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계국가의 이해 (독서>책소개)/2.영국역사문화

보수와 진보 - 이념을 넘어선 영국의 현실 정치

동방박사님 2022. 10. 2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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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영국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 암시할 수 있는 바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미국에 넘겨준 이후에도 영국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회를 유지해 온 것은 보수와 진보가 극단적인 갈등과 해결 보다는 타협과 합의를 통한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급속한 산업화의 시기에서 벗어나 안정된 민주주의를 마련하는 시기에 있는만큼 영국의 정치에 대한 역사적 분석은 현재 한국의 보수와 진보 관계, 더 넓게는 한국 사회의 정치문화 전반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으리라 얘기한다.

목차

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제1장 보수와 진보의 탄생
1. 보수주의와 급진주의
2. 보수당의 유연성: 제2차 선거법 개혁
3. 급진주의의 성장: 비밀투표법과 부패방지법
4. 갈등보다는 타협: 제3차 선거법 개혁

제2장 보수와 진보의 대결 1
1. 사회주의의 부활?
2. '자치도시 사회주의'의 실체
3. 다른 언론 매체들의 반응
4. 사회주의의 확산 또는 후퇴?
5. 정치적 담론으로서의 사회주의

제3장 보수의 진보의 대결 2
1. 보수당의 위기의식
2. 보수당 내 급진파는 누구인가
3. 보수당의 사회주의?
4. 정치적 담론으로서의 집단주의

제4장 합의를 향하여
1.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당 체제
2. 합의에서 갈등으로: 대처리즘
3. 블레처리즘: 새로운 합의?
4. 블레어의 이미지 정치

제5장 이념의 종말?
1. 뭉쳐야 산다
2. 소선거구제의 비밀
3. 의회민주주의의 이면 - 블레어 대통령
4. 변화의 조짐들

맺는말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저자 소개 

저 : 김상수
 
1971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서양사학과에서 영국사로 석사학위를,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영국 근현대 정치문화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는 영국의 사회주의를 정치 담론의 차원에서 분석한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동안 영국의 사회주의 담론을 보수언론에서 이용한 방식에 대한 글을 썼다. 또한 영국 근현대의 정치문화사와 역사방법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왔다. 서울대학교...
 

출판사 리뷰

1. 영국 정치,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을 넘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분단 이후 줄곧 팽팽한 갈등 구도로 대립해왔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이념을 넘어선 실용을 선택했지만, 변화된 정치 상황 속에서 이념의 대립은 심화되고 각 진영 내부의 지형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보수는 진정한 보수인가 같은 이념의 실체를 묻는 논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데올로기 종언의 시대가 도래한 지 오래인 지금,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정치 담론 분석을 통해 영국사를 연구해온 소장학자 김상수 교수(한국외국어대)는 신간《보수와 진보-이념을 넘어선 영국의 현실 정치》(책세상문고?우리시대 119)를 통해 근대적인 의미에서 보수와 진보의 근원지인 영국의 현실 정치에 주목해 양 진영이 타협을 통해 서로의 간극을 좁혀온 과정에 주목한다. 세계 최초로 산업화를 경험하고 프랑스 혁명과 양차 대전 같은 세계사적 사건들을 겪으며 급격한 사회 변화에 직면했던 영국은 특유의 실용적 특성을 바탕으로 이론보다는 현실을, 대결보다는 타협을 선호해왔다. 이는 정치의 영역에서 보수와 진보 세력이 극단적인 이념 대결에 골몰하지 않고 의회를 중심으로 사회 전체의 안정이라는 목표를 일관되게 꾀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 책은 여러 언론과 사료들의 담론 분석을 통해 1832년부터 2008년까지의 영국 정치사와 현실 정치의 시스템을 살펴봄으로써 영국의 보수와 진보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대립하고 어떻게 합의를 도출하며 의회를 중심으로 한 대의민주주의의 전통을 구현해왔는지 분석하고 있다. 보수주의와 급진주의라는 이념이 탄생한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갈등과 대결보다 타협과 합의의 정치를 추구해온 영국 정치에 대한 역사적 분석은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관계, 더 나아가 정치 문화 전반에 새로운 지평을 보여줄 것이다.


2. 사회 안정을 우선하는 타협과 합의의 역사
이 책은 영국의 보수와 진보를 이론의 논리적 체계를 분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정치 활동의 영역에서 이념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해왔는지를 분석하는 실천적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 영국 근현대 정치사 200여 년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통해 현실 정치가들의 행위에 의해 보수와 진보의 의미가 규정되고 양 진영이 유연성을 발휘해 합의에 도달하며 안정적으로 사회를 유지해온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의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영국 정치에서 1832년부터 진행된 선거법 개혁은 각 당의 이해관계에 있어 중대한 사안이었음에도 정당들은 많은 부분에서 타협하고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영국은 지주층인 토리를 중심으로 한 보수당과 휘그 및 급진주의자들의 연합 정당인 자유당이 양당 체제를 이루고 있었는데, 선거법 개혁의 과정에서 보수당은 전통만을 고수한 것이 아니라 사회 질서의 유지를 위해서라면 개혁도 단행하는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자유당의 한 분파인 급진주의자들 역시 때로는 자유당 지도부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보수당과 협력하는 방식을 취했기에 영국의 중앙 정치는 균형 있게 전개될 수 있었다.
이후 영국의 보수와 진보는 사회주의 사상이 유입되면서 대립의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현재 영국의 중앙 정치에서는 양 진영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1970년대까지 이어진 ‘합의의 시대’, 경제 공황 및 마거릿 대처의 등장과 함께 나타났던 ‘분열의 시대’를 지나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은 새로운 형태의 합의의 정치를 전개하고 있다. 블레어의 노동당은 이른바 ‘제3의 길’을 내세워 좌우 이념의 갈등을 종식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보수당 역시 전통적인 우파 노선에서 벗어나 있어 정당들의 이념 노선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게 되었다. 또한 영국인들은 이념을 떠나 국가를 제대로 통치할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정당을 지지하고 있어서, 보수당과 노동당은 특정 사안을 놓고 대치할 때도 이념적으로 서로를 비판하기보다는 자기 당의 문제 해결 능력이 우월하다는 점을 더 강조한다. 이념 간의 대립보다는 사회 전체의 안정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타협’을 선택하는 것이다.

3. 한국 정치의 더 나은 합의점을 위해
한국의 현실과 달리 영국 정치가 이렇게 이념을 넘어서 합의점을 찾게 된 데는 17세기 말부터 영국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인식되어온 의회의 역할이 크다. 대통령제하의 한국 의회는 행정부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려웠고, 독재 정권 시기에는 여당이 정권의 꼭두각시가 되어 야당이 이를 폭로하고 정권을 타파하는 데 전념했다. 반면에 영국의 의회는 이념적으로 대결하기보다는 다양한 문제들을 의회라는 단일한 창구를 거쳐 해결하는 전통을 확립해온 것이다. 따라서 의회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념과 철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일반 국민들은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념 논쟁보다는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치 능력을 더 중시하게 되었다.
이처럼 한국은 의회 중심의 정치가 발달하지 못했을 뿐더러 분단이라는 상황으로 냉전 상태가 지속된 탓에 보수와 진보가 계속해서 서로 대립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한국 사회에 영국의 현실 정치는 새로운 정치 지평을 펼쳐 보여준다. 2차 대전 후 미국에게 세계 최강국이라는 지위를 넘겨준 후에도 합의를 통해 안정적으로 사회를 유지해온 영국은 안정적인 정치의 모델이 되는 동시에 보수와 진보의 역할과 그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영국과는 역사적 경험과 정치 시스템이 다른 우리가 영국과 동일한 경로를 밟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국제 정치와 사회의 다원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도 낡은 이념에 집착해서는 집권할 수 없는 정치 환경이 조성되기를 이 책은 기대하게 한다.

4. 이 책의 구성
영국의 보수와 진보가 타협을 통해 서로의 간극을 좁혀온 과정을 분석하는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1832년의 제1차 선거법 개혁부터 제3차 선거법 개혁까지, 참정권의 확대와 선거구 조정을 둘러싼 보수당과 자유당의 대결과 타협의 과정을 다룬다.
제2장과 제3장은 20세기 초부터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이른바 에드워드 시기에 영국의 보수와 진보 세력이 사회 개혁이라는 이슈를 둘러싸고 치열한 대결을 벌였던 모습에 주목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 담론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특히 보수당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이 담론을 전유하고 나중에는 거기에 포섭되는 모습을《타임스》를 비롯한 언론과 사료들을 분석함으로써 증명한다.
제4장은 양차 대전 후 ‘합의의 시대’를 유지하던 영국이 마거릿 대처의 등장과 함께 ‘분열의 시대’를 맞는 과정과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이 등장해 새로운 형태의 합의가 정착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제5장은 소선거구제, 의회민주주의 등 현대 영국의 정치 제도와 그 구체적인 작동 원리를 소개한다. 또한 범위를 넓혀 지방 차원의 문제, 유럽과의 관계, 새로운 정치 이슈 등을 통해 영국 정치의 변화 조짐들을 엿보며 이념이 사라져가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