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사회학 연구 (독서>책소개)/1.사회학일반

남자문제의 시대

동방박사님 2022. 9. 1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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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페미니즘의 물결이 서점가를 휩쓴 지금,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은 여성이 우위인 시대이며,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남자’ 문제 제기는 페미니즘의 물결이 두 차례 거쳐갔던 서구에서 먼저 있었고, 실제로 호주에서는 (불리한) 남자에 초점을 맞춘 보상교육이 시행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 못지않게 ‘남성우위’의 사회로 평가되는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내용상 문장 속에서 ‘일본’이라는 단어를 ‘한국’으로 바꿔 읽어도 될 만큼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도 합당한 시사점과 논점을 던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업, 취업, 결혼 (그리고 군대문제) 등에서 남자가 ‘불리’하며 여자가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남자의 괴로움을 강조하는 주장들이 힘을 얻곤 한다. 그렇다면 정말 ‘여성우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남자는 피해를 보고 있기에, 지원이 필요한 대상일까? 저자는 첫 3장은 남성성의 사회이론을, 나머지 4장은 남자문제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교육현장에서의 젠더 교육을 중심으로 하여 젠더와 교육이라는 날실과 씨실로 남자문제의 실체를 직조해나간다.

 

목차

들어가는 글

제1장 남자문제의 시대?
― 남자논쟁의 전개와 구도 ―

1. 과연 남자문제의 시대인가?
2. 서양 국가에서의 남자논쟁―학령기에 대한 관심
3. 일본에서의 남자논쟁―청년기에 대한 관심
4. 남자논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
5. 젠더 관점에서의 접근

제2장 남성지배의 패러독스
― 남자의 ‘괴로움’ 재고찰 ―

1. 남자는 괴롭다?
2.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
3. 남성성 사회이론
4. 남성지배하에서 남성의 괴로움
5. 괴로움의 비대칭성

제3장 하락하는 ‘남자다움’의 시장가치
― 산업구조의 변화와 남성지배의 재편 ―

1. 남성 고용의 불안정화
2. 젠더화한 메리토크라시
3. 남성적 능력의 시장가치 저하
4. 남성지배체제의 재편
5. 남녀의 경제적 자립을 향해

제4장 젠더의 정의(正義)를 둘러싼 정치학
― 보수·평등·자유 ―

1. 남녀평등을 둘러싼 교육현장의 혼란
2. 젠더 보수주의의 관점
3. 젠더 평등주의의 관점
4. 젠더 자유주의의 관점
5. 젠더 리버럴파의 교육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제5장 개성 존중의 딜레마
― ‘남녀평등교육’의 실천 사례로부터 ―

1. ‘남녀평등교육’의 확대
2. 조사 개요와 대상 학교의 실천
3. 젠더질서의 변화와 지속
4. ‘남녀평등교육’이 어려운 배경
5. 평등과 개성의 조화를 지향하며

제6장 나눌 것인가 섞을 것인가
― 별학과 성별 특성을 둘러싼 언설의 혼재 ―

1. 별학론과 특성론
2. 별학과 공학의 연속성과 중층성
3. 별학과 공학의 패러독스
4. 방법으로서의 별학론과 특성론
5. 재귀적 남녀공학론
6. 약자 지원을 위한 별학론
7. 새로운 별학론과 특성론이 던지는 것

제7장 남자 연구의 방법론적 전개
― ‘젠더와 교육’ 연구의 발전 가능성 ―

1. 교육 연구에서의 남자의 과소 표시
2. 남자를 문제화하는 관점들
3. ‘젠더와 교육’ 연구에서 남자의 ‘불가시화’
4. ‘젠더와 교육’ 연구에서 남자의 ‘가시화’
5. 남자 연구의 더 많은 발전을 위해

저자 소개

저 : 다가 후토시
1968년 에히메(愛媛)현 출생이다. 1996년 규슈(九州)대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박사후기과정 단위취득 만기퇴학했다. 규슈대학 교육학부 조교수,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구루메(久留米)대학 문학부 준교수(부교수) 등을 거쳐 현재 간사이(?西)대학 문학부 교수. 교육학박사이다. 전공은 교육사회학, 젠더론이다. 주요 저서로『남성의 젠더형성(男性のジェンダ?形成)』(東洋館出版社, 2001년),『남자다움의 사회학(男ら...
 
역 : 책사소
사회, 정치경제,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이른바 인문학적 사고를 함양하기 위해 월 1회 이상의 비정기 토론을 하는 모임이다. 가입과 탈퇴는 회원 맘대로다. 독서를 중심으로 영화, 연극 및 공연, 전시회 탐방 등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루트 가운데서 공통 토픽을 설정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된 페미니즘 관련 담론을 살핀 뒤 젠더교육과 남자문제로 관심 영역을 넓히는 와중에 이 책을...
 
 
책 속으로
반면, 남성의 ‘불리함’이나 ‘피해’의 측면을 강하게 주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원인을 여성 ‘우대’와 페미니즘에서 찾으며 여성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서양의 ‘피해자로서의 남자’ 계열에 속하는 인식도 보인다. 이런 관점은 ‘문제’의 당사자, 즉 청년기의 남성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필자가 대학에서 담당하고 있는 젠더 관련 수업 첫 시간에 수강생들의 관심을 물어보면, 거의 모두라고 해도 좋을 만큼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지금은 남성이 불리하지 않은가요?” “여성전용차량이나 ‘레이디스 데이’ 등은 남성차별이 아닌가요?” 등의 발언을 한다.
--- 「제1장 남자문제의 시대?」

첫 3개의 장은 남성을 ‘젠더화한 존재’로 파악하는 남성학 · 남성성 연구의 시점에서, 남자아이와 젊은 남성이 직면하는 문제들과 그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이 착종돼 있음을 주제로 다룬다. 제1장에서는 최근 일본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남자’ 문제에 관한 말들을 서양 국가들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양자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사회적 배경과, 그런 말들의 타당성에 대해 고찰한다. 제2장에서는 선진국 중에서도 압도적 남성우위의 사회로 평가되는 일본에서 ‘남자의 괴로움’에 관한 말들이 위세를 부리는 역설적인 현상에 주목하고, ‘남성성의 사회이론’을 단서로 삼 아 그 메커니즘의 해명을 시도한다. 제3장에서는 여성뿐 아니라 일부 남성 사이에서도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화가 진행되는 상황을, 업무상 필요한 ‘능력’의 변화 그리고 ‘능력’에 따른 선발환경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재고찰하고, 남녀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노동정책과 교육에 대해 논한다.
이어 3개의 장에서는 교육상의 젠더문제를 생각할 때 기본 콘셉트가 되는 것들을 재점검하고자 한다. 제4장에서는 젠더의 정의(正義)를 둘러싼 각 입장을 3개의 유형과 그 아류형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교육현장에서 젠더문제 대처와 관련된 착종 상황을 해체하여 생산적인 논의의 방향성을 제기한다. 제5장에서는 초등학교의 실천 사례에 기반하여 ‘남녀평등교육’에 드리운 곤란의 요인 중 하나가 실은 그 콘셉트 자체에 내재해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그러한 곤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한다. 제6장에서는 남녀공학/별학의 콘셉트와 그 효과에 관한 근래의 다양한 논의를 정리하고, 별학은 성차별적이고 공학은 남녀평등을 촉진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음을 확인하며, 더 충실한 논의의 방향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제7장에서는 ‘젠더와 교육’에 관한 연구 동향을, 그것들이 ‘남자’를 어떻게 파악해왔는지의 관점에서 재정리하고, 앞으로 ‘남자’에 관한 더 유익한 논의를 전개하기 위한 관점과 틀을 제기한다.
이 책을 통해 남녀의 존재양태 및 교육 · 사회를 바라보는 ‘시점’이 바뀌어야 ‘보이는 경치’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 「들어가는 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알아챘겠지만, 젠더문제에 관한 나의 정치적 입장은 여성에 대한 남성우위와 고정적인 남녀 역할을 당연시하는 사회의 존재양태에 반대하는 입장, 즉 제4장의 용어로 말하면 ‘젠더 리버럴파’에 한없이 가깝다.
--- 「나가는 글」

또한 학교현장의 교사들에게 남자와 여자의 양태를 물어보면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교육 단계를 불문하고 “우수한 여자와 덜떨어진 남자”로 대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소리들을 듣고 있자면, 젊은 남자와 남자아이가 같은 세대의 여성에게 압도당해 마치 ‘여성우위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비슷한 말들은 서양에서도 들린다. 아니, ‘남자’의 문제에 관한 한 사람들의 관심은 서양 국가들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들 나라에서 학령기 남자의 다양한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각국 미디어들은 남자가 ‘혜택 받지 못한 성性’이라는 보도를 거듭 쏟아내고, 호주에서는 남자에 대한 보상교육을 위해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전반까지는 이들 서양 국가에서도 ‘젠더와 교육’의 문제는 곧 여자의 문제였다. 최근까지도 교육받을 기회와 학교-노동시장 이행에서 불리한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 ‘남자문제’가 된 것일까? 정말로 여성에게 유리한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아니면 지금의 이 소동은 잘못된 상황인식에 기초한 과잉반응일까?
--- 「제1장 남자문제의 시대?」

일본은 서양 대비 성인기의 생활영역에서 남성우위 정세가 훨씬 두드러진다. 학령기에는 여자가 우위일지라도 사회에 나온 뒤 결국 남성이 우위에 서게 된다면,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위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도 학령기 남자의 부진과 부적응에 대해 그리 소동을 벌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전통적인’ 남자다움의 복권을 주창하거나 페미니즘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주장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러한 반페미니즘적 주장에서 학령기 남자의 부진과 부적응 문제가 언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일본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서양 대비 남성우위체제가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제1장 남자문제의 시대?」

그렇다면 그들이 ‘어른’이 되기 어려워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섰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남성지배체제가 재편되어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총체적으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우위는 유지되면서, 그러한 남성지배체제의 혜택을 누리는 입장으로부터 배제되는 남성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 「제1장 남자문제의 시대?」

또 한 가지, 젠더 연구로서 이 책의 특징을 들자면 여성보다 오히려 남성에 초점을 맞춘 남성학 책이라는 점이다. 나는 지금까지 『남성의 젠더 형성(男性のジェンダ?形成)』(東洋館出版社, 2001), 『남자다움의 사회학(男らしさの社??)』(世界思想社, 2006), 『흔들리는 샐러리맨 생활(?らぐサラリ?マン生活)』(ミネルヴァ書房, 2011)이라는 3권의 남성학 저서 및 편저(編著)를 썼고, 이 책을 포함하면 정확히 5년마다 남성학 연구서를 한 권씩, 총 4권 출간한 셈이 된다.
그사이 일본의 남성(그리고 여성)을 둘러싼 상황과 논의는 크게 변화했다. 내가 남성학에 뜻을 둔 1990년대 전반에는 젠더문제 하면 으레 여성문제로 보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로부터 20년 이상이 지나 이제는 ‘남성의 괴로움’이 공공연히 이야기되거나 ‘이쿠멘’(육아하는 남성)이 회자되거나 정부의 정책문서에 ‘남성 중심형 노동관행’의 변혁이 들어가기도 하는 등 남성문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남성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거시적인 사회경제적 변동과, 또 여성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연관시켜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관점은 아직 사회에 널리 퍼져 있지 않다. 오히려 “젊은 남자가 야무지지 못하다.”든가 “여자가 너무 세다.”는 말처럼 특정한 ‘대역’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알 것은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구는 반지성주의적 풍조마저 강화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서양 국가들에 비해서는 그 축적이 턱없이 적고, 특히 이론적 · 방법론적 논의는 미성숙한 채로 있다고 보인다. 이 책이 남녀 모두 더 살기 좋은 사회의 구상을 향한 생산적 논의의 발판이 되어 일본 남성학 · 젠더 연구의 더 큰 발전에 일조가 된다면 큰 행운이겠다.
--- 「나가는 글」
 

출판사 리뷰

남자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고,
여성은 더 이상 불리하지 않으며
지금은 ‘남자문제의 시대’(=여성우위 시대)라는 주장에는 근거가 있는가?
남성성 사회이론과 젠더 교육의 관점으로 남자문제의 실체를 규명한다

지금까지, 젠더 문제는 여자문제였다.
여성이 남성과 같은 ‘인간’으로 대접받을 권리를 쟁취하려는 투쟁에 이어, 교육과 노동 등 사회적인 지위를 얻는 데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근거가 된 것은, 아직은 전반적으로 남성이 우위인 사회이며 여성이 교육받을 기회나 취업할 기회, 우월한 지위를 획득할 기회 등을 부당하게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른 것도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 시험이나 상위학교 진학, 행정고시 합격률 등에서 여자가 남자를 앞서고 있다는 보도들이 이어진다. 마치 여성이 더 이상은 불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처럼.
이렇게 일견, 여성이 더는 불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은 현실에서 또 다른 주장들을 낳았다. 여성이 더 이상 불리하지 않은데, 왜 ‘여성부’ ‘생리휴가’ ‘총여학생회’ ‘여성전용주차장’ ‘여학생휴게실’ 등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이나 제도가 필요하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남성에게만 부여된 징병의 의무 탓에 한쪽 성(性)에만 혜택, 또는 기회가 유달리 기운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세상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 이런 문제와 주장의 대립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남자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권신장의 목소리가 더 크게, 더 일찍이 두드러졌던 서양 여러 나라에서 먼저 있었다. 이러한 남자문제는 ‘학력 경쟁’이 격화되며 두드러진 현상이다. 영국의 GCSE(중등교육자격시험), OECD 국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평가인 PISA, 미국의 대학교 학부과정 진학률, 독일의 김나지움 진학률 등에서 모두 여자의 성적이 남자보다 높거나 진학률이 높았던 것이다. 호주에서는 남자의 학업부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천만 달러의 교육예산을 의무교육 단계에 투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남자문제의 원인을 찾는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문제를 부진한 남자 개인에게서 찾는 관점과, 가해자인 ‘여자’를 상정하는 관점이다. 전자의 관점으로 보면 남자는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자’가 되고, 후자의 관점으로 보면 남자는 여성이 우대받는 불리한 입장 탓에 패배한 ‘피해자’가 된다.
서양에서 학령기 남자의 문제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청년기 남자에 더 문제가 집중된다. 문제의 초점은, 취업과 결혼을 하여 사회의 남성 일원인 ‘어른’으로서 자리 잡지 못하는 남자에 맞춰진다. 앞에 말한 패배자/피해자 관점을 거칠게 대입해보자면, 결혼과 연애에 관심이 없는 남자들을 ‘초식남’으로 정의하거나 취업/연애/결혼을 포기한 ‘3포 세대’라 부를 때는 남자를 ‘패배자’로 상정하는 것이며, 공부를 잘하는 (혹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여자에게 밀려 취업에 실패한 남자는 ‘피해자’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문제는, 과연 남자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여성 우대와 ‘페미니즘’ 때문에 남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에 생기는 문제일까?

확실히,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거나, 더 많이 버는 여성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고용 비율을 살펴보거나, 동일 시간 노동 대비 급여액을 살펴보면, 혹은 국회의원이나 고위직 공무원, 기업 경영진의 여성 비율을 살펴보면, 여전히 압도적인 남성우위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남성집단과 여성집단 전체를 비교해봤을 때, 여성에 비해 남성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여성이 남성의 ‘몫’을 빼앗았기에 남성이 불리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여성이 각종 우대정책과 혜택으로 인해 유리한 입장에 섰고, 여성우위 사회가 도래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저자인 다가 후토시는, 이렇게 단언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섰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남성지배체제가 재편되어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총체적으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우위는 유지되면서, 그러한 남성지배체제의 혜택을 누리는 입장으로부터 배제되는 남성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문제의 시대』, 38쪽)
신자유주의 경제체제하에서 격화된 경쟁은 우리를 극단적인 성과주의 싸움으로 몰아넣었다. 청년 남성들의 고용이 안정적이던 시대에는, (적어도 남성들의 경우) 학교를 졸업한 후 노동시장으로의 이행이 매끄러웠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가족을 부양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고용이 불안정해졌을 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높게 평가되는 능력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남성적 능력’, 즉 이성(理性), 과제 수행, 물건 제조, 근력노동 등이 높게 평가되었으나, 지금은 보다 ‘여성적인 능력’, 즉 대인 서비스, 케어노동, 인간관계 조정, 커뮤니케이션 등의 능력이 높게 평가된다. 능력 면에서도 남자가 더 이상 유리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근대사회의 노동시장에서 남성들은 더 높은 가치와 더 많은 수요를 가진 능력을 남성적 능력으로 간주하는 젠더화된 능력관과, 능력 발휘 경쟁에서 여성의 배제와 주변화라는 이중의 어드밴티지 덕분에, 성별 속성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할 능력주의적 경쟁에서 더 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많은 남성들의 안정된 고용과 수입은 고도경제성장에 따른 사회 전체의 고용 증대와 기업조직의 확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또한 이렇게 젠더화된 메리토크라시에 의해서도 지탱되어왔다.” (『남자문제의 시대』, 87쪽)

“말하자면 신자유주의하에서 재편되어가는 오늘날의 기업사회는 재정의된 ‘남자다움’을 성취한 일부 여성을 ‘명예 남성’으로 그 중심에 끌어들이는 한편, 그런 ‘남자다움’을 성취하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 곧 대부분의 여성과 점점 더 많은 남성을 주변화하면서 여전히 ‘진짜 남자’에 의한 ‘진짜 남자가 아닌 자’의 지배를 유지해간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로서의 남자’ 논자들의 주장과 달리 ‘어른’이 되지 못한 남성은 “여자에게 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기업사회에서의 ‘남자다움’의 성취를 둘러싼 남성 간 경쟁에서 진 것이다. 그들의 몫이 줄어듦으로써 가장 혜택을 누리는 것은 여성들이 아니라 기업사회의 중심에 위치하는 다른 남성들이다. 일정한 비율의 남성들을 ‘진짜 남자’로부터 배제하고 사회에서 주변화시키는 것은 신자유주의하에서 진행되어온 남성지배체재의 재편 과정인 것이다.”(『남자문제의 시대』, 39쪽)

그렇다면 교육현장에서는 남자의 학업부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러면서 ‘젠더평등의 관점’에 어긋나지 않는 교육을 하려면?
남녀공학은 평등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여학교/남학교는 그렇지 않은가?

불평등에 뿌리를 둔 신자유주의 체제의 교육현장에는
어떠한 젠더상(像)이 필요한가

이 책의 후반부는, 교육현장에서의 젠더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칙상의 ‘남녀평등’이 제도나 법의 형태로,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중시하는 가치로 공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자든 남자든, 한쪽이 차별당하는 교육방침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 ‘평등’이라는 가치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개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생산된다는 것이다. 이 딜레마는 일본의 ‘남녀평등교육’ 연구실천 학교로 지정된 한 초등학교의 사례를 통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앞에서 서술한 2001년도 3학년생의 ‘공개수업’에서는 가방 색이 빨강과 검정에 편중되어 있는 반면 필통과 옷 등 다른 소지품의 색은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반드시 성별로 색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아동들이 깨닫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방 그림에 좋아하는 색을 칠해 자신만의 오리지널 가방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했다. 그런데 여자 5명으로 구성된 활동반에서는 모두가 가방을 빨간색으로 칠했다. 담임교사는 문제를 느끼면서도 당장은 그러한 아동의 ‘자신다운’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남자문제의 시대』, 144쪽)

이렇듯 교육현장에서 평등과 개성 존중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들이기 힘들다는 현실의 근저에는, 교사와 교육제도의 대처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사회구조적 문제가 있다. 호주의 사회학자인 R. 코넬의 이론을 빌려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남성지배의 사회구조를 알게 모르게 재생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아이들은 미디어를 통해, 혹은 가정에서 남성지배체제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성역할을 학습한다. 남성지배체제를 지탱하는 데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대한 코넬의 설명은 이렇다.

코넬은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가부장제의 정당화 문제에 대해 지배당하는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답을 구현화하여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보증하는(한다고 보이는) 젠더 실천의 형태”라 정의하고 있다. 즉, 복수(複數)의 남자 존재양태 중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지배적인 것을 통해 총체적인 남성에 의한 여성의 지배라는 체제가 유지되고 정당화되는 측면을 파악하고자 의도한 개념이다. (『남자문제의 시대』, 55쪽)

이렇듯,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성취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박탈감을 수반하는 가운데, 보다 우위의 남성이 여성과 그 밖의 남성을 종속시키면서 전체로서의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남자문제의 시대』, 71쪽)

결국 모두가 진정으로 평등한 교육현장, 더 나아가 그런 사회를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젠더 관점을 교육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단지 ‘똑똑한 여자’와 ‘덜떨어진 남자’의 문제로 대비해서도, 불리한 한쪽 성(性)에 어떤 혜택이나 보상을 하느냐 하는 단순한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교육에서의 젠더문제에 대처하려면 여성성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남성성(그리고 그 외의 성)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그렇다면, 지금은 명백히 여성이 불리한 상황인데, 남성성이나 남자의 현실, 남자문제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고 반문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 이 물음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여성보다 남성에 초점을 맞춰 남성 특유의 문제를 강조하는 ‘남자 연구’는 자칫 한 걸음만 떨어지면, 여자가 직면하는 심각한 문제로부터 사람들의 눈을 떼어내어 마치 일반적으로 남자가 더 곤란을 겪고 있다는 듯한 오해를 줄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지 남녀의 평균적인 차이와 여자문제에 주목하는 것만으로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젠더현상을 더 현실감 있게 파악하는 데 자연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남자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를 통해 얻은 지식내용을 종래의 페미니즘 · 젠더 연구의 지적 유산과 결합시켜가는 것이 교육에서의 젠더문제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해결로 연결되지 않을까.” (『남자문제의 시대』,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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