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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류 :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

동방박사님 2022. 4. 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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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간의 절망도, 인간의 희망도 바다에서 시작된다

‘바다’의 눈으로 다시 쓴 인류의 대서사

역사 발전 과정에서 ‘바다’의 역할에 주목한 역작 『대항해 시대』로 근대 세계사를 새롭게 해석해낸 주경철 교수가 이번에는 인류사 전체를 조망하며 바다의 공헌에 대해 추적한다. 선사시대부터 가까운 미래까지 인류의 여정을 총망라하여 바다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이 책은 대륙 문명의 관점만으로는 포섭할 수 없는 인류사의 면면을 드러낸다. 바다를 통해 확산했고, 바다를 이용하며 살았고, 바다 위에서 싸운 ‘바다 인류’에 대한 이해는 대륙에 갇힌 우리의 시선을 무한히 확장한다.

바다는 언제나 인류 역사의 중요한 무대였고, 현재는 큰 위험에 빠져 있지만 여전히 가장 뜨거운 삶의 현장이며, 장래 우리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공간이다. 지금 우리에게 세계의 해양을 염두에 두는 광대한 역사적 조망이 필요한 이유다. 주경철 교수와 함께 지난날의 역사에서 얻은 통찰로 미래의 항로를 모색해보자.
 

목차

1부 바다와 문명의 발전

1. 인류사의 시작 그리고 바다
호모 사피엔스, 바다를 넘다|아메리카로 들어간 인류|태평양과 인도양 상의 확산|태평양의 재개념화
2. 문명을 품은 대양
어촌 네트워크|메소포타미아: 강과 바다의 연결|인더스와 메소포타미아 문명 간 항해|홍해 교역 그리고 인도양과의 연결|인도양 지역들의 연결과 단절
3. 지중해 세계
고대 이집트|미노아 문명과 미케네 문명|청동기 말기 대격변과 바다민족
4. 고전기 지중해 문명의 만개
페니키아의 성쇠|페니키아의 교역과 ‘식민화’|그리스인들의 해상 활동|네코 2세 시대의 이집트
5. 고대 제국들과 바다
지중해의 군사화|해양 제국 페르시아와 아테네|마케도니아, 에트루리아, 시라쿠사|로마의 성장|해적 퇴치 그리고 대권의 행방|제국체제 덮어쓰기

2부 아시아 해양 세계의 역동성

6. 해상 실크로드의 발전
인도양의 원거리 교역|인도양 서부 해역|홍해 교역|페리플루스의 세계|상품과 화폐 교역|인도양 세계에서 로마의 지위
7. 동아시아 해양 네트워크의 확장
동아시아·동남아시아 해양 세계|사휜과 동썬|중국과 로마의 통교 노력|자오치와 푸난|5세기, 법현과 말라카해협|수제국
8. 이슬람의 바다
이슬람권의 형성과 팽창|다우선과 카말|아랍·페르시아 교역의 발전|아프리카 동해안으로의 확대|아프리카 출신 노예|해적과 해상 위험|인도와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국으로
9. 당대 중국의 해상 세계 발전
중국과 동남아시아 교역|중국과 아랍·페르시아 지역 간 소통|시박사 그리고 상인들의 삶|저항과 봉기|경제 회복 그리고 재구조화
10. 아시아 해양 세계의 새로운 구조
송의 경제 성장과 아시아 해상 교역 구조 변화|중국 상인과 선원|외국 상인|페르시아만과 홍해 지역의 변화|무슬림 상인의 동쪽 팽창|촐라왕조|연결된 세계
11. 몽골의 해상력 지배와 명의 해상 후퇴
몽골제국의 육상과 해상 유동성|일본 원정|몽골의 외교 사절과 군사 파견|몽골의 해외 교역|원 말의 변화 그리고 명의 건국|남해 원정|중국의 해상 후퇴|명의 해상체제와 류큐

3부 대항해시대의 교류와 지배

12. 중세 유럽의 해양 세계
지중해 세계의 분열, 이슬람 세계의 통합|중세 초 북유럽의 교역과 교류|바이킹의 팽창|바이킹의 아메리카 진출|한자 동맹의 형성과 발전|한자 동맹의 상품, 선박, 상인|지중해 세계의 갈등과 부활|지중해와 대서양의 연결|중세 말의 변화
13. 유럽의 해상 팽창
세계를 해석하다: 지도와 지리|대서양의 ‘행운의 섬들’|선두에 선 포르투갈|아프리카 회항|인도 도착|콜럼버스|아메리카라는 신대륙|발견이란?
14. 유럽의 충격, 아시아의 대응
인도양에 들어온 포르투갈|에스타도의 구축|포르투갈과 오스만제국의 해상 투쟁|카레이라와 카르타스|위기와 기회: 1540~1580년|몰루카제도와 태평양|태평양 항로 열기|오세아니아 태평양 탐사|타히티
15. 제국과 플랜테이션
아메리카 정복|기독교화|식민지 교역|불황과 구조 변화: 사탕수수와 노예|생태계의 변화|북아메리카 식민거주지
16. 동인도회사에서 제국으로
네덜란드동인도회사|네덜란드동인도회사의 아시아 교역|해양 자유론|영국동인도회사|타이완과 나가사키|해적과 밀수

4부 전 지구적 해양 네트워크의 발전

17. 범선에서 증기선으로
바다의 재발견|범선의 최전성기|증기선의 개발과 확산|해양 네트워크의 확산|대서양의 정기 우편선 노선|거대 선박의 등장|전염병의 세계화
18. 글로벌 경제의 성장
수에즈운하의 개통|선박 엔진의 발전|각국 해운회사의 대결|해저 전신 케이블|세계 무역과 경제의 발달|고래 기름에서 석유로|석유산업|석유와 전쟁 그리고 국제정치
19. 제국주의의 바다
영국의 인도 정복|중국과 일본의 개방|아편전쟁|일본의 개항|일본 해군의 발전|이민의 시대|블랙버딩과 쿨리 그리고 백색노예|하와이
20. 해군의 발전
팍스 브리타니카|미국 해군의 성장: 남북전쟁 그리고 태평양으로의 확산|머핸, 루스벨트, 파나마운하|제1차 세계대전까지의 해군 경쟁|20세기 이후 군사적 변화|종전 그리고 냉전

5부 해양의 오늘과 내일

21. 바다의 현대사
냉전과 열전 사이|연속되는 위기|반핵운동|전쟁 위험이 가득한 아시아의 바다|해적과 밀수|어업, 인류의 미래 식량|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교역과 경제|선박과 운하, 해양 사고
22. 미래의 바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
갈등의 바다|중국과의 경쟁|해양 환경의 악화|플라스틱과 오염|해양 산업의 발전|미래 선박과 e-내비게이션|해저 자원|북극권 개발과 해저 케이블|미래 해양 도시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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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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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주경철 (朱京哲)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시사학회 회장, 서울대 중세르네상스연구소 및 서울대 역사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유럽 근대사의 여러 분야를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히스토리, 해양사 등으로 관심분야를 넓혀 연구하는 한편, 일반대중에게 역사학을 소개하는 교양서적도 다수 출판했다. 저서로 『대항해 시대』...
 

책 속으로

그들은(그리스인들은) 헤시오도스가 묘사한 ‘바다로부터 오는 충격에 겁먹는 농경민’이 아니며 오히려 기꺼이 해외 모험에 나서는 적극적 인물들이다. (…) 호메로스로부터 알렉산드로스 시대까지 그리스 혹은 더 크게 보면 지중해 세계 전체가 여러 방향을 향한 항구적인 움직임의 세계였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는 항해를 통해 인간과 장소를 맺어주는 연결성이다.
지중해 세계는 각자 중심부와 주변부를 가진 수많은 네트워크의 집합체들로 구성되었다. 마치 오늘날의 인터넷망과 유사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예전에 이야기하던 식으로 단일한 ‘구조’ 아래 본국에서 일부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내보내 지배하고 식민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이런 허구적 설명의 뒤에는 페리클레스 시절에 만들어진 ‘우리(문명)’와 ‘그들(야만)’ 간의 대립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 작용한다. 실상은 끊임없는 소통으로 인한 ‘네트워크’의 확대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들은 단단하게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네트워크의 각 마디(node), 고리(link) 등은 안정적이거나 지속적이지 않고 반대로 가변적이며 복합적인 기능을 담당했다.
---「4장 〈고전기 지중해 문명의 만개〉」중에서

명 초 정화의 남해 원정은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해상 팽창 사업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새로운 바다를 찾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바다를 항해한 것이며, 지금까지 모르던 땅을 찾기보다는 주변 세계에 중국을 과시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했다. 그나마 단기간의 사업 이후 중단되었다.

1488년 유럽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진입하고 있을 때 해금 정책을 결정한 중국은 인도양에서 후퇴하고 있었다. 아시아의 해양 세계가 완전히 활동을 멈춘 것은 결코 아니며 류큐를 비롯한 거점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발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날의 활력 넘치는 해상 활동을 대신하지는 못했다. (…) 중국이 바다 너머 세계를 자신들의 세계 내부로 끌어들이려 한 반면 유럽은 바다를 통해 세계로 외연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근대 세계의 해양 패권은 유럽의 차지가 되었다.
---「11장 〈몽골의 해상력 지배와 명의 해상 후퇴〉」중에서

‘지리상의 발견’은 이제는 교과서에서 사용하지 않는 구식 용어이다. (…) 당대 사람들은 실제로 ‘발견(에스파냐어 descubrimiento, 포르투갈어 descobrimento)’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무엇을 발견한 것인가? 그 심층 의미는 무엇인가?

당대 모험가들의 심성에서 발견은 정말로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을 처음 보고 알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아직 보지는 못했던 것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크다. (…) ‘발견’은 호기심의 행위가 아니라 정복 행위다. ‘발견’이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직접 가서 확인하고, 우리의 마음속 지도를 재정리하고, 실제로 우리 세계 내로 편입시키는 행위다. 그것은 눈으로 하는 게 아니라 칼끝으로 하는 행위다.
---「13장 〈유럽의 해상 팽창〉」중에서

대항해시대는 곧 해적과 밀수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해역에서나 역사 초기부터 해적이 창궐하지 않은 때가 없지만, 1500~1750년의 시기는 해적들이 글로벌한 스케일로 발호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성격이 완연히 달라졌다. 해적 현상은 또한 밀수와 직결되어 있다. 약탈한 화물을 처분해야 해적들도 생존할 수 있고, 또 그러한 약탈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약탈물을 비밀리에 매매하는 밀수가 불가피하게 일어났다. 근대 초에 해적과 밀수는 세계 각지의 상품이 유통되는 중요한 루트 중 하나였다.
---「16장 〈동인도회사에서 제국으로〉」중에서

바다를 더욱 잘 이용하고 지배하기 위해서는 우선 바다와 친숙해지고 바다를 잘 알아야 한다. 처음에 낭만주의는 바다를 미약한 인간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무한의 영역이자 동시에 새로운 자유의 영역으로 그렸다. 곧이어 바다는 아무에게나 열린 게 아니라 깊이 공감하고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숭엄한 공간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과학과 기술의 힘을 갖춘 서구 세력만이 바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제국주의 이념과 내통하게 되었다.
---「17장 〈범선에서 증기선으로〉」중에서

고대부터 19세기 중반까지 말이나 범선 등을 이용해 하루에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최고 거리는 160킬로미터 정도였다. 증기력을 이용하게 되었을 때 선박과 철도를 통해 이 거리는 640킬로미터로 늘었다. 운송과 통신의 혁명적 변화로 소위 ‘거리의 패배(defeat of distance)’ 현상이 일어났다.) 증기선은 세계의 대륙들을 연결시켰다. 바다는 더 이상 인간의 활동을 가로막는 강고한 장벽이 아니라 오히려 소통의 공간으로 변모해갔다. 긍정적인 요소든 부정적인 요소든 모두 거침없이 세계에서 세계로 확산해갔다.
---「17장 〈범선에서 증기선으로〉」중에서

새 시대는 평화의 시대가 아니라 여전히 참혹한, 그리고 아마도 훨씬 더 극심한 폭력의 시대로 들어갔다. 패권 경쟁의 틀이 바뀌고 더 심화되었다. 이제는 단지 바다 위에서 전투를 벌이는 정도를 넘어, 바다 속에서 그리고 하늘과 우주에서 전투를 벌이고, 더 나아가서 바다를 통째로 지배하려는 단계로 들어가려 한다. 해양은 갈등의 장소로 변모했다.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는 ‘냉전과 열전 사이’를 오갔다.
---「20장 〈해군의 발전〉」중에서
 

출판사 리뷰

바다는 접근을 제약하는 검푸른 장벽이 아니라
인간 삶의 역동적 무대였다!
―우리가 몰랐던 인류의 가장 치열한 현장,
바다의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재해석하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대륙 문명, 농경 문명에 지나치게 집중되었다. 그렇다면 지구 표면의 71퍼센트나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에게 깊고 고요한 암흑, 삶을 제약하는 장벽이기만 했을까? 실제로 인류는 세계로 확산하는 첫 출발부터 바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 사피엔스가 세계 각 대륙과 대양의 수많은 섬에 이주해가는 과정에서 육로만큼이나 해로가 핵심적인 통로 역할을 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지구의 지배적 종이 되는 데는 항해 능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나아가 지중해 고대 문명권의 확대, 이슬람 상인과 당송 제국의 교류,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항시(港市)국가들의 경제·문화적 중개, 몽골의 해상력 발전과 명의 남해 원정, 증기선과 운하를 통한 세계 경제의 연결과 성장, 막강한 전함을 통한 제국주의적 침탈 등 바다를 빼놓고는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을 기술할 수 없다. 이토록 놀라운 바다의 역할을 생생하고 치밀하게 기술한 이 책은 그동안의 역사에서 빠져 있던 ‘바다’의 위치를 되찾아준다.

문명 발전 경로에 대한 지난날의 설명들도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흔히 수렵 및 채집으로부터 출발하여 농업을 거쳐 문명으로 나아가는 경로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내륙 지역의 고고학에 근거한 추론이었다. 새로운 연구는 해안 환경 또한 대규모 정주 공동체를 뒷받침하고 복잡한 문명 활동을 촉진시켰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1장 〈인류사의 시작 그리고 바다〉 중에서(28쪽)

그리스 세계와 페르시아제국의 운명은 바다에서 결판났다. 살라미스 해전은 바다의 통제권을 장악하는 것이 역사의 결정적 전환점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중 하나다. ―5장 〈고대 제국들과 바다〉 중에서(125쪽)

대륙의 역사가 간과한 역사적 인사이트를 찾아서
―바다를 통한 이주, 교역, 전쟁이 낳은 세계사적 변화
―세계 패권의 향방을 결정한 바다에 대한 역사적 이해


호모 사피엔스가 육상에 살면서도 바다를 이용할 줄 알았던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바다는 인류의 역사 내내 세계사적 이주, 교역, 전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진 공간이었고, 세계를 ‘연결’하는 거대한 모험이었다. 따라서 인류 역사를 온전하고 공정하게 이해하려면 반드시 바다를 고려해야 한다.

흔히 서구 문명의 기원지로 거론되는 고대 지중해 세계를 살펴보자. 선진 오리엔트 문명(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 문명이 성장하고 이를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킨 로마제국이 서구 문명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설명이다. 그렇지만 이런 서술은 역사의 실상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

초기 지중해 세계는 그리스-로마의 독무대가 아니라 대단히 다양한 민족 집단들이 한편으로 협력하고 한편으로 투쟁하는 복합적인 역사 흐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서는 남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북유럽 등 여러 지역의 문명 요소들이 교류하고 융합되었다. 지중해(바다)의 관점에서 그 시기를 살필 때에야 비로소 다양한 문명들의 혼합을 통해 새로운 문명이 만들어지는 당대의 역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는 원양항해가 상당히 발전한 문명의 산물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인더스 문명이 성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원양항해가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두 지역이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문명이 발전하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문명이 원양항해를 낳은 게 아니라 원양항해가 문명 발전을 촉진한 셈이다. ―2장 〈문명을 품은 대양〉 중에서(45쪽)

‘바다로 나간 로마’는 실로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현상이다. 육군만으로는 단지 가까운 이웃에게만 위협을 줄 뿐이지만, 로마가 해양 세력이 되자 차원이 다르게 강대해졌다. 지중해 세계와 그 너머의 광대한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제국으로 발전해간 것이다. ―5장 〈고대 제국들과 바다〉 중에서(134~135쪽)

아시아 문명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동쪽에는 말레이반도에서 중국을 넘어 동쪽의 한반도까지 거대한 땅덩어리가 이어져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등의 열도가 주변 바다와 어우러져 광대한 해양 세계를 이룬다. 아시아의 대륙과 해양이라는 두 세계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가는가는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지극히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륙의 역사에 치중해서 보느라 아시아 해양 세계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해양 네트워크가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하고, 이것이 인도양 세계와 연결되는 과정, 나아가 중국과 이슬람 세계가 바다를 통해 조우한 역사에 주목해 지금껏 잠들어 있던 박진감 넘치는 인도양 해양 세계의 실상을 일깨운다.

종교, 문화, 언어의 차이를 넘어 교역과 교류가 가능한 이 바다는 일찍부터 ‘만국보편의(oecumenical)’ 공간이었다. 이러한 개방성은 다른 해역에서는 보기 힘든 인도양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후일 유럽인들이 비교적 쉽게 인도양 공간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상대적인 평가이기는 하지만, 지중해가 끊임없는 ‘투쟁의 바다’였다면 인도양은 ‘평화의 바다’라 할 만했다. 해적의 위험이 없지는 않으나, 치명적인 해전을 일으켜 인도양 전체를 ‘우리의 바다’로 삼으려는 슈퍼파워가 없었다. 대신 다인종·다문화 집단들 간 항해의 자유방임(laissez-faire) 상태에서 자유 교역이 이루어졌다. ―6장 〈해상 실크로드의 발전〉 중에서(160쪽)

동남아시아 역사는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변전이 심하며, 내분과 외침이 잦았다. 다만 이 역사를 관통하는 한 가지 중요한 경향은 중국과 인도양 세계 사이에서 중개 무역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세력 중 이 지역 전반을 통제하는 강력한 ‘해양 무역 국가’가 등장하는데, 푸난이 그 첫 번째 사례라 할 수 있다. 푸난은 6세기경 쇠락하지만, 이후 스리위자야, 샤일렌드라, 마타람(Mataram), 말라카 같은 국가들이 그 뒤를 이어 발전한다. ―7장 〈동아시아 해상 네트워크의 확장〉 중에서(213쪽)

당제국의 성립은 아시아 해양 세계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띤다.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의 당은 외국 상인과 선원을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했다. 적극적으로 해외 팽창을 하던 이슬람-페르시아 선원과 상인이 거대한 규모의 교역 수요에 이끌려 중국으로 진입해 들어왔다. 이제 중국은 이슬람권과 해상 루트를 통해 직접 연결되기에 이르렀다. 당대에 이르러 중국은 인도양 네트워크에 본격적으로 편입되어 들어간 것이다. ―9장 〈당대 중국의 해상 세계 발전〉 중에서(258쪽)

이처럼 바다의 관점을 장착하면 문명의 형성과 발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다. 이 책은 문명의 태동에서부터 대항해 시대, 현대의 바다까지 장구한 역사를 모두 다루며 새로운 역사 해석을 제시한다. 특히 바다는 연결, 즉 경제?문화적 교류와 교역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어 인류사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경제 네트워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중국이 어느 순간 ‘해상 후퇴’를 한 반면 유럽이 ‘해상 팽창’을 지속한 것이 근대 세계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중국은 세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한 반면 유럽은 바닷길을 열고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 유럽이 ‘발견’한 것은 대륙이 아니라 세계의 바다였다. ―13장 〈유럽의 해상 팽창〉 중에서(416쪽)

포르투갈은 아시아의 바다에서 상당히 촘촘히 짜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들이 만든 것은 ‘바다의 제국’,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상업 거점 제국(Trading-Post Empire)’이었다. 19세기에 내륙의 식민 제국을 건설하기 전에 유럽인들은 먼저 아시아의 바다를 공략했다. ―14장 〈유럽의 충격, 아시아의 대응〉 중에서 (472쪽)

바다가 경계가 아니라 고속도로가 되는 대항해시대의 흐름이 파나마 운하로 인해 완성되었다. 미국은 이 운하를 이용해 경제와 군사 양면에서 급속하게 성장해갔다. 수에즈운하가 영국의 시대를 열었다면 파나마운하는 미국의 세기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 대서양과 태평양이 연결됨으로써 그야말로 세계의 바닷길이 연결되었다. 미국은 세계의 바다를 연결하고 그 바다를 통제하고자 했다. ―20장 〈해군의 발전〉 중에서(768~770쪽)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달려있다!
―가공할 폭력과 심각한 해양 오염의 경고
하지만 100억 인구의 미래를 책임질 인류의 희망


수많은 미래학자나 석학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바다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누구나 안다.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바다는 희망과 공포가 어우러진 곳이다. 인류는 수송, 어업, 자원 채취, 정보 이동 등 광범위하게 바다를 이용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바다의 경고를 듣고 있다. 강대국의 엄청난 군사력이 바다 위에서, 바닷속에서 충돌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특히 우리를 둘러싼 해상 공간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전쟁 무대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 또한 밀수와 해적이 활개를 치며 바다를 악용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과도한 남획, 수천만 척의 선박으로 인한 공해, 육지에서 바다로 떠밀려와 거의 대륙 크기로 커지고 있는 쓰레기 섬, 해수 온도 상승과 산성화 경향 등 해양 환경 오염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라면, 아마도 인류가 멸망한다면 바다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하지만 100억 명까지 증가할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교역을 활성화하며, 각종 주요 자원을 얻고, 산업 발전을 촉진시키는 등 바다의 희망은 여전하다. 이제 인류가 선택할 차례다.

이 책은 인류가 선택할 미래의 바다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 인류 역사의 출발점부터 오늘날까지 바다에서 펼쳐진 인류 문명의 위대한 여정을 살피며, 광대한 바다의 역사를 조망함으로써 크나큰 위험에 빠져 있는 현재의 바다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돕는다.

바다는 인간에게 지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고마운 공간이기도 하다. 급증하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수산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교역의 대부분은 해로를 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해저 케이블을 통한 정보 통신의 발달이 미래 경제 발전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육지에서 구하기 힘든 주요 자원들도 심해에서 얻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인간이 생명의 모태였던 바다로 돌아가 우리의 마지막 안식처로 삼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바다에서 찾을 수도 있다. 바다는 우리에게 무한한 공포와 무한한 희망을 동시에 던져준다. 우리는 그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하게 될까? 지난날의 역사에서 얻은 경험이 우리의 미래에 현명한 빛을 비출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 ―〈에필로그〉 중에서(883쪽)

해양사와 관련한 전 세계 학계의 성취를 집대성하다
―700여 편의 참고문헌, 최신 연구 성과 총망라
―200여 컷의 도판과 지도 수록


『대항해 시대』는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선정 대한민국 CEO 필독서까지 학술적 성취와 실용적 인사이트까지 모두 겸비하며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주경철 교수의 역사를 읽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시선에 환호했던 독자들에게 근대 시기만이 아니라 인류사 전 시기를 다룬 『바다 인류』는 그간의 갈증에 응답하는 역작이다.

이상의 연구들은 주로 15~18세기에 한정되었다. 그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의 역사 발전 양상은 어떠했을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근대 이전 인류 역사의 장기적 진행 과정에서 해양은 과연 어느 정도의 공헌을 했는지,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시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해양을 어떤 식으로 새롭게 통제하고 이용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하여 인류사 전반을 바다의 관점에서 정리해보자고 만용을 부리게 되었다. (…) 새로운 시각으로 인류 역사 전반을 정리하는 것은 역사가의 꿈이지만 사실 이루기 힘든 목표다. 무리한 목표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썼다. 장래 유능한 후배들이 훨씬 더 우수한 연구를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을 펴내며〉 중에서 (6~8쪽)

이 책에는 세계 역사학계에서 다룬 최신의, 엄선된 연구 성과가 오롯이 담겨 있다. 나아가 바다의 근현대사를 다루기 위해 군사학, 경제학, 해양과학 등 다양한 인접 학문의 동향을 반영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참고문헌에 밝힌 것만도 700여 편의 논문과 저서 및 각종 보고서가 망라되어 있다. 독자들이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방대한 학문적 성취를 이 한 권에 모두 담았다.

더불어 변화해온 해상 세계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는 200여 컷의 도판과 지도를 실어 장구한 역사를 항해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