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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고전적 의미에서의 영웅은 현실에 부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영웅을 소환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서양 고전 속에서의 영웅들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모습이었을까? 영웅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영웅처럼 신의 능력을 타고나 보통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영웅의 모습도 있지만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감한 모습의 영웅이 있는가 하면 선한 의지를 갖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도움을 준 사람이 영웅의 모습으로 기려지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영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은 다양하다. 영웅 출현의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면, 영웅은 비단 대단하고 보기 힘든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예가 적지 않다.
이 책의 필자들은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과거의 영웅들을 다시 꺼내 보았다. 동서양 고전 작품에 형상화된 영웅상을 충실히 보여 주면서도 영웅이 시대와 상황의 산물임을 전제하고 영웅이 탄생하는 맥락을 충실히 소개하였다. 동시에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 선 사람, 너무 앞섰기 때문에 시대와 불화한 사람, 훌륭하지만 기이한 사람, 탁월하지만 어긋나는 사람 등 다양한 영웅의 형상을 보여 주고자 했다. 특정 시대와 나라에 한정하지 않고 영웅을 가려냈고, 오늘날 영웅을 새롭게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고전 작품에서 뽑아 왔다.
이 책의 필자들은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과거의 영웅들을 다시 꺼내 보았다. 동서양 고전 작품에 형상화된 영웅상을 충실히 보여 주면서도 영웅이 시대와 상황의 산물임을 전제하고 영웅이 탄생하는 맥락을 충실히 소개하였다. 동시에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 선 사람, 너무 앞섰기 때문에 시대와 불화한 사람, 훌륭하지만 기이한 사람, 탁월하지만 어긋나는 사람 등 다양한 영웅의 형상을 보여 주고자 했다. 특정 시대와 나라에 한정하지 않고 영웅을 가려냈고, 오늘날 영웅을 새롭게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고전 작품에서 뽑아 왔다.
목차
1부 영웅, 그 찬란하거나 비극적인
1장 조연에서 주연으로
- 『아이네이스』의 아이네아스 심정훈
2장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선 그리스의 영웅
-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 김유석
3장 영웅의 성공과 몰락
-『플루타르코스』의 알렉산드로스 김헌
4장 영웅들은 왜 추락했을까?
- 벨레로폰테스, 파에톤, 이카로스의 추락 김헌
5장 도래한 영웅, 도래할 영웅
- 임경업과 『임경업전』 손애리
6장 의적에서 민중의 영웅으로
- 홍길동과 『홍길동전』 김민정
7장 영웅들의 진부하지만 특별한 말년
- 『월왕전』, 『구운몽』, 『창선감의록』의 주역들 윤광언
8장 영웅을 보여다오, 그러면 내가 비극을 써 줄 테니
-『사기열전』의 항우 박선영
2부 영웅,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9장 영문학 속 영웅 이야기
- 해리 포터와 호빗이 영웅이 되기까지 손현주
10장 철학자도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소크라테스의 변명』의 소크라테스 김유석
11장 톨스토이, 영웅을 논하다
-『전쟁과 평화』의 진정한 영웅 차지원
12장 우리시대 영웅의 조건과 자격
-『춘추좌전』의 진문공 희중이 손애리
13장 영웅과 자객 사이
-『사기열전』의 예양과 영화 「26년」 김월회
14장 간웅 조조, 영웅임을 주장하다
-『삼국지』의 조조 김월회
15장 여성의 영웅되기
- 뮬란부터 당새아까지 김월회
16장 해체되고 비틀린 영웅
- 루쉰이 다시 쓴 백이와 숙제 김민정
1장 조연에서 주연으로
- 『아이네이스』의 아이네아스 심정훈
2장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선 그리스의 영웅
-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 김유석
3장 영웅의 성공과 몰락
-『플루타르코스』의 알렉산드로스 김헌
4장 영웅들은 왜 추락했을까?
- 벨레로폰테스, 파에톤, 이카로스의 추락 김헌
5장 도래한 영웅, 도래할 영웅
- 임경업과 『임경업전』 손애리
6장 의적에서 민중의 영웅으로
- 홍길동과 『홍길동전』 김민정
7장 영웅들의 진부하지만 특별한 말년
- 『월왕전』, 『구운몽』, 『창선감의록』의 주역들 윤광언
8장 영웅을 보여다오, 그러면 내가 비극을 써 줄 테니
-『사기열전』의 항우 박선영
2부 영웅,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9장 영문학 속 영웅 이야기
- 해리 포터와 호빗이 영웅이 되기까지 손현주
10장 철학자도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소크라테스의 변명』의 소크라테스 김유석
11장 톨스토이, 영웅을 논하다
-『전쟁과 평화』의 진정한 영웅 차지원
12장 우리시대 영웅의 조건과 자격
-『춘추좌전』의 진문공 희중이 손애리
13장 영웅과 자객 사이
-『사기열전』의 예양과 영화 「26년」 김월회
14장 간웅 조조, 영웅임을 주장하다
-『삼국지』의 조조 김월회
15장 여성의 영웅되기
- 뮬란부터 당새아까지 김월회
16장 해체되고 비틀린 영웅
- 루쉰이 다시 쓴 백이와 숙제 김민정
책 속으로
알렉산드로스를 비롯해서 플루타르코스의 작품 속 인물들은 그리스 로마 역사 속에서 한 획을 그은 영웅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 또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재현되는, 우리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 있다. 그 영웅들의 성장과 성공, 실패와 몰락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우리 삶을 새롭게 이끌어 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 (...)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우리 개개인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는 한 명의 알렉산드로스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고 기억하며 기록하는 한 명의 플루타르코스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3장 영웅의 성공과 몰락」중에서
이 신화의 메시지는 적절한 높이를 지킨다는 것의 중요성이다. 우리가 갖게 된 부와 권력, 명예는 이카로스의 날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성취와 소유에 취해 정도 이상으로 우쭐한다면 이 신화 속의 이카로스처럼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하고 말 것이다. “많이 가질수록 낮아지고 겸손해야 한다, 분수를 알고 자족해야 한다, 너무 나대지 마라”라는 말을 많이 하고, 많이 듣는다. 인생의 지침이 될 훌륭한 교훈이긴 하다.
그러나 이 신화는 이런 교훈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위험성도 함께 경고한다. 이카로스가 적절한 수준보다 더 낮게 날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겸손하고 분수를 알며 자족하는 사람이라고 칭찬을 받았을까? 아니다. 날개가 습기를 먹어 또 다른 추락의 신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너무 낮지 않게, 너무 높지 않게, 적절한 수준의 비행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이카로스의 추락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4장 영웅들은 왜 추락했을까」중에서
『임경업전』을 통해 사람들은 허구이지만 임경업에 쩔쩔매는 호국을 보기도 하고, 또 간신배와 달리 일반 백성을 위하는 따뜻한 임경업을 만나기도 한다. 결국에는 청과 간신배에 의해 죽임을 당하여, 다른 영웅 소설과 달리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는 점에서 임경업(전)은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실제 인물 임경업과 소설 『임경업전』은 분리되지 않고, 사람들에게 인간 임경업은 『임경업전』의 영웅으로 동일시된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말한다. 여기서의 시대는 영웅이 살았던 시대와 꼭 같은 시대는 아닐 수 있다. 임경업처럼 영웅화의 과정은 사후 반세기가 지나서 이루어지기도 하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망과 염원을 담아 영웅을 직접 만들어 내는 작업을 통해 완성되기도 한다. 우리는, 또 우리 시대는 어떤 영웅을 기다리고 있는가? 아직은 오지 않은 미래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미 와 있는데도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던, 고전 속에 묻혀 있는 과거의 그 누군가를 불러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5장 도래한 영웅, 도래할 영웅」중에서
소설 속 길동의 무술 실력, 지략과 재주는 이미 조선의 으뜸으로, 길동이 조선의 왕이 되고자 마음먹는다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대의 도덕적 관념으로는 길동이 인질이 된 아버지와 형을 모른 체한다거나 왕이 되는 것을 용납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는 ‘헬조선’ 현실의 벽이 너무 높고 견고했을지도 모른다. 이에 홍길동은 영웅적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율도국이란 가공의 도피처에서 이상을 실현할 수밖에 없었다.
---「6장 의적에서 민중의 영웅으로」중에서
독자는 소설 속 영웅들이 허구상의 존재임을 무의식중에 전제하고 있다. 동시에 독자는 자신이 소설을 읽으며 이입하는 영웅들의 모습은 호쾌하지만, 실제 영웅들의 삶은 지금 소설을 읽으며 고달픈 현실에 괴로워하는 독자 자신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즉 독자는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재주를 가진 영웅들조차도 현실에서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오직 소설 속에서만 누린다는 사실을 내면에서 끊임없이 되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이 괴로워 영웅들의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에게 ‘그 잘난 영웅조차도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인식은 한편으로 자기 위안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비록 독자 자신이 영웅처럼 불후의 업적을 세우지는 못해도, 그 위대한 영웅들이 허구의 세계에서나 성취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일상을 자신은 현실에서 누리고 있다는 소박한 행복감과 함께.
---「7장 영웅들의 진부하지만 특별한 말년」중에서
우리는 베오울프에서 아더왕으로, 또 호빗 프로도와 해리 포터로 이어지는 영웅의 변천사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영웅의 모습은 절대적이지 않고, 시대에 따라 변모한다. 과거의 영웅에게는 신과 같은 초월적 능력을 가진 반인반신의 모습도 있었고, 지혜로운 현자의 모습도 있었다. 이제 우리 시대의 영웅은 프로도나 해리처럼 좀 더 인간적이고 평범한 ‘보통’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진 것 같아 보인다.
제정일치의 사회에서 왕권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로, 나아가 지금은 민중의 힘에 기반한 민주주의가 대세인 사회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영웅의 모습도 베오울프에서, 아더왕을 거쳐, 프로도와 해리로 변했다. 각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의 모습은 그 시대의 권력의 향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결국 각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영웅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우리는 영웅의 모습을 통해 시대를 읽을 수 있다. 영웅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9장 영문학 속 영웅 이야기」중에서
결국 이들을 자객으로 내몬 것도 또 영웅으로 빚어낸 것도 그들을 둘러싼 당시의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는 치세라는 말보다는 난세라는 말이 훨씬 잘 어울린다. 1980년의 광주는 오랜 군부독재의 부패와 부조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던 시절이고, 예양과 형가가 살았던 시절은 봉건제라는 사회 질서가 우르르 무너지고 군사력과 경제력 같은 완력을 발판으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던 때였다. 권력이나 재력을 소유한 자들이 자기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낼 수 있었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의 형세가 도덕이나 문학과 예술 같은 인문 역량이 힘쓰는 시대에 비해 영웅 출현에 한층 적합했던 게다. 덕분에 그러한 시세를 타고 우뚝 서고자 하는 이들이 부쩍 출현할 수 있었고, 그러한 시세 탓에 영웅의 길로 내몰린 이들도 적잖이 생겨났다. 한마디로 난세에 영웅이 많이 났음은 우연이 아니라 당연한 귀결이었다.
---「3장 영웅의 성공과 몰락」중에서
이 신화의 메시지는 적절한 높이를 지킨다는 것의 중요성이다. 우리가 갖게 된 부와 권력, 명예는 이카로스의 날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성취와 소유에 취해 정도 이상으로 우쭐한다면 이 신화 속의 이카로스처럼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하고 말 것이다. “많이 가질수록 낮아지고 겸손해야 한다, 분수를 알고 자족해야 한다, 너무 나대지 마라”라는 말을 많이 하고, 많이 듣는다. 인생의 지침이 될 훌륭한 교훈이긴 하다.
그러나 이 신화는 이런 교훈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위험성도 함께 경고한다. 이카로스가 적절한 수준보다 더 낮게 날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겸손하고 분수를 알며 자족하는 사람이라고 칭찬을 받았을까? 아니다. 날개가 습기를 먹어 또 다른 추락의 신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너무 낮지 않게, 너무 높지 않게, 적절한 수준의 비행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이카로스의 추락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4장 영웅들은 왜 추락했을까」중에서
『임경업전』을 통해 사람들은 허구이지만 임경업에 쩔쩔매는 호국을 보기도 하고, 또 간신배와 달리 일반 백성을 위하는 따뜻한 임경업을 만나기도 한다. 결국에는 청과 간신배에 의해 죽임을 당하여, 다른 영웅 소설과 달리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는 점에서 임경업(전)은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실제 인물 임경업과 소설 『임경업전』은 분리되지 않고, 사람들에게 인간 임경업은 『임경업전』의 영웅으로 동일시된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말한다. 여기서의 시대는 영웅이 살았던 시대와 꼭 같은 시대는 아닐 수 있다. 임경업처럼 영웅화의 과정은 사후 반세기가 지나서 이루어지기도 하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망과 염원을 담아 영웅을 직접 만들어 내는 작업을 통해 완성되기도 한다. 우리는, 또 우리 시대는 어떤 영웅을 기다리고 있는가? 아직은 오지 않은 미래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미 와 있는데도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던, 고전 속에 묻혀 있는 과거의 그 누군가를 불러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5장 도래한 영웅, 도래할 영웅」중에서
소설 속 길동의 무술 실력, 지략과 재주는 이미 조선의 으뜸으로, 길동이 조선의 왕이 되고자 마음먹는다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대의 도덕적 관념으로는 길동이 인질이 된 아버지와 형을 모른 체한다거나 왕이 되는 것을 용납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는 ‘헬조선’ 현실의 벽이 너무 높고 견고했을지도 모른다. 이에 홍길동은 영웅적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율도국이란 가공의 도피처에서 이상을 실현할 수밖에 없었다.
---「6장 의적에서 민중의 영웅으로」중에서
독자는 소설 속 영웅들이 허구상의 존재임을 무의식중에 전제하고 있다. 동시에 독자는 자신이 소설을 읽으며 이입하는 영웅들의 모습은 호쾌하지만, 실제 영웅들의 삶은 지금 소설을 읽으며 고달픈 현실에 괴로워하는 독자 자신보다도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즉 독자는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재주를 가진 영웅들조차도 현실에서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오직 소설 속에서만 누린다는 사실을 내면에서 끊임없이 되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이 괴로워 영웅들의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에게 ‘그 잘난 영웅조차도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인식은 한편으로 자기 위안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비록 독자 자신이 영웅처럼 불후의 업적을 세우지는 못해도, 그 위대한 영웅들이 허구의 세계에서나 성취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일상을 자신은 현실에서 누리고 있다는 소박한 행복감과 함께.
---「7장 영웅들의 진부하지만 특별한 말년」중에서
우리는 베오울프에서 아더왕으로, 또 호빗 프로도와 해리 포터로 이어지는 영웅의 변천사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영웅의 모습은 절대적이지 않고, 시대에 따라 변모한다. 과거의 영웅에게는 신과 같은 초월적 능력을 가진 반인반신의 모습도 있었고, 지혜로운 현자의 모습도 있었다. 이제 우리 시대의 영웅은 프로도나 해리처럼 좀 더 인간적이고 평범한 ‘보통’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진 것 같아 보인다.
제정일치의 사회에서 왕권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로, 나아가 지금은 민중의 힘에 기반한 민주주의가 대세인 사회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영웅의 모습도 베오울프에서, 아더왕을 거쳐, 프로도와 해리로 변했다. 각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의 모습은 그 시대의 권력의 향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결국 각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영웅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우리는 영웅의 모습을 통해 시대를 읽을 수 있다. 영웅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9장 영문학 속 영웅 이야기」중에서
결국 이들을 자객으로 내몬 것도 또 영웅으로 빚어낸 것도 그들을 둘러싼 당시의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는 치세라는 말보다는 난세라는 말이 훨씬 잘 어울린다. 1980년의 광주는 오랜 군부독재의 부패와 부조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던 시절이고, 예양과 형가가 살았던 시절은 봉건제라는 사회 질서가 우르르 무너지고 군사력과 경제력 같은 완력을 발판으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던 때였다. 권력이나 재력을 소유한 자들이 자기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낼 수 있었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의 형세가 도덕이나 문학과 예술 같은 인문 역량이 힘쓰는 시대에 비해 영웅 출현에 한층 적합했던 게다. 덕분에 그러한 시세를 타고 우뚝 서고자 하는 이들이 부쩍 출현할 수 있었고, 그러한 시세 탓에 영웅의 길로 내몰린 이들도 적잖이 생겨났다. 한마디로 난세에 영웅이 많이 났음은 우연이 아니라 당연한 귀결이었다.
---「13장 영웅과 자객 사이」중에서
출판사 리뷰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고전 매트릭스 시리스 첫 번째 책!
주제별로 만나는 인문 고전의 새로운 세계
좋은 놈, 기이한 놈, 탁월한 놈
동서양 고전 속 다양한 영웅을 통해 오늘날 새로운 영웅을 상상하다
당신도 혹시 영웅?
오늘날 우리가 ‘영웅’이라 칭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모습일까?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이슈들이 SNS로 퍼지면서 소소하게 주변 사람들을 돕거나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환호를 보내며 영웅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올림픽에서 억울한 판정으로 4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편파 판정을 딛고 꿋꿋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에게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에서도 영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에게 “당신에게 영웅은 누구입니까?”라고 질문하였는데 그는 “나에게 영웅은 가족입니다.”라고 대답하여 진행자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오늘날의 영웅의 의미는 과거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거나 전쟁터에 나가 뛰어난 활약을 하는 등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 이들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을 우리는 영웅이라 부르고 있다.
동서양 고전에는 영웅이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처럼 고전적 의미에서의 영웅은 현실에 부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영웅을 소환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서양 고전 속에서의 영웅들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모습이었을까?
영웅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영웅처럼 신의 능력을 타고나 보통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영웅의 모습도 있지만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감한 모습의 영웅이 있는가 하면 선한 의지를 갖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도움을 준 사람이 영웅의 모습으로 기려지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영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은 다양하다. 영웅 출현의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면, 영웅은 비단 대단하고 보기 힘든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예가 적지 않다.
이 책의 필자들은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과거의 영웅들을 다시 꺼내 보았다. 동서양 고전 작품에 형상화된 영웅상을 충실히 보여 주면서도 영웅이 시대와 상황의 산물임을 전제하고 영웅이 탄생하는 맥락을 충실히 소개하였다. 동시에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 선 사람, 너무 앞섰기 때문에 시대와 불화한 사람, 훌륭하지만 기이한 사람, 탁월하지만 어긋나는 사람 등 다양한 영웅의 형상을 보여 주고자 했다. 특정 시대와 나라에 한정하지 않고 영웅을 가려냈고, 오늘날 영웅을 새롭게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고전 작품에서 뽑아 왔다.
『사기』에서는 자신이 섬긴 이를 위해 끝까지 복수를 꿈꾸던 예양을, 『춘추좌전』에서는 오랜 방랑 끝에 군주가 된 희중이를, 『일리아스』에서는 조연에 불과했던 아이네아스와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이었지만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나 죽을 수밖에 없었던 아킬레우스를, 『오뒷세이아』의 트로이아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의 영웅 오뒷세우스를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그리스의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드로스를, 『홍길동전』에서의 의적에서 민중의 영웅으로 변모한 홍길동을, 『고사신편』에서는 찌질해 보였던 백이와 숙제를, 이 밖에 『구운몽』, 『임경업전』, 『전쟁과 평화』, 『베오울프』 등 동서고금의 다양한 고전 속에 등장하는 실제 혹은 가공의 인물들이 어떻게 오늘날 영웅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으로 인해 다채로운 영웅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되고, 연관된 고전을 찾아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영웅은 거창하고 낯선 존재가 아니라 나 자신과 주변 인물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친숙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미래의 영웅을 고대할 뿐 아니라 우리 안에 이미 와 있고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영웅을 발견하는 길로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주제별로 만나는 인문 고전의 새로운 세계
좋은 놈, 기이한 놈, 탁월한 놈
동서양 고전 속 다양한 영웅을 통해 오늘날 새로운 영웅을 상상하다
당신도 혹시 영웅?
오늘날 우리가 ‘영웅’이라 칭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모습일까?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이슈들이 SNS로 퍼지면서 소소하게 주변 사람들을 돕거나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환호를 보내며 영웅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올림픽에서 억울한 판정으로 4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편파 판정을 딛고 꿋꿋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에게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에서도 영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에게 “당신에게 영웅은 누구입니까?”라고 질문하였는데 그는 “나에게 영웅은 가족입니다.”라고 대답하여 진행자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오늘날의 영웅의 의미는 과거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거나 전쟁터에 나가 뛰어난 활약을 하는 등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 이들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을 우리는 영웅이라 부르고 있다.
동서양 고전에는 영웅이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처럼 고전적 의미에서의 영웅은 현실에 부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영웅을 소환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서양 고전 속에서의 영웅들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모습이었을까?
영웅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영웅처럼 신의 능력을 타고나 보통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영웅의 모습도 있지만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감한 모습의 영웅이 있는가 하면 선한 의지를 갖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도움을 준 사람이 영웅의 모습으로 기려지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영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은 다양하다. 영웅 출현의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면, 영웅은 비단 대단하고 보기 힘든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예가 적지 않다.
이 책의 필자들은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과거의 영웅들을 다시 꺼내 보았다. 동서양 고전 작품에 형상화된 영웅상을 충실히 보여 주면서도 영웅이 시대와 상황의 산물임을 전제하고 영웅이 탄생하는 맥락을 충실히 소개하였다. 동시에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 선 사람, 너무 앞섰기 때문에 시대와 불화한 사람, 훌륭하지만 기이한 사람, 탁월하지만 어긋나는 사람 등 다양한 영웅의 형상을 보여 주고자 했다. 특정 시대와 나라에 한정하지 않고 영웅을 가려냈고, 오늘날 영웅을 새롭게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고전 작품에서 뽑아 왔다.
『사기』에서는 자신이 섬긴 이를 위해 끝까지 복수를 꿈꾸던 예양을, 『춘추좌전』에서는 오랜 방랑 끝에 군주가 된 희중이를, 『일리아스』에서는 조연에 불과했던 아이네아스와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이었지만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나 죽을 수밖에 없었던 아킬레우스를, 『오뒷세이아』의 트로이아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의 영웅 오뒷세우스를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그리스의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드로스를, 『홍길동전』에서의 의적에서 민중의 영웅으로 변모한 홍길동을, 『고사신편』에서는 찌질해 보였던 백이와 숙제를, 이 밖에 『구운몽』, 『임경업전』, 『전쟁과 평화』, 『베오울프』 등 동서고금의 다양한 고전 속에 등장하는 실제 혹은 가공의 인물들이 어떻게 오늘날 영웅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으로 인해 다채로운 영웅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되고, 연관된 고전을 찾아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영웅은 거창하고 낯선 존재가 아니라 나 자신과 주변 인물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친숙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계기도 되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미래의 영웅을 고대할 뿐 아니라 우리 안에 이미 와 있고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영웅을 발견하는 길로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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