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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2021)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동방박사님 2024. 10. 1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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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사가 설혜심 ×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역사 탐정의 눈으로 추적한
푸아로와 마플의 시대를 읽는 16가지 단서


추리소설의 황금기를 연 ‘추리소설의 여왕’, ‘독살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역사가의 눈으로 읽으면 무엇이 보일까? 역사학자 설혜심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16가지 단서를 통해 푸아로와 마플이 거리를 누비던 시대로 우리를 데려간다. 역사가만이 들려줄 수 있는 범인을 찾아내고 작품을 이해할 사회·문화적 단서들! 더욱 깊고 넓고 예리한 시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는 흥분과 짜릿함을 더한다.

목차

1 탐정 “이혼을 위한 조사 같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
2 집 “집, 신이시여 집을 축복하소서!”
3 독약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독약을 주었나요?”
4 병역면제 “난 조국을 위해 싸울 기회조차 놓쳤어”
5 섹슈얼리티 “사랑, 사랑, 무서운 말입니다”
6 호텔 “저 노부인들이 도대체 무슨 능력으로 이 호텔에 묵을 수 있죠?”
7 교육 “이튼 출신이라면 못하겠군!”
8 신분 도용 “난 작가인 척하고 있을 뿐이다”
9 배급제 “미국에서 보내온 버터 한 통을 쓰면 돼”
10 탈것 “오, 그 자동차가 내게 준 기쁨이란!”
11 영국성 “그 지긋지긋한 영국인 근성 때문이겠지요”
12 돈 “돈, 돈, 돈! 나는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돈만 생각해요!”
13 계급 “헬렌은 하녀 이름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14 미신 “지금도 시골 어느 마을에나 마녀가 있어”
15 미시사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웅덩이 속의 물 한 방울”
16 제국 “해외여행 떠날 때가 되지 않으셨어요?”
 

저자 소개

저 : 설혜심 (薛惠心)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16~17세기 영국 온천의 상업화〉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육인적자원부 베스트 티처상과 연세대학교 최우수 강의상, 최우수 업적 교수상, 최우수 교육자상 등을 수상했다. 설혜심은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여 인간의 삶이 중심이 된 역사를 연구하는 사학자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역사학의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

책 속으로

실제로 애거서는 현실성이라는 요소를 중시했다.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녀는 등장인물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필수적인 요소인 배경은 “이미 현존하는 것으로, 반드시 실재하는 대상이어야 한다”라고 밝힌 적 있다. 직접 나일강을 유람하고, 오리엔트 특급을 타보고, 첼시의 카페에서 식사를 해봐야지만 그런 배경을 소설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렇게 보자면 추리소설은 사회사에서 아주 유용하고도 풍부한 자료라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작업은 ‘B급 문학’을 역사연구의 소재로 활용해보는 모험적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이 20세기 영국의 역사, 특히 전간기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역사가로서 아주 기쁠 것이다.
---「책을 펴내며」중에서

애거서의 작품에는 유달리 집이 많이 나온다. 스타일즈, 할로, 침 니스, 엔드하우스처럼 아예 제목에 집을 내세운 작품도 많고, 살인의 동기를 찾을 때도 집을 물려받고자 하는 욕망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애거서의 자서전은 어린 시절을 보낸 집 ‘애슈필드’로 시작해서 애슈필드로 끝맺으며 집에 관련된 내용을 아주 많이 담고 있다. 사실 애거서는 오늘날의 기준에서 볼 때 ‘부동산 투기꾼’이 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집을 많이 사고팔았던 사람이다. 《자서전》에 “집 보러 다니는 일은 언제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다”라고 썼을 정도니 말 다 했다.
---「2장 집 : 집, 신이시여 집을 축복하소서!」중에서

제1, 2차 세계대전은 성인 남성들의 대규모 입대를 요구했기에 시골에서 젊고 건강한 남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파도를 타고》에 등장하는 롤리 클로드는 건장한 젊은이인데도 군대에 가지 않고 마을에 남아있었다. 오히려 그의 약혼녀 린 마치몬트가 먼 해외의 전장을 누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 전쟁 내내 집 근처를 벗어나본 적이 없던 롤리와 달리 린은 이집트, 북아프리카, 시칠리아 등 넓은 세상을 돌며 전쟁을 치렀다. 그런 린에게 롤리는 “난 전쟁터에 나가본 적이 없어. 난 마땅히 내가 가졌어야 할, 내 조국을 위해 싸울 기회조차 놓쳤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롤리에게 군 복무를 박탈당했다는 사실보다 더 쓰라린 것은 젠더 역할의 역전이었던 듯싶다.
---「4장 병역면제 : 난 조국을 위해 싸울 기회조차 놓쳤어」중에서

모든 것이 지나치게 핑크빛이다. 영국식 국뽕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대다수의 영국 학자들은 전쟁기의 영국사를 쓸 때마다 ‘영국은 우월하다’로 결론을 내리곤 했다. 참혹한 세계대전을 치르며 애국심에 불타던 영국 국민은 계급적 적대감을 극복하고 굳건하게 단합했으며, 전 국민은 인내심을 가지고 결국 어려움을 극복해냈다는 ‘신화’ 말이다. …… 하지만 전 국민이 단합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일상을 감내했을까? …… 애거서의 작품만 살펴보더라도 전쟁으로 인한 갈등, 일탈, 패배주의 같은 것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이미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도 나타났던 현상이었다.
---「9장 배급제 : 미국에서 보내온 버터 한 통을 쓰면 돼」중에서

터펜스는 “돈을 물려받는 첫 번째 방법은 글렀어. 내게는 부자이면서 나이도 많은 친척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거든!”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인 결혼만이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 시기 영국의 상류사회에서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결혼이 대유행이었다. 그런 데 진짜 큰돈이 오가는 결혼을 꾀하던 주인공들은 흥미롭게도 터펜스 같은 여성이 아니라 대부분 남성이었다. 그것도 제비족 같은 남성들이 아니라 번듯한 남성 귀족 말이다. 그 고상한 도련님들은 막 대한 부를 소유한 미국의 상속녀를 목표물로 삼았다. …… 그리하여 영국에는 엄청난 지참금을 들고 귀족 가문에 시집온 미국 신부들이 생겨났다. 영국인들은 그런 신부들을 ‘달러 프린세스’라고 불렀는데, 그 별명에는 조롱과 비아냥이 다분히 담겨있다.
---「12장 돈 : 돈, 돈, 돈! 나는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돈만 생각해요」중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발음도 계급을 드러내는 중요한 표지였다. 영국에는 하류층이 자음을 잘 발음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다. 특히 그들이 성문폐쇄음(목구멍의 벽과 혀뿌리를 마찰해서 내는 소리)에서 ‘t’ 발음을 삼키거나 ‘h’ 발음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손수건(handkerchief)을 예로 들자면, 하류층은 ‘앵커치프’라고 하지만 상류층은 ‘핸ㅋ치ㅍ’라고 발음한다. 《푸른 열차의 죽음》에서 헬렌이 하녀 이름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말하며 바이너 양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h’ 발음을 잘할 수 있단다”라고 굳이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13장 계급 : 헬렌은 하녀 이름으로는 적합하지 않아」중에서

ITV는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현대물로 각색하지 않고 원작에 충실한 시대극을 고수하겠다고 결정했다. 셜록 홈스가 BBC의 [셜록] 시리즈를 통해 현대적 인물로 재탄생했던 반면, 푸아로나 마플은 ‘예스러움’을 고집한 것이다. 푸아로를 연기한 데이비드 수셰이도 “나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만든 바로 그 푸아로다. 나는 그녀가 넣어둔 ‘상자’ 밖으로 푸아로를 꺼내놓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상자’는 바로 푸아로가 활동했던 시대적 맥락을 말한다. 애거서의 푸아로 프레임은 제국으로서의 영국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소환해낸다. 그리고 그것은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로 팔려나갔고, 셜록 시리즈와는 다른 차원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16장 제국 : 해외여행 떠나실 때가 되지 않으셨어요?」중에서

출판사 리뷰

역사 탐정의 눈으로 추적한
푸아로와 마플의 시대를 읽는 16가지 단서


추리소설의 황금기를 연 ‘추리소설의 여왕’, ‘독살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역사가의 눈으로 읽으면 무엇이 보일까? 역사학자 설혜심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16가지 단서를 통해 푸아로와 마플이 거리를 누비던 시대로 우리를 데려간다. 역사가만이 들려줄 수 있는 범인을 찾아내고 작품을 이해할 사회·문화적 단서들! 더욱 깊고 넓고 예리한 시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는 흥분과 짜릿함을 더한다.

내게 애거서 크리스티는 한평생 곁에 둘 작가다. 꼽을 때마다 베스트10이 달라질 정도로 크리스티 작품들의 매력은 풍부하다. 무엇이 그 작품들을 매력적이고 특별하게 만드는지 역사학자 설혜심이 작가의 개인사와 그가 살았던 시대를 탈탈 털어 알려준다. 덕질마저도 역사학으로 하는 역사학자 덕분에 우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든다.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를 읽으면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고 싶어질 것이고,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으면 이 책을 펼쳐보게 될 것이다. 이토록 재미있는 시시콜콜이라니. ―이다혜, 작가

1. 역사가가 애거서 크리스티를 읽으면 무엇이 보일까?
―역사가의 추리소설 읽는 법
―애거서 크리스티, ‘B급 문학’에서 역사학의 소재로 재탄생하다

“추리소설은 사회사에서 아주 유용하고도
풍부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추리소설의 황금기를 연 ‘추리소설의 여왕’, ‘독살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역사가의 눈으로 읽으면 무엇이 보일까? 그동안 온천, 관상, 여행, 소비와 같은 역사학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주제들로 독자들을 만나온 역사학자 설혜심이 이번에는 어린 시절 ‘빨간책’(해문출판사 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탐독했던 독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그 시절 우리들의 애거서를 다시 불러온다.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집·독약·섹슈얼리티·병역면제·돈·계급·영국성·제국 등 16가지 단서를 통해 푸아로와 마플이 거리를 누비던 20세기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살피는 시도다. 국내 역사학자가 문학작품, 더욱이 ‘B급 문학’으로 치부되는 추리소설을 역사연구의 소재로 활용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지난 100년 동안 《성경》과 셰익스피어의 책 다음으로 세계에서 많이 팔렸을 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려왔지만, ‘B급 소설’이라는 이유로 학계에서는 냉대를 받아왔다. 레이먼드 챈들러를 비롯한 동시대 작가들 또한 애거서의 소설이 비현실적이라며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설혜심은 이 책에서 애거서의 생애와 작품의 내용을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 애거서의 작품이 당대의 가치관과 사회상이 얼마나 생생하고 적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추리소설이 사회사에서 얼마나 유용하고 풍부한 자료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역사가만이 들려줄 수 있는 애거서 작품을 더욱 깊고 넓게 읽을 수 있는 16가지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추리소설 마니아는 물론 인문·역사 독자들에게도 애거서 크리스티를 읽는 흥분과 짜릿함을 더해줄 것이다.

2. 역사가만이 포착해낼 수 있는 사회·문화적 단서들
―애거서의 소설에서 찾은 [트루 디텍티브]의 ‘버디 문화’, [다운튼 애비]의 ‘달러 프린세스’, [랜드 걸스]의 여성들!
―‘제국의 영광’이란 가면을 벗기고 20세 영국의 민낯을 보다

“20세기 후반 그(애거서의) 소설에 열광했던 시간은 영제국의 헤게모니를
자연스럽게 내재화하는 훈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21세기에도 애거서의 콘텐츠는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애거서의 삶과 그가 살던 시대를 읽을 16가지 사회·문화적 단서는 인간의 삶과 시대상, 역사적 맥락을 함께 살피는 역사가만이 포착해낼 수 있는 것이다. 소설 속 배경과 장면, 인물의 성격과 행위, 대사를 샅샅이 살펴 그 속에 숨겨진 20세기 영국 사회의 풍경은 물론, 당대 영국(인)의 민낯을 찾아 드러낸다. 애거서가 그려낸 다양한 사랑의 모습에서 ‘버디 문화’의 시초를, 쇠퇴해가는 귀족 가문의 모습에서 ‘달러 프린세스’의 영향력을, ‘이튼’ 출신 등장 인물에게서 영국 사립학교 문화와 그에 대한 인식을, 신흥 부자들의 배경에서 영국 산업사의 변화를 포착해내는 등 소설만으로는 알 수 없던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묘하게 불편한’ 영국의 민낯도 여지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제1·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보이는 젠더 역할의 전복과 그로 인한 갈등, 전시 배급제와 여러 일탈 행위들을 통해 영국 ‘국뽕’의 대명사인 대공습의 신화라는 가면을 벗긴다. 또 수없이 등장하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편견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콧대 높은 영국인들의 자만심을 꼬집고, 하류층과 끊임없이 거리를 두는 영국 상류층의 모습, 서아시아와 식민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제국주의적 관점과 태도 등을 비판적 시각으로 살핀다. 애거서의 소설은 20세기에 쓰였지만, 그 내용은 19세기 말 영제국의 영광과 빅토리아 시대의 정서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애거서의 작품을 더욱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맥락을 제공하며, 그의 작품에 스며 있는 ‘제국의 영광’이라는 향수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애거서와 마주할 것을 제안한다.

3. 애거서 크리스티가 서퍼에다 지독한 영국우월주의자였다고?!
―작가의 삶을 알면 비로소 보이는 소설 속 애거서의 모습들
―‘추리소설 여왕’의 진짜 모습은?

“집 보러 다니는 일은 언제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다”

이 책에서는 작가 개인의 경험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살피며 실재와 허구 사이의 접점을 찾아낸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애거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중 간호사와 약제사로 일했고, 그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누구보다 사실적인 ‘독살 사건’을 만들어냈다. 그 유명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역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를 타고 여행한 애거서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고, 남편 맥스와 함께한 고고학 발굴 경험에서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등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알려진 모습 외에도 애거서의 소설에는 그의 흥미로운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소설에 수많은 저택을 등장시킬 정도로 애거서 집을 좋아했는데, ‘부동산 투기꾼’이라 불러도 좋을 그는 집을 사고 꾸미고 다시 파는 일을 반복했다.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자동차 모델명은 애거서의 광적인 자동차 사랑을 보여준다. 애거서는 정규 교육과정을 밟지 못했지만, 작품 곳곳에서 독학으로 쌓은 풍부한 지식을 뽐내기도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고전의 제목들이 언급되는가 하면,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분석하고 연구해 책까지 펴낸 푸아로의 모습에서 애거서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애거서는 ‘영국 최초 여성 서퍼’라는 의외의 타이틀도 갖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이 서프보드에서 일어서는 순간의 묘사에서 애거서의 기쁨과 환희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애거서의 의외의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애거서 작품 속 차별과 편견의 요소들에서 보이는 여성해방주의자인 듯하면서 여성혐오적이고,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면서도 돈을 좋아하고, 코즈모폴리턴을 표방하면서도 지독한 영국우월주의자인 모습 등도 놓치지 않는다. 이렇게 작가의 삶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통해 애거서 작품의 매력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