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인이 사랑하는 ‘풀꽃 시인’ 나태주가 공글린 80년 생각들
“예쁜 말, 좋은 말, 남을 위하는 말을 하면서 살 일이다”
한국인의 애송시 〈풀꽃〉으로 우리 가슴에 시(詩)꽃을 피운 나태주 시인이 ‘배안엣나이’ 여든을 기념한 산문집 《좋아하기 때문에》를 출간한다. 1,200매인 초고를 퇴고하며 600매로 추렸다. 1945년에 태어나 2024년에 이르기까지 80년 생각들을 그러모은 책이니 두툼한 한 권으로 엮을 수도 있지만, 담백하고 간결하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실었다.
이 책에는 반세기 넘게 다듬은 시심(詩心)과 진심, 암 투병뿐 아니라 여러 죽을 고비를 넘기며 다잡은 근심과 중심, 이 세계를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이끄는 말소리와 발소리가 담겨 있다. 시인을 꿈꾸던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에서 43년간 아이들과 더불어 살던 교직 시절, 투병 시절을 거쳐 날마다 유언 같은 글을 쓰며 살아가는 오늘의 삶이 충만하게 녹아 있다.
‘좋아하기 때문에’란 갓난아이의 얼굴을 비빌 때 닿는 감촉 같은 말이다. 쓸쓸한 옆구리에 온기를 채우는 말이다. 잘 산다는 건 좋아하는 것이다. 시인은 “정말 그렇다”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탓할 때 쓰는 말인 ‘때문에’ 앞에 ‘‘좋아하기’를 붙여보길 권한다. 눈싸움하던 내가 상대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화산같이 폭발하는 세상이 뒷산같이 완만해질 수 있다.
삶을 고운 쪽으로 흘려보내고 싶은가. 갈등의 등불을 소등하고 싶은가. 생이 망가지지 않게 노력하는 한 사람의 사유를 느끼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바란다. 가슴속에 ‘좋은 무엇’이 풀꽃처럼 들어앉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몸이 아플 때
죽을 고비
마이너의 힘
좋아한다는 것
복수초 깽깽이풀 옆에서
정원에서의 일
인생의 성공
좌우명
팔십 나이에
이 밝은 햇빛 속으로
행복한지 물었다
애창곡
강경
송방
자존감과 자존심
소년이여 조그만 꿈을 가져라
그대에게 별이 있는가
희망 없이는 못 산다
2부. 인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등걸 없는 나무가 어디 있느냐
쇠고기 두 근
궁둥이
박목월 선생
명주가 찾아온 날
변하면서 변하지 않는 집
어떤 연하장
삼인행
반세기를 뛰어넘은 우정
충과 서
숙명
말실수
천성 난개
하나가 없다
3부. 세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간은 개구리가 아니다
연꽃밭
눈물에 관하여
됐시유
꼰대와 라떼
‘틀리다’와 ‘다르다’
나이 든 사람
이미 심상치 않다
민들레와 꿀벌
인간화 시대
큰일 났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거리두기
제민천 물고기
맛집
타인인지 감수성
환대하는 마음
멈출 때가 되면 멈출 줄 알아야
행복을 유예하지 말자
4부.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늙은 시인
두 번은 없다
바로 그것이 되도록
첫 시집
풀꽃 이름
봄은 혼자 오지 않는다
선순환
내가 싫어하는 말들
글씨 쓰는 즐거움
고서점
실험적 삶의 기록
소월 시인
세상을 떠난 뒤
네 말대로 되리라
큰 뜻
톨스토이에게 배우다
꿀벌의 이유
독백
닫는 글. 뒷모습을 사랑하자
책 속으로
---p.11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삶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감을 준다. 비록 부족하고 실패할지라도 다시금 시도하고 이어갈 여지를 남긴다. 바로 이것이다. 내가 보는 내 모습. 내가 평가하는 내 삶. 외부 풍경이 아니라 내부 풍경. 그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p.26
조금씩 세월이 보태져 어느새 노년. 그동안 빈이무첨 대신 ‘날마다 이 세상 첫날처럼 살고 날마다 이 세상 마지막 날처럼 정리하면서 살자’라는 말을 가슴에 품기도 하고, 더 나이 들어선 ‘밥 안 얻어먹고 욕 안 얻어먹기’를 삶의 푯대로 삼기도 했다.
---p.39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중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그야말로 그것은 구체적 삶의 희망이다. 우리 마음속에 그리운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을 갖자. 희망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간이다.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한순간도 견딜 수 없는 것이 인생살이다.
---p.72
굴러서 말하고 싶다. 울고 싶은 일이 있으면 참지 말고 울어라. 눈물 또한 흘려라. 그래야 우리 인간 세상이 보다 맑아지고 그윽해지고 인간다워지고 마침내 정결해진다. 눈물이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씻어주는 가장 좋은 청량제다. 청소도구다. 카타르시스의 결정판이다. 화해이며 용서다.
---p.136
‘타인인지 감수성(他人認知 感受性)’이란 말을 새로 만들어 쓰고 싶다. 이제 세상은 내 입장만 고집하며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타인 입장을 십분 고려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팍팍해서 살 수가 없다.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자세가 시급히 필요하다.
---pp.174-175
예쁜 말을 하면서 살 일이다. 좋은 말을 하면서 살 일이다. 남을 위하는 말을 하면서 살 일이다. 그럴 때 내게 좋은 일이 일어나고 남에게도 좋은 일이 일어나고 세상일도 조금씩 좋은 쪽으로 풀릴 게다. 네 말대로 되리라. 좋은 말이지만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출판사 리뷰
삶이 고운 쪽으로 흘러가길 바라는 모두를 위한 책
1.
‘나태주’라는 한 시인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그의 시 〈풀꽃〉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애송시다. 그는 시집, 산문집, 동화집 등 190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강연하며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매일 죽음을 곁에 두고 ‘유언 같은 시’를 써내려가며 ‘유명한 시인이 아니라 유용한 시인’이 되길 꿈꾼다. 단 하루도 시인이 아닌 자신을 생각해본 적 없는 서정시의 거장, 우리는 그를 ‘풀꽃 시인’이자 ‘국민 시인’이라 부른다.
‘나태주’라는 한 사람이 있다. 빈 뜰에 꽃밭을 만들고 꽃을 심어 가꾸면서 생명을 아낀다(〈정원에서의 일〉 〈풀꽃 이름〉 등). 나이 든 몸이지만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 돌며 개울을 들여다본다(〈제민천 물고기〉 〈이 밝은 햇빛 속으로〉 등). 보통의 사람처럼 우울하고 적막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차게 살아간다(〈복수초 깽깽이풀 옆에서〉 〈독백〉 등). 아픈 나를 위해 흰죽과 조기찌개를 밥상에 올려준 아내에게 고마워하고(〈죽을 고비〉), 문학관을 찾아온 손님들의 고달픈 이야기에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골똘히 생각한다(〈행복한지 물었다〉〈봄은 혼자 오지 않는다〉 등).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지상을 지옥으로 만들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 우리는 그를 알아갈수록 좋은 사람이 살아가는 면모를 떠올린다.
그런 ‘천생 시인’ 나태주 시인이 ‘배안엣나이’ 여든을 기념한 산문집 《좋아하기 때문에》를 출간한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시력(詩歷) 54년이 깃든 책이다. 시인을 꿈꾸던 소년 시절, 43년간 아이들과 더불어 살던 시절, 정년 퇴임을 앞두고 급성 췌장암으로 투병했던 시절, 이윽고 기적적으로 회복해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하자.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자(64쪽) “울고 싶은 일이 있으면 참지 말고 울어라. 눈물 또한 흘려라”(136쪽)라는 깨달음을 얻기까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의 제목 《좋아하기 때문에》는 그가 자주 쓰는 언어 중 하나인 ‘좋다’에서 착안했다. 평범한 언어지만 굳은 일상에 간지럼을 태워 미소 짓게 하는 말, 《좋아하기 때문에》는 칼이 되지 않고 꽃이 되는 삶을 꾸려가길 바라는 시인의 깊은 뜻이 들어 있을 테다. 부제는 ‘나태주의 인생(人生) 수업’이다. 달리 쓰면 ‘나태주의 일생(日生) 수업’인데, 80년간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온 충만한 생각을 조곤조곤 들려주기 때문이다.
시인은 〈여는 글〉에서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것, 탈것을 포기할 수 있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한 가지를 말하며 자신과 우리에게 묻는다. “내가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고 또 좋은 글을 쓰는 일이다. 어쩌면 그 두 가지는 서로 뿌리가 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애당초 글은 사람을 좋아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데서 출발한다. 정말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소망이란 무엇이고 사는 목적과 보람은 도대체 무엇인가?”(11~12쪽)
2.
인생에 질문이 있다면 총 4부 69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펼쳐 읽어도 좋다. 다만 나태주 시인은 ‘배우기’보다 ‘느끼기’에 집중해보기를 권한다.
1부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에서 그는 키가 작고 몸이 약했던 유년 시절(〈마이너의 힘〉), 잘하는 것 없지만 시인이 되겠노라 결심했던 고등학교 시절(〈좋아한다는 것〉), 시를 놓지 않던 교직 시절(〈그대에게 별이 있는가〉), “날마다 이 세상 첫날처럼 살고 날마다 이 세상 마지막 날처럼 정리하면서 살자”(39쪽)라는 말을 가슴에 품은 노년 시절(〈좌우명〉)을 거쳐 오늘을 살아가기까지 일생에서 길어올린 지혜를 풀어놓는다.
2부 ‘인연을 좋아하기 때문에’에서는 돌이켜보니 버팀목이었던 핏줄(아버지, 어머니 등), 전반생과 후반생에 영향을 준 선생(이어령, 박목월, 임강빈 등), 의지하고 우정을 나눈 벗(송수권, 이성선, 김예원 등), 학교 울타리 안에서 만난 제자와 스승(명주, 고등학교 은사 등), 동네에서 자주 인사하는 주민(‘루치아의 뜰’, 단골 세탁소 부부 등)을 떠올리며, 따로 또 같이 사는 삶을 그린다.
3부 ‘세상을 좋아하기 때문에’에서 그는 물질 지상주의(〈인간은 개구리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인구위기(〈이미 심상치 않다〉), 저속을 잃은 고속 사회(〈빨라도 너무 빠르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내 입장만 고집하며 사는 사회에 ‘타인인지 감수성(他人認知 感受性)’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타인 입장을 십분 고려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팍팍해서 살 수가 없다.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자세”(175쪽)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4부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에서는 늙은 몸이지만 낡지 않은 정신으로 시 쓰는 마음(〈늙은 시인〉), 후배 시인들에게 전하는 조언(〈바로 그것이 되도록〉),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의 소임(〈봄은 혼자 오지 않는다〉), 읽고 쓰는 삶의 슬픔과 기쁨(〈고서점〉 〈실험적 삶의 기록〉 등), 시 세계에 영향을 준 작가 이야기(〈소월 시인〉 〈세상을 떠난 뒤〉 〈네 말대로 되리라〉 〈톨스토이에게 배우다〉 〈독백〉 등)를 들려준다.
3.
이 책이 인쇄소와 제작소에서 만들어질 무렵 나태주 시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망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그는 “자신은 검소하고, 상대에겐 겸손하고, 여럿이 어울려 살 때는 정직해야 한다”라고 웃는 얼굴로 답했다. 그리고 책 속에서 “예쁜 말, 고운 말을 골라서 쓰고자 노력”(211쪽)해야 한다며, “사람이 괜히 나이 먹는 건 아니다. 무언가 더 좋아지기 위해 나이를 먹는 것이고 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나이를 먹는 것이다”(102쪽)라고 썼다.
나태주 시인은 일생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다. 그가 발견하고자 하는 보물은 금빛 두른 도자기 같은 것이 아니다. 땅속에 깊숙이 묻힌 왕조의 유물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고 낮은 곳에서 핀 풀꽃 같은 것이다. 그 풀꽃을 보고 웃는다고 말하는 나 같은 것이다. 무릎을 꿇고 쪼그려 앉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짓는 예쁜 표정이다. 풀꽃문학관 뜰 앞 푯대에는 이런 부탁이 적혀 있다. “디딤돌만 밟아주세요.” 디딤돌 사이사이에 뿌리를 내릴지 모르는 꽃들을 위한 배려다. 그런 나태주 시인의 삶과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진정 ‘잘 산다는 건 좋아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책 표지에 피어난 꽃은 풀꽃이다. 풀꽃은 해바라기처럼 높이 자라지 않는다. 사람의 종아리 아래서 가만히 핀다. 그런 풀꽃은 나태주 시인을 닮았다. 높은 곳보다 낮은 곳에서 빛을 밝히는 자태가 그러하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좋아/ 가끔 목소리/ 듣기만 해도 좋아”(〈제비꽃 연정 1〉 부분)라는 그의 시구처럼, 《좋아하기 때문에》가 곁에 두고만 있어도 좋은 책이길 바란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탓할 때 쓰는 말 ‘때문에’ 앞에 ‘좋아하기’라는 말을 붙여보자. 불화는 줄어들고 가슴속에 생화가 필 테다. 주먹 쥔 손을 펼쳐 악수하는 것도, 매서운 눈초리가 그윽하게 바뀌는 것도, 뾰족한 입술이 동그래지는 것도 ‘좋아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싫어하기’보다 ‘좋아하기’를 체득한 삶이야말로 삶을 살 만하게 만들지 않는가. 이 세계를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이끄는 말소리와 발소리가 이 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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