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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 해체의 철학자 (2019)

동방박사님 2024. 5. 1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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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데리다(1930~2004), 그의 철학 저작들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그런 그의 이름 뒤에는 항상 해체, 차연, 산종, 보충대리 등과 같은 개념들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가 이 개념들을 어떤 상황, 어떤 지적 배경에서 창안했는지, 특히 그가 어떤 삶을 영위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인종, 출신, 기질 등과 같은 이유로, 또 지나치게 총명하다는 이유로 프랑스 대학가는 물론, 지성계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데리다의 삶의 모든 편린들이 저자 브누아 페터스의 기념비적인 노력으로 이 책에서 오롯이 재현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데리다의 사상에 중점을 둔 ‘지적 평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문자 그대로의 ‘평전’, 즉 그의 ‘삶의 기록’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프랑스 지성계의 높은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데리다의 비장하고도 처절한 투쟁의 숨결과 흔적을 느끼고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론 6

1부 자키 1930~1962

1장 네구스 22
2장 알제의 태양 아래에서 41
3장 루이르그랑의 벽 73
4장 고등사범학교 115
5장 미국에서 보낸 한 해 155
6장 콜레아의 군인 176
7장 르 망에서의 우울 205
8장 독립을 향하여 213

2부 데리다 1963~1983

1장 후설에서 아르토까지 236
2장 알튀세르의 그늘에서 268
3장 글쓰기 그 자체 289
4장 풍요로웠던 한 해 321
5장 가벼운 후퇴 369
6장 불편한 자리 412
7장 결별 456
8장 『조종』 507
9장 철학을 위하여 528
10장 또 다른 삶 567
11장 ‘신철학자들’부터 철학 삼부회까지 587
12장 ‘송부’와 교정쇄들 606
13장 프라하의 밤 649
14장 새로운 정세 667

3부 자크 데리다 1984~2004

1장 해체의 영토 686
2장 하이데거 사건에서부터 드 만 사건까지 746
3장 생생한 기억 789
4장 예순 살 철학자의 초상 815
5장 기관의 경계에서 860
6장 미국에서의 해체에 대하여 880
7장 『마르크스의 유령들』 899
8장 데리다 국제기업 929
9장 대화의 시간 960
10장 살아서나 죽어서나 1004
감사의 말 1050
자료 출처 1053
데리다의 저작 목록 1057
옮기고 나서 1062

저자 소개

저 : 브누아 페터스 (Benoit Peeters)
 
1956년 8월 28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소르본(파리 1대학)에서 철학학위를 받은 뒤 고등실천학교에서 롤랑 바르트의 지도로 기호학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소설 두 권을 출간한 후 에세이, 전기, 삽화를 곁들인 이야기, 사진소설,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연극,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다. 에르제(Herge) 전문가인 그는 『에르제의 세계 Le Monde d’Herge』, 『에르제, 탱탱의 ...

역 : 변광배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III 대학에서 「사르트르의 극작품과 소설에 나타난 폭력의 문제」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대우교수를 역임하고 강의하고 있으며, 프랑스연구모임 ‘시지프’ 대표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존재와 무: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읽기』, 『제2의 성: 여성학 백과사전』, 『사르트르의 미학』(공저),...

역 : 김중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낭시 2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현재 국립공주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발자크: 작가와 작품세계』, 『발자크 연구』, 『세기의 전설』, 『사드』, 『프랑스 문학과 오리엔탈리즘』, 『루소가 권하는 인간다운 삶』 등이 있 옮긴 책으로는 장자크 루소의 주요 작품인 『에밀』,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사회계...

책 속으로

『후설 철학에서 발생의 문제』는 수료증을 받기 위한 단순한 연구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 텍스트에는 나중에 나타나게 될 데리다의 기본적 요소들이 많이 들어 있다. 이 텍스트가 37년 후에 마침내 출간되었을 때, 그는 이 텍스트에서 “약간 바뀐 말하는 방식, 거의 같거나 혹은 ‘결정적’으로 같은 목소리나 어조를 알아보지 못하면서도 그것들을 자기 것으로 인정해야” 하는 사실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는 이 텍스트로 인해 자신의 저작을 관통하고 있는 일종의 법칙을 발견하면서 더욱더 혼란스러워했다. 그런데 이 법칙의 항상성은 놀라운 것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문학적 표현까지’를 포함해 이 법칙이” 후일 자신이 썼던 모든 것을 “꾸준히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발생에 대한 원초적인 복잡화, 간단한 것의 입문적 감염”이었던 것이다. --- p.134

초반부에 발표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던 데리다는 곧 스리지의 전설이 될 장문의 발표를 했다. 데리다의 발표문은 그 다음해에 ‘10/18’ 총서에서 출간된 콜로키엄 문집(文集)에서 50쪽 이상의 분량을 차지했다. 이 발표문은 후일 소책자 『에프롱』(Eperons)으로 출간된다. 발표된 글의 제목은 「스타일의 문제」였지만, 데리다는 곧장 “여성이 그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 자체에 대한 진리 자체가 없는 것처럼 여성은 없다, 적어도 이것이 니체가 말한 것입니다. 그에게서 여성의 유형학은 아주 다양하며, 따라서 거기에는 엄마, 딸, 여동생, 늙은 가정부, 아내, 정부, 창녀, 처녀, 할머니, 손녀, 크고 작은 소녀들의 무리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니체의 진리 또는 니체의 글에서 진리는 없습니다.” --- p.482

독서처럼 여행은 데리다에게는 노동의 개념, 수행해야 할 임무의 개념과 결합된다. 때로 그는 그의 아버지의 흔적을 따르는 느낌마저 든다. “내 일생 동안 그분의 노예와 같은 처지에 분개하며 살아왔는데, 혹시 내가 그분처럼 사는 것은 아닐까? 강연하러 돌아다니는 일은 굴욕을 당한 아버지의 고상하고 정화된 과장된 버전은 아닐까?” 성 바울 같은 사람이기도 한 자크 데리다는 사상의 외판원이라는 이상한 직업을 수행했다. 어떤 철학자도 그만큼 여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는 ‘(제자리에서 쫓겨난) 이동’이라는 단어가 아마 더 알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데리다 안에는, 그의 말에 따르면, “여행하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고, 여행을 하고 싶지도 심지어는 전혀 해보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 p.844

데리다는 청중들이 빽빽이 들어찬 한 홀에서 겸허하게 이렇게 고백한다. “너무도 난해하고 위협적인 문제들에 직면하여, 제가 예민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토론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2일 전부터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그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에 고무되어, 그는 “비록 내가 사담 후세인처럼 느끼지 않으며 그렇다고 시라크처럼도” 느끼지 않지만 “미국의 폭주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반대”에 대해 흡족해했다. 그 토론은 예리한 만큼 정중했다. 9·11 테러를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논쟁도 있었다.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곧 행해지는 군사 개입은 그 테러의 직접적인 결과였다. 데리다는 이 사건에 대한 과소평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라크에 관한 일련의 연속적인 사건들은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고 있어서”, 오래 전부터 조지 부시와 그의 측근들이 희망해 온 이라크 침공은 아마 어쨌든 행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결국, 그가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 p.168~169

출판사 리뷰

데리다에 관한 가장 완벽한 기록,
20세기 철학과 함께한 해체철학자의 삶

데리다의 이름과 사상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이 시작될 무렵인 1970년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미국 볼티모어에서는 프랑스에서 선풍적으로 유행하던 ‘구조주의’를 주제로 콜로키엄이 개최되었다. 그곳에서 데리다는 그 유명한 「인문과학 담론에서의 구조, 기호, 게임」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 콜로키엄에는 데리다 외에도 그 당시 프랑스 지성계를 대표하는 풀레, 골드만, 이폴리트, 바르트, 베르낭, 라캉 등이 참석했다. 이 콜로키엄을 계기로 데리다는 탄탄대로를 걸으며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1966년까지만 해도 데리다는 변변한 저서 한 권 출간하지 못한 젊은 철학자 중 한 명일 뿐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이런 노력은 1967년을 기점으로 드디어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의 주저라고 할 수 있는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 『목소리와 현상』, 『글쓰기와 차이』가 한꺼번에 출간된 것이다. 마침내 ‘데리다의 시대’가 도래했다. 어쩌면 미국에서의 콜로키엄과 이 세 권의 저서가 한꺼번에 출간된 ‘1966~67년’을 데리다 인생의 분기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이후에 출간된 저작들의 수가 거의 100여 권에 달하기 때문에 1966~67년이 갖는 중요성을 과대평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기간에 나타난 ‘해체’(또는 ‘탈구축’), ‘차연’, ‘보충대리’, ‘산종’, ‘흔적’ 등과 같은 개념들이 이른바 ‘데리다의 아성’을 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데리다가 명성을 쌓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처절하고도 비장한 과정이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주도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는 데리다의 삶에 대한 장엄한 기록이다. 이 기록은 이 책의 저자인 브누아 페터스의 기념비적인 노력으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해체철학의 기원이 된 삶의 변곡점들

한 권의 ‘평전’의 성패는 대상이 되는 인물에 관련된 자료들의 수집, 열람, 분석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또한 이 인물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가능하면 많이 만나는 것도 성패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이처럼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정확성과 신뢰성이 평전의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데리다처럼 꼼꼼하게 자료를 남기고 간직한 경우, 또 많고도 난해하기 그지없는 저작들을 남긴 경우, 세계 곳곳을 누비며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사상을 설파한 경우에는 이런 작업이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인 브누아 페터스는 이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다. 그는 이 책을 데리다의 ‘지적 평전’보다는 오히려 그의 ‘삶’에 대한 장엄한 기록으로 보아줄 것을 독자들에게 요청한다. 그러니까 데리다의 사상을 해설하고, 그의 고유한 개념들을 설명하기보다는 ‘데리다라는 인간의 삶’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데리다의 저작을 읽는 독자들이 던졌던 질문들, 가령 “그가 대체 어떤 삶을 영위했을까”, “그의 주요 개념들이 어떤 지적 배경에서 잉태되었을까”, “그는 어떤 이유에서 ‘해체철학’을 하게 되었을까”, “그는 어떤 여성관을 가졌을까” 등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데리다의 삶을 끈질기게 추적하면서 1966~67년을 기점으로 삼아 기술하는 전략을 채택한다. 1966~67년 이전의 데리다의 삶은 역경, 권토중래, 간난신고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알제 출신 유대 소년의 파리 입성기,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합격한 고등사범학교와 철학교수자격시험 수험기, 암울했던 제2차 세계대전, 군대 생활, 파리 근교에 위치한 고등학교 철학 교수의 삶에 대한 기록 등등.
하지만 데리다의 1966~67년 이후의 삶은, 마치 어렵던 과거 시절에 대해 보상이라도 받는 것처럼 탄탄대로의 여정이다. 물론 후반기의 삶이 그저 영광과 행복의 연속이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인종, 출신 지역, 기질 등을 이유로 프랑스 대학가와 지성계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 데리다의 고난의 행군은 이 기간에도 국가박사학위 취득 실패, 프랑스 내 대학 정교수가 되지 못하는 아픔으로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이 기간 이후의 삶을 1966~67년 이전의 삶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은, 그의 명성이 프랑스보다는 오히려 미국과 독일을 위시해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확대되었고, 또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커져 갔기 때문이다. 데리다의 저서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번역되는 철학자의 저서 중 하나라는 사실이 그 단적인 증거다. 게다가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런 관심이 철학 분야만이 아니라 문학, 예술, 건축, 음악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데리다의 삶을 통해 읽는 20세기 정신사의 기록

1930년에 태어나 2004년에 세상을 떠난 데리다의 삶을 기록하는 것은, 1930년 이후의 프랑스 지성계는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 지성계의 지형도를 그리는 작업과도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을 읽는 흥밋거리 중 하나는 단연 이 같은 지형도에서 데리다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가늠해보는 데 있다. 데리다의 이름은 프랑스와 전 세계 지성계를 화려하게 수놓은 철학자들, 작가들과 항상 연결되어 있다.
이폴리트, 강디약, 사르트르, 카뮈, 알튀세르, 블랑쇼, 레비나스, 리쾨르, 레비스트로스, 푸코, 라캉, 바르트, 부르디외, 주네트, 들뢰즈, 주네, 식수, 낭시, 라쿠라바르트 등과 같은 프랑스 학자들과 하이데거, 가다머, 설, 오스틴, 하버마스, 드 만 등과 같은 외국학자들이 그들이다.
데리다를 이들과의 관계 속에 위치시킨다는 것은 20세기 중후반을 장식한 여러 사건들과 사유의 흐름들, 가령 알제리 독립전쟁, 제2차 세계대전, 나치즘, 마르크시즘, 정신분석, 구조주의, 68혁명, 페미니즘,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등과의 관계 속에서 그의 사유를 성찰하고 재음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데리다를 읽는 것은 20세기의 ‘세계 정신사’의 일부를 읽는 작업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작업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