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이데올로기 연구 (독서)/8.부루주아

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 (2011) - 탐구의 시대 현대의 발명

동방박사님 2023. 11. 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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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대의 창조자, 19세기 사람들과 놀다!

19세기의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했을까? 도시계획과 재건축, 바캉스와 해외여행, 스타 쉐프, 유명 레스토랑, 백화점의 시즌 바겐세일, 도시가스, 전기, 통조림, 초콜릿 등등 현대에 등장했을 것만 같은 이 아이템들 가운데 상당수는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모던modern'을 '발명'한 19세기 사람들의 눈으로 당시 급변하던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역사책이다. 도시, 기차, 가구, 레스토랑, 여자, 만국박람회 등 19세기 변화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 보는 500여 컷의 진귀한 도판과 함께 19세기 사람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다른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는 소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생활의 단편을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들로 19세기 모던의 시대를 재구성하고 있으며 책에 실린 500여 개의 도판은 당시의 풍경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쉽게 구하기 힘든 자료들, 19세기 신문, 백화점 카탈로그, 미술사에서 다뤄지지 않는 무명씨의 그림들, 프랑스 국립박물관 고문서실이나 유명 박물관의 귀중본실에 소장된 사진 및 자료 등 저자가 1년여에 걸쳐 발품을 팔아 수집한 진귀한 자료 등 다양한 사료들이 수록되었다.

목차

프롤로그

1 현대 도시의 발명_모던라이프
18세기 세계 최악의 도시 | 근대 도시의 ‘계획적’ 탄생 | 황금알을 낳는 거위, 부동산 | 모던 도시의 미학 | ‘도시의 꽃’ 공공디자인에 눈뜨다 | 도시를 만든 시민들 | 현대 도시적 일상의 탄생 |* 쇠시리 장식 * 공공디자인의 개척자_가브리엘 다비우

2 부자의 취향_럭셔리
복고풍이 19세기를 강타하다 | 모조품을 쓰고 싶지만… | 19세기판 ‘모던’ 스타일 | ‘모던’ 가구의 대량생산 | 원조 부자의 취향 | *오를레앙 공작의 앨범 *엑클렉티즘 가구 판별법

3 근대의 예배당_기차
유럽을 달리는 철마 | 새로운 여가문화의 탄생 | 기차산업의 그림자 | 미지의 신세계로 떠나는 성소 | 새 기계는 새 건축에

4 머나먼 극동_자포니즘
유럽 속의 동양, 그 뿌리 | 일본 문화 전파의 선구자 | 자포니즘의 절정 | 일본풍의 유럽화 | 일본풍 가구와 인테리어까지 | 일본풍인테리어의 절정 | 신세계에 대한 부르주아의 동경 | 유럽에 상륙한 일본 도자기

5 소비의 탄생_백화점
백화점의 탄생 | 조합가게 독점에서 종합상가 경쟁으로 | 현대적 세일즈의 시발 ‘새로운 가게들’ | 마케팅의 귀재들이 만든 라이프스타일 | 소비에 의해, 소비하기 위해 | 동경의 성소, 소비의 제국 | 백화점의 그늘, 화려함의 그림자 | *19세기 백화점 카탈로그의 가치

6 신세기 유토피아_만국박람회
1900년 만국박람회장에 입장하라 | 19세기 최첨단 기술의 바벨탑 | 신기술이 곧 20세기다! |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

7 빛과 어둠의 맛_미식
미식의 탄생 | 화학자, 미식가로 거듭나다 | 19세기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 기나긴 식사, 복잡한 서빙 | 요리사, 스타로 떠오르다 | 현대 요리사의 모델을 만들다 | 화려한 미식의 무대 연출가 | *토네의 14번 의자

8 인상파_여자를 그리다
19세기판 섹스심벌 메리 로랑 | 19세기판 연예인, 정부의 세계 | 일하는 여자들, 그녀들의 일생 | 그림으로 남은 여자의 청춘 | 조신한 일등 신부감으로 키워지기 | 가정이라는 이름의 새장 | *19세기의 남자

9 “예술을 개혁하라”_아르누보
갈레의 유리병, 그 전설의 시작 | 예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숙제 | 부자 취향의 예술 벗어나기 | 아르누보, 새로움에 대한 열망 | 갈레의 도전 | 예술가가 된 생산자 | 아르누보, 혁명의 유산

10 19세기의 종언_카몽도
프랑스의 그림자, 유대인 | 카몽도, 출신을 세탁하다 | 이작, 가문을 벗어나 자유인으로 살다 | 또 다른 카몽도, 모이즈 | 카몽도를 버린 조국 프랑스 | *19세기의 콜렉터_오말 공작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 : 이지은
 
미술사학자, 장식미술 감정사이자 작가. 1999년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후 파리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 크리스티 경매 학교와 감정사 양성 전문 학교인 IESA에서 수학했다. 파리 1대학에서 ‘무형 문화재 비교 연구’를 주제로 박물관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파리 4대학에서 ‘아르누보 시대의 식당 가구’를 주제로 미술사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동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저자는 프랑스 장인들의 아...

책 속으로

19세기 파리 도심 재정비 사업은 난개발 지역을 반듯하게 구획하고 이에 걸맞은 신작로를 내는 데서 시작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이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건물과 토지 보상 문제다. 도로에 인접해 있는 많은 건물들을 통째로 허물기 위해 해당 건물과 대지를 시에서 전부 사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늘 토지 및 건물주와 적정 보상액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지기 일쑤였다. (…) 재미난 사실은 비록 복고 왕정 치하였어도 민주사회라는 우리나라처럼 법적 강제 수용 절차를 밟거나 이에 불응하면 용역 철거반원을 동원하는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미리 기한을 정하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시 당국과 토지 및 건물주와 장기간 협상을 벌였다. 그러다 보니 700미터 길이의 길 하나를 뚫기 위해 보상 문제를 매듭짓는 데만 몇 년씩 걸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 p.26-27

1884년 〈피가로Le Figaro〉 지에 실린 ‘주행과 가로수 정비 서비스부서의 작은 혁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진지하다 못해 코믹하기까지 하다. 기사 내용인즉, 원래 초록색인 나무 벤치 색깔을 짙은 연어 색깔로 바꾸고, 그에 맞춰 철제 다리의 색깔을 은색을 가미한 회색으로 바꾸는 것이 그해의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코웃음이 피식 나올 법한 내용이지만 작은 벤치 하나가 도시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했던 담당 공무원들의 자세만큼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 p.42-43

런던에서는 하이드 파크 한가운데 ‘일본 마을Village of Japan’이라는 이름 단 찻집이 문을 열기도 했다. 사실 ‘일본 마을’은 찻집이라기보다 오늘날의 디즈니랜드와 비슷한 유락 단지로, 매일 오후 1시, 3시, 5시, 8시 네 번에 걸쳐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누구나 1실링을 내면 일본식 종이 등이 달린 찻집에서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들이 직접 날라주는 차를 마시고, 일본식 정원을 거닐며 여흥을 즐길 수 있었다. 급기야 일본식 실내 장식을 본뜬 카바레와 카페가 파리와 런던에 등장했고, 기모노를 입고 파티를 하거나 일본식 다기에 차를 마시거나 일본식 부채와 양산을 들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시기에 그려진 초상화들 속에서 일본풍의 오브제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p.142

백화점 카탈로그는 신상품의 소비로 구현되는 부르주아적 라이프스타일의 이상형을 보여주는 생생한 백과사전이나 다름없었다. 백화점 카탈로그는 통신판매의 주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카탈로그 안에 첨부된 엽서에 구매하려는 상품의 종류와 이름을 기입하고 우편으로 보내면 물건이 배송되는, 요즘과 별 다를 바 없는 시스템이 이미 19세기 중후반부터 자리 잡았다. 번거롭게 직접 백화점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었던 데다 받아본 물건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환불도 가능한 덕에 1880년 프렝탕 백화점의 경우 총매출액 중에서 3분의 1 정도가 통신판매였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 p.192

모든 신기술을 제치고 박람회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모았던 것은 ‘움직이는 보도’(무빙워크)였다. 방대한 전시장의 이곳저곳을 쉽게 둘러볼 수 있도록 고안된 ‘움직이는 보도’는 시간당 8킬로미터의 속도를 내는 빠른 보도와 4킬로미터의 속도를 내는 느린 보도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서서히 몸이 앞으로 나가는 신기한 체험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신기술의 즐거움이었다. 더구나 건물 2~3층 높이에 설치된 ‘움직이는 보도’ 위에 서 있으면 발품을 팔지 않고도 전시장 전체를 두루 내려다보며 구경할 수 있었다. 혹시나 추락하는 승객이 있을까 봐 ‘움직이는 보도’ 주변에는 작은 인조목을 빽빽하게 심었는데, 빨간색으로 칠한 인조목의 화려한 색감은 산책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었다. --- p.222-223

아페르가 개발한 최첨단 보존술 덕분에 아페르의 병조림들은 신선 식품에 비해 가격이 몇 배나 비쌌다. 요즘은 통조림 음식을 신선 식품에 비해 낮게 치지만 당시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상류층들의 회합으로 유명했던 조키 클럽Jochey-Club에서는 단체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면서 부러 모든 음식을 병조림으로 준비했을 정도였다. 여행 길목 길목마다 고급 레스토랑에 들러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주머니 넉넉한 회원들이건만 신선한 음식보다 병조림을 더 고급스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 p.253

당대의 권력자나 대 부르주아의 정부였던 여인들의 이름은 19세기 내내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다. 현대인들로서는 권력자의 첩 이름이 공공연히 매체에 오르내리는 상황에 아연실색할 것이다. 황색 언론이 아니고서야 그런 기사를 쓰거나 또 그런 기사에 열광하거나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는 세상이 아닌가. 그러나 19세기 그녀들은 오늘날의 유명 연예인과 비슷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에 버금가는 화제를 뿌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19세기판 스타였던 것이다. 세간에서는 그녀들을 가리켜 ‘반쪽짜리 사교인’이라는 뜻인 ‘드미 몽뎅demi-mondain’이라고 불렀다. 귀족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사교계에 발가락도 넣지 못했던 18세기에 비해 돈만 있으면 번듯한 사교인으로 행사할 수 있는 19세기의 신풍조를 비꼬아 부르는 말이었다.
--- p.281
 

출판사 리뷰

역사의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의 탄생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색다른 경험
500여 장의 도판, 국내 처음 소개되는 방대한 사진으로 눈까지 즐겁다!


도시계획과 재건축, 바캉스와 해외여행, 시즌별 패션과 유행, 부자들의 럭셔리한 취향, 스타 쉐프와 유명 레스토랑, 백화점의 시즌 바겐세일, 도시가스와 전기, 통조림과 초콜릿…… 우리가 당연시하는 현대의 삶의 모습 중 상당수는 놀랍게도(!) 19세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심지어 서울역에 유리 천장 플랫폼 지붕과 철제 의자, 21세기 최첨단 기술로 잘못 알려진 전기자동차, 미모를 무기로 한 ‘스폰서’ 연예인까지도 실은 19세기의 발명품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이 책 『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은 바로 ‘모던modern’을 ’발명‘한 19세기 사람들의 눈으로 당시 급변하던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역사책이다. 도시, 기차, 가구, 레스토랑, 여자, 만국박람회 등 19세기 변화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 보는 500여 컷의 진귀한 도판과 함께 19세기 사람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19세기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눈앞에서 펼쳐진 ‘현대의 신세기’는 과연 어떤 풍경이었을까?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19세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뒤바꾼 현대 도시의 ‘발명’을 시작으로 여행, 음식, 여가, 노동, 성(매매) 등 그네들의 취향과 관심사, 신세기 첨단을 보여준 만국박람회와 기차 등 기술 발전상, 새로운 대중예술의 탄생까지 골고루 살피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이 실은 100여 년 전 사람들에 의해 탄생됐다는 사실과 함께 지금 우리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컨대, 19세기 중반에 파리는 신작로를 뚫고 현대식 건물을 짓는 등 대대적인 도시개발계획이 실시되면서 부동산 투기가 벌어지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건설사가 독점하는 지금과 다름없는 풍경이 인류 최초로 펼쳐졌다. 하지만, 공권력을 동원해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는 식의 물리력은 동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과연 지금 우리가 19세기보다 더 발전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역사책에서 볼 수 없었던 실감나는 19세기 “모던 생활사”

저자 이지은 씨는 17-18세기 귀족문화의 생활사를 다룬 전작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에서도 거대한 역사적 담론이 아니라 바로 당시 일상 속으로 들어가 당대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프랑스 크리스티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프랑스에서앤틱 감정사 자격증을 가진 저자는 역사, 미술, 앤틱, 디자인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기존 역사책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관심을 여기서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역사책에서는 19세기 ‘백화점의 시대’와 그 배경에 대해 가내수공업에서 공장 생산으로 옮겨간 직물 산업이 탄생시킨 대중소비경제와 산업자본주의의 등장이라 설명하곤 한다. 과연 백화점이라는 기상천외한 만물가게를 처음 접하게 된 19세기 사람들도 백화점을 그런 식으로 바라봤을까? 『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에서는 19세기인들의 생활 속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다가온 삶의 변화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다른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는 소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생활의 단편을 보여주는 생생한 자료들로 19세기 모던의 시대를 재구성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의 눈을 빌어 생동감 있는 설명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로 돌아간 듯 당시 풍경을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거기다 책에 실린 500여 개의 도판이 당시 풍경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나 책에 실린 도판 중 3분의 2 가까이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프랑스 현지에서도 쉽게 구하기 힘든 자료들이다. 19세기 신문, 백화점 카탈로그, 미술사에서 다뤄지지 않는 무명씨의 그림들, 프랑스 국립박물관 고문서실이나 유명 박물관의 귀중본실에 소장된 사진 및 자료 등 저자가 1년여에 걸쳐 발품을 팔아 수집한 진귀한 자료들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우리의 일상적인 동반자라 할 수 있는 시시하지만 중요한 생활의 단편을 보여주는 자료들로 채워져 있다. 19세기의 신문, 백화점 카탈로그,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회화, 고문서실에 보관되어 있는 사진들이 그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파리에 살고 있기 때문에 19세기에 관한 일반적인 자료들, 벼룩시장에서 살 수 있는 〈프티 주르날〉이나 〈일루스트라시옹〉 같은 신문을 남들보다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먼지 쌓인 서가를 금맥을 찾는 심정으로 뒤지다가 얻은 노다지들도 꽤 많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에게는 익히 검증받은 자료지만 되도록이면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그림과 사진, 자료를 싣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자료들이 누군가에게 단 몇 시간 동안만이라도 19세기 사람들이 마셨던 공기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옮긴이 글 중에서]

주요 내용

1. 현대 도시의 발명 : 모던 라이프는 어떻게 ‘발명’되었나

질서정연한 고풍스러운 건물들, 시원하게 뚫린 대로, 파리의 색채를 더해주는 아름다운 공원과 분수… ‘파리’하면 떠오르는 이러한 풍경은 모두 19세기에 발명된 것이다. 이전의 파리는 끝없이 이어진 구불구불한 골목길, 마구잡이로 들어선 판자촌, 악취와 오물로 뒤덮인 최악의 도시였다. 이를 파리 시장 오스만이 수십 년에 걸친 대대적인 도시계획을 통해 지금의 우아하면서도 활기찬 파리의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도시 변화는 19세기인들의 삶 또한 현대적 라이프스타일로 바꿔놓았다.

2. 부자의 취향 : 신흥 부자들이 사랑하는 럭셔리와 짝퉁의 기원
복고풍이 강타한 19세기, 당시 부르주아들이 열광하던 가구들은 ‘짝퉁’이었다.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과시하기 위해 거실에는 장중한 느낌의 루이 14세식 가구를 들여놓고, 살롱에는 우아한 꽃 장식이 있는 루이 16세식 가구들로 채워 넣는 등 인테리어에 열을 올렸다. 각 시대의 스타일을 구분할 줄 아는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짝퉁’ 가구로 집 안을 꾸미는 것은 19세기판 ‘부자의 취향’이었다. 이런 ‘럭셔리’한 취향이야말로 우아하고 넉넉한 중산층을 상징하는 표식이었다. 오늘날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해 유럽의 어느 시대를 베낀 듯한 ‘럭셔리’해 보이는 ‘짝퉁’ 가구들로 집 안을 꾸미는 현대인의 모습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3. 근대의 예배당 : 미지의 신세계로 달리는 기차 & 여가 문화의 탄생
19세기인들에게 기차역은 ‘모던’한 예배당 혹은 신전이었다. 그 안에 서 있는 육중한 기차의 모습은 미지의 판타지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굳이 기차를 타지 않더라도 기차역은 그 자체로 19세기 초반 최고의 구경거리였다. 기차산업의 발달로 파리에서 출발한 기차는 파리 근교는 물론이고 독일, 오스트리아, 터키까지 기차 노선이 확장되었다. 주말이면 부르주아들은 한껏 차려입고 기차역으로 달려가 시계탑에서 시각을 확인하고 자신을 신세계로 데려다줄 기차에 올라탔다. 여행 혹은 여가라는 문화는 이때 탄생된 것이다.

4. 머나먼 극동 : 자포니즘, 듣도 보도 못한 왜색에 유럽이 열광한 이유
‘자포니즘’이라 통칭되는 일본풍에 왜 19세기 유럽인들이 열광한 것일까? 휘슬러, 고흐, 모네 등 많은 인상파 화가 그림에 서 일본이라는 생경한 문화, 문물에 푹 빠져 있던 유럽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일본이었을까? 일본 문물이 유럽에 전해질 수 있었던 배경과 일본 판화(우키요에)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준 영향, 일본풍의 도자기를 수입하고 일본풍의 가구가 제작되는 등 19세기 유럽을 강타한 ‘자포니즘’에 대해 살펴본다.

5. 소비의 탄생 : 백화점, 마케팅 귀재들이 탄생시킨 소비문화
중세의 ‘길드’ 형식의 소매점에서 벗어나 19세기에 ‘백화점’이 생겨나면서 ‘쇼핑’이라는 소비문화가 탄생했다. 초창기 백화점을 만든 이들은 마케팅의 귀재들이었다. 우아한 건물에 가득 들어찬 상품들과 통신 판매, 가격 정찰제 등 지금과 다를 바 없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는 19세기인들을 매혹시켰다. 옷, 가구, 커튼, 식기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 매 시즌 ‘트렌드’를 개발하고 시즌마다 카탈로그를 발행하여 고객들을 유혹했으며, 일반고객, VIP, VVIP를 구분하여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오늘날 1년 내내 소비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은 상품 특별전과 바겐세일이 번갈아 열리고 끊임없이 신상품이 쏟아지던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오늘날 자료로서 찾아보기 힘든 19세기 백화점 카탈로그들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엿본다.

6. 신세기 유토피아 :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전기 자동차부터 무빙워크까지
20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로 가득한 유토피아였다. 박람회장에는 엑스레이, 천체망원경, 전기 자동차 등이 첫 선을 보였으며 전시관 사이에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는 등 신문물이 넘쳐났다. 위락시설인 ‘오래된 파리’는 19세기판 테마파크나 다름없었다. 곳곳에 아쿠아리움, 카지노, 뮤직홀, 극장이 있었고, 발레, 영화, 인형극 등 다채로운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각 국의 전시관들은 먼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7. 빛과 어둠의 맛 : 통조림 초콜릿…맛의 현대화 & 스타 쉐프의 탄생
19세기 부르주아들에게 레스토랑은 단순히 식사하는 곳이 아닌 사교의 장이었다. 저녁이 되면 만찬을 즐기는 부르주아들이 늘어나자 ‘미식’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19세기판 〈미슐랭가이드〉가 출간되는 등 식도락은 고급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부와 명예를 동시에 지닌 앙투안 카렘 같은 스타 쉐프들도 생겨났다. 또한 화학이 발전함에 따라 통조림, 병조림 등 새로운 음식 보관법이 발명되고, 값비싼 버터 대신 쓸 수 있는 마가린, 사카린을 넣은 잼 등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서민들의 음식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8 인상파, 여자를 그리다 : 조신한 여자, 일하는 여자, 몸 파는 여자
마네, 르누아르, 드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메리 로랑 같은 아름다운 여인들은 실은 당대의 권력자나 부르주아들의 정부였다. 어릴 적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백화점, 카페, 뮤직홀 등에서 일하며 사교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뒤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간 여인들은 19세기판 할리우드 연예인이라 할 만큼 유명했다. 19세기 서비스업에 여자들이 많이 종사한 이유는 마음만 먹으면 큰돈을 벌 수 있는 매춘으로 가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모른척 해야 했던 아내들은 집에서 조신하게 가정을 꾸리는 것을 아내의 덕목이라 여겼다. 생계를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하녀, 세탁부 등 고된 일을 하던 잘 알려지지 않은 여인들의 모습도 인상파 그림을 통해 살펴본다.

9. “예술을 개혁하라” : 아르누보, 부자들만의 소수 예술품에서 대중적 상품으로
19세기 후반 예술가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별 볼 일 없는 ‘짝퉁’ 취향이었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오는 과거의 자산을 베껴 고작 부자의 취향에 아부하는 예술품을 만들어내던 19세기 후반 예술가들은 가난한 이들이 일상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예술을 하고자 했다. 이때 프랑스 예술계에 일어난 새로운 움직임을 아르누보라고 한다. 그 중심에 있던 에밀 갈레는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아름다운 유리병을 창작해냈고 이를 대량생산하여 값싸게 공급했다. ‘디자인’이라는 용어조차 없던 19세기 말, 산업 속에 예술을 이식시키고자 했던 아르누보의 정신을 되새겨본다.

10. 19세기의 종언 : 카몽도, 조국이 버린 애국자, 연대와 우애의 종언
드레퓌스 사건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프랑스계 유태인인 카몽도 가문의 흥망성쇠를 통해 “연대와 우애”라는 가치가 사라지는 유럽의 사회상을 살핀다. 터키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금융가 집안인 카몽도 가문은 평생 모은 프랑스의 유실된 문화재를 조건 없이 나라에 기증할 만큼 프랑스를 조국이라 여겼고, 아들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사했다. 하지만 이 가문은 조국의 보호를 받지 못해 결국 가족들이 모두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비운을 맞으며 역사 속으로 쓸쓸히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