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계국가의 이해 (독서>책소개)/2.영국역사문화

공장의 역사 - 근대 영국사회와 생산, 언어, 정치

동방박사님 2022. 10. 2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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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공장제도의 발전과 지식인의 담론
그리고 공장노동에 대한 국가 간섭


20세기는 '소비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소비사회는 백화점, 슈퍼마켓, 대형할인점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적 현상이 되었다. 소비사회를 이끈 동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교통통신혁명과 물류혁명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는 대량생산체제의 확산 없이는 불가능하다. 공장제도Factory system로 표현되는 이 새로운 대량생산방식은 18세기 말에 영국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오늘날까지 생산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로 이어져 내려왔다. 이 책은 바로 이 공장제도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목차

책머리에

서장 공장으로 귀환

1부 전前 시대의 유산
1장 전산업적 생산조직의 변화를 보는 시각
2장 수공업길드와 농촌공업
3장 근면혁명과 산업화로의 길

2부 산업혁명과 공장의 원형
4장 기계와 중기력
5장 면공장의 계보와 구조
6장 기계와 공장의 언어
7장 공장법, 자본, 노동

3부 무거운 근대성과 공장제도
8장 2차 산업혁명과 공장
9장 생산에 관한 새로운 담론,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
10장 영국에서 새로운 생산조직의 수용
11장 노사동거체제와 복지국가

4부 탈공장의 시대
12장 현대 영국 경제를 보는 시각
13장 영국 제조업의 변화와 쇠퇴
14장 정보통신혁명, 그리고 그 너머

종장 탈공장의 시대와 인간 노동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이영석
 
서양사학자.(영국사) 광주대 명예교수. 성균관대 사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박사) 케임브리지 대학 클레어홀과 울프슨 칼리지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서양사학회와 도시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2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 우수학자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19~20세기 영국 사회사, 노동사, 생활사, 사학사 분야의 많은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산업혁명과 노동정책』(1994), 『다시 돌아본 자본의 ...
 

출판사 리뷰

다시 소비하는 대량생산의 역사

공장이라는 창을 통해 영국 경제사를 재구성하다

지난 20세기는 ‘소비의 시대’다. 그리고 소비의 시대라는 공장을 돌게 한 동력은 교통통신혁명과 물류혁명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량생산체제의 확산을 통해 가능해졌다. 공장제도factory system로 표현되는 이 새로운 대량생산방식은 18세기 말에 영국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오늘날까지 생산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공장의 역사》는 공장제도의 변화라는 창을 통해서 공장제도의 역사를 살피고 18세기 이래 영국 경제사를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소비의 시대를 조망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공장으로의 귀환
지금 여기에서 ‘공장’이라는 주제는 새삼스러울 수도 있다. 한 세기 전에 영국 산업혁명이 경제사의 중요한 분야로 떠오른 이래 정통적인 연구는 산업화의 출발점을 기계와 공장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근래 산업혁명을 점진적 변화로 파악하는 수정주의 연구가 주류를 이루면서 공장에 대한 관심은 낮아졌다. 또한 노동사 연구가 공장노동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에게까지 연구대상을 넓히고 그들의 구체적인 삶의 형태와 그 기반을 이루는 사회문화적 조건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공장은 오히려 노동사 연구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20세기는 결국 ‘거대한 공장’들이 사회를 지탱한 시대였다. 특히 내구소비재 분야에 거대공장들이 출현하면서, 적어도 산업화를 이룩한 나라의 경우 공장은 그 사회의 기본 구조를 형성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현대 복지국가모델은 거대공장에서 정립된 노사관계의 역학을 사회 전체로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포디즘이 단순히 새로운 생산조직의 의미에서 더 나아가 20세기 자본주의, 즉 ‘무거운 근대성’(또는 중후장대重厚長大 근대성)을 상징하는 용어로 정착된 것은 근거가 있다. 이 ‘새롭고 합리적인 질서’는 20세기 현대 사회의 지평을 열었다.

사실 ‘무거운 근대성’은 자본과 노동을 하나로 결합해 그들의 상호 의존성을 심화시켰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자본에 의존하는 임노동자의 지위에 길들여졌고, 기업가 또한 자본의 재생산과 성장을 위해 임노동에 기댔다. 그들의 모임에는 고정된 장소가 있었다. 양측의 어느 쪽도 쉽게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대공장의 벽은 두 당사자들을 감옥처럼 둘러쌌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들은 종신 서약한 부부처럼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는 결합될 수밖에 없다. 공장은 그들 공동의 거주지였다. 여기에는 어떤 형태든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동거의 양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법, 담합구조, 복지국가 모델은 모두 이 동거양식과 관련된다.

그러나 20세기 산업문명의 기초를 닦았던 복지국가 모델은 오늘날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가 거대공장의 새로운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1970년대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선진 산업국가의 거대공장들은 이전과 다른 형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제 제조업에서 자본축적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던 시대는 지났다. 무거운 근대성의 시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거대한 초국적 기업들의 경영부서에서는 감량화slimming down, 경량화downsizing, 기업분할hiving-off 같은 구호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러한 추세가 궁극적으로는 현대국가의 담합구조 자체를 위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책의 구성
이 책은 공장으로의 귀환을 강조한다. 특히 최초의 산업화를 경험한 영국의 사례를 통해 공장의 구조 및 변화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공장은 근대문명의 토양이며, 그 공장생산을 둘러싼 사회관계야말로 근대사회의 특징을 이룬다. 따라서 공장의 변화와 그 구조를 살피는 것은 근대사회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작업과 직간접으로 관련된다. 공장의 사회사는 공장 그 자체를 탐구대상으로 삼은 것을 넘어 사회 또는 국가체제를 대상으로 삼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공장에 관한 서술은 공장이라는 창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작업이며 또 그것을 지향해야 한다.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생산방식의 측면에서 근대문명을 상징하는 언어를 찾는다면, 그것은 분산과 집중이다. 산업화 이전에 생산형태는 삶과 노동의 분산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산업화와 더불어 분산에서 집중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그 변화는 초기에는 점진적으로, 그리고 후기에는 급속하게 전개되었다. 분산에서 집중으로 변화가 완료되었을 무렵에 사회구조와 나아가 국가의 모델 또한 이에 부합하는 형태가 발전했다. 그리고 1980년대 이후 정보통신혁명과 디지털혁명의 도래와 더불어 다시 집중에서 분산으로의 변화가 감지된다.

- 산업화 이전
이 책의 1부 ‘전前시대의 유산’은 산업화 이전 생산방식, 생산조직 및 노동과정을 다룬다. 전 시대의 유산은 장인적 전통에 깃들어 있다. 장인(artisan, craftsman)은 산업화 이전 유럽에서 수공업 생산의 주역이었다. 그들은 특정 직종의 숙련을 지니고 독자적인 작업장에서 노동하는 수공업자였다. 16세기 이래 농촌에서도 수공업생산에 비교우위를 지닌 지역에서 반농, 반공의 수공업자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영국의 요크셔, 레스터셔 등지가 이에 해당한다. 이 농촌공업은 산업화 이전의 산업화 현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러한 수공업 발전이 산업화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그 구체적인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주로 기존의 농촌공업 연구들을 정리하여 재해석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 공장사의 재구성
다음으로, 이 책 2부 ‘산업화와 공장의 원형’은 영국 산업혁명기 면공장을 중심으로 공장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우선 개량방적기에서 증기기관까지 기술 개량의 역사를 개관한 다음, 면공장이 시기에 따라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추적한다. 이와 함께 기계와 공장에 관한 동시대 지식인들의 담론을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동시대인의 문헌에서 기계machine, 공장factory이라는 말의 기원과 의미변화를 통해 공장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가를 추적한다. 원래 ‘머신’이라는 말은 숙련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한 작업에 쓰이는 도구를 가리켰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자신의 손(도구)을 가진 장치’라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손기술 또는 도구와 대립하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산업혁명기 저술가들의 ‘공장에 대한 용례’를 살펴보면, 공장을 뜻하는 단어들 또한 사람들이 이전의 낡은 언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또 그 의미를 통하여 사회를 인식하였음을 보여준다. 2부는 또한 산업혁명기 공장제도에 나타난 여러 부작용을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조사, 평가하고 또 해결책을 마련했는지, 그 과정을 개관한다. 생산, 언어, 정치의 상호작용을 통해 한 시대의 성격을 규명하려는 시도다.

- 무거운 근대, 포디즘 체제
제3부 ‘무거운 근대성과 공장제도’는 20세기 초 내구소비재 산업을 중심으로 전개된 포디즘 체제를 주로 다룬다. 사실 1890년대 이래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생산과정의 재조직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일반적으로 테일러주의라고 알려진 새로운 시도는 공정별 기계화, 생산과정에 대한 경영자 통제, 생산 활동을 일관성 있게 통제하는 위계적 조직의 구축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 후 자동차, 전화, 냉장고 같은 내구소비재 산업에서 이러한 생산원리는 개별 작업의 기계화를 통한 부품 표준화와 일관작업 생산방식으로 변용되어, 이른바 포디즘 체제를 낳았다. 이 책에서는 영국 제조업에서 포디즘체제가 등장하고 정립되는 과정, 그러면서도 그 과정에 나타난 영국의 특수성을 살피고자 한다. 이와 함께 테일러주의와 포디즘에 대한 지식인들의 담론과 비판, 그리고 이전의 공장법체제가 대공장을 대상으로 어떻게 변모해왔는가를 검토한다.

- 공장을 넘어
이 책 4부 ‘탈공장의 시대’는 중후장대식 공장체제의 새로운 변화에 주목한다. 가벼운 근대성으로 일컬어지는 이 새로운 변화는 무엇보다도 20세기 후반의 정보통신혁명, 이른바 디지털혁명과 그리고 물류혁명에 힘입었다. 따라서 이들 혁명의 본질 및 추이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디지털혁명이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아직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우리의 대응에 따라 다시 변화할 수밖에 없는 가능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혁명은 세계의 거리를 소멸시키고, 개인 및 집단의 상호접촉을 촉진하고, 인터넷과 관련된 다른 상품의 혁신을 자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