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이데올로기 연구 (독서>책소개)/2.러시아혁명

인민의 벗들은 누구이며 사회민주주의 자들과 어떻게 싸우는가

동방박사님 2022. 2. 21. 18:29
728x90

책소개

레닌에게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라는 명성을 안겨준 최초의 주저

우리 시대에 ‘인민의 벗’을 자처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민중의 삶에 어떤 해악을 끼치고 있는가.국내 최초로 출간되고 있는 레닌 전집의 2권으로 『인민의 벗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사회민주주의자들과 어떻게 싸우는가』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1894년에 스물네 살 청년 레닌이 쓴 것으로,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의 레닌의 이름을 처음으로 뚜렷이 각인시켰던 작품이다.

레닌은 ‘인민의 벗들’, 즉 인민주의자들(나로드니키)을 비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당시 러시아 혁명운동 진영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던 이들 인민주의자들은, 인텔리겐차가 지도하는 농민들의 힘으로 차르 정권을 타도하기를 꿈꿨던 이들이다. 그들은 러시아에서의 사회 변혁의 주체는 노동자가 아닌 농민이며, 오브시나(농민공동체)가 혁명의 토대라고 생각했다. 또한 자본주의 발전의 단계를 건너뛰어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낙후된 농업 국가였던 러시아에 처음 도입된 마르크스주의는 이런 인민주의로 구현됐고, 인민주의 사상은 러시아의 수많은 청년들과 지식인들을 매료시켰다. 차르 암살을 계획하다 레닌이 열일곱 살 때 처형당한 레닌의 형도 인민주의자였으며, 레닌 또한 인민주의를 거쳐 마르크스주의에 입문했다. 그리고 바로 이 책 『인민의 벗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사회민주주의자들과 어떻게 싸우는가』는 레닌이 비로소 인민주의와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그것을 신랄하게 공격했던 비판의 칼이다.

3부로 씌어진 이 책에서 레닌은 주요 인민주의 이론가들인 미하일롭스키와 유자코프, 크리벤코를 차례로 공격함으로써 인민주의가 반(反)마르크스주의임을 폭로하고, ‘인민의 벗’이라는 가면을 쓴 이 사상이 실은 착취계급이 인민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것을 돕고 있음을 지적한다. 1부에서는 미하일롭스키의 마르크스주의 비판을 반비판했으며, 유실된 부분인 2부에서는 유자코프의 공상주의적 경제 이론을 논박하고, 3부에서는 크리벤코의 정치 술수를 비판한 이 책은 인민주의자들의 이론과 사상, 정치 강령과 전술 모두를 명쾌하게 논파했다.

이를 통해 레닌은 러시아에서 자본주의 발전이 필연적임을 논리적으로 입증하고, 프롤레타리아트가 혁명의 주체임을 선언했다. 그와 더불어 민주주의 투쟁의 전위로서의 노동자계급의 역할, 노동자계급을 이끌 당의 필요성, 계급적대와 계급투쟁의 불가피함, 사회민주주의가 어떤 강령을 지녀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이후 완성될 레닌주의의 맹아적 형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을 읽는 목적은 초기 레닌주의의 성립과 그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의 주위에도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 수많은 인민주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민의 벗을 자처하는 ‘인민의 적’들은 누구이며, 우리는 그들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 청년 레닌이 주류 운동 세력의 대가들을 대상으로 하여 벌였던 이데올로기 투쟁을 살피며, 우리는 노동자주의, 소부르주아 마르크스주의, 포퓰리즘 등 21세기 한국 사회에 발현되어 있는 무수한 인민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발행자의 주석
현행 판에 대한 주석
3부
부록 1
부록 2
부록 3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Vladimir Ilich Lenin,본명 :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랴노프(Vladimir Ilich Ulyanov))
 
본명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 인류 최초의 성공한 노동자계급 혁명인 러시아 혁명을 지도하여 소련의 초대 국가원수가 되었다. 마르크스 이후 가장 위대한 혁명사상가이자 역사상 가장 뛰어난 혁명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1870년 볼가 강변의 심비르스크에서 교육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나로드니키 운동에 참여했던 맏형 알렉산드르가 차르 암살 혐의에 연루되어 1887년 처형당한 것을 계기로, 반차르 운동과 마르크스주의...

역 : 최재훈

 
국내의 한 인권단체에서 일하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객원 연구원으로 가 있는 동안 ‘전쟁과 점령 반대 운동’이라는 현지 단체에서도 잠시 활동했다. 지금은 ‘경계를 넘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이른바 시장 문제에 관하여』『전사의 시대』『초콜릿 탐욕을 팝니다』『숙명의 트라이앵글』(개정판)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 『괜찮아, 여긴 쿠바야』『평화를 향한 아시아의 도전』이 있다.
 
 

책 속으로

『자본』이 그토록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유는 ‘독일 경제학자’가 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일상의 측면에서 생산관계에 고유하게 녹아 있는 계급적대 관계의 실제 사회적 징후와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보호해주는 부르주아 정치 상부구조, 자유와 평등 같은 부르주아 사상들, 그리고 부르주아 가족관계를 통해, 살아있는 생물체로서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 과정 전체를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 p.25~26

크리벤코 선생은 오늘날까지 “소규모 인민 산업”은 “대규모 자본주의적 산업”보다 총생산량도 훨씬 많고 더 많은 노동력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수공업자들의 숫자가 400만 명에 달한다는 데이터를 거론하고 있는데, 또 다른 자료에서는 700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수공업을 지배하는 경제 형태가 대규모 가내생산 체계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 대부분의 수공업자들이 생산에서 전혀 독립적이지 않고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 그들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원료를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상인들이 대준 원료를 가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 p.137

러시아의 민주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 사이에는 사상적으로 심오한 질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오늘날 일부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여전히 고수되면서 그들의 이론과 실천에 가장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그런 생각에는 전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오히려 정반대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사상 사이에는 넓은 간극이 존재하며, 그래서 지금은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이 그런 사실을 알아야 할 때, 민주주의자들의 사상과의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결별이 불가피하고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할 때다.
--- p.243~244

오늘날 노동인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로 자처하고 나선 이 소부르주아 관념론자들의 이론은 분명 반동적이다. 그 이론들은 현재 러시아의 사회적·경제적 적대관계를 모호하게 하고, ‘향상’ ‘개량’등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조치들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화해와 통합이 가능한 것처럼 주장한다. 그것들은 국가를 초계급적인 것, 착취받는 인민에게 진심 어린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그러기에 적합한 존재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반동적이다.
마지막으로 그 이론들은 단순히 투쟁의 필요성, 즉 해방을 위한 노동인민 스스로의 절박한 투쟁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반동적이다. 예를 들어 ‘인민의 벗들’은 자기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노동자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저런, 《루스코예 보가츠트보》 사무실을 방문한 기술자 한 사람이 거기에서 ‘자본주의를 인민의 삶에 도입하기’위한 ‘계획’을 거의 완벽하게 구상해냈나 보다.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소부르주아 사상 및 이론들과 단호하고 완전하게 결별해야 한다. 그것이 이 투쟁에서 얻을 수 있는 주요하고 쓸모 있는 교훈이다.
--- p.269~270

러시아의 역사와 현실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에 기초한 이런 이론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요구에 걸맞은 해답을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며, 만약 그것이 과학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있다면 프롤레타리아트의 저항적 사고가 깨어날 때마다 반드시 그것을 사회민주주의의 바다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있어 더 큰 진전이 이뤄질수록 사회민주주의는 더 빠르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현 체제의 가장 교활한 수호자들조차 프롤레타리아트 사상의 각성을 막을 수는 없다. 현 체제 자체가 필연적이고 불가피하게 생산자들의 가장 극심한 강탈과 프롤레타리아 및 그 예비군의 끊임없는 성장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 부의 진척과 생산력의 거대한 성장, 그리고 자본주의에 의한 노동의 사회화와 나란히 병행될 것이다.
--- p.286~287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모든 관심과 활동을 집중시켜야 할 대상은 바로 노동계급이다. 노동계급의 선진적 대표자들이 과학적 사회주의와 러시아 노동자의 역사적 임무에 통달할 때, 그러한 사상들이 널리 확산될 때, 그리고 현재 드문드문 일어나는 노동자들의 경제 전투를 의식적인 계급투쟁으로 전화시키기 위한 안정적인 조직이 노동자들 사이에 형성될 때, 바로 그때 모든 민주주의적 분파들의 최선두에 선 러시아 노동자들이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열려 있는 정치투쟁의 곧은 길을 따라 (만국의 프롤레타리아트와 나란히) 러시아 프롤레타리아트를 공산주의 혁명의 승리로 이끌게 될 것이다.
--- p.292
 

출판사 리뷰

옮긴이 후기에서

레닌이 1894년에 이 책을 집필한 배경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해외를 떠도는 망명자가 아닌 당대 러시아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한 청년으로서의 현실 분석과 목소리로 자유주의 나로드니키에게 맞서겠다는 결기,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한 노동해방그룹의 성과를 뛰어넘어 마르크스주의와 노동계급 운동의 연결고리를 자신의 힘으로 직접 이어보겠다는 패기의 발로였던 것이다. (중략)
레닌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식화한 프롤레타리아 헤게모니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주의 혁명뿐만 아니라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 단계에서도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주역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그와 동시에 (중략) 농민들을 프롤레타리아의 동맹 세력으로 묶어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노동계급과 그 동맹 세력의 투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혁명 이론으로 무장한 독자적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첫 번째 임무임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