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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선 출신의 일본인’ 또한 제국-식민지의 역사를 말끔하게 청산했을까? 그들은 왜 ‘조선인과 잘 지냈다’고 강변하는 것일까? ‘전후일본’의 맥락 속에서 그들은 식민지조선의 어떤 기억을 토해내야 했으며 또 어떤 기억을 감춰야 했을까? 이 기억의 정치학이야말로 식민지 이후에도 식민지가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전후일본’에서 ‘식민지조선’을 살아내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제국-식민지의 역사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지금’의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른 ‘정산’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제국-식민지의 기억을 선별하고 망각을 부추기는 논리를 밝혀냄과 동시에 그 논리에 휘말려 제국-식민지를 청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감춰진 기억을 풀어내는 일일 것이다. 최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된 제국-식민지의 ‘정산’을 ‘모의’하는 한국과 일본 양국정부의 정치적 협잡은 여전히 그러한 역사적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목차
서론_ 외지인의 고향, 식민지
20년만의 귀향
‘한국 출신 일본인’의 조선화(朝鮮化)와 후루사토
‘식민자’의 조선화와 역사의식
외지에서 식민지로: 내부의 타자에서 외부의 타자로
연구방법론과 책의 구성
1부_ ‘한국 출신 일본인’의 조선화와 제국의식
[1] ‘한국 출신 일본인’의 원류: 연구과정 및 연구대상 개괄
[2] 경성의 기억과 조선의 표상
‘원체험(原體驗)’의 자각
‘원체험’의 시공간, 경성의 기억도(記憶圖)
‘다민족’의 풍경
‘조선적인 것’의 경험, 조선화의 구축
조선인의 표상: ‘어머니’의 기억
‘식민지배의 무자각’의 조건
외지의 내지인에서 내지의 외지인으로
[3] 조선화의 신체와 타자성
기억의 신체화
‘경성내기(京城っ子)’의 놀이
‘경성내기’의 조선의 놀이: 놀이의 전래구조와 변용
‘경성내기’의 놀이의 민족별 범주와 식민지적 혼종성
조선의 놀이와 신체화의 서사
조선의 놀이의 재인식: ‘조선적인 것’에서 한국의 문화요소로
조선화의 타자성
[4] 내선일체의 이상과 모순: 훈육의 서사와 제국의식
훈육의 서사와 ‘마음의 고향’
황민화교육과 내선일체
경성의 일본인 소학교의 황민화교육
군국소년의 이상과 모순
‘마음의 고향’의 균열과 봉합: 선택되는 기억
2부_ ‘한국 출신 일본인’의 한국방문과 역사의식
[1] 한국인의 환대를 받은 일본인들: 연구과정 및 연구대상 개괄
[2] ‘사범’의 사명의식과 지속되는 사제관계
식민지와 ‘스승’의 의미
경성사범학교 개요
경성사범학교의 ‘자치’
‘사범’의 사명의식과 농촌의 ‘계몽’
보편적 교사상과 역사의식
[3] ‘경중회’의 ‘모교’ 방문과 식민지적 타자성
식민자의 기억, 귀환자의 실천
경성중학교 및 동창회 개괄
훈육의 기억
패전 후 동창회 활동과 한국인
기억의 관성과 역사의식: ‘마음의 고향’과 식민지적 타자성
결론_ 기억의 영토와 실천의 서사
20년만의 귀향
‘한국 출신 일본인’의 조선화(朝鮮化)와 후루사토
‘식민자’의 조선화와 역사의식
외지에서 식민지로: 내부의 타자에서 외부의 타자로
연구방법론과 책의 구성
1부_ ‘한국 출신 일본인’의 조선화와 제국의식
[1] ‘한국 출신 일본인’의 원류: 연구과정 및 연구대상 개괄
[2] 경성의 기억과 조선의 표상
‘원체험(原體驗)’의 자각
‘원체험’의 시공간, 경성의 기억도(記憶圖)
‘다민족’의 풍경
‘조선적인 것’의 경험, 조선화의 구축
조선인의 표상: ‘어머니’의 기억
‘식민지배의 무자각’의 조건
외지의 내지인에서 내지의 외지인으로
[3] 조선화의 신체와 타자성
기억의 신체화
‘경성내기(京城っ子)’의 놀이
‘경성내기’의 조선의 놀이: 놀이의 전래구조와 변용
‘경성내기’의 놀이의 민족별 범주와 식민지적 혼종성
조선의 놀이와 신체화의 서사
조선의 놀이의 재인식: ‘조선적인 것’에서 한국의 문화요소로
조선화의 타자성
[4] 내선일체의 이상과 모순: 훈육의 서사와 제국의식
훈육의 서사와 ‘마음의 고향’
황민화교육과 내선일체
경성의 일본인 소학교의 황민화교육
군국소년의 이상과 모순
‘마음의 고향’의 균열과 봉합: 선택되는 기억
2부_ ‘한국 출신 일본인’의 한국방문과 역사의식
[1] 한국인의 환대를 받은 일본인들: 연구과정 및 연구대상 개괄
[2] ‘사범’의 사명의식과 지속되는 사제관계
식민지와 ‘스승’의 의미
경성사범학교 개요
경성사범학교의 ‘자치’
‘사범’의 사명의식과 농촌의 ‘계몽’
보편적 교사상과 역사의식
[3] ‘경중회’의 ‘모교’ 방문과 식민지적 타자성
식민자의 기억, 귀환자의 실천
경성중학교 및 동창회 개괄
훈육의 기억
패전 후 동창회 활동과 한국인
기억의 관성과 역사의식: ‘마음의 고향’과 식민지적 타자성
결론_ 기억의 영토와 실천의 서사
출판사 리뷰
이제는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식민지조선에는 적지 않은 일본인이 살았다. 1945년 제국일본의 패전 당시 조선의 일본인은 군인을 제외하고 민간인만 70만여 명에 달했고 서울에서만 인구의 약 30%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5년 아시아태평양전쟁의 종결 직후 조선의 거의 모든 일본인들은 연합군총사령부(GHQ)에 의해 ‘본토’로 귀환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가늠할 뿐이다. 이 인구규모는 20세기 식민지 가운데 ‘백인 이민 국가’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본토’ 인구가 유입되었던 프랑스령 알제리의 다음 가는 수준이다(우치다 쥰 2008). 조선의 일본인들 가운데에는 관공리, 정치가, 군인 등의 ‘정책적 식민자’와는 별도로 민간 차원에서 조선으로 이주한 사람들도 많았다. 따라서 그들 중 일부는 ‘새로운 생활조건으로의 적응과정’으로서 조선인과 접촉하고 조선문화를 습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조선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들은 스스로 조선으로 건너온 1세와 달리 조선문화를 주어진 환경으로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실제로 조선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들 중에는 ‘본토’로 귀환한 후에 ‘본토’의 문화를 이질적인 것으로 느끼면서 조선문화를 ‘원체험’으로 인식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조선시절을 기억하는 그들의 ‘지금’, 즉 귀환 후의 삶이다. 그들은 1945년 제국일본의 패전과 함께 ‘본토’로 귀환한 후 조선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그들은 일본인이면서도 일본사회에 새로이 적응해야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출신의 일본인으로 자신을 재인식해야 했다. 일본인이되 ‘본토’ 출신이 아니라는 자기인식은 그 반대급부로 조선시절의 기억을 환기시켰다. 이 속에서 그들은 식민지조선에 있었던 일본인 학교의 동창회를 조직하고 그 시절의 기억을 공유하며 한국방문과 ‘모교’ 후원 등의 교류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왔다. 요컨대 그들의 조선시절에 대한 ‘지금’의 기억은 지난한 실천의 결과물이다.
자, ‘조선 출신의 일본인’ 또한 제국-식민지의 역사를 말끔하게 청산했을까? 그들은 왜 ‘조선인과 잘 지냈다’고 강변하는 것일까? ‘전후일본’의 맥락 속에서 그들은 식민지조선의 어떤 기억을 토해내야 했으며 또 어떤 기억을 감춰야 했을까? 이 기억의 정치학이야말로 식민지 이후에도 식민지가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전후일본’에서 ‘식민지조선’을 살아내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제국-식민지의 역사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지금’의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른 ‘정산’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제국-식민지의 기억을 선별하고 망각을 부추기는 논리를 밝혀냄과 동시에 그 논리에 휘말려 제국-식민지를 청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감춰진 기억을 풀어내는 일일 것이다. 최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된 제국-식민지의 ‘정산’을 ‘모의’하는 한국과 일본 양국정부의 정치적 협잡은 여전히 그러한 역사적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나는 이 책에서 일본풍의 음악을 들으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호감과 반감을 동시에 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의 수수께끼를 ‘한국 출신 일본인’의 귀환 후의 기억과 실천을 통해 풀어내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기억과 실천은 나의 아버지의 기억과 실천과 동일한 어떤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제국-식민지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채 식민지를 살아가게 하는 식민지의 기억의 정치학이며 그 기억을 떠안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책을 내며 中)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조선시절을 기억하는 그들의 ‘지금’, 즉 귀환 후의 삶이다. 그들은 1945년 제국일본의 패전과 함께 ‘본토’로 귀환한 후 조선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그들은 일본인이면서도 일본사회에 새로이 적응해야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출신의 일본인으로 자신을 재인식해야 했다. 일본인이되 ‘본토’ 출신이 아니라는 자기인식은 그 반대급부로 조선시절의 기억을 환기시켰다. 이 속에서 그들은 식민지조선에 있었던 일본인 학교의 동창회를 조직하고 그 시절의 기억을 공유하며 한국방문과 ‘모교’ 후원 등의 교류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왔다. 요컨대 그들의 조선시절에 대한 ‘지금’의 기억은 지난한 실천의 결과물이다.
자, ‘조선 출신의 일본인’ 또한 제국-식민지의 역사를 말끔하게 청산했을까? 그들은 왜 ‘조선인과 잘 지냈다’고 강변하는 것일까? ‘전후일본’의 맥락 속에서 그들은 식민지조선의 어떤 기억을 토해내야 했으며 또 어떤 기억을 감춰야 했을까? 이 기억의 정치학이야말로 식민지 이후에도 식민지가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전후일본’에서 ‘식민지조선’을 살아내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제국-식민지의 역사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지금’의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른 ‘정산’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제국-식민지의 기억을 선별하고 망각을 부추기는 논리를 밝혀냄과 동시에 그 논리에 휘말려 제국-식민지를 청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감춰진 기억을 풀어내는 일일 것이다. 최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된 제국-식민지의 ‘정산’을 ‘모의’하는 한국과 일본 양국정부의 정치적 협잡은 여전히 그러한 역사적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나는 이 책에서 일본풍의 음악을 들으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호감과 반감을 동시에 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의 수수께끼를 ‘한국 출신 일본인’의 귀환 후의 기억과 실천을 통해 풀어내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기억과 실천은 나의 아버지의 기억과 실천과 동일한 어떤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제국-식민지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채 식민지를 살아가게 하는 식민지의 기억의 정치학이며 그 기억을 떠안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책을 내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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