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본학 연구 (학부전공>책소개)/7.일본전후사

만국 박람회 환상 (2007) - 전후 정치의 주술과 시민의식

동방박사님 2023. 3. 25. 08:00
728x90

책소개

'만국 박람회 환상'이란 1960년대의 '소득 배증=지역 개발'의 흐름을 받아들이면서도, 미래 이미지 속에 자기 확인을 하도록 하는 장소로서 만국 박람회를 기능하게 하고, 주변의 지역국 개발을 진행시키기 위한 전략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정의한 것이다. 일본은 전후 중앙정부와 지역자치단체가 한 몸을 이루어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풍요로운 미래'로 유도하기 위한 축제(박람회)를 개최하기 시작하였다.

『만국 박람회 환상』은 박람회의 개최지 선정, 부지선정 등 박람회 개최에 따른 일련의 과정을 일본의 전후 정치와 시민들의 반응에 맞춰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성장과 개발이라는 주술에 휘둘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만국 박람회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목차

서장 일본의 전후 정치와 만국 박람회 환상
1. 개발주의 국가와 ‘성장’이라는 환상
2. 만국 박람회 붐으로 본 전후 일본사
3. 이 책의 대상과 관점

1장 성장의 상징으로서의 만국 박람회-도쿄 올림픽에서 오사카 만국 박람회까지
1. 오사카에 산업 올림픽을
2. 인류의 진보와 조화
3. 만국 박람회 신화 부재 속의 정체
4. 미래 도시로서의 만국 박람회장
5. 1억 명의 ‘꿈’앞에서
6. 대중의 변모와 지식인의 행방

2장 오키나와 해양 박람회라는 분신-‘본토 복귀’와 만국 박람회 환상
1.‘본토 복귀’와 해양 박람회 개최
2. '해양 박람회’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3. 바다 - 그 바람직한 미래

3장 학원도시와 과학만국 박람회-쓰쿠바 과학 박람회와 환상의 개화
1. 연구학원도시에서 만국 박람회를
2. 과학기술의 이미지 전략으로서
3. 만국 박람회라는 환상의 개화

4장 개발을 넘어서-아이치 만국 박람회의 변화와 선택
1. 성장 이데올로기 속에서
2. 환경 만국 박람회로의 방향 전환
3. 대화를 향한 모색과 폐쇄
4. 혼란에서 라운드 테이블로
5. 라운드 테이블의 달성과 한계

5장 만국 박람회 환상과 시민정치
1. 아이치 만국 박람회에서 전후 일본의 만국 박람회사로
2. 전후 일본의 만국 박람회 종언과 그 후
 

저자 소개

저 : 요시미 슌야 (Shunya Yoshimi,よしみ しゅんや,吉見 俊哉)
 
요시미 슌야는 도쿄대학 정보학환(情報學環) 교수로 사회학, 문화연구의 전공을 토대로 집필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1957년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1981년 도쿄대학 교양학과 상관사회과학분과를 졸업했다. 1987년 도쿄대학 대학원 사회학 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미디어시대의 문화사회학』(1994), 『목소리의 자본주의』(1995), 『문화연구(カルチュラル スタディ─ズとの?話)』(1999),『드라...

역자 : 이종욱

전남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간사이關西대학 문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일본 근 · 현대문학 전공한 그는 현재 논형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논저로는「나카가미 겐지 고목탄론-소문이라는 미디어」와 역서 나카자와 게이지의 만화『맨발의 겐, 전10권』(공역, 아름드리미디어)와『일본 전후사 1945~2005』 (논형, 2006)가 있다.
 
출판사 리뷰
전후 일본은 1960년대 안보투쟁, 이케다 정권 수립, 소득배증계획, 도쿄 올림픽을 거치면서 이른바 ‘정치의 계절’에서 ‘경제의 계절’로 이행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기란 이때를 가리킨다. 1970년에 개최된 오사카 만국 박람회는 이 고도 경제 성장의 상징임은 물론 국가가 내세우는 ‘개발’과 국민이 욕망하는 ‘성장’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훨씬 복합적이고 다의적인 접근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역자치단체가 한 몸을 이루어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풍요로운 미래’로 유도하고 그에 따른 형식을 제안할 경우 축제(박람회)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도 1993년 대전엑스포가 열린 적이 있지만, 일본의 경우처럼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개최된 박람회에 버금가는 국가 규모의 이벤트는 한국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축제와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여는 각종 국제 행사라 하겠다.

1991년 광역 및 기초의회의원 선거를 계기로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한 한국은 지금 ‘지역 격차 해소’, ‘국가 균형 발전’, 최근의 ‘21세기 동북아 지역의 중심’ 등의 명분을 내건 각종 행사로 국토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에서 개최된 박람회에 한국의 국제행사나 지방 행사를 대입하여 읽어보면 사실상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예컨대 엊그제 평창군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평창군은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실패한 바 있다. 언론은 유치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과 책임추궁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나 그 배후에 있는 시장주의 원리나 국가 총동원식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이와 비슷한 양상이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에 나타나고 있다. 여수는 이미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섰다가 상하이에 패하여 재도전 중이다.

이 책은 박람회의 개최지 선정, 부지선정, 교통망, 환경영향 평가 등 박람회 개최에 따른 일련의 과정을 일본의 전후 정치와 시민들의 반응에 맞춰 분석한 책이다.
요컨대 박람회 즉 축제(국제행사)의 유치여부와 관계없이 국가적 이벤트에 고착화된 개발주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명분을 위한 행사 유치의 시스템을 재고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시민이 행사에 깊숙이 관여함으로써 오사카 박람회, 오키나와 해양박람회, 쓰쿠바 과학 박람회, 그리고 2005년 아이치 박람회가 당초의 계획과 개최 결과가 어떻게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1장에서는 ‘도쿄올림픽’에 버금가는 행사로 열린 1970년 오사카 만국 박람회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오사카 박람회는 원래 일본의 동쪽 지역의 심장부인 도쿄와 서쪽의 중심인 오사카를 지역균등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개최하게 된 것이다. 개최지 선정과정과 테마선정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길항하는 가운데 결국 개발과 성장이 중심이 된 만국 박람회가 개최된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오사카 박람회에 반기를 들고 1969년 간사이 ‘베트남 평화운동연합’(베평련)이 개최한 ‘반전을 위한 만국 박람회’의 성공이다. 저자는 이 행사를 전후 일본의 박람회에 대한 시민 참가의 효시로 보고 있다.
2장은 오키나와가 미국으로부터 일본 본토에 반환된 것을 계기로 열린 오키나와 해양박람회를 다룬다. 본토복귀를 실현한 오키나와는 미군정의 오랜 통치에서 벗어나 ‘본토 수준’의 정치적 경제적 자립을 꾀하고 있었는데 오사카박람회의 성공을 본받아 해양박람회를 개최함으로써 풍요로운 오키나와를 꿈꾼다. 그러나 압도적인 본토자본의 유입으로 해양 자원을 비롯한 오키나와의 자연생태계는 파괴되고 자립의 꿈은 실현되지 못한다.
3장, 도쿄의 인구와 관공서의 기능을 분산시키고자 일본의 문부성과 과학기술청은 쓰쿠바에 학원도시를 설립하고 대규모 박람회 개최를 기획한다. 그러나 오키나와 해양박람회가 그러했듯 오사카 박람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쓰쿠바 과학박람회는 당초의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패로 끝난다.
4장은 2005년 아이치박람회를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아쉽게도 이 책은 그것이 개최되기 전에 간행되어 아이치 박람회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아이치 박람회 개최에 따른 초기의 계획단계에서 개최 막바지까지의 상황을 시민의식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88년 올림픽 유치에 나섰다가 서울에 패해 일본 중부권 부흥 계획에 차질을 빚은 나고야가 올림픽에 준하는 박람회 유치에 성공하여 대대적인 행사계획을 마련했다가 생태계 보존을 위한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게 된다. 이 사실을 통해 여전히 개발과 성장이데올로기에 젖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유치에 급급해 하는 2012 여수박람회에 비판적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5장에서 저자는 개발 지향적, 성장 이데올로기적 만국 박람회는 이미 지난 세기에 끝났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앞으로 열릴 박람회, 특히 개최지가 일본인가 아닌가에 상관없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박람회와 국가이벤트를 제안한다. 그것은 시민 참가형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성장과 개발이라는 주술에 휘둘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만국 박람회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