시간 사이의 줄다리기는 한 번도 종적을 감춘 적이 없다.
--- p.41

노동시간 단축은 21세기 진보적인 노동자운동을 위한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노동자를 정의하는 단계에서 페미니즘의 과제 역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우리 목표가 작업장에서의 평등이라면 작업장을 단순한 사무실, 창고, 공장 이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경제, 가정, 생활의 바탕에는 가정에서 대개 여성이 수행하는 무급 혹은 저임금 돌봄노동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여성은 노동시장의 날카로운 끄트머리에서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일이 잦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중노동과 삼중노동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모두가 적게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 노동을 재분배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p.89

“노동시간이 긴 가정은 탄소 발자국이 상당히 더 크다.” 점점 지속불가능해지는 소비 패턴과 높은 노동 부하 간에 걱정스러운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연구는 새벽같이 출근하고 늦은 밤에야 퇴근해서 요리를 하기에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배달 음식이나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 혹은 비닐에 겹겹이 싸인 포장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상적인 경험과 맞아떨어진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 가운데서도 중요한 측면을 강조한다. 우리가 노동시간을 크게 단축해야 하는 건 우리가 하는 노동이 너무나도 탄소 집약적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노동생활의 끄트머리에서 일어나는 소비 때문이다.
--- p.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