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계국가의 이해 (독서>책소개)/2.영국역사문화

정당의 생명력 - 영국 보수당

동방박사님 2023. 1. 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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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민의 당’이라는 보수당의 주장이 분열된 영국을 추스르는 데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
‘통치에 적합한 당’이라는 보수당의 자부심은 어떻게 유지될 것인가?

한때 ‘멍청한 당’이라고 불린 영국 보수당은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현존하는 유럽의 모든 정당 가운데 가장 성공한 당이라는 평을 듣는다. 보수당이 경이로운 점은 특권층만이 정치적 권력을 누리던 시대에 만 들어진 정당이 21세기까지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당은 실천에서는 유연성을 보여 주었지만 그럼에도 일관된 원칙을 견지해 왔다. 보수당 의원들은 비록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어도 원칙을 고수할 것인 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이제 우리 정치도 지역주의나 연고 주의에서 벗어나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보수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중히 여기면서 동 시에 개인의 책임과 의무, 공동체적 연대, 애국심을 강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먼저 이론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즉 보수주의 이념이 무엇인지, 보수당이 현실 정치를 하는 데 있어 채택한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를 살펴본 후 보수주의의 특징이자 불가사의라고도 할 수 있는 불평 등의 문제를 검토한다. 다음으로, 토리당 등장 이후 보수당의 역사를 개괄한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물론 유럽 전체가 제2차 세계대전 종결 후 최대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보수당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 쳐 나갈 것인가?

목차

머리말

제1부 이론

제1장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1. 보수주의 원칙
2.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3.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유사점과 차이점
제2장 ‘하나의 국민’ vs 뉴 라이트
1. ‘하나의 국민’ 보수주의
2. 뉴 라이트
3. 개인과 공동체의 수렴

제3장 보수당과 불평등
1. 평등주의에 대한 반대
2. 불평등해질 권리와 실력주의
3. 영국인들이 불평등을 받아들이는 이유


제4장 계급젠더정치
1. 민주적 선거제로의 길
2. 계급과 정치: 제휴와 탈제휴
3. 계급 외 요인들
4. 보수당과 여성


제2부 역사

제5장 ‘멍청한 당’에서 ‘성공한 당’으로
1. 토리당의 시작
2. 토리에서 보수당으로
3. 곡물법(Corn Law) 폐지와 보수당의 분열
4. 디즈레일리와 보수당의 부상
5. 19세기 말의 보수당

제6장 민주주의 시대의 보수당
1. 관세개혁운동(1903)
2. 노동당의 부상과 민주적 선거제도
3. 1945년 이후의 정국
4. 1970년대의 위기

제7장 대처 시대와 대처 혁명
1. 1차 대처 정부, 1979~1983
2. 2차 대처 정부, 1983~1987: 공공 부문 개혁과 노조 개혁
3. 3차 대처 정부, 1987~1990: 도덕적 십자군 운동
4. 기득권과의 전쟁
5. 대처의 유산


제8장 성공의 비결
1. 성공을 이끈 요인들
2. 21세기의 보수당

맺음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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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박지향 (朴枝香)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명예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프랫대학교, 인하대학교, 서울대학교 교수를 지냈고, 도쿄대학교, 케임브리지대학교의 객원교수를 거쳤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장, 영국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제국의 품격》 《근대로의 길》 《정당의 생명력: 영국 보수당》 《클래식 영국사》 《대처 스타일》 《슬픈 아일랜드》 《영국적인,...
 

책 속으로

보수주의는 변화에 반대하거나 저항하지 않는다. 변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정체되고 화석화된 사회를 낳을 뿐이고, 오히려 혁명이라는 과격한 변화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제도의 개혁이 때때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는 조심스럽고 숙고된 개혁을 건강한 사회의 필수적 요소로 받아들이며, 영국 보수당은 변화가 자신들의 손에서 안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낫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실제로 1830년대 무렵부터 보수당은 ‘보존하기 위해 변화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1830년대에 로버트 필이 보수당을 당명으로 채택했을 때 필 역시 개혁이야말로 보수를 위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보수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연속성과 변화는 양립 불가능하다고 애써 주장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이 변화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
--- p.15

캐머런이 주장하는 것은 재능과 노력과 모험정신이 보상받는 체제다. 캐머런이 당 지도자가 되면서 두 분파를 결합하려는 노력이 본격화했다. 두 분파를 이어 주는 공통의 생각들을 분석해 본다면 우선 도덕적?사회적 보수주의에 대한 지지를 들 수 있다. 비록 경제원칙에서는 두 분파의 생각이 나뉘지만 사회적, 도덕적으로는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보수주의는 사회주의와 달리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그것이 전통적인 도덕으로부터의 일탈과 전통적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나아간다면 용인하지 않는 입장이다. 뉴 라이트 보수주의가 특별히 비판한 것은 ‘관대한 1960년대’가 낳은 사회적 기강의 해이, 데모, 문화파괴(vandalism)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문화다. 뉴 라이트는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전통적 도덕률이 와해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가족의 가치와 가부장적 질서를 회복하고, 학교의 기율과 권위를 회복하고, 정부는 그 어떤 것도 정부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61

영국인들은 정부의 재분배 정책 또는 복지정책의 확대를 무조건 반기지 않는다. 물론 그들은 복지 혜택을 유지하기를 바라지만 거기에는 두 가지 명확한 원칙이 존재한다. 첫째는 부를 직접적으로 재분배하는 정책보다는 거의 모든 사람이 삶의 생애주기에서 적어도 한 번쯤은 필요로 하는 복지 혜택을 선호한다. 예컨대 교육이나 의료보험이 그것이다. 둘째는 ‘자격 있는’ 수혜자와 ‘자격 없는’ 수혜자를 뚜렷이 구분하려 한다.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한 복지 혜택은 자격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한 부모’ 가정이나 실업자는 자격 없는 경우로 간주하여 후자의 항목에 대한 정부 지출 확대에 반대하는 것이다. 평등주의에 가장 큰 반감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주와 같은 하층 중간계급(lower middle-class)이다.
--- p.94

오늘날 영국인들의 정치적 결정에는 판단적 투표와 더불어 이념의 약화도 발견된다. 해마다 영국인들의 사회적 태도를 조사하여 발표하는 《영국인들의 사회적 태도(British Social Attitudes)》의 조사는 1980년대에는 좌-우의 이념적 대립이 극심했던 데 반해 1997년에 시작된 노동당의 블레어 정부에 이르러 좌우의 이념적 구분과 대립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밝혀 준다. 그것은 보수당이 이념적으로 ‘좌측’으로 이동하고 노동당은 ‘우측’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해석되는데, 특히 보수당의 좌측으로의 이동보다 노동당의 우측으로의 이동이 더욱 중요한 요인이었다. 대처주의의 많은 부분을 받아들인 블레어의 지도하에 노동당이 좌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전체 국민들이 함께 우측으로 이동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p.122

보수당이 애국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글래드스턴의 실수도 한몫했다. 파머스턴이 포함외교를 불사하는 제국주의적 외교를 전개했다면 글래드스턴은 도덕적 명분을 외교에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눈으로 볼 때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제정치적 결정을 내리곤 했다. 그렇게 되자 디즈레일리가 애국주의적 외교정책을 독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정궁 연설 전에 이미 디즈레일리는 맨체스터 자유홀에서 행한 연설에서 러시아에 대한 글래드스턴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강하고 위대한 영국을 주창했다. 게다가 친보어, 친러시아적 입장을 보인 좌파들은 조국이 아니라 모든 나라의 친구인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비방의 대상이 되었다. 아이러니는 가장 덜 영국인다운 영국인이었던 디즈레일리가 이 교훈을 확실히 가르쳐 주었다는 사실이다.
--- p.160-161

보수당이 취하고 있던 중도 노선에 대하여 강력한 비판을 제기한 사람은 이녹 파월이었다. 파월은 경제 영역에서 국가의 역할과 개입이 커지는 것을 반대하고 자유시장을 옹호했다. 정부가 개입하여 실시하는 가격통제와 임금통제 등은 시장이 가진 가격조절 기능을 약화시킴으로써 오히려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주장이었다. 파월은 경제적 자유주의의 관점을 적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하나의 국민’파가 장악한 보수당에 파월의 목소리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에 불과했다. 게다가 1968년 ‘피의 강’ 연설에서 그는 영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로 인해 영국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 p.196-197

대처를 반대한 사람들도 대처주의가 1970년대 말의 조합주의와 관료주의적 난국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했을지 모른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처가 택한 정책이 너무 잔인하고 엉성하며, 마치 19세기 맨체스터 학파의 자유주의와 비슷하게 단순하다고 비판했다. 대처의 정책으로 감원과 근로자의 급여가 삭감되어 사회적 비용이 늘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또한 사회정의라는 면에서 이제껏 국가가 적자를 감수하고 제공하던 서비스가 사라져 버렸다는 지적도 있었고, 자유경쟁의 시장에 내던져짐으로써 오히려 개인의 자유에 위기가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 p.232

보수당 또한 세대에 따른 지지층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영국 보수당은 절대로 노년층만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었다. 1979년 총선에서 보수당은 35세 이상보다 이하인 유권자들의 더 많은 지지를 받았으며 1983년과 1987에도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보수당에 투표했다. 이것은 물론 마거릿 대처가 일으킨 대처 혁명의 소용돌이가 젊은 층에 호소력을 가진 덕분이기도 했다. 보수당이 젊은이들에게 외면당한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젊은 보수주의(Young Conservatism)’라는 단체다.
--- p.232

현재적 문제점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주권의 문제, 즉 유럽연합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다. 물론 일반 대중에게는 이민 문제가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불만이지만 보수당의 일부 의원들조차 탈퇴를 지지한 것은 영국이 유럽연합이라는 거대한 초국가적 조직에 휘둘리고 있다는 불만 때문이다. 영국은 대의민주주의주의가 가장 먼저 태동한 나라이기 때문에 영국 국민은 자신을 통치하고 명령을 내릴 사람은 자신이 투표로 선출하여 권리를 위임하고 권위를 인정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정책을 결정하는 집행위원회(Commission)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이 아니라 각국 정부가 임명한 사람들로, 주로 고위관리 출신이다. 유럽의회라는 조직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선거를 거치지도 않은 ‘비민주적’ 집행위원회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유럽연합에 속한 28개국 국민들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 p.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